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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검신-1018화 (1,015/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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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지혼(四神之魂)

파앗

나는 류하와 함께 궤도 엘리베이터의 최상층으로 갔다. 사방이 은색 철로 뒤덮인 넓은 방 안이었고, 안에는 십여 명의 인간들이 미리 대기하고 있는 중이었다. 물론 대개 아는 얼굴이었기에 나는 주현성에게 인사했다.

“며칠만이군.”

주현성이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외쳤다.

“전술무력요원 전원! 초대황제폐하를 뵙니다.”

그러자 주현성을 포함해 모든 전술무력요원들이 내게 동시에 무릎을 꿇으며 예를 갖추었다.

나는 이럴 생각으로 인사한 건 아니었기에 목을 긁적거렸다. 그리고는 주현성에게 말했다.

“류하한테 자세히 듣지 못했는데 은하부족연맹이라니 무슨 소리야?”

“네. 제가 아는 한에서 설명 드리겠습니다.”

주현성이 가볍게 한숨을 쉬더니 말을 이었다.

“외계종족과의 접촉은 예전부터 있었다고 합니다. 다만 지금까지는 다소 간접적인 방식으로 전파나 신호를 전달하는 정도였지만 이번에는 본격적으로 쌍방이 직접회담을 열기로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갑자기 결정된 회담이라고 들었습니다.”

“갑자기라….”

“사, 사실 저희도 많이 당황하고 있습니다. 외계종족이라는 적을 제대로 상정해본 적은 없었기에….”

아닌 게 아니라 주현성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고 그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요원들이 멍해 있거나 실감이 안 나는 듯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외계종족이라는 걸 살면서 제대로 마주칠 일이 존재할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족과 외계문명을 아주 많이 접했으므로 그리 놀랍진 않았다. 나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말했다.

“주현성. 사공린은 어디 있지?”

“폐하는 회담 전이라 준비중이십….”

“안내해.”

“…알겠습니다.”

주현성이 나를 어쩔 수 없이 사공린이 있는 방으로 안내했다.

위잉

전자문이 개폐되었고, 나는 시녀들의 시중을 받아 예복을 차려입던 중인 사공린을 보게 되었다. 예복은 거의 다 입은 지라 민망할 일은 없었고 사공린 또한 그걸 알기에 알현을 바로 허락한 듯 했다. 그래도 주현성은 민망한 듯 고개를 돌렸고 나는 사공린에게 말을 걸었다.

“어떻게 된 거지? 은하부족연맹과 회담을 하다니, 나한테는 그런 말 한마디도 안 했었잖아.”

사공린이 힐끔 주현성을 쳐다보았고, 주현성은 급히 고개를 숙이고는 밖으로 나갔다. 또한 시녀들도 급히 밖으로 나갔다. 사공린은 근처의 창가로 가더니 천천히 말했다.

“갑작스러운 일이었습니다. 그들이 지금까지는 언제 만날지 의사를 물어왔습니다만, 느닷없이 일루미나티를 들먹거리며 회담을 강요했기에.”

“뭐?”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은하부족연맹 측에서 인류와의 접촉을 서두르는 기색이 있습니다. 저는 대웅제국의 황제로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왜 서두르는 거지?”

“…….”

사공린은 지그시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그 눈빛에 담긴 의미를 잠시 후 깨달았다.

“…나 때문이라는 건가?”

“네. 저는 이걸 우연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나랑 은하부족연맹이 무슨 관계가 있다고.”

“그 인과관계는 알 수 없지만… 한 방울의 물방울이 수면에 파동을 일으키면 그 여파는 천하의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는 법. 하물며 전생자인 당신은 물방울 같은 게 아니라 거대한 파도라고 할 수 있으니, 그 파급이 우주 너머의 외계종족을 움직여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으음.”

“백웅. 사마령에게서 보고는 들었습니다. 이제 당신께선 어느 정도의 상식을 갖추게 되었다고 들었는데, 이 궤도 엘리베이터에 대해서도 들으셨나요?”

나는 사공린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월면기지에 물자를 보급하고 우주에 진출하기 쉽게 하려고 만든 건축물이라고 들었어. 이걸로 온갖 물자를 우주로 쏘아올린다면서.”

“그렇습니다. 세상에는 그렇게 알려졌죠. 하지만 실제로 궤도 엘리베이터는 그 용도로만 만들어진 게 아닙니다.”

“그럼 무슨 용도인데?”

스으

사공린은 창가에 손을 얹었다. 창가 너머로 보이는 광대하고 넓은 암흑의 우주를 한동안 응시하던 사공린이 말했다.

“오늘처럼… 외계종족이나 이족의 세력이 접촉해올 경우, 세상에 진실을 알리지 않고 먼저 궤도 엘리베이터에서 인류가 외계의 힘을 수용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겁니다.”

“…그냥 회담장으로 쓰기에는 너무 규모가 거창하지 않나?”

“궤도 엘리베이터는 결계(結界)이기도 합니다. 궤도 엘리베이터의 높이만큼 하위이족의 침범을 막는 광대한 범지구적 결계가 펼쳐져 있는 셈이죠.”

“아….”

“백웅. 홀로그램을 사용해서 회담에 참석해 주십시오. 이번 회담에는 저만 참석하는 게 아니라 일루미나티의 수장과 미국 대통령, 그리고 제 3세계의 대표 등이 참석합니다. 하지만 우리 중 그 누구도 인류를 대표해서 이족에게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없습니다.”

그녀가 내 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하지만 당신이라면… 수많은 대신(大神)을 상대로 기적을 일으켜왔던 당신의 용기라면 회담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

“부탁드립니다.”

나는 사공린이 나를 왜 불렀는지를 알 수 있었다. 그녀는 내가 지금껏 수많은 강대한 존재들과 맞서왔던 경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것이리라. 나는 사공린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맡겨둬! 이 정도쯤이야.”

“그럼 홀로그램실로 안내해 드리지요.”

잠시 후, 나는 사공린과 함께 홀로그램실이라는 장소로 갔다. 그리고 자리에 앉자 지문인식과 안면인식을 거쳤고, 내 모습이 허공에 홀로그램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내 옆에 앉은 사공린이 말했다.

“발언은 자유롭게 하셔도 좋습니다. 다만 외계어 해석 앱이 속도가 느려서 상대측의 말을 늦게 들을 수도 있으니 조심해 주십시오.”

“알았어.”

우우우우….

기음(奇音)이 울렸다. 그리고 한참 후 홀로그램장의 회의탁자 여기저기에 하나둘씩 홀로그램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 숫자는 나와 사공린을 포함해서 총 10석이었다.

사공린의 옆 자리에는 얼마 전에 쳐들어왔던 일루미나티의 수장으로 보이는 늙은이가 앉아 있었다. 그 늙은이가 자신의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대웅제국의 황제여. 이 자리를 계속 꺼려왔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무리하지 말고 물러나시는 게 어떻소?]

그러자 사공린이 아무런 표정변화 없이 능란하게 대꾸했다.

[당신들의 뉴 월드 오더(New world order)가 성립하는 것만은 볼 수 없습니다.]

[그건 대웅제국이 더욱 가깝게 다가선 목표가 아닌가…? 나는 대웅제국이 성립할 때 당신네가 모종의 비밀결사에서 출발했다는 걸 알고 있소. 마치 우리들처럼.]

[인류의 구원을 위해서입니다.]

[크크크. 그 또한 우리와 같군…. 아카샤의 지혜를 추구함이 없으니 그대들의 몰지각함이 더 한가…. 뭐, 됐소…. 오늘은 좋은 승부를 해 봅시다.]

그리고 두 사람은 바로 옆자리인데도 침묵해 버렸다. 나는 그들의 말 속에 가시가 돋아 있는 걸 여실히 느낄 수가 있었다. 나는 힐끔 일루미나티의 수장의 모습을 쳐다보다가 생각했다.

‘쳇. 그냥 칼로 죽여 버리고 싶은데 눈앞에 없으니….’

좋은 칼을 놔두고 뭐 하러 말싸움을 한다는 말인가? 나는 어떻게든 눈앞에 있으면 일루미나티의 수장을 때려죽이고 싶었지만, 이런 자리이니 일단 참아야 할 것 같았다.

잠시 후 홀로그램의 맞은편에 기이하게 생긴 외계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반갑소. 나는 서은하부족연맹의 맹주이자 의장, 칼비오그라고 하오. 지구의 지도자들을 만나게 되어서 영광이오.]

치지지직

눈앞에 외계인의 말이 번역되어서 대웅제국의 언어로 번역되는 게 보였다. 확실히 사공린의 말대로 번역 속도가 느려서 말보다 훨씬 늦게 뜨는 게 느껴졌다.

‘응? 알아듣겠는데….’

하지만 나는 이상하게도 칼비오그의 말을 마치 우리말처럼 자연스럽게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래서 번역 앱의 도움이 필요 없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저 칼비오그란 외계인을 어디서 봤는지 깨달았다.

‘아 맞아! 선지자가 흑요석 인칭을 설명해줄 때 등장했던 그 외계인이잖아.’

그래서인지 모습도 익숙하다. 내가 호기심어린 눈으로 칼비오그를 쳐다보자, 칼비오그가 말을 이었다.

[그대들도 알고 있겠지만 곧 [옛 지배자]들의 강림과 [계시]가 그대들의 행성인 지구에서 이루어질 예정이오. 위대한 회귀(回歸)가 이루어지면 그 여파만으로도 당신들은 멸망하게 될 것…. 우리 서은하부족연맹은 필멸자의 연맹으로서 그 참사를 좌시할 수 없기에 그대들 인류의 대표와 접촉하게 된 것이오.]

칼비오그의 말을 들은 일루미나티의 수장이 반문했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원하시오?]

이쪽에서 하는 말 또한 상대방에 즉시 통역이 되는 모양인지 칼비오그는 대번에 알아들은 듯 했다. 칼비오그는 두 개의 머리에 있는 4개의 눈 중에서 하나를 데굴 굴리더니 대꾸했다.

[우리는 세 가지를 하려 하오. 첫째, 우리의 과학기술을 그대들에게 전수하겠소. 둘째, 그대들 중 일부를 선택하여 우리의 모성(母星)으로 대피시켜줄 의사가 있소. 셋째, 앞선 두 가지의 대가로 그대들이 지닌 위대한 7개의 보물을 얻으려 하오.]

[…….]

[…….]

그 말에 사공린을 포함한 인류지도자들 8인이 침묵했다. 다들 칼비오그의 말에 들어있는 속뜻을 간파하려고 머리를 굴리는 듯 했다.

그리고 일루미나티의 수장이 말했다.

[맨입으로는 인류를 도와주지 않겠다는 것이군. 7개의 보물을 내놓는다면 인류의 생존을 보장해주겠다는 말이오?]

[그렇소.]

[7개의 보물이라 해도 그게 뭔지 모르겠소만….]

[시치미 뗄 필요는 없소. 그대들이 세븐 아크(seven ark)라고 부르는 그 유물을 원하는 것이니.]

칼비오그가 뜻밖에 많은 사실을 알고 있자 일루미나티의 수장은 대번에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

나는 옆에서 그 대화를 듣고 있다가 칼비오그의 속내를 알아차렸다.

‘이…이 새끼들… 칠요(七曜)를 원하는 거야!’

나는 기가 막혔다.

어떻게 은하계 너머의 외계종족까지 찾아와서 칠요를 원한다는 말인가? 칠요가 그렇게 대단한 보물이었다는 사실에 황당해하고 있자 일루미나티의 수장이 노회한 말투로 대꾸했다.

[세븐 아크를 원하는 의도부터 말해주면 생각해보겠소. 물론 우리가 갖고 있지는 않소만….]

칼비오그가 대꾸했다.

[그건 삼황오제, 그리고 그들과 계약된 강력한 [옛 지배자]의 힘이 깃들어있는 유물. 은하계 전역에서 [옛 지배자]의 횡포에 고통 받는 약자들을 구원하기에 충분한 힘이 있을 것이오. 우리 서은하부족연맹에게 넘겨준다면 정의를 실천할 수 있을 것이오.]

[호호오… 정의라…. 크흐흐….]

일루미나티의 수장이 불신감어린 미소를 지었다. 그건 그 뿐만이 아니라 다른 인류지도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명분은 그럴듯해 보여도 그들이 내세운 명분을 전혀 믿을 수가 없는 탓이었다.

듣고 있던 사공린이 말했다.

[그쪽에서 넘겨줄 과학기술의 수준은 전 인류가 타 행성으로 이주하기에 족한가요?]

[아쉽게도 그 정도는 아니오. 그대들의 태양계 전체가 종말의 파멸에 휘말릴지언정, 같은 태양계 내의 행성에 테라포밍하여 이주한다고 해서 종말을 피할 순 없겠지. 그렇다고 계(界)를 뛰어넘은 곳에 수십억을 이주시킬 정도의 기술은 우리조차 갖고 있지 않소.]

[그렇다면 과학기술을 제시하는 의미가 없지 않나요?]

칼비오그가 자신의 손을 넌지시 내밀었다.

[일만 명…. 일만 명 정도라면 우리의 모성까지 이주시켜줄 수 있소. 그리고 발달된 과학기술을 그대들 나름대로 잘 발달시키면 17년 동안에 더 많은 인원을 이주시킬 수도 있겠지. 하기 나름이오.]

[…….]

[자, 이쪽의 패는 공개했소…. 인류의 지도자들이여, 현명한 판단을.]

타닥 타닥

삐빅

칼비오그의 말에 잠시 동안 인류지도자들은 분주하게 화면을 손으로 만지면서 여기저기에 연락을 하는 듯 했다. 그리고 일루미나티의 수장과 사공린은 움직이지 않고 그저 고민하면서 생각을 하는 기색이었다. 나는 그 광경을 쳐다보다가 생각했다.

‘흐음…. 칠요를 넘겨주는 대신 인류는 일만 명 정도만 살아남고 다 죽는다라…. 일만 명이면 문명의 명맥은 유지될 수준이긴 하겠지만.’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던 중 문득 문제의 본질을 깨달았다.

‘아… 아냐. 이건 그냥 죽어가는 놈 삥뜯기잖아!’

말로는 칼비오그가 인류를 구해주려고 선심을 쓰는 것 같았지만, 실제로는 멸망이 확정된 인류에게서 손쉽게 칠요를 얻어내려고 하는 행위였다. 이 제안을 받아들여봤자 칼비오그가 살아남은 인류 1만 명을 어떻게 대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고, 인류가 멸망하는 건 마찬가지였다.

실질적으로는 칼비오그가 인류 최상층을 대상으로 나머지 수십억을 전부 버리고 살아남으라고 유혹하는 셈!

나는 [옛 지배자]도 아닌 외계인이 이렇게 교활한 수를 쓸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 그리고 아마 다른 인류지도자들도 전부 칼비오그의 의도를 알고 있겠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칠요를 안 바칠 경우 칼비오그는 그냥 손을 물려버릴 것이고, 인류는 외계인의 도움도 없이 자력으로 살아남아야 하는데 승산이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사공린이 내게 전음으로 말했다.

[백웅…. 이 자리는 그대에게 맡기겠습니다.]

[나한테?]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가 정향의 인과율을 얻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모든 운명의 순풍은 당신의 것…. 이 자리는 당신의 결정에 모든 게 달린 것입니다.]

[…….]

[인류의 운명에 어떤 선택을 하든 따르겠습니다.]

나는 힐끔 일루미나티의 수장을 보았지만 그 자 또한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듯 고뇌하는 기색이었다. 다른 인류지도자들은 어찌해야할지 갈피도 못 잡고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거절하는 건 쉽다. 그러나 거절할 경우 다른 인류지도자들에게 아무 대책도 없이 거절했냐면서 반발이 들어올 것이고, 대웅제국은 적의 숫자가 엄청나게 늘어나게 될 것이다

또한 칼비오그의 제안을 수긍한다고 해도 칠요를 가져다가 놈들에게 바치는 일 자체가 의미가 없었다. 어차피 일만 명 빼고 인류가 전멸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 순간이었다.

‘아, 그래!’

나는 좋은 생각이 났다.

그래서 일단 확인할 겸 사공린에게 전음으로 말했다.

[사공린. 나 잠깐 어디 갔다 올게.]

파앗

나는 비등을 써서 예전에 갔었던 장소로 가 보았다. 그러자 그 장소는 현대식으로 건축되어 있었으나 그 안쪽에서 익숙한 기척이 있는 게 보였다.

‘오, 아직 있구만! 다행이다.’

익숙한 촉수가 벽 너머에서 꿈틀대는 걸 보자 나는 외쳤다.

“어, 오랜만! 나 알지?”

[…그대는… 간만이군.]

“거래할거니까 잠깐 기다려! 어디 갔다 올게.”

[……?]

상대가 황당해하는 기색이 느껴졌지만 나는 다시 비등을 써서 궤도 엘리베이터의 홀로그램실로 왔다. 그리고 씨익 웃으며 칼비오그에게 말을 걸었다.

[칼비오그. 거래다.]

칼비오그는 나를 지그시 쳐다보다가 대답했다.

[…사전자료로 파악되지 않은 인류지도자군. 그대는 누구인가? 그리고 어찌 우리 종족의 말을 할 줄 아는 것이지?]

[나는 대웅제국의 황제다.]

[그건 그대의 옆에 있는 사공린일 터.]

나는 히쭉 웃었다.

[뭐, 믿든 말든 마음대로 해. 어쨌든 나는 거래를 제시하겠다.]

[어떤 거래를 원하는가? 우리의 조건은 달라지지 않을 터….]

나는 대뜸 칼비오그에게 말했다.

[무창(無窓)의 탑! 거기에 있는 기술을 공유해 줄 테니 너희 은하부족연맹의 모든 과학 기술력과 자원을 내놔라. 그리고 칠요는 당연히 내어줄 수 없고, 너희는 책임지고 종말이 올 때까지 인류를 보호해야 한다. [옛 지배자]의 사도랑 전쟁할 때는 당연히 너희도 나서야 한다는 말이다.]

[……!!]

[알아들었어? 지금까지의 조건으론 안 되겠다고. 이 정도는 되어야지.]

칼비오그가 크게 당황했는지 두 개의 머리를 붕붕 저었다.

[무…무슨….]

[알량한 선심 베풀듯 하지 말고 전부 다 내놓으란 말이다.]

[말도 안 되는 소리. 그건 위대한 종족의 기술일진대 그대들이 어떻게 우리에게 무창의 탑에 있는 힘을 공유해줄 수 있다는 것인가? 어디서 이상한 얘기를 듣고 와서는….]

나는 팔짱을 낀 채 칼비오그에게 말했다.

[좋아. 그럼 지금 당사자를 불러올 테니까 기다려라.]

[뭣…?]

파앗

나는 다시금 아스타나의 대사원으로 갔다. 그리고 외쳤다.

“어이! 거래할거니까 날 따라와라! 너 보고 싶단 애가 있어!”

[……? 무슨 말이냐?]

“일단 나 따라와! 할 수 있지? 내 비등 탈래?”

[알았다….]

파앗

나는 상대의 촉수를 잡고 비등을 써서 홀로그램실로 왔다. 그리고 홀로그램실에서 남은 장비로 접속하게 하자, 녀석의 모습 또한 홀로그램으로 회의에 떠올랐다.

우우웅….

그리고 녀석의 모습을 확인하자 칼비오그는 대경해서 외쳤다.

[…마, 마도왕이시여!]

[…….]

[여긴 어쩐 일로….]

선지자(先知者)는 무슨 상황인지 살피려는 듯 주변 홀로그램을 두리번거렸다. 그리고는 무슨 상황인지 알았다는 듯 편하게 의자에 앉았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

[으…으음….]

다만 선지자가 무섭게 칼비오그를 째려보는 기색이었고, 칼비오그만 좌불안석한 기색으로 눈을 어디 둘 줄 모르고 데굴거리고 있었다.

나는 히죽 웃으며 칼비오그한테 말했다.

[칠요 내놓으라고 했지? 나로서는 그냥 선지자한테 칠요를 줘도 되는데 말이야.]

[…….]

[물론 선지자는 이 자리가 그리 달갑지 않은 것 같다만….]

칼비오그가 우물쭈물하다가 말했다.

[…이, 이야기를 다시 해 보도록 하지…. 아까 했던 이야기는 없던 걸로 하겠다. 좀 더… 우리가 원만하게 접근할 방법을 찾아보도록 하자.]

[암, 그래야지.]

나는 내심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제 얘기가 좀 편해지겠군.’

그렇다.

저 오만한 외계인 칼비오그를 상대하는 좋은 방법은, 일단 선지자를 불러오는 것!

예전에 흑요석 거래를 할 때 칼비오그와 선지자의 관계를 알고 있었기에 써먹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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