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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검신-1104화 (1,101/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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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지혼(四神之魂)

전욱이 암창을 쏘아내자 복희와 내가 서 있던 공간이 그대로 암창의 어둠에 휩싸여버렸다. 전욱이 쓰는 권능의 특징은 인과를 조작하기 때문에 회피도 방어도 불가능하다는 점이었고, 설령 방어한다고 하더라도 알 수 없는 관통력으로 팔부신중의 본체라 해도 꼬치처럼 꿰어버리는 공격력이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어둠이 내 시야를 휩싼 순간 그게 내 28번째 죽음인 줄 알았다.

‘살아있다!’

그러나 기이하게도 어둠이 사위를 둘러쌌음에도 나는 전혀 다치지 않았으며 죽지도 않았다. 뿐만 아니라 옆에 있던 복희는 여전히 느긋하게 부채를 부친 채 앉아 있었다. 복희는 훗하고 웃더니 부채를 가로로 저었다.

“전에 충고했던 걸 전혀 듣지 않았군, 전욱.”

촤악!

그러자 어둠이 씻은 듯이 사라졌고 멀리에 떠 있던 전욱의 본체가 비틀거렸다. 전욱의 거대한 암흑의 몸뚱이에는 마치 커다란 칼날에 베인 듯한 상처가 선명히 새겨져 있었던 것이다.

‘설마 방금 전 부채를 휘두르는 게 공격이었단 말인가?’

전혀 예상치도 못한 상황에 내가 당황하고 있을 때 전욱이 금세 자신의 부상을 회복시키며 포효했다.

[복희! 날 얕보느냐?]

“그다지 그렇진 않다. 너는 황제의 부하 중에는 특출나게 호전적이니까.”

슈우욱

전욱이 암창 수백 개를 허공에 만들어내며 외쳤다.

[저번에도 그러더니, 이런 잔재주를 언제까지 쓸 생각이냐! 권능으로 싸워라!]

“……?!”

[신이 신답게 싸우지 않다니!]

전욱의 외침에 듣고있던 나는 황당한 기분을 느꼈다.

‘뭐라고? 복희가 반격한게 신의 권능을 쓴 게 아니었단 말인가?’

당연히 복희가 삼황씩이나 되는 신격이니 전욱보다 우월한 신력으로 짓누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복희는 ‘잔재주’라고 불리는 모종의 기술로 반격한 것이리라.

복희가 여전히 웃으면서 부채를 부쳤다.

“전욱이여. 그럼 나랑 [작은 굴레]나 돌리면서 천일지투(千日之鬪)를 하고싶단 말인가? 나는 그대와 더불어 뜨겁게 뒤엉키고 싶은 생각이 그리 없으니 그 제안은 거절하도록 하겠네.”

[무슨 소리냐! 그게 원래 신격의 전투다.]

“‘원래’라는 말을 함부로 쓰지 말게. 나는 신의 권능으로 겨룬다는 사실에 동의한 적이 한 번도 없으니.”

복희는 왠지모를 한숨을 쉬었다.

“자네가 말하는 그런 전투는 나도 수십억 년 전부터 질리도록 해 왔어. 뭐만 하면 신능을 이용해서 과거로 돌아가서 편집하고 수정하고 되돌리고 반사에 또 반사하고 무르기 없다고 도장찍고 안되면 으르렁거리다 꼬투리 잡아서 외우주로 쫓아내 버리고…. 애들 머리끄덩이 잡는 것도 아니고 세상에 이다지도 재미없는 싸움이 어딨나?”

전욱이 어이없다는 듯 팔짱을 꼈다.

[싸움에 재미따윈 따질 수 없다. 늙어서 미쳤구나, 복희.]

“하긴 자넨 신격 치곤 어린 편이니 이런 묘미를 모를 수도 있겠군.”

[흥…. 하잘것없는 지상의 이치 따위로 신의 힘을 거스르는 건 불가한 일이노라!]

쿠구구구

전욱의 거대한 암체가 크게 부풀어오른 듯 했다. 전욱의 안광이 시꺼먼 흑염을 뿜어내며 가공할 기세를 토해냈다.

[우주의 태룡이여, 죽어서 혼돈의 옥좌로 되돌아가라!]

퓨퓨퓨퓽!

다음 순간, 전욱이 수백 개의 암창을 동시에 발사했다. 그 기세는 차라리 마창(魔槍)이 지구의 핵을 꿰어뚫는 듯한 기세라서 삽시간에 천지가 어둠으로 가득 찼으며 대지는 뒤집어지고 모든 것이 아비규환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웅웅웅

그러나 복희와 나는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았다. 복희가 무감정하게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혼돈의 옥좌라니 건방진 소리를 하는군, 전욱. 황제 본인조차 감히 내 앞에서 그런 말을 하긴 힘들 텐데.”

그리고 나는 그 와중에 이 근처만 전욱의 공격에서 멀쩡한 진짜 이유를 알 수 있었는데, 바로 은은한 은빛의 원(圓)이 복희와 내 주변 십여 장을 둘러싸고 있었던 것이다. 일종의 방어막 같았는데 그렇다기엔 전욱의 어둠을 막는 게 아니라 고스란히 투과해버리는 느낌이었다.

웅웅웅웅

그리고 잠시 후 나는 이 은빛의 원이 서서히 갈라지더니 변화하기 시작하는 걸 볼 수 있었다. 둥그런 원 가운데에 한 줄기의 선이 가로지르더니 서서히 이지러졌고, 잠시 후 붉은 빛과 푸른 빛으로 나뉘어서 빙글빙글 회전했다. 나는 그 양상을 지켜보고 있다가 이게 무엇인지 알아챘다.

“태…태극(太極)!”

이 일대가 태극으로 변해있는 것이다! 복희는 내가 태극을 알아보자 미소를 지었다.

“후후. 역시 태극을 알고 있군.”

“복희님. 태극의 힘으로 전욱이 전력을 다한 공격을 어찌 막을 수 있습니까? 그, 그건 절대 불가능….”

나는 말을 잇지 못했다.

태극!

그것은 도가무예의 근원이 되는 이치이자 우도뿐만 아니라 좌도방문에서도 모든 술법의 기초가 되는 이론이다. 태극을 원리로 하는 무공이든 술법이든 셀 수가 없을 정도로 많으며 수천 수만가지는 될 것이다. 그만큼이나 범용성도 잠재력도 무궁무진한 이치였다.

그러나 그 어떤 것도 진정한 신(神)인 삼황오제를 상대로는 무용지물이었으며, 심지어 그 정점에 존재하는 무쌍패라고 하더라도 전욱의 방금 공격을 막을 수 있을지는 창시자 장삼봉조차 자신하지 못한다. 아니, 상식적으로는 못 막을 것이다. 왜냐하면 태극은 일개 이치일 뿐이지만 눈앞의 삼황오제는 그 이치를 주무를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는 진정한 신성들이니까.

심지어 지금은 전욱이 대충 공격한 것도 아니고 삼황을 상대로 하기에 전력을 다했다고 공인한 상태. 내가 예전에 테스카틀리포카가 대충 공격하던 걸 무쌍패로 막아내던 상황과는 아예 다른 수준이었다.

그러자 복희가 말했다.

“이건 막은 게 아니야. 흘린 거지.”

“…흘렸다고요?”

“왜 꼭 막거나 피해야만 하지? 인간들의 싸움을 생각해 보면, 상대가 창으로 공격해 오면 자기도 무기나 주먹을 이용해서 창날을 흘릴 때가 있잖나. 태극으로도 비슷한 일을 할 수 있다.”

“그렇게 말하시니까 그런 거 같긴 합니다만….”

그래서 어떻게 흘릴 수가 있는 거냐고!

내가 아는 상식에서는 도저히 가능한 일이 아니었기에 나는 그저 멍해질 수밖에 없었다. 나는 조심스레 말했다.

“설마 이것도 술법입니까?”

복희가 어둠의 저편을 느긋하게 응시하며 대꾸했다.

“그렇지. 신술(神術) 태극용린(太極龍鱗)이라고 한다.”

“신술?”

설마 아까 부채를 휘둘러 전욱에게 반격했던 것도 신술의 일종이었던 건가?

복희가 차분히 설명을 시작했다.

“백웅 네가 생각하는 대로 태극 그 자체의 리(理)로는 진정한 신격의 힘을 감당하기엔 무리가 있다. 결국 내가 자작(自作)으로 끼워 넣은 하위차원의 이치이기에 상위차원의 힘에는 저항하기 힘들기 때문이지. 이치 자체를 진화시켜 태허(太虛)에 이른 자는 태극의 힘을 증폭시켜 신에게도 맞설 수 있겠지만, 그건 내가 인간들에게 권할 수 있는 길은 아냐.”

그렇게 말한 복희가 가볍게 손바닥을 펼쳤고, 그 손바닥 위에 우웅하는 소리와 함께 조그마한 태극이 떠올랐다.

“알고 있겠지만 신의 근원도 결국 혼돈이다. 그러므로 혼돈에 손이 닿는다면 누구든 신과 싸울 수 있게 되지.”

복희는 그 태극을 살며시 허공에 띄우며 말을 이었다.

“그렇기에 나 복희는 태극이나 팔괘같은 이치를 이용해서 상위차원 혼돈의 물길을 조종할 수 있는 방법을 너희에게 전수해준 것이다. 그것이 바로 신술이며, 통상적인 술법을 초월해서 신격에게도 대항할 수 있는 힘이지.”

츠즈즈즈!!

조그마한 태극이 갑자기 수백 개로 분열하더니 허공에 촘촘하게 박혔다. 무언가 형상을 만들어내던 태극들은 어둠을 집어삼키기 시작했고, 이윽고 더더욱 많은 태극이 허공에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그 태극의 숫자는 어마어마하게 많아져서 마치 거대한 우주공간에 촘촘한 별빛이 유성우처럼 흐르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신술(神術)

태극용린(太極龍鱗)

천변(天變) - !!

태극의 별이 은하수를 만들며 어둠을 강물처럼 씻어낸다!

쿠콰콰콰

다음 순간 전욱이 만들어낸 어둠이 씻은듯이 걷혔고 사방은 언제 그랬냐는 듯 원상태로 되돌아 왔다.

[끝까지 잔재주를!!]

[잠깐, 전욱!!]

[뭐냐.]

복희와 내가 다시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전욱은 재차 암창을 날려서 공격하려 했지만 그때 전욱의 옆에 있던 소호금천이 당혹스러운 듯 자신의 날개를 퍼덕거리며 말했다. 소호금천의 본체는 우주를 베어먹는 거대한 붕조였다.

[요순 저 녀석…. 현계하다 말고 사라졌다.]

요순의 진짜 이름은 따로 들렸지만 왜인지 내 귀에는 그게 요순을 지칭하는 신어라는 게 그대로 들렸다.

[뭣이?]

강림해 있던 오제 중에서 한 자리가 덩그러니 비어있었다. 문양만 남아있을 뿐 소환관문에 존재하던 신격의 존재감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

[뭔가.]

전욱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한 듯 그 빈 자리를 쳐다보았고, 전욱 뿐만 아니라 옆에 있던 제곡(帝嚳)도 백색의 거인 형태로 우묵하게 그쪽을 쳐다보았다.

난데없는 요순의 실종!

그 모습에 대치하고 있던 복희조차도 어리둥절한지 고개를 갸우뚱했다.

“음? 저 녀석 평소에 존재감 없더니 결국 사라져버렸나?”

“…….”

천암비서 때문인가?

나는 이유를 어렴풋이 짐작했지만 이 상황에서 그걸 말해버리면 지금까지 복희가 품던 의심과는 차원이 다른 의심이 쏟아질 거란 걸 알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천암비서 때문이란 건 알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원리인지는 모르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급히 복희에게 말을 걸었다.

“복희님! 이틈에 황제까지 오기 전에 도망치는 게 어떻겠습니까!”

“음, 안타깝지만 그럴 생각은 없다.”

“네?!”

“황제는 이미 와 있기 때문이지. 그리고 난 그를 피할 생각이 없고.”

뭐라고?!

나는 급히 하늘 위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다섯 개의 소환진 중에서 네 개의 소환진이 각각 황제를 제외한 사제이며, 그들이 이미 각자의 자리를 차지한 걸 발견했다. 그러나 황제를 상징하는 듯한 중앙의 황색 문양에는 아직 아무것도 소환되지 않은 걸 알 수 있었기에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황제 자리에는 아무것도 소환 안됐는데요?”

“그렇게 보이나?”

복희가 마치 비웃듯 그 빈 자리를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그는 엄청나게 의심도 많고 계책도 많이 꾸미지. 또한 정면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거의 없어. 그래서 저기가 비어있는 것처럼 보여도 이미 그의 부하가 와 있지.”

“아무것도 안 느껴지는….”

“후후. 특별한 [눈]이 없으면 인식하지 못할 것이네.”

특별한 눈?

‘그래. 화안금정이나 전시안을 써 보자!’

나는 화안금정을 돋우어서 그 공석을 쳐다보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일단 화안금정으로는 안 되었으므로 다음으로는 전시안을 발동시켰는데, 그 순간 눈이 따끔해지는 기분이 들면서 그 텅 빈 공간에 무언가 날개달린 것이 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

저, 저게 뭐야?!

쿠오오오오!!

열 개나 되는 눈알이 달린 괴물같은 게 허공에 둥둥 떠 있다!

게다가 몇 쌍이나 되는 날개가 달려있으며 붉은빛 견갑골이 보였으며 그마저도 마치 현실을 왜곡시키는 듯 일렁여 보인다! 끔찍한 모습이었으나 묘하게 성스러운 기운이 발현되어서 보는 사람을 미치게끔 하는 듯 했다.

“저, 저건 대체….”

전시안을 쓰지 않으면 존재하는 것조차 인식할 수 없다니.

설마 달기 때처럼 격하(格下)의 존재는 인식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존재인가?

“호오. 기백(歧伯)을 볼 수 있군. 하긴 지금 자네가 쓴 건 저 새대가리의 힘을 빌린 유물이니까 같은 혼돈의 계통으로써 당연한 거겠지?”

“기백?”

“나와 여와는 저 자를 기백천사(歧伯天師)라고 부르지. 황제에게는 부하가 많지만 직속전령이자 사도로 쓰는 녀석은 저 놈 뿐이야. 저걸 보낸 걸 보면 황제가 본체를 보내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이 자리를 중요하게 생각했나 보군.”

“강한 놈입니까?”

“내 기준으로는 그다지 쎈 녀석은 아니지만 그래도 웬만한 신 정도는 잡고도 남는 녀석이지. 필멸자의 힘으로는 인식조차 하기 힘든 고위존재다.”

복희가 그렇게 대꾸할 때였다.

스앗!

갑자기 허공에 떠 있던 소호금천이 굉장히 불쾌한 시선을 내 쪽으로 향하며 내게 살기를 뿜어내었다.

[이봐 거기 인간! 네 녀석은 대체 뭐길래 지금 내 힘을 함부로 쓴 것이냐?]

“……?!”

뭐?

나는 소호금천이 무슨 말을 하는지 어리둥절했지만 그 순간 내가 전시안을 사용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아 맞다…!! 전시안은 전국옥새로 쓸 수 있는 능력인데, 전국옥새의 제작자가 소호금천이었어!’

저 말대로라면 전국옥새의 전시안을 사용할 때마다 소호금천의 권능을 빌린다는 소리인 것이다! 그리고 소호금천 입장에서는 이 시대에는 아직 전국옥새를 만들지도 않았는데 난데없이 자기의 힘이 유물에게 빨려나갔으니 기분나쁘고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내가 당황해서 대답을 하지 못하자 소호금천이 내 쪽으로 크게 홰를 치고는 외쳤다.

[이 벌레같은 놈!! 감히 내 앞에서 복희를 믿고 까부는 것이냐!]

“아, 아닙니다!!”

나는 대답을 안 했다가는 죽을 거라는 사실을 깨닫고 외쳤다. 그리고 재빨리 머리를 굴리다가 문득 발상을 전환했다.

‘젠장! 이렇게 된 이상 도박이다!’

나는 갖고 있던 전국옥새를 들어서 크게 손 위로 들었다. 그리고는 소호금천에게 말했다.

“소호금천님!! 이거 사실 제가 만든 건데 공양하고 싶습니다! 받아주십쇼!”

[…….]

[…….]

신들이 모인 자리에서 침묵이 감돌았다.

내 옆에 있던 복희도 호기심어린 눈으로 날 쳐다보고 있었고, 방금 전까지 살기등등하던 소호금천과 전욱도 나를 유심히 보고 있었다. 게다가 제곡까지도 날 보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소호금천이 새의 머리를 앞으로 쭉 빼며 말했다.

[네가 만든 거라고?]

“네! 아주 멋지지 않습니까? 소호금천님의 취향대로 만들었습니다!”

[호오… 그렇군…. 정말 내 취향이다!!]

“네! 당연히 그렇겠죠!”

왜냐하면 미래에 니가 진시황한테 시켜서 만든 거니까 니 취향대로 만든 거겠지요!

나는 속으로 소호금천을 욕하면서도 손을 비비며 말했다.

“화를 풀어 주십시오! 제가 소호금천님을 너무 존경해서 만든 거니까 한번만 봐 주시길!”

[흐음…. 좋다. 근데 너는 복희와 왜 있는 거냐?]

“어…. 그게….”

그러자 옆에 서 있던 복희가 말했다.

“백웅은 내 제자다.”

[복희 그대의 제자라고?]

“우리끼리 싸운다 하더라도 제자한테까지 화를 내는 건 좀 신답지 않은 일 아닌가? 그리고 외경심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 신이 아니지.”

[흐음 그렇군!]

복희가 느긋하게 타이르는듯한 말을 하자 소호금천은 왠지 납득하는 기색이었다. 그리고는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좋다, 그거 내놔라!! 그러면 봐 주겠다.]

“감사합니다! 근데….”

[근데?]

“하는 김에 저한테 축복 좀 주십쇼.”

죽을 때 죽더라도 손해만 볼 순 없다!

[…….]

크으윽…. 될려나?

내가 조마조마하게 소호금천을 바라보자 소호금천이 전에 없이 자상한 목소리로 말했다.

[까짓거 뭐 그정도 소원은 들어주지. 불로불사의 축복을 얻고 싶으냐?]

“아뇨! 저 그딴 거 필요없습니다만….”

전생하는데 불로불사가 무슨 소용이야!

재시작하는데 시간만 걸릴 뿐인데….

[보통은 불로불사를 주면 환장하던데 특이한 인간이군. 그럼 뭐가 필요하냐.]

“어 그게….”

뭘 달라고 하는 게 좋을까?

핵심보물 중 하나인 전국옥새를 바치는 거니까 뭔가 좋은 걸로 받아야 하는데….

사실 이 산하사직도의 세계를 당장이라도 나가고 싶지만 그런 걸 소원으로 빌어봐야 무의미할 것이다.

‘그래, 그게 좋겠어.’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저를 소호금천님의 사도로 삼아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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