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7====================
사신지혼(四神之魂)
나는 새끼줄을 손에 넣은 후 천우진, 류하와 함께 밖으로 빠져나왔다. 그리고 말했다.
“이제 뭘 하면 되지?”
“보고는 내가 하겠다. 넌 류하를 따라서 낙양대학(洛陽大學)의 사마령(司馬靈) 교수를 찾아가라.”
“사마령?”
“얘기는 해 뒀다. 전뇌자가 안 되는 상황이니 네가 이 세계의 기본지식과 역사를 직접 공부해서 알아야 할 텐데, 그걸 네게 가르쳐주기엔 그 교수가 적격일 것 같더군. 며칠동안 공부를 해라.”
지금 당장은 천우진이 공직에 있기 때문에 사건수습에 바빠서 내게 지식을 알려줄 여유가 없는 듯 했다. 그 때문에 이 시대의 식자(識者)를 추천해 주는 것이리라.
“알았다.”
파앗!
나는 류하의 전이문을 타고 낙양대학이란 곳으로 갔다. 나는 낙양대학의 여기저기를 둘러보다가 말했다.
“여긴 뭐하는 곳이지? 젊은 청년들이 많이 돌아다니는군.”
“낙양대학은 대웅제국 최고의 대학임다~~. 고도(古都)이자 수도인 낙양에 수많은 인간들이 바퀴벌레처럼 몰려들어서 학문을 연구하는 곳임다~.”
“흠…. 알 것 같군.”
내 시대에도 학문을 연구하는 곳은 있었다. 다만 내가 아는 학사(學士)들의 배움터와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기에 나는 이 곳이 어떤 곳인지 잘 감을 잡지 못했다. 나는 류하를 따라서 커다란 건물 내부로 들어왔고, 이윽고 방으로 안내받았다.
“어서 오십시오. 낙양대학의 이사장, 사마령이 초대황제 백웅 폐하를 뵙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꾸벅하고 내게 인사하는 건 젊고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아마 저 자가 사마령일 듯 했다. 나는 눈에 이채를 띄며 말했다.
“내가 초대황제라는 걸 알고 있나?”
“네. 저는 사공린 폐하의 직속조직인 만화령(萬華領)의 간부이기도 합니다.”
나는 힐끔 옆에 서 있는 류하를 보며 말했다.
“이 녀석같은?”
“그녀는 무력을 전담하는 요원이며 저는 제국의 행정적 업무와 기밀을 취급하는 요원. 서로 해야할 일이 다릅니다.”
“그렇군…. 아무튼 잘 부탁해.”
나는 사마령에게 안내받아서 공부를 하기 위한 공간으로 갔다. 그리고 사마령에게서 현 시대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간략한 역사의 흐름을 차근차근 배우기 시작했다.
나는 대략 다섯 시진동안 공부를 했는데 이제 어느 정도 이 시대에 대한 건 알 것 같았다. 아직 모르는 게 많긴 했지만 적어도 이 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인간 정도의 지식 정도는 갖춘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내게 다섯 시진동안 연속으로 쉬지않고 강의를 한 사마령이 말했다.
“잠시 쉬었다 하지요. 앞으로 다섯 시진 정도만 더 공부하시면 목표한 공부량에 도달할 듯 합니다.”
“…….”
“폐하께선 무한한 체력과 집중력을 지니고 있다 들었으니 무리는 없으실듯 하군요.”
나는 계속 공부에 집중하다가 진이 빠져서 질문했다.
“이미 새벽이 다 된 것 같은데…. 당신은 인간이 아닌가? 류하처럼 초상기인인가?”
나는 사마령의 정체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사마령은 내게 온갖 자료를 들고 와서 강의를 했는데 다섯시진 동안 한 순간도 쉬지 않았으며 앉지도 않았고 머뭇거리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전혀 지친 기색이 없었기에 인간의 체력이 아닌 듯 했다. 그러자 사마령이 가볍게 대꾸했다.
“거창하게 초상기인을 논할 것도 없습니다. 저는 그리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사마가(司馬家)의 인간. 태생이 학자이고 어렸을 때부터 현문정종(玄門正宗)의 내공심법을 수련해 왔습니다. 보통 사람보다 체력이 좋은 건 당연합니다.”
“그렇다 해도 흠….”
“어릴 때 박사학위를 따서 교수가 된 후 강의는 수백 번도 넘게 했습니다. 그럼 누구든 이 정도는 하겠지요.”
“어릴 때라니…. 지금은 몇 살인데.”
“지금은 스물 여섯입니다. 박사학위는 9살때 땄지요.”
“…….”
아무래도 사마령은 겉으로 보이는 나이와는 달리 학계에서 엄청난 경험치를 쌓은 인물인 듯 했다. 그래서 중세시대에서 난데없이 날아온 내게 지식을 전해줄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인물로 선정된 듯 했다. 실제로 사마령에게 공부를 배우자 웬만한 건 다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에 나는 만족감을 느꼈다.
나는 강의내내 궁금했던 점을 사마령에게 물었다.
“그럼 백련교에서 주장하는 종말을 진심으로 믿는 자는 제국 전체에 한 줌도 되지 않는다는 게 사실이란 말인가?”
“네, 그렇습니다. 백련교가 대웅제국의 국교이니 저잣거리의 어린아이조차 종말의 일시인 17년 후를 알고 있으나, 진심으로 믿는 자는 없습니다. 진심으로 믿고 대비하는 자는 대웅제국의 최고위 간부와 극소수 요원, 그리고 세간의 초국가적 대기업의 CEO 정도… 겠군요. 다 합쳐도 대웅제국 수십억 인구 중에서 오백 명이 안될 것입니다.”
백련교 부교주 독고숭의 말이 사실이었던가….
나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말도 안 돼. 종말은 현실이야. 그 누구든 예외없이 지옥에 빠질텐데 어떻게 아무도 믿지 않는단 말인가. 심지어 종말의 때를 다 알고 있는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단 말인가!”
“…사실 저도 잘 믿기지 않습니다.”
“뭐?”
사마령이 씁쓸하게 말했다.
“요괴 정도는 보아왔으나 태어나서 [옛 지배자]나 사도, 화신, 팔부신중같은 무시무시한 존재들을 본 적은 없습니다. 그저 문헌과 지식으로만 접해 왔을 뿐입니다. 사공린 폐하를 통해 역사의 진실을 알게 된 저조차도 실감이 안나고 있으니 일반적인 민중(民衆)은 절대 믿을 수가 없지요.”
“뭣….”
“이제 와서는 공중파 방송에서 요괴전쟁을 소재로 판타지 드라마나 만들고 있는 실정이며 팔부신중의 존재조차도 문학적 소재에 불과합니다. 팔부신중이 실존했다고 하면 미친 사람 취급을 받지요.”
“…….”
“하물며 지금은 문명의 중흥기이자 전에 없던 눈부신 과학적 발전을 거듭하는 시기.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 수십 년 전에 출현했음은 물론이고 유전자 가위도 현실에서 실용화되었고 궤도 엘리베이터도 거의 다 건조되었습니다. 지구상의 궤도에는 수만 대의 인공위성이 떠다니고 있으며 월면기지(月面基地)도 생겼으니, 그 누가 비현실적인 [옛 지배자]와 종말의 귀환같은 걸 쉽사리 믿을 수 있겠습니까?”
“으음…….”
“백련교를 진심으로 신앙하는 광신도가 아닌 한은 무리입니다.”
나는 침음성을 흘렸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한데….’
나는 지금쯤이면 모든 인간들이 일치단결해서 종말을 타파하려고 일심불란하게 노력하고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종말을 인식하기는커녕 그저 전설이나 종교의 헛소리로만 치부하고 있을 줄이야.
고작 17년밖에 안 남았는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내가 할 말을 잃자 사마령이 말했다.
“지금까지는 전반적인 사회적 상식에 대해서 공부했습니다. 이제부터는 초상기인의 발달사와 인공보패에 대해 알려드리겠습니다.”
“흠, 그건 꼭 알고 싶었던 거군.”
“초상기인은 폐하의 대웅제국 초창기에 만들어졌고 이후로 제갈일족의 노력으로 끊임없이 향상되었습니다. 그리고 현재와 같은 형태의 초상기인이 나타난 것은 약 오십 년 전이었고 그 때부터 초상기인은 자아(自我)를 지니기 시작했습니다.”
“자아라. 어째서 자아를 지니게 된 거지?”
“극한의 기술이 결합된 특이점(特異點)을 넘어섰기 때문이었습니다. 본디 [옛 지배자]에게 바치기 위한 공물로서 제작된 초상기인이었지만 거기에 들어간 동서양의 최고 기술들이 서로 상승효과를 낸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혼백(魂魄) 그 자체를 호문클루스가 흡수하여 새로운 지성체를 만들어낸 것이지요.”
“흠!”
“다만 독립된 자아를 지닌 최초의 초상기인은 수명이 매우 짧았다고 합니다. 원래는 반영구적인 수명을 지니고 있는 게 초상기인이지만 그 초상기인은 고작해야 2년밖에 못 살았다 하더군요….”
“지금은 어때? 수명이 길어졌나?”
“…….”
사마령이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
“네. 20년으로 늘어났습니다.”
나는 뜻밖의 말에 당황했다.
“뭐지? 왜 반영구적인 수명을 되찾을 수 없게 된 거야?”
“자아를 얻은 대가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자아를 얻어서 수많은 기술과 지식을 독립적으로 익힐 수 있게 되어 커다란 잠재력을 지니게 되었지만, 혼백의 소모도가 자아가 없을 때보다 더욱 극심해졌다는 연구결과였지요.”
“…그러면 류하나 류오는.”
“그들은 제작된지 5년이 넘은 초상기인입니다. 종말이 오기 전에 수명이 다해 죽겠지요.”
“…….”
나는 바깥에서 대기하고 있을 류하를 생각했다. 저 녀석도 자기가 20살을 못 넘기고 죽을 거라는 걸 알고 있단 말인가? 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신혈(神血)을 써서 궁극의 초상기인을 제작하려는 작업은 어떻게 된 거지? 그 방법을 쓰면 초상기인의 성능이 극대화된다고 들었었는데. 신혈을 쓰면 초상기인의 수명도 늘어나는 게 아닌가.”
“죄송합니다. 거기까지는 아는 게 없습니다. 저 또한 극비논문을 보고 알게 된 사실이며, 초상기인을 취급하고 연구하는 부서는 따로 있습니다.”
“어딘데?”
“사공린 폐하 직속의 초상연구부(超上硏究部). 대웅제국 최고의 두뇌와 술법사들이 모인 곳으로, 인공보패도 거기에서 개발합니다. 저는 한때 초상연구부에 수습으로 들어갔다가 학계로 빠져나왔습니다.”
“천우진의 연구소와는 별개인 건가?”
“그 분의 연구소는 명목상으로만 연구소일 뿐 사실상 서문혜 님의 봉인을 전담하는 장소입니다. 본격적인 개발연구는 하지 않으시지요.”
“…흠.”
하긴 귀찮아하는 천우진의 성격상 뭘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연구하진 않을 것이다. 그런 짓 하지 않아도 세계제일의 환술사인데 뭐하러 초상기인이나 마도쪽의 연구를 하겠는가? 하물며 천우진이 마도를 싫어한다는 걸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럼 인공보패에 대해서입니다만….”
철컹!
사마령이 가지고 온 강철손톱같은 걸 손에 장비하자 쇳소리가 났다. 강철손톱을 끼릭거리며 움직이던 사마령이 말을 이었다.
“보패는 천계의 강력한 유물이며 실질적으로 인간이 쓸 수 있는 최고의 법구이지만, 천계와의 거리가 멀어지면서 보패를 인위적으로 손에 넣는건 불가능해졌습니다. 그 때문에 대웅제국은 인공보패를 개발해서 쓰고 있지요. 여산의 신혈을 녹인 인공합금을 술법으로 가공하여 보패와 유사한 최고급 법구를 생산해낸 걸 인공보패라 합니다.”
“그건 알고 있는데 인공보패와 원래 보패는 위력차이가 많이 있나?”
“그렇습니다. 아무리 진짜 보패와 유사하게 하려 해도 한계가 있어서 대체적으로 인공보패의 위력은 진본의 7할에 불과합니다. 유사이래 가장 뛰어난 인공보패는 제갈무후의 백우선으로, 제갈무후 그 자신이 대라신선의 경지에 이르러 있었기 때문입니다.”
“…….”
나는 그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하다가 말했다.
“인공보패의 위력은 제작자의 수준에 따라 결정된다는 말이군.”
“그렇습니다. 인공보패 제작 초기에는 초대황제 폐하의 동료 중 강력한 술법사들이 질좋은 인공보패를 만들어냈습니다만 그분들이 하나하나 세상을 떠나시면서 인공보패의 위력은 갈수록 약화되었습니다.”
“성진이나 제갈일족 말고는 대라신선급 술법사가 나오지 않았나?”
“네. 천계가 멀어진 상태에서는 아무리 대단한 술법의 천재가 배출되어도 한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술법의 성취는 재능만으로 되는 걸 떠나서 신기(神氣)에도 큰 영향을 받게 되어 있었기에.”
“그렇군….”
“그나마도 갑자기 천우진 님이 힘을 잃어버린 후로는 인공보패의 생산 자체를 꺼려할 정도로 질적 저하가 있었습니다만….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그 부족함을 메꾸게 되었지요.”
“과학기술?”
사마령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기존에는 단순히 신혈가공금속에 술법을 새기는 것에 불과했지만, 최신형 인공보패는 퀀텀 크래프트(Quantum craft)를 이식해서 제작원리 자체가 달라졌습니다.”
“그게 뭔데?”
“양자역학의 연구가 깊어지면서 등장한 실용기술인데 대웅제국에서 최초로 개발한 과학기술이지요. 위력은 직접 보여드리겠습니다.”
“……?”
“주인으로서 명한다. 지룡조(地龍爪)여, 본래 모습을 드러내라!”
철컹! 철컹!
갑자기 사마령의 손에 장비되어 있던 철조(鐵爪)가 강한 쇳소리를 내면서 빠르게 증식되어갔다. 철조는 순식간에 사마령의 오른팔을 모두 철갑으로 뒤덮었고 이어서 그녀의 몸 전체가 강철에 뒤덮였다. 이윽고 그녀의 전신은 완벽한 흑철갑주로 뒤덮였는데, 나는 그 모습을 보자 대번에 깨달았다.
‘…전술무력요원 서열 2위, 주현성이 마룡쇄(魔龍鎖)를 장비했을 때의 모습이다!’
이어서 사마령이 말했다.
“해제.”
쉬리릭!!
그리고 눈깜짝할 사이에 사마령의 몸을 뒤덮은 흑철갑주가 원래대로 되돌아갔다. 사마령은 철조를 손에서 벗으면서 숨도 쉬지 않고 말했다.
“물질파 가설에 따라 파동의 힘을 신혈과 공명시켜서 염상력(念想力)으로 착용자가 원하는 형상을 인공보패로 구현할 수가 있습니다. 방금 전 제 갑주형상은 인공보패에 기록되어 있는 형상을 제 상상력으로 구현화시킨 거지요. 그걸 가능하게 해주는게 양자역학의 최초 실용화 사례이자 현대 과학기술의 총아(寵兒), 퀀텀 크래프트인 겁니다!”
나는 당황해서 그녀를 제지했다.
“자, 잠깐…. 말이 어려워서 잘 못 알아듣겠는데…. 좀 쉽게 설명해 줄 수 없어?”
“아, 죄송합니다. 인공보패만 보면 흥분해서….”
사마령이 멋쩍게 중얼거리다가 말했다.
“쉽게 말씀드리자면 인공보패는 착용자의 상상력에 따라 그 모습을 바꿀 수 있습니다. 현실적인 물리법칙의 한계를 무시하고 질량을 증대시키거나 위력을 강화시킬 수 있지요. 인식(認識)의 힘이 물질의 고유한 상태를 바꿔버릴 수 있는데 그 변화수치를 극대화 시키는 과학적 장치가 퀀텀 크래프트입니다.”
“상상력이라….”
“또한 최근에 밝혀진 거지만 인공보패는 착용자와 함께 성장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여러모로 최첨단 병기라고 할 수 있지요.”
“호오.”
나는 호기심이 생겼다. 그래서 사마령이 탁자 위에 내려놓은 인공보패 지룡조를 들어서 내 손에 끼면서 말했다.
“주인으로서 명한다. 지룡조(地龍爪)여, 본래 모습을 드러내라!”
“…….”
전혀 발동하지 않는다. 낑낑대며 애를 써서 흑철갑주의 모습을 상상해 봤는데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이거 왜 안 돼?”
“지문인식, 안면인식, 파동인식이라는 3단계 시큐리티로 사용자를 식별하기 때문에 본래 소유주가 아니면 그 누구도 쓸 수 없게 되어있습니다.”
“이런 제길…. 내 것도 하나 만들어 줄 수 없나?”
“그건 제가 폐하께 건의를 올리겠습….”
사마령이 내 말에 대꾸하고 있을 때였다.
쿠구구궁!!
“우워어?!”
갑자기 내 손에 끼어있던 지룡조가 장중한 소리를 내더니 급격히 커지기 시작했고, 단숨에 아름드리나무를 연상케 할 정도의 크기가 되어 건물의 지붕을 뚫어버렸다. 크기가 최소한 이 장은 될 법 했고 마치 거인의 팔을 내 팔 위에 얹은 것만 같았다.
“……!!”
놀라운 것은 이렇게 거대한 강철의 팔인데도 정작 나는 무게를 하나도 느끼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비단옷을 입어도 이 정도로 무게가 느껴지지 않을 수가 있을까? 내가 지룡조를 장비한 팔을 치켜들고 있자 계속해서 지룡조가 커지기 시작했다.
쿠구구구!
쿠구구!
“으, 으윽.”
이대로라면 지룡조가 건물을 다 뚫어버리겠는데?! 내가 당황해하자 옆에 있던 사마령이 외쳤다.
“이럴 수가! 사용자 인식도 안 되었는데 퀀텀크래프트가 광폭화 현상을….”
아니,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잖아!
이거 어떻게 멈추냐고!
나는 힘을 주어서 지룡조를 손에서 빼내려 했지만 마치 몸과 일체가 되어버린 듯 떨어지지가 않았다. 이걸 떼내려면 칼로 내 자신의 팔을 베어버리는 수밖에 없었는데, 아무리 그래도 내 팔을 자르는 건 망설여지는 일이었다.
‘이거 어떻게 하지?’
그 때였다.
“초대황제님아! 의념(意念)을 쓰시는 검다~~!”
휙하고 뒤를 돌아보자, 바깥에 있던 류하가 어느 새 근처까지 와 있었다. 류하는 신기한 듯 천장을 뚫은 지룡조를 쳐다보다가 말했다.
“욕구불만인걸 이렇게 드러내시다니 과연 남다르심다~.”
“…의념을 쓰라고? 어떻게?”
“원하는 형태로 하시면 됨다~.”
원하는 형태….
원래대로 줄어들어라!
나는 의념천주를 곧추세우고는 집중을 넘어선 영역에서 지룡조의 형태를 상상했다.
스스스
그리고 잠시 후, 지룡조는 거대화를 멈추고 빠르게 줄어들기 시작했고 이내 원래대로 손에 딱 달라붙는 크기의 철조로 되돌아왔다. 지룡조가 본래모습을 되찾자 나는 옆에 있던 류하에게 물었다.
“류하! 넌 어떻게 의념을 쓰면 된다는 걸 알았지?”
“그야 주현성 부대장이 그런적 있으니까 말임다~.”
“주현성이?”
“잠재력이 너무 커서 폭주하게 되면 그러던데 주현성 부대장은 혼자서 다스리지 못해서 사공린 폐하께서 의념을 써서 잡아줬슴다~. 인공보패는 의념으로 다스릴 수 있슴다~.”
“…그랬군.”
나는 류하의 말에 빠르게 상황을 이해했다.
‘상상력으로 구현화…. 그 뜻이었군.’
퀀텀 크래프트.
그 신기술은 염상력이라고 에둘러 표현했지만, 아마 그 염상력이란 건 의념(意念)과 거의 같을 것이다. 틀림없이 이건 의념을 쓸 수 있는 무인(武人)을 위해 개발된 것이 틀림없었다. 다만 좀 더 포괄적이었기에 의념을 못 쓰는 일반인도 상상력으로 어느 정도의 성능을 낼 수 있는 것이리라.
파괴된 강의실의 천장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사마령이 말했다.
“강의실을 옮기지요.”
“공부는 마저 하는 건가?”
“안 할 이유는 없잖습니까.”
좀 쉬는 줄 알았는데…. 제길.
또 다섯 시진동안 연속강의란 말인가….
‘씁…. 해야겠지.’
나는 어쩔 수 없이 사마령을 따라가서 마저 다섯 시진 동안 연달아서 공부를 하고서야 나올 수가 있었다. 그리고 낙양대학에서 공부를 다 하고 밖으로 나와서 다시 별궁으로 돌아와서 잠을 잤다. 오늘 꿈에는 망량선사가 나올까 생각했지만 망량선사는 꿈에 등장하지 않았다.
대신 이상한 꿈을 꿨다. 흉신처럼 생긴 놈이 머나먼 우주를 날아서 다른 세상으로 가 버리고 꿈속에 또 꿈이 있는 내용이었다. 나는 계속 꿈속에 꿈이 반복된다고 생각하다가 문득 소을촌에서 산책을 하고 있었다. 산책을 하다가 망량선사가 나를 아득한 하늘에서 바라보다가 훌쩍 뛰어내리는 게 보였다. 그리고 망량선사가 냥냥거렸고, 나는 소 여물을 주다가 황금이랑 정처없이 마을을 나가기 시작했다. 황금이가 배고파하길래 흉신을 먹이로 주었다.
그리고 꿈에서 깼다.
“…….”
개꿈인가.
이런 개꿈도 오랜만이군….
‘너무 공부를 많이 했나…. 으음.’
나는 다음 날 자리에서 일어나서 얼굴을 씻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밖에 나오자 류하가 기다리고 있다가 말했다.
“초대황제님아. 지금 즉시 궤도 엘리베이터 최상층으로 모시라는 사공린 황제님의 명령임다~.”
“거긴 왜?”
이어진 말에, 나는 오늘도 험난한 하루가 될 거라는 사실을 직감했다.
“비공식적으로 인류 최초로 대웅제국에 외계종족이 접촉해 왔슴다. 은하부족동맹이란 놈들이라는데 오늘이 회담일이라고 하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