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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검신-984화 (981/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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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지혼(四神之魂)

나는 팔부신중이 자신들의 마도병력을 모두 물리기 시작하는 걸 먼 발치에서 지켜보았다. 궁전에서 우르르 이족(異族)들이 쏟아져 나오더니 공간의 문을 이용해서 사라져 버렸는데 무려 수백 마리나 되었고, 그 외에도 곳곳에서 마도의 의식을 치르던 방에서 불이 꺼지는 게 보였다. 이 모스크바의 크렘린에는 마궁(魔宮)이 세워져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것이다.

" 헉... 허억..."

그리고 잠시 후, 나는 옥좌에 숨을 헐떡이는 한 노인이 몸을 기대어 앉은 걸 볼 수 있었다. 나는 그 노인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 이반 4세군.'

신화하면서 보이던 어마어마한 힘은 사라져버린 듯 했다. 아직 약간의 힘이 남아있기는 했으나 그나마도 곧 꺼질 듯 보였고, 그는 평범한 인간으로 되돌아온 걸로 보였다.

' ... 천인 녀석. 자기 힘을 불어넣어서 신화시키고는 필요가 없으니 자기 힘을 다 빼간 것인가...'

나는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서서히 앞으로 걸어갔고, 이반 4세는 희미하게 눈을 떠서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그의 목에 칼을 겨누며 말했다.

" 죽을 준비가 되었는가, 황제여."

그러자 이반 4세는 중원어인 내 말을 알아들었는지 희미하게 웃으며 마주 중원어로 대답했다.

" 너는 누구냐. 황제를 벨 자라면 그 이름을 밝혀라."

아라사의 황제이기에 중원어 또한 교양의 일부로 습득한 것인가?

나는 그가 중원어를 잘 한다고 생각했다.

' 그렇다 해도 이 상황에서 도리어 웃을 수 있다니.'

보통 배짱은 아니다. 나는 내심 이반 4세에게 경의를 표하며 입을 열었다.

" 내 이름은 백웅. 중원의 황제다."

" ... 그렇군... 듣던대로... 네가 바로 그..."

이반 4세는 내 소문을 듣고 있었는지 크게 놀란 기색은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소년이 황제라고 하면 의심도 할 법 한데 태연한 기색이었다. 그것이 군주로서의 여유이며 위엄이란 걸 알고 있는 나는 이반 4세를 편히 보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고통없이 베어주겠다. 다만 대주교좌 벨로프가 곧 찾아올 텐데 그와 얘기를 나눌 생각이 있는가?"

" ... 벨로프..."

이반 4세가 문득 우울한 표정을 짓다가 고개를 저었다.

" 아니. 나의 가장 소중한 친구였던 그에게는... 내 마음대로 해서 미안하다고 전해 주게... "

" 당신은 뛰어난 군주로 보이는데 어째서 마도(魔道)와 손을 잡았지?"

" ... 아나스타샤... 나의 아내..."

이반 4세는 쿨럭거리더니 힘없이 말했다.

" 내게 있어서 유일한 빛이었던 그녀를... 되살릴 수 있다는 말 때문이었지... 결국 나 자신이 [힘]에 먹혔지만..."

" 신화한 동안에는 제정신이 아니었단 건가."

" 그래... 그 힘은 아주 달콤했다. 그러나, 나는, 이제와서... 그 힘에 취해 목적을 잠시나마 잊었던게... 후회되는군..."

잠시 침묵하던 이반 4세가 돌연 허리를 곧게 폈다. 또한 그의 눈이 또렷하게 맑아졌으며 정광이 흐르는 듯 했다. 군주의 위풍을 되찾은 이반 4세가 쩌렁쩌렁하게 외쳤다.

" 짐을 베어라, 중원의 패왕이여! 나를 쓰러뜨렸다면 이제 이 세계는 그대의 것이니, 패업(覇業)을 등에 지고 앞으로 나아가거라!"

나는 이반 4세를 정면으로 응시했다. 상대의 눈에는 한 줌의 비굴함이나 두려움조차 없었다. 그와 한참동안 눈빛을 교환하다가 나는 살짝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 잘 가시오!!"

슈칵!

나는 깔끔한 일섬(一殲)으로 순식간에 이반 4세의 목을 날렸다. 워낙 빠르고 정확하게 베었으니 고통조차 느끼지 못했으리라. 나는 검을 천천히 집어넣으며 생각했다.

' 이 자 또한 영웅이었구나!'

죽음 앞에서 저토록 초연하고 당당할 수 있는 존재는 몇 되지 않는다. 내가 여태껏 살아오며 수많은 적들을 주륙해 왔으나 거의 절대다수는 죽음 앞에서 눈빛이 공포와 절망으로 물들었다. 그러나 자기가 죽을 걸 알면서 저렇게 당당한 눈빛일 수 있다면 충분히 존경받을만 한 것이다.

이윽고 벨로프를 위시한 동방정교회와 서방열국의 연합군이 궁 내에 들어왔다. 벨로프는 나와 이반 4세의 시체를 한 번씩 번갈아 쳐다보더니 말했다.

" 그 분은 마지막에 뭐라고 하셨소?"

" 가장 소중한 친구에게 전해달라더군. 제멋대로 해서 미안하다고..."

" ......"

내 시선이 벨로프를 응시하자 그는 알아들은 듯 했다. 그는 입술을 꾹 깨물고는 바닥에 떨어진 이반 4세의 목을 주워서 보자기로 감쌌다. 이윽고 목의 수습을 마친 벨로프가 말했다.

" 이번 일을 도와주어서 고맙소. 이제 본국의 일을 우리가 정리할 터, 도와줄 생각이 없다면 이만 떠나주시오."

" 그러지. 허나 한 가지 물어볼 게 있군."

" 무엇이오?"

" 무생노모(無生老母)의 법문(法文)에 대해 알고 있는가?"

" ......?"

모르는 표정이다. 하긴 벨로프가 대뜸 알 만한 정보는 아니겠지만 지금 가장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되든 안되든 두들겨 볼 수밖에 없었다. 나는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 지금 모른다면 나중에라도 그 정보를 알아내서 말해다오. 그게 이번 일에 대해 요구하는 내 보수다."

" 알았소."

후우웅

나는 흑룡 드라큘라의 등에 올라타서 모스크바를 빠져나왔다. 비등을 바로 타지 않고 흑룡을 탄 이유는 미리 크리슈나에게 들었던 얘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 흠... 이 근처일텐데.'

그리고 상공으로 한참을 나오자 마치 나를 유인하는 듯한 현란한 빛의 도가니가 보였고, 나는 그 유인을 따라서 인적이 없는 평야에 세워져있는 절벽에 올라갔다.

그 절벽에는 크리슈나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말했다.

" 백웅이여. 또 하나의 업(業)을 등에 짊어지게 되었군."

크리슈나는 일이 끝나는 대로 이 근처로 와서 따로 이야기하자고 말했었다. 나는 흑룡의 목덜미에서 내려앉으며 말했다.

" 착하게 살라고 설교라도 할 생각인가?"

" 그대 앞에서 선악(善惡)에 대해서 논하는 것보다 무의미한 일은 없겠지..."

의미심장하게 중얼거린 크리슈나가 말했다.

" 이 자리에서는 [단서]에 대해 말할 수가 없다. 그대가 나중에 천축 구지라트의 사원으로 찾아와 주게."

" 뭐? 무슨 개소리야. 난 분명히 네 요구대로 다 들어줬을 텐데. 팔부신중과 교섭하는 게 쉬워 보여?"

내가 인상을 찌푸리자 크리슈나는 한숨을 쉬었다.

" ... [그]가 예민하게 인과율의 흔들림을 주시하고 있어. 적어도 이런 현상계(現常界)에서는 그의 이목을 피할 수가 없으니, 피할 수 있는 장소로 와 주었으면 하는 것일세. 자칫하다가는 우리 모두가 일순간에 파멸할 수 있으니."

" [그]? 그게 누군데."

" ......"

크리슈나는 대꾸하지 않고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았다. 대답할 수 없다는 뜻이었고, 나도 [그]가 누구인지는 대충 짐작이 갔다. 그래서 나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크리슈나에게 말했다.

" 좋아. 지금 당장 할 일도 없으니 안내해. 당장 따라가서 단서를 듣겠어."

" 나중에 따로 찾아와 주게."

" 제기랄... 무슨 속셈이야?! 굳이 나중에 찾아갈 이유는 또 뭔데!"

" 나 또한 큰 일을 앞두고 여러가지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지. 나 크리슈나의 이름을 걸고 반드시 그대에게 [단서]를 알려줄 터이니 믿어주게."

" ... 이번 뿐이야. 다음에는 그런 헛소리를 하면 가만두지 않겠다."

" 고맙네."

나는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크리슈나의 부탁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름을 걸고 한 약속이라면 신뢰도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크리슈나에게 말했다.

" 또 하나. 팔부신중한테는 일단 허풍을 쳐 놨는데... 혹시 아수라가 정확히 어디있는지 알고 있냐?"

전국옥새로 찾아보기도 했지만 팔부신중의 위치는 검색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방금 전 팔부신중과 교섭할 때는 자신감있게 허풍을 쳤는데, 사실 아수라가 지금 서방에 있는지 어떨지는 전혀 모르는 일인 것이다. 그래서 팔부신중이 나중에 아수라 위치 알려달라고 찾아오면 곤란해질 게 뻔했다.

그러자 크리슈나가 내게 웬 천축양식의 부적을 건네주며 말했다.

" 이게 아수라가 있는 곳으로 인도해 줄 것일세."

" 흐음. 정말이냐? 이게 뭔데?"

" 브라흐마의 부적이라고 하는 것일세. 만일 아수라를 찾는다면 그와 섣불리 싸우려 들지 말게... 그는 지금 너무 위험해."

" 그건 알아서 하지."

" 그럼..."

" 아 잠깐! 또 물어볼 게 있는데 헌원검에 대해서도 알고 있나?"

" 나중에 와서 이야기하게."

파앗!!

크리슈나는 그대로 가 버리고 말았다. 나는 크리슈나와의 교섭이 끝난 후 흑룡을 데리고 비등으로 본거지로 돌아왔다. 그리고 일의 전개에 대해서 동료들에게 흑요석을 공유하자, 제갈사가 말했다.

" 왜 벌써 돌아온 거냐?"

" 응?"

" 이반 4세도 죽였겠다 그냥 네가 아라사의 황제도 해 버리면 그만일 텐데. 네가 아라사를 먹겠다고 선언한 후 중원에 있는 전이문을 열어서 아라사에 대군을 파견하기만 하면 끝인데 말이다. 벨로프 놈이 안된다고 발광하겠지만 그 때는 베헤모스를 구슬리기만 하면 동방정교회도 네 손아귀에 들어올 거고."

" ......"

" 그럼 너는 중원과 아라사를 일통한 것이니 전 세계 대지의 3할은 먹은 셈이다."

어, 그, 그렇게 되나?

나는 내심 버벅거리다가 머리를 긁적였다.

" 지, 지금 그런 게 중요한 건 아니잖아. 무슨 땅따먹기도 아니고..."

" 땅따먹기 맞다. 아라사를 집어삼키면 생기는 이권을 생각하면 유치해 보여도 그 땅따먹기를 하는 게 당연하지. 그 거대한 제국에서 나오는 황금과 재보는 산을 가득 채울 것이고 수많은 병력과 인력이 공짜인데."

" ......"

" 현 중원의 실질가용병력이 40만 정도라고 치면 순식간에 그 2배로 병력을 불릴 수 있다."

" 어..."

내가 할 말이 없어서 침묵하자 망량이 말했다.

" 백웅의 말도 일리가 있습니다, 숙부. 지금 십이율과의 대결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섣불리 욕심을 부리다가 타초경사의 우를 범할 수도 있는 노릇. 또한 그만큼 거대한 제국을 단숨에 먹어치우려 하면 반발도 크지 않겠습니까? 어차피 팔부신중이 빠졌다면 아라사 제국 쪽은 무주공산이니 언제든 지배할 수 있겠지요."

" 그렇긴 하지."

" 그보다 크리슈나란 자, 상당히 의심스럽군요. 굳이 구지라트의 사원으로 찾아오라니... 아마도 오제 필두의 견제 때문이겠지만."

오제 필두 - 그 말에 담긴 숨은 뜻은 바로 황제(黃帝) 공손헌원을 뜻한다는 건 나도 안다. 애초에 크리슈나는 자신이 황제를 거스를 수 없다고 말한 바가 있었기에 눈치챌 수밖에 없었다. 나는 의아해서 망량에게 말했다.

" 크리슈나의 말은 일단 논리가 다 맞소. 뭐가 의심스럽다는 거요?"

" 논리가 다 맞기에 이상하다는 것이오. 마치 우리가 간절히 원하는 걸 마치 기다렸다는 듯 단서까지 내밀 수 있다니... 경계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오."

" 음!"

" 언령까지 내세워 약속한 걸 보면 대놓고 우리를 배신할 생각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뭔가 꿍꿍이가 있는 건 분명하오. 너무 끌려 다니지 않는 게 좋겠소."

" 그럼 구지라트의 사원에 가면 안된다는 소리요?"

" 그게 아니오. 그 자를 찾아가기 전에 충분한 준비를 해 두어야 한다는 소리지."

그렇게 말한 망량이 말을 이었다.

" 백웅. 지금 가장 먼저 해야할 것은 아수라의 행방부터 찾아두는 것이오. 이 시점에서 아수라의 행적을 파악해두는 것으로써 다음 생에서 더욱 유리한 진행이 가능하오."

" 알았소. 이번에도 나 혼자서 아수라를 찾아가는 게 좋겠소?"

" 으음..."

망량은 보기 드물게 고민하는 기색이었다. 그가 왜 고민하는지 몰라서 내가 고개를 갸우뚱하자 지금까지 듣고 있던 제갈부가 말했다.

" 백웅! 지금 우리 진영의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인 것 같나?"

" 엉? 잘 모르겠는데... 문제가 있었냐 제갈부?"

내가 반문하자 제갈부가 쓴웃음을 지었다.

" 그건 초월자와 맞상대할 만한 강자가 너와 백련교주 뿐이라는 것이다."

" 음...!!"

" 역대 전생 중에서 가장 방대한 세력을 지니고 있긴 하지만 막상 인간을 벗어난 초월적 존재와 싸울 때 전력이 될만한 자는 의외로 적어. 너와 백련교주는 확실히 팔부신중을 일대일로 상대할 만 하지만 호법사자는 그에 약간 미치지 못하고, 우리같은 술법사들은 말할 것도 없지."

" 그렇군. 그건 나도 좀 느끼고 있었어."

" 인간세상만 제패할 거라면 문제가 없지만 앞으로 천계나 삼황오제까지 적수가 될 걸 상정한다면 이대로는 부족하지. 그래서 지금 필요한 건 무인(武人)의 육성이다."

제갈부가 말을 이었다.

" 크리슈나 또한 지금 당장 아수라를 만나는 건 시기상조라고 했었지. 그렇다면 지금은 아군의 내실을 다지고 네 기억과 기연을 이용해서 무림인들을 강화시켜라. 그리고 절대지경(絶對之境)의 고수를 최대한 키워내는 거다!"

" ... 알았다!"

나는 책사들과 한참동안 더 회의를 하다가 회의실을 나왔다. 그리고 검마를 찾아갔다.

파앗

무영문에 도착한 나는 검마에게 인사했다.

" 잘 지내셨습니까."

" 흐음! 안쪽으로 드십시오, 폐하."

검마는 나를 내실으로 인도한 후 껄껄 웃었다.

" 일단 그대가 황제이니 백웅 그대와 말을 놓는 걸 다른 사람들이 보면 좋지 않지."

" 황제라는 거 꽤 불편하군요..."

" 이렇게 찾아왔다는 건 이제 내 힘이 필요할 때가 된 건가?"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검마에게 흑요석을 공유했다. 기억을 받아들인 검마는 곰곰히 생각했다.

" 그렇군... 절대지경의 양성이라! 아주 중요한 일이야."

" 현 시점에서 검마 어르신과 진소청이 가장 그 목표에 가깝습니다. 극호도 가능할테지만..."

" 극호와 자네는 약속을 해 버렸지."

" 네."

" 흐음. 내게 찾아온 목적을 알겠군. 아군 절대지경 육성에 조언을 해 달라는 건가?"

" 그렇습니다."

" 그렇다면 독왕 당산을 발굴해서 키워야겠군. 또한 무영검제와 독고성도 가장 절대지경에 가까운 인물들이야. 개인적으로는 정천맹주 위지혼 또한 그 정도 무재(武才)를 지니고 있겠군."

" 그들은 완전히 동료로 신뢰할 수는 없습니다만..."

" 허허허. 신뢰라... 그런 얘기를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 네?"

검마가 빙긋 웃었다.

" 자네는 이미 왕의 자격을 증명했고, 실제로 황제가 되었지. 그리고 자네의 진실을 아는 자는 결코 배신할 수가 없네. 굳이 아랫것들의 신뢰를 얻으려 초조해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 흠..."

" 정 안 되면 그 때 내쳐도 상관없을 걸세."

" 그러고보니 사파의 지존이 되셨다 들었는데 나머지 팔마들은 어찌 되었습니까?"

" 아. 자네가 말해준 방법대로 하니 아주 손쉽더군. 말을 안 듣는 놈들은 죽이고 나머지는 모두 내 부하가 되었네."

검마가 껄껄 웃었다.

" 반신반의했는데 정말 칠대절학과 팔선신공만 제대로 익히니 그깟놈들 별거 없더군... 하하하."

그랬다.

내가 말해준 방법은 그냥 흑요석으로 무예 기억을 강하게 불어넣어서 검마가 회합 전까지 열심히 수련하는 것 뿐이었다. 거기에다가 내가 흑백련으로 내공을 크게 보강시켜주었더니 검마는 생각 이상의 무위를 손에 넣었다. 요는 기억의 질(質)이 문제였던 것이다.

검마는 턱을 쓰다듬었다.

" 흐음. 자네의 흑요석을 잘 이용하면 절대지경의 고수를 키워내는 건 큰 문제가 없을 걸세. 다만 한 가지 걸리는 게 있긴 한데..."

" 뭐가 걸리십니까?"

검마의 눈이 빛났다.

" 업(業)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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