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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지혼(四神之魂)
나는 다음 날 조정에 나가서 옥좌에 앉았다. 그리고 턱을 괴고 있자, 옆에서 망량이 교시를 선포하는 걸 들을 수가 있었다.
" 요동의 국경에 60만 대군을 집결시킬 것을 폐하께서 명하셨노라."
웅성...!!
그러자 신하들이 깜짝 놀라는 기색이었다. 특히 황연을 위시하여 군부쪽에서 나온 대장군들은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이야기였기에 당황한 듯 했다. 개 중 침착한 것은 등곽과 황연 두 사람 정도였는데, 그들은 워낙 거물이기에 불시의 사태에도 크게 놀라지 않는 모양이었다.
이윽고 한 신하가 나와서 읍하며 말했다.
" 재상께 감히 아뢰옵니다. 60만의 정병을 움직이는 황상의 뜻을 말씀해 주시옵소서."
" 언제부터 폐하께서 대소신료들에게 군의 통수권을 허락맡고 움직이셨는가? 발칙한 소리구나."
망량이 태연하게 그를 깔아뭉개자 그 신하는 움찔하며 덜덜 떨며 머리를 쾅하고 바닥에 박았다.
" 다... 다른 뜻이 있지 않사옵니다! 다만 군의 운용은 국가의 대사(大事)인지라 조정의 신료들이 모두 힘을 합쳐 유기적으로 연대해야 하는 일이옵니다. 지혜로우신 재상과 폐하의 뜻을 알고 싶사옵니다."
흐음. 꽤 강단이 있는데?
나는 이채를 띄고 그를 바라보다가 그 자가 등곽의 심복이자 조정에서도 중신이라 할 수 있는 대신(大臣) 환자의(還蔗依)라는 인물인 걸 알 수 있었다. 현재 내 황권이 전대황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대한데도 할 말을 하는 것만 봐도 배짱이 두둑하다고 할 수 있었다.
망량이 부채를 펼치며 말했다.
" 전날 새벽, 고려(高麗)측에서 폐하께 암살자를 보내었고, 내황각주가 신명을 다하여 폐하의 옥체를 보존하였다. 그리하여 내황각주가 큰 공을 세웠으므로 곧이어 그의 품계를 올리는 과정을 거칠 것이다."
" ......!!"
웅성웅성
암살!
그 말의 무게 때문에 다들 놀라는 듯 했으나 납득한 듯 했다. 왜냐하면 내 실제 무공은 내가 감추고 있는 한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으며 내 외양은 영락없이 꼭두각시 어린아이 황제였으므로 충분히 암살을 당할만 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자 그때까지 가만히 있던 등곽이 한걸음 나와서 고개를 고아리며 말했다.
" 신(臣) 등곽이 여쭙겠나이다. 고려의 암살자가 자신의 배후를 모두 털어놓았나이까?"
" 그렇다."
" 암살자의 심문은 동창과 금의위에서 하게 되어 있을 터... 그들의 증언을 조정의 중신들이 들었으면 하옵나이다. 폐하께서 암살당할 뻔 했다는 전대미문의 사건을 저희로서도 보아넘기기 힘들 것 같사옵니다."
노회한 등곽의 요구에 망량은 약간 곤란해하는 기색이었다. 보통의 중신이라면 막강한 권력을 손에 쥔 망량이 그냥 방금 전처럼 찍어내릴 수가 있으나, 등곽은 정치 야권세력의 당수이자 내 황권을 형성하는 기반에 큰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 섣불리 등곽을 홀대하거나 무시하면 앞으로 내 앞길에 좋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그러자 좌측에 서 있던 내황각주 제갈부가 나와서 말했다.
" 심문은 이미 내황각에서 거의 끝내었소, 등곽. 또한 심문의 권한도 동창제독과 금의위장에게서 넘겨받았으니 절차상 문제는 없었소."
" ......"
" 암살자는 고려에서 온 것이 확실하오."
" 암살범은 어떤 자요?"
" 그건 국가의 기밀이니 심문이 완결될 때까지 섣불리 공개할 수 없소."
제갈부가 도리어 등곽에게 쏘아붙였다.
" 등곽... 설마 의심하고 있는 것이오?"
" 그렇지 않소. 다만 폐하의 성지(聖志)가 혹시 고려와의 전쟁에 있는지를 염려하고 있소."
" 섣불리 폐하의 의지를 재단하지 마시오."
" 내 눈에는 그대가 섣불리 폐하를 조종하려 드는 게 아닌가 싶소만..."
" 후후... 그 말에 책임질 수 있소?"
두 사람 사이에 기싸움이 강해지자 나는 그 때 불쑥 입을 열었다.
" 등곽."
" 예, 폐하."
" 고려와의 전쟁을 염려하고 있는 듯 하군. 그렇다면 고려와 전쟁을 벌일 경우 생길 수 있는 재앙과 화(禍)를 미리 짐에게 고하도록 하라."
웅성...
사람들은 허수아비로 알고 있던 내가 직접 입을 열자 놀라는 기색이었다. 하지만 등곽은 내가 허수아비가 아니란 걸 알고 있는 몇 되지 않는 인물 중 하나였기에 진중한 표정으로 말했다.
" 총 네 가지의 앙화(殃禍)가 있으니 고해도 되겠사옵니까?"
" 말하라."
" 첫째. 전대 명 황실에서부터 고려와는 오랜 동맹관계로써 그 관계는 주원장부터 이어졌사옵니다. 암살범 하나 때문에 그 오랜 수백 년의 동맹관계를 한 순간에 끊어버리는 건 지나치게 성급한 처사이옵니다. 또한 둘째, 그들은 조공 또한 동맹국 중에 매년 최대규모로 바치고 있는지라 솔직히 흉년이 든 지역으로 내려보내는 구휼품 중에서 7할 이상은 고려의 조공을 그대로 돌려쓰고 있사옵니다. 고려와 단교하여 전쟁을 하게 된다면 당장 흉년을 겪은 지역이 도탄에 빠질 가능성이 높사옵니다."
" 흐음..."
" 셋째. 국경을 향해 지금 60만이나 되는 군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북방 3주의 대북방수비군까지 모두 끌어내어야 하옵니다. 북방의 방어군은 고려 뿐만이 아니라 흉노의 잔존세력, 구 몽골의 왕군(王軍), 아라사 제국의 국경수비대까지 막아내고 있사옵니다. 그들을 모두 고려와의 전선(戰線)에 집결시킬 경우 타 세력의 침범을 막아내기 힘드옵니다."
" 하나하나가 모두 일리있군. 그래서 마지막 네 번째 화(禍)는 무엇인가?"
" ... 마지막으로 고려는 창건 이래로 무패(無敗)를 자랑하는 강군(强軍)을 보유한 대국(大國)이옵니다. 그 자들은 정예 철기병단을 운용해 몽골의 구(舊) 왕군 20만 명을 몰살시킨 전적이 있으며 현 요동의 패자(覇者). 북방민족들은 백여 년 전에 모두 고려의 휘하에 복속당했으며 아라사 제국의 일부 영토까지 할양받아서 강성하기 짝이 없습니다. 적으로 돌릴 경우 신생황조의 국운(國運)이 쇠퇴해질 우려가 크다고 생각하옵니다."
" ......"
" 부디 우(愚)를 범하지 않으셨으면 하는 마음에 충언(忠言)을 고하옵니다."
등곽은 그냥 정치만 잘하는 인물이 아니었다. 분명히 모든 면에서 뛰어난 능력자이기 때문에 전 황제도 마도에 빠진 상태에서 함부로 등곽을 건드리지 못한 것이고, 등곽의 비판은 모두 일리가 있었다. 사실상 고려는 함부로 적대할 수가 없는 막강한 나라임이 분명했다. 수십 년간 대륙의 정치를 다스려온 등곽의 입에서 대국(大國)이라는 소리가 나왔을 정도면 이미 중원의 속국이 아니라고 볼 수 있었다.
나는 생각하다가 황연 대장군에게 말했다.
" 황연 대도독. 현 고려와 전면전을 치를 경우 이겨서 그들을 멸망시킬 확률이 얼마나 되오?"
모든 이들의 시선이 황연에게 향했다. 황연은 한 줌도 표정이 변하지 않고 무덤덤했으며 짧게 생각을 하는 듯 하더니 단호하게 대답했다.
" ... 육 할 이옵니다!"
" ......!!"
나는 눈썹을 꿈틀거리며 말했다.
" 고려군이 그렇게 강하단 말이오?"
육 할이 언뜻 높아보였으나 대륙의 군세를 상대로 고려군이 사 할이나 되는 승산을 가진다는 건 놀라운 일이었다. 황연이 말했다.
" 그렇사옵니다. 그들의 정예병은 중원의 최정예인 북룡대로도 감당하기 힘드옵니다. 또한 고려에는 뛰어난 장군과 인재들이 기라성처럼 많사옵니다..."
황연이 잠시 침묵하더니 말을 이었다.
" 허나... 폐하를 돕는 국운(國運)이 강성하오니... 그 운기가 우리를 돕는다면 구 할 이상일 것이라 생각하옵니다."
황연은 나를 돕고 있는 백련교주나 제갈유룡 등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냥 맨땅에 머리를 박듯이 전면전을 하면 승산이 반반이지만 그들이 돕는다면 반드시 이긴다고 넌지시 말한 것이다.
' 황연이 날 도와주는군.'
나는 황연이 도와준 김에 대소신료들에게 선포하듯 말했다.
" 황연과 등곽의 의견을 받아들여, 고려와 전면전은 벌이지 않을 것이오! 그러나 감히 대국의 황제에게 암살을 시도한 그 죄가 무거우니, 그들에게 주제를 파악하게 할 필요성이 있소. 유사시에는 고려를 멸(滅)할 수 있으나 전적으로 그 자들의 태도에 달렸을 것이오."
" ......"
" 요동의 국경에 30만 대군을 배치하시오. 그리고 외교사절단을 꾸리시오. 고려왕에게 대국(大國)을 범한 사죄의 뜻을 묻고 오시오!"
"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조정이 파한 후 모두가 일을 한다고 정신이 없을 때 나는 내궁으로 되돌아왔다. 그리고 망량이 일 때문에 바쁘기에 다른 동료들과 비밀회의를 하기 시작했다.
" 이렇게 하면 고려 측에서 사죄를 하러 찾아올 것 같소?"
내 질문에 백련교주가 대답했다.
[ 물론이다, 백웅이여... 틀림없이 찾아올 것이다.]
" 흠."
[ 십이율주는 고려왕을 배후에서 조종할 수 있으니, 섣불리 양지의 전쟁으로 확전(擴戰)시키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다. 고려왕은 영문도 모르고 사죄를 위해 사절단을 보내올 것이다.]
옆에서 듣고 있던 제갈유룡이 말했다.
" 십이율주는 진소청의 탈환에 실패했다. 이제 그가 쓸 수 있는 수단은 수성(守城)에 전념하는 것 뿐이지. 하지만 내가 십이율주라면 백련교와 황궁이 힘을 합친 상태에서 가만히 손놓고 우리가 전력을 기를 때까지 기다리지는 않을 것이다."
" 어떻게 나올까?"
" 사절단이라는 빌미가 생긴 김에 사절단을 이용해서 또다시 계책을 꾸미려 하겠지. 우리 책사들은 그 계책을 읽어서 역의 역을 노리도록 하겠다. 그래서 네가 고려와의 국경에 대군을 배치하는 안건에도 찬성한 거지."
" 흠."
" 두뇌싸움에서는 앞설 자신이 있다. 네게 이득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대꾸한 제갈유룡이 말을 이었다.
" 지금은 네가 어떻게 움직이는지가 중요하다. 네가 지금 당장 해야할 일은 월요(月曜)부터 훔쳐오는 것이다. 율주의 비장의 패를 없앰과 동시에 우리쪽이 칠요를 하나 더 보유하는 건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
" 알았어! 당장 하지."
나는 비등을 꺼내서 다녀오려다가 문득 생각나서 말했다.
" ... 그런데 계속 생각한 건데, 그냥 흑패를 써서 십이율주를 당장 죽여버리면 안 되나? 그러고 나서 100만 대군을 움직여서 고려를 멸망시키면 지도자를 잃은 놈들을 간단하게 쓰러뜨릴 수 있을 거 아냐."
" 우리도 바보가 아니니까 이미 생각해놨다. 그건 지금 안 돼."
" 왜? 놈은 흑패에 저항할 수 없어."
" 하지만 놈에게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모종의 부활수단이 있지. 알고 있지 않은가?"
" 그거야..."
제갈유룡이 말하는 게 뭔지 알고 있다.
과거 세계수의 혈전에서 팔부신중이 끼어들어서 십이율주를 합공했고 그 결과 분전하던 십이율주는 팔부신중에게 살해당했다. 그런데 그때 영락없이 죽었다고 생각한 십이율주는 이후 난데없이 명계에서 망량을 공격하려고 모습을 드러냈고, 나는 어쩔 수 없이 흑패를 써서 십이율주를 해치운 적이 있었던 것이다.
" 십이율주한테 흑패를 써도 되살아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고 싶은 거냐?"
" 그렇다."
" 말도 안 돼. 신에게 영혼을 빼앗기는 거라고. 그 때 십이율주를 흑패로 죽인 후에 놈이 다시 무대에 등장하는 일은 없었잖아."
" 장담을 할 수가 없다."
" 뭐가 장담을 할 수가 없다는 건데?"
" ... 그 자의 영혼이 하나라는 보장이 없다는 말이다."
" ......?!"
이건 뭔 소리람?
내가 당혹해하자 제갈유룡이 말했다.
" 암천향에 갔을 때 신공표와 이야기한 적 있었겠지. 영혼이란 건 생각보다 천박한 존재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을 것이다."
" 그 뭐더라... 영혼을 갖고 실험을 했다던가..."
방대한 기억속에서 신공표와의 문답을 더듬더듬 떠올리고 있자 제갈유룡의 말이 이어졌다.
" 그 자가 고의적으로 죽음을 택하고 부활을 할 수 있는 시점에서 영혼의 동시성이라는 전제를 초월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만일 영혼을 특수한 방법으로 관리를 하고 있다고 가정한다면... 단순히 흑패의 주인에게 '죽여달라'고 부탁하는 소원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다."
나는 곰곰히 생각하다가 대꾸했다.
" 너무 심하게 걱정하는 건 아닌가 싶군... 암만 생각해도 율주를 죽이고 시작하는 건 나쁘지 않은데."
" 그렇게 할 수도 있다. 허나 지레 적에게 겁먹어서 금적금왕(擒賊擒王)부터 취하는 건 하수의 수법이다. 도리어 전쟁이 시작된 후 중대한 대목에서 그를 흑패로 죽여도 효과는 극대화될 터."
" ......"
" 이렇게까지 흑패의 살해소원을 미루는 이유는 사실 반전의 능력으로 '살리는' 쪽이 압도적으로 효율이 좋기 때문이다. 난마(亂魔)처럼 꼬여있는 수수께끼의 실밥을 풀기에 이보다 좋은 능력은 없지."
" 음... 그렇군."
그렇게 말한 제갈유룡이 말을 이었다.
" 그리고 월요를 가지러 가는 김에 또 하나 해야 할 일이 있다."
나는 제갈유룡이 시킨대로 하기로 했다.
파앗
나는 강화도에 도착해서 월요를 가지러 가기 전에 먼저 서산대사와 유정에게로 갔다. 그리고 도착하자마자 그들에게 말했다.
" 대사. 이 곳에 봉인된 월요(月曜)를 가지러 왔소."
그들에게 굳이 말을 안 하고 물건만 훔쳐갈 수도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들을 말로 설득하기로 마음먹었다. 서산대사와 유정은 모옥에 앉아서 내 말을 듣고 있었는데 내 설명이 끝나자 서산대사가 수염을 떨며 믿기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
" ... 율주가 우리에게 월요의 존재를 비밀로 하며 숨기려 하다니... 그리고 당신이 정말로 대륙의 황제라는 말이오?"
" 그렇소."
" 확실히... 그 어린 나이에 초월적인 기(氣)를 지니고 있구려. 그대가 어떤 내력을 지닌 기인인지 이 서산은 알아볼 수가 없소..."
한탄하듯 말하던 서산대사가 말했다.
" 당신의 말대로라면 월요의 봉인이 풀리면 수호자가 모습을 드러낼 터... 물건만 가져가도 될 터인데 우리에게 굳이 찾아와 사정을 설명한 이유가 무엇이오?"
" 물론 그렇게 할 수도 있었소. 허나 월요의 수호자는 자연재해 이상인지라 강화도가 초토화됨은 물론이고 당신들 또한 죽음의 위기에 처할 것이 분명할 터... 함께 수호자를 물리치고 당신들이 우리 편이 되었으면 좋겠소."
" 십이율을 등지란 말인가?"
" 월요의 존재를 숨긴 시점에서 십이율주에게 지켜야 할 의리는 없을 것이오."
" ... 알겠소. 유정아. 너는 어떠하냐?"
유정이라 불린 젊은 승려가 고개를 숙였다.
" 저 분의 말씀이 틀린 것이 없습니다."
서산대사와 유정을 동료로 받아들이자, 나는 잠시 후 목갑에서 여덟 명의 동료를 꺼냈다.
우웅
이윽고 월요의 봉인을 풀고 월요의 수호자가 모습을 드러내자, 나는 옆에 있던 동료에게 말했다.
" 월요의 수호자다. 자신있겠나?"
[ 말해 무엇하는가? 용비천 혼자서도 잡을 수 있는 놈이라면 호법사자들 중 누구라도 필사의 각오를 다하면 혼자 잡을 터... 속전속결을 위하여 모두를 데려왔으면서 그런 물음을 할 필요는 없다, 백웅.]
그렇게 대꾸한 백련교주가 뒤에 있던 일곱 명을 스윽 뒤돌아보며 말했다.
[ 본교의 정예들이여. 천령단(天靈丹)의 힘으로 저 마물을 잡도록 하라!]
" 존명!"
" 존명!"
[ 존명.]
그와 동시에 백련교 삼대 호법사자가 부복했으며 뒤에 서 있던 수신류의 천령단 보유자들 또한 예를 갖추었다. 그리고 잠시 후 백련교주를 포함한 호법사자, 그리고 천령단 보유자들이 동시에 하늘을 날아가서 월요의 수호자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콰과광!!
콰광!
" ... 안 도와도 되겠군."
전황은 압도적이었다. 다들 천령단이라서 하늘을 날 수 있는데다가 개개인의 화력이 월요의 수호자를 잡고도 남는 수준이었기에 무한의 내공이 펼쳐내는 광범위공격이 금세 월요의 수호자를 피폐해지게 만들었고, 게다가 최전방에 서 있는 백련교주가 심천무량을 이용해서 공방을 일체시키면서 아군의 중심축 역할을 했다. 저런 초대형 마물을 상대할 때 내가 굳이 끼어드는 게 더 방해일 정도였다.
[ 꾸오오오오...]
이윽고 월요의 수호자가 한 식경도 되지않아 토벌되어서 너덜너덜해졌고 곧 소멸하고 말았다.
' 백련교주가 동료가 되면 굉장히 편하구나.'
원래 월요의 수호자를 잡으려면 아군동료를 절대지경으로 키우거나 강력한 술법사를 데려와야 해서 꽤 준비를 이것저것 해야 하는데, 백련교주를 초기에 동료로 만들면 그럴 필요도 없었다.
나는 월요의 수호자가 소멸한 장소에서 화안금정을 밝혀서 뭔가를 찾아냈다.
" 음... 이거군."
웬 흑요석이 선명한 빛을 내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여유있게 잡을 일이 없어서 흑요석까지 찾을 여유가 없었는데, 사실 이건 항우가 내게 강림했을 때 한 번 가져본 적 있었다. 항우는 뭔가 알겠다는 이야기를 했지만, 나는 월요의 수호자가 소멸했을 때 떨구는 이 흑요석의 정체에 대하여 아는 바가 없었다.
' 기억전송술법을 쓰는 용도인가?'
나는 기억전송술을 흑요석에 불어넣어 봤으나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 아니군. 전송술을 썼을 때 보통의 흑요석은 진동하면서 술(術)에 반응하는데 이건 그렇지 않아... 특수한 흑요석이란 말인가?'
그 외에 딱히 뭔가가 느껴지진 않았기에 나는 월요의 수호자가 떨군 흑요석을 일단 목갑에 넣었다. 그리고는 그대로 전국옥새를 꺼내서 검색했다.
위이잉 -
" 찾았다."
[ 그 자는 어디 있는가?]
나는 백련교주의 말에 대답했다.
" 크리슈나는 현재 아라사 제국의 수도에 있다. 바로 움직이지."
그렇다.
현 시점에서 가장 큰 변수가 될 수 있는 크리슈나의 행방을 찾아내는 게 바로 제갈유룡이 내게 의뢰한 또 한 가지 일!
' 크리슈나가 아무리 강력한 존재라도 백련교의 총 전력과 함께 움직인다면 적어도 그 자와 이야기 정도는 해볼 수 있겠지.'
이 판에 난데없이 끼어든 그 존재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야겠다.
========== 작품 후기 ==========
대폭 수정을 했습니다. 내용전개가 많이 달라졌으며 설정오류에 사과드립니다. 집중하여 앞으로 이런 실수가 없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