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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검신-1004화 (1,001/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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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지혼(四神之魂)

주현성은 움찔하는 듯 했다. 그러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 혹시 뇌신류의 무인이신지."

" ......"

나는 나 자신이 뇌신류의 종사라고 밝히려 했으나 순간 멈칫했다. 아직 저 놈의 제대로 된 정체도 모른다. 게다가 이 세계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정황도 모르는 상태에서 커다란 정보를 누설하는 건 좋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주현성에게 말했다.

" 대웅제국 사람이라 했지. 넌 내가 대웅제국의 현 황제를 만나게 할 수 있나?"

" 곤란한 얘기군요. 국가의 녹을 먹는 공무원이 해외에 휴가나온 상태에서 정체불명의 고수가 대뜸 최고위 수장을 만나게 해달란 부탁을 들어드릴 순 없습니다."

" 그래? 네가 이 자리에서 죽을지도 모르는데."

" ... 어쩔 수 없겠지요."

주현성은 다소 자포자기한 말투로 대꾸했다. 서로가 역량차이를 확실히 알고 있기에 승패는 명약관화했다. 주현성은 내가 전력을 다하면 일 초만에 죽을 것이고 본인도 그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무리한 부탁은 거부한 것이다. 그것은 자신의 신념에 따라 제국에 충성을 바치고 있단 뜻이었다. 겉보기와 달리 제법 기골이 있는 놈이라서 나는 주현성에게 호감이 가는 걸 느끼며 말했다.

" 내 이름은 백웅이다. 그럼 내가 대웅제국에 가는 것만이라도 도와줄 수 있겠나?"

" 백웅... 우연의 일치입니까? 그 이름은."

주현성이 불쾌한 듯 이마를 모으다가 문득 뭔가를 알아차린 듯한 표정을 지었다.

" ... 설마."

그는 큰 고민에 빠진 듯 하더니 이윽고 말했다.

" 알겠습니다. 제 전력을 다해서 귀하께서 대웅제국에 올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저희 전술무력요원의 모든 힘을 동원해서 돕겠습니다."

" 좋아."

" 대신 저희의 조사에 협조해주셨으면 합니다."

" 가능한 수준 내에서라면."

이 자리에서 그냥 주현성을 때려잡고 북극을 통해 도보로 동방으로 넘어가도 되긴 하다. 하지만 모든 것을 적으로 돌리면 한도끝도없이 난이도가 올라간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지금은 겉으로나마 아군이 필요한 대목이었다. 하물며 지금은 천암비서 또한 분실되어 대양의 어딘가에 가라앉아 있는 상황이었기에 내 목숨을 아낄 필요가 있었다.

' 동료들을 찾으면 천암비서를 회수할 방법도 생기겠지...'

그 때였다.

쉬쉬쉭!!

갑자기 분위기가 스산해지면서 공항 내부의 공기가 달라졌다. 그와 동시에 공항에 있던 일반인들이 하나둘씩 멈춰버리는 걸 볼 수 있었다. 마치 시간이 멈춘 상태에 강제로 진입한 것처럼 먼지 하나까지 허공에 멈춰버리고 있었다. 나는 이게 무슨 현상인지 알 수 없어서 지켜보고 있었지만, 주현성의 표정이 안 좋게 변했다.

" 이런... 시그마 필드(sigma field)가 벌써."

" 시그마 필드?"

" 미 합중국의 요원들이 작전을 펼치기 전에 나오는 전술결계입니다. 곧 포스 디스토션(Force distortion) 현상이 일어날 텐데 기경팔맥을 돋우어서 기력을 보호하십시오."

우우웅

주현성은 그 말이 끝나자마자 소림기공을 운용해서 몸에서 노란 빛을 흘리기 시작했다. 역시 저 녀석의 나이에 쌓을 수 있는 내공보다 세 배는 많았으니 뛰어난 내공이라 할 수 있었다.

" 포스 디스토션?"

저 녀석이 지금 무슨 얘기를 하는 거지?

나는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이내 무슨 말인지 눈치챌 수 있었다.

파지직

' 기(氣)가 차단되고 있다. 기력의 흐름이 강제로 멈춰지는 건가... 이런 결계는 처음 보는군.'

평상시에 쓸 수 있는 기력의 절반 이하로 떨어지고 있는 기분이었다. 기력 뿐만 아니라 이 장소 내에 있는 모든 존재의 움직이는 동력을 빼앗는 결계인 것이리라. 나는 신기함을 느끼고는 주현성에게 말했다.

" 이 결계는 술법사를 쓰러뜨리면 사라지나?"

" ... 그렇습니다만, 그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 왜?"

" 시그마 필드를 발생시키는 건 궤도에 있는 인공위성입니다. 인간의 힘으로는 어떻게 할 도리가 없어요."

" 호오..."

인공위성이라고?

그건 기계인 건가?

' 궤도?'

생전 처음 듣는 개념에 내가 눈을 둥그렇게 뜨자, 주현성이 급한 기색으로 말했다.

" 곧 미합중국 비밀요원들이 옵니다. 잠시만 버티면 제 동료들을 불러오겠습니다. 그럼 비행기를 타지 않고도 탈출할 수 있습니다."

" 저기 쓰러져 있는 놈들같은 게 온다는 말인가?"

힐끔 바닥에 쓰러진 검은 옷의 요원들을 보던 주현성이 고개를 저었다.

" 아뇨. 저들은 미합중국의 비밀요원(secret agent)이 아닙니다. 곧 비밀요원이 올 겁니다."

" 그 놈들도 무공고수인가?"

" 그... 그게... 얘기할 여유가."

비틀

주현성이 시그마필드의 압력을 버티기 힘든 듯 몸을 휘청였다. 초절정의 기력을 지니고 있어도 버티기 힘들 정도의 결계이기 때문이리라.

" 큭... 내 의지에 호응하라, 마룡쇄(魔龍鎖)!

그는 이윽고 자신의 손에 감겨 있던 쇠사슬을 떨쳐내더니, 갑자기 쇠사슬이 빠르게 회전하며 주현성의 몸을 휘감기 시작했다. 쇠사슬은 허공에서 엄청난 속도로 형태를 변화시키더니 이윽고 주현성의 몸에 전신갑주처럼 장착되었다.

철컹!

마룡쇄로 갑주를 입은 주현성은 눈밖에 안 보이는 상태가 되었다. 그는 그제서야 힘이 소모되는 게 멈춘 듯 멀쩡하게 일어섰다. 나는 힐끔 주현성을 보더니 말했다.

" 방금 전까지 묘하게 여유가 있다 싶었는데 그 쇠사슬의 형상변환으로 힘을 강화시킬 수 있었군."

주현성이 머리를 긁적였다.

" 위대한 마스터클래스 앞에 용렬한 재주를 뽐내는 게 민망하군요. 그저 본국의 전술병기일 뿐입니다."

" 흠. 정말로 네 동료들이 오면 나를 대웅제국으로 인도해주는 거겠지?"

" 약속합니다."

" 좋아. 그럼 어디 처리를 해 볼까. 저 비밀요원인지 뭔지를."

위이이잉

위이이잉

잠시 후 시간이 굳은 듯한 공항 내에 세 명의 시꺼먼 옷을 입은 서역인들이 걸어들어왔다.

저벅.

저벅.

방금 전의 놈들과는 달리 총을 장비하지도 않았고 그저 맨몸일 뿐이었다. 게다가 기력이나 살기조차 내뿜지 않고 있었다. 다만 시꺼먼 안경같은 걸 끼고 있었다. 심지어 한 명은 동양계 여자로 보였다.

' 저게 미합중국 비밀요원인가.'

그러나 나는 저 세 명을 보는 순간 직감했다.

꽤 위험하다.

나는 전생을 하면서 상대의 강함을 직감하고 생존에 필요한 행동이 무엇인지 깨닫는 힘이 크게 늘어났기에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저 놈들은 어설프게 상대하면 피보는 놈들이 분명하다!

비밀요원들은 약 이십 장 정도의 거리까지 다가왔다. 그리고 선두에 있던 금발의 장대한 체구의 요원이 말했다.

" 포스레벨(force level) 마스터(master)로 판별 확정. 대웅제국 전술무력요원이 협약을 깨고 적대적 의사를 보이며 개입했다. 본부의 판단을 바란다."

잠시동안 침묵한 후 비밀요원이 입을 열었다.

" 지금부터 제압하겠다."

삐이잉

투화학

말이 끝나는 순간 비밀요원의 전신에서 무려 백 여 개나 되는 광선(光線)이 발사되었다. 총알과도 비교가 안 되는, 말 그대로 광속이었기에 궤도를 미리 읽고 피하는 건 불가능했다. 게다가 기력으로 발사한 것도 아니었기에 살기를 감지하기도 불가능했다.

굴공검(屈空劍)

하지만 그렇다 해도 상대의 공격의 전조를 읽는것만이 대응법은 아니다. 나는 상대가 공격할거란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굴공검을 의념으로 펼쳐서 빛의 궤도를 흩어버렸다. 굴공검이 왜곡시킨 공간의 장악력을 뚫지 못한 광선은 허망하게 사방으로 날아가 버렸고, 나는 그 순간 멸혼보로 접근해서 비밀요원의 목을 날려버렸다.

빠직!

비밀요원은 목을 날렸는데도 목이 날아간 상태에서 멀쩡하게 하늘으로 뛰어올랐다. 그리고는 다시 한 번 비밀요원이 발광하듯 사방으로 광선을 내쏘았다.

콰과광

' 끈질기군.'

나는 저게 인간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는 다시 한 번 접근해서 이번엔 수백 조각을 내버리려고 했으나 그 순간 옆에 있던 피부가 시꺼먼 비밀요원이 내 쪽으로 손가락을 가리키며 뭔가 했다.

[ 중력고착필드 생성.]

우웅

갑자기 몸이 약간 무거워지는 게 느껴졌다. 평상시보다 10배는 되는 부하가 걸리는 게 역력했고, 나는 이게 술법이 아니라는 걸 알아차렸다.

' 뭐지? 술법이 아니라면 대체 이 수법은...'

설마 과학이란 건가?

나는 호기심을 느꼈다. 생전 처음 상대하는 적수들의 수법이 기이하고 다채로웠기 때문이다. 나는 옆을 힐끔 보았는데, 거기에서는 주현성이 동양인 여성 비밀요원과 일대일로 싸우고 있었다.

나한비룡파(羅漢飛龍波)!

주현성이 소림 칠십이종절예 중 나한신장의 수법을 응용해서 장풍을 날리자 비밀요원은 그 장풍을 향해서 손바닥을 내밀었다.

" 포스 어브솝션."

그리고는 나머지 하나의 손을 맞은 편으로 내뻗었는데, 그 순간 나한비룡파의 장풍이 비밀요원의 손바닥으로 흡수되어서 맞은편 손바닥으로 방출되었다. 용형의 장풍을 구현화할 정도면 내가 살던 강호에서도 구파일방 장문이나 쓸법한 고위무공이었는데 너무 쉽게 흘려낸 듯 했다.

콰광

이어서 주현성이 나한각으로 근접해서 올려차기를 했으나 비밀요원은 철판교의 수법으로 피하면서 뒤로 유연하게 피했다. 비밀요원도 왠지 무공같은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삐잉

콰과과광

비밀요원이 이윽고 열 손가락에서 광선을 발사했고, 주현성은 마룡쇄의 갑주로 폭발음을 일으켜 막아내면서 갑자기 눈을 부릅떴다.

휘청

비밀요원이 몸을 기우뚱하면서 맥을 못췄다. 그리고 그 빈틈을 이용해서 주현성은 달려들어서 마룡쇄로 휘감긴 철갑의 장갑으로 비밀요원의 복부를 수도로 관통했다. 퍼벅하는 소리와 함께 주현성은 뒤로 물러섰는데, 이윽고 비밀요원의 부상이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르게 아물자 침음성을 흘렸다.

" 제기랄. 역시 초회복력이냐..."

나는 두 명의 비밀요원의 공격을 멸혼보로 상처하나 없이 피하는 중에 소리를 높여서 질문했다.

" 주현성. 할 만 한가? 너도 신기한 능력을 갖고 있군."

방금 전 비밀요원의 움직임을 멈춘 건 무공이 아니었다. 저 녀석도 모종의 특이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듯 했다.

" 그렇습니다만... 역시 이대론 안될 듯 합니다. S클래스의 비밀요원들이 올 줄은... 게다가 예전에는 급소를 찌르면 절명시킬 수 있었는데 세대가 교체되어서 약점을 가렸네요."

그의 말투에는 약간 절망이 느껴지고 있었다.

" S클래스라. 저 놈들이 비밀요원 중에서 제일 강한 건가?"

" 놈들은 전세계 로보틱스 메카닉(Robotics Mechanic)의 정점에 있습니다. 정면에서 이기기 힘드니 어서 몸을 빼야 합니다."

" 아니. 이제 볼 건 다 봤으니 끝낼 생각이야."

" 네?"

스으...

나는 수요를 치켜들었다.

의념천주(意念天柱)

그리고는 한 순간, 모든 의념을 모아서 정면을 베었다.

뇌신류(雷神流)

아류(我流)

천참만륙(千斬萬戮)

쩌저적...

한 번의 베기가 이루어지는 순간 두 명의 비밀요원의 전신에 마치 거미줄같은 균열이 일어났다. 놈들은 자신의 몸에 새겨지는 거미줄을 물끄러미 쳐다보았지만, 이윽고 마치 바둑판처럼 더 심하게 몸이 갈라지더니 이윽고 핏줄기가 터지며 수천 조각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푸콰콱

' 원래는 달려들면서 연참하는 거지만, 의념천주로 과정 정도는 생략할 수 있지.'

과거에 연금술사의 졸개를 상대할 때 써먹었던 기술이지만 이럴 때 써먹기 좋은 것 같았다.

푸콱

순식간에 두 명의 비밀요원을 처치한 나는 곧장 달려들어서 마지막 비밀요원을 천참만륙으로 베었고, 장내는 이내 피안개로 물든 채 정적에 휩싸였다.

' 인간계에서 싸운 적들 중에서 꽤 하는 편이긴 하지만, 이 정도는 내게 강적이라기엔 부족해.'

겨우 저런 수준에게 겁먹기에는 지금까지 너무 살벌한 놈들과 싸워왔다.

방금 전까지 광선을 피하면서도 반쯤은 소풍온 느낌이었던 것이다.

이윽고 나는 인간을 베었다기엔 혈량(血量)이 너무 적다는 걸 알아채고는 주현성에게 말했다.

" 뭐지? 저 녀석들은 인간의 형태를 한 기계인건가?"

" ... 네. 인간의 몸은 10퍼센트도 안 되겠지요."

멍하니 중얼거리던 주현성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 믿기지 않는군요. 과연 전설의 마스터 클래스... 신(神)과 싸웠다는 전설을 믿지 않았는데 이렇게 강할 줄이야."

" ......"

" 따라와 주십시오. 이 곳을 벗어나야 합니다."

주현성은 마룡쇄 갑주를 입은 채 단숨에 수십 장을 도약했고, 나는 주현성의 속도에 맞춰서 그를 따라갔다. 그리고 주현성은 잠시 후 인적없는 황야에 도달했고, 그 곳에 뜬금없이 웬 여자아이가 순간이동으로 나타났다.

쉬익!

" 대웅제국 무력전술요원 서열 5위, 류하(劉河)가 왔다~~."

토끼모자를 쓰고 있었다. 또한 귀에는 웬 커다란 귀마개같은 걸 끼고 있었고 커다란 안경을 쓰고 있었다. 그리고 아까 봤던 통신단말기계를 쉴새없이 손가락으로 만지작대고 있는 10대 중후반의 어린아이로 보였다. 그 여자아이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비비 꼬며 말했다.

" 부대장. 무슨 일이야? 지금 본국에서도 난리난 것 같아. 특히 승상부(丞相部)에서 모든 요원들한테 긴급연락을 하고 있어."

주현성이 급히 말했다.

" 긴말 할 여유 없어, 류하. 어서 낙양으로 가는 전이문을 열어."

" 흐응. 난 모른다. 전부 부대장 책임이야."

류하라고 불린 여자아이가 손가락으로 통신단말기계를 몇 번 꾹꾹 누르더니 중얼거렸다.

" 초상기인(超上奇人) 류하가 명한다. 낙양으로 가는 전이문이여, 개방되어라!"

위이이잉!!

다음 순간, 내가 일전에 봤던 전이문과 같은 형태이지만 딱 사람 한두 명 들어갈 크기의 [문]이 눈 앞에 소환되었다. 원래 사용하던 전이문은 엄청 큰데다가 발동시키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는데 눈 앞의 여자아이는 소형전이문을 즉석에서 소환가능한 듯 했다.

주현성이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말했다.

" 가시지요."

" ... 방금 너, 초상기인이라고 했지."

내가 류하를 쳐다보며 말하자 류하는 어깨를 으쓱했다.

" 응. 그게 왜?"

" 초상기인은 자기자신의 의지가 없는 인형이 아닌가?"

류하가 옆에 있던 주현성을 쳐다보자, 주현성이 알려줘도 좋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류하가 대답했다.

" 옛날엔 그랬다고 하지만 요즘은 아니거든. 히히..."

" ... 전이문은 초상기인의 초상능력으로 연 것인가?"

" 맞아~~ 내 상단전 능력은 시공간 전이에 특화되어 있거든. 앱의 보조를 받긴 하지만."

" ......"

나는 뭔가 불안감같은 게 느껴졌다. 초상기인과 전이문을 보게 되자 이제서야 이 시대의 생경함이 피부에 새겨진 느낌이었다.

' 달라져도 너무 달라졌어...'

이 시대는 도대체 어떻게 흘러가는 것일까?

하지만 일단 동료들을 찾지 않으면 안 된다. 우선은 대웅제국의 수뇌부와 이야기해서 놈들에게 이야기를 들어야겠다.

' 제발... 누군가 살아 있기를.'

최소한 수백 년의 시간이 흘렀겠지만 그래도 내 동료 중에는 오래 살 수 있는 자들이 많이 있다. 나는 일말의 기대감을 품고 전이문으로 걸음을 옮겼다.

우우웅 -

이윽고 내가 도착한 곳은 높은 누각이었다. 그리고 누각 바깥의 전경을 보자, 누각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건축물들이 보였다. 형형색색의 불빛이 빛나고 있었으며 지금은 밤인 것 같았다.

주현성이 말했다.

" 약속하신대로 조사에 협조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 ... 아니. 우선 나부터 질문하겠다. 그 질문에 대답해 주면 그 때부터 협력하지."

촤르륵

주현성은 마룡쇄갑주의 변신형태를 풀고는 한숨을 쉬었다.

" 후우... 알겠습니다."

" 내 동료들이 이 시대에 있는지를 알고 싶다. 내가 말하는 이름 중에서 네가 알고 있는 자가 있으면 내게 말해라."

나는 이윽고 천천히 읊기 시작했다.

" 망량 제갈현, 제갈사, 미호, 제갈부, 백련교주 독고운천, 백련교 삼대호법사자인 용비천, 한백령, 독고준, 주작 제갈유룡, 검마, 서문혜, 사공린, 아베노 세이메이..."

거기까지 이야기했지만 주현성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나는 혹시하는 마음에 말했다.

" 아무도 모르나?"

" ... 대개 대웅제국의 역사적 위인이거나 이야기만 들었던 존재들입니다. 몇몇은 알고 있고... 하지만 그 질문에 한 가지만 말씀드리자면... 저를 따라오시면 될 것 같습니다."

" 안내해라."

" 역시 당신은 '그 분'이셨군요. 부디 의문을 푸실 수 있기를."

주현성은 고개를 꾸벅하더니 나를 데리고 어디론가 향했다. 그리고 웬 거대한 어전에 도착했는데, 내 시대의 어전보다 열 배는 크고 화려해 보였다. 붉은 융단이 깔린 길 끝에는 거대한 옥좌가 있었는데 그 옥좌에는 한 여인이 앉아 있었다.

옥좌에 앉은 여인은 바로 이 대웅제국의 황제로 보였다. 그리고 그녀는 먼 발치에서 나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 백웅. 너무 늦게 돌아왔군요."

나는 그 여인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리고 단숨에 누구인지 알아챌 수 있었다.

" 사공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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