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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지혼(四神之魂)
뭐?
파우스트가 이미 전생자의 존재를 수백년 전에 알고 전생자에게 접촉하려고 히든피스를 만들었다고?
뜻밖의 말에 나는 황당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전뇌자에게 말했다.
“말도 안 돼! 내게 흑요석을 받은 것도 아닌데 어떻게 그걸 알 수 있단 말이냐? 삼황오제조차도 내가 말하기 전까지는 모르는데!”
내 반문에 전뇌자가 손을 들었고, 치링 하는 소리와 함께 이 공간에 히든피스의 금회중시계가 구현화되었다. 전뇌자는 시계의 방에서 더욱 확대되었던 커다란 금회중시계를 내게 보여주며 7번째 시침을 가리켰다.
“방금 전 당신에게 말했지? 당신이 모아온 정보를 바탕으로 강인공지능의 연산력이 도출해낸 7번째 침의 정체는 칼파(劫). 칼파가 무슨 뜻인지 알아?”
“몰라.”
“칼파란 겁(劫)의 개념. 찰나의 반대개념이며 무궁무진하게 거대한 시간을 뜻하지. 힌두교에서 말하는 우주창조까지의 기간이며 43억 2천만년을 뜻해.”
“43억 2천만년?!”
뭐가 그렇게 길어?!
내가 어마어마한 시간에 놀랐으나 전뇌자는 아무렇지 않은 듯 했다.
“통상적인 시간관념에서 절대로 칼파는 시간단위로 쓰이지 않아. 철저히 종교적이며 철학적인 관념이지. 그런데도 연금술의 정점에 선 마스터인 파우스트가 칼파를 시간의 단위로 쓴 이유는 간단해. 단 한 가지를 말하고 싶은 거야.”
전뇌자가 힐끔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우주창조]와 [파멸], 이 윤회(輪回)의 고리를 시간의 단위로 쓸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는 걸 암시하려는 거지.”
“……?”
“아직도 눈치 못 챈 거야?”
전뇌자는 내가 고개를 갸우뚱하자 한숨을 푹 내쉬더니 갑자기 너구리인형으로 내 얼굴을 때렸다.
퍽
나는 너구리인형에 맞고 삼 장을 날아가서 땅을 굴렀다. 생각보다 굉장히 아프고 강한 공격이라서 나는 볼멘 소리를 냈다.
“아! 왜 때려.”
전뇌세계인지라 피할 방법이 없어서 내가 속수무책으로 맞고는 볼멘 소리를 내자, 전뇌자가 말했다.
“만일 내가 여기서 멍청한 당신한테 화가 나서 너구리인형으로 때려 죽이면 이 세상은 어떻게 될까?”
…….
저, 저거 진심같은데….
‘암만 그래도 너구리인형에 맞아죽는 건 좀….’
별의별 방법으로 다 죽어봤지만 그건 좀 이상한 죽음같다…. 그렇게 비참하게 죽고싶지는 않다.
나는 전뇌자의 냉막한 눈빛에 움찔하며 대꾸했다.
“어… 아마 멸망하지 않을까?”
“멸망한 다음에 당신이 외양간에서 깨어나는 걸 우주창조라고 볼 수도 있겠지?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답이 나왔네.”
“아…!!”
나는 그제서야 전뇌자의 말뜻을 눈치챘다.
“서, 설마 칼파의 겁이라는 건…. 내 전생(轉生)에서 죽음과 삶이 반복되는 기간을 뜻한다는 거냐?”
“그래, 맞아. 파우스트는 그걸 말하려고 히든피스를 넣어둔 거지.”
“너무 억측 아냐? 7번째 침이 칼파라고 하더라도 꼭 전생을 의미하는 건 아닐 수도 있잖아.”
“히든피스에 암시된 모든 자료를 참조해서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야. 내 분석이 틀릴 가능성은 0.09723% 미만. 틀렸다고 가정하는 게 더 힘들어.”
“흐음….”
전뇌자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칼파의 침을 움직일 수 있는 존재는 전생자뿐. 파우스트 박사가 히든피스를 통해 시계의 방을 만든 이유는 아마 그 방을 해석해서 자신에게 도달할 수 있는 존재는 전생자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겠지.”
“무슨 말을 하려는 거야?”
“파우스트 박사는 당신에게 요청하고 있는 거야. 몇 십 년 후든, 몇 백 년 후든 강인공지능으로 내가 진화한 후에 내 도움을 받아서 히든피스의 7번째 침, 칼파를 움직여서 자신에게 도달해 달라고 문제를 낸 거지.”
“…….”
“물론 당신이 전생자라고 특정하진 못했을 확률이 매우 높아. 알았다면 옛날옛적에 접촉했겠지.”
나는 그 말에 황당해서 말했다.
“왜 그런 행동을 한 거지? 전생자를 어떻게 눈치챈 건지는 모르지만 이렇게 비밀스럽게 접근하려 할 이유가 있나? 그리고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전생자인 내 입장에서 녀석한테 일부러 찾아갈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군.”
이건 파우스트가 일방적으로 만들어둔 문제다. 이 히든피스를 풀지 않더라도 내가 아쉬울 건 없는 것이다. 내 반문에 전뇌자가 대답했다.
“당신도 느꼈겠지만 파우스트는 그 시계의 방을 해석하면 [보상]을 얻게끔 만들어놨어. 파우스트는 당신을 만나는 대가로 히든피스를 준 셈이야. 일종의 선거래라고 할 수 있지.”
나는 그 말에 솔깃하는 기분이 들었다.
“보상?”
“지금 시점에서 히든피스의 금회중시계는 시간이동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도 불명확한, 그저 쓰레기에 불과해. 하지만 시계의 방이라고 하는 까다로운 문제를 해석하는 순간 인과율에 의해 더욱 강대한 힘을 얻게끔 설계되어있는 극히 희귀하며 유일무이한 아티팩트라고 할 수 있지.”
“…….”
“히든피스를 정상적인 절차로 해금(解禁)하는 게 가능하다면 칠요(七曜)에 못지않은 위력을 갖게 될 거라고 생각해. 파우스트 나름대로의 거래 제안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
“그 정도라고…?”
혹하는 마음이 든다. 내가 고민할 때 전뇌자의 말이 이어졌다.
“그리고 파우스트가 전생자에게 비밀스럽게 접근하려는 건 당연한 일이지. 전생자라는 비밀은 우주 최대의 비밀 중 하나. 만일에 섣불리 접근하다가 정보가 누설되면 모든 신격(神格)의 이목이 쏠릴 위험이 크다. 여태껏 대웅제국이 받았던 견제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엄청난 위험이 닥쳐올 테니 철저하게 비밀을 지키면서 접근할 필요가 있었겠지.”
“으음. 하긴….”
예전에 제천대성을 통해서 흑요석의 정보가 실수로 노출되었을 때 천계와 삼황오제에게 어떤 난리가 났었는지 생각해보면 그럴 만도 하다. 나는 제반사항을 모두 알게 되자 전뇌자에게 말했다.
“좋아. 그럼 히든피스를 한 번 풀어보겠어. 어떻게 해야 히든피스를 풀 수 있지?”
“방법은 이미 짐작하고 있겠지만 시간의 회로에 달통한 인물과 동행해야겠지. 시간의 회로에 관한 원리는 팔괘와 통해 있어. 그러므로 제갈세가 천재들이 팔괘에 정통하다면 연금술에 대해 조금 습득하는 것만으로 해석이 가능할 것이고, 그렇다면 추천하는 제갈세가 인물은….”
나는 지레짐작하고 히죽 웃으며 말했다.
“망량이지?”
“94.56퍼센트의 확률로 무후 제갈공명을 추천해. 천신경의 술법으로 그의 영혼을 불러서 데려가.”
“…….”
나는 뜻밖의 말에 눈을 크게 떴다. 여기서 웬 제갈공명?
나는 당황스러워서 말했다.
“망량이 제일 적합하지 않아?”
“왜 그렇게 생각하지?”
“일단 천제단에서 바로 부를 수가 있는데다, 500년간 수련을 했을 테니 훨씬 성공률이 높을 거고, 그리고 망량은 믿을 만 해.”
“…모두 틀렸어. 백웅.”
전뇌자가 다소 안쓰러운 눈으로 나를 쳐다보더니 말했다.
“현허궁주 망량은 현 천계의 탐사대에 보급과 작전을 모두 도맡아서 하는 척추이자 두뇌역할을 하고 있어. 당신이 부른다고 해서 바로 올 수 있는 직책도 아니고 따지자면 이계의 고위존재라고 할 수도 있지. 또한 그가 수련한 건 아마 구천현녀의 시해지술이니 다른 제갈세가 인물들보다 팔괘해석력이 딱히 뛰어나지도 않아. 그리고…. 망량이 히든피스의 해석과 파우스트의 존재에 대해서 알게 되는 건 위험할 수도 있어.”
“위험해? 무슨 뜻이야.”
“히든피스의 해석 자체를 사공린에게 숨긴 채 진행한다는 걸 잊었어? 망량은 이 일을 알게 되면 당장 사공린에게 알려줄 거야. 그럼 끝장이지.”
나는 움찔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망량에게 그렇게 하지 말라고 부탁하면 될 거야. 망량은 내 말을 들어주겠지.”
내 말에 전뇌자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이상하군. 백웅 당신은 다른 인간관계에서는 다소 냉정함을 관철하면서 망량에 대해서는 냉정하지 못해. 망량을 믿고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당신을 위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도리어 비밀을 만들지 않는 주의인 게 망량의 성향이 아니었어?”
“…….”
“망량을 믿지 말라는 이야기는 하지 않겠어. 하지만 우리와 손을 잡기로 한 이상 비밀엄수 정도는 지켜줬으면 해.”
“알았다.”
나는 전뇌자의 말이 일리가 있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확실히 망량은 대승(大乘)적 흐름을 중요시하는 책사이니, 동료끼리 과한 비밀이 존재하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내가 왕(王)의 자격을 갖고있는 만큼 섣불리 동료끼리 비밀을 만들게 되면 균열을 만들 수 있다 생각하는 성향인 것이다. 그런 망량에게 괜히 비밀엄수를 강요하게 되면 그와 사이가 안 좋아질 것이다.
내가 납득하자 전뇌자가 말했다.
“하지만 지금 당장 히든피스의 해석을 위해서 움직이기 보다는 백웅 당신이 좀 더 개인적인 수련을 해 줬으면 좋겠어.”
“응? 왜? 뚜껑도 열었으니 더 이상 서방놈들 찾아갈 이유도 없고, 쇠뿔도 단김에 빼는 게 낫지 않냐.”
“히든피스를 해금해서 파우스트를 만났을 때 당신의 목숨에 위협이 갈만한 상황이 발생할 확률이 45.23%를 초과해. 확실히 목숨을 잃을만한 상황이 발생할 확률은 12.23%. 이 정도의 위험성을 간과할 수는 없어.”
“…….”
제길. 파우스트랑 만나는 게 그 정도로 위험한 일이라고?
하긴 시간의 방과 히든피스를 만들 정도인 존재와 만난다는 건 그럴수도 있겠다. 무력 자체가 강하지는 않겠지만 그가 만일에 함정이라도 팠다면 내가 속수무책으로 당할 가능성도 높다.
“목숨이 꺼지기 전에 최대한의 정보와 성과를 얻는 게 당신의 전략이라면, 히든피스의 해석을 서두르기 보다는 그 전에 얻을만한 걸 다 얻는 게 좋겠지. 그리고 역량을 키워서 사망확률을 줄일 수 있고.”
“흐음….”
“그러니 지금 당신에게는 아수라를 찾아가는 걸 추천하겠어.”
나는 그 말에 생각이 나서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아수라의 은거지를 네게 들으러 온 것도 있었지.”
지금까지는 선검술과 구궁파천뢰, 여동빈의 심어검 등 스스로 생각해야 할 과제가 쌓여있었기에 섣불리 아수라를 찾아가지 못했다. 제대로 할 줄 아는 것도 없는 상황에서 아수라를 찾아가 봐야 헛발질만 계속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수련이 정체상태에 빠진데다가 어느정도 내가 가야할 길이 보였기에 아수라를 찾아갈 때라는 게 느껴진 것이다.
전뇌자가 말했다.
“아수라가 머물고 있는 곳은 타르 사막의 중앙, 유세비크 유적지야. 그는 거기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수련을 하고 있어.”
“타르 사막?”
“천축대륙의 북서부에 있는 사막이야. 그리고 사막 내의 유세비크 유적지 위치는 여기.”
삐빅
허공에 반투명한 지도가 떠올랐고 세밀한 근처풍경과 좌표가 표시되었다. 나는 그걸 유심히 보다가 말했다.
“뭔가 기이한 곳인데….”
“어떤 점이?”
“잘은 모르겠지만 유세비크 유적지의 표면이 유리처럼 반질반질하군. 저렇게 건물을 짓는 게 가능한가?”
“핵폭발이 일어났던 장소라서 그래. 일부러 저렇게 지은 게 아니라 초고열에 폭발한 후 남은 흔적이지.”
“…엉?”
뜻밖의 이야기에 내가 황당해서 반문하자 전뇌자가 말했다.
“약 일만 년 전 고대 천축대륙에서는 대전쟁이 일어났었지. 그 당시에 핵무기 또한 사용되었고 유세비크 유적지는 그 때의 파괴흔이 남아있는 장소야.”
“말이 돼? 핵융합 무기같은 건 과학을 고도로 발전시킨 지금에나 가능한 건데 그런 초고대에….”
“고대신 비슈누가 그 당시 칼파라고 불리는 신조문명(神造文明)을 창조했기 때문이라고 아수라가 말하더군. 신의 도움을 받아 성장한 문명끼리 대전쟁을 벌였고, 그 전쟁에 비슈누의 아바타라 또한 참전했었지.”
“흐음…. 신이 개입한 문명이라서 핵을 쓸 수 있었던 건가.”
흥미로운 얘기다.
나는 호기심어린 눈으로 그 풍경을 살피다가 말했다.
“좋아. 그럼 아수라한테 곧장 가겠어.”
그러자 전뇌자는 너구리인형을 갑자기 내게 건네주며 말했다.
“거기까지 전송해 줄게.”
“응?”
파앗
나는 다음 순간, 전뇌세계에서 빠져나와서 방금 전 화면으로 보고 있던 유세비크 유적지에 단숨에 도착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
여긴 전뇌세계가 아냐. 현실의 타르 사막의 유세비크다!
‘공간이동?!’
비등도 쓰지 않았는데?!
어떻게 한 거지?!
그리고 당황하는 내 품에는 방금 전 전뇌자가 건네줬던 너구리인형이 있었고, 너구리인형 내부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퀀텀 크래프트를 응용한 거야. 앞으로 당신이 전뇌기를 써서 전뇌세계에 오면 굳이 비등을 쓰지 않아도 이동시켜줄 수 있어.]
“어떻게 한 거야?”
[당신의 몸이 전뇌세계와 동기화한 동안에 행성 지구의 물리적 변수를 양자프로그래밍으로 연산한 후, 물질의 좌표를 지정해서 양자화하여 이동시킨 거야. 비등과는 다른 방식의 공간이동이지.]
“……?”
[당신은 멍청하니까 굳이 알아들으려고 할 필요는 없어. 어차피 다음 생에 다른 책사들이 해석해 줄 테니까.]
“야. 나도 공부하면 알아들을 수 있거든?”
슈슈슉
내가 발끈하고 있을 때 너구리 인형이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사공린이나 천우진의 의심을 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 돌아가고 싶을 때는 너구리 인형을 불러.]
파앗
나는 너구리인형이 사라진 곳을 힐끔 보다가 유세비크 유적지로 시선을 돌렸다. 수십장 크기의 거대한 유적이었고, 이 유적을 둘러싼 장대한 사막의 모래가 어두운 밤에 섞여 조용히 흐르고 있었다. 사막 한가운데의 유적은 생각보다 정취가 있는 느낌이었다.
저벅
내가 유적 내부로 한참을 걸어들어가자, 커다란 중간문이 나왔다. 그리고 그 문 앞에 아수라가 팔짱을 끼고 서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군, 백웅.”
“아수라.”
나는 그와 정면에서 시선을 마주쳤다. 나는 아수라에게 말했다.
“무술을 수련할 때 조용한 은거지가 좋다지만 굳이 이런 유적지까지 와서 수련을 하는 이유는 뭐냐? 차라리 산천초목이 우거진 산속에 가는 게….”
“바보녀석. 이 시대는 드론과 인공위성을 이용해서 전 세계의 오지가 과학기술으로 감시당하고 있다.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산속 동굴에 숨어도 대웅제국에서 며칠만 힘쓰면 바로 찾아낼 수 있지. 대웅제국뿐만 아니라 렙틸리언이라는 놈들은 한술 더 떴고.”
아수라는 문 앞의 계단에 걸터앉으며 말을 이었다.
“이 유세비크 유적은 모든 주술적 과학적인 탐지를 무효화시켜주는 영험한 장소다. 나는 지난 세월 동안 추적을 피하기 위해서 여기에 머물렀던 것이다. 전뇌자도 내가 직접 이 곳의 좌표를 알려주지 않았다면 찾아내지 못했을걸.”
“흠…. 어떻게 그게 가능하지?”
“유세비크는 고대신 비슈누가 마하바라타 최후의 전쟁까지 머물러서 항거했던 결전도시이기 때문이지. 그 당시 그가 직접 물질계에 강신해서 신력까지 쓰면서 보호했기에 그 신력이 일만 년 후까지 남아있는 것이다.”
“호오….”
“결국 그 잘난 비슈누님도 졌지만. 그래서 내 일족은 수없는 세월동안 천축대륙을 방랑했었지만….”
비웃듯 중얼거린 아수라가 말을 이었다.
“잡소리는 됐고, 그 동안 수련은 많이 했나?”
“그럭저럭. 이거 받아.”
내가 수련기억을 담은 흑요석을 던져주자, 아수라는 흑요석을 받지 않고 그대로 베어버렸다.
“싫다!”
스칵
“…야, 뭐하는 짓이야!”
아수라가 조각난 흑요석을 발으로 꾹 밟으며 말했다.
“보나마나 네 녀석이 여기저기 쑤시면서 개소리만 하고 다녔을 것 같아서 보기가 싫다. 잔말말고 덤벼라.”
“…….”
“지난 세월의 네 성취는 칼로 말해라.”
나는 성이 나서 으르렁거리며 외쳤다.
“원한다면야!”
콰광!!
그렇게 아수라와 나의 2차전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