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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검신-1124화 (1,121/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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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지혼(四神之魂)

나는 류하의 말에 눈썹을 꿈틀거렸다.

‘무슨 말이지?’

다만 지금은 도청이나 감시때문에 일부러 류하가 정신으로 대화창을 열 수 있게 만든 상태. 섣불리 입으로 말을 해선 안 되기에 나는 도리어 생각에 집중하게 되었다. 나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류하에게 말했다.

[그럼 누구에게 충성을 바친다는 거지?]

류하가 킬킬 웃더니 대화창을 띄웠다.

[님한테.]

[님?]

[초상기인들은 다 같슴다. 초대황제가 귀환하기 전까지는 천마 사공린에게 협력하고 귀환 후에는 초대황제에게 충성을 바침다~]

아, 님이라는 게 날 얘기하는 거였나? 기이한 말투라서 언뜻 알아듣지 못했다!

나는 류하의 말에 묘한 게 감춰져있다는 걸 깨닫고는 물었다.

[협력이라는 건 천마 사공린에게는 충성을 바치지 않는다는 뜻인가?]

[넴.]

[…그 말투는 대체 어디서 쓰는 거냐?]

[전뇌공간을 떠도는 자유로운 영혼, 찌질이들이 시비걸면 끝장을 보고마는 오피니언 파이터로 몇 년 살다보면 다 류하처럼 됩니당~]

류하는 풀썩 바닥에 걸터앉더니 히죽 웃었다.

[암튼 류하랑 류오는 님 편이야, 히히.]

류오라면 예전에 봤던 그 서열 6위의 초상기인을 말하는 건가? 류하와 쌍둥이처럼 생긴 남매였는데 그 녀석도 초상기인이니 날 따른다는 건가….

나는 류하에게 말했다.

[굳이 이렇게 날 따로 불러내서 얘기하는 이유가 뭐지?]

[폐하가 땡땡이친다는 건 천마 사공린을 못 믿는 거 아님까? 그래서 대웅제국 내에서 누구도 믿지 못하고 꽁꽁 숨기고 있을 검다.]

[…….]

[그러니 초상기인으로써 정체성을 밝히고 충성을 맹세한다면, 님께서 좀 더 편하게 움직이실 수 있을테니까 불렀슴다~]

말투는 경박하지만 류하의 말은 지금 내가 고민하는 걸 정확하게 짚고 있었다. 실제로 나는 아수라와 전뇌자, 그 둘과 손잡으면서 사공린에게 동맹사실을 전혀 알리지 않았다. 그것은 사공린이 지닌 천마라는 힘이 너무 수상쩍기 때문에 만에 하나를 대비하기 위함이었고, 그 때문에 사실 내 전력이 되어줘야 할 주현성이나 대웅제국의 요원들에게도 도움을 청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만일 류하나 류오가 비밀리에 날 도와줄 수 있다면 나중에 큰 힘이 될 것이다.

하지만 나는 한 줄기 의심을 버리지 못했다.

‘만일 이것조차도 사공린이나 배후의 뭔가가 파놓은 함정이라면? 내 발로 함정에 걸어들어가는 셈….’

류하가 누군가에게 조종당하고 있지 않다는 보장은 없다. 도리어 초상기인이기에 자신도 조종당하는 걸 눈치 채지 못할 가능성이 인간보다 훨씬 더 높다. 나는 끝까지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류하에게 말했다.

[미안하지만 아직 못 믿겠어. 아까 류진 때부터 초상기인이 내게만 충성을 바치게끔 되었다는데 그건 또 무슨 소리야?]

[폐하께선 류진을 아심까?]

[…잘은 몰라. 류진이 제갈부를 도와서 나치와의 전쟁에 참여한 초상기인이라는 것 정도밖에.]

내 대꾸에 류하가 한참 침묵하다가 길게 대화창을 띄웠다.

[류진은 최초의 대웅제국 결전병기(決戰兵機)인 특화형 초상기인 1호임다. 특화형 초상기인이란 초상기인이 지닌 가능성을 극대화시켜서 한쪽방향으로 특화시킨 병기이고, 류진은 탈혼형(奪魂形)으로 제작되었슴다. 그리고 탈혼형이란 평소에는 현자의 돌 형태를 취하고 있다가 사용자의 의사에 따라 혼을 취해서 사용자의 모든 힘과 지식, 육체를 이어받는 초상기인임다.]

[……!!]

[다른 초상기인과 달리 따로 육체의 베이스를 제작할 필요성이 없는 대신 사용자의 희생을 전제로 함다.]

나는 과거 할치올레이푸라와의 결전에서 제갈부가 마지막에 보였던 투혼을 생각해냈다. 그리고 기묘한 류진의 출현과정을 생각해내고는 말했다.

[설마, 제갈부는 평상시에 현자의 돌이자 초상기인인 류진을 심장에 이식해서 품고 있다가 죽기 전에 자기자신의 육체와 영혼을 류진에게 넘겼다는 거냐?]

[그렇슴다.]

[제갈부나 천우진은 그게 연금술의 금기라고 했어. 금기라고 한 이유는 사용자가 희생되기 때문인 거냐?]

[아님다. 금기인 이유는 완전히 흡수되지 않고 혼이 혼재되기 때문임다.]

[혼재라고?]

[류진이 제갈부를 먹었지만 정작 제갈부의 혼과 기억은 류진 내부에서 들끓어 올랐고 완전한 동화가 이뤄지지 않았슴다. 결국 불순한 두 개의 혼이 서로 충돌해서 공멸하게 되기 때문에 금기라고 하는 것임다. 호문클루스란 완전한 생명과 혼을 만들어내려는 목적인데 완전히 목적과 반대되니까….]

그런 거였나.

내가 한 마디 한 마디를 기억하려고 할 때 류하의 말이 이어졌다.

[류진은 전쟁 후 일개 초상기인인 척 했지만 사실 내부에는 제갈부의 혼이 살아있었슴다. 그래서 류진은 제갈부의 지시를 받아서 누구도 모르게 초상기인의 제작시스템을 조작했고, 향후 만들어지는 모든 초상기인의 충성전제를 바꿨슴다.]

[왜? 그건 설마 제갈부가….]

류하가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천마 사공린을 믿을 수 없다고 생각했슴다. 그래서 [충성]이 아니라 [협력]으로 바꿔쓴 검다.]

“…….”

[폐하가 사공린에게 배신당할 경우를 염려해서 모든 초상기인의 직결충성이 모이는 목적지를 현 황제가 아닌 초대황제로 수정한 검다.]

나는 나도 모르게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제갈부…. 맞는 판단을 하긴 했지만 그래도….’

결과적으로 동료끼리 서로 의심을 한 셈이었다. 지금까지도 동료끼리 의심한 일은 많이 있었지만 이번 일은 의심하는 동료를 견제하고자 직접 행동에 나선 것이었기에 의미가 달랐다.

정말로 사공린이 나를 배신할까?

‘아냐. 사공린은 진심으로 날 도우려는 중이야.’

하지만 나는 내 눈으로 본 것만 믿는 주의였고, 내 직감과 눈으로 보기에 사공린은 날 배신하려고 흉심을 품고있는 것 같진 않았다. 단순히 감에 의존해서 사람의 속내를 알 수는 없지만 내 직감이란 의외로 정확하기 때문에 사공린이 그럴 거라고는 생각할 수가 없다.

내가 생각에 잠겨있을 때 류하가 대화창을 띄웠다.

[류오가 왔슴다.]

파앗!

그 때 소림사의 대웅전 어둠 속에서 순간이동하는 소리와 함께 초상기인 류오가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류하와 쌍둥이남매같은 외모의 류오는 다소 떫은 표정으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류오가 마찬가지로 대화창을 띄워서 내게 말을 걸어왔다.

[폐하. 진심으로 충성을 바치겠나이다.]

[표정이랑 하나도 안 맞는데.]

저렇게 기분나빠하는 표정으로 충성을 바치겠다고 해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그러나 납득할 수 없는 건 류오 쪽인지 류오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사실 폐하의 멍청함에 대한 일화가 초상기인의 데이터베이스에 너무 많이 기록되어 있어서…. 이런 멍청이한테 충성을 바쳐도 되나 싶습니다.]

[…누, 누가 그런 거 기록했는데?]

[제갈부가.]

이, 이 새끼가?!

아니 제갈부!! 대체 뭔 소리를 초상기인들한테 해놓은 거야!

내가 손을 부들부들 떨고 있을 때 류오가 또다시 대화창을 띄웠다.

[아무튼 폐하가 재능없고 자존심만 센 빡대가리라고 하더라도 저희는 그대에게 충성을 바치는 것이 평생의 업. 기동이 정지될 때까지 신명을 다해 따르겠나이다.]

류하가 발랄하게 따라서 말했다.

[빡대가리 황제 만세!]

나는 짜증나서 외쳤다.

[됐어 새끼들아! 아무튼 너희는 나한테 충성맹세하려고 온 게 끝이냐?]

[아닙니다.]

[또 뭐 볼 일 있어?]

류오는 슬며시 류하를 바라보았고, 류하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화창을 띄웠다.

[현 황제한테도 보고 안한 건데, 사실 우리가 십이율주의 흔적을 찾은 것 같슴다.]

……!!

나는 그 순간 주먹을 꾹 말아쥐었다. 학수고대한 정보가 뜬금없이 손에 들어온 것 같았기 때문이다.

[진짜냐? 그게 뭐지.]

[폐하는 혹시 이 세상에 인터넷(internet)이란 게 있다는 걸 아심까?]

[누굴 바보로 알아? 당연히 사마령한테 배워서 알고 있어. 전뇌로 만들어진 거고 무수한 사람들이 네트워킹을 하는 거잖아.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접속할 수 있고.]

[그렇슴다. 바로 그 인터넷에서 십이율주의 흔적을 찾았슴다.]

그렇게 말한 류하가 자기의 스마트폰을 꺼내더니 뭔가를 톡톡 눌렀다. 그리고는 웬 앱을 스마트폰의 전면에 띄우더니 말했다.

[환인(桓因). 이건 평범한 앱으로 보이지만 사실 전세계에 퍼져있는 초상능력자들이 결속해서 만든 클랜미팅(clan meeting) 전용 앱임다.]

[뭐? 클랜 미팅? 그게 뭐야.]

[이 시대에는 사실 초상능력자들이 꽤 많슴다. 무예나 술법을 따로 수련 안하고도 타고난 초능력이라고 할까~ 초상기인처럼 본격적인 경우는 없지만 낮은 확률로 초능력을 타고난 사람들이 자기들끼리 뭉치려고 클랜(clan)을 만듬다. 단체행동을 할수록 누군가에게 사냥당할 확률이 줄어들고 강해지니까 말임다.]

[흠.]

꽤 재밌는 얘기다.

선천적으로 상단전을 개화한 인간은 내 시대에는 엄청나게 찾기가 힘들었는데, 이 시대에는 여기저기에 널려있다는 말인가?

[클랜에서 신입을 모집할 때 가장 자주 쓰는 게 바로 이 앱임다. 초상능력을 타고나지 않으면 이 앱을 제대로 열 수가 없게 되어있슴다.]

[무림의 문파(門派)가 바로 클랜이군.]

내가 이해를 하고 고개를 끄덕이자 류하가 히죽 웃었다.

[저희 임무가 바로 이런 클랜미팅을 감시하고 필요하면 찾아가서 체포하는 건데 말임다, 최근 환인 앱에서 수상한 움직임이 포착되었슴다.]

[어떤 게 수상하지?]

[비공식 초능력자 클랜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게 바로 삼족오(三足烏) 클랜인데 이 클랜은 고려 내에서만 활동함다. 그리고 신입을 아예 모집하지 않던 삼족오 클랜이 최근 들어서 클랜마스터가 직접 신입을 모집하기 시작했슴다. 근데 그동안 한번도 정체를 드러내지 않던 클랜마스터의 닉네임이 뭔지 아심까?]

[……?]

[하은천(河銀天)임다.]

[…….]

나는 류하의 말에 침묵했다.

그 이름은 절대 모를 수가 없다. 다름아닌 십이율주의 이름이기 때문이었다.

이 시대 사람들은 알 수 없겠지만, 그와 같은 시대 - 500년 전을 살아왔던 나는 모를 수가 없다.

[천계로 가기 전에 하은천을 먼저 치우고 가야겠군.]

천계에 가서 죽을지도 모른다. 죽기 전에 하은천 놈을 먼저 쳐서 비밀을 털어놓게 하는 게 훨씬 더 좋을 것이다.

[근데 속단할 수는 없슴다. 그 자가 이중삼중의 흉계를 또 꾸미고 있을지도 모름다.]

[…그러고도 남을 놈이긴 하지.]

[어쩌시겠습니까? 이대로 사공린 황제에게 보고한다면 그녀가 대대적으로 십이율주 토벌대를 꾸리게 될텐데 거기에 참여하시는 것도 나쁘진 않습니다.]

[…….]

[따로 가시겠다면 사공린 황제에게 보고하지 않겠슴다~]

나는 류하의 말에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사공린과 대웅제국의 도움을 받아서 십이율을 치는 게 훨씬 편하고 쉬울 테지만, 과연 사공린에게 십이율 토벌을 도와달라고 하는 게 맞는 것일까?

나는 고민을 거듭하다가 말했다.

[신중하게 가겠어. 사공린에게 일단 보고하고, 난 천계에 갔다온 후에 십이율주를 치는 일에 합류하겠다.]

[알겠슴다.]

[그럼 더 할 말이 없으면 다음에 보자.]

파앗!

나는 초상기인들과의 만남을 뒤로 하고는 수련장에 돌아와서 생각에 잠겼다.

‘십이율주…. 대체 뭘 생각하는 거지….’

얘기를 들어본 바로는 삼족오 클랜은 비공식 초능력자 클랜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듯 했다. 초상기인에 버금가는 강대한 초능력자들이 여럿 포진하고 있다고 했는데, 그 배후가 단의 일족이라고 한다면 당연히 그럴 만 했다. 문제는 십이율주가 버젓이 하은천이라는 이름을 내놓고 클랜원을 모집하는 이유였다.

초능력자를 왜 모집하는 걸까?

전력강화를 꾀하는 것뿐이라면 일부러 정체를 밝힐 필요는 없을 텐데?

나는 의심을 거듭하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군.”

십이율주는 내가 살아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걸지도 몰라.

그리고 종말이 완전히 다가오기 전에 사소하게나마 미끼를 던지면서 걸리기를 기다리는 걸지도….

“하지만 꼬리만 밟는 건 질렸다.”

나는 씨익 웃었다.

“이번에 찾아낸다면…. 몸통까지 베어주마, 십이율주.”

이제는 자신이 있다.

아무리 절대지경 천의무봉을 상대로 한다고 하더라도 내가 지금까지 모아온 힘을 다 쓴다면 결코 십이율주에게 일대일로 지지는 않으리라!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는 약 하루이틀 동안 수련을 하며 몸을 푼 후 사공린에게 찾아갔다.

“오셨나요?”

사공린은 이윽고 예상한대로 십이율주의 흔적을 발견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나는 이미 초상기인들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연기를 하며 크게 놀란 것처럼 반응했다. 그리고 이야기가 다 끝나갈 때 사공린이 말했다.

“백웅. 삼족오 클랜의 토벌대를 편성할 생각입니다. 혹시 천계를 치기 전에 여기에 먼저 참여하고 싶으신가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놈이 미끼를 던진 것 같군. 나는 일단은 미호의 일을 해결하고 복희를 찾는 일부터 할 생각이야.”

“그런가요….”

“천계로 갈 생각이야. 천제단을 열어 줘.”

사공린은 내 말을 듣자 뭔가 생각하다가 말했다.

“…그 전에 저랑 같이 가실 데가 있습니다.”

“응?”

“류하. [문]을 열어주세요.”

사공린이 류하를 부르자 옆에 서 있던 류하가 전이문을 열었다.

우웅!

그리고 내가 전이문을 건너가자 웬 커다란 유적의 내부에 서 있었고, 이 유적은 지구상에서 절대 볼 수 없는 기이한 이계의 양식으로 되어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어찌된 일인지 숨을 쉬자 턱 막히는 느낌과 함께 마치 불을 호흡한 듯한 답답한 기분이 들었다.

여긴 어디지?!

내가 당황하고 있을 때 어느 새 같이 이동해 있던 사공린이 내게 웬 가죽 가면같은 걸 던져주었다.

“금성의 공기는 유독성이니까 전용 마스크를 쓰십시오. 마스크를 쓰면 청정필드가 자동으로 생성되어서 공기를 만들어주고 몸을 보호해줍니다.”

“호신강기를 쓰면 되는데.”

나는 투덜거렸지만 어쨌든 주는 대로 쓰기로 했다. 호신강기가 유해한 환경에서 무인을 보호해주는 건 맞지만 유독성 공기에서 완전히 몸을 보호해준다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내가 그 마스크란 걸 쓰자 사공린이 말했다.

“여긴 보시다시피 금성입니다. 한 번 와보셨으니 다음에 또 오실 수 있겠지요.”

“금성? 뭐 그렇다치고…. 여긴 뜬금없이 왜 데려온 거야?”

나는 이제와서 금성에 온 것 정도로 놀라지는 않았다. 칠요의 행성 중 하나에 온 것 정도로 놀라기에는 지금까지 달이나 이세계 등등을 너무 많이 가 봤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내 말에 사공린이 대답했다.

“여긴 사실 판게아 프로젝트 때문에 대웅제국이 탐사하고 있는 금성의 유적입니다. 폐하께선 꼭 와보실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판게아 프로젝트?”

“나치와의 전쟁이 끝난 후 제가 [옛 대륙]의 해저까지 내려갔던 이야기를 했었지요.”

“…했지. [검은 태양]이라는 사도와 함께 갔었는데 거기에 테라포밍된 기계방어장치를 뚫지 못하고 물러났고, 그 때….”

나는 말을 하면서 기억을 되살리다 뭔가가 떠올랐다. 그리고는 외쳤다.

“아틀란티스의 지배자 오레이칼코스! 그 놈이 뭔가 반지를 줬는데 그게…!!”

“네. 판게아의 반지입니다. 제 이야기를 잘 기억하고 계셨군요.”

사공린이 자신의 손가락에 끼여있는 반지를 내게 보여주며 말했다.

“이 판게아의 반지에는 금성이나 화성 등으로 즉시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반지의 능력을 이용해서 여러 행성을 수십년 전부터 탐사했습니다.”

“……!!”

“금성의 유적과 마도서 등을 발견해서 대웅제국에서 연구하고 있었지요.”

그랬단 말인가?!

나는 유적을 신기해서 쳐다보며 말했다.

“여기엔 금성의 외계인들이 살고 있었던 건가?”

“정확히는 지구에서 이주한 아틀란티스의 고대인들이 살고 있었지요. 하지만….”

후웅

류하의 능력에 우리는 엄청난 고지대에 가게 되었다. 마치 거대한 동물의 뼈로 뒤덮인 듯한 그 장소에서 지상을 볼 수 있었는데, 그 높은 장소에서 무수한 잔해가 땅에 뒤덮여서 강물처럼 흐르는 걸 볼 수 있었다.

쿠오오오….

‘저건 뭐지? 새하얀... 강? 아니, 바위나 건물 덩어리같은 게 잔뜩….’

그 잔해는 금성의 계곡을 따라 살아있는 것처럼 꾸불텅거리며 움직이고 있었는데 기괴한 느낌이 들었다.

“금성에 찾아온 사악한 신들과 오래지 않아 전쟁을 하게 되었고, 패배하며 저렇게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습니다. 금성에 남겨진 고대의 기록을 읽고 알아낸 사실입니다.”

“설마….”

사공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 강물같은 유해는 살아있습니다.”

“뭐라고!”

“사악한 신의 저주로 인해 고대인간의 혼과 구조물이 융합한 겁니다. 고대인들은 저주에 뒤섞여서 수억 명씩 뭉쳐서 고통받는 중이에요. 수만 년 전부터….”

“…….”

“아틀란티스의 제왕 오레이칼코스도 이주민들이 저런 꼴이 될 거라곤 생각지 못했겠지요.”

쿠오오오

금성의 표면에 보일 정도면 저 유해의 실제 크기는 폭이 수천 장이 훨씬 넘을 것이고 길이는 그 수십 배는 될 것이다. 그리고 저것은 사신의 악의로 만들어진 수억 명이 고통받는 현장이었다.

상상보다 더 끔찍하다.

사악한 신에 의해 수만 년씩이나 저런 식으로 당하고 있다니!

내가 할 말을 잃고 있을 때 사공린이 말했다.

“백웅. 종말이 찾아온다면 저 자들은 고통에서 해방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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