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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검신-1074화 (1,071/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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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지혼(四神之魂)

제갈사의 등장에 제일 먼저 나선 것은 독고운천이었다.

[앞을 막는 이유를 말해라. 수정석비를 탈환하는 건 우리측의 지상명제이니 타협이 불가능하다.]

“크크크…. 일각이 여삼추같을텐데 대화하는 시간도 아깝겠군. 하지만 역시 안 돼.”

제갈사가 흉소를 짓더니 말을 이었다.

“사도 할치올레이푸라와 싸우면 여기 있는 자들이 거의 전멸한다. 살아남는 건 백련교주와 서문혜 정도? 그러니 여기서는 굴욕적인 교섭을 추천하지.”

“…….”

“다 뒈진 채 상처뿐인 승리를 하느니 일단 바닥에 이마를 박으란 말이지. 저쪽이 강력한건 사실이니까.”

제갈부는 제갈사의 말에 잠시 침묵하다가 대꾸했다.

“그건 예언인가? 그냥 예측인가.”

“크크. 내가 예언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 모양이군.”

“당신이 마왕으로 승격했다면 그 정도쯤이야…. 빨리 대답이나 해라.”

“네놈은 여전히 싸가지가 없구나. 어떻게 된 게 수백 년동안 한 번도 존댓말을 하지 않는 조카놈이 다 있지?”

투덜거리던 제갈사가 말했다.

“예언이다.”

“어떻게 한 거지?”

“마왕이 되면 숨겨진 비차원(秘次元)을 열 수 있게 되지. 예언의 영이 거주하는 프로페티아에(prophetiae) 차원에서 몰래 들여다보고 왔다.”

“그 예언은 백우선처럼 가변성이 높은 건 아닌가.”

“좀 달라. 프로페티아에는 미래의 인과율을 훔쳐먹는 차원이니 악의 섞인 소망으로 미래를 좀 더 구체화시키기 쉽지. 아무튼 백우선보다는 수십 배 신빙성이 높다고 해 두지.”

그렇게 대꾸한 제갈사가 싸늘한 뱀같은 눈으로 제갈부를 쳐다보았다.

“너도 사실 짐작하고 있을 텐데? 아무리 고대보패를 두르고 있어도 진짜배기 최고위 사도와 싸우면 진다는 걸. 그런데도 도박을 하려고 나서다니, 책사로써 실격이군. 네가 원하는 결과만 나올 거라고 생각하나? 확증편향이 따로 없군.”

“…….”

“교섭은 내가 유리하게 진행해 주지. 여기선 내게 맡겨라.”

모두의 시선이 제갈부에게 모였다.

과연 제갈부가 받아들일 것인가?

잠시 후 제갈부가 말했다.

“아니. 여기선 내 뜻대로 밀고 나가겠다.”

“큭큭큭…. 도박을 하겠다는 거냐.”

제갈부가 제갈사를 노려보았다.

“그러는 당신은 숨만 쉬면 도박질을 하지 않았던가? 인생이 도박인 주제에 무슨 개지랄인가. 나라고 한번쯤 못할 이유는 없지.”

“호오.”

“그리고 말이 좋아서 교섭이지 [옛 지배자]의 요구에 따르면 최소한 수백만 명 단위의 인신공양이나 그에 준하는 제물이 요구된다. 그러느니 차라리 싸워서 최선의 결과를 내고 말겠다.”

“네가 모두의 목숨을 책임질 자신이 있단 건가?”

“물론! 그 정도 각오도 없이 여기에 온 줄 아는가!”

“뭐 그러시다면야.”

스르르르….

제갈사의 모습이 서서히 사라졌다. 그 모습을 본 서문혜가 제갈사에게 말했다.

“왜 같이 싸우지 않는 거죠? 당신만한 힘을 가진 자가 참전하면 승률이 크게 오를 텐데.”

“크크! 성가시게도 나도 약간 귀찮은 일에 휘말려서 말이지…. 힘을 쓰기엔 제약이 좀 있어. 너희끼리 쓰러뜨릴 수 있다면 내 힘은 쓰지 않겠다. 인과율도 아낄 겸.”

그렇게 말한 제갈사가 히죽 웃더니 손가락을 튕겼다.

“으윽.”

그 순간 천우진이 목을 부여잡고 비틀거렸다. 제갈사는 천우진에게 말했다.

“이번 전투에 한해서 낙인의 억제효과를 풀어주지. 사공린의 도움을 받고 있을 텐데 좀 더 강해진 기분이 들 거다.”

“이 개 같은 새끼…. 당장 해제하지 못해!”

“싫은데?”

파앗

제갈사가 사라졌다. 이를 부득부득 갈던 천우진이 제갈사를 붙잡으려고 술수를 썼지만 제갈사의 환영만 스쳐갔을 뿐이었다. 천우진은 화가 나면서도 제갈사의 능력이 과거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해졌다는 걸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리고 제갈부가 말했다.

“시간이 지체되었다. 빨리 뮌헨의 수정석비를 탈환하러 간다.”

일행은 다같이 뮌헨 님펜부르크 마궁(魔宮)으로 들어갔다.

스스스스….

그리고 전형적인 바로크 양식으로 만들어진 고궁의 초입에 들어온 순간, 사방의 벽이 시꺼멓게 물들며 촉수와 세포질에 오염되는 모습이 보였다. 이계 특유의 요사스러운 기운이 뻗어나오면서 천지사방에서 속삭이는 듯한 어둠이 안개처럼 뿜어져나왔다.

그러자 제갈부가 전면에 나서더니 보패를 발동시켰다.

“환롱조화망(幻朧造化網)!”

슈아악!

촤앗 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손바닥에서 은빛 그물이 뿜어지듯이 나타났고, 마치 고기를 낚듯 한 번 투망하자마자 천지에 가득하던 요기와 촉수들이 모조리 환롱조화망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싸움 한 번 하지 않고 사방 수백 장 내에 있던 마궁의 요마들을 모조리 정리해 버리자 옆에서 보던 백련교주가 감탄했다.

[과연 팽조의 고대보패군. 눈 앞에 있는 걸 모두 조화망 내부에 가둘 수 있다니!]

“보패란 쓰기에 따라서 천군만마를 일수에 몰살시킬 수도 있다. 이번 싸움에는 필수이니 반드시 유효적절하게 사용해야 한다.”

그렇게 대꾸한 제갈부가 땅을 짚어서 감지술법을 사용했다. 잠시 눈을 감고 있던 제갈부가 말했다.

“사도 할치올레이푸라는 지하 79층에 있군.”

[뭐라고? 수정석비는 66층에 있다고 하지 않았나.]

“이 마궁은 이계화되어서 사실상 깊이가 무한대다. 그래서 실제 층수는 수백층이 넘을 것이고, 사도라는 놈은 그다지 수정석비를 목숨걸고 지키지 않는 모양이군. 보다 깊숙한 곳에 머물고 있는 모양이다.”

[잘 되었구나. 놈과 싸우지 않고 수정석비를 가져갈 수 있다면 최선이다.]

“…….”

정말 그럴까?

제갈부는 책사 특유의 직감으로 뭔가 찝찝하단 걸 느꼈다. 할치올레이푸라가 수정석비 근처에서 지키지 않고 더 밑에 내려가 있는 데는 뭔가 다른 이유가 있으리라고 생각되었다. 그러나 그 이유가 무엇인지는 현재로서는 알 방법이 없었다.

“빨리 돌파하지. 내려갈수록 마물들이 강해질 테니 조심하도록….”

쿠구구구!

쿠구구

일행은 빠른 속도로 마궁의 지하로 향했다. 제갈부의 예측대로 마물들이 점차 강해졌으며 일개 인간무인들에게는 재앙과 같은 강력함을 지니고 있었다. 고작해야 10여층을 내려갔는데도 몸집이 5장을 넘는 마물이 날아다닐 정도였다. 그러나 일행의 수준이 평균적으로 인간을 초월해 있었기에 모든 적을 학살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게다가 고대보패를 사용하자 한결 상대하기가 쉬웠다.

저벅

마침내 66층에 도착했을 때, 천우진이 인상을 찌푸렸다.

“수정석비가 오염됐군.”

“…….”

말 그대로였다. 본디 연금술의 극의가 담겨있는 궁극의 유물이었던 수정석비는 완전히 이족의 힘에 오염되어 세포질과 촉수에 뒤덮여 있었다.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끔찍한 눈알덩어리가 데굴데굴 눈을 굴리고 있었고, 수정석비에서 간간히 흘러나오는 혈광이 음산한 기운을 흘렸다.

제갈부가 말했다.

“환롱조화망! 수정석비를 거둬들여라.”

촤악 하는 소리와 함께 제갈부의 손에서 뿜어져나간 환롱조화망이 수정석비를 에워싸서 빨아들였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수정석비에서 엄청난 혈광이 충천하더니 하늘 위로 뿜어져나갔다.

쿠콰쾅!!

“큭!! 보패가….”

환롱조화망이 망가진 걸 깨달은 제갈부가 낭패스러워할 때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독고운천이 나직이 말했다.

[…뭔가 이상하군.]

그는 혈광을 뿜으며 하늘으로 광선을 뻗고 있는 수정석비를 바라보더니 말했다.

[저건 우리가 갖고있던 수정석비가 아닌 것 같다.]

“독고운천, 그게 무슨 말이지?”

[느낌이 다르다…. 단순히 마력에 타락했다 하여 저렇게까지 변할 수는 없는 것 같다만.]

“…….”

제갈부는 그 말에 퍼뜩하고 뭔가 느껴지는 게 있어서 빠르게 머리를 회전시켰다. 그러더니 급히 주변을 향해 외쳤다.

“떨어지지 말고 뭉쳐! 그리고 서문혜, 신력을 전개해라!”

파밧

제갈부의 지시에 동료들이 빠르게 뭉쳐서 경계태세에 돌입했다. 그리고 서문혜의 머리카락이 이윽고 완전히 백색으로 변하더니 거대한 힘을 뿜어내기 시작했고, 그녀의 신력이 마치 무형의 방어막처럼 동료들을 둘러쌌다.

함께 왔던 성진이 의아해서 제갈부에게 물었다.

“제갈부. 뭔가 짐작가는 게 있나? 수정석비가 왜 저렇게 된 건지.”

“성진. 할치올레이푸라의 권능이 무엇인지 내가 예전에 설명했었지.”

“그랬었지. 분명히 [치환(置換)]하는 거라고….”

“놈은 이 세상의 무엇이든 간에 치환할 수 있소. 그 권능을 이용해서 황궁의 지배자가 현실에 간섭하려 할 때 신이 머무는 차원을 머나먼 곳으로 날려버린 것이오. 그리고 치환의 개념은 그 어떤 것에도 적용시킬 수 있소.”

제갈부는 혈광을 뿜어내는 수정석비를 먼 발치에서 이를 악물며 노려보았다.

“…[옛 지배자] 마저도 일시적으로 내쫓을 수 있는 치환능력. 그걸 쓴다면 미래에서 현재로 치환하는 것 정도는 일도 아니겠지.”

“……!!”

제갈부의 말 뜻을 알아차린 성진이 눈을 부릅떴다.

“서, 설마!!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저 수정석비는….”

“그렇소. 아무리 사도나 지배자라고 해도 단시간내에는 저 연금술의 극의를 타락시킬 수 없소. 그렇기에 수십년, 혹은 수백 년간 타락에 열중시킨 [미래의 수정석비]를 가져와서 맘대로 써먹은 것이오.”

타락한 미래의 수정석비!

할치올레이푸라는 [미래]와 [현재]의 수정석비를 바꿔치기한 것이다. 그렇기에 눈앞의 수정석비에서는 혈광과 마력이 동시에 뿜어져나올 수밖에 없었다.

“왜, 왜 그런 짓을? 있는 그대로의 수정석비를 쓰면 안 되는 건가.”

“연금술 역사상 가장 영험한 물건이니 마도에 대한 저항력이 극히 높소. 하물며 연금술의 달인도 없는 상태에서 사용하기엔 버거웠겠지. 그래서 타락시켜서 영력만 끌어다 쓴 거겠지….”

그렇게 대꾸한 제갈부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놈의 권능이 깃들어있는 수정석비를 건드렸다면 고양이 목에 달려있던 방울이 울린 것과 다름이 없는 것. 권능이 깃든 물건에 접촉했으니, 놈은 지금 당장이라도 우리를 공격해 올 것이오.”

“…놈이 [치환]을 사용해서 습격해 올 거라고 생각한 건가.”

“놈의 또다른 고유능력인 석화광선도 굉장히 강하기 때문에 맞으면 즉사하오. 다만 우리가 대응조차 못하고 당할 가능성이 높은 건 바로 치환능력이오.”

성진이 이해했다는 듯 떫은 표정으로 대꾸했다.

“그렇군…. 우리가 서 있는 이 시간과 공간을 분할해서 치환시키면 각개격파당할 수밖에 없겠군! 그래서 신력으로 방어를 한 거군.”

“신력은 일차적으로 힘과 힘이 충돌하는 법. 일방적으로 당하진 않는 성질이 있….”

그 때였다.

쿠콰콰쾅 - !!

“……!!”

“크윽!”

[이런….]

서문혜가 전개한 신력의 방어막에 있던 아군들이 일제히 침음성을 흘렸다. 거대한 진동과 함께 방어막이 크게 뒤흔들렸기 때문이었다. 서문혜는 일단 기습을 막아냈으나 얼굴이 약간 창백해져 있었다.

“서문혜, 괜찮소?!”

“괜찮아요. 아무래도 할치올레이푸라가 석화광선을 쏜 것 같군요.”

“…으음.”

제갈부는 갈등에 빠졌다. 이미 적을 눈앞에 두고 있다면 도주하기는 힘들겠지만, 아직은 그래도 도주기회가 있긴 하다. 할치올레이푸라의 광선이 뿜어져 왔지만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건 본체가 다른 곳에 있는데도 시공간왜곡을 시전해서 임의로 공격해온 것일 확률이 컸다. 즉 놈이 직접 오려면 아직 시간이 조금 남아 있는 것이다. 그 틈에 도망치면 충분하리라.

하지만 하늘에 혈광을 뿜으며 둥둥 떠 있는 저 수정석비를 회수해 갈 방법이 딱히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았다. 고대보패의 흡수능력조차 무시하고 찢어버릴 정도의 강력한 마력을 수정석비가 뿜어내는 중이라면, 어지간해서는 수정석비에 접근하는 것만으로도 마력때문에 몸이 오염되어버릴 것이다. 게다가 지금 제갈부는 환롱조화망 외에는 회수용 보패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어떻게 하지…? 아, 그래!’

그러나 역시 제갈부는 천재였다. 그는 즉시 해결책을 알아차리고는 말했다.

“성진! 화호초로 수정석비를 삼켜버리시오!”

“……!! 알았네!”

성진이 즉시 보패를 시전했다.

“보패 화호초여! 저걸 먹어라!”

쿠와아앗

다음 순간, 어마어마한 크기의 화호초가 소환되더니 수정석비를 향해 돌진하며 아가리를 벌렸다. 화호초가 수정석비를 삼켜버리자 화호초의 몸뚱이가 시뻘겋게 달아올랐는데, 틀림없이 마력이 엄청나서 버티지 못하고 터져버리기 직전의 현상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 제갈부가 서문혜에게 말했다.

“서문혜! 화호초와 주변의 시간을 얼리시오.”

“알았어요.”

츠아악

서문혜가 눈을 빛내며 신의 힘을 전개하자 금세라도 붉은 빛으로 물들어서 터져나갈 것 같던 화호초가 그대로 멈춰버렸다. 그리고 성진이 급히 화호초를 회수해서 자신의 소매로 넣자, 그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휴우! 회수했군.”

보패로 수정석비를 감싸서 시간을 멈춰버렸으니 밖으로 마력이 새어나올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제갈부의 순발력과 기지로 폭주하는 수정석비를 회수하는 데 성공하자 제갈부는 지체하지 않고 말했다.

“서문혜의 방어막에서 벗어나지 마시오! 벗어난 순간 사도의 초능력에 당할 것이오. 빠르게 지상층까지 올라가야 하오!”

“달리란 말인가!”

“최대한 빨리!”

파바밧

동료들은 급히 축지법이나 신법 따위를 사용해서 마궁의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무려 66층까지 내려온지라 올라가는 계단이 매우 많았으나 그들은 하나같이 초인적인 능력을 갖고 있었으므로 절반이상 가는데 숨을 서른 번 쉬는 시간조차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뮌헨 님펜부르크 마궁의 지하 5층에 도달했을 때였다.

우뚝

제일 빠르게 이동할 수 있기에 선두에서 달리던 독고운천이 멈춰섰다. 그는 찰나지간에 자신이 멈춘 이유를 너무나 잘 알 수 있었다.

투기(鬪氣).

소름끼칠 정도로 정제되어있는 극한의 투기가 그를 멈춰 세운 것이었다. 이 투기를 무시하고 지나치기에는 투기의 주인이 지닌 역량이 너무 뛰어났다. 여기서 한 걸음만 더 내딛으면 전투가 시작된다는 걸 눈치챘기에 독고운천은 멈춰선 채 심천무량을 전개했다.

우웅

그리고 독고운천이 전투태세를 갖추는 그 짧은 순간, 맞은편의 문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그에게 익숙한 얼굴이었다. 독고운천은 그의 얼굴을 확인하는 순간 무면탈을 꿈틀거렸다.

[네놈….]

“백련교주.”

그 자는 단 한 자루의 검만 들고 있었다. 그리고 오랫동안 고행을 거듭했는지 다부진 몸이 깡말라 있었으며 언뜻 보기에는 부랑자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러나 눈빛에는 상상을 초월한 수련의 증거가 투기로써 연마되어 독고운천이 한 걸음도 움직이지 못하게끔 했다.

독고운천은 잠시동안 숨이 막힘을 느꼈다.

두쿵

[……!!]

어째서일까.

‘저 자가 평상시 가지고 다니던 건 팔검(八劍)…. 그러나 그 중 칠검을 버리고 고작 한 자루의 검을 들고 있건만.’

저 한 자루의 검에서 흘러나오는 가공할 기운 때문에 그는 움직일 수도 없었고 숨이 막혀오는 걸 깨달았다. 말도 안될 정도의 중후한 위압감 - 그것은 단순한 투기를 넘어선 광대한 위세였으며 그 위세의 규모가 백련교주의 무심(武心)을 암중에서 짓누르고 있었다.

상대의 검극이 너무나 커 보였다.

언제나 천하를 오시하는 절대자였던 그에게는 생경한 경험이었다.

‘이건 안 되겠군.’

탐색전을 하기에는 시간이 없다.

쿠구구!!

독고운천은 이내 정신을 집중해서 그 환영을 떨쳐낸 채 서서히 자신의 몸 내부에서 혼돈과 태허를 융합시키기 시작했다. 그리고 과거 백련교주이자 황제였던 독고운천을 바라보던 그 사내가 무심한 눈으로 중얼거렸다.

“이제는 좀 보이는군.”

[…무슨 생각이냐.]

독고운천의 무면탈에서 안광이 폭사했다.

[아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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