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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지혼(四神之魂)
[옛 지배자]라고?!
나는 전욱의 말에 크게 놀랐다. 하지만 이내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 그 정도 되니까 해신을 일격에 없앨 수 있었겠지...'
나는 전욱에게 물었다.
[ 전욱이여. 그럼 저 놈을 쓰러뜨리기 힘든 겁니까? 그러면 안되는...]
[ 닥치고 있어라.]
꾸우욱
[ 으아아아.]
갑자기 거대한 압력이 덮쳐오면서 나는 의식세계의 낭떠러지까지 밀려가는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 낭떠러지는 아니었지만 전욱의 의지가 덮쳐오는 것만으로도 항거할 수가 없었다. 그대로 의식이 날아가는 것만 면하려고 안간힘을 쓰게 된 것이다.
[ 넌 저놈과의 싸움에서 아무 도움이 안 되니까 방해나 하지 말아라.]
전욱은 그렇게 말하고는 전방으로 손을 뻗었다.
쿠구구구
전욱의 의지가 형상화되더니 시꺼먼 거인의 팔이 허공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 팔에는 한 자루의 도(刀)가 들려 있었는데 빛조차도 빨아들이는 칠흑의 거도(巨刀)였다. 그걸 본 [별을 뒤트는 자]가 말했다.
[ 그건 규격을 넘어선 힘이군. 우리가 혼돈의 권능을 사역해서 싸우면 이 별이 부서질 것이오만.]
[ 무의미한 이야기이지 않은가? 어차피 이 별 자체에 관심도 없는 주제에.]
[ 그렇긴 하구려. 귀하가 진심인 듯 하니 나 또한 그에 상응하는 주문을 쓰겠소.]
키이잉 -
[별을 뒤트는 자]가 마지막, 다섯 번째 언령을 손 위로 올려놓으며 중얼거렸다.
[ 죽음을 삼키는 뱀이여. 감춰진 권주(權主)의 명을 받으라. 이는 나의 피이며, 살이오, 해방이로다.]
휭휭휭
언령이 무한히 회전하는 구체로 변해서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뭔지는 몰라도 저것도 굉장히 강력한 주문인 듯, 전욱이 방심하지 않는다는 게 역력히 느껴질 정도였다. 그 덕에 전욱의 압력에서 살짝 벗어나서 정신을 차릴 때 충돌이 시작되었다.
[ 나 전욱, 북방의 신으로써 죽음을 명하노라!]
강대한 언령!
스가가각
그와 동시에 전욱의 거도가 [별을 뒤트는 자]와 함께 그 공간을 통째로 찢어발겼다. 인과를 왜곡해버린 듯 내 눈에는 휘두르는 게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거도가 현실을 찢어발김과 동시에 [별을 뒤트는 자]의 손 위에 있던 다섯 번째 언령이 갑자기 칠흑의 뱀처럼 변하더니 마주 전욱 쪽으로 날아들었다.
콰악!!
전욱은 칠흑의 뱀이 무는 걸 피하지 못했다. 전욱이 쓰고 있는 내 몸뚱이의 팔뚝에 칠흑의 뱀이 이빨을 박아넣는 듯 하더니 이내 시꺼멓게 변해서 가루가 되고 말았다.
' 왜 못 피한 거지?'
전욱은 과거에 내 몸을 사용할 때 무사시의 신살참도 그냥 투과시켜버린 적이 있었다. 그러나 저 주술을 회피하지 못한 것이다. 이윽고 나는 칠흑의 뱀 자체가 신급의 공격이라서 인과왜곡이 이루어졌고, 그 때문에 전욱조차 피할 수 없다는 걸 알아차렸다.
웅웅웅
쉬이익...
공간이 울려대더니 잘게 찢어져 있던 [별을 뒤트는 자]가 다시 멀쩡한 모습을 드러내었다. 놈은 팔짱을 낀 채 말했다.
[ 8차원 너머로 도망쳤는데도 죽을 뻔 하다니. 과연 삼황오제군.]
전욱은 눈살을 찌푸렸다.
[ 네놈... 어떻게 그게 가능하느냐? 신좌출신이 아닌데도 그 억겁의 시공간을 뛰어넘을 권한이 존재한단 말이냐?]
[ 나는 신자의 왕이자 구주의 사도. 그러므로 주의 영광스러운 능력을 함께 쓸 수 있을 따름이오... 무량한 시공간을 뛰어넘는 이 능력을 이용해 은하를 제패했나니.]
그렇게 중얼거린 [별을 뒤트는 자]가 자신의 손가락으로 전욱을 가리켰다.
[ 영주여. 아무리 그대라도 내 최강의 주문을 맞고는 멀쩡할 수 없을 것이오. 하물며 본체가 아닌 사도의 몸을 빌렸다면.]
쿠르르륵
쿠르륵
전욱, 정확히는 내 몸에서 시꺼먼 가루같은 게 천천히 뿜어져 나오며 소리를 내었다. 전욱이 물끄러미 상처부위가 꺼멓게 물들어가는 걸 쳐다보며 말했다.
[ 혼돈을 담는 그릇을 깨부수는 주문인가?]
[ 2만 5천 년에 걸쳐 개발한 주문이오. 그대나 나같은 존재들에겐 아주 치명적이지... 실질적으로 신살(神殺)이 가능하오.]
[ 흐흐흐... 어디서 굴러먹다 온 놈이 제법 하는구나.]
흉소(凶笑)를 흘린 전욱이 침묵하다가 갑자기 한쪽 손을 들어서 상처부위를 문질렀다.
끼이이익!
까아아아아악
귀곡성이 울려퍼진다. 인간이 듣는 순간 미쳐버릴만한 귀곡성은 상처를 문지를 때마다 엄청난 기세로 퍼져나갔고, 이윽고 전욱이 문지르기를 멈추자 귀곡성 또한 멎었다. 그 모습을 본 [별을 뒤트는 자]가 놀랍다는 듯 말했다.
[ 권속인 귀신의 영혼을 흡수시켜서 칠흑의 뱀이 깨버린 혼돈의 그릇을 도로 붙일 수 있다니... 훌륭하군.]
[ 네 알량한 주문따위는 신대(神代)에 종종 보았던 능력이다. 그 시대를 헤쳐온 본왕이 그따위도 감당치 못할 것 같으냐?]
[ 이런... 영주께 실례를 범했군. 허나... 그대들은 정녕 기이한 존재구려. 아무리 출중한 역량을 지닌 지배자라 하더라도 그런 식으로 혼돈을 응용하는 게 가능하다는 건... 그대들의 근원된 존재야말로 내 주의 대적자(對敵者)라는 말인가.]
흥미롭다는 듯 중얼거린 [별을 뒤트는 자]가 말을 이었다.
[ 영주여. 그대와 싸우는 것도 재미있으나 슬슬 내게 허락된 시간이 다 되었구려. 이만 가 보도록 하겠소.]
[ 도망칠 셈인가?]
[ 피차 인과율이 그리 넉넉치 않을 터. 그대 또한 뒷마무리나 하는 게 나을 것이오.]
[ ......]
슈르르륵...
[별을 뒤트는 자]가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더 이상 싸우지 않고 물러나려는 것이었다. 다소 김빠지는 결말이었으나 전욱은 그것 또한 좋다는 듯 놈을 제지하지 않고 가만히 팔짱만 끼고 있었다. 전욱의 힘이 놈에 비해서 부족한 건 절대로 아니었으나 서로 제약을 걸고 이악물고 싸워봤자 손해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 때였다.
꽈광!!
[ 으음...]
난데없는 여의봉의 습격! 그 공격에 [별을 뒤트는 자]는 급히 한쪽 팔을 들어 막아내었으나 약간 밀려나고 말았다. 여의봉이 계속해서 커지며 하늘을 꿰뚫을 정도가 되자 다시 한 번 [별을 뒤트는 자]에게 휘둘러졌고, 번쩍하는 섬광과 함께 폭발이 일어났다.
쿠콰콰콰콰쾅
' 제천대성!'
제천대성이 놈을 기습한 것이다! 폭발과 함께 제천대성은 장내에 뛰어들며 [별을 뒤트는 자]에게 연이어서 철권(鐵拳)을 휘둘렀다.
꽈앙!
[별을 뒤트는 자]는 피하지 못하고 정면에서 제천대성의 주먹을 막아내었다. 서로의 손에 힘이 들어간 채로 뿌득거리며 버티는 게 육안으로 보였다. [별을 뒤트는 자]가 제천대성에게 말했다.
[ 요괴의 왕이여. 네 힘으론 날 죽일 수 없노라.]
" 헤헹! 뭐라고 지랄하는 거야? 이렇게 깽판쳐놓고 튈려고!"
[ 흐으음... 우물 안의 개구리같구나...]
꾸드득
" 큭!"
순간 [별을 뒤트는 자]가 손에 힘을 주어 악력으로 제천대성의 주먹을 꾹 눌렀고, 제천대성은 그 힘을 이기지 못하고 비틀거렸다. 순수한 육체의 힘으로도 [별을 뒤트는 자]가 앞선다는 뜻이었다.
[별을 뒤트는 자]는 조롱하듯 말했다.
[ 천천히 무릎을 꿇게 해 주마...]
나는 그 광경을 보자 아연실색했다. 제천대성의 팔이 떨리는 걸로 봐서는 명백히 힘에서 밀리고 있었다.
' 뭐, 뭐 저렇게 센 놈이...'
제천대성의 완력은 장난이 아니다. 항우 외에는 제천대성의 완력을 뛰어넘기는 커녕 근접하는 존재조차도 전생하면서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주특기가 힘싸움이 아니라 주문능력인 이계종족의 왕이 그런 제천대성을 힘으로 누를 수가 있다니!
" 씨부랄 닥쳐!!"
물론 제천대성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일순간 그의 눈에서 혈광이 불타오르더니 송곳니를 크게 드러내었고, 그가 기합을 질렀다.
" 끼햐압!!"
뻐억!
제천대성의 주먹은 그대로 [별을 뒤트는 자]의 손아귀를 벗어나서 정면으로 놈의 머리통을 후려갈겼다. 어떻게 한건지는 모르지만 기합으로 [옛 지배자]급 존재의 역량을 일순간 뛰어넘어서 한 방 먹인 것이다!
[ ......]
정면으로 한 대 맞은 [별을 뒤트는 자]는 잠시동안 어리둥절해 하다가 처음으로 분노한 기색으로 말했다.
[ 애송이... 그리도 본왕과 놀고 싶으냐...?]
" 하하! 한 대 맞으니 정신이 번쩍 드냐?"
[ 생각이 바뀌었다... 이 세계에 진정한 재앙을 내려주마!]
펄럭! 펄럭!
피잉
놈의 박쥐같은 날개가 크게 홰를 치더니 신형이 한 줌의 광선으로 변해서 사라졌다. 그리고 그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전욱이 제천대성에게 말했다.
[ 요괴원숭이... 왜 함부로 끼어드느냐.]
제천대성은 전욱을 성난 눈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 이 꼬라지를 만들어 놓은 놈을 그냥 보낸다고?! 삼황오제여! 저런 침입자를 때려눕힐 패기도 없단 말이오!"
보통이라면 전욱의 성질머리로 볼 때 저런 말을 들었을 경우 폭력을 행사했으리라. 그러나 뜻밖에도 전욱은 냉철하게 말했다.
[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네놈은 저 자를 잡을 능력이 있는가? 우리조차도 본체가 아니면 놈의 도주를 막을 방법이 없을진대 무책임한 짓을 저질렀구나.]
" 잡을 거요! 내 모든 것을 걸고!"
[ 그 용맹은 마음에 든다만 때로 필멸자들의 아둔함은 답이 없는가.]
전욱은 제천대성에게는 그리 나쁜 감정이 없는 듯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그러더니 하늘을 쳐다보며 말했다.
[ 놈이 창세주문을 쓰는구나. 더 귀찮아지겠군.]
" 창세주문이 무엇이오?"
[ 진정한 신격만이 쓸 수 있는 주문이다. 억겁의 세월을 살아가는 지배자조차도 많이 사용할 수 없는 궁극의 주문... 흉신은 저 놈을 아주 총애하나보군.]
" 막을 수 있겠소?"
전욱은 팔짱을 꼈다.
[ 할 수 있겠지만 그다지 막고 싶지 않군. 이 정도로 판이 흘러간다면 본왕은 다른 방향을 선택할 것이다.]
" 뭐..."
제천대성은 경악한 눈으로 전욱을 쳐다보았다. 막을 능력이 있는데도 막지 않겠다니 무슨 소리인가?
하지만 전생자인 나는 그런 전욱의 속내를 빠르게 눈치챌 수 있었다.
' 전욱은... 어느 정도 수준의 침입이 닥쳐오면 세상을 보호하려 들지만... 완전히 세상이 종막으로 치달을 것 같으면 더 이상 막지 않아! 그래야 종말이 찾아오면서 [계시]와 함께 자신이 [가면]을 벗을 수가 있으니까!'
삼황오제에게는 황제가 부여한 임무이자 협정의 주인으로써 세계에 밀어닥치는 재앙을 어느 정도까지는 막을 의무가 존재한다. 전욱 또한 [별을 뒤트는 자]를 강대한 이계의 위협이라 생각했기에 이번에 막으러 나선 것이다. 그러나 그는 사실 내심 세상을 그리 보호하고싶지는 않았으며, 도리어 세상이 혼돈에 접어들면 가면을 벗을 기회라고도 생각하고 있었다.
또한 [별을 뒤트는 자]가 완전히 화가 나서 세상을 뭉개버리겠다고 한 이상, 전욱은 귀찮음을 느낀 게 틀림없었다. 괜히 이계의 강력한 존재를 힘빼면서 막느니 이제부터는 자기 이득을 챙기겠다는 뜻이었다. 전욱은 선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자기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필멸자들을 지켜주려는 관용을 베풀지 않았다.
제천대성이 노해서 외쳤다.
" 멋대로 하시오! 나도 멋대로 할 테니!"
콰앙
그는 곧장 근두운을 불러서 마력이 느껴지는 천공을 향해 날아가 버렸다. 그 뒷모습을 물끄러미 보던 전욱이 중얼거렸다.
[ 여기까진가... 지금부터는 차분히 종말을 대비해야겠군.]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내 손에 들려있는 수요를 쓰다듬었다.
[ 그래. 칠요부터 충전시켜두는 게 낫겠구나.]
충전.
그건 당연히 신의 권능으로 수요를 휘둘러서 인간 수천만 명을 학살하고 칠요를 [종말의 열쇠]로 각성시키겠다는 말이었다. 예전에 죽을 때 그 꼴을 본 적이 있었기에 나는 또다시 전욱의 의도를 눈치챘다. 나는 급히 전욱에게 외쳤다.
[ 전욱이여! 그만두십시오! 지금이라도 당신이 나서면 저 이계의 침입자를 물리칠 수 있지 않습니까!]
[ 그럴 이유가 없다. 더 이상 힘을 낭비할 필요를 못 느끼겠노라.]
[ 제길...]
[ 넌 지켜보기나 해라.]
[ 세상의 멸망을 말입니까?]
[ 새로운 세계의 탄생일지도 모르지.]
안 되겠다. 말이 안 통한다.
나는 이대로라면 예전과 같은 죽음을 맞이한다는 걸 직감했다. 그 때와는 달리 이 상황에서는 자살할 방법조차 여의치 않다. 나는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다가 문득 생각이 떠올랐다.
' ... 혹시 그 방법이라면...?'
될지 안 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렇게 된 이상 밑져야 본전이다.
나는 머릿속으로 강하게 염원하며 외쳤다.
' 사대신기 소환!!'
파지직!!
그 순간 전욱의 손 위에 사대신기 바즈라가 떠올랐다.
' 어떠냐! 사대신기는 마에 극성이니 전욱 네 녀석도...'
그러나 내 기대와는 달리 전욱은 태연하게 바즈라를 만지작거렸다. 그는 바즈라를 신기하다는 듯 쳐다보며 말했다.
[ 흐음... 칠요에 못지 않은 신기가 느껴지는군... 네가 소환한 것이냐?]
[ 네 그렇습니다!!]
나는 재빨리 태세를 전환하며 외쳤다.
[ 그거 엄청 쎈 겁니다! 무지 쎕니다! 속는 셈치고 그걸 갖고 싸워보시면 어떻습니까요!]
[ ... 확실히 흥미롭군. 말도 안 되는 인과율이 뭉쳐있으니.]
전욱은 크게 흥미를 느낀 듯 했다. 그러더니 말했다.
[ 좋다. 어디 한 번 해보겠다... 이 무기의 위력을 보고싶구나.]
[ 감사합니다!]
부웅!!
전욱은 하늘 저편으로 단숨에 날아갔다. 그리고 내 귓전으로 망량의 끊어져가는 목소리가 들렸다.
[ ... 배... 백웅... 더 이상 대라멸진을 버틸 수 없...소... 이제 끊어야 하...오...]
피잇
그와 동시에 생명력 공유가 끊겼다. 그리고 내 몸이 실시간으로 붕괴되는게 느껴졌는데, 전욱은 대라멸진으로 인한 몸의 붕괴를 보자 대수롭지 않다는 듯 손을 휘저었다.
쩌적
[ 그깟 건 몸의 시간을 얼려버리면 아무 문제도 되지 않지.]
[ ......]
시간을 멈춰버림으로써 대라멸진을 유지시키는 건가!
' 신이나 쓸 수 있는 방법이겠군...'
내가 혀를 내두르고 있을 때 전욱이 마침내 천공, 우주의 어둠과의 경계에 도착했다. 우주의 어둠을 등진 [별을 뒤트는 자]는 아까처럼 무한의 구체를 몸 주위에 띄운 채 거대한 주문을 외우는 중이었는데, 놈을 향해서 계속해서 제천대성이 달려들고 있는 중이었다.
콰과과광!
콰광!
제천대성이 소환한 수천 개의 분신이 계속해서 공격했으나 놈에게는 전혀 타격을 주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저 놈은 [옛 지배자]급이었기에 힘의 격차가 크게 있는 것이었다.
이윽고 [별을 뒤트는 자]가 말했다.
[ 이 별의 영주여. 이제 와서 날 막고자 해도 무의미하오. 내 인과율까지 소모하면서 완성한 이 창세주문을 당신이 막을 수 있을까...? 이 세계에 당신이 그렇게 할만한 의리는 없소.]
[ ......]
[ 이 자리에 온 것도 사실 이해가 되지 않는구려.]
[ 나도 그렇다.]
무뚝뚝하게 대꾸한 전욱이 한 손에 사대신기 바즈라를 들더니 말했다.
[ 하지만 본왕의 사도가 간청하니 한 번쯤은 해 볼 수밖에.]
[ 어...]
[ 그럼 받아라.]
[별을 뒤트는 자]는 바즈라를 보자 엄청나게 당황한 듯 했다.
[ 자, 잠깐! 그걸 왜 당신이...!!]
퓨웅
전욱이 마치 암창을 던지듯 바즈라를 [별을 뒤트는 자]에게 던졌다. 그리고 인과왜곡이 이뤄지면서 절대 피할 수 없는 궤도로 바즈라가 [별을 뒤트는 자]의 심장에 꽂혔고, 그 순간 시공간이 크게 일그러지는 게 보였다.
파직 파직 파직
' 저게 8차원으로 피하는 건가?!'
시공간을 초월하는 회피법!
[옛 지배자]의 격에 맞는 무시무시한 술법이었다. 아까 전욱의 무시무시한 공격도 저걸로 피해낸 바가 있었기에 이번같은 단순 투척공격으로는 [별을 뒤트는 자]를 맞출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
바즈라가 일순간 뇌광(雷光)을 뿜어내었다.
[ 크아아아아악!! 나의 주여... 죄송하옵니다...!!]
퍼버버벅!!
그 단말마를 끝으로 [별을 뒤트는 자]는 사지가 수천 조각으로 분해되어 터져 나갔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전욱조차도 당황해서 굳어있는 듯 했다. 전욱이 떨떠름하게 말했다.
[ 이럴수가... 평행우주 너머로 피해버리는 능력을 봉쇄했단 말인가. 게다가 영구적 신살(神殺)까지... 저 무기는 대체 무엇이냐?]
[ ......]
[ 아무튼 돌아와라.]
전욱이 언령으로 바즈라를 회수하려 했지만 바즈라는 그 말을 듣지 않고 우주에 멈춰 있었다. 전욱이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자 내가 바즈라에게 돌아오라는 염파를 보냈고, 그제서야 바즈라는 내 손으로 회수되었다.
휘리릭
전욱은 자신의 손에 들린 바즈라를 물끄러미 보다가 말했다.
[ 사도 백웅이여... 너와는 해야할 말이 많겠구나.]
그 때였다.
쿠구구구구....!!
우주상공에서도 육안으로 보일 정도로 거대한 변화가 지구의 해면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태평양 한가운데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서서히 부상하고 있었고, 그건 우주에서도 보일 만큼 컸다.
저건 뭐지?
[ 해저(海底) 마신(魔神)들의 도시가 그 봉인을 강제로 해방했다.]
내가 의아해할 때 전욱이 팔짱을 끼며 말했다.
[ 지금 이 순간, 흉신이 잠에서 깨어났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