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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공가향(眞空家鄕)
사공린의 말이 끝난 순간의 일이었다.
쩌엉!!
유리가 깨어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머나먼 곳에서 황금빛이 일어났다. 나는 그 빛의 행방을 쫓았고, 그 빛이 사실은 지구 쪽에서 나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달의 뒤편이라서 지구를 볼 수는 없었지만 지평선 너머에서 퍼져나오는 광량은 지구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나는 상황을 이해하려고 애를 썼다. 사공린이 뭔가 한 건 틀림없지만 그게 무엇인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사공린은 자신의 손을 렙틸리언 로드의 환영 쪽으로 뻗으며 말했다.
“전 이제 당신을 없앨 겁니다. 죽기 전에 남길 말은 없나요?”
렙틸리언 로드가 비웃었다.
[하하하하…. 이게 내 본체라고 보이나? 내 본체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장소에 있다. 거기서라면 38만km가 훨씬 넘을테지만, 내 환영을 실컷 공격해보시지….]
“그래볼까요.”
스윽
어느새 사공린의 섬섬옥수가 렙틸리언 로드의 목을 붙잡았다. 그저 환영일 뿐이라서 본디 무의미한 행동에 불과할 터였다. 그러나 다음 순간 벌어진 일은 내 상식을 뛰어넘어 있었다.
우드드득
[컥, 크억…. 어떻게… 이럴 수….]
렙틸리언 로드의 환영이 그대로 사공린에게 목을 붙잡혀서 버둥거렸다. 놀랍게도 환영의 목을 마치 여기에 진짜가 있는 것처럼 붙잡은 것이다! 사공린은 렙틸리언 로드의 목을 한 손으로 조르며 차가운 눈으로 쳐다보았다.
“난 언제든지 당신을 없앨 수 있었죠…. 이제 깨달았나요? 내 앞에서 어떤 식으로든 모습을 드러낸 자는 무사할 수 없습니다.”
[……!!]
“수요를 뺏겠답시고 감히 제도 낙양으로 쳐들어온 그 날도…. 아니, 그 전에 몇 번이고 홀로그램을 내세워 내 앞에 모습을 드러냈던 모든 순간에.”
[꺼어억… 꺼크억….]
“하지만 일단 놔두었던 이유가 뭔지 알고 있나요?”
렙틸리언 로드는 몸을 버둥대면서 의문이 섞인 눈으로 사공린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아무런 표정변화 없이 말했다.
“당신네 같은 소악(小惡)을 멸해봤자 거악(巨惡)들이 이 세상에 더 큰 관심을 가질 뿐이었기 때문이에요. 당신이 설쳐주기 때문에 역으로 거물들이 은거하고 있었다고도 할 수 있죠…. 무엇보다도 당신같은 잔챙이를 상대로 내가 힘을 쓰는 게 내키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크억…. 어째서 내 본체까지…. 존재가 붙잡힐 줄은…. 으윽… 이… 이 힘은… 과학적인 위상(位相)을 초월….]
렙틸리언 로드가 정말 큰 고통을 느끼는지 갑자기 소리를 버럭 질렀다.
[…이 대륙의 영주여! 날 구해다오! 살려다오! 모든 걸 달라는 대로 주겠다!]
놈은 갑자기 누구에게 목숨을 간청하는 것일까?
파직!!
그러자 전기같은 게 튀면서 렙틸리언 로드의 목을 옭아매고 있는 사공린의 손에서 크게 연기같은 게 솟아올랐다. 사공린은 잠시 눈가를 꿈틀거렸는데, 그래도 사공린이 손을 놓지 않자 잠시동안 전기가 쉴 새 없이 터져나왔다.
파지지직!!
그러나 사공린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도리어 더 해보라는 듯 입가에 엷은 미소마저 띄고 있는 중이었다.
스스스…
“저건!”
잠시 후 장내에 난데없이 은빛의 사슴이 나타났다.
‘궤도 엘리베이터에서 봤던 그 놈이다!!’
파밧
나는 사슴을 경계하며 사공린의 근처에 붙어서 호위했다. 상황이 어찌되는지 모르겠지만 저 은빛 사슴이 위험한 놈이라는 건 잘 알고 있었다. 엄청난 힘을 내포하고 있다는 설명까지 들었기 때문에 내가 전력을 다해야 맞설 수 있는 놈일 가능성이 컸고, 그런 놈이 만일에 지금 사공린을 공격한다면 위험하리라는 판단이 들었다.
타다닷
뒤이어서 밑의 외계인들을 정리하고 온 전술무력요원들이 도착해서 사슴을 반원 형태로 포위했다. 은빛 사슴은 포위된 채로 가만히 있었는데, 놈의 시선은 투명하게 사공린을 쳐다보고 있는 중이었다.
‘살기가 없다. 마치 생명이 없는 것 같군….’
나는 은빛 사슴이 사공린에게 아무런 살기나 위념(爲念)을 흘리지 않자 침음성을 흘렸다. 살기는 그렇다 쳐도 아무런 행위의 념(念)이 없다는 건 절대적인 공(空)의 경지를 성취한 초고수이거나 혹은 무생물밖에 없었다. 어느 쪽인지 갈피를 잡지 못해서 혼란스러워하고 있을 때, 은빛 사슴이 염파를 내뿜었다.
[낭패스럽군. 설마 사공린 당신에게 그 정도 능력이 있는 줄은 몰랐으니. 조정을 하려고 [옛 대륙]에 있지 않았다면 나도 당신에게 당했을 거야.]
무슨 말을 하는 것일까?
사공린은 사슴의 염파에 힐끔 그를 쳐다보다가 말했다.
“정말 낭패스럽다면 나에게 여유롭게 말이나 걸지는 못하겠지요.”
[후후, 그런가.]
“렙틸리언 로드가 내게 당한 걸 보고도 하수인을 내보내서 시험하려 하는건가요…. 그 오만함은 죽어 마땅합니다.”
[읏, 잠깐….]
퍼엉!!
다음 순간, 사공린은 힘을 주어서 렙틸리언 로드 환영의 목을 쥐어서 터뜨려 버렸다. 환영이 터져나가는 모습과 함께 렙틸리언 로드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즉사한 듯 했고, 이윽고 놈의 죽음과 함께 렙틸리언들의 부유도시 전체에 일순간 불이 꺼졌다.
기이이잉
잠깐 동안 찾아온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갑자기 황금빛이 떠오르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황금빛은 하나가 아니라 두 개가 되었으며, 이윽고 양손에 황금빛을 끌어낸 사공린은 사슴을 향해 손가락을 내뻗었다.
후와악
은빛 사슴은 지명당하자마자 즉시 소멸당해 버렸다. 아무런 전조도 없이 사라져버려서 현실감이 없었다.
‘무슨 수법을 쓴 거야?’
확실한 건 저건 무공은 아니다. 의념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다.
투두둑…
눈깜짝할 사이에 둘이나 되는 적수를 없애버린 사공린은 눈살을 찌푸렸다.
“손맛이 안 좋군요. 도망쳐 버렸어요.”
“도망쳤다고? 누가?”
“저 사슴의 진짜 주인이….”
그렇게 중얼거린 사공린이 말했다.
“이제 궤도 엘리베이터로 돌아가죠. 작전은 끝났습니다.”
파앗
나는 사공린을 따라서 궤도 엘리베이터로 왔다. 아까 렙틸리언들의 부유도시에 플라즈마포를 날렸던 지휘실에 다시 도착하자 사마령이 꾸벅하고 우리에게 인사했다. 사공린은 사마령에게 말했다.
“지구를 보여주세요.”
“존명.”
치직
거대한 화면에 지구의 전면이 드러났다. 그리고 그 지구의 모습을 보자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
황금(黃金)!
말 그대로 순수한 황금의 빛이 구체처럼 지구를 통째로 둘러싸고 있었다.
‘바깥쪽에서는 전혀 육안으로 보이지 않았는데, 왜 이 화면에는 황금의 구가 보이는 거지?’
뜻밖의 상황에 내가 놀라워하고 있을 때 사공린이 사마령에게 다시 말했다.
“지상에서 뭔가 연락이 온 게 있나요?”
“…전무합니다. 있을 수가 없습니다.”
“좋아요. 궤도 엘리베이터의 동력은 얼마나 남았죠.”
“16시간을 버틸 수 있습니다.”
“이 지휘실을 임시거점으로 삼고 여기에서 내 힘을 쓰겠습니다. 백웅 이외의 누구도 들어오지 못하게 하세요.”
“존명.”
나는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다가 사공린에게 말했다.
“사공린!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지구에 덧씌워져 있는 저 황금색 구는 대체 뭐냐.”
“…렙틸리언 로드가 일으킨 화산폭발의 재앙. 사실 현재 인간의 힘으로는 대처하기 힘든 재앙입니다.”
사공린은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저걸 해결할 가장 쉬운 방법이라면 역시 [작은 굴레]를 되돌리는 것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그 방법을 쓰게 되면 제 힘도 크게 소모될 뿐더러, 굴레를 편집했다는 사실 때문에 수많은 [옛 지배자]에게 주목받게 되겠지요. 악수(惡手)였기에 다른 방법을 썼습니다.”
“다른 방법?”
이어진 사공린의 말에 나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제 힘으로 지구의 시공간을 멈췄습니다. 저 황금의 구는 제 힘이 발현된 것이고, 제가 풀기 전에는 해제되지 않습니다.”
“뭐…?!”
“그리고 시간을 멈춘 사이에 요원들을 파견해서 화산폭발지점을 특정하면 그 곳의 지맥(地脈)을 억눌러서 분화활동을 멈출 생각입니다. 지맥을 다 누를 필요는 없을 테니 금방 끝낼 수 있겠죠.”
사공린의 말은 무척 차분하고 냉정했다. 심지어 자연스러워서, 나는 사공린이 밥을 뭐 먹을지라도 이야기하는 줄 알았을 정도였다.
그러나 그녀의 말은 굉장한 의미가 있었기에 나는 나도 모르게 말했다.
“그렇다면 우주공간에서는 황금빛 구가 안 보였는데 여기선 보이는 이유가 뭐냐?”
“제 힘은 신력(神力)이라서 육안으로는 잘 보이지 않으나 이 지휘실은 원래부터 종말을 상정하고 만들어졌기 때문에 에테르(ether)는 물론이고 형이상학적 에너지를 감지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 힘은 대체 뭐야?”
가장 중대한 질문.
사공린은 내 질문에 간단하게 대꾸했다.
“신화시대의 힘이 각성한 결과겠죠. 마치 서문혜처럼….”
“음…. 너는 정말….”
지금 인간이냐?
나는 그 질문이 입밖으로 나오려다가 멈칫하는 걸 느꼈다.
아무리 사공린이 인간이 아닐 가능성이 의심된다고 하더라도 그걸 입밖에 내는 순간 말도 안 되는 무례를 범하는 셈이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그녀에 대한 신뢰도 깨질 수가 있었다. 사공린은 씁쓸하게 웃더니 말했다.
“백웅. 궁금한 게 많을 테지만 지금은 저를 도와주십시오. 이 사태를 해결하는 데는 당신의 힘이 꼭 필요합니다.”
“그런 것 치고는 나를 미끼로 이용했던 것 같은데.”
내가 약간 볼멘 목소리로 말하자 사공린이 말했다.
“당신을 얕보거나 폄하해서 그 역할을 맡긴 건 아닙니다. 인간의 외부에 존재하는 자들은 왜인지 모르지만 당신에게 본능적인 친밀감이 들거나, 필요 이상의 정보를 누설하는 일이 많았기에….”
“알았어, 알았어. 다 알아. 그냥 해 본 말이야.”
나는 손사레를 쳤다. 진지하게 사공린이 날 이용하려 하지 않았다는 건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뭘 하면 되지?”
“만화령주인 사마령이 정보를 모으면서 상황을 통제할 겁니다. 그녀의 지시에 따라 지금까지 천계에서 받았던 보패를 가져가서 세계 각지의 지맥(地脈)에 봉인시켜 주세요.”
“보패를 지맥에 봉인시키면 되는 건가.”
“이런 용도로 쓸 줄은 몰랐지만 이보다 더 확실한 방법은 없을 것 같군요. 천상 대라신선의 보패가 지닌 영력이라면 대지의 용맥이 끓어오르는 이변을 확실히 막을 수 있습니다.”
“알았어. 해 보지.”
“잘 부탁드립니다.”
우우웅
나는 요원들과 함께 자리에서 나왔다. 이제부터 사공린이 완벽하게 자신의 ‘능력’에 집중해야 했기에 가사상태에 가깝게 될 것이리라.
나는 내가 보유하고 있는 보패의 갯수가 맞는지를 일일이 세어서 확인해보았다.
‘흠, 맞군. 그럼….’
나는 사마령에게 말했다.
“보패를 요원한테 한 개씩 주면 되는 거지?”
“그래주시면 감사합니다. 요원 한 명당 대웅제국의 술법부대 1개 부대를 붙일 생각입니다. 그들이 요원들을 지원해서 용맥을 봉인할 것입니다.”
“뭐? 지금 지상은 시공간이 멈춰있잖아.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외에는 움직일 수 없을 텐데.”
“아, 그건….”
사마령이 근처에 있던 빨간 버튼을 꾹하고 누르자 새하얀 연기가 흘러나오는 것 같았다.
치지 - 익
벽이 덜컹하고 열리더니 그 안에서 동그란 관 같은 게 튀어나왔고, 그 관 안에는 인간이 눈을 감고 얼어있었다.
“냉동수면상태로 캡슐실에 몰래 술법부대 100여 명을 보관하고 있었습니다.”
“…….”
“유사시에 전투가 날 상황을 대비해서….”
“이 궤도 엘리베이터는 인류 전체의 희망을 담아서 지은 거라고 들었는데, 대웅제국의 사리사욕이 듬뿍 담겨있는 거 아니냐…?”
내가 떨떠름하게 말하자 사마령이 안경을 치켜들며 당당하게 대꾸했다.
“괜찮습니다! 백웅 폐하께서 세상을 구하시겠다는데 그깟 인류의 희망쯤 무슨 상관입니까. 폐하께서 진짜 희망이거늘.”
“…….”
어, 그런건가….
“그럼 좌표를 찍을테니 서둘러 움직여 주십시오! 폐하의 능력을 오래 쓸 수록 약해지십니다.”
“알았어.”
“폐하께선 보패의 본주이시니 따로 술법부대를 붙일 필요는 없을 듯 합니다.”
“그래.”
다른 녀석들은 내게서 보패를 임의로 양도받아서 쓰기 때문에 다른 봉인에 쓰기 위해서는 술법으로 힘을 써야 하지만, 보패의 주인인 나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냥 균열에 던져놓고 언령만 한 번 외쳐주면 끝이었다.
나는 이윽고 기계화면에 좌표가 떠오르자 류하가 스마트폰으로 화면의 사진을 찍는 걸 볼 수 있었다.
찰칵
“TAR 앱으로 좌표분석 완료~ 앗 잠깐 폰에 광고문자 삭제 좀….”
“나중에 해!”
보기 드물게 사마령이 신경질을 냈다. 그러자 류하가 토끼모자를 쫑긋거리며 말했다.
“그럼 초상기인 류하의 이름으로 명한다! 6개소로 분산 전이문이여 열려라!”
슈우웅
류하의 말이 끝난 순간, 나는 전이문으로 빨려들어가서 생전 처음 보는 장소에 도착해 있었다. 나는 사방이 시뻘겋게 물든 열옥이라는 걸 깨달았고 근처에 용암이 가득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음…. 아무것도 안 움직이는군.”
나는 침음성을 흘렸다.
장소는 끔찍한 화산폭발의 현장이지만 사방에서 피어오르는 연옥의 열기와 매연, 그리고 공기의 흐름 모든 것이 완벽하게 정지되어 있었다. 하늘을 날아다니던 새들도 그 자리에 고스란히 멈춰 있었다. 설마했지만 진짜 지구 전체가 시간정지되어버렸다는 걸 확인한 나는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아무리 신력을 각성했다지만 이런 게 가능한가…?’
사공린은 대체 500년간 어떤 수라장을 헤쳐온 것일까.
그리고 이런 힘을 갖고 있어도 생존하기 힘들다는 아이테눔 문디라는 장소는 대체….
나는 고개를 저으며 근처의 용맥의 기운이 가장 강력한 곳을 기의 흐름으로 찾아내었고, 그 장소로 달려가서 곧장 보패를 균열 안으로 던져넣으며 외쳤다.
“용맥이여 분노를 멈춰라!”
쿠르르릉
보패가 용암 깊숙한 곳으로 사라지고 한참 후 무언가 소리가 났다. 그리고 잠시 후, 멈춰있던 세상의 풍경이 도로 움직이면서 흘러나왔던 용암들이 도로 땅으로 빨려들어가는 걸 볼 수 있었다.
슈슈슉
보패의 영력이 용맥을 진정시킨 것이었다. 나는 한숨을 쉬며 생각했다.
‘사마령은 내가 갖고 있는 보패만 다 써도 충분히 재앙을 봉인하고 남을 거라고 했어. 그럼 나머지 장소는 다른 요원에게 맡기고 궤도 엘리베이터로 돌아가 볼까.’
그렇게 생각한 내가 비등을 써서 궤도 엘리베이터로 돌아가려는 순간이었다.
[인간이여…. 너는 이 사태의 원인을 알고 있느냐?]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영언이 들려왔다.
쿠구구구!!
내가 뒤쪽을 휙하고 돌아보자, 그 곳에서는 용암이 굳은 바위 위에 웬 잿빛의 인간이 서 있는 게 보였다. 그 잿빛의 인간은 척 봐도 절대 인간은 아니었고 신적인 존재가 분명했고, 그 증거로 내 화안금정에는 그 존재가 보유한 강력한 신력이 감지되었다.
나는 그 존재를 본 적이 있었다.
과거, 마부이아그 족 용사의 부탁을 들어줬을 때 그 존재를 알 수 있었던 게 처음이었다. 그 후에 달마가 있는 외우주로 갔을 때 본의아니게 내가 그를 찾아간 적이 있었던 것이다.
“…죽음의 정령!!”
남부대륙의 신인 무지개뱀의 하수인이자 강대한 정령체가 내 앞에 나타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