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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검신-1115화 (1,112/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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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지혼(四神之魂)

공명이 한 점에서 마주치는 지점 - 그 지점에서 공명의 파장이 멈추면서 아래쪽으로 힘이 단숨에 쏟아져내려가는 것 같았다. 힘이 폭발하는 게 아니라 모여서 새로운 공간을 뚫어버린 것 같았고, 뚫린 공간은 정확하게 황제의 용가면을 관통하고 있었다.

황제가 무심하게 말했다.

[이깟 잔재주로.]

터엉!

한 차례, 공격이 튕겨져 나갔다. 그저 황제가 미간에 힘을 준 듯 보였으나 그것만으로도 신살의 파장이 소멸된 것이다. 설마 이걸로 공격이 끝인건가 생각될 정도로 견고한 방어였다.

‘윽! 과연 황제인가... 이대로 죽는….’

내가 좌절하며 28번째 죽음을 납득하려 하고 있을 때였다.

위잉

수요(水曜)가 다시 한 번 더 빛을 내뿜었다. 그리고 갑작스레 수요를 들고있는 팔이 거대한 어둠으로 휩싸였고, 나는 이내 팔이 거신(巨神)이나 다름없게 변했다는 걸 깨달았다.

쿠구구구!!

거신의 칠흑빛 좌완(左腕)이 서서히 움직여서 수요를 앞으로 밀었고, 수요의 칼날이 전에 없이 요사스럽게 빛났다. 요사스럽다고 표현한 것은 수요의 칼날에 감도는 힘이 그 어느 때보다도 흉악하면서도 살벌한 기세를 풍기고 있기 때문이었고, 그 기세만큼 예리함이 끝도 없이 솟구치고 있기 때문이었다.

[오오오!! 드디어…. 나는!]

수요가 감격스러운 듯 기대 가득한 목소리로 외쳤다.

[신을 죽일 수 있는가!!]

치리링 -

마치 은하의 별빛이 수요의 검신에 말려들어가는 것 같았다. 그리고 별빛이 몇 번이고 압축되었을 때 수요가 크게 청색으로 빛났다.

수요천빙(水曜天氷)

대해방(大解放)

검신지세(劍神之勢)

파캉!!

“……!!”

수요의 검신이 완전히 부숴지면서 거기에는 순수한 청색의 검신(劍身)이 아른거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 검신에 새겨져 있는 힘은 엄청난 것이었고, 내 팔이 거신의 팔으로 변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수요를 들고 있는 것만으로도 혈맥이 얼어버릴 정도의 엄청난 영기가 전해져 오고 있었다.

지금의 수요는 마치 창천의 별의 푸른빛을 응축한 듯한 신검(神劍). 평상시의 수요가 지닌 힘을 수십 배나 뛰어넘어 있는 것이다.

‘각성한 수요는 이렇게 강해질 수 있단 말인가?’

후웅

그리고 다음 순간, 수요가 제멋대로 한 번 휘둘러져서 황제의 목을 베었다. 그것은 내 의지가 아니었으며 거신의 팔의 주인이 원하는 대로 행해진 일이었다. 딱히 무술초식도 아니었지만 그 일참(一斬)은 내가 전력을 다한 것보다 더욱 빠르고 강력했다.

쐐액

검신지세 수요의 일참에 황제는 두 손가락을 내세워서 공수입백인(空手入白刃)을 시도하는 듯 했다. 그 행위에 수요가 분노한 듯 버럭 내면에서 소리를 질렀다.

[베어주마!]

슈콱!

이윽고 수요의 일참은 황제의 두 손가락을 그대로 베어버렸고, 황제는 삽시간에 자신의 손가락이 허공을 날아가는 걸 보았다. 나는 내가 베고도 믿기지 않아서 얼떨떨했다.

‘화, 황제의 몸을 베었어!’

검신지세 수요의 공격력은 도대체 어떻게 되는 거지? 황제의 지금 힘은 삼황오제의 평균수준을 아득히 뛰어넘어 있어서 신체(神體)가 지닌 방어력은 우주적인 수준일 터! 그런데도 손가락을 벨 수 있다는 건….

슈르륵

기뻐하는 것도 잠시, 갑작스레 시공간이 뒤틀리는 느낌이 들었고 황제의 베여나간 손가락이 원래대로 되돌아 왔다. 시간을 조작해서 과거로 되돌린 것이다. 황제가 [작은 굴레]를 돌린 게 분명했고 나는 그 한 수에 허탈감을 느꼈다.

역시 신에게 공격을 먹여봤자 공격하기 전의 과거로 되돌려버리면 소용없는 것인가!

그리고 황제는 나를 응시하는 듯 용가면을 내 쪽으로 향하며 말했다.

[전욱. 네가 내게 반역하는가?]

후우우웅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거신의 좌완 뒤편에 팔짱을 낀 전욱의 환영이 떠올랐다. 전욱이 훗하고 웃으며 황제에게 대꾸했다.

[반역이랄 것까지 있겠소. 어차피 그대는 우리 모두를 믿지 않았는데 우리가 충성을 바칠 이유도 없지.]

[이런 벌레에게 신살능력을 들려줘봤자 날 죽일 순 없다.]

[내가 직접 조종한다면 당신을 신경쓰게 할 순 있겠지.]

이제 보니 수요가 검신지세의 신검으로 각성한 것은 전욱이 직접 내 왼팔에 힘을 불어넣어 조종중이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전욱의 옆에 슬며시 소호 또한 모습을 드러내자, 황제가 말했다.

[너희가 없어지면 계획에 차질을 빚을 터. 지금이라도 용서해줄 테니 그만해라.]

전욱이 코웃음쳤다.

[말이 되오? 당신처럼 음흉한 자가 한 번 자기를 배신한 자를 용서할 리가 없지.]

[…….]

전욱의 환영이 힐끔 뒤쪽의 허공에 떠 있는 복희를 쳐다보았다.

[복희가 이쪽 상황을 알아차렸군. 그와의 전투에 집중하지 못하게 있는대로 괴롭혀 주겠소.]

[너희도 다칠 텐데.]

[흐흐흐….]

전욱이 낮게 웃음을 흘리자 황제가 이해했다는 듯 말했다.

[그렇군. 손해볼 건 없는가?]

[그리고 그대는 여유부릴 때가 아니지.]

…엥?

지금 뭔 말을 하는 거야?

우우우웅!!

갑자기 화요에서 거대한 홍련의 빛이 일어났다. 그리고 화요 또한 거대한 울부짖음을 터뜨렸다.

[마침내 진정한 힘이 발현되도다!!]

화요천염(火曜天炎)

대해방(大解放)

검신지세(劍神之勢)

콰과과과

은은한 청빛의 수요와 달리 화요의 검신지세는 마치 천공을 갈라버릴 듯한 거검(巨劍)이었다. 또한 화요 검신지세가 발현한 내 우완(右腕)은 거대하게 변해서 은염(銀炎)으로 빛나고 있었다.

우우웅

그리고 화요 검신지세의 배후에도 신농의 모습이 은은하게 떠올라 있었다. 나는 그것이 신농이 자신의 힘을 화요에 불어넣은 형상이라는 걸 깨달았고, 멍하니 신농의 환영을 보고 있자 신농이 말했다.

[백웅이여. 다시 한 번 두 개의 검을 공명시켜라.]

[…….]

[세 명의 대신(大神)들이 힘을 합쳐서 너를 도와준다. 그리고 두 쌍둥이검의 공명은 힘을 수십 배로 증폭시키는 능력이 있으니, 이번의 일격은 아무리 황제라 해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리라.]

[잠깐만….]

[가라! 백웅!]

파밧!

다음 순간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좌완과 우완을 움직이는 신들의 힘에 의해 나는 전방에 있는 황제에게 쇄도했다. 검신지세로 힘이 어마어마하게 증폭된 수요가 먼저 휘둘러졌고, 그 수요의 칼날에 십자(十字)로 화요가 겹쳐졌다. 십자의 검기가 형성되는 순간 황제가 짤막하게 한마디 했다.

[꺼져라.]

투확

“크아아악.”

나는 수요, 화요와 함께 내 몸이 걸레짝이 된 채 튕겨져 날아간 것을 느꼈다.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황제의 말 한마디에 공격이 무효화된 것이다. 공명 직전에 생기는 빈틈을 찔린 것이었기에 나는 당황했다.

‘설마 황제가 그 찰나의 빈틈을 노리고 일부러 맞춰서…?’

슈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전욱의 힘으로 몸이 일순간에 다 회복되었지만 황제가 자신의 등 뒤에 있는 천마(天魔)의 형상을 크게 부풀렸고, 이내 귀찮다는 듯 말했다.

[너는 말벌같은 녀석이구나. 말벌은 잡는 것보다 쫓아내는 게 상책이지.]

파아아앗

천마의 두 눈이 황금빛으로 빛났다. 그리고 그 빛이 내게 덮쳐오는 순간 화요와 수요를 겹쳐서 막아내었지만, 나는 황금빛을 이겨내지 못하고 그대로 어디론가 날아가 버리는 걸 느꼈다.

휘리리릭!!

내가 나타난 곳은 아까 있었던 만신전의 옥좌 바깥, 즉 혼연이 가득차 있는 장소였다. 그리고 이 장소에 오자 갑작스럽게 신들이 내게 행사하던 영향력이 확 줄어든 게 느껴졌다.

“휴, 쫓겨났나.”

아무래도 황제가 쌍요의 신살공명을 정면에서 상대하는 걸 껄끄럽게 여겨서 나를 옥좌 바깥으로 쫓아낸 듯 했다. 나는 쫓겨났는데도 분한 마음이 들기보다는 도리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젠장. 동귀어진해서 남 좋은 일만 시켜줄 순 없지.’

쫓겨난 직후라서인지 방금 전까지 머릿속에 가득 울리던 신농, 전욱, 소호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아무래도 내가 쫓겨난 상태에서 더 이상 내게 신경써 봤자 당장 눈앞의 황제가 급하기에 관심 밖으로 멀어진 듯 했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생각했다.

‘여기서 그냥 기다리자!’

복희는 끝까지 내게 방관자로 있을 것을 주문했다. 그리고 그 말이 어째서 옳은지는 방금 전에 여실히 증명되었다. 억지로 전욱 손에 이끌려서 황제를 죽이는 칼로 쓰이니 바로 죽음의 위기에 노출된 것이다. 황제한테 목숨걸고 돌격하느니 차라리 이 자리에서 저들의 격전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편이 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지금 이렇게 된 이상 저 내부의 전투는 황제 혼자서 삼황오제의 다섯을 상대하는 셈이다. 아무리 황제 공손헌원이 대단한 인물이라도 승산은 이쪽에 있을 것이다.

“그나저나 여긴 다시 봐도 신기한 장소로군.”

나는 여기저기를 기웃거렸다. 이 혼연의 우주는 신기하게도 그냥 우주공간과 달리 제대로 숨을 쉴 수도 있었고 유해한 요소가 별로 없어보였다. 그저 엄청나게 넓은 게 단점일 뿐이었다.

나는 어쩐지 이 혼연의 장소가 어딘가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을 해 보다가 문득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 백련교주가 아수라와 만났던 그 장소.”

할치올레이푸라와의 결전에서 백련교주가 [혼돈의 옥좌]라는 것의 강림에 휩쓸리며 생겨났던 검은 막! 그 검은 막 내부의 공간에서 느껴지던 혼연(混然)과 지금의 이 공간은 굉장히 닮아 있었다. 아수라가 체감했던 그 혼연의 공기와 일치하는 수준이었다.

우연일까?

‘그 전에 혼연이란 대체 뭐지?’

아수라의 지식에 따르면 혼연이란 우주창조 당시에 생겨난 혼돈의 또 다른 현상이라고 했다. 다만 아수라도 그 이상 알고있는 게 아니었으며 혼연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는 잘 몰랐다. 그저 혼연의 내부에 있으면 혼돈의 존재는 피해를 입는다는 특수한 현상밖에 모르는 것이다.

황제가 혼연의 공간을 이곳에 만들어낸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도 만신전의 외부와 내부를 구분하는 장소에 하필 만들어낸 이유는?

내가 생각을 거듭하고 있을 때, 갑자기 눈앞에 소호의 환영이 나타났다. 제관을 쓴 소호의 환영이 화가 난 듯 길길이 날뛰었다.

[이 놈! 왜 안 싸우고 여기서 놀고 있느냐?]

“어…. 그게 황제랑 1대 5로 싸우는 거잖습니까. 굳이 제가 안 싸워도 이기지 않겠습니까.”

[멍청한 놈! 황제를 그렇게 쉽게 쓰러뜨릴 수 있었다면 지금까지 우리가 왜 가만히 있었다고 생각하느냐?]

“네?”

[우린 지금 모든 걸 걸고 황제를 쓰러뜨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네놈도 빨리 전장으로 복귀해라. 그렇지 않으면….]

소호금천의 눈에 스산한 살기가 감돌았다. 나는 소호금천이 진짜 살기를 발휘하면 다른 상황은 상관없이 반드시 죽는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급히 그를 진정시켜야 했다. 은하를 멸하는 붕조에게 진노를 사면 안 된다.

“자, 잠깐! 가려던 참입니다. 다만 천마한테 얻어맞은 게 너무 아파서 잠깐 쉬고 있었습니다.”

[천마?]

“그 뭐냐, 황제의 몸 주위에 있는 황금빛 짐승 있잖습니까.”

[……? 그거 말이냐.]

소호금천은 도통 알 수 없다는 듯 반문했다.

[너는 그걸 왜 굳이 다른 이름으로 부르지? 그건 애초에….]

“네?”

[아무튼 됐다. 내가 준 권능을 쓰면 순식간에 복귀할 수 있을 것이다. 빨리 오거라!]

파앗

소호금천이 사라졌다. 나는 그의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권능을 써서 복귀하라고?’

뭘 쓰라는 거야?

나는 어리둥절해하다가 문득 생각나는 게 있어서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눈에 힘을 주자, 눈에 청은빛의 기운이 가득 서리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위이이잉

“…….”

서, 설마.

나는 혹시하면서도 눈에 더욱 강하게 힘을 주었고, 잠시 후 내 눈에서 엄청난 크기의 광선이 발사되었다.

쿠콰콰콰콰쾅!!

“허어억.”

눈알에서 파괴광선이 발사됨과 동시에 내 몸은 엄청난 속도로 가속해서 혼연의 공간을 날아서 다시 옥좌의 공간으로 향했다. 이른바 역추진 방식으로 날아가는 셈이었다. 나는 눈에서 광선이 발사되는 상황에 기가 막혔다.

“씨발!! 이게 뭐….”

소호금천 미친 새끼!

정말로 내가 눈에서 광선을 뿜어낼 수 있게 만들다니!

쿠쿠쿠쿵

나는 잠시 후 다시 옥좌의 세계로 되돌아왔고, 되돌아오자마자 전장의 상황이 눈에 보였다. 그리고 뜻밖에 안 좋게 전개되는 상황에 숨이 턱하고 막혔다.

“복희님!!”

짧은 순간 대단한 충돌이 있었는지 옥좌의 세계는 한정없이 넓은 무량한 세계였음에도 모든 시공간이 찢겨나가고 분쇄되어 있었다. 그리고 혼돈과 어둠이 몰아치는 한가운데에 전신에 부상을 입고 피투성이가 된 복희가 있었고, 그 맞은편에는 황금빛을 몸에서 쉴 새 없이 뿜어내는 황제가 있었다.

상황은 명백하다.

복희가 황제와의 대결에서 패배한 것이다.

황제가 무심하게 손을 털며 말했다.

[네 힘은 나와 대등했다. 하지만 복희 그대는 이 정도 수준의 권능을 휘둘러본 경험이 별로 없나 보군…. 달리 말하면 승패를 가른 건 바로 경험차이다.]

[…….]

복희는 빈사상태였다. 신의 권능조차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약해져 있었으니 곧 신의 [죽음]을 맞이할 것이리라.

[하긴 같은 신좌출신이라 해도 승천에 도전하는 자와 그렇지 않은 자는 큰 차이가 있지.]

쿠쿠쿠쿠

황제는 복희를 끝장내려는 듯 성큼하고 크게 한 걸음을 내딛었다. 그리고 그 한 걸음을 내딛는 순간 신농이 본체를 움직여서 자신의 거검을 황제에게 휘둘렀다.

콰광!!

[크흑.]

황제는 신농을 쳐다보지도 않고 주먹을 한 번 휘둘러서 그의 얼굴을 격중시켰고 신농은 큰 피해를 입었는지 그대로 주저앉았다. 무형의 힘이 신농을 친 듯 했는데 이번에도 황제의 몸에서 천마로 보이는 짐승이 크게 부풀어오른 듯 했다.

[신농. 넌 평범한 놈들 중에선 제일 강한 부류이지만 그것뿐. 격(格)을 뛰어넘을 순 없다.]

쾅!

그렇게 말한 황제가 다시 한 번 주먹을 휘둘러서 신농의 명치를 쳤다. 신농은 권능으로 저항하려 했지만 황제의 천마가 황금빛을 내뿜자 그런 시도 자체가 무효화되었다.

[컥.]

신농을 단숨에 무력화시킨 황제는 신농의 목을 잡고는 그대로 바닥에 패대기쳤다.

콰광

[황제!]

[죽어라.]

신농이 기절하자 소호금천과 전욱이 동시에 덤벼들어서 황제를 습격했다. 오제 둘의 습격에 황제는 단숨에 허를 찔린 듯, 소호의 깃털이 부딪혀서 황제의 몸을 폭발시켰고 전욱의 암창이 황제의 뒤통수를 꿰뚫은 듯 했다.

스스스

그러나 황제는 뻣뻣이 서서 미동도 하지 않은 채 버텼다. 말 그대로 전설의 금강불괴가 현신한 듯한 모습이었고, 황제에게 피조차 흘리게 하지 못한 것이었다. 이 상황은 오제들에게도 뜻밖이었는지 둘은 경악했다.

[아니.]

[어떻게 이럴 수가….]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소호금천이든 전욱이든 삼황조차 쉽게 상대할 수 없는 공격력을 지닌 자들인데 황제는 어떻게 버틸 수 있단 말인가? 심지어 반고의 혼을 강신한 복희조차 오제의 저돌맹진에는 몸을 사릴 정도였거늘!

황제가 나직이 말했다.

[너희 모두는 위대한 혼돈의 일부. 그 혼돈은 무한히 제멋대로이니, 너희가 이런 반응을 보여도 이상하진 않다. 나 또한 그러니까.]

[무슨 소리요.]

[위대한 혼돈의 계획에 따라 위대한 씨앗이 심어졌다.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통제력을 없애고 힘의 배양에만 집중한 결과 너희가 만들어진 것이지.]

스스스

황제가 두 손가락을 모으더니 그 손가락 끝에 황금빛이 모였다. 황제는 그 손가락으로 곧장 소호를 가리켰다.

[하지만 반역이라니. 더 이상 써먹을 데가 없군. 잘 가거라.]

[뭣….]

퓨웅!

소호의 몸에 금빛 광선이 닿인 순간이었다. 소호의 몸이 통째로 분해되려는 현상이 일어났으나 그 순간 소호의 몸을 태극(太極)이 뒤덮었다. 그리고 태극이 그 대신에 분해되면서 소호는 그저 피를 토하며 뒤로 물러났을 뿐이었다.

그리고 소호를 소멸시키는 데 실패한 황제가 서서히 뒤를 돌아보았다.

[분명히 건곤일척의 대결에서 내가 간발의 차이로 승리했을 터…. 그대는 죽었어야 한다, 복희.]

쿠구구구

[헌데 부활하다니 어떻게?]

그랬다.

방금 전까지 빈사상태로 죽음만을 기다리고 있던 복희의 전신이 백색으로 번뜩이더니, 순식간에 완벽한 상태로 부활한 것이다! 복희의 힘은 도리어 방금 전보다 더욱 강대해진 듯 어마어마한 영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복희가 황제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대는 하나지만 우리는 둘이다. 그대는 그 차이를 간과했군.]

[…….]

황제가 이윽고 뭔가 눈치챘는지 나직이 말했다.

[그렇군…. 반고의 혼을 강신한 동안은 누구 하나가 죽어도 다른 하나가 살아있다면 부활할 수 있다는 뜻인가?]

[그래.]

[…말도 안 되는군.]

복희의 눈이 빛났다.

[그것이 바로 우리의 권능이다. 이 권능을 본따 음양(陰陽)을 창안했노라.]

우우웅!!

어느 새 복희의 곁에는 여와가 떠올라 있었다. 그리고 복희와 마찬가지로 여와의 손에도 오행신옥이 떠올라 있었다. 동시에 2개의 오행신옥이 존재한다는 모순이었지만, 지금의 두 신좌에게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우리는 창조신 반고의 직계.]

[질서의 진정한 수호자.]

잠시 후 둘이 동시에 오행신옥을 빛나게 하며 외쳤다.

[혼돈이여, 태초의 질서로 되돌아가라!!]

쿠오오오오

[크으으으아아아아…!!]

황제의 전신이 삼황 둘의 합공에 불타오르는 듯 했다. 복희가 만들어낸 거대한 태극팔괘가 황제의 몸을 팔각형의 형태로 뒤덮었고 그 안에서 여와의 월광(月光)이 무한히 분열하며 터져나갔다. 황제는 이번에야말로 진짜 위기인지 끔찍한 비명을 토해내고 있었다.

‘이긴 건가!!’

나는 내심 뛸듯이 기뻤다. 방금 전 황제가 모두를 다 때려눕히며 전진할 때는 공포스럽기 그지없었지만 부활한 복희가 여와와 함께 상황을 정리하는 것이다!

그러나 내가 기뻐하고 있을 때 복희의 말이 머릿속에 들려왔다.

[백웅. 뭔가 이상하다.]

[네?]

[…황제를 질서의 힘으로 봉인하는 중인데 저 자가.]

이어진 복희의 말이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불러일으켰다.

[‘누군가’를 부르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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