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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검신-1072화 (1,069/1,615)

1072====================

사신지혼(四神之魂)

위잉

독일 근처에도 전이문은 설치되어 있었다. 과거 유럽을 휩쓸었던 당시에 몰래 여기저기에 비밀전이문을 만들어두었던 것이다. 다만 수도 내에는 전이문을 만들기 힘들었기에 사공린이 전이문을 타고 출현한 장소는 수도인 베를린이 아닌 포츠담(Potsdam)이라는 곳이었다. 베를린에서 다소 남쪽에 있는 이 도시는 베를린까지 약 60리 정도 떨어져 있었다.

포츠담에 나타난 사공린은 즉시 주변의 마력을 감지했다. 그리고 포츠담 시내에는 이미 인간이 존재하지 않으며 모조리 이족(異族)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사공린은 내심 생각했다.

‘위성도시에 인간이 남아있지 않다면 수도 베를린 또한 마찬가지겠군. 독일의 인간은 거의 씨가 말랐겠구나.’

사공린은 내심 편해졌다고 생각하며 손을 앞으로 뻗었다. 그녀의 손이 향하는 곳은 바로 포츠담이었으며, 이윽고 새까만 구체가 그녀의 손바닥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사공린은 조용히 읊조렸다.

“부디 사악한 것들이 사라지기를.”

쿠콰콰쾅

사공린의 손에서 뻗어나간 마력의 광선이 순식간에 포츠담을 불태웠다. 단 일 격에 불과했으나 그 순간 포츠담의 전토(全土)가 황금의 마력에 휩싸여서 타올랐고, 포츠담에 있던 수십만 마리의 이족무리는 일소(一掃)당했다.

쿠오오오…

가볍게 반경 수십 리의 도시 하나를 날려버린 사공린은 민간인이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걱정따윈 하지 않았다. 어차피 도시가 저 정도로 이족에게 잠식당해 있다면 인간은 살아도 산 게 아니었다. 그들을 죽인 건 죄가 아니라 도리어 구원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사공린은 곧장 지평선 너머에 있을 베를린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무감정한 표정으로 그대로 힘을 모아서 발사했다.

쿠콰콰콰쾅

눈앞에 있는 모든 것이 사라졌다. 산은 물론이고 강이나 구름조차도 거대한 공허의 마력에 휘말려가는 듯 했다. 단지 사공린이 가볍게 힘을 썼을 뿐인데도 모든 것이 사라지는 것이었다. 이윽고 사공린은 자신이 뻗어낸 힘의 파장이 베를린을 휩쓸었으며 거기에 있던 수많은 이족과 마도병을 소멸시켰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스스스스…

사공린은 이윽고 자신이 파괴한 흔적을 보기 위해 베를린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도착한 순간, 폐허가 된 베를린의 시간이 되감기며 모든 게 원래대로 되돌아가는 걸 볼 수 있었다.

키기기긱!!

시간의 톱니바퀴가 맞물린다. 그 기분나쁜 느낌에 사공린은 살짝 인상을 찌푸렸고, 그런 사공린에게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천마여. [작은 굴레]를 이용하면 그대의 힘을 어느 정도 무효화시킬 수 있지.]

“너는 누구지?”

사공린으로부터 이십 장 정도 떨어진 장소에 나타난 흑의의 제복을 입은 청년이 새하얀 장갑을 손가락으로 당기며 대꾸했다. 다소 날카로운 인상의 이마가 넓은 청년이었다.

[나는 나치 독일 제국의 총통, 아돌프 히틀러다.]

“하인리히 볼프같군. 그대도 인간인 척 하는 고위이족인가? 그 몸의 원래 주인이 아돌프 히틀러인가?”

사공린의 조소에 아돌프 히틀러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나는 하인리히 볼프와는 달리 이 인간과는 융합했다.]

그 대답에 사공린이 눈썹을 꿈틀거렸다.

“융합?”

[필멸자를 섭식하여 의태하는 건 편하고 간단하지만 자신의 원래 힘을 다 쓰기 힘들지. 하지만 원래 인간의 동의하에 융합하게 되면 인과율의 부담도 덜하고 본래의 힘을 더 많이 끌어 쓸 수 있다.]

“…너희같은 고위급 존재들은 자존심 때문에 그런 방법은 택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는데.”

마도에 대해 나름대로 많은 공부를 한 사공린에게 이상하게 들리는 이야기였다. 물론 융합이라는 방법이 있다는 건 백련교주나 제갈유룡등이 가르쳐줘서 알고 있었지만, 이계의 고위존재들은 말 그대로 인간을 벌레처럼 보기 때문에 자존심 때문에 융합을 택하는 일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인간으로 치면 곤충과 합체하는 것과 다름없었는데 그런 굴욕마저 감수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아돌프 히틀러가 희미하게 웃었다.

[그대는 현재 천지천상에서 가장 위대한 존재 중 하나. 그대 앞에 겸허해지는 게 그리 수치스러운 일은 아니지. 어쨌든 승천이 걸려있다면 그 누군들 최선을 다하지 않을까….]

“너희는 늘 승천을 운운하는군. 하지만 나는 승천 따위는 관심도 없다.”

[크크크. 나를 웃기는구나. 그대가 천하아래 거칠 것 없이 움직이는 것 자체가 승천에 가장 가까운 존재라는 증거이거늘. 그대야말로 묵시록의 증거이니라.]

아돌프 히틀러는 그렇게 말하고는 눈동자가 새까맣게 변했다.

[그럼 모든 지략과 용맹을 다하여 싸워보자, 천마여!]

쿠구구구!

히틀러의 신형이 사라짐과 동시에 베를린의 모든 건물이 일제히 층수를 높이며 천공으로 뻗어나오기 시작했다. 마치 땅에서 급속도로 식물의 줄기가 자라듯이 도시 자체가 생장하고 있었고, 그 생장의 흐름에 섞여 수많은 이족과 마물들이 울부짖었다. 그 기세가 엄청났기에 사공린은 기를 죽일 겸 다시 한 번 암흑의 광선을 손바닥에서 내쏘았다.

쿠콰콰쾅!!

사공린의 일격에 모든 것이 소멸되는 듯 했으나, 이윽고 [작은 굴레]가 되돌아가며 원상복구되었고 다시금 뿌리에서부터 도시의 마가 자라나기 시작했다. 사공린이 그 현상에 깜짝 놀랐다.

“[작은 굴레]를 두 번이나 돌리다니!”

한 번 정도는 고위존재라면 어떻게든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두 번이나 사용하는 건 흔한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공기 중에 뒤섞인 혼탁한 마의 존재가 지닌 위격이 생각보다 더욱 높다는 걸 알아차릴 수 있었다. 사공린은 내심 직감했다.

팔부신중 이상의 존재!

일개 마왕을 뛰어넘어 [옛 지배자]에 한 발을 걸친 수준이다!

이 정도라면 신화 속에서 마신이라고 칭해졌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아니…. 팽조에게서 강탈한 고대보패와 베를린 인간들을 학살하며 얻어낸 인과율의 효과일지도 모르겠군.’

어찌되었든 아돌프 히틀러라고 자칭하는 고위 융합체는 엄청난 힘을 지니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어쩌면 과거 요괴대전에서 맞서싸웠던 팔부신중 이상의 난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사공린은 불안감이나 두려움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난생처음 마주하는 난적인데도 자신이 죽거나 패배할 거란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그것은 자신이 절대적으로 상대를 앞서고 있다는 확신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었으며, 사공린의 본질이 끊임없이 그녀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천마를 자처하면서 저런 하찮은 힘을 휘두르는 자에게 굴복할 셈인가?

마치 조롱하는 듯한 말투. 사공린은 그 말에 격앙하는 자기자신이 싫었으나 지금은 이 분노를 이용하지 않으면 타개하기 힘들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이윽고 황금의 눈을 빛내며 양손을 뻗었다.

퍼버벅!!

[카아악.]

사공린의 공격에 무언가가 비명을 질렀다. 허공에 갑작스레 모습을 드러낸 혈암의 해골! 피빛과 어둠의 빛을 흘리며 끊임없이 꿈틀거리는 촉수가 팽창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공린의 몸에 닿자마자 촉수는 바싹 말라서 녹아 버렸고, 사공린은 되려 달려들어서 해골의 두개골을 박살내버렸다.

콰곽

사공린은 혈암의 해골이 침묵하자 가소롭다는 듯 말했다.

“역시 너희처럼 간교한 놈들이 혼자서 덤빌 리가 없지. 동료의 모습을 숨겼구나.”

[…뷔켄할트를 그리 쉽게 잡다니.]

쉬이익

허공에 아돌프 히틀러를 포함한 세 명의 신형이 나타났다. 그들 모두가 인간과 융합한 듯 인간의 몸뚱이를 하고 있었다. 사공린이 덤벼올 때부터 모두 뭉쳤으며, 아돌프 히틀러만 전면에서 사공린을 상대한 척 한 것이다. 실제로는 [옛 지배자]의 지음을 받은 고위존재들이 네 명이나 뭉쳐서 합공을 하는 중이었다. 그러나 그 사실을 눈치챈 사공린이 자기 주변에 있던 적 하나를 기습해서 순식간에 잡아먹은 것이었다.

아돌프 히틀러가 말했다.

[어쩔 수 없구나. 아무리 천마라고 해도 한계는 있을 것이다…. 쳐라!!]

파앗

마왕급 이상의 고위이족이 동시에 덤벼들었다. 무시무시한 광경이었으나 사공린은 되려 싸늘하게 웃었다.

그녀는 짧게 중얼거렸다.

“배가 고프구나.”

약 세 시진 후.

[크하악…. 커헉….]

사공린의 손에 아돌프 히틀러의 목이 붙잡혀 있었다. 사공린은 이미 나머지 두 명의 고위이족을 산 채로 찢어발긴 후였으며 가장 강력한 아돌프 히틀러를 일격에 패대기친 것이었다. 아돌프 히틀러는 도망치려 했으나 공간이동조차 사공린의 황금안에 걸리자 무효화되어버리고 만 것이다.

아돌프 히틀러가 말했다.

[아, 아무리 천상의 마라고 하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어찌 마로 태어나서 같은 마를 잡아먹는 특성을 지닐 수 있단 말인가? [옛 지배자]들조차 자신의 화신에게 그런 권능을 불어넣지 못하는데…. 어떻게 이런 말도 안 되는 힘을….]

“그게 유언이냐?”

[있을 수 없어…!! 이 정도의 힘을 갖고 있는데도 어떻게 인과율의 제약을 안 받는단 말이냐!!]

아돌프 히틀러의 비명같은 외침에 사공린이 대꾸했다.

“내가 쓰는 힘은 전부 너희의 힘. 내가 지니고 있던 본래의 힘이 더 늘어난 게 아니라 재활용하는 것뿐이지. 그래서가 아닐까?”

[…말도 안 돼. 그렇다면 천마의 또 하나의 특성은 설마….]

아돌프 히틀러가 뭔가를 깨달은 듯 했으나 사공린은 더 이상 그와 대화할 의사가 없었다.

“입 닥쳐라.”

그녀는 권태로운 표정을 지은 후 천천히 손에 힘을 주어서 그의 두개골을 박살냈다.

퍼걱

독일제국의 수장이자 총통, 아돌프 히틀러의 최후였다. 사공린은 비교적 손쉽게 이 전쟁을 마무리했다고 생각하며 마도로 화한 베를린을 내려다보았다. 지금 저 악마의 도시는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꿈틀거리면서 수십만 마리의 이족이 꿈틀거리는 생지옥으로 변한 상태였다. 아까부터 싸우면서 베를린에서 쏟아져나오는 수만 마리의 이족떼까지 신경쓰며 싸운다고 꽤나 귀찮았던 것이다.

‘하지만…. 다시 한 번 힘을 써서 베를린을 소멸시키기엔 내 힘이 부족하군.’

썩어도 준치인 걸까? 방금 전의 마왕급 존재들과의 사투에서 사공린은 많은 힘을 소모했다. 그래서 방출형의 권능을 쓸만한 힘이 없었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수뇌부를 제거한 것에 만족하며 고개를 돌렸다. 우선은 본진으로 귀환해서 힘을 회복한 후 마무리를 하러 다시 오는 게 현명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파앗

사공린이 전이문을 타고 낙양으로 되돌아갔을 때였다.

“……!!”

낙양이 폐허가 되었다!

뜬금없이 벌어진 일에 사공린은 깜짝 놀랐다. 화려한 역사와 수많은 건축물, 유산을 지니고 있던 고도 낙양이 마치 잿더미처럼 변해있었던 것이다. 인기척조차 거의 보이지 않았으며 오로지 죽음같은 침묵이 감돌고 있었다. 낙양에 살고 있던 수백만명의 인간들의 기척조차 거의 사라진 상태였다.

사공린은 어찌된 상태인지 알아보기 위해서 낙양의 황궁으로 갔다. 불행 중 다행인지 황궁만은 멀쩡히 남아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황궁으로 들어가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제갈부가 모습을 드러냈다.

“돌아왔군!!”

“제갈부. 어떻게 된 일이죠?”

사공린의 질문에 제갈부는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옛 지배자]의 저주가 덮쳐왔다. 도시는 순식간에 소멸했고, 가호를 받고 있는 황궁만 겨우 현자의 돌을 소모해서 보호할 수 있었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저주라고요? 대체 무슨….”

사공린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말을 이었다.

“방금 이계의 고위존재, 자칭 용병이라는 자들을 모조리 쳐 죽이고 왔어요. 전쟁은 이쪽의 승리예요. 그런데 뜬금없이 [옛 지배자]라니.”

“아무래도 우리가 되려 느긋하게 생각하고 있었다는 뜻이겠지.”

이어진 제갈부의 말에 사공린은 뭐라고 대꾸해야할지 막막할 지경이 되었다.

“놈들은 이미 [옛 지배자]를 소환해낸 상태에서 우리에게 선전포고를 하러 왔던 모양이다. 그리고 그대가 적의 수뇌부를 쓸어버린 순간, 그걸 도리어 기회로 삼아서 소환된 [옛 지배자]가 우리측에 복수의 인과율으로 저주를 쏟아부은 것이다.”

“…….”

“미안하다. 황궁의 보호 외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 수정석비도 뺏기고 말았다.”

“무슨 말인가요? 수정석비까지 뺏겼다고요?”

“[옛 지배자]가 저주를 퍼부음과 동시에 자신의 사도인 할치올레이푸라 라는 존재를 보내 왔다. 너무 강력한 존재라서 도저히 상대할 수 없었다. 백련교주와 한백령을 부르고 싶었으나 마력으로 전송수단이 모두 차단당해서 지원을 받지 못했어….”

완벽하게 역습당했다.

그 말을 들은 사공린이 뭔가를 깨달은 듯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는 말했다.

“제갈유룡은… 어떻게 된 거죠?”

“할치올레이푸라에게 살해당했다.”

“…….”

“석화의 저주에 당한 후 혼이 파해당했다.”

“혼이 파해당했다면 저주에 당했을 때 의체로 옮길 틈이 없었단 거군요. 현자의 돌로도 치료가 안 되나요?”

“현자의 돌도 한계는 있다. 강대한 마력이나 신성이 직접 쏟아부은 저주를 무마할 수 없을 때도 있어…. 지금은 황금같은 시간이 지나서 더더욱 불가능하다.”

제갈부는 부모인 제갈유룡이 사망했는데도 굉장히 침착하고 담담하게 대답했다. 왜냐하면 이미 전생자의 동료가 된 시점에서 죽음이 언제든 닥쳐올 수 있다고 각오한 바였으며, 이번에 덮쳐온 적은 사도급이었기에 어쩔 수 없었던 것이다.

제갈부는 분노하고 절망하기보다 이성을 더더욱 견고하게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이제 대웅제국을 이끄는 제갈세가의 책사는 그 혼자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마저도 감정에 휩쓸린다면 다른 모든 동료들이 위험할 것이다. 절망을 딛고 일어선 제갈부의 각오를 그의 표정에서 읽은 사공린은 천천히 말했다.

“제갈부. 나는 마도 베를린에서 [옛 지배자]의 존재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 말대로라면 적의 총대장이라 할 수 있는 그 지배자는 다른 장소에 존재한다는 뜻이겠죠.”

“그렇군. 그럼 십중팔구는 적의 총대장은 수정석비를 훔쳐간 장소에 존재할 것이다.”

“거기가 어디죠?”

“찾아봐야겠지. 당신이 그 존재를 해치워야만 한다.”

“…….”

사공린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는 말했다.

“제갈부. 지금 낙양의 내성과 외성이 모두 소멸했고 거기 있던 모든 백성과 연구기관이 소멸했다는 거군요. 그렇다면 절대지경 고수들도 다 죽었단 말인가요?”

“…그래. 다 죽었다.”

“백여년 전부터 양성해 오던 술법사단과 과학자들도 말인가요? 특별히 연구해 오던 강인공지능마저도?”

“그래.”

“이 피해는 도저히 종말 전까지 복구할 수 없겠군요. 그렇지 않은가요. 백웅에게 남겨줄 게 없어져 버려요.”

“서, 설마 너….”

사공린이 이윽고 결연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내 힘을 써서 낙양의 [작은 굴레]를 통째로 되돌리겠습니다. 수정석비의 탈환은 다른 이들에게 맡겨 주세요.”

“……!! 말도 안 돼! 그렇게 하면 아무리 당신이라도…. 힘을 모두 써서 가사상태가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영영 회복할 수 없는 부상도 아니죠. 시간이 지나면 힘을 회복해서 다시 깨어날 수 있지 않습니까?”

“안 돼! 설령 그렇다 해도 당신 외에는 그 누구도 현재 독일제국에 소환된 [옛 지배자]를 상대할 수 없어!”

제갈부가 비명을 지르듯 외쳤다.

“서문혜도 백련교주도 강하지만 그 [옛 지배자]는 결코 범상치 않은 존재다! 틀림없이 천마를 견제하기 위해 다른 [옛 지배자]들이 파견해 온 비장의 존재야! 기껏해야 사도를 보내왔지만 할치올레이푸라의 힘은 격이 달랐어! 하물며 본체를 상대로는 아무런 승산조차 느껴지지 않아! 당신, 서문혜, 백련교주, 천우진 등이 모두 전력을 다해서 합공해도 상대가 될까말까란 말이다!”

“…….”

“소멸된 낙양의 인적자원은 어떻게든 복구할 수 있다…. 그러니 지금은 싸움에 집중하자!”

제갈부가 간절히 부탁했으나 사공린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지금 이 피해를 지나쳐 버리면 결국 승리로 가는 길이 멀어질 거라는 예감이 드는군요. 나는 내 선택을 관철하겠어요.”

“사공린…!!”

“수정석비를 탈환하고 더불어 팽조의 보패도 모조리 탈환하세요. 그리고 그 힘을 이용해서 가사상태에 빠진 저를 회복시켜 준다면 결국 우리의 승리가 되겠죠.”

“말은 쉽지만…!! 수정석비를 탈환한다는 건 그 할치올레이푸라를….”

제갈부는 차마 말이 나오지 않았다.

어찌 말할 수 있겠는가.

할치올레이푸라가 일순간이지만 황궁의 [옛 지배자]가 현실에 간섭하려는 걸 석화광선으로 막아내 버렸다는 사실을!

그 때문에 황궁의 [옛 지배자]는 잠시 현실에서 내쫓겨 버렸고 아군은 속수무책으로 유린당해 버렸다. 제갈유룡조차 그 존재 앞에서 채 10초를 버티지 못했다.

그 힘이 [옛 지배자]의 간섭조차 틀어막을 정도인 사도인 것이다. 그런 고위존재가 현실에 나타난 것 자체가 악몽이었다.

과연 승산이 있을까?

그러나 다음 순간, 사공린은 자신의 힘을 발휘해서 [작은 굴레]를 돌렸다.

“부탁합니다, 제갈부….”

우우우우웅

낙양은 언제 파괴되었냐는 듯 원상태로 되돌아왔다. 모든 살해당한 인간들과 건물들이 원상복구되었다.

그러나 그녀의 황금안에서 서서히 빛이 사라지더니, 이윽고 사공린은 풀썩 쓰러져서 잠들고 말았다.

쓰러진 사공린을 부축한 제갈부는 이윽고 이를 악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모든 것이 최악의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그러나 제갈부는 좌절하지 않았다. 부모가 죽고 아군이 다 죽어가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으리라.

‘백웅이… 돌아올 때까지 버틴다!!’

그걸 위해서라면 모든 걸 감수할 수 있다.

제갈부는 이윽고 각오를 굳혔다. 그리고 백웅이 습관처럼 되뇌이던 말을 읊조렸다.

“나는 절대 포기하지 않아!!”

최고의 천재, 중원지보의 이름을 걸고 수정석비와 팽조를 탈환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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