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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검신-1005화 (1,002/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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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지혼(四神之魂)

분명히 사공린의 얼굴이었다.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절세가인(絶世佳人)이며 중원에서 손꼽을만한 미녀였던 그녀의 얼굴은 잊을래야 잊을수가 없었다. 그녀는 수백여 년의 세월이 지났을 텐데도 그 때의 자태에서 한 줌의 주름이나 노쇠도 느껴지지 않았다.

' 환골탈태?'

환골탈태로 평신을 얻었다면 분명히 가능할 수도 있는 일이다. 백수십 살이 되어도 노쇠하지 않을 수가 있다. 그러나 환골탈태로 얻을 수 있는 노화억제와 생명력에도 한계가 있었으므로, 지금이 몇백 년이 지났는지 모르는 시점에서도 도저히 짐작을 할 수 없었다.

' 우선 침착하자.'

묻고싶은 건 엄청나게 많지만 냉정부터 찾아야 한다.

나는 사공린에게 천천히 말했다.

" 너무 늦게 돌아왔다니 그게 무슨 말이지?"

" ......"

사공린은 잠시 동안 슬픈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말했다.

" 당신을 기다리고 또한 그리워하던 많은 이들이 스러져갔다는 말이지요..."

" ... 그 때부터 세월이 얼마나 지난 거지?"

사공린이 힐끔 주현성을 쳐다본 후 내게 말했다.

" 무천룡에게 설명을 듣지 못했나요?"

" 그와 만난지는 반 시진도 되지 않았다. 번갯불에 콩볶듯 따라온지라 지금의 상황은 몰라."

" 그렇군요..."

그녀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 당신이 대웅제국을 일으킨 것은 서력 16세기경... 현재는 20세기이니 당시로부터 약 480여년이 지났습니다. 오백여 년이 다 되어가지요."

" ......?!"

" 인류는 달에 진출했으며 현재 월면기지 계획을 세우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뭐, 뭐라고?!

오백 년?!

말도 안 돼!

그렇게나 많은 시간이 흘렀단 말인가!

' 이... 이런 제기랄...'

2,300년 정도를 생각했던 나는 눈앞이 캄캄해지는 걸 느꼈다. 50년 뒤로 갔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정신적 충격이 몰아치는 것 같았다. 어쩐지 시대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불안감이 새어나오긴 했지만 이 정도였을 줄이야!

그렇다면... 인간 동료들이 생존해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있다고 해도 한두 명 정도...

나는 간신히 평정심을 유지하며 말했다.

" ... 그렇군. 그럼 다른 동료들은 다 어디로 갔지? 당신이 대웅제국을 맡고 있는 것 같은데 망량이나 제갈일족, 백련교주등은 모두 어디로 갔나."

" 음..."

사공린은 목을 잠시 뒤로 젖히고 침묵했다. 마치 해야할 말을 고르는 듯한 태도였다. 그리고는 말을 이었다.

" 백웅. 480여 년은 '어디로' 갔는지 따질 수 있는 세월이 아닙니다. 그 시절은 역사서의 한귀퉁이에 기록된 중세시대의 흔적일 뿐, 그 시대의 인간은 대개 세월을 버티기 힘들지요. 그 사실을 당신은 이미 알고 있지 않습니까?"

" ......"

" 너무나 긴 세월... 이었죠. 한두마디 말로 지금껏 있었던 일과 동료들의 행적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 한두 마디로 끝낼 생각은 없어. 자꾸 말을 돌리는 이유가 뭐야?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다들 어디로 갔는지 말해 줘."

" 알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사공린이 힐끔 주현성을 보더니 말했다.

" 무천룡. 승상부에 모든 경계태세를 해제할 것을 전달하세요."

" 존명."

" 그리고 하루동안 모든 이의 어전출입을 금합니다."

" 존명."

파앗!

무천룡 주현성은 그 말이 끝나자마자 신법을 발휘해서 나갔다. 나는 그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말했다.

" 저 녀석을 신뢰하나 보군."

" 그는 백년 내 소림사에서 배출한 최고의 무공천재니까요. 그리고 인공보패(人工寶貝)에 대한 적성도 뛰어나며 최고레벨의 사이코키네시스트(psychokinesist)이기도 합니다. 성장잠재력이 제국 내에서 가장 높은지라 전 세대의 요원들이 가장 기대하는 자입니다."

그래서 무천룡(武天龍)이라는 광오한 별호가 붙은 것인가?

아마도 최고의 후기지수에게 붙여주는 명예일 듯 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말했다.

" 하지만 저 정도로는 무공이 깊다고 할 수 없어. 초절정의 극의에 달한 자나 절대지경에 오른 자는 이 시대에 존재치 않는 건가?"

" ......"

잠시 침묵하던 사공린이 말했다.

"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존재한다 하더라도... 이 세상엔 없지요."

" 무슨 뜻이지?"

" 당신이 사라진 후 우리들은 일단 고려에서 철수하고 상황을 파악했습니다. 그리고 어떤 이유인지 모르지만 흉신과 그 세력이 사라지면서 삼황오제에게 파멸의 저주가 닥쳐왔다는 걸 알 수 있었지요."

" 그래. 그랬을 거야."

" 해저도시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요?"

나는 내가 겪었던 일을 말해주었다. 그러자 사공린은 이해했다는 듯 말했다.

" 사대신기 바유의 힘으로 미래로 날아온 거겠군요."

" 나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아직 모르는 게 많아."

사공린의 말이 이어졌다.

" 당신은 그렇게 흉신의 저주를 피했지만 삼황오제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그 직후에 오제(五帝)가 거의 다 소멸한 정황이 확인되었고, 삼황 중 여와는 심대한 타격을 받아서 스스로 봉인상태에 빠졌습니다. 복희나 신농은 이미 봉인에 가까운 상태였기 때문인지 별다른 반응이 없었습니다."

" 으음."

" 그리고 여와의 힘이 사라지자 천계는 점차 파멸하기 시작했지요... 그 파멸을 놔두면 인간계도 함께 파멸할 위기였습니다. 차원끼리 부딪혀서 모든 게 사라질 뻔 했습니다."

" 뭐라고!"

" 그래서 우리는 백여 년에 걸쳐서 천계와 협력했고, 천계를 이 세상에서 분리하는데 성공했습니다.

" 분리?"

" 네."

고개를 끄덕인 사공린이 말을 이었다.

" 이제 이 세상에서 그 어떤 술법의식을 치뤄도 천계의 존재는 소환되지 않습니다. 신선, 영수 모두가 차단된 겁니다. 천계 자체가 이제 인간계의 인과율을 완전히 떼어낸 이계(異界)가 되어버렸지요. 서로의 연결고리를 떼어냄으로써 인과율의 위기를 탈출한 겁니다."

" ......!!"

나는 깜짝 놀라서 말했다.

" 그 말은 제천대성이나 팔선도 소환할 수 없다는 소리인가?"

" 직접 시험해 보세요."

그럴 수가!

나는 서둘러 여동빈과 이어진 단말을 확인했다. 그리고 그 단말을 통해서 여동빈을 불러내려고 했다.

......

' 아예 반응이 없어...'

마치 실이 끊어진 것처럼 공허함만이 감돈다. 내가 황당해서 그 자리에 서 있자 사공린의 말이 이어졌다.

" 인간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그 일을 해낸 건 구천현녀 덕분이었습니다. 당신이 흑요석으로 준 지식 덕분에 망량이 구천현녀를 설득할 수 있었고, 그녀가 본질의 힘을 끌어다 씀으로써 천계를 분리시키는 대업을 해냈지요."

" 그랬군..."

"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습니다. 아무리 지상에 미치는 여파를 줄이려 해도 한계는 있었지요. 세계에 미치는 사악한 힘의 영향력을 줄여주던 천계의 결계가 사라지자 세상에 요괴들이 창궐하기 시작했고 동방에 전대미문의 혼란이 일어났습니다. 문명시대임에도 요괴나 괴물들과 대전쟁을 벌여야 했어요."

" ......"

" 그 전쟁은 약 50년간 이어졌습니다. 그 때 힘을 많이 소모해버리는 바람에 대웅제국은 서방진출을 포기해야만 했고, 또한 엎친데 덮친격으로 팔부신중이 요괴들을 뒤에서 조종하며 대웅제국을 혼란에 빠뜨렸습니다."

상황이 어떻게 악화일로로만 갈 수 있단 말인가...

나는 그 말을 듣자 눈 앞이 아찔한 기분이 들었다.

' 그래, 팔부신중! 그 자식들은 건재했었어...'

대웅제국이 천계의 대혼란에다가 팔부신중까지 적으로 돌렸단 말인가? 팔부신중의 힘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말만 들어도 아찔해지는 위기였다. 사실 대웅제국이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일이라 할 수 있었다.

" 그래서 어떻게 됐지? 지금 대웅제국이 건재한 걸 보면 팔부신중의 공격을 버텼다는 소리같은데."

이어진 사공린의 말에 나는 깜짝 놀랐다.

" 인도대륙을 점령하면서 요괴대란의 종전(終戰)이 이뤄졌고 우리는 마지막까지 팔부신중의 넷을 소멸시켰습니다."

" ......!!"

" 남은 팔부신중들은 모두 큰 부상을 입고 모습을 숨겼지요."

뭐?!

내가 잘못 들은 건 아니겠지!

나는 당황해서 말했다.

" 팔부신중 넷?! 그 마왕급 존재들을 정말 해치웠단 말인가."

내 반문에 사공린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 백웅, 당신이 모은 인간계 전력은 당신 생각보다 더 뛰어난 잠재력을 갖고 있었어요. 또한 모두가 일세의 영웅들이었으니 모두가 수십 년에 걸쳐 힘을 합치자 충분히 팔부신중을 몰아낼 수 있었습니다."

" 아무리 그렇다 해도... 인간의 힘으로 놈들과 정면승부를 할 수 있었단 말인가?"

" 네. 주로 각성한 서문혜와 백련교주가 선두에 나섰으며 절대고수들이 그들을 보조했으며 성진과 아베노세이메이가 팔부신중의 도주를 막았습니다. 그리고 제갈사가 양산한 전투형 초상기인이 희생을 줄였지요. 또한 창힐의 정보를 당신이 모아준 덕분에 팔부신중의 결속을 흐트러뜨리고 계속해서 한 놈씩 고립시켜 없앨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충분히 가능할지도...

그 정도 전력이면 팔부신중 하나쯤은 이기고도 남는다. 물론 아수라는 좀 다른 문제겠지만 놈도 외곬수 성향이 있으니 함정을 파면 충분히 잡을 수 있으리라.

'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론적으로만 가능한 일... 제갈일족이 천재적인 두뇌로 전략을 짜서 동료들의 잠재력을 최대로 끌어낸 거구나.'

내가 내심 감탄하고 있을 때 사공린이 말했다.

" 그렇지만... 그 전쟁에서 독고성, 용비천, 독고준 등 사대무류의 최고고수들이 사망해서 뇌신류와 풍신류의 맥이 얼마간 끊겼습니다. 또한 제갈부가 아수라에게 당해서 전사(戰死)했으며 제갈사 또한 본체가 팔부신중 가루라의 신염에 불타버려서 이혼대법으로 초상기인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망량은 야차를 봉인할 때 큰 부상을 입고 60년 동안 가사상태에 빠졌고 아베노 세이메이도 그를 돕다가 사망해서 다른 몸으로 환생했지요."

" ......"

그 정도면 동귀어진이 아닌가.

내가 멍하니 있자 사공린의 말이 이어졌다.

" 어쩔 수 없는 희생이었습니다. 사실 우리측이 이긴 게 기적같은 일이었지요."

" 백련교주는? 그도 죽었나?"

" 요괴전쟁이 끝날 때까지는 멀쩡했습니다. 다만 그 후에 일어난 전쟁에서 사망했지요."

또 뭐가 있었단 말이야?

나는 더 이상 반문할 여력이 들지 않아서 멍하니 들을 수밖에 없었다.

" 그 후로 우리는 팔부신중을 몰아내는데 소모된 국력을 회복해서 인도대륙 너머에 있는 서역까지 정복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대웅제국의 국력을 회복시키는데 140 여 년이 걸리고 나니 그때쯤 유럽에서 제 3제국 나치독일이라는 신흥세력이 나타났습니다."

" 제 3제국 나치독일..."

" 그 자들은 대영제국까지 패퇴시키고는 팽조까지 납치고문했습니다. 다행히 대웅제국이 팽조를 탈환해서 그 자가 갖고있던 고대보패들을 회수하긴 했지만 팽조는 소멸했죠. 나치독일은 마도(魔道)에 본격적으로 잠식된 제국이라서 차원문을 열어 [옛 지배자]를 대량으로 소환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대웅제국은 그 자들과 전쟁을 치르게 되었습니다."

" ......"

" 나치독일과의 전쟁에서 동료 대다수가 사망했습니다. 정말... 거의 모두가 스러졌어요."

" 그런..."

" 이제 멀쩡하게 대외활동을 하고 대웅제국을 이끄는 건 저 뿐이에요."

사공린은 고개를 저었다.

" 그리고 아직도 대웅제국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미 합중국이라는 새로운 강적과 냉전상태에서 세계의 절반을 나누며 경쟁하고 있어요."

" 그런 건..."

솔직히 알 바 아냐.

다들 죽었더라도 한두 명은 살아있을 거 아냐.

그들은 어디 있지?

나는 동료들의 자세한 거취를 묻고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미 합중국이 어쨌든간에 그래서 구체적으로 누가 살아있는지를 알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이내 이를 꽉 물었다.

' 지금은 전생자로서 하나라도 많은 정보를 얻어야 해.'

그러나 사공린의 눈빛을 보면 내가 전생자로서 냉정하기를 바라는 눈빛이었으므로, 나는 이성적으로 사공린에게 대꾸했다.

" 그 자들은 엄청난 과학기술력을 갖고 있더군. 어떻게 그런 과학력을 갖게 된 거지?"

" 그 이유는 알 수 없습니다. 미 합중국은 말 그대로 어느 날 갑자기 북미대륙에 나타난 강대국이니까요. 하지만 그들을 배후에서 움직이는 그림자 정부(shadow government), 진짜 이름은 일루미나티(illuminati)라 하는 자들은 우리 힘만으론 당해내기 힘든 기술력을 이미 갖추고 있었습니다."

" 어느 정도길래?"

" 주현성과 함께 비밀요원과 대치하셨다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비밀요원의 프로토타입은 이미 19세기 중반에 그들 고유의 기술력으로 개발된 상태였어요."

" ......!!"

" 인조인간(cyborg) 기술을 일찌감치 갖고있었단 이야기죠. 지금은 디멘션 클로닝 기술도 갖고있는 것 같고..."

나는 이야기가 점입가경이라는 걸 느꼈다.

' 말도 안 돼...'

아까 마주쳤던 그 비밀요원, 인조인간이란 것들은 엄청난 힘을 보유한 병기였다. 내가 절대지경이라서 쉽게 해치웠지만 일대일이라면 초절정고수라 해도 속수무책으로 살해당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했다. 빛의 속도로 쏘아져나오는 광선에다가 배리어도 칠 수 있었고 기를 흡수해서 재방출할 수 있다면 무림고수에게는 그 자체로 악몽이다.

그런데 대웅제국의 호문클루스인 초상기인에 버금가는 그런 초시대적 기술을 신흥 미합중국이 이미 갖고 있었단 말인가?!

나는 침착하게 말했다.

" 설마 그 자들의 뒤에 [옛 지배자]가 있는 게 아닌가? [옛 지배자]가 그들에게 마도의 힘을 전해주는 게 아니었던가."

" 저희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그들이 내세우는 창세의 선지자(prophet of genesis)라는 특수한 과학력에 마력은 한 줌도 섞여있지 않았습니다. 순수한 물리학만으로 발전했더군요."

" 으음."

" 여기까지가 대략적인 오백여 년 동안의 역사입니다."

그렇게 말한 사공린이 말했다.

" 백웅. 상황이 이해되었으면 이제 생존해 있는 동료에게 데려다 드리겠습니다. 최소한의 사정을 알고서 만나는 게 나을거라 생각했어요."

" ......!! 그래. 지금 남은 동료는 누가 있지?"

" 따라와 주십시오."

나는 사공린을 따라서 [내궁]이라는 장소에 도착했다. 겉으로는 내 시대의 건축양식이었지만 역시나 지문인식을 이용해서 들어가는 최첨단 과학기술이 도입되어 있었고, 사공린이 손바닥을 올리자 곧장 문이 열렸다.

위잉

실내에 들어가자 거대한 연구동같은 시설이 보였고 온갖 기계장비들이 보였다. 거대한 공동같은 그 공간에서 사공린이 웬 단추를 누르자 허공을 나는 기계가 날아와서 발판이 되었고, 우리는 그 기계 위에 올라탔다.

우우웅

기계가 자연스럽게 움직이자 밑의 광경이 흘러가며 하늘을 이동했다. 잠시 후 맞은편에 도착하자 사공린이 다시 한 번 지문을 인증하며 무려 다섯 번이나 문을 통과했다.

위잉

위잉

위잉

굉장히 엄중한 태세로 경비를 해 둔 모양이었다.

[ 최고기밀동 유일출입가능자 인증되었습니다. 대웅제국 황제폐하 만세.]

위잉

이윽고 여섯 번째 문이 열리자, 그 안에는 익숙한 얼굴이 있었다.

" ......"

땡그랑

나는 그만 충격때문에 수요를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그리고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 서문혜."

그녀는 거대한 빙벽 안에 갇혀 있었다. 그리고 그 빙벽은 무려 백여 장에 이르는 크기였는데, 그녀는 눈을 감은 채 심장으로 보이는 무언가의 옆에 갇혀 있었다. 저걸 살아있다고 봐야할지 무리인 수준이었다.

그 때였다.

거대한 빙벽을 봉인해놓은 내궁의 연구동 어둠 속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그녀는 치우(蚩尤)의 봉인이 되었다."

저벅

목소리가 들려온 곳에서는 한 청년이 걸어나오고 있었다. 한 손에는 연구자료를 들고 있던 그 청년은 기다랗고 새하얀 연구복을 입고 있었는데 나를 쳐다보다가 말했다.

" 오랜만이군, 백웅."

" 너는..."

나는 이윽고 그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너무 예상밖의 인물이었기에 잠시 놀랐다.

" 어...?!"

그는 씩 웃으며 말했다.

" 종말이 닥쳐오기 전에 돌아오긴 했군. 빡대가리 새끼."

천우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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