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9====================
진공가향(眞空家鄕)
악마전생의 계약 -
그것은 중마전생(衆魔轉生)이라고도 불렸으며 과거, 제갈사가 인간의 세상에 미련을 버리면서 자신의 스승인 마왕 시몬 마구스와 맺은 계약이었다. 마도사로써 특출난 경지에 오른 데다 이혼대법을 대성한 제갈사는 이면세상의 비밀과 세계의 종말, 그리고 [옛 지배자]들이 인간을 취급하는 방식을 깨닫고서 ‘인간’인 채로는 생을 이어가봤자 완전히 무의미한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아무리 이 세상이 거지같다고 해도 벌레인 채로 세상을 조소해봐야 무의미하다. 최소한 약자를 괴롭히고 가학성을 ‘즐길 수 있는 위치’에 있어야 자신의 광기를 소화할 수 있었다. 제갈사가 인간을 버리는 이유는 마도사의 입장에서 아주 합리적이었다. 인간세상에서 그가 인간으로써의 수명에 연연하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였다.
그래서 제갈사는 중마 중에서도 악마(惡魔)라고 불리는 별개의 존재로 전생(轉生)하기로 마음먹었다. 이 전생은 백웅의 전생과는 의미가 다른 마도술식으로서의 전생이었는데, 기억과 경험을 그대로 가진 채 악마라고 하는 별개의 종족으로 혼과 육체를 변화시키는 마도의식이었다. 이 전생의식을 치르는 최소한의 조건은 상당히 문턱이 높았기에 고급술식으로 분류되었다.
악마는 이족이되 이족이 아닌 존재로 분류되었다. 왜냐하면 마도사가 자신의 모든 지혜와 기술을 더해서 만드는 인공적인 마(魔)였으며 [옛 지배자]와 결탁하여 이미 인간이 아니게 된 타락한 존재만이 제작이 가능한 특수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일반적인 이족이 갖고있는 촉수나 주술문명 특유의 조야한 특징이 모두 거세된 채 마력과 힘만을 남긴 인공적인 종족이다. 제갈사는 그 깔끔함이 마음에 들어서 악마가 되기로 했던 것이다.
다만 중마로 전생할 때 결과물의 강력함에는 전생의식을 치르는 마도사의 실력이 크게 관여했다. 제갈사 스스로 전생의식을 치른다 해도 어느 정도 강한 악마가 되긴 하겠지만 한계가 여실히 존재했다. 아무리 제갈사가 마도에 있어서 불가일세의 천재라 해도 수련기간이 비교적 짧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굳이 그걸 위해서 인간세상에서 수련때문에 시간낭비를 하고싶진 않았던 제갈사는 세계최강의 마도사인 시몬 마구스와 중마전생의 계약을 맺었다.
제갈사는 그런 제반사항을 생각하며 천천히 시몬 마구스의 말에 대꾸했다. 일단 그의 배교술법 스승이며 강력한 마왕에 속하는 존재였기에 제갈사는 반쯤 존대를 할 수밖에 없었다.
“계약조건은 잊지 않으셨겠지. 나는 내가 원할 때 전생한다고 명시되어 있었을 텐데.”
“물론 잊지 않았지. 네가 99일 내내 나와 계약조건을 논하면서 말다툼을 했던 건 내 삶에서도 생경한 경험이었다. 그리고 그 항목만큼은 네가 절대로 포기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런데도 기껏 대영제국까지 찾아와서 지금 전생시키겠다는 건 현명한 영지주의의 마왕같지가 않습니다만.”
그랬다.
과거에 제갈사는 철두철미하게 자신의 이득을 다 챙기면서 시몬 마구스와 전생계약을 했다. 그는 모든 지식과 지혜, 잔머리를 동원해서 사소한 계약 1항 하나하나를 다 챙기면서 시몬 마구스와 논리 싸움을 했다. 그 결과 시몬 마구스조차 한 줄도 트집잡지 못할 정도로 완벽한 마법계약서를 쓰는 데 성공했던 것이다.
특히 제갈사가 강조한 것은 두 가지였다.
[제갈사 자신이 원할 때 전생을 한다]
[인간의 영혼을 유지한다]
이 계약조건이 엄존하는 한 제갈사는 결코 시몬 마구스에게 꿇리는 입장이 아니었으며 대등하다고 할 수 있었다. 명목상 사제관계이지만 언제든 서로의 뒤통수를 칠 수 있는 마도사들이었기에 반드시 이런 계약관계가 필요했다.
“후후….”
그러자 시몬 마구스가 벽지상의 모습에서 서서히 형태를 바꾸기 시작했다.
우드드득….
우드득
잠시 괴이한 소리가 울리더니 아름다운 냉미녀의 모습에서 깔끔한 외모의 백인 장년인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그 장년인의 형태를 본 제갈사가 냉소를 지었다.
“크크크… 갑자기 모습은 왜 바꾸는 거지? 사마리아에서 서방수호자의 제자인 베드로에게 패배했던 그 때의 기억이 생각난 건가?”
“수십 년간 중원에서 여인의 몸으로 도박을 즐겨봤지만 그다지 재미는 없더군. 이제 그 몸에 질렸을 뿐이다. 그리고….”
시몬 마구스는 훗하고 웃으며 대꾸했다.
“그 때의 베드로는 온갖 가호와 축복을 받아서 우주 질서의 사도나 다름없었으니 그에게 패한 걸 수치스럽게 여기진 않는다. 질서진영이 인과율을 소모해서 막으려 할 정도로 전성기의 내가 대단했다는 뜻이니 도리어 자랑스러웠지.”
“흐음, 수천년 먹은 곰팡내가 입에서 풍기는군. 어서 본론을 꺼내시지.”
“본론?”
“아무런 생각도 없이 계약을 거스르는 말을 꺼내진 않았겠지. 시작해 볼까.”
제갈사의 말에 시몬마구스는 여유롭게 대꾸했다.
“그러지.”
시작하자는 말.
그것은 두 사제가 서로의 운명을 걸고 지략을 겨룬다는 말과 다름없었다. 또한 마도사들끼리의 이야기는 결국 영혼이나 소중한 것을 걸 수밖에 없었기에 굉장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시몬 마구스가 말했다.
“분명 네 말대로 계약은 완벽하다. 하지만 상황이 변했지.”
“상황이 변한다고 명시된 계약이 바뀌진 않지.”
“바뀌는 경우가 단 하나 있지. 상호합의가 있다면 합의하에 바꿀 수 있지 않느냐?”
“합의를 하기 싫습니다만.”
비꼬는 듯한 제갈사의 말에 시몬 마구스가 클클 웃었다.
“지금 당장 내가 팔부신중의 편에 붙는다 해도… 말이냐?”
“…….”
“꽤 곤란해질텐데….”
처음으로 제갈사는 내심 흔들림을 느꼈다. 겉으로는 표현하지 않았으나 역시 올 게 왔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역시 그건가?’
예상 못했던 바는 아니다. 아니, 제갈사는 천재였기에 백웅이 사라진 순간부터 이 상황까지 오게 될 것을 예측하고 있었다. 표리부동하고 사악한 마왕 시몬 마구스가 어떻게 움직일지는 대충 읽혔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갈사는 시몬 마구스가 헛짓을 하기 전에 그에게 아군진영의 ‘힘’을 각인시키기 위해 세계를 정복할 필요를 느꼈다. 악한 자는 약육강식에 민감하기 때문에 강자를 보면 자중하리라 생각했었던 것이다.
‘…하지만 결국 인리(人理)를 우선시한 전략 때문에 세계정복을 시간에 맞추지 못했다. 그 결과 시몬 마구스는 여유있게 판을 읽고 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한 거군. 곤란해.’
제갈사는 내심 백웅이 있었다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갈사가 백웅의 능력을 응용하면 얼마든지 시몬 정도는 제어하며 파멸시킬 수 있었기에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전생자가 없는 지금은 그저 지혜와 배짱만으로 헤쳐나가야 한다.
제갈사는 그런 마음을 완전히 숨겨버렸다. 그리고 피식 웃으며 말했다.
“어차피 팔부신중에 비하면 아군은 열세. 스승님을 아무리 높게 쳐줘도 팔부신중 두 명급 이상은 되지 않으니, 그저 짐이 조금 더 늘어날 뿐 아닌가? 계약을 바꿀 필요는 전혀 느끼지 않습니다만.”
“호오, 자신만만하구나. 하긴 고작 인간제국 따위가 고대신의 화신 중에서도 이름 높았던 투신 아르쥬나를 쓰러뜨렸으면 그런 말을 할 만 하지.”
시몬 마구스는 마법으로 의자를 소환해서 털썩 앉으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넌 이미 약점을 잡혔다. 설마 이 협박 하나로 끝날 거라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사랑하는 나의 제자야.”
“내게 약점이 있었던가? 처음 듣는 소린데.”
“크크크… 확신이 없다면 나는 절대 전면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적어도 너를 이 계약으로 굴복시킬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서 찾아온 것이다.”
시몬 마구스의 눈빛에 흉광이 스쳐 지나갔다.
“제갈사. 넌 약해졌다. 왜냐하면 지킬 것이 생겨버렸기 때문이지….”
“…….”
“지킬 것이 없을 때의 너는 아주 완벽한 마도사였다. 영지주의 마도 사상최고의 천재라 불리는 나조차도 너의 재능에 연신 감탄했을 정도였지. 이족을 뛰어넘는 광기와 그 광기를 통제하는 이면의 정신력과 지능…. 네가 왜 인간으로 태어났는지 궁금할 정도로 넌 악랄하고 강력한 마도사였다.”
“지금은 아니란 말로 들리는군.”
“그래. 아니다. 이제 넌 인간성을 지니게 되었으니까.”
쿠궁…
시몬 마구스는 테라스 밖에서 펼쳐지는 백련교주와 팽조의 싸움을 힐끔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느긋하게 말을 이었다.
“네가 이 요구를 거부하면 나는 일단 저기서 싸우고 있는 팽조에게 가세할 것이다. 그리고 백련교주란 놈에게 내 마력을 담은 저주를 쏟아부을 것이다.”
“……!!”
“네가 설령 준비를 잘해서 이번 내 주술공격을 막아내더라도 상관없다. 어차피 너희에게 나를 붙잡아서 봉인할 정도의 여력은 없다는 걸 확인했기 때문이지. 나는 내 능력과 내 휘하의 조로아스터교 마도사들, 그리고 소환마물을 이용해서 너희를 끝까지 괴롭혀 주겠다. 상황에 따라서는 팔부신중과 손을 잡고 낙양부터 부수러 가도 되겠지.”
제대로 해 주시는군.
제갈사는 약간 불쾌함을 느꼈다. 시몬 마구스가 이런 말을 할 거라고 익히 예상했지만 직접 당해보니 기분이 더러웠기 때문이었다. 또한 기분이 더러운 이유는 상대가 확실히 자신의 약점을 파고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시몬 마구스가 앞으로 상체를 숙이며 새하얗게 웃었다.
“네 약점은 바로 대웅제국이다. 너 스스로의 육신조차 하찮게 여기던 광기의 마도사가 터무니없이 큰 약점을 가져버렸구나, 제갈사여.”
그렇다.
대웅제국을 지켜야 하는 것이 바로 제갈사의 약점!
그건 백웅이 실종되었기에 생겨난 제갈사의 흔치 않은 약점이었다. 차라리 백웅이 있었을 때라면 제갈사는 대웅제국이 망하든말든 마음껏 계책을 휘둘렀을 것이다. 아군 동료들이 다 죽어도 백웅만 살아있으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백웅이 사라진 지금, 그에게는 백웅이 돌아올 때까지 대웅제국을 온존시켜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생겨버렸다. 대웅제국을 비롯한 모든 대웅제국의 인적자산을 최대한 백웅에게 남겨주어야만 백웅의 전생횟수를 단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제갈사가 계책의 일부로 대웅제국을 희생시킨다면 당연히 그 울타리 안에서 보호받고 있는 전생동료들의 결집된 힘도 와해되어 버린다. 그리고 인간의 힘은 결속의 힘에 가까웠기 때문에 그 경우 전생동료들은 말도 안 될 정도로 약화되어버리고 말았다. 통일제국의 힘이라는 건 초인들이 운신하기 아주 편하게 만들어주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결국 마도의 세력들이 백련교주 등을 포함한 전생동료들을 하나하나 사냥해서 잡아 죽이는 흐름이 되고 말리라.
제갈사는 태연하게 말했다.
“스승님은 말로만 협박하고 끝낼 종자가 아니란 걸 이 제자는 잘 알고 있습니다. 마땅히 그 제안을 받아들여야겠지. 하지만 뭐 하나만 물어봅시다.”
“말해 보거라.”
“내게 빠른 중마전생을 강요하는 이유는 역시 크리슈나한테 잘 보이려는 거겠지?”
“…크크. 역시 두뇌회전이 빠르구나.”
시몬 마구스는 히죽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렇다. 크리슈나는 비록 투신 아르쥬나라는 강력한 화신을 잃음으로써 더 이상 이 세계에 관여할 수 없게 되었지만, 그의 [눈]은 바로 힌두교도 전체이며 그에게 신앙을 지니고 있는 모든 존재들. 그 존재는 언제나 이 세상을 관조할 수 있지. 그리고 그 자의 의지가 너희들을 방해하는 거라는 걸 알게 된 이상, 내가 그의 뜻대로 움직여준다면 크리슈나가 내게 호의적으로 대할 게 아니냐?”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이군. 그 자 또한 신격이며 능구렁이인데 스승님 뜻대로만 움직여줄 리 없지.”
“물론…. 하지만 진심이 어쨌든간에 필요와 이해타산에 의해 손잡은 관계가 때로는 혈연조차 능가하는 결속력을 보일 수 있다는 걸 너도 알 것이다. 크리슈나가 이번에 보인 태도를 보면, 그 자는 나와 협력할 가능성이 높다.”
“…….”
“크크크! 나는 이제야 내 동앗줄을 찾았다. 그리고 덤으로 너를 내 중마로 얻을 수 있으니 이런 기회는 마다하고싶지 않구나, 사랑하는 제자야.”
역겨운 놈….
제갈사는 언제나 그랬지만 시몬 마구스를 천갈래 조각내서 죽이고 싶은 살의에 휩싸였다. 그러나 그 살의를 겉으로 드러내진 않고 내심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예상보다 빠르지만 선수를 칠 수밖에 없겠군.’
지금부터는 제갈사조차 예측할 수 없는 혼돈이 될 것이다.
시몬 마구스에게 대항할 계획은 미리 짜 두었으나, 온통 불확실성이 가득한 헛점 그 자체. 결코 정상적인 계책이 아니다. 사실 이건 계획이라기보다는 도박이며 모험이었다.
적어도 백 년 후부터 서서히 시작하려 했지만 이렇게 상대가 직접적으로 압박을 해 왔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렇게 생각한 제갈사는 미묘한 미소를 띄며 말했다.
“그럼 어쩔 수 없군. 정말로 시작해 봅시다, 스승님….”
“그래. 그럼 마법의 계약서를 꺼내라. 합의하에 계약서를 수정하게… 음?”
그 순간이었다.
촤라락
제갈사는 자신의 품속에서 한 권의 마도서를 꺼내서 펼쳤고, 그 마도서의 장중(章中)에서 흑색 눈동자가 번쩍 하고 눈을 떴다. 그와 동시에 마도서가 엄청난 마력과 함께 촉수를 뿜어내더니, 이윽고 시몬 마구스를 시꺼먼 촉수로 결박했다.
촤라락!!
흑색 연기처럼 휘릭거리는 촉수에 묶인 시몬 마구스가 놀랐다.
“그건 무명제사서! 무명제사서가 각성했다고… 설마.”
“그 설마지.”
제갈사가 대꾸했다.
“이제 무명제사서는 [눈]을 떴으니, 살아있는 존재가 되었다.”
“……!!”
시몬 마구스가 눈을 부릅떴다.
‘그럴수가… 외신과 계약한 마도사인 나조차도 평생 거의 이루지 못한 일을.’
백웅이 거의 대부분의 보물을 가지고 실종되었으나, 제갈사가 연구하던 수정석비와 무명제사서 등의 일부 보물은 지상에 온존해 있었다. 그리고 제갈사는 계속된 연구의 결과, 마도사를 깨우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것은 마도사로써 가공할만한 업적!
마도사가 수천 년을 살아도 이룰까말까한 일을 70년도 살지 않은 애송이 마도사가 해낸 것이다!
[눈]을 뜬 무명제사서를 자신의 한 손에 붙잡고 있던 제갈사의 두 눈이 흑화(黑化)해 있었다. 마도사가 지나친 마력을 몸에 받아들여서 타락하기 직전의 전조증상이 바로 양안의 흑화였다.
쿠르르륵…
제갈사의 몸 전체가 이형화(異形化)되기 시작했다. 제갈사의 전신에 시꺼먼 핏줄이 흉할 정도로 도드라지기 시작했으며 악의가 쉴 새 없이 흘러나왔다.
격렬하게 [이면]의 세계가 다가온다.
오오오오오 -
머나먼 성계(星界)에서 타락한 옛 지배자들이 그를 원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들은 인간에서 탈피한 새로운 마(魔)의 탄생을 축복하면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제갈사는 그 모든 [부름]을 무시하며 웃었다.
[이 싸움은 오래 갈 거요, 스승님. 크크크큭….]
“무슨 뜻이냐?”
시몬 마구스는 촉수에 속박되어 있었으나 아직 여유로워 보였다. 마도서를 각성할 정도인 줄은 몰랐으나 아직 그에게 미치기에는 역량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라도 진심을 보이면 제갈사를 이길 자신이 있었기에 그다지 걱정하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시몬 마구스에게 있어서 통한의 실수가 되고 말았다.
제갈사는 자신이 악마로 변해가는 걸 깨달으면서 악마의 성대로 웃었다.
[이혼대법.]
쿠구구궁!!
[크어어어억….]
팽조는 혼돈화한 백련교주의 일 권(一拳)에 맞고는 더 이상 움직이지 못했다. 정신없이 두 강력한 혼돈의 존재가 자웅을 겨룬 지 꼬박 반나절이 지나서야 결판이 난 것이다.
백련교주의 완전한 승리!
싸움 자체는 오래 걸렸으나 실제로 백련교주는 팽조에게 거의 받은 타격이 없었다. 혼돈화의 힘이 예전보다 훨씬 강해졌기 때문에 팽조의 공격력으로는 백련교주를 없앨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설령 보패 청운검에 정통으로 맞았다 해도 방어막으로 견뎌 내거나 금세 초재생력을 발휘해서 회복하고 말았다.
그런 까닭에 백련교주는 거의 유일하게 그에게 타격을 줄 수 있는 [옛 지배자의 가호]만을 조심하며 팽조와 싸웠고, 그 조심성 때문에 싸움이 오래 걸린 것이었다.
스스스스
쓰러진 팽조의 몸에서 급속히 마력(魔力)이 빠져나갔다.
[옛 지배자]의 마력을 빌려서 전신에 지배자의 축복을 받은 마갑(魔甲)을 두르며 싸우던 팽조였으나, 패배하게 되자 그 갑주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팽조에게 힘을 빌려주던 [옛 지배자]는 흥미가 떨어졌다는 듯 자신의 가호를 거두어가면서 팽조의 마력까지 같이 빼앗아 버렸다.
선인의 형상으로 되돌아온 팽조를 내려다보던 백련교주는 이윽고 손가락을 팽조에게로 향했다.
[마무리다.]
쿠콰콰쾅!!
지풍(指風)만으로도 수백 장 크기의 구멍이 생겨나며 팽조의 몸이 산산조각나는 듯 했다. 그러나 팽조가 속옷처럼 두르고 있던 팔괘자수선의가 그 순간 백련교주의 힘에서 팽조를 보호했고, 이어서 신령스러운 오색구름이 모습을 드러내며 팽조를 순간이동시켰다.
슈슈슉
[이런!]
백련교주는 당혹했다. 완전히 끝장을 냈다고 생각했는데 설마 막판에 팽조가 장비한 고대보패의 힘 때문에 놓쳐버리다니?
‘아니다. 보패만이 아니야. 누군가가 팽조를 빼돌렸다…. 그렇지 않고서는 내 힘에서 보패의 기능만으로 살아남을 순 없다.’
인위적인 구출!
그 사실을 직감한 백련교주는 빠르게 대영제국 관저의 테라스 쪽을 쳐다보았다.
‘설마 아까부터 저기에 있던 강력한 마력의 소유자가 끼어든 것인가?’
백련교주는 싸우는 도중에 갑자기 근처에 시몬 마구스의 마력이 출현했다는 걸 깨달았었기에 그 쪽도 신경 쓰고 있었다. 물론 시몬 마구스의 정확한 정체는 몰랐으나 경계할 상대라는 건 투사의 본능으로 알아챘던 것이다.
파앗
그는 혼돈화를 풀지 않고 빠르게 테라스 쪽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도착하자마자 백련교주는 중얼거렸다.
[아무도 없군. 제갈사는 어디 간 거지?]
시몬 마구스와 제갈사.
방금 전까지 옥신각신하던 두 사제의 모습은 완전히 소멸된 후였다.
백련교주는 강력한 마력의 잔향을 느꼈지만 그저 흔적일 뿐 마력의 주인이 어디 갔는지까지는 알 수가 없었다.
곤란해하던 백련교주는 근처에 있던 망량을 불렀고, 망량은 도착하자마자 백련교주에게 말했다.
“교주. 이건 숙부가 [계획]을 시작했다는 뜻이오. 아마 여기에 마왕 시몬 마구스가 찾아와서 중마전생을 강요했겠군.”
한 순간에 상황을 읽어낸 망량이었다. 왜냐하면 제갈사가 망량한테만은 그가 시몬 마구스에게 대항할 계획을 미리 말해두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갑작스럽게 제갈사가 부재할 경우 동료들에게 그 경위를 설명할 인물이 망량뿐이었기에 모두 설명해둔 것이었다.
[무슨 소리지?]
“설명해 주겠소.”
망량에게서 제갈사의 계획에 대해 들은 백련교주가 흠칫했다.
[……!! 정말로 그 도박을 했단 말인가? 미친….]
“잘 되기만을 바랄 수밖에 없소.”
씁쓸하게 중얼거린 망량이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이제 모든 마도사를 소탕했으니 도망가는 게 좋겠소.”
[무슨 소리지? 이제 대영제국을 쳐서 멸망시켰으니 세계정복이 끝난 셈이거늘.]
“하늘을 보시오.”
파아아앗!!
하늘에 거대한 소환진이 떠오르고 있었다. 그 소환진을 본 백련교주는 아직까지는 식(式)만 짜여져 있지만 머지않아 그 안에서 뭔가가 튀어나올거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소환진이 품고 있는 거대한 마력과 규모를 느끼자, 그 안에서 튀어나올만한 존재가 뭔지도 알아차릴 수 있었다.
[팔부신중…!!]
“소환속도는 느리지만 아무래도 확실히 이번 일에 개입하려는 모양이오.”
[저 놈들에게 그럴만한 인과율이 있단 말인가? 아무리 마왕급이라서 인과율의 방해가 적다 하더라도 다른 [지배자]들의 눈치가 보여서 인과율 없이는 끼어들기 힘들 텐데!]
“정상적이라면 그렇겠지. 삼황오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완전히 팔부신중 놈들의 세상은 아니오. 하지만 팔부신중과 크리슈나가 손을 잡았다 친다면….”
망량은 이를 악물었다.
“…크리슈나가 최근 우리와 유럽에서 벌인 대전에서 확보했던 제물과 필멸자들의 영혼으로 이미 인과율은 충분. 크리슈나가 팔부신중을 지원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오.”
백련교주는 망량의 말이 옳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한탄보다는 현실적인 문제부터 처리하기로 했다.
[으음…. 소환이 다 되려면 적어도 두 시진은 걸리겠군. 어디까지 후퇴해야겠는가.]
두 시진이면 길어 보이지만 소환을 방해할 방법이 없다는 게 문제였다. 저 소환진은 팔부신중 본체의 힘을 이용한 것이었으므로 힘으로는 파괴할 수 없다는 걸 백련교주는 보자마자 알아차린 것이다. 그리고 두 시진 후에 확정적으로 팔부신중이 소환된다면 당해낼 방법이 전혀 없었다.
“우선 전이문을 이용해서 모든 병력을 본토로 물립시다. 그리고 제갈부에게 빠른 퇴각을 명해두겠소. 그라면 유럽 전역에 배치한 병력들을 사흘 내로 모두 귀환시킬 수 있을 것이오.”
[팔부신중이라면 유럽대륙을 한 시진 내에 횡단할 수도 있다. 사흘이나 버티긴 힘들다.]
“그건 내가 어떻게든 해 보겠소.”
[뭘 할 셈인가?]
“이미 천계와의 격리가 거의 끝나서 그 어떤 신선도 소환할 수 없게 되었지만….”
촤라라락!!
망량은 품 속에서 거대한 두루마리를 꺼내서 펼쳐내었다.
“그럼에도 구천현녀께 받은 이 봉신방(封神榜)을 쓴다면 한 번 정도는 팔부신중을 막을 수 있을 것이오.”
[…….]
“왜 그런 눈으로 보시오?”
[아르쥬나 때도 그렇고 이번에도 타신편의 소환권을 쓰지 않는군. 아무리 단 한 번만 소환할 수 있다고 해도 너무 아끼는 게 아닌가?]
그랬다.
망량은 수기공양 당시에 태공망의 타신편을 소환할 수 있는 가호를 받은 적이 있었다. 백웅과 함께 받은 것이었기에 망량도 쓸 수 있었는데, 그는 아직까지 단 한 번도 타신편을 쓰지 않은 것이다. 타신편이 있었다면 아르쥬나도 비교적 쉽게 잡을 수 있었을 텐데도 끝끝내 아낀 것이다.
그 질문에 망량이 대답했다.
“구천현녀께서 내게 예지를 새겨주셨소. 그리고 타신편을 써야 할 때가 되면 그때 예지가 발동하게 될 것이오.”
[말도 안 되는군. 투신 아르쥬나나 팔부신중의 동시습격보다 더한 위협이 현실에 닥쳐올 거란 말인가? 그 정도라면 이미 우리 선에서는 감당할 수 없다.]
“그러나 일어날 일이오. 이 세계의 정령신 그 자체인 구천현녀께서 한 예지라면 분명히….”
[…….]
“지금은 날 믿어 주시오.”
[한스럽군. 동료들이 차례로 죽어나가는 꼴을 옆에서 지켜보는 꼴이라니.]
고개를 돌린 백련교주는 보기 드물게 한숨을 쉬었다.
[지금처럼 내 자신의 무력감을 느낀 적이 별로 없었노라….]
“…….”
[백웅만 있었다면….]
망량은 그 순간 그의 말에 바로 대꾸하고 싶은 충동에 시달렸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줄 아시오?
투두둑
먹구름이 끼고 조금씩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망량은 비에 섞여서 눈물을 흘려보내고 싶었으나, 그 순간 무너질 것 같아서 입술을 꾹 깨물었다. 대신에 단호한 목소리로 백련교주에게 말했다.
“후퇴하시오. 여긴 내가 맡겠소.”
[부탁하지.]
이윽고 백련교주가 모든 아군을 인솔해서 전이문을 통해서 대영제국에서 떠났다. 적막이 감도는 대영제국의 총독관저에 홀로 남은 망량이 두루마리, 봉신방을 펼치며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시해지술(尸解之術).”
그리고 구천현녀가 천계를 구해준 감사의 뜻으로 애제자 망량에게 선물한 천계의 기둥이자 고대 봉신계획의 정점, 봉신보패(封神寶貝) 봉신방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파앗!
하늘에 무수한 갑골문이 반투명하게 새겨지면서 거대한 원진(圓陣)을 만들어내었고, 원진은 순식간에 천공에 떠 있는 팔부신중의 소환진을 에워쌌다.
이 또한 타신편과 마찬가지로 단 한 번밖에 쓸 수 없는 가호이자 보패였으나 백웅 덕분에 천계의 여와가 큰 타격을 입어서 은둔하고 구천현녀가 봉신혈주의 제약을 완화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본디 천계 무릉도원에는 인간의 고대권능이 혈주(血柱)와 함께 봉인되어 있었고, 그 혈주는 봉신방의 영혼 또한 함께 봉인하고 있었다. 그러나 구천현녀는 인간세상과 천계가 괴리된 바에야 더 이상 이런 봉인은 쓸모없다고 생각하고 삼황오제의 견제도 없었기에 혈주의 고리를 풀어버리는 걸 허락해 버렸다. 그리고 그 덕분에 모든 혈주와 봉신방은 봉인이 해제된 것이다.
삼황오제가 흉신 때문에 소멸한 이런 특수한 상황이 아니면 결코 세상에 나올 수 없는 특수한 보패, 그것이 바로 봉신방이다.
‘그래. 봉신방은 인간세상의 위기를 막아내라고 구천현녀께서 주신 친애의 증표이자 결전병기. 원래 이 정도 위기에 봉신방을 쓰고 싶진 않았는데.’
그러나 여기서 팔부신중을 막지 않으면 수백만 명의 대웅제국 인간들이 머나먼 유럽 땅에서 몰살당한다.
망량은 백웅이 실종된 후부터 닥쳐오는 모든 고난이 필멸자의 힘으로는 너무나 벅차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나 암울한 마음을 가라앉히며 마지막으로 주문을 외웠다.
봉신방(封神榜)
삼백육십오선(三百六十五仙)
해방(解放)
그리고 몇 시진 후.
대영제국에서 거대한 결전이 벌어졌고, 그 결전의 결과 팔부신중 대부분이 상당한 부상을 입어서 은둔하게 되었다. 대신에 봉신방이 완전히 찢어져서 사라져 버렸고, 봉신방에서 소환된 삼백육십오 명의 신선들이 모두 소멸된 것이다.
촤아아…
“정신 차려라!!”
며칠 후 제갈부는 만신창이에 피투성이가 되어서 바다를 떠다니고 있던 반시체 망량 제갈현을 찾아내서 구출했다. 살아난 게 기적일 정도였고 망량은 기식이 엄엄해서 가사상태에 빠져 있었다. 뿐만 아니라 팔다리를 한 쪽씩 잃어버려서 도저히 살아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크흑.”
그러나 제갈부는 품속에서 하나의 물렁거리는 돌을 꺼내더니 망량의 입안에 쑤셔 넣었다.
스아아아!!
그리고 망량의 몸 안에서 빛이 나더니, 이윽고 그의 잃어버린 사지가 재생하며 몸이 빠르게 회복하기 시작했다. 인간세상의 영약이라 할 수 없는 엄청난 회복효과였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린 망량이 중얼거렸다.
“연구소에서 완성된 현자의 돌을 써 버렸구려. 대웅제국의 십 년치 예산을 다 써도 하나 만들기 힘들 터인데 기껏 만든 시작품을 내 목숨을 살리려고 써 버리면 어쩌오.”
“…그런 소리 말아라.”
제갈부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현자의 돌을 썼다고 해도 넌 시해지술을 익히면서 몸의 구성이 인간보다는 신선에 가까워진 상태. 그 때문에 불로불사의 영약인 현자의 돌의 효과가 반감되어서 아직도 목숨이 위험하다. 최소한 이십 년 동안은 움직이지 않고 요양해야 할 것이다.”
“이십 년…. 너무 길군.”
“네 말대로 모든 병력을 유럽에서 물렸다. 역사에는 일시적인 침공으로만 기록되겠지.”
“…….”
망량이 음울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아마 앞으로도…. 더 이상 유럽에 세를 뻗지는 못할 거요. 정복전쟁은 이제 끝이고 새로운 전쟁이 시작되겠지.”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라. 네가 팔부신중을 은거시켰으니 몇십 년의 세월을 번 거나 마찬가지다.”
제갈부의 다독거림에 망량은 히죽 웃었다.
“형님. 갑자기 내 형처럼 행동하는구려.”
“…병신새끼. 그럼 언제는 아니었단 말이냐?”
제갈부는 투덜거리면서 망량을 등에 업었다. 그리고 말없이 걸어가다가 전이문을 통해서 낙양으로 되돌아갔다.
파앗
역사에는 이 잠깐동안의 침공과 지배가 그리 기록되지 않았다. 그 동안에 대웅제국이 온갖 마도사와 이족을 물리쳤다는 이야기가 너무 허황된데다가 난데없이 며칠만에 수백만의 병력이 대후퇴를 한 이유를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역사의 수수께끼 중 하나로 꼽혔으나 그 내막을 알고 있는 건 오로지 대웅제국의 최고 수뇌부, 백웅의 동료들뿐이었다.
그리고 대웅제국은 그 이후로 유럽은 물론이고 서남과 천축대륙에서도 세를 물려버리고 말았다. 팔부신중이 부상당해서 그 세가 약해졌다고 해도 중원본토에서 너무 먼 곳까지 세력을 확장시켜두면 절대로 지켜낼 수 없기 때문이었다. 대웅제국은 남만 이남의 왕국들에게 명목상의 조공을 받고 자율권을 보장하는 식으로 직접적인 영향력을 축소시켰고, 본토의 수비에만 단단히 집중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수십 년이 지났다.
그 때부터 팔부신중이 힘을 회복하여 요괴들을 이끌고 난(亂)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천계와의 연결이 완전히 끊어진지 오래인 상황이라 천계의 결계가 유명무실해졌기 때문이었다. 중원 각지에서 요괴들이 무수히 발생하면서 엄청난 혼란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팔부신중이 조종한 요괴의 대란이 발생하던 그 시점 -
백웅의 전생동료들은 남부대륙, 화요의 봉인지에 들어와 있었다.
개기일식의 때!
그 순간을 노려서 근처에 살고 있던 남만대륙의 현자, 라캉의 안내를 받은 백웅의 동료들이 화요를 얻으려 들어온 것이었다. 화요의 결계는 미리 펼쳐두고 관리하는 방식이었기에 삼황오제나 천계의 유무에 관계없이 남아있었으므로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우우웅
[역시 수신 공공은 자리에 없군. 어디에 갔을까?]
옆에 있던 제갈유룡이 대꾸했다.
“알 수 없지만… 전욱이 소멸하며 휘하마신 축융마저 죽거나 약화되었으니 공공을 옥죄던 저주는 없어진 거나 다름없다. 지금쯤이면 꽤 힘을 키웠을 테니 염제에게 갔겠지.”
[하지만 이상하군.]
교주는 한백령의 도움으로 화기를 없애고 손에 넣은 화요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째서 화요를 안 갖고 간 거지?]
“…….”
뜻밖의 일이었다. 공공이 자리를 비웠다는 건 익히 예상했지만, 제약이 약해져서 힘을 되찾아가는 공공이 화요를 욕심내지 않고 놔두고 갈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화요뿐만 아니라 다른 물건도 건드리지 않은 듯 했다.
공공이 칠요에 욕심내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도리어 적극적으로 얻어서 활용하려는 편이었다는 걸 생각하면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그 이유를 곰곰히 생각하던 제갈유룡이 중얼거렸다.
“생각할 수 있는 이유는 하나뿐이다. 수호자의 제약.”
[무슨 말인가.]
“수호자는 지키는 보물에 손을 댈 수 없다. 그 제약이 고스란히 유지되고 있다는 뜻이겠지.”
[말도 안 되는군. 전욱은 소멸하지 않았는가. 공공을 수호자로 만든 전욱이 사라졌는데 어째서 제약은 멀쩡하다는 거지?]
“…….”
제갈유룡이 잠시 후 말했다.
“일단 화요를 가지고 돌아가자. 토요도 얻어뒀으니 한 번 정리할 필요가 있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