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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검신-1073화 (1,070/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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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지혼(四神之魂)

제갈부는 곧장 수정석비 탈환대를 구성했다. 그는 독고운천과 한백령, 천우진, 서문혜가 가장 중대한 역할을 할 것이라 예상하고 서둘러 그들부터 불러들였다.

[엄청난 일이 벌어졌군.]

독고운천은 침상에 누워있는 사공린을 보자 짤막하게 말했다. 그리고는 제갈부에게 말했다.

[수정석비를 찾으러 가려면 어디로 가야하지?]

“아직 탐색하는 중이다.”

[방법이 있는가?]

“전뇌자(電腦者).”

그 말에 독고운천은 침묵하더니 말했다.

[아직 인공지능 개발은 초기단계라고 전에 얘기하지 않았던가?]

“그대가 대웅제국 황제 자리에서 내려간 후 많은 진전이 있었다. 특히 파우스트가 중력자이론에 대해 많은 정보를 공유해준 덕분에 연금술으로 인공지능을 크게 발전시킬 수 있었지. 그리고 현재 전뇌자의 성능은 27 페타파이트의 연산량을 다룰 수 있게 되었다.”

제갈부의 말이 이어졌다.

“그리고 부족한 전뇌자의 성능을 보충하기 위해 특별히 파우스트 박사가 메피스토펠레스의 전뇌를 공유해 주었다. 원래는 내 요청을 무시하더니 [옛 지배자]의 침공 때문인지 허락해주더군…. 이 정도면 충분히 찾을 수 있다.”

[전뇌 인공지능이 빠르게 발전한 건 알겠지만 어떤 식으로 찾는다는 건지 모르겠군.]

“지금부터 찾아보겠다.”

달칵

제갈부가 전자기기의 단추를 누르자, 화면에 너구리인형을 끌어안은 조그마한 여자아이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 여자아이에게 제갈부가 명령했다.

“전뇌자. 수정석비의 위치를 찾아라.”

[명령 수행합니다.]

삐비빅 삐빅 -

기계음이 울려퍼졌고, 화면에 잠시동안 유라시아 대륙의 전토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리고 대륙에 수많은 점과 선이 표시되었고 그 선과 점이 빛나더니 이윽고 하나의 점으로 집중되기 시작했다. 이윽고 하나의 점으로 수렴되었을 때 여자아이의 입에서 기계음이 흘러나왔다.

[위치. 노이하우젠 님펜부르크(Neuhausen-Nymphenburg) 궁전. 바이에른 비텔스바흐 가문의 선제후, 막시밀리앙 2세의 궁전 지하 66층. 도시명 뮌헨.]

“…그렇군. 잘 했다, 전뇌자.”

파직

전뇌자의 모습이 사라졌다.

“이런 식이다. 공명장치를 이용해 전 세계에 존재하는 대관성입자의 분포를 탐색하는 거지…. 위치는 특정되었다.”

그 모습을 신기하게 쳐다보던 서문혜가 말했다.

“대단하군요. 저 전뇌자라는 여자아이는 자기 의지를 갖고 있는 건가요?”

“아쉽게도 그렇지 않소. 인공지능이라지만 아직 특이점을 넘지 못해서 연산능력이 뛰어난 운영체제(Operating System)의 수준일 뿐이오. 메피스토펠레스처럼 강인공지능에 곧 도달할 존재에 비하면 격이 많이 떨어지지. 하지만 전뇌자만으로도 정상적인 과학발전의 속도보다 수십 배는 빠른 거라 생각하오.”

“그럼 겉모습이 여자아이인 이유는?”

“파우스트가 보내준 중요리소스로 만든 거였고 기본틀이 저 모습이었소. 그리고 물어봤더니 저건 파우스트 박사의 딸 생전의 모습인 듯 했소. 잃어버린 딸을 기리는 듯 하더군.”

“흐음….”

그렇게 대꾸한 제갈부가 말을 이었다.

“지하 66층이라는 건 인간의 건축기술이 아니란 뜻이다. [옛 지배자]의 마궁(魔宮)이 현실에 소환된 게 틀림없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에 가야한다는 말인가? 수정석비를 [옛 지배자]가 지키는 중이란 말인가.]

“그건 알 수 없지. 하지만 확실한 건…. 수정석비를 이대로 뺏긴 채라면 우린 절대 이길 수 없다. 놈들은 그걸 이용해서 온갖 책략을 동원할 수 있다.”

[어떤 책략이 있겠나.]

“천만의 마도병을 동시에 상전이시켜서 습격할 수도 있을 것이고, 다른 [옛 지배자]를 추가로 불러올 가능성도 있지. 수정석비 정도의 유물은 이 세계에서 극히 희귀하니까.”

[…제갈부. 그렇다면 전뇌자를 이용해서 팽조의 위치도 찾아라.]

독고운천이 안광을 빛냈다.

[팽조 하나라도 탈환할 수 있다면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알았다.”

이윽고 제갈부가 명령을 내려서 팽조를 탐색시켰다. 그러자 이윽고 전뇌자가 팽조의 위치를 말했는데, 제갈부는 그 말을 듣자 약간 얼굴에 화색을 띄었다.

“베를린에 있군. 그렇다면 팽조를 먼저 되찾자.”

수정석비도 되찾아야겠지만 [옛 지배자]가 지키고 있을 확률이 높았기에 당장 되찾기엔 위험도가 높았다. 비교적 만만한 팽조부터 처리하는 게 합리적이었다.

[좋다. 출발하지.]

파앗!!

독고운천을 위시한 총 다섯 명의 탈환부대가 움직였다. 숫자는 적었으나 다들 일당천이었으므로 그다지 걱정거리는 없다고 본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마에 잠식된 베를린에 도착하자마자 제갈부가 술법으로 팽조의 위치를 드러내었고, 나머지 네 명은 돌격하며 눈 앞에 있는 모든 것을 파괴했다.

콰과과광!!

제일 선두에 선 독고운천이 수만의 이족에 맞서서 한 줌의 두려움도 없이 모든 것을 파괴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독고운천을 따라 한백령 또한 쌍검을 휘두르며 마치 날듯이 이족들을 향해 검강을 날렸다.

화신류(火神流)

뇌열염강(雷裂炎罡)!

퍼버벙

“……대단한 위력이군!”

뒤따라가던 제갈부는 뇌열염강의 위력에 감탄하고 말았다. 현재의 마도 베를린은 도시 그 자체가 살아서 움직이는 악의의 덩어리나 마찬가지였고 수천 마리의 마와 이족이 쉴새없이 쏟아져나오고 있었는데, 뇌열염강이 마치 파도처럼 도시의 한 면을 휩쓸어버리자 일시적으로 그 존재들이 일소당한 것이다!

‘원래 한백령의 최고절기는 저게 아니었는데. 한 단계 더 발전한 것인가?’

기분탓인지는 모르겠으나 현재의 한백령은 기존의 호법사자나 천령단 소유자와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어영부영 뒤따라온 천우진이 미친듯이 투덜거리며 외쳤다.

“으아아아아!! 제기랄! 일하기 싫다! 하지만 이번 일만 끝나면 100년 휴가다!”

후웅

아군을 덮쳐오는 수많은 악의의 덩어리를 환술으로 지워버린 천우진이었다. 천우진은 무적의 방패나 다름없었고 그 덕에 아군은 별다른 긴장감없이 싸우는 게 가능했다. 그리고 천우진에게 제갈부가 말했다.

“천우진. 처음 듣는군! 폐하가 100년 휴가를 준다고 했던가…?”

천우진이 이를 박박 갈면서 외쳤다.

“크으윽, 주겠지!!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데 안 줄 리가 있냐?! 어? 양심적으로.”

“…….”

“그 정도도 안 해준다면 노동착취라고!”

덧없는 희망이군….

그런 생각을 하며 잠시 안쓰러운 눈으로 천우진을 쳐다본 제갈부는 이윽고 상황을 정리할 때가 왔다는 걸 깨달았다. 무시무시한 아군 전력이 마의 도시를 통째로 힘으로 짓눌러버린 덕분에 베를린의 마기가 걷히고 서서히 이계화가 풀리는 것이다.

스스스….

“팽조는 여깄군.”

잠시 후 제갈부가 술법으로 아공간결계의 문을 열고는 그 안에 있던 팽조를 꺼냈다. 그리고는 악취때문에 인상을 찌푸렸다.

“으읍.”

팽조의 전신은 썩어있었고 오물과 핏물이 딱지처럼 눌러붙어 있었다. 그리고 전신의 상처에서 촉수가 돋아나는 중이었으며 이족의 육체에 잠식당했는지 흉측스러운 마물의 눈동자가 붙어있기도 했다.

“흐헤… 흐흐… 흐흐…….”

팽조는 어떤 고문을 받았는지 정신이 완전히 붕괴해 있었으며 신언(神言)도 구사할 수 없는 상태였다. 제대로 된 마도의 존재들에게 붙잡혔으니 생지옥 그 이상을 보았으리라. 그 모습을 쳐다보던 독고운천이 말했다.

[고대보패는 다 어디에 갔지? 중요한 게 없군.]

“아니. 분명히 전뇌자로 탐색했을 때는 팽조의 위치에서 보패의 영력도 감지되었다. 어째서….”

잠시 혼란스러워하던 제갈부가 문득 뭔가를 깨달았다.

“설마!”

그리고는 날카로운 눈으로 팽조를 노려보다가 검을 휘둘러서 그의 목을 베었다. 그의 입에서 진언이 흘러나왔다. 그것은 백웅의 기억 속 한켠에 있던 천계의 술수 중 하나인 파환살의 술법이었고 제갈부는 오랜 수련을 통해 검에 파환의 기운을 불어넣을 수 있었다.

“모든 술수를 파(破)하노라.”

쉬칵!

팽조의 목이 허공으로 붕 뜬 순간, 제갈부가 목의 절단면으로 손을 뻗어서 우악스럽게 무언가를 움켜쥐고 뽑아냈다.

콰지직

“혼원산!”

선혈으로 물든 것은 바로 전설의 고대보패, 혼원산! 길쭉한 우산이 목 안에서 뽑혀 나왔는데도 기이하게 팽조의 몸은 산산조각나지 않았다. 혼원산을 뽑아든 제갈부가 독고운천에게 말했다.

“이 놈은 고대보패를 빼앗기기 싫어서 모두 먹어치워서 자신의 육신과 동화시켰다. 그래서 마왕들이 이 놈을 산 채로 고문하면서 흘러나오는 부(否)의 영력을 뽑아썼던 모양이군.”

[뽑으려면 뽑을 수 있었겠지만 별 차이가 없어서 그냥 고문한 모양이구나.]

“…편하게 해줘야겠다.”

잠시동안 제갈부의 검이 파환술을 머금고 팽조를 난도질했다.

“크흐흐흑! 끄륵! 큭!!”

팽조는 난도질당하는데도 도리어 좋다는 듯 웃고 있었으며, 그 웃음은 마치 모든 걸 포기한 절망 그 자체로 보였다. 제갈부는 잠시 후 팽조의 몸에서 모든 고대보패를 뽑아내는 데 성공했다.

“자업자득. 부디 편하게 가시길.”

화르륵

한백령의 화염이 팽조의 몸을 이글이글 불태우는 걸 뒤로 하고 그들은 본진으로 귀환했다. 우선은 탈환한 고대보패부터 하나하나 확인해보던 제갈부가 다음 작전을 지시했다.

“이 고대보패들을 장비할 필요가 있다. 장비를 다 한 후 사용법도 익숙하게 한 후 수정석비의 탈환에 돌입한다. 작전은 성동격서(聲東擊西)로 해야할 듯하다.”

[장비라고? 고대보패의 사용법은 매우 까다롭다. 백웅의 기억을 통해 사용법을 알긴 하지만 익숙하게 되려면 최소한 수십 일의 시간이 필요한데, 그 정도의 시간은 없다.]

“그래도 해야 한다. 이대로 맨몸으로 사도 할치올레이푸라와 맞닥뜨린다면….”

제갈부가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위험하다. 고대보패가 무조건 필요해. 어떻게든 장비해라.”

[구체적으로 어떻게 위험하다는 말인가?]

“내가 목격했던 할치올레이푸라의 권능은….”

이윽고 제갈부의 설명이 이어지자 모두가 놀랐다. 제일 자신만만하던 독고운천조차 낭패스러운 기색으로 말했다.

[세상이 아무리 넓다지만 무슨 그런 놈이 다 있단 말인가? 어둠의 세계란 진정 수라장과 다름이 없구나.]

“독고운천. 당신이 전력을 다한다면 놈을 상대로 비슷하게 싸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놈은 그 이상의 저력이 있다…. 무조건 우리와 합공을 해야하고, 또한 고대보패를 이용해서 힘의 잠재력을 올려라!”

[좋다. 네 말을 듣겠다, 제갈부.]

“어쩌면 [옛 지배자]의 본체와 잠시 맞닥뜨릴 수도 있다. 이번 싸움이 대웅제국 창건 이래 최대의 싸움이 될 것이다.”

작전계획이 수립되자 백웅의 동료들은 매우 기민하게 움직였다. 시간낭비없이 고대보패의 시동법을 익히고 집중해서 연습했다. 그리고 그러는 와중에도 나치독일측에서 공격해오지 않는지를 예의주시했다.

그렇게 긴장에 가득 찬 8일의 시간이 흘렀다.

‘아예 이런 식으로 시간이 흘렀으면 좋겠군….’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대웅제국측이 유리하다. 차라리 이대로 일 년씩 시간이 지난다면, 그 때는 사공린이 어느 정도 힘을 회복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으리라. 하지만 그런 제갈부의 내심은 난데없이 찾아온 환란 때문에 무의미해지고 말았다.

“전국에 수많은 괴마(怪魔)가 나타나서 아수라장이옵니다!”

“…….”

“도, 도저히 치안은커녕 괴마의 퇴치조차….”

제갈부는 으득하고 이를 악물며 중얼거렸다. 예상했던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수정석비를 이용해서 수백만의 마도병과 이족을 우리 땅으로 동시에 소환시켰군….”

“네?”

“아니다. 우선 전국의 성주에게 명을 내려 내성을 무조건 수비하라고 전하라. 오늘 내로 모든 상황은 끝날 것이다.”

“존명!”

제갈부는 명령을 내리고는 아군을 불러모았다.

“우리의 승리조건은 사도 할치올레이푸라의 타도, 그리고 놈의 본체인 [옛 지배자]의 격멸이다. 그러나 이건 사실상 힘든 조건일 것이고, 일차적으로는 놈들의 본거지에 있을 수정석비를 탈환하는 게 목표다. 수정석비만 빼앗아도 절반의 성공이니 무리하지 마라.”

[알았다.]

“대웅제국의 모든 정예병을 단숨에 전이문으로 모아서 시선을 끄는 틈에 침투할 것이다. 가자!”

파앗

그리고 뮌헨 공략전이 시작되었다.

제갈부는 단숨에 대웅제국 전역에서 고르고 고른 최정예 군단을 전이문으로 이동시켰다. 총 군단의 숫자는 이십만 명이었으며 모두가 최신예 과학무기와 주술병단으로 무장하고 있었으며 절정고수와 초절정고수도 대거 포진해 있었다. 그리고 대웅제국의 최정예군단을 맞이하듯, 거대한 뮌헨 근처의 평원에 이족 대군이 모습을 드러냈다.

크르르르….

‘엄청나게 많군….’

세는 게 무의미하다. 아군 이십만 명이 마치 소수처럼 보일 정도이니 최소 오십 만을 넘을 텐데, 그런 추측조차 무의미한 수준이었다. 제갈부는 술법을 써서 대웅제국군에게 외쳤다.

[제국의 병사들이여, 우리는 지금 무엇과 싸우고 있는지 아는가?]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마치 죽음과도 같은 침묵이 전장을 휩쓸었다.

제갈부의 말이 이어졌다.

[우리가 싸우는 것은 바로 이 세계의 어둠이요, 운명이며, 미래다! 저 괴물들은 어둠에서 태어난 존재이며, 그들과 싸우는 게 우리 대웅제국의 운명이다. 그리고 이 싸움에서 이기게 되면 미래가 찾아올 것이다.]

그렇게 연설하던 제갈부는 문득 생각했다.

‘…너희와 나는 같은 처지지.’

그래. 같은 처지다.

전생자 백웅을 위해 소모되는 총알받이며, 조그마한 톱니바퀴이며, 사소한 돌멩이에 불과하다. 능력의 고하 차이는 있겠지만 어차피 흘러가는 시간속에서 소모되기는 마찬가지. 지금만 하더라도 어차피 이 자리에 모인 20만의 정병은 적을 격멸하려는 게 아니라 아군의 정예가 수정석비를 탈환하기 위해 시선을 돌리기 위한 희생양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들이 정녕 무의미하고 무익한 것인가?’

이 내면의 질문에 과거의 제갈부였다면 당연히 그렇다고 했으리라. 책사의 냉철한 이성과 책략의 도가니 속에서 모든 것이 왕의 승리를 위해 소모되는 장기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하기는 힘들어졌다.

더욱 큰 시선을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

제갈부는 순간적으로 찾아온 허탈감 때문에 일순간 말을 잊었다.

웅성웅성….

제갈부의 침묵이 길어지자 대웅제국군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제갈부는 시선을 옮겨서 전열에 서 있는 병사들을 쳐다보았다. 그들은 더러 돌격소총을 갖고있기도 했고, 등에 창이나 검을 차고 있기도 했다. 다만 그들의 눈빛에는 순수한 투지가 서려 있었다.

제갈부는 그들을 응시하는 동안에 책사로서 해서는 안될 생각을 했다.

‘그들에게 효율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살아있다.

살아있는 인간의 생명 - 그들 하나하나의 인생이 그저 잡초와 같은 것이라 하더라도.

제갈부는 그들에게 긍지를 주고 싶었다.

왜냐하면 자신과 그들은 같았기 때문이다.

제갈부는 머릿속으로 외워왔던 연설문을 단숨에 폐기해 버렸다. 그리고 아무런 대본도 없이, 그저 머릿속에 생각나는대로 자신의 감정을 담아서 연설을 재개했다.

[초대 황제 백웅께서 말씀하셨다. 절대 포기하지 않겠노라고…. 우리는 그 의지를 받들어 인간으로써 살아가고 있다. 인간이 인간으로써 살아갈 권리를 포기하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대웅제국에 살아가는 제군들의 긍지이다.]

제갈부의 눈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는 자신의 입술을 질끈 깨물고는 피맺힌 절규를 내질렀다.

[그대들은 알고 있는가? 자신의 긍지와 존엄을 지키려면 싸워야 한다! 그것이 이 세상의 법칙이다!]

제갈부의 손이 번쩍 들리며 주먹을 쥐었다.

[그러므로 싸워라! 우리가 세계 최강의 대웅제국군이라는 걸 저 괴물들에게 알려주어라!]

우오오오오!!

그 순간 군기(軍紀)가 치솟아 올랐다. 이십만 명의 최정예병은 수백만에 이르는 대웅제국군 내에서도 고르고 고른 정예였으며, 그들 모두가 엄청난 훈련을 받았으며 대웅제국에 대한 애국심이 출중했다. 또한 제갈부의 말이 언령이 되어서 그들에게 강력한 암시를 불어넣은 것이다.

파앗

제갈부는 전쟁이 일어난 순간 동료들과 함께 뮌헨으로 순간이동했다. 그리고 님펜부르크 궁전의 초입에 도달하자마자 근처에 있던 모든 마물들을 주문 한 번으로 쓸어버렸다.

“합!”

쿠콰쾅

중급 이상의 이족들이 제갈부의 집중 한 번에 갈가리 찢어져 버렸다. 수백 년간 수련해 온 제갈부의 술법실력도 대라신선급에 이른 것이다. 그리고 제갈부가 동료들과 함께 님펜부르크게 진입하려는 순간, 그들의 앞을 누군가가 가로막았다.

쉬쉬쉭…

“이런. 여기부터는 출입금지다.”

“…….”

“크크크, 오랜만이구나.”

제갈부는 일행의 앞을 가로막은 존재를 노려보며 말했다.

“마왕 제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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