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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검신-1030화 (1,027/1,615)

1030====================

진공가향(眞空家鄕)

콰앙

초무린은 거칠게 교주전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리고 백련교주 호월이 명상하고 있는 앞에 서서 말했다.

“사망존자 서대력에게 신역이란 경지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호월은 애꾸눈을 감은 채 뜨지 않았다. 아무런 반응이 없자 초무린이 이를 악물며 외쳤다.

“저에게는 왜 그 경지를 알려주지 않으신 겁니까!”

그리고 침묵만이 감돌았다.

호월이 끝내 눈을 뜨지 않자, 초무린은 어찌된 일인지를 눈치챘다.

‘가사상태에 빠지셨다….’

처음 있는 일이 아니었다. 10년 전 인드라를 봉인했던 그 날 이후로 호월은 간헐적으로 완전히 몸의 기능이 정지하고 의식이 사라지는 가사상태에 빠지곤 했다. 초기에는 길어봤자 한 식경 정도였으나, 갈수록 가사상태의 시간은 길어져서 때때로 하루가 넘도록 그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상태의 스승을 깨울 순 없다. 도리어 평상시에는 가사상태의 호월이 누군가에게 습격받을까봐 초무린이 늘 그를 호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초무린. 돌아왔느냐?”

“성진 사숙.”

나타난 건 호월의 사제이자 그의 사숙인 성진이었다. 그는 대단한 경지의 술법사로써 호월에게 부족한 술법을 보충해서 백련교를 지키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성진이 초무린에게 말했다.

“사형께서 잠들기 전에 말하시길, 네게 중원의 사파(邪派)와 마두(魔頭)를 처단하고 오라 하셨다.”

“뜬금없이 왜입니까?”

“양견(楊堅)이 북주(北周)를 멸하고 우문씨(宇文氏)를 멸족시키면서 천하가 크게 어지러워졌다. 새로운 통일제국이 서기 전의 전조라고 할까…. 세상에 마두가 늘어나면서 마(魔)의 무리에 현혹되는 인간이 많아질테니 처단하라더군. 그 일은 너밖에 할 수 없다고 말했다.”

“…….”

“마도에 빠진 사교도가 늘어나면 좋지 않으니.”

초무린 또한 들은 적이 있었다. 양견이라고 하는 걸출한 인물이 각지의 군웅을 격파하고 새로운 대제국을 건설했으며 거의 완성단계라고.

성진이 말을 이었다.

“그리고 도신에게 가서 혜가 사형이 실종된 전말을 알리거라.”

“알려도 되는 일입니까?”

“지금까지는 어째서인지 호월 사형이 숨겼지. 하지만 이번에는 꼭 전하라고 하셨다.”

“알겠습니다.”

“사파의 마두를 쳐죽이는 것보다 더 중대한 일이니 꼭 해라.”

성진의 말을 듣고 있던 초무린이 불쑥 말했다.

“성진 사숙. 스승님이 왜 가사상태에 빠지는지 알고 계십니까?”

성진이 한숨을 쉬었다.

“나도 모르겠다. 그걸 알아내려고 여러모로 알아보았으나 인간의 술법으론 그 원인조차 알 수가 없구나. 다만 신력(神力)을 담은 물건을 근처에 놔두면 예후가 약간 좋아지는 것 같으니…. 동정호(洞庭湖)에 산다는 용왕(龍王)을 찾아가서 그 여의주를 빌려올까 생각 중이다.”

“여의주를요?”

“그래. 신력을 담은 보물이라면 당연히 용의 여의주지. 사대용왕은 너무 높은 존재들이니 동정호 용왕한테라도 빌려봐야겠다.”

“쉬운 일이 아닐 텐데….”

“뭐든 해 봐야지. 사형은 결코 이런데서 무너질 사람이 아니니까….”

초무린은 성진의 결의를 보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신역을 운운해봐야 무의미한 걸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내심 생각했다.

‘좋아…. 마침 백련교도 다 평정했고 바깥세상을 구경할 때도 되었군. 중원의 사파를 모두 제압하고 돌아와서 스승님께 여쭤보자.’

초무린은 성진에게 포권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최소한 백 명의 목을 베어오너라.”

“백 명 갖고 되겠습니까? 천 명쯤은 너끈합니다.”

“하하하. 적당히 놀고오너라.”

성진은 껄껄 웃으며 초무린을 배웅해 줬다. 그들 중 누구도 초무린이 패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다.

그리고 그 생각은 현실이 되었고, 약 2년 후 초무린은 중원의 사파를 완벽히 제압하고 마두 일천 명의 수급을 모조리 취해 소금에 절여서 백련교에 보내었다. 그리고 초무린은 그 와중에 마도의 사악한 신을 모시는 사교도들 또한 오천여 명 정도 죽였다. 사교도들은 인신공양과 사악한 짓을 일삼는 자들이었기에 초무린은 사교도의 학살을 서슴지 않았다.

더욱이 초무린이 사파를 하루에 한 문파씩 없애고 다니는 기행을 저지르자 당시 중원의 정파(正派)라고 자칭하던 문파들은 숨죽이고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중원에는 절대지경의 초무린을 상대로 일백 초를 받아낼 고수가 전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랬기에 초무린이 굳이 정파를 치지 않았음에도 수많은 명문정파들이 백련교에 선물을 보내어 친하게 지내려고 노력했다.

초무린이 2년간의 중원행을 마치고 백련교에 돌아가기 전에 들른 곳은 바로 숭산이었다. 숭산의 소림사(少林寺)에 온 초무린은 2대 소림사 주지인 도신(道信)을 만났다. 도신은 혜가의 제자였으며 현 소림사를 이끄는 방장역할을 맡고 있었다.

“초무린 시주의 명성이 천하를 뒤덮는구려. 시주의 별호가 팔황뇌신(八荒雷神)이 되다니…. 감개무량할 따름이오.”

소림사 불당 내부에서 도신이 따라준 차를 한 모금 마신 초무린이 말했다.

“스승님의 명이었소. 그리고…. 전해줄 말이 있어서 찾아왔소.”

“내 스승이 실종된 일에 대해서요?”

“그렇소.”

도신의 무공은 정말로 별것 아니었다. 초대 혜가의 제자치고는 무림인이라 칭하기도 민망할 정도로 무공이 낮았다. 세간에는 이류 이하의 무공을 갖고 있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초무린은 도신을 자신과 동급항렬의 존재로 대우했으며 그가 쌓은 선(禪)의 수양이 뛰어났기에 정중하게 예를 차렸다.

초무린은 도신에게 혜가가 사대신기의 인드라를 봉인시키려다가 먹혀서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는 말했다.

“도신 대사(大師). 그 인드라란 존재는 도대체 무엇이오? 그런 존재가 있을 수 있소?”

“…….”

도신은 한참을 고뇌하다가 말했다.

“초무린이여. 그대가 정말 궁금한 건 인드라가 아닌 듯 하구려.”

“무슨 말이오?”

“그대의 내면에 더 깊은 궁구가 느껴지오. 마음속의 고민을 털어놓아 보시오.”

초무린은 도신의 통찰력에 내심 놀랐다.

“…사실은 신역(神域)이라는 경지에 대해 줄곧 마음에 걸렸소.”

자신과 동급이라 할 수 있는 도신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러자 도신은 그 말을 모두 듣고서는 말했다.

“역근세수경(易筋洗隨經)에 따르면, 그 신역이란 경지는 무신(武神)을 만나는 것으로 시작한다고 들었소.”

뜻밖의 정보에 초무린은 눈썹을 꿈틀거렸다.

“역근세수경? 혜가 사숙의 무공 말이오.”

“그건 사실 무공이라기보다는 대담집(對談集)에 가깝소. 무공의 전수는 금강대정신공으로 끝나며 역근세수경은 편하게 읽는 책의 형태요. 그리고 내가 알기로 역근세수경에는 신역의 절기에 대하여 분명히 기록이 되어 있소.”

“……!! 내가 역근세수경을 볼 수가 있겠소?!”

초무린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자 도신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되오. 역근세수경은 인연있는 자에게만 전해져야 할 것…. 그대가 얻으면 인과율을 그르치게 될 것이오.”

“…웃기는군. 봐주고 있을 뿐이란 걸 모르는 건가?”

슈슈슉!!

초무린이 의념천주를 일으키자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소림사 불당 내에 뇌신편이 가득찼다. 수천 개나 되는 채찍의 의념이 움직이자 가히 공포스럽기 짝이 없었다. 초무린은 눈에 혈기(血氣)를 흘리며 말했다.

“가져가는 게 아니오. 잠깐만 볼 테니 내어놓으시오.”

도신대사는 차를 홀짝 마시더니 정좌한 채 대꾸했다.

“초무린 시주. 그렇지 않으면 소림사를 피로 물들일 생각이오?”

“필요하다면!”

쿠구구

초무린은 절대지경의 살기를 일으켰다. 보통 인간이라면 살기를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멎을 정도였고 도신 정도의 무림인이면 혼비백산하게 만들 자신이 있었다.

‘뭐지…?’

그러나 뜻밖에도 도신의 안색은 매우 평안했으며 한 줌의 흐트러짐조차 없었다. 도신은 아무런 의념을 뿜어내지 않고 있음에도 초무린의 의념천주가 마치 버드나무처럼 흘러가게끔 만들고 있었다.

초무린이 주춤거리자 소림사의 주지 도신대사가 나직이 말했다.

“아미타불…. 바로 이런 점 때문에 그대는 무신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듯 하오.”

“무, 무슨 말이오.”

“초무린이여. 그대가 중원의 수많은 군마(群魔)를 베어 선량한 자를 지키고 악한 자를 벌하여 정의를 세웠으나…. 그 행위가 당신의 의분(義憤)으로 행한 것이오?”

“…….”

“그렇지는 않을 것이오. 그저 스승인 호월의 명이기에 시행한 것 뿐. 반대로 호월 교주가 그대에게 천하의 정파를 벌하고 정의로운 정파고수들의 수급을 취하라고 명했다면 그대는 하지 않았을 것이오?”

초무린은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했을 것이오.”

“그렇소. 그대에게 선악(善惡)은 없으며 오로지 강약(强弱)만이 있소. 그대가 군마를 벌한 까닭은 그저 당신보다 약하기 때문이었소. 약하면서 선량한 존재를 지켜주고자 하는 자비와 계도의 마음이 있었다고는 볼 수 없소.”

초무린은 내심 찔끔한 마음이 들었다. 도신대사의 말이 그의 정곡을 찔렀기 때문이었다.

“그게 무슨 상관이오? 그렇다 해도 하지 않은 것보다는 낫잖소.”

초무린의 항변에 도신대사가 염주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초무린이여, 중요한 것은 바로 마음이오. 약육강식의 원리에 도취되는 자는 결코 무신과 함께 할 수 없음이오….”

“……?”

“시작도 끝도 마음이며, 원이며, 세계의 윤회(輪回). 마음이 없으면 인연은 성립되지 않으니…. 이 심묘(深妙)함을 깨닫지 못하는 한 신역에는 도달치 못할 것이외다.”

“웃기는군…!! 네가 뭔데 잘난 척 지껄이는 것이냐!!”

초무린은 더 이상 화를 참지 못하고 자신의 절기를 전개했다.

팔황천마(八荒天魔)

마하대겁륜(摩訶大劫輪)!

그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절대지경의 절기를 전개했다. 도신대사에게 심상치 않은 잠재력이 있다는 건 알아챘지만 그렇다 해도 초무린은 자신이 현 시대 최강의 고수 중 하나라고 자부했다. 팔황천마를 십 성 이상으로 전개한다면 절대지경이었던 사망존자 서대력처럼 도신대사 또한 먼지가 되리라.

웅웅웅

시꺼먼 돌풍 속에서 뇌정이 폭풍과 함께 비산한다. 이 마하대겁륜에 서대력은 최선을 다해서 맞섰으나 결국 사망도가 반토막나고 그 자신도 일 초만에 죽고 만 것이다. 그러나 초무린은 다음 순간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을 경험했다.

“아미타불.”

짧게 염한 도신대사가 고요히 일 장(一掌)을 뻗었다.

역근세수경(易筋洗隨經)

겁파공무(劫波空無)

파앗!!

후우웅

“…….”

초무린은 자신의 뇌신편이 수십가닥으로 뜯겨나가고 자신이 펼쳤던 의념천주의 절기가 씻은 듯이 소멸되었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리고 전신이 덜덜 떨리면서 내공이 완전히 사라져버렸다는 걸 깨달았다.

‘뭐, 뭐지?!’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방금 도신대사가 뻗은 일 장이 펼쳐진 순간 모든 게 달라져버린 것이다. 그건 초무린의 의념영역으로도 알 수 없는 수수께끼의 현상이었다.

도신대사가 다시 가사를 펼치고 방석 위에 앉으며 말했다.

“아미타불! 부디 뇌신의 폭급함을 다스리고 자비의 마음을 갖추시오…. 그대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은 이것뿐이오.”

“당신도 절대지경이었나. 이 절기는 대체….”

“절대지경이라… 그런 건 모르오.”

“뭐?”

도신대사는 짧게 한숨을 쉬었다.

“나는 무술을 잘 못하오. 이건 그저 스승 혜가께 배운 선(禪)일 뿐. 내가 강한 것도 그대가 약한 것도 아니오.”

“…….”

“언젠가 그대도 깨달을 날이 올 것이라 생각하오….”

초무린은 뇌신편을 강하게 움켜잡았다. 내공이 사라졌어도 의념만으로 다시 싸울 수 있으니 도신대사와 사생결단을 내고 싶었다. 그러나 방금 전의 일 장이 다시 덮쳐오면 어떻게 이길지 생각조차 나지 않았다.

“…이만 가겠소.”

“살펴 가시오.”

그는 결국 도신대사와의 전투를 포기하고 백련교로 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지금 상태로는 아무리 싸워도 이길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도신대사의 앞을 나서자마자 그의 막대한 내공은 원래대로 돌아왔다. 마치 그렇게 안배되어 있는 것 같았다.

‘안 되겠어. 소림사는 놔두자.’

초무린은 이번 생에 소림사를 침범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다시 한 번 도신대사와 마주친다면 이번에는 그가 봐주지 않고 초무린을 죽일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마음속의 맹세는 그가 등선할 때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초무린이 백련교에 돌아오자 그는 신생백련교의 교주가 되었음을 당당히 선포했다. 그리고 호월을 찾아가서 신역에 대해 말하고 도신대사와 만나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그러자 의식을 차리고 있던 호월이 말했다.

“초무린. 내 의견도 도신과 같다. 너는 신역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기에, 네게 신역을 알려주지 않은 것 뿐이다.”

“…….”

“도달할수 없는 경지를 가르쳐줘서 너를 절망케하고싶지 않았다.”

“스승님도… 도신도…. 신역의 경지에 이르러있는 겁니까?”

“…도신은 아니다. 녀석은 특수한 경우겠군.”

호월의 말에 초무린은 분노와 배신감으로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저만 바보취급 하시는군요…!!”

호월은 한동안 침묵하다가 말했다.

“…제자야. 너는 신역절기를 얻으려는 목적이 무엇이냐? 무림최강으로 모자라 그 이상의 힘을 얻고 싶어서인가?”

“그건….”

“신역절기는 최강이 되기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니다. 그런 존재는 이미 이 우주에 널리고 널려있지…. 도리어 그 반대에 가깝다. 또한 신역에 도달한 자는 무시무시한 업(業)을 짊어지고 종말까지 버텨야만 하고…. 그 환란은 인간의 감정을 한없이 갉아먹을 터….”

호월은 다소 힘이 빠진 듯한 기색이었다. 그가 날로 쇠해져가는 게 눈에 보였다.

“…내가 어찌… 진정한 제자라 여기는 네게 신역의 길을 걷게 할 수 있겠느냐…. 그 괴로움과 절망의 세계로…. 제자를 사랑하는 자라면 그 제자를 억지로 신역의 길에 밀어 넣는 일은 결단코 없을 것이다.”

“…….”

“너는… 이 생을 즐기거라. 신역은 네게는 맞지 않는 길이며, 해서도 안되는 길이다.”

그 대화가 끝나고 칠 주야 후 호월은 홀연히 백련교를 떠났다.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초무린은 온 힘을 다해서 호월을 찾았으나 천하제일문파가 된 백련교의 힘을 동원해도 그 행적을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시간은 계속 흘러갔다.

“백련교주. 전대교주를 찾으러 가겠네. 교를 잘 부탁하네.”

결국 성진이 직접 찾아와서 실종된 호월을 찾으러 떠나고 말았다.

그리고 백련교에 남겨진 초무린은 줄곧 백련교주의 옥좌에 앉아서 생각하곤 했다.

‘스승님은 황우(黃牛)라는 자를 찾으러 가셨다. 하지만 나는 물론이고 교내의 누구에게도 황우의 행적이 어디쯤인지 알리지 않고 떠나버리셨다….’

마음이 복잡해졌다.

그러나 초무린은 허둥대기보다는 마음속에 호월의 의지를 되새겼다.

“내가 백련교와 뇌신류를 번영시키리라.”

그의 눈이 빛났다.

“뇌신류의 앞길을 막는 모든 잡것들을 쓸어버리겠다!”

그리고 칠십 년이 지났다.

백련교는 역사상 전무후무한 무림최강세력이 되었으며 뇌신류는 그 중에서도 단연 두각을 드러내는 문파가 된 것이다. 초무린은 칠십 년 동안 무수한 적수들을 해치웠으며 단 한 번도 지지 않았다. 종종 강호에 은둔기인들이 모습을 드러내어 초무린이라 해도 쉽게 상대못할 존재 정도는 있었지만, 초무린이 칠십 년 동안 무림지존(武林之尊)이자 천하제일인(天下第一人)이라는 사실에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환골탈태를 거친 초무린의 심사는 지금에 와서도 복잡하기만 했다.

왜냐하면 칠십 년 동안 무수한 강적을 쓰러뜨리고 연마를 거듭했으나, 신역의 경지는 자신에게 다가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기술과 내공이 갈수록 늘어나서 그때보다 더 강해지긴 했지만 역시 신역이라 할만한 힘은 결코 얻을 수가 없었다.

‘스승님의 유지인 뇌신류의 번성은 이루었다. 하지만… 왜 나는…. 내 갈증은 해결되지 않는가?’

그가 초조해하고 있을 때였다.

[그대가 백련교의 교주인 팔황뇌신 초무린인가?]

옥좌에 홀로 앉아있던 초무린은 난데없는 내방자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찾아온 자는 은은한 빛에 둘러싸인 정신체였는데, 초무린은 그 존재를 보자마자 천계의 존재라는 걸 알아차릴 수 있었다. 고귀한 옷을 입은 그 정신체가 초무린에게 말했다.

[나는 천계의 투선(鬪仙)인 이랑진군(二郞眞君). 그대의 강함을 높이 사서 천계의 투선(鬪仙)으로 임명하고저 한다. 받아들이겠는가?]

“…….”

초무린은 물끄러미 이랑진군을 쳐다보다가 그의 삼첨창을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훗하고 웃었다.

“심심한데 한 판 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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