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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지혼(四神之魂)
황제의 말에 복희가 대답했다.
“거절한다.”
[…….]
너무나 단호한 대답. 황금의 짐승이 물끄러미 복희를 바라보자, 복희는 엷은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너무 기분이 좋군. 네가 건넨 손을 뿌리친다는게.”
[그저 그것뿐인가?]
“아니면 어쩔 셈이지? 거절한다는 건 달라지지 않아.”
[그렇군….]
그들은 둘 다 서로의 속마음이나 패를 보여주지 않는다.
그저 의사를 확인할 뿐이었다.
끼기기기 -
황금의 짐승은 알 수 없는 기음성을 토해내었다. 그 짐승의 눈이 한 순간, 완벽한 어둠으로 퀭하고 물들었고 마치 경고하듯 말했다.
[나는 깨달았노라. 너만 쓰러뜨리면 나머지는 아주 쉬운 상대라는 사실을!]
파앗
그 말을 끝으로 황금의 짐승이 차원문과 함께 사라졌다. 이윽고 장내에 오제의 흔적이 하나도 남지 않게 되자 복희가 그제야 어깨를 쭉 펴며 기지개를 켰다.
“만날 때마다 하나씩 떡밥을 던지고 가는군. 성가신 녀석.”
“떡밥이라고요?”
“그래.”
복희는 무감각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황제는 늘 저런 식이다. 여러 번 맞닥뜨렸지만 그 때마다 진위를 알 수 없는 정보나 혹할만한 사실을 하나씩 뿌리면서 사람의 흥미를 돋구지. 나는 이걸 ‘떡밥’이라고 부르는데, 마치 상대를 물고기 취급하면서 낚시를 시도하려는 것 같아.”
“…….”
“물론 저 놈이 던지는 떡밥이란 걸 무시하면 그만이긴 해. 문제는 그 떡밥이 늘 무시하기 힘든 거라는 거지만.”
“[만신을 파괴하는 자]라는 게 대체 뭘까요?”
“글쎄? 어차피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황제는 나를 놈의 의도대로 이용하려고 미끼를 던졌을 뿐이야. 난 이번엔 그의 말을 무시하는 게 낫다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복희가 가볍게 일축하려는 태도에 불안감을 느꼈다.
‘[만신을 파괴하는 자]라는 건 분명…. 내가 전생하면서 태공망에게 들었던 기억이 난다.’
나는 예전의 기억을 떠올렸다.
[고대에 봉인된 것은 인간의 권능만이 아니오. 그건 사실 사소한 일이지. 진짜 중요한 건 [만신(萬神)을 파괴하는 자] 또한 함께 봉인되었다는 사실이오. 그 자가 풀려나면 모든 것이 끝장이기에…. 몇 겹으로 봉인을 걸었던 것이오. 우리는 이 방법에 아무런 희망이 없다 하더라도 실낱같은 평화를 위해 우리의 모든 것을 걸고 있는 것이오. 당장 모든 것이 파멸하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만신을 파괴하는 자?]
[그렇소…. 이 원시천반이 1차 봉인의 열쇠란 걸 알고 있는 건 오로지 삼황 여와와 삼청뿐이었소. 오제(五帝)조차 그 사실을 모르오.]
무릉도원의 원시천반과 혈주를 지키고 있던 태공망. 그 자는 분명히 그 장소에 봉인되어 있는 게 [만신을 파괴하는 자]라고 했었다. 원시천반의 혈주는 1차 봉인에 불과하며 진짜는 2차 봉인이라는 말이었다.
그때 내가 항우와 함께 갔기에 적으로 만나서일까, 그 이야기를 자세히 듣지는 못했지만 여하튼 분명히 언급이 되었던 것이다. 황제가 하필이면 그 존재에 대해서 언급한다는 건 찝찝한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복희가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보니 황제의 수법은 너와도 꽤 닮아있구나. 그렇지 않으냐?”
뜻밖의 말에 나는 깜짝 놀랐다.
“네?! 그, 그럴 리가요!”
“너와 정말 비슷하군. 너도 아까부터 내게 무시할 수 없는 흥밋거리를 제공하면서도 정말 중요한 정보는 밝히지 않고 있지 않느냐? 딱 황제의 수법이군. 하하하하하.”
“…….”
“네가 좀 더 솜씨가 좋구나. 황제는 나를 낚지 못했지만 너는 나를 낚고 있으니.”
뭐라 할 말이 없어서 입을 닫고 있자 복희가 은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 네가 바깥세상에서 왔다면 아는 걸 좀 말해 봐라. 당연히 [만신을 파괴하는 자]에 대해서 뭔가 알고 있기에 한 말이겠지?”
“그, 그건.”
“대답하지 않는다면 너를 이 차원에서 추방해볼까 생각중이다. 전욱이나 소호처럼 말이지.”
“헉…!!”
복희는 빙긋 웃었다.
“괜찮다. 쇠심줄보다 질긴 목숨을 지닌 너라면 어떻게든 차원을 넘어 돌아와서 내게 빌붙으면서 낚싯거리를 제공하려고 악을 쓰고 달라붙지 않겠느냐?”
“…….”
“하하. 너는 할 수 있다. 큰 부담갖지 말고 편안히 다 털어내거라.”
“네….”
뭘 할 수 있다는 거야, 젠장할!
나는 복희의 위협에 어쩔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방금 전 태룡의 울음소리로 내가 바깥으로 내쫓긴다면 도저히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어쩌면 오제쯤 되니까 추방으로 끝나는 것일 뿐이고 나 같은 필멸자가 당할 경우 산산히 부서져버릴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제가 아는 건….”
나는 과거에 항우와 함께 태공망을 치러 무릉도원에 들어갔던 일, 그리고 그와 상대하면서 봉신혈주의 봉인을 풀거나 태극도를 맞상대했던 일 등을 이야기했다. 또한 [만신을 파괴하는 자]에 대한 언급도 이야기하자, 복희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부채로 자신의 귀밑머리를 살짝 긁는 듯 했다.
“흐음.”
“이게 전부입니다.”
“너는 굉장한 모험을 하며 살아왔구나. 하긴 여기까지 온 걸 보면 평범한 인간은 절대 아니다만.”
감탄하듯 중얼거린 복희가 말을 이었다.
“그래서 너는 [만신을 파괴하는 자]가 실제로 존재하며 후세에 내 사손(師孫)이라 할 수 있는 태공망의 손에 의해 봉인이 지켜진다는 말을 하는 거군. 또한 그 일에는 내 혈육인 여와도 크게 관련되어 있고.”
“그렇습니다. 태공망은 봉신혈주의 진짜 봉인의 정체를 알고 있는 건 여와뿐이라고 언급했었습니다.”
“그런가.”
복희는 잠시 생각을 정리하는 듯 하다가 말했다.
“황제의 말은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고 [만신을 파괴하는 자] 또한 실재한다는 뜻이겠군. 하지만 그러면 뭔가 이상하지 않느냐?”
“네? 어떤 게 이상합니까.”
“오늘 나와 황제의 만남은 거의 정해져있는 일이었다. 나는 네가 있든없든 황제와 오제가 날 찾아오는 걸 피할 생각이 없었고, 황제도 나를 만나서 그 얘기를 하려 했겠지. [만신을 파괴하는 자]에 대한 이야기를.”
“……?”
“즉 외부의 변수라고 할 수 있는 너와의 만남과는 관련없이 진행되는 본원적 사건. 다시 말하자면 이 세계가 ‘과거의 역사’라고 한다면 ‘현실에 일어났던 일’인 것이다. 현실역사에서도 황제는 내게 똑같은 말을 했겠지. 그렇지 않나?”
“어……. 그렇겠군요.”
복희는 날카로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방금 전 변수가 영향을 미쳤다. 그게 문제다.”
“무슨 말입니까?”
“바로 너다.”
나?
내가 뜻밖의 말에 놀라서 복희를 쳐다보자 복희가 말을 이었다.
“나라고 해도 황제의 떡밥을 피하려는 마음을 늘 먹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사실 황제의 말에 좀 마음이 혹했다. 하지만 네가 [바깥 세계]에서 왔다는 말을 들었기에 황제의 말을 일단 무시하고 너를 통해서 한번 더 검증하고픈 생각이 들었던 거다. 결국은 네 존재가 내 ‘거절’의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이지.”
“아…!!”
“이는 현실의 역사와 이미 달라졌을 수 있다는 뜻. 아니, 아마도 그렇겠지.”
저렇게 말하는 걸 보면 복희도 원래라면 황제의 제안을 받아들였을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이런 걸 신의 용어로는 [분기(分岐)]라고 한다.”
내가 침을 꿀꺽 삼키자 복희가 말했다.
“본디 이런 분기가 생겼을 때, [작은 굴레]를 조정하는 경우 문제가 되진 않는다. 굴레를 조정하는 자가 그냥 흐름을 거슬러 올라 과거를 편집해 버리면 관련된 필멸자의 기억까지 모두 바뀌기 때문이지. 그리고 작은 흐름이 큰 흐름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은 제한적이기에 커다란 사건은 반드시 일어나게끔 되어 있는 게 시간의 원리이기도 하다.”
“지금은 문제가 되었단 말입니까?”
“그래. 너도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나나 황제 같은 대신(大神)들 사이에서 일어난 사건은 [작은 굴레]를 써서 편집할 수 없어. 왜냐하면 우리 서로가 시공간을 조작하는 능력이 있으므로 서로 과거를 되돌리려 하다보면 무한대로 다투게 되고 힘만 소모하게 되기 때문이지. 그래서 암묵적으로 우리끼리의 일에는 [굴레]를 돌리지 못한다는 불문율이 있다.”
“흠….”
“신들끼리 싸움이 쉽게 결판이 나지 않듯, 역사를 되돌리는 것 또한 암묵적으로 금지되는 편이다. 해봤자 무의미하고, 게다가 신은 바뀐 시간의 [굴레]를 인식할 수 있으니 상대를 일방적으로 팰 수 있는 것도 아냐.”
하긴 그렇다.
서로가 과거를 바꿔쓸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자기한테 유리하게 바꾸려 할 것이고, 그런 행위가 끝없이 반복될 뿐이리라. 그리고 너도 나도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전부 해서는 안 된다는 역설적 합의가 생겨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즉 [작은 굴레]를 제멋대로 바꿀 수 있는 강대한 신성들은 역설적으로 자기들끼리 일어난 일을 되돌릴 수 없다는 뜻이 되어버린다.
“거대한 분기를 한 번의 간섭만으로 뒤틀었다는 것…. 그것은 [만신을 파괴하는 자]가 존재하지 못할 가능성도 생겨버렸단 뜻이 되지. 적어도 네가 칭하는 삼황오제를 초월하는 존재가 개입하지 않는 한은 말이야.”
“…….”
“그래. 넌 지금 치명적인 시간의 모순을 스스로 만들어내었다. 하지만 그 모순에도 불구하고 여와의 기억은 계속해서 진행된다는 건데…. 말 그대로 역리(逆理). 이게 가능한 일인가.”
복희는 부채를 자신의 관자놀이에 갖다 대었다.
“네 말대로 이 세계가 단지 산하사직도 내부의 그림의 세계일뿐이며, 그 기억일 뿐이라면 과연 이런 식의 진행이 가능한가? 시공간의 모순이 갈수록 벌어질 뿐이고 분기를 수복할 수가 없는데? 이 기억의 정체성이 정녕 [여와의 기억]이 맞느냐?”
“그게 왜 문제입니까?”
“이상해. 이게 왜 문제인지 모르는가? 일개 보패의 수준에서 이뤄질 수 있는 일은 절대로 아니야.”
“무슨 말씀을 하고 싶으신지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네가 인식하는 것과 이 세계의 진짜 정체는 다를 수도 있다는 이야기지.”
그렇게 대꾸한 복희는 천천히 말했다.
“우선 백웅, 네가 뭘 하고 싶은지를 듣고 싶군. 넌 뭘 하고 싶으냐?”
“네? 어… 그게….”
뭘 하고 싶냐고?
‘그야 당연히 빠져나가….’
멈칫!
나는 그 말에 곧장 이 세계에서 빠져나가고 싶다고 말하려 했지만 나도 모르게 말을 잇지 못했다. 정말로 지금 당장 이 세계에서 빠져나가는 게 최선인가? 지금 들어온 이후에 얻어낸 정보를 생각하면 좀 더 머무는 게 옳은 선택일 수도 있었기에 나는 머뭇거릴 수밖에 없었다.
‘젠장. 이런 욕심 부리면 안되는데….’
이 세계에서 죽을 경우 전생되는지조차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괜한 욕심 부려서 다 망치는 게 아닐까? 내가 우물쭈물하자 복희가 훗하고 웃었다.
“욕심이 많아 보이는군. 무엇을 위한 욕심이지?”
“…좀 더 많은 정보를 얻고 싶은 욕심입니다.”
“그게 참 재밌군. 보통 인간이라면 일생의 목표가 자신의 존속과 발전에 집중되기 마련이지. 인간이란 ‘무언가가 되길’ 원하는 존재이다. 하지만 백웅 너는….”
복희가 불쑥 내 코앞으로 얼굴을 들이댄 채 눈을 응시했다.
“‘무언가를 하려고’ 살아가는 것 같군. 그렇지 않나?”
“…….”
“이런 위험천만한 상황에서도 그저 정보 하나만 얻으려고 자기 목숨과 저울질하는 건 인간이 할 수 있는 발상이 아냐. 어찌 그게 가능한 거지?”
“제가 유달리 겁이 없는 놈인지라….”
“아냐. 그렇다고 보기엔 죽음의 고통과 그 부담감을 충분히 인식하는 것 같더군. 죽음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신적인 존재의 반응도 아니란 말이지. 그렇다면 죽음 그 자체가 전환점인가? 내가 보기에 넌 아마도….”
“…….”
“흐흠. 얼굴이 창백해졌군. 그럼 뭐 이 정도로 해 둘까.”
씨익 웃는 복희를 보고 있으니 등줄기에 땀이 자꾸 난다. 마치 내 모든 걸 알고 있다는 듯 들었다 놨다하는 게 도저히 지혜로는 눈앞의 복희에게 대항할 방법이 없는 듯 했다.
복희가 말했다.
“그럼 어디 한 번 본론으로 쑥 들어가 볼까?”
“본론이요?”
“자, 가보자고.”
파앗!
복희가 부채를 휘두르는 순간 나는 복희와 함께 순간이동해 있었다. 그리고 내가 나타난 장소는 거신(巨神)들이 가득 존재하는 웬 이계(異界)였다.
쿠구구구….
거신! 저 존재들은 단순히 지상에서 거인이라 칭하는 존재를 넘어서서 전신에 강력한 주술의 힘을 지니고 있으며 초월적인 지식과 경험을 갖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수백만 살은 기본으로 살아가며 실질적으로 불멸자나 다름없는 말도 안 되는 종족이었고 필멸자의 한계를 뛰어넘어 신격이 되는 일도 곧잘 있는 존재들이었다.
그런 거신들이 이 이계에서 여기저기에 마치 잡초처럼 부유하고 다니는 걸 보자 황당할 정도였다. 수천 수만 명의 거신이 아무렇지 않게 돌아다니고 있으니 내가 먼지가 된 것만 같았다.
‘이게 바로 역사의 초기, 거신족들의 세력인가?’
저 거신족 하나하나가 마왕 하나와 대등할지도 모른다 생각하니 숨이 막힌다. 거신족이 전 우주에서 최상위 종족이라는 말이 결코 헛말이 아닌 것이다. 그러나 복희는 아무런 압박도 느끼지 못하는지 거신족들 사이를 부드럽게 헤치고 지나가더니 이윽고 신농을 만났다.
“신농. 다시 만났군.”
[복희! 금세 다시 찾아왔군. 설마 벌써 그 아이의 이름을 지어준 것인가?]
“아니. 지어줄 생각은 없네.”
[뭐라고.]
복희는 잠시 후 충격적인 말을 했다.
“그 아이는 [만신을 파괴하는 자]일 가능성이 높아. 그러니 섣불리 이름을 지을 수가 없어.”
[…….]
신농은 복희의 속을 알아보려는 듯 열염의 옥좌에 앉아서 차분하게 그를 관찰했다. 그러더니 말했다.
[어처구니없는 소리를 하는군. 황제의 헛소리에 속아 넘어갔나?]
“황제가 자네에게도 그 얘기를 했나보군.”
[아까 황제가 찾아와서 헛소리를 하더군. 나는 헛소리를 헛소리로 넘겼으나 친구여, 그대는 아둔하게 속아넘어간 것인가.]
신농이 한탄하듯 중얼거리자 복희가 대꾸했다.
“신농. 말해두지.”
[뭘 말하겠단 건가?]
복희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넌 가짜다. 그리고 이 세계는 가짜 세계다.”
[……?!]
“나 또한 마찬가지로 가짜겠지.”
신농이 황당한 듯 자신의 몸을 둘러싼 은염을 일렁였다. 그러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설마 네가 미쳐버릴 줄이야…. 황제가 너를 조종하고 있구나.]
“아니. 나는 그저 내 소중한 제자의 말을 믿고 따를 뿐이네.”
[제자? 저 인간?]
“후후.”
복희가 부채를 선선히 펴면서 말했다.
“이 세계의 정체를 증명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네. 그것은 바로 이것이 ‘누구의’ 기억인지를 밝히는 거지. 하지만 내가 볼 때 이건 절대로 여와의 기억은 아닐세. 여와의 기억이라면 이야기의 주체가 여와가 되게끔 인과의 틀이 잡혀야 하는데, 내가 진행을 하고있지 않은가?”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군.]
“일종의 소거법일세. 자기자신이 거짓이란 걸 자각하고 있다면 하나하나 제거해 나가는 게 방법이지.”
이어진 복희의 말에 좌중이 경악했다.
“신농. 자네와 협력해서 즉시 삼황의 동맹을 만들겠네. 그리고 [만신을 파괴하는 자]에게 우리 셋의 힘을 불어넣어 각성시키고 다같이 쳐들어가서 황제를 죽이세.”
[……!!]
“시간 끌 것 없이 우리의 힘으로 황제를 죽여버리면 이 세계의 정체가 확실해지지 않겠나?”
웅성웅성
복희의 말에 옆에 있던 강대한 거신들이 웅성거렸다. 그 중에는 내가 예전에 봤던 축융과 열도 있었기에 신선한 느낌이 들었다. 그 말을 들은 신농은 잠시 옥좌에 턱을 괴고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복희. 내가 보기에 그대는 좀 미쳐버린 것 같네. 허나 힘을 빌려주겠다는 건 진짜인 것 같으니, 그대의 결단에 본황은 크게 기꺼워하네.]
“이해해줬군.”
[이해는 하지 못했으나 힘은 합치면 되는 법.]
쿠궁….
신농이 옥좌에서 일어서더니 은염으로 충천한 눈빛을 뿜어냈다.
[여와를 소환할 수 있나?]
“지금 소환하지.”
[그녀가 힘을 빌려준다는 걸 믿을 수가 없는데 동의는 받았나?]
복희는 훗하고 웃었다.
“내 혈육은 내가 떼를 쓰면 대개 들어준다네.”
[좋아.]
신농은 둔중하게 한 걸음을 내딛었다.
[그럼 따라오게. 다소 이른 감은 들지만 그 아이를 각성시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