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0====================
사신지혼(四神之魂)
신술!
나는 태상노군의 말을 듣자마자 삼황 복희의 엄청난 호의를 깨달았다.
‘정말로 그는 내게 많은 걸 주려 하는구나!’
방금 전에는 혼돈의 재능을 일깨워 준데다가 신술까지 가르쳐 주다니! 사실상 내가 배울 수 있는 것 중에서 최고수준의 가르침을 얻는거나 다름없다. 만일 일개 인간이나 신선이 이 정도 호의를 얻었다면 천하의 황제가 되는것보다 더한 기연이라 할 수 있었으리라.
하지만 나는 얼떨떨해서 태상노군에게 말했다.
“저기 지금 복희 스승님께서 여와, 신농과 함께 황제와 싸우러 간 걸 두 분은 알고 계십니까?”
“……!!”
“스승님이 만신전에 직접 쳐들어가셨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가 신술을 배울 정도의 여유가 있을까요….”
내 무덤을 파는 말일지도 모르지만 일단 말을 해야할 것 같다. 왜냐하면 이 정도로 복희가 내게 도움을 준 상황이라면 복희가 만일 황제에게 져서 끝장난다면 이 세계에서 내 목숨도 끝장이라는 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신술을 배우다가 갑자기 황제일파가 쳐들어와서 붙잡히고 고문당하는 상황같은 걸 대비해야 한다.
“뭣이….”
그 말에 태상노군과 원시천존이 움찔했다. 그들이라 해도 놀랄 정도의 일인 듯 했다. 그리고 잠시 후 태상노군이 말했다.
“그렇다 해도 우리가 해야할 일은 달라지지 않는다. 따라오거라.”
“네.”
나는 태상노군을 따라갔다. 잠시 후 태상노군은 고요하고 좁은 수련도방같은 곳으로 들어가서 가부좌를 틀고 앉았고, 내게도 자리를 권유하듯 손짓을 했다. 나는 태상노군과 마주 가부좌를 틀었고 태상노군이 입을 열었다.
“스승님께 들었다. 너는 이미 신술에 대한 지식이 있다고.”
“…네.”
“무엇을 알고 있나?”
나는 숨기면 손해라는 걸 깨닫고 천천히 대답했다.
“신술 창천대신광(蒼天大神光)과 술수인 남극광갑(南極光甲)을 쓸 수 있으며 보패 남극칠광기(南極七光旗)의 사용법을 알고 있습니다.”
사실은 원시천존의 사제이며 복희의 방계 제자인 남극선옹의 가면덕분에 알고 있는 것들이었다. 그의 가면을 덮어썼을 때 그 지식들이 내 머릿속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내 말을 들은 태상노군이 눈에서 이채를 띄며 말했다.
“남극선옹을 위해 만들어진 술수를 모두 알고 있군. 어찌 그럴 수가 있지?”
“…….”
“남극칠광기는 심지어 아직 고안만 해뒀을 뿐 제작에 들어가지 않은 보패다. 남극선옹도 수련중이라서 한사람 몫을 하게 되면 졸업선물로 주려고 생각하고 있었지. 너는 만들지도 않은 보패의 사용법을 알고 있는가.”
“어…. 그, 그게.”
“수상하군.”
태상노군은 그렇게 말했으나 이내 무심하게 말을 이었다.
“하지만 난 스승님의 명을 따를 뿐. 더 이상 캐묻진 않겠다.”
“…감사합니다.”
“그럼 신술 창천대신광을 한 번 써 보라. 그걸 보고 신술의 개선점을 알려줄 터, 또한 네가 새로 배울만한 신술을 가르쳐 주겠다.”
“…….”
“왜 그러지?”
“어… 그게…. 전 신력을 이용해서 술법을 쓸 수 있는 편인데, 신력이 너무 많아서 제어가 안되면 그 방법을 쓸 수 없습니다.”
흑웅이 있을 때는 음신지력을 소모해서 창천대신광을 시전할 수 있으나 지금은 안 된다. 흑웅이 없을 때도 일전에 임의로 써본 적이 있어서 이후에도 쓸 수 있는지 연습해 보았지만 이후에는 잘 되지 않았다. 정확히는 드문드문 시전이 되긴 하지만 성공률이 너무 낮고 불안정했다.
내 말을 들은 태상노군은 바로 원리를 알아들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화신이나 사도처럼 술법을 쓰는군. 그러면 순수하게 술법을 수련해서 쓰진 못하는가?”
“네.”
“스승님께서 네 재능이 최악이라 하셨는데 사실이었나….”
한탄하듯 중얼거린 태상노군이 말했다.
“사제여. 그러면 너는 신술과 일반 술법의 차이점을 잘 알고 있는가?”
“신술은 태극을 이용해서 혼돈의 흐름을 움직일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술법은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맞다. 또 하나의 큰 차이점이 있다면 신술을 시전하는 자에게 혼돈의 재능이 있다면 그 위력이 증폭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일반 술법사가 가질 수 없는 특성이며 스승님이 창조한 신술이 위대하다는 증거다.”
“혼돈의 재능?”
처음 듣는 이야기다. 태상노군이 천천히 설명했다.
“신술도 일반술법과 마찬가지로 술법의 요소를 갖추면 발동된다. 다만 그 요소에 혼돈의 특성을 알맞게 맞춰서 시전할 경우 신술의 위력은 급증하게 되고, 보패까지 합세하게 되면 그 위력이 급격이 증폭한다. 최소한 그냥 시전할 때보다 10배는 강력해지게 되지. 아무리 수련해도 어떤 수준에 도달하면 위력에 한계가 생기는 일반 술법과는 다르다.”
“흐음…!!”
나는 태상노군의 설명을 이해하려고 머리를 굴리다가 말했다.
“즉 술법, 혼돈의 재능, 보패 3가지가 조화를 이뤄야 신술이 강력해진다는 거군요.”
“바로 그것이다. 조화는 스승님이 가장 선호하는 이치일지니.”
나는 그제서야 과거에 남극선옹의 가면을 썼을 때 남극선옹이 제일 먼저 보패 남극칠광기를 소환하려 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냥 창천대신광을 써도 강력했지만 보패를 같이 쓰면 그 위력의 10배 이상 낼 자신이 있었던 것이다.
“네가 신력을 변환시켜 신술을 쓰는 자라면, 네 신력의 성질에 맞춰서 보패를 제작해야 한다.”
“신력의 성질에 맞춰서요?”
“보패를 제작하는 건 원시천존이 잘 하니 나중에 배우던가 해라. 그는 신력으로 술법을 다루는 존재들과 종종 교류하기도 했으니 방법을 알고 있을 것이다.”
심드렁하게 이야기한 태상노군이 다음 설명으로 넘어갔다.
“그렇다면 내가 네게 가르쳐줄 수 있는 건 신술 태극도다.”
“……!!”
“참고로 이 술법은 강력한 봉신(封神) 술법이며 경우에 따라 신을 죽일 수 있다. 나는 이걸로 지상의 사악한 소악신(小惡神)들을 몇 죽인 바 있다.”
태상노군이 김빠지게 설명을 했지만 나는 그 위력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신술 태극도!
과거 태공망이 태극도를 썼을 때 나를 봉인시켜서 거의 죽기 직전까지 몰아갔었기에 모를 수가 없다. 태극도를 보패 타신편과 함께 쓸 수 있다면 굉장한 위력이 나온다는 건 이미 태공망과의 싸움에서 입증된 셈이다. 이것이야말로 내가 원하는 목표에 가장 직접적으로 다가가는 술법이 아닌가?
내가 태극도를 배운다면 엄청난 전력향상이 있을거라는 생각에 나는 침을 꿀꺽 삼키며 태상노군에게 말했다.
“가르쳐 주십시오!”
전생한 후 태공망에게 배우는 건 무릉도원의 봉인지까지 가기 위한 조건이 너무 까다롭고 태공망을 설득하는 것도 불가능에 가까워서 반쯤 포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설마 태상노군이 태극도를 직접 가르쳐줄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태상노군이 말했다.
“태극도를 익히기 위해서는 선결조건이 있다.”
“선결조건이 무엇입니까?”
“총 여섯 가지가 있다. 먼저 황천(黃天)과 창천(蒼天)의 술법계통에서 적어도 하나를 통달해야 한다. 또 하나는 술법을 시전할 때 무영창(無詠唱)이 가능한 경지에 이르러야 한다. 또한 팔괘(八卦)를 쓸 줄 알아 최소한 팔괘를 응용한 진법을 생성할 수 있어야 한다.”
“…….”
“그리고 혼돈의 재능을 각성한 상태여야 하며, 음양신(陰陽身)을 자유자재로 분리하고 합체시킬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술력 또한 보패를 계속 시전해도 모자람이 없을 정도로 높아야 하지. 여기까지를 달성해야 태극도의 수련에 입문할 수 있다.”
“뭐, 뭐가 그리 까다롭습니까?”
나는 기가 막혀서 반문했다.
여섯 가지 조건 중에서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게 없다. 하나만 이루어도 지상세계에서는 초일류 술법사로 불리고도 남는다. 그런데 6개의 조건을 모두 달성해야 하며 그나마도 수련에 입문할 수 있는 조건이라니!
태상노군이 말했다.
“이게 까다로운가? 수십억 년을 살아가는 우주의 [옛 지배자]에게 타격을 줄 수 있는 술법을 배우는 조건 치고는 간단하지 않나….”
“…….”
“너는 이 조건 중에 몇 개를 만족하고 있는가.”
나는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어디 보자.’
술법계통의 통달은 잘 모르겠다.
그리고 술법을 무영창으로 쓸 수는 없다. 그렇기는 커녕 초급술법경지에 불과하다. 무영창은 최소한 상급 술사인데 지금 내 순수한 술법실력으론 어림도 없다.
팔괘는 공부해서 조금은 쓸 수 있는데 진법을 만들 수 있는 수준인지는 아슬아슬하다.
혼돈의 재능은 방금 전 각성했던건가…?
음양신을 자유자재로 분리하고 합체시킬 수 있는 건 아마 예전에 태공망이 음신과 양신으로 자기자신의 힘을 나눴던 일 같은데, 당연하게도 나는 할 수 없다. 엄청난 술법경지다.
술력은 신력이 강대하니 만족했다고 할 수 있다.
“…두 개? 아니 한 개…인 거 같습니다.”
확실치 않은 걸 모두 제하고 나니 태극도의 요구조건을 거의 만족시키지 못한 듯 하다. 내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하자 태상노군이 말했다.
“기지도 못하는데 날게 할 순 없는 법이거늘…. 스승님께선 어찌 내게 이런 시련을 주셨을까.”
“…….”
“좋다. 그러면 약식으로 신성을 봉인하는 요령만 알려주마.”
뜻밖의 말에 나는 눈을 둥그렇게 떴다.
“네? 태극도를 정식으로 안 배워도 그것만 배울 수 있습니까?”
“가능하다. 다만 진짜 태극도와는 달리 그저 신의 헛점을 찌를 뿐이며 잔재주다. 그래도 배우겠나?”
“네!”
그거라도 어딘가!
“나는 스승님의 명을 거역할 수 없다. 그리고 스승님은 네가 신을 죽이고 싶어하는 게 느껴진다 하셨으니, 네게 이 요령을 가르쳐주면 태극도를 가르쳐준 셈 치자.”
“…알겠습니다.”
“백웅. 네 정신을 집중해서 손바닥에 태극을 그려라.”
나는 시키는 대로 했다. 태상노군은 내 손바닥에 자신의 손을 올리면서 말을 이었다.
“태극 위에 팔괘를 그려라.”
“…네?”
“상념만으로 해도 좋다. 해 봐라.”
나는 상상력으로 태극 위에 팔괘를 그려보았다. 하지만 머릿속에서 그리는 도형이 자꾸 꼬여서 잘 되지 않았고, 그렇게 한참을 낑낑대어서야 겨우 모양이 잡히는 듯 했다. 태상노군이 말했다.
“태극을 회전시켜 팔괘를 바깥으로 튕겨내어라. 외전(外轉)시키는 것이다.”
“윽….”
“이 형상이 완결되면 다시금 육십사괘(六十四卦)의 괘수를 걸고 무한의 변화를 읽어낸다. 여기까지 한 후 상대의 신성(神聖)을 감싸는 혼돈의 흐름을 태극외전의 힘으로 멈추면, 불멸의 힘을 지닌 신성이 파괴가능한 상태로 변화한다.”
“…….”
“태극은 만유를 멈추는 지렛대. 그 태극을 이용해 상대의 신성을 멈춰버려서 지속적으로 약하게 만든다. 그리고 약해진 신성은 봉인할 수 있게 되는 거지. 이것이 태극도의 원리다.”
너무 어렵다.
나는 허탈해져서 말했다.
“이걸 어떻게 합니까? 어떻게 해야하는지 감도 안 잡힙니다.”
“그래서 앞서 말했던 여섯 가지의 선결조건이 필요한 것이다. 하나하나의 조건을 지니고 있어야 태극도의 원리를 실에 꿴 것처럼 구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라도 부족하다면 [옛 지배자]라고 불리는 절대신의 신성에 흠집을 내는 건 어림도 없는 일.”
“으으.”
“허나 요령으로라도 태극의 외전을 깨우친다면 잠깐 신성의 혼돈을 벗기는 것까진 가능한 일. 지금부터 그걸 가르쳐 주겠다.”
나는 태상노군의 가르침을 받기 시작했다. 가르침이라 해도 정식 태극도가 아니라 그저 요령에 불과했지만, 그것만으로도 태상노군의 입에서는 도교 절세비학의 가르침이 쉴새없이 쏟아졌다. 그리고 나는 재능이 없었기에 그걸 듣고서 하나도 알지 못했다.
그렇게 약 두 시진이 지났을까, 나는 결국 정신적으로 지쳐서 태상노군에게 말했다.
“못하겠습니다…. 요령도 너무 어렵습니다.”
요령을 외우는 건 머릿속에 박힐 정도로 했지만 이 요령조차도 엄청난 오성(悟性)이 필요하다. 술법천재 중의 천재가 아니면 요령조차 시전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가? 못하면 어쩔 수 없다.”
태상노군은 지극히 담담한 태도였다. 내가 익히고 못 익히고는 별 상관이 없어 보였다. 말 그대로 스승이 시키니까 가르칠 뿐 그 자신은 내게 아무런 감정도 애정도 없는 것이다.
태상노군이 말했다.
“더 못하겠으면 원시천존에게 가라. 그가 하고싶은 말이 있는 것 같다.”
“네.”
나는 태상노군에게서 물러나서 원시천존에게 갔다. 그리고 원시천존에게 갔을 때 그가 나를 반가워하며 말했다.
“왔구나, 백웅 사제여.”
“저기…. 이제 저희는 복희 님을 기다리기만 하는 겁니까?”
“아니 그럴 순 없다. 우리의 힘이 많이 부족하다 해도 가세해야 마땅할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껏 네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원시천존이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사불상 위에 올라탔다. 그리고 옆에서 또 다른 영수가 걸어나왔고 원시천존은 내게 타라는 듯 권유하는 손짓을 했다. 나는 정체모를 노란색 닭처럼 생긴 영수의 등 위에 올라탔고, 원시천존이 말했다.
“만신전으로 가자. 백웅 사제.”
“…….”
“왜 탐탁치 않은 표정인가.”
“어… 그게요…. 우리가 간다고 과연 도움이 되겠습니까.”
아까는 복희를 무작정 따라가려는 생각에 깊게 생각하지 못했지만 생각해보니 지금 만신전에서 일어나는 전투는 전 우주에서 손꼽히는 강대한 신성, 즉 삼황과 황제 공손헌원이 직접 격돌하는 어마어마한 전투다. 거기에다가 오제까지 황제의 편을 들어 싸울 테니 엄청난 혼란이 일어나고 있으리라. 그리고 나는 물론이고 원시천존이나 태상노군도 오제 중 하나의 힘에 미치지 못하는데 그 싸움에 끼어들어서 과연 뭘 할 수 있을까?
내 말을 들은 원시천존이 말했다.
“나와 태상노군이 힘을 합치면 황제의 권속 중 하나를 붙들어맬 수 있다. 거기에 사제가 힘을 보태준다면 스승님께서 황제를 상대하기 수월하게 해줄 수 있겠지.”
“가능하겠습니까?”
“가능하든 아니든 스승님께서 싸우는데 우리가 가지 않는다는 선택지는 없다. 단지 사전에 스승님께서 내리신 명이 있어서 그대에게 가르침을 주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여기에 대기하고 있었을 뿐.”
그렇게 말한 원시천존이 어느 새 옆에 있던 태상노군에게 말했다.
“자네와는 오랜 인연이었군. 오늘이 아무래도 우리의 마지막 날이겠지.”
태상노군이 잔잔하게 웃었다.
“최선을 다해봅세.”
눈을 빛냈다.
“사제의 잠재력을 기대하겠네. 그럼 가자, 사불상!”
파앗!!
다음 순간 - 나는 만신전으로 이동해 있었다.
그리고 이동한 순간이었다.
퍼버버벅
[크하하하하하.]
어둠의 거인, 전욱이 광소를 터뜨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손에 들려있던 거대한 창이 은염의 거인 신농의 옆구리를 꿰뚫고 있는 중이었다. 신농은 전욱의 암창이 자신을 난도질하지 못하게 창날을 꽉 붙잡고 있는 듯 했다.
전욱이 즐거워하며 외쳤다.
[신농이여. 살다보니 내가 거신의 지존을 죽이는 날이 오는구려!]
[후후. 그런가 전욱?]
신농은 전욱의 말에 창날을 천천히 빼어내기 시작했고 전욱은 그 행동을 막으려 했으나 신농의 힘이 더욱 강한 듯 했다. 신농이 암창을 거의 다 빼냈을 때 뜻밖의 일이 일어났다.
치링!!
갑작스레 종소리같은 게 울리더니 신농의 움직임을 멈추었다. 신농이 암창을 다 빼내지 못하고 비틀거리자 전욱이 다시금 암창을 세게 찔러넣었고, 신농은 침음성을 흘렸다.
[크윽….]
[끝장내 주겠소.]
[크크큭.]
신농이 비직 웃더니 뒤를 돌아보았다.
[비겁하구나 제곡. 일대일 대결에 계속해서 끼어들다니….]
파앗
그 말에 허공에서 제곡이 모습을 드러냈다.
[일대일이라 한 적은 없지 않은가? 이건 전쟁. 충분한 전력을 모아오지 않은 그대들의 불찰이오.]
[크큭…. 합공도 서슴지 않는가.]
[…….]
전황이 아군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것 같자, 원시천존이 내게 말했다.
“사제. 잘 듣게. 신농을 구원해야 하네.”
원시천존의 말과 함께 나는 신들의 전쟁터에 뛰어들게 되었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나와 태상노군이 제곡을 상대하겠네. 자네는 그 틈에 전욱에게 한 칼을 먹여서 신농을 구원해 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