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검신-1022화 (1,019/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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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지혼(四神之魂)

구궁파천뢰!

나는 방룡 이설표의 말에 크게 놀랐다. 뇌신류가 뇌신지혼을 완성시키기 위해 연마하던 중에 만들어 낸 기술이라니? 나는 그 말에 이설표에게 대꾸했다.

“설마…. 오백 년 동안에 뇌신지혼을 완성시켰단 말인가?”

내 입장에서는 이것부터 물을 수밖에 없었다. 뇌신지혼을 언급했다면 당연히 완성유무가 궁금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자 방룡 이설표는 선선히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그렇지 않소, 종사여. 그러나 수많은 연구를 하는 동안에 다른 답이 도출되었소.”

“다른 답?”

“…….”

침묵하던 방룡 이설표가 다시금 창 끝에 투기를 모으며 말했다.

“구궁파천뢰에 답이 있소. 그러므로 현 뇌신류의 후계자 방룡 이설표, 무인으로서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합으로 말씀드리겠소!”

그렇군!

나는 그의 말이 옳다 생각하며 검을 뽑았다. 그리고 말했다.

“와라.”

뇌신류 사이에 더 이상의 말은 필요없으리라.

스스스스!!

이설표의 창 끝에 가공할 투기가 맺혔다. 저 투기 자체가 의념의 덩어리였으며 상대를 찔러죽이고자 하는 살기의 결집이었다. 강기(罡氣)와 다른 점은 저 투기에 실재하는 형상은 갖춰지지 않으나 격중된 순간 상대의 심령을 박살내는 효과가 있다는 점이었다.

투기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이설표는 평생동안 뇌신류의 절학을 연마한 절세고수가 틀림없다. 일조일석으로 무예만을 단련해왔으며 그 자신의 재능도 뛰어났으리라. 내 시대에도 방룡 이설표 정도의 고수는 강호를 통틀어서 얼마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이야기가 되지 않아….’

내가 상대해야 할 적수들은 무림을 아득히 넘어선 존재들이다. 그들에게 먹힐 수 있는 수단은 기본적으로 최소한 절대지경을 넘어서야 했으며 인간의 무학을 초월해야 했다. 고작해야 인간의 무림에서 순위를 논할 정도의 무공이라면 지금의 내게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리라.

과연 구궁파천뢰에는 어떤 깨달음이 있는 걸까?

내가 관심을 기울이고 있을 때 이설표가 기합을 내질렀다.

“합!”

부웅

‘찰(札)?’

첫 공격은 김빠지게도 창술의 3대 기본기술 중 하나인 찰이었다. 물론 살면서 수십만 번도 보아왔던 찌르기이므로 나는 이설표의 찌르기가 매섭다고 생각하면서도 유연하게 피해냈다. 이 정도는 삼보절기도 필요없었고 그저 호신기 정도로 회피가 가능했다.

‘고작 찌르기라니.’

이설표의 역량이 실려 있었기에 초절정의 초식다운 위력은 있지만, 결코 절세무공이라곤 할 수 없다! 기대했던 것과 달리 구궁파천뢰의 첫 초식이 실망스럽자 나는 히죽 웃으며 이설표에게 말을 걸려고 했다.

“이봐, 설마 뇌신류 오백 년의 결실이 겨우 이 정도….”

피잉 -

…응?

나는 그 순간 내 뺨에 살짝 베인 상처가 생겨난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상처가 생긴 이유는 바로 이설표가 찰 다음으로 란(欄)을 살짝 비틀어서 전개했는데 그 영향력을 미처 피하지 못한 탓인 듯 했다.

피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모르는 묘용이 초식의 내부에 숨어있었던 것 같았다.

‘너무 얕보았나.’

물론 삼보절기를 썼으면 스치지도 않았을 테지만 너무 간단하게 피하려 했던 모양이다. 그러자 이설표가 자신의 창을 뒤로 거두어 자세를 다시 잡으며 말했다.

“종사여, 어설프게 내 무공수준에 맞추지 말고 삼보절기를 쓰시오! 그대가 전력을 다해야만 구궁파천뢰의 진짜 위력을 목도할 수 있을 것이오.”

“뭐라고? 삼보절기 또한 알고 있는가?”

“당연하오. 당신의 기억이 남았으며, 당신이 남겼던 무공을 그 동안 뇌신류의 고수들이 이어받아 연마했소. 또한 나도 삼보절기를 쓸 수 있소.”

“으음.”

“초식의 숙련도에 있어서 당신이 무조건 앞서는 건 아니란 말이오.”

나는 그의 말에 정신을 차렸다. 확실히 내가 절대지경이라는 생각에 방룡 이설표를 내심 얕보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삼보절기나 절대지경의 기술까지 써서 상대하는 게 과하다 생각했는데, 그렇게 해서는 그에게 예도 아니었을 뿐더러 구궁파천뢰의 위력을 제대로 견식할 수 없을 듯 했다.

“다시 처음부터 가겠소…!!”

슈왓

다시 이설표의 찰이 날아들었다. 그리고 나는 삼보절기로 피하는 동시에 방어를 공격으로 전환하며 도리어 뱀처럼 휘어들어가는 사검(蛇劍)의 초식을 이설표에게 날렸다. 진짜 전력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려면 그저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반격까지 해야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까앙!

그의 창대가 내 검날을 도중에 차단하면서 유연하게 회전했다. 그리고 그는 왼쪽 발을 반 보 앞으로 내밀면서 갑자기 창의 회전력을 강화시켰고, 그 자신이 마치 소용돌이로 변한 것처럼 보였다.

타타탕

돌개바람처럼 날아드는 이설표의 일격은 맹렬하고 사나웠다. 나는 다시 한 번 삼보절기로 피할까 생각했지만 그렇게 피하기에는 범위가 넓어서 맞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굴공검을 써서 그와 나의 거리를 벌리면서 검강을 세 줄기 날리는 것으로 이설표의 공격에 대처했다.

이설표는 이번에는 회전을 갑자기 멈추면서 크게 횡참(橫斬)을 날렸다.

천공섬(天公殲)!

과거 이광이 풍신류 용비천과 겨룰 때 썼던 기술! 당연히 나는 저 기술을 알고 있었고 쓸 줄 알았다. 다만 오백 년 후의 세상에서 천공섬을 보리라곤 생각지 못했기에 약간 반가운 마음을 느꼈다. 나는 천공섬이 삼보절기에서 기반된 절학이란 걸 알고 있었기에 마찬가지로 삼보절기의 조화로 파해할 수 있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슈욱, 하는 소리와 함께 내 검이 부드럽게 천공섬의 결을 헤치며 중앙을 갈랐다. 천지인의 방위를 잡고 있으면 천공섬은 무난히 갈라버릴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천공섬 가르기를 시전한 순간 눈을 부릅뜨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엉?!’

결(缺)이 내가 생각하는 것과 달리 뒤틀려 있었다. 그래서 나는 천공섬을 깔끔하게 가르지 못하고 검로(劍路)가 도중에 막혔고, 막힌 만큼 내 움직임이 엉거주춤하고 멈춰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 틈에 이설표는 자신의 창을 마치 채찍처럼 휘두르기 시작했다.

팔황경천(八荒驚天)

무환천랑백팔식(霧換天朗百八式)

피피피핑

방금 전과는 차원이 다른 절세검학! 환(幻)과 패(覇), 두 가지의 상이한 성격이 조화를 이루면서 무한에 가까운 자유도를 누리며 내 전신을 뒤덮어온다. 굉장히 이질적이고 오래된 느낌이지만 이 또한 뇌신류의 무공이라는 게 느껴진다!

순식간에 수천 개나 되는 기운이 유성처럼 쇄도하는 게 느껴졌다. 나는 너무나 갑작스러운 초식의 변화에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 되었고 경직때문에 마음이 더 초조해졌다. 나는 심장이 덜컹 내려앉으며 머릿속에 세 글자만 떠올랐다.

‘무… 무쌍패!’

무쌍패를 써야 해!

죽거나 아니면 살거나!

‘아니… 아니지. 침착하자!’

하지만 나는 이내 숙련도 덕분에 그 초조함과 당황을 걷어낼 수 있었다. 생사를 걸고 싸우기를 수백 번도 넘었기 때문에 평정을 되찾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언뜻 상대의 공격에 휘말린 것처럼 보여도 무쌍패로 도박을 걸 정도는 아니며 내가 가진 다른 역량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구십구합리귀(九十九合理歸)

나는 수많은 유성검기에 구십구합리귀를 산만하게 펼쳐서 대응했다. 일순간에 만들어낸 검막(劍幕)이 엉성하게나마 무환천랑백팔식의 현란한 강기를 얽어매었고, 그 사이에 나는 다른 한 손에 오행강기(五行罡氣)를 모아서 크게 사출해내며 뒤로 빠졌다.

콰과광!!

나는 별다른 피해 없이 뒤로 물러났는데 순간적으로 다시 달려들어서 이설표에게 반격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그가 절대지경도 아니니 이렇게 큰 절학을 쓴 직후는 커다란 빈틈이 생겼을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었다.

‘…관두자.’

하지만 나는 실전에서 터득한 감으로 왠지 지금 반격하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잠자코 뒤로 물러서며 상대를 경계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방금 전과 마찬가지로 무시무시한 위력의 절기가 쏟아지는 게 보였다.

천뢰무극창(天雷無極槍)

극성(極成)

꽈아앙

후두둑…

“……!!”

나는 이설표가 펼친 천뢰무극창을 정면에서 막아내고는 손이 얼얼한 걸 느꼈다. 정면의 파괴력만으로 내 공력을 일시적으로 누를 수 있다니 놀라운 일이었다.

“쿨룩… 쿨룩!! 헉… 헉….”

힘이 다 떨어진 듯싶었다. 저 정도로 광세절학을 쏟아부었다면 당연한 일이리라.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놀랍군, 이설표. 어떻게….”

나는 경탄하며 이설표에게 말했다.

“필살의 절학을 중첩해서 연속해서 쓸 수 있지? 그것도 쓸 때마다 위력이 더해지다니…!!”

내가 놀란 건 이것이었다.

원래 초절정 끝자락에 있는 고수들은 강대한 위력을 지닌 필살기나 절예를 퍼부어서 잠시동안이지만 절대지경과 맞서는 게 가능하다. 다만 그 정도 위력의 기술을 한 번 쓰게 되면 내공과 의념이 크게 소모되어서 탈력하거나 전투불가 상태에 빠지는 일이 잦았다.

그러나 이설표는 처음부터 끝까지 상이한 성격을 지니고 있는 절기를 연속해서 펼쳐내면서 그 위력이 소모되는 일도 없이 도리어 강하게 퍼부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건 내가 알고 있는 무공의 상식을 뛰어넘은 일이었으므로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있을 수 없어.’

저 연계식 자체가 절세무공이다.

나 또한 내공을 억지로 과도하게 소모해서 비슷한 일을 흉내낼 수는 있었으나 눈앞의 이설표는 내공소모를 최소화하면서 극한의 효율성을 달성했기에 차원이 다른 일이었다.

이설표가 입에서 피를 토해내다가 자신의 입가에 묻은 피를 슥하고 닦으며 한숨을 쉬었다.

“불민하오…. 내 내공과 실력이 부족하여 그대에게 삼벽(三碧)까지밖에 전개할 수밖에 없었소…. 제대로 된 구궁파천뢰를 보여줄 수 없었구려.”

“그게 무슨 말인가?”

“구궁파천뢰는 구성구궁(九星九宮)의 원리에 따르는 것. 일백(一白)과 이흑(二黑)에서 시작하여 종래에는 팔백(八白), 그리고 구자(九紫)로 파천뢰(破天雷)를 달성하오. 이게 무슨 뜻인지 알아듣겠소?”

“…구궁에 대해서는 알고 있다.”

당연히 나는 도학공부를 했기에 구성구궁이 무슨 말인지 알고 있었다. 낙서를 이루는 구성팔괘(九星八卦)를 합쳐서 구궁(九宮)이라 칭했고 그게 구궁파천뢰의 기본원리인 듯 했다. 하지만 그 중에서 구성이 어떻게 작용한다는지는 잘 알아들을 수가 없었기에 고개를 갸웃하자, 이설표가 자신의 창을 늘어뜨리며 말했다.

“구궁파천뢰는 광세절학을 연환(連環)해서 펼칠 수 있으며 펼칠 때마다 위력이 증폭되는 기술이오. 또한 구궁파천뢰를 칠적(七赤) 이상 펼칠 수 있다면 투선(鬪仙)조차 물리칠 수 있다 하오.”

“정말인가?”

“인간만이 구궁파천뢰를 만든 게 아니오.”

이설표가 자부심 넘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종사 백웅이여. 당신도 알고 있는 적룡무적창(赤龍無敵槍) 극호는 물론이고 천계에서 투선들까지 소환되어 함께 연구해서 만들어낸 게 구궁파천뢰. 내가 아까 썼던 팔황경천이 누구의 무공인지 알고 계시오?”

“…뇌신류의 무공같긴 하던데 누구 것이지?”

“천계에 있던 뇌신류 2대 종사가 망량에 의해 인간세계에 소환되어 10년동안 함께 연구했다 하오. 그리고 그 때 실전되었던 2대 종사의 무공, 팔황경천과 무환천랑백팔식이 복원되었소.”

“……?!”

“본디 신주팔황을 제패한 뇌신류 무림지존의 무공이었으나 천 년 동안 행방불명되었던 게 복구된 것이오…. 그래서 나는 전승자로서 익혀서 전승하게 되었소. 곧이어 당신에게도 알려드리겠소.”

2대 종사?

그렇다면 설마….

내가 놀라고 있을 때 이설표가 말했다.

“구궁파천뢰는 이론상 시전자의 역량에 따라 그 위력이 달라지게 되오. 그리고 초절정의 극에 도달한 나라고 해도 구궁파천뢰를 연환할 수 있는 건 아무리 상태가 좋아도 사록(四綠)까지가 한계. 그 이상은 절대지경과 신역(神域)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기술이오.”

나는 곰곰히 생각하다가 이설표에게 대꾸했다.

“원리를 잘 모르겠군. 구궁이라 하는게 구성(九星)의 연환식에 무공절학을 배치해두는 것 같은데 어떻게 해서 펼칠 때마다 위력이 강해지는 거지?”

“심령(心靈)에 뇌혼(雷魂)을 키우는 방식이오. 그 뇌혼이 바로 구궁파천뢰의 근본이라고 할 수 있소.”

“뇌혼? 그것은 뇌신지혼이 아닌가.”

이설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햇다.

“본디 뇌신지혼이란 전신을 뇌혼으로 바꾸어 번개의 힘을 자유자재로 사역하는 기술. 그러나 그건 너무나 큰 요구조건이 있어서 웬만한 재능으로는 엄두도 낼 수 없는 일이오. 그래서 후대의 뇌신류 고수들은 뇌신지혼의 조건을 완화시켜서 극소량의 뇌혼을 심령에 만들어내어 오랜 시간동안 수련하며 키워나가는 방식을 택했소.”

“…….”

“뇌혼이 인간의 정념을 대신하여 의념을 소모해주게 되면 말도 안 되는 효율을 보일 수 있소. 이 뇌혼의 힘으로 초식의 위력을 증폭시킬 수도 있소.”

“뇌혼을…!! 그게 가능한가?”

나는 놀라며 말했다.

“뇌혼이란 순수한 번개의 혼이며 뇌령이고 강력한 원소의 파괴력을 머금은 것. 뇌혼을 생성하는 순간 웬만한 내공으로는 몸 자체가 타거나 내공이 고갈되어 버리기에 천령단이 전제조건이 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소량의 뇌혼을 심령에 불어넣어 따로 키우게 되면 몸과 마음에 심각한 부상이 생길 것이다.”

괜히 뇌신류 역대종사들이 뇌신지혼이라는 비효율적인 방법을 택한 게 아니다. 뇌혼을 따로 떼내어서 키우기에는 뇌혼이 머금은 순수한 파괴력이 강했기에 수련자의 심신을 해칠 가능성이 높았다. 자칫하면 내공이 고갈되어 미라처럼 타죽을 수도 있었기에 절세마공이 되어버릴 우려가 있었던 것이다. 이건 이청운이 내게 직접 전수했던 위험성이었다.

“그 말씀이 맞소, 종사여. 그래서 처음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들 했소만… 그게 가능해졌소.”

“가능해졌다고?”

이설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차후에 알려드리겠소. 지금은 외인이 있어서 모든 비전을 섣불리 말할 수 없소. 지금 당장 내게 구궁파천뢰를 배우시겠소?”

“흐음….”

나는 크게 구미가 당기는 걸 느꼈다.

‘구궁파천뢰라.’

이설표가 방금 전 보인 위력은 일반적인 초절정 끝자락의 고수들의 한계를 크게 뛰어넘은 것이었다. 심지어 발악하듯 내공의 밑바닥을 긁어모아도 구궁파천뢰처럼 절세무공을 연환하는 건 보통 불가능하다. 그리고 이설표가 펼쳐서 저 정도라면 나는 그 이상의 위력을 보이는 게 가능하리라.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전수에 시간이 오래 걸리나?”

이어진 이설표의 말에 나는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렇소. 뇌신류 역사에 전례 없는 최고의 난이도의 절학이오. 천재라고 해도 최소한 10년이 걸리오. 나 또한 꽤 뛰어나다고 불렸지만 선대로부터 구궁파천뢰를 모두 전승하는데 12년이 걸렸소.”

“…….”

“천재를 전제로 만든 기술이니 당연한 것이오.”

이설표는 감동한 표정으로 말했다.

“허나….  대웅제국의 최초간부들이 주군으로 모셨으며 신과 맞서 싸운 전설의 초대황제이자 뇌신류의 종사인 그대라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오…!!”

“아니….”

“10년도 긴 시간이 아닐까 싶구려…!!”

“그게 말이지….”

뭐라고 해야 하지….

내가 당황하고 있을 때 이설표가 옆에 있던 주현성을 싸늘한 눈빛으로 쳐다보더니 말했다.

“본디 무술의 천재인 저 놈에게 구궁파천뢰를 가르치려 했으나 종사께서 귀환하셨으니 그럴 필요가 없겠소…. 역대 뇌신류 종사들이 모두 천재였거늘 괜히 한 놈에게 목매지 않은 게 다행이었구려.”

“…….”

“내 모든 정신과 마음을 담아 알려드리겠소…. 뇌신류 최고의 천재 진소청에 버금간다고 전해지는 백웅 종사의 재능이라면 5년이면 족할 것이오!”

제… 제기랄!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나는 이설표에게 무슨 말을 해야할지 고민하다가 말했다.

“이설표…. 내가 전설의 무공천재라고 전승되고 있는 것인가?”

이설표가 껄껄 웃었다.

“겸손할 필요 없으시오. 대웅제국 초대간부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으니! 이 영광을 누리게 해주어 감사하오.”

“…….”

나는 눈치를 챌 수 있었다.

‘이… 이새끼들…. 다 짠 거야!’

뇌신류 초대황제가 무공재능이 밑바닥이라고 하면 도저히 뇌신류 고수들이 전승할 의욕을 내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뇌신류의 후계자들은 다들 최소한 수재이며 영재였고, 천재쯤 되어야 뇌신류를 이끌 자격이 생겼다. 그렇기에 망량을 비롯한 내 전생동료들은 일부러 말을 맞추어서 뇌신류를 지원하는 한편, 그들에게 전설의 뇌신류 종사 백웅의 재능이 절세천재였다고 말해둔 것이리라.

나는 황급히 이설표에게 말했다.

“음…. 일단 기초만 배우고 갈까 싶군. 지금 할 일이 많아서 오래는 못 배우겠네.”

“귀하라면 당연히 그럴 것이오. 머무는 동안만이라도 최선을 다해 전승해 드리겠소.”

짧은 시간동안 기초만 배운다면 결코 재능의 유무를 감지하지 못할 것이다. 감지한다 해도 자신의 착각인가 하고 생각할 확률이 높다.

“…고맙군. 그리고 주현성한테도 같이 가르쳐 줘.”

“저 놈한테도 말이오?”

“그래. 가능하면 뇌혼수련법 위주로.”

“알겠소.”

나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제기랄. 어쩔 수 없군. 이렇게 되면 주현성을 이용해야겠다.’

둔재라는 게 들키면 후세의 뇌신류 후계자에게 개망신일 게 분명하다. 그리고 뇌신류의 억센 고집과 자존심으로 볼 때, 이설표는 엄청난 정신적 충격을 받고 전승을 거부할 게 분명하다. 기껏 500년간 만들어진 광세절학 구궁파천뢰를 원만하게 배우기 위해서는 내가 둔재라는 걸 숨기고 주현성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익혀내는 게 차라리 나을 것이다!

만일의 경우 천면공자의 2단계를 써서 이설표의 가면을 훔칠 수도 있지만 그렇게까진 하고싶지 않았다. 엄청난 부작용이 있는 게 분명한데다가 신투지존은 그 방법을 쓰면 ‘자기자신’을 맞닥뜨리게 된다고 했으므로 안 그래도 특이점 때문에 쫓기고 있는 지금은 가능하면 쓰고 싶지 않다. 게다가 내게 전승을 해주려는 호의적인 자의 가면을 훔치는 건 인간적으로 할 도리가 아니었다.

‘주현성한테 절세무공 구궁파천뢰를 배우게 하는 거야…. 그것도 깊숙히… 흐흠, 그렇게 하려면.’

나는 결심했다.

‘주현성을 뇌신류의 절세고수로 만들자! 성련의 부작용을 없애고 뇌령과 뇌혼을 성취할 수 있게 만드는 거다. 그리고 이설표를 설득시키면 어떻게든 되겠지.’

그리고 주현성이 다 전승받고 나면 주현성한테서 안전하게 구궁파천뢰를 배울 것이다. 저 놈은 깡다구 넘치는 뇌신류의 성격이 덜하니까 내 재능에 반발하지 않을 것이리라. 이렇게 해야 망신을 당하지 않고 실리를 챙길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마음속으로 생각을 정리하고는 주현성에게 말했다.

“주현성. 같이 구궁파천뢰를 배우자. 난 너를 믿는다.”

내가 재능이 없다는 걸 감춰줄 수 있으리라 믿어!

“폐, 폐하. 저는….”

주현성은 크게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나는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내가 뇌신류 정통후계자가 될 수 있게 도와주마.”

“저는 성련을 섭취해서 무리입니다. 면목이 없습니다.”

나는 주현성의 말에 씩 웃었다.

“아니, 가능해.”

나는 말이 끝나자마자 그를 가부좌를 틀고 앉게 했다. 그리고 그의 등을 통해 내 진신내공을 불어넣음과 동시에 음신지력으로 그의 전신을 자극했다.

“컥…!!”

주현성은 음신지력의 태음지기를 느끼자 큰 한기를 느끼는지 토혈을 했다. 사실 음신지력은 일개 인간이 감당할 힘이 아닌지라 함부로 불어넣으면 심혈이 얼어붙어버린다. 그러나 나는 동시에 주현성의 몸에 내 진신내공을 넣어서 음신지력에서 몸을 보호해 주었다. 주현성이 고통을 참기 시작하자 나는 생각했다.

‘성련을 먹으면 뇌령을 성취할 수 없는 이유…. 그건 음양의 조화가 맞춰지지 않았기에 뇌속성의 힘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성련은 인위적으로 재배한 영약이라서 불안정하지만 막대한 내공을 쌓을 수 있으나…. 그 대신에 내공의 정순함이 크게 떨어지고 음양의 조화가 깨져서 뇌령을 터득하기 힘들어진다. 그렇다면 성련이 품고 있는 과도한 힘을 분산시켜서 음양의 조화를 맞추면 돼.’

나는 내공조화의 달인이었기에 내공을 몸 여기저기에 불어넣어서 주현성의 기혈에 쌓여있는 과도한 힘을 크게 뒤흔들 수 있었다. 그리고 크게 붕 뜬 기혈의 힘이 음신지력으로 얼어붙었고, 다시금 막강한 내공으로 음신지력을 떨쳐내면서 여러 번에 걸쳐서 주현성의 몸 내부에 있는 힘이 압축되기 시작했다.

쿠구구

잠시 후 나는 주현성의 단전에 거대한 힘이 밀집되면서 단(丹)이 크게 빛나는 것을 느꼈다. 그러자 나는 크게 외쳤다.

“정신을 집중해라! 그리고 너 자신의 의념이 번개(雷)가 되어 정수리에서 단전까지 내려꽂힌다고 생각해!”

“……!!”

“뇌룡일기공을 크게 대주천시켜!”

콰앙

주현성의 몸에서 내공이 한 차례 폭발하는 듯 했다. 그리고 잠시 후, 대주천을 끝낸 주현성이 눈을 반개한 채 광망을 뿜어내었다. 내공의 양은 이전과 그대로였지만 질적으로 크게 압축하여 뇌령을 끌어냈는지 번개의 기운이 주현성에게서 넘실거리며 뿜어졌다.

“오… 오오…!!”

옆에서 보고 있던 이설표가 몸을 부들부들 떨며 감격했다.

“저럴수가…. 성련을 섭취한 자의 체질을 개선시켜 뇌령을 얻게 만들다니…. 실로 상상치도 못한 일…. 백웅 종사의 능력은 어디까지요….”

“이제 주현성도 뇌신류 후계자의 자격이 있지?”

“…….”

이설표는 막상 그 물음에는 침묵했다. 그러자 주현성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엎드리며 이설표에게 쾅하고 머리를 찧었다.

“노사! 정말 죄송합니다!! 저는 사공린 폐하의 곁에서 빠르게 일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 노사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고얀 놈! 이제 와서 내게 사과하여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이냐?”

“있습니다! 제가 큰 잘못을 했으나, 이제부터라도 백웅 폐하의 도움이 되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걸 위해서라면 이제부터는 뇌신류를 위하여 모든 신명을 바치겠습니다.”

“…으으음….”

“용서해 주십시오.”

주현성이 머리를 땅에 박은 걸 침묵한 채 지켜보던 이설표가 한참 후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좋다. 너를 뇌신류의 후계자로 인정하겠다…!!”

“감사합니다!”

“그러나 네놈의 재능이 불민하여 백웅 종사보다 구궁파천뢰의 성취가 뒤떨어지면 그땐 가차 없이 네 목을 베어버리겠다!! 각오하거라.”

이설표의 으름장에 주현성이 이를 악물었다.

“목숨걸고 배우겠습니다!”

“흥! 못난 놈….”

“…….”

내 생각에 주현성의 목이 베일 일은 없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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