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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검신-1084화 (1,081/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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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지혼(四神之魂)

롱기누스의 창?

처음 듣는 소리라서 내가 어리둥절해하고 있자 바토리는 계속해서 부들거리며 거부감을 강하게 드러냈다.

‘괜히 교섭대상을 괴롭힐 필요는 없겠지.’

나는 슬며시 창을 치우면서 말했다.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군. 이 창이 뭔가 안 좋은 흉물인가?”

“롱기누스의 창을 모르는 건가요?”

“몰라. 이게 뭔데 그래.”

“…서방을 수호하시는 존재의 화신(化身)을 죽인 창입니다. 그 때문에 성스러운 힘과 흉악한 성질이 깃들어있다고 하지요.”

“아.”

서방의 수호자!

금요를 갖고있는 그 존재에게는 직접 찾아간 적이 있었다. 아무래도 그 존재 또한 대단한 신적 존재인 것 같았는데, 아무래도 이 창은 그 서방수호자의 화신을 찔러죽인 전적이 있던 모양이다. 나는 새삼스러운 눈으로 롱기누스의 창을 힐끔 내려다보다가 바토리에게 말했다.

“그럼 롱기누스의 창은 의뢰의 대가로는 적절치 못한가?”

“…….”

바토리는 굉장한 고민을 하는 듯 이마에 천(川) 글자가 생겨났다. 그러더니 말했다.

“이걸 주신다면 의뢰를 받겠습니다.”

“좋아. 성립됐군. 다만 추가로 요구할 게 있는데.”

“말씀하시죠.”

“서방수호자와 만날 수 있게 해줘. 그 자와 만나서 얘기하고 싶은 게 있어.”

“뭐, 뭐라고요?”

나는 방금 전 생각난 걸 밀어붙이며 말했다.

“네가 서방마법결사의 대마녀라면서? 그렇다면 너도 서방수호자와 인연이 닿아 있겠지. 그 인맥으로 서방수호자를 만날 수 있게 해달라는 거다.”

예전에 서방수호자를 찾아갔을 때도 그의 처소로 마녀가 나를 안내했었다. 마녀라는 세력은 그 존재를 곁에서 수호하는 게 틀림없으니, 대마녀면 틀림없이 서방수호자를 알고 있으리라. 바토리가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아무리 강대한 존재라지만 억지가 지나치군요. 그 분을 만나서 뭘 어쩌려는 건가요?”

“지금 했던 것처럼 그에게도 거래를 요청하려는 거다. 그를 해치려는 마음은 없어.”

“…….”

“롱기누스의 창에 큰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 정도는 요구할 수 있겠지.”

서방수호자는 칠요 중에서 금요를 소유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그 자와 거래해서 금요를 얻어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최대한 시도해보는 게 좋다는 생각에 내놓은 즉흥적인 제안이었다.

그러나 바토리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절대 불가합니다. 못 들은 걸로 하죠.”

나는 여기서 바토리에게 좀 더 강하게 밀어붙일지 고민했다. 하지만 이 제안에 너무 강한 확신을 가질 수가 없었기에, 일단 뒤로 물러나는 게 옳다는 직감이 들었다. 강공으로만 밀고 나가면 좋을 때가 있지만 지금은 그런 시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뭐 일단 한 번 던져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간단히 넘기며 말했다.

“정 그렇다면…. 그럼 석 달 후에 경과를 보러 다시 오지. 그 때까지 회중 금시계의 뚜껑을 열어두었길 바라겠다.”

“그러죠.”

파앗

나는 바토리에게 의뢰를 맡긴 후 비등을 써서 인적없는 고원으로 향했다. 이 곳은 서장으로 넘어가기 전의 고지대였는데 사람이 없는 대표적인 장소였기에 온 것이다. 내가 바로 수련장으로 돌아가지 않은 이유는 아직 할 일이 남아있어서였다.

“전국옥새. 흑룡 드라큘라의 위치를 검색해라.”

[검색 중…. 현재 루마니아의 페리치레(fericire) 레스토랑에 있습니다.]

“…레스토랑? 음식점이란 말이냐?”

[그렇습니다.]

흑룡 드라큘라!

이번 생에서 강제로 굴복시키는 데 성공했던 녀석이다. 원래는 아라사 제국의 미친 황제를 물리치기 위해 동방정교회에서 억지로 가져온 얼음봉인 안에 있던 놈이었으나 내가 음신지력으로 깨운 후 녀석을 무력으로 제압했던 것이다.

다만 내가 갑자기 해신과의 싸움에서 미래로 오게 되면서 녀석을 다루거나 제어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인지, 대웅제국에서는 놈을 전혀 다룰 수가 없게 되었다. 놈은 어느 순간 제국의 통제에서 벗어나서 서방으로 탈주해버렸고 행방이 묘연해졌다고 전뇌자의 기억으로 알게 되었다.

‘드라큘라 녀석을 일단 같은 편으로 만들어야겠어. 놈이 동료가 된다면 좀 편해질 수도 있겠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말했다.

“좌표 알려줘.”

[좌표 표시했습니다.]

파앗!

나는 비등을 써서 전국옥새가 가르쳐 준 페리치레 레스토랑이란 곳으로 갔다. 그리고 레스토랑 앞에서 모습을 살펴보자, 한적한 교외에 있는 2층짜리 식당이었고 바로 앞에는 호수가 있었으며 산새 우는 소리가 맑은 장소였다. 내가 레스토랑 안에 들어가자 점원이 나와서 루마니아 말로 뭐라고 말하는 게 들렸다.

“#&%^&*#*~~”

물론 나는 듣는 둥 마는 둥하면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는 화안금정을 시전해서 이 근처를 투시하면서 강력한 힘의 반응을 찾으려 했다.

‘저건가?’

그러자 2층에 누군가가 앉아있고 그에게서 심상치않은 힘의 파장이 뻗어나오는 걸 눈치챌 수 있었다. 내가 일어서서 계단을 올라 2층으로 가자, 탁자에 앉아있던 검은 정장의 사내가 불쾌하다는 듯 버럭 소리를 질렀다.

“넌 누구냐! 감히 내가 누군지 알고 시비를 걸러 왔나?”

“오랜만이구만.”

“오랜만? 무슨….”

콧수염을 기른 중후한 인상의 사내가 인상을 찌푸리다가 문득 뭔가를 눈치챈 듯 점차 눈이 커지기 시작했다.

“아… 아앗. 너, 너는 설마.”

덜컹

나는 탁자 맞은편에 의자를 빼서 앉았다. 그리고는 씩 웃으며 말했다.

“오랜만이다. 나 백웅이야.”

“……!!”

“드라큘라, 한 오백 년만에 보는 건가?”

상대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믿기지 않는 듯 입을 벌리고 있다가 갑자기 정신을 차리고는 예리한 표정을 지었다.

“또다시 네놈에게 복종하라고 찾아온 거냐!”

그랬다.

상대는 바로 인간으로 변신한 흑룡 드라큘라! 전국옥새는 단번에 놈을 탐지해서 찾아오는 데 성공한 것이다. 나는 드라큘라가 으르렁거리자 황당해져서 대꾸했다.

“무슨 말이지? 네가 분명 그 때 내 부하가 되어서 죽는 날까지 배신하지 않겠다고 맹세했잖나. 내가 죽지 않았으니 그 맹세는 아직 유효한 거겠지.”

“크윽… 왜 이제 와서….”

드라큘라가 곤혹스러워하자 나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왜? 내가 아예 죽었기를 바랐나? 미안하지만 그건 안 돼. 도리어 내가 자리를 비운 동안 자유의 시간을 만끽했을 테니 복 받은 줄 알라구.”

“…….”

“이 레스토랑은 뭐야? 네가 주인이냐?”

“돌아가 다오, 백웅. 나는 더 이상 세상일에 끼어들고 싶지 않다.”

“끼어들고 싶지 않다고?”

내가 반문하자 드라큘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세상이 멸망할 때까지는 십 수년 밖에 남지 않았다. [종말]이 다가오더라도 막을 방법이나 힘이 없으니 그저 마지막 순간까지 편하게 있다가 가고 싶다. 나는 인간인 척 살아오면서 인간의 삶을 유희로 즐겼고, 이 유희 속에서 안정감을 찾았으니 제발 나를 내버려 둬라.”

“흠…. 유희라. 인간으로 변신해서 꽤 오래 살아왔나 보군.”

“그렇다.”

이 레스토랑도 인간의 삶의 일환으로 만들어낸 것이리라. 나는 이채가 섞인 눈으로 식당 내부를 둘러보았다. 내가 둘러보고 있자 드라큘라가 간절히 말했다.

“제발 부탁이다. 어차피 나는 500년 전에도 너보다 약하지 않았는가? 그런 내가 이제 와서 네 도움이 될 리는 없을 것이다. 날 내버려 둬.”

“동료의 가치는 단순히 힘만으로 정해지는 건 아니지. 힘이 약해도 다른 방면에서 쓸모가 있는 경우가 많아.”

나는 심드렁하게 대꾸한 후 드라큘라에게 말했다.

“그럼 이렇게 하지. 네 삶에 간섭하지 않을 것이고 네게 무력을 빌려달라고 하지도 않겠다. 하지만 내가 부탁하는 몇 가지는 반드시 들어줘야 해. 어떠냐?”

“싫다. 더 이상 너와 관련되기 싫단 말이다.”

“싫어? 하지만 너는 네 이름을 걸고 맹세를 했다. 네가 흑룡이며 마력을 다루는 존재인 이상 [이름]을 걸고 한 맹세는 어길 수 없으니, 내가 더한 걸 요구해도 거부하지 못할 텐데.”

“크윽.”

“어쩔 테냐.”

“…알았다. 무슨 부탁을 하려는 건가.”

마지못해 대답하는 드라큘라에게 나는 천천히 말했다.

“우선 네게 제대로 듣지 못했던 과거사부터 들어야겠군. 너는 어째서 그 얼음봉인에 갇혀 있었고, 누구의 사도가 되어있는 건지.”

“…….”

드라큘라는 잠시 한숨을 쉬다가 말했다.

“나는 루마니아의 대공이었으나 종말에 대해 알게 되었고, 마법의식을 이용해서 인간이상의 존재가 되려 했다…. 그리고 흑룡이자 사도가 되는 데 성공했지만 고대마법사들의 손에 걸려서 얼음봉인에 걸렸던 것이다.”

“고대마법사?”

“멀린같은 존재들이지. 마도사와 달리 정령과 룬의 힘을 주로 다루는 자들.”

그렇게 대꾸한 드라큘라가 말을 이었다.

“나를 흑룡으로 승격시켜준 존재는… [니랏사 다그]라는 [옛 지배자]다. 나는 그 존재의 사도이며 사도가 되는 데 쓴 대가는 조국 루마니아를 침범한 사악한 적군이었지….”

“니랏사 다그?”

“머나먼 성좌이기에 실제 이름은 발음조차 힘들다. 다만 성단(星團)을 윤회하는 백색 연기라고도 불린다. 삼두룡(三頭龍)처럼 생겼고 몸 크기는 거성 알키오네보다 100배나 크다. 우주의 동쪽에서 악명 높으신 분이다.”

“흐음. 그런 존재가 있다고 치고, 사악한 적군을 전쟁에서 죽인 것만으로 인신공양이 가능했다는 말인가?”

“아니. 붙잡아서 몸을 말뚝에 꿰어 죽였다.”

“잔인하군.”

“[옛 지배자]에게 높은 평가를 받으려면 그렇게 하라는 마도사의 조언 때문이었다. 실제로도 그 말대로 죽인 적군의 숫자가 적었는데도 사도가 되는 데 성공했던 건 잔학성 덕분이었고.”

달칵

드라큘라가 커피를 잠시 마시는 듯 했다. 나는 드라큘라가 커피를 음미하는 동안 기다리다가 재차 질문했다.

“드라큘라. 너는 지금 [니랏사 다그]의 명령대로 움직이는 건가?”

“전혀….”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는 이유는?”

“사도가 된 이래로 그 분의 명령이 없다. 지금까지 없었으니 아마 앞으로도 없을 듯 하군.”

“뭐? [옛 지배자]가 네게 뭔가 하라고 명령을 내리지 않는단 말이냐?”

내 질문에 드라큘라가 씁쓸하게 웃었다.

“그저 그 존재의 변덕으로 사도가 되었을 뿐이기 때문이다. 그 분은 애초에 약해빠진 인간에게 큰 기대를 걸지 않아. 심심해서 지구에 장난감을 하나 만들어뒀을 뿐이니 명령같은 걸 받을 리가 없는 것이다.”

“그건… 참 형편 좋은 이야기군.”

나는 기가 막혔다. 설마 [옛 지배자]가 사도를 대충 만들어놓고 신경도 쓰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니? 달리 말하자면 드라큘라 정도의 사도를 만들어서 그 사도에 불어넣은 힘을 잃는 정도로는 티도 나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옛 지배자]가 니랏사 다그일지도 몰랐다.

‘왠지 그 놈과는 언젠가 만날 것 같은 기분이 드는군….’

드라큘라가 말했다.

“이 정도면 되지 않았나? 이제 와서 종말이 다가오는데 너나 나나 뭘 할 수 있단 말이냐. 내 과거사도 실컷 들었다면 이제 그만 돌아가라.”

“벌써 포기하는 이유가 뭐냐. 너도 처음에 사도가 되려고 한 이유는 종말을 막으려는 게 이유였다면서.”

“처음에는 그랬지. 하지만 흑룡의 상태에서 더욱 강대한 힘을 얻으려 계획을 세웠으나 고대 마법사 멀린에게 걸려서 기회를 잃어버렸고 크게 약체화되어 버렸다. 이제 와서 내 힘은 무력하기 짝이 없어.”

드라큘라가 염세적으로 중얼거렸지만 나는 짜증이 났다.

왜 사람보고 자꾸 꺼지라고 하는 거냐고!

“에잇, 처맞아라.”

나는 주먹으로 드라큘라의 뺨을 갈겼다.

뻐억

“크악. 이 놈….”

드라큘라가 뇌신권을 맞고 나동그라지자 나는 놈의 멱살을 잡고 흔들면서 말했다.

“니 사정은 내가 알 바 아냐! 종말은 막을 수 있으니까 넌 닥치고 날 도와!! 알겠냐.”

“크, 크윽. 이렇게 우격다짐 한다고 뭐가 해결되냔 말이다! [옛 지배자]들이 한꺼번에 강림하는 종말의 날에 대체 뭘 할 수 있다고….”

“뭔가 해 보면 뭐라고 되겠지!”

“웃기지 마라. 너희 대웅제국이 크리슈나를 쓰러뜨린 건 알고 있지만, 그 놈조차도 종말에 비하면 잔챙이에 불과한 재앙이었다. 도저히 막을 수 없어!”

“그렇다고 이렇게 현실도피하면 그게 최선이라고 할 수 있냐? 17년동안 여기서 맛있는 요리 먹으면서 경치구경하면 그게 전부야? 어차피 종말이 닥쳐오면 이런 건 전부 무의미하잖아!”

“남겨진 시간만이라도 소중히 쓰려는 것이다!”

“아니! 그냥 포기한 것뿐이야!”

나는 버럭 소리를 지른 후 눈을 부릅떴다.

“드라큘라! 입바른 소리, 듣기좋은 소리만 하지 마라! 그런다고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 포기해 버렸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잖아!”

“……!!”

“하지만 나라면 현실을 바꿀 수 있어! 세상에서 나만 가능해!”

“말도 안 되는 소리….”

“난 종말을 없던 걸로 할 수 있다!! 그러니까 날 따라와라. 충분히 승산 있으니깐.”

내 외침에 드라큘라가 충격받은 듯 했다.

“뭐, 뭐라고….”

정확히는 죽어서 전생하면 종말을 안 보는 것뿐이지만…. 틀린 말은 하지 않았다. 어찌되었든 내가 죽어서 세계가 멸망하는 거라면 결론은 같기 때문이다.

“할 거냐 말 거냐?! 지금 선택해!”

내 외침에 드라큘라는 고민하는 듯 했다. 그러더니 한참 후 멱살을 잡은 내 손을 치우며 으르렁거렸다.

“하겠다! 그러니까 손 치워.”

“좋았어.”

드라큘라를 설득했다! 적어도 눈빛을 보면 방금 전과는 마음의 태도가 달라진 게 확연히 느껴진 것이다. 드라큘라가 자신의 정장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말했다.

“그래서 부탁할 게 뭐냐.”

“우선은 파우스트와 서방수호자, 멀린의 동향을 알아봐라. 나머지는 더 필요하다면 부탁하지.”

“…쉬운 것처럼 말하지 마라. 엄청나게 어려운 걸 시켜놓고는.”

“500년 가까이 정말로 놀기만 하진 않았겠지? 나름대로의 정보망이 있을 테니까 알아보란 말이다.”

“좋다. 네 말대로 하지.”

“나중에 다시 찾아오겠다. 다음에 보자.”

파앗

나는 드라큘라에게서 벗어나서 이번에는 해동밀천의 보물고로 갔다. 보물고는 현재 해동밀천이 와해되어서인지 폐허나 다름없게 변해 있었으며 단단히 닫혀 있었다. 그리고 나는 해동밀천주의 지식으로 주문을 외워서 보물고를 열었고, 안으로 들어가자 신묘한 기운을 내뿜는 피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나는 피리를 곧장 잡아채었고 피리가 머릿속으로 말을 걸어왔다.

[그대는 누구인가?]

“나는 대웅제국의 초대황제, 백웅이다. 만파식적이여.”

[그런 건 모른다. 감히 나를 다루려 하다니 그 죄를 죽음으로 사죄…. 크아아앗!!]

파지직

만파식적이 이윽고 비명을 질렀다. 내가 음신지력을 내뿜자 금세 바닥을 기는 목소리로 말했다.

[크아아악…. 신의 힘이라니….]

“만파식적. 너를 해칠 생각은 없다. 단지 나를 주인으로 인정하면 된다.”

[그대의 힘과 위격은 나를 다룰 만 하오…. 인정하겠소!]

“좋아.”

나는 보패 만파식적을 굴복시키고는 말했다.

“만파식적. 네 능력은 무엇이냐?”

[만병(萬兵)을 물리칠 수 있고, 병을 치유할 수 있으며, 홍수와 가뭄을 해결할 수 있소!]

이것저것 다 할 수 있는 만능계 보패인 듯싶다.

‘극히 드문 유형이긴 해….’

이 시대에 오면서 내가 보유한 보물의 갯수가 많이 줄어들었으므로 이런 식으로 하나하나 찾아내서 보충하는 건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이 정도면 됐겠지.’

나는 만파식적을 손에 넣은 후 곧장 수련장으로 귀환했다. 바토리에게 히든피스의 의뢰를 맡겼고, 드라큘라를 다시 동료로 만들고는 정보수집을 맡겼으며, 만파식적까지 손에 넣었다면 할 건 다 한 셈이었기 때문이다.

파앗

나는 수련장에 돌아온 후 다시 선검술의 수련에 몰두했다. 매일매일 원을 그리면서 심검과 심인의 차이를 알아보려고 연구를 거듭했다.

“으음…!!”

나는 폭포수를 맞으며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그리고 한참 후, 사자후를 터뜨렸다.

“모르겠다!!”

심검과 심인이 뭐가 다른 거야!

개뼉다구같은 소리다!

칼로 사람을 베어야지 어떻게 사람을 살릴 수 있단 거냐!!

내가 사자후를 터뜨리자 근처에서 수련하고 있던 주현성이 다가와서 말했다.

“폐하. 차라리 그냥 있는 그대로를 연습해 보시는 건 어떻습니까?”

“무슨 말이냐?”

“정말로 의념절기로 사람을 살려보는 겁니다. 악한 심령만을 벤다고 염(念)하여 사람을 대상으로 의념절기를 써 보시는 건….”

“…그러다가 실패해서 사람이 죽으면?”

“그러니 죽여도 되는 놈한테 시험하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사형수라던가….”

“…….”

뭐, 뭔가 주현성 이 녀석 생각했던 것처럼 순하기만 한 녀석이 아닌데?!

하지만 나는 주현성의 말을 듣는 순간 뭔가가 머릿속에서 팍하고 떠올랐다.

그래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주현성에게 말했다.

“주현성. 궁금한 게 있는데.”

“뭐든 말씀하십시오.”

나는 내가 생각한 심검의 해답을 주현성에게 의논했다.

“[아무것도 죽일 수 없는 검]을 의념절기로 만드는 게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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