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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검신-975화 (972/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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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지혼(四神之魂)

이광이 왜 여기 있지?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인간이 와 있는지라 나는 당혹감을 강하게 느꼈다. 내 좌우에 서 있는 망량과 제갈부는 크게 당황하지는 않은 듯 했으나 그들 또한 눈에 이채를 띄고 있었다. 황연 대장군은 이광과 구면이라서인지 별다른 표정변화가 없었다.

이광은 잠시 숨을 고르더니 말을 이었다.

" 저 이광은 전 황조의 선대황제가 임명한 네 명의 사신(四神) 중 하나인 청룡(靑龍)으로 본디 황궁 어림군의 총사범이라는 직책과 겸직을 맡고 있었사옵니다. 청룡이 하는 일은 황궁의 수호와 밀명의 수행이었나이다."

" ... 알고 있다."

청룡의 역할에 대해 설명한 이광이 말했다.

" 폐하, 감히 전 청룡으로써 여쭙고 싶습니다. 새로운 황실에서도 사신위(四神衛)를 유지하실 생각이시라면, 저의 문하제자를 그 자리에 추천할 수 있겠습니까?"

" ......"

나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 문하제자 추천... 당연히 진소청과 극호일테지.'

설마 이광은 사신위 자리 때문에 자신의 제자들을 황궁에 집어넣으려고 찾아왔다는 말인가?

' 정말?'

일단 명분은 확실해 보였기에 나는 이광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사실 이광을 쫓아내려 한다면 그저 사신위를 재결성할 생각이 없다면서 이광을 내보내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이광이 그렇게 단순한 인물일 리가 없었기에 나는 어찌해야할지 고민을 했다.

그 때 옆에 서 있던 망량이 내게 순어구를 썼다.

[ 이광의 성격상 내가 섣불리 대신 이야기하면 트집을 잡을 것 같군. 일단 백웅, 그의 제안을 긍정하고 받아들이시오.]

망량이 저렇게 말한다면 일단 믿는 수밖에 없다.

나는 서서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 그대 말대로 사신위는 유지할 생각이다. 그대의 문하제자를 청룡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 허나 그 실력은 어떻게 검증해야 할까."

이광은 내가 그렇게 말할 줄 알았다는 듯 말했다.

" 저의 두 제자는 기존의 사신위와 겨루어도 충분히 그들을 제압할 수 있사옵니다. 그들과 비무를 시켜봄이 어떠시겠습니까?"

" 으음..."

이광이 아주 공손한 말투로 말했다.

" 새로운 황실을 위하여 우수한 인재를 추천하고자 이 자리에 왔나이다."

기존의 사신위라고 한다면 청룡을 제외한 주작, 백호, 현무를 일컬었다.

당연히 주작인 제갈유룡은 세상에 나올 수가 없었으므로 백호와 현무를 염두에 두고 이광이 오늘 나를 찾아온 듯 싶었다. 나는 어차피 망량이 받아들이자고 했던 참이었으므로 그리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이광에게 딴지를 걸었다.

" 네 제자들이 사신위를 이길 수 있다 하더라도 그 자리는 단순히 무력만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결국 기존에 있던 청룡의 한 자리만을 줄 수밖에 없는데 그대의 제자들은 두 명이나 되는군."

" 그 때는 두 제자를 겨루어 더 우수한 자에게 자리를 주는 게 어떠시겠습니까."

" ......"

진심인가?

대체 무슨 생각이지?

나는 이광의 다음 말을 도저히 예측할 수가 없었기에 약간 혼란을 느꼈다. 다짜고짜 이광이 무력으로 갈아엎으려 한다면 충분히 제압할 자신이 있었으나 그는 현재 심계를 써서 모두가 보는 앞에서 접근해버렸다. 내게 이광을 이길 힘이 있다 해도 황제가 직접 싸움질을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나는 이광을 물끄러미 쳐다보았으나 그의 눈빛은 전혀 변함이 없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 흠. 진소청과 극호의 현재 실력을 볼 수 있는 기회야. 어디 해 볼까.'

나는 이윽고 입을 열었다.

" 사신위 백호, 현무. 저 자들과 대련을 준비하도록."

" ......!!"

조정 말석에 시립해 있던 백호와 현무가 흠칫했다. 그들은 각기 금의위의 수장이자 동창제독이었기에 조정에 참여할 자격이 있었는데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인지 당혹한 기색이었다. 그리고 백호가 급히 이광 옆에서 내게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 폐하, 통촉해주시옵소서!!"

" 뭐가 문제인가 백호."

" 저 청룡이란 자는 과거 큰 문제를 일으켜 황실에서 내쫓겼던 자입니다. 그런 무뢰배가 추천하는 강호의 무뢰한과 섣불리 손을 섞는 것조차 언어도단! 저 자들이 대련을 빌미로 흉측한 계략을 꾸민다면 폐하의 호위를 담당하는 저희에게는 큰 문제가 됩니다."

백호는 노회한 정치꾼의 자질도 있는지 아주 잘 둘러대었다. 하지만 나는 백호의 사정을 봐줄 생각이 없었기에 무덤덤하게 말했다.

" 두 번 말하지 않겠다. 대련에 응하라."

" ......!!"

백호와 현무는 어쩔 도리가 없음을 알았는지 체념한 듯 했다.

그리고 잠시 후 조정의 업무가 일시적으로 파하고 모두가 황궁연무장으로 향했다. 연무장에는 네 명의 고수가 차례로 싸우게끔 연무대가 세워졌고 나는 상석에서 관람하게 되었다.

' 항상 직접 싸우는 입장이다가 구경하게 되니 기분이 묘하군.'

나는 연무대에 올라가는 극호와, 그를 맞상대할 백호를 보자 내심 어느 쪽이 유리할지를 판단해보기로 했다. 극호와 백호가 먼저 싸운 후 진소청과 현무가 연달아 싸우게 될 듯 했다.

' 이 시점의 극호라면 절정수위를 뚫고 초절정에 갓 진입한 실력이지. 단순한 무공수위라면 현재의 백호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은데... 내공으로는 백호가 훨씬 유리할 것이고 극호는 멸혼보의 오의를 이용해서 내공의 불리함을 이겨내려 하겠지. 치열한 싸움이 되겠군.'

기억에 따르면 다소 팽팽한 대결일 거라 예측하던 나는 문득 눈썹을 꿈틀거렸다.

' 응?'

왜냐하면 극호가 대련 전에 몸을 푸는 짧은 움직임에서 범상치 않은 무언가를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 무언가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었지만 내 무인(武人)의 감에 큰 자극을 주었다.

극호가 압도적으로 이길 것이다.

잘은 모르겠지만 그런 게 느껴졌다.

' 어라? 왜지?'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상식적으로 그렇게 생각할 이유 따윈 없는데 감이 그렇게 말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윽고 심판의 호령이 울려퍼졌다.

" 대련 시작!!"

타닷

호령과 함께 백호가 자신의 권(圈)에 강기를 불어넣으며 극호에게 쇄도했다. 백호 또한 강호에서 초절정고수라 불리는 실력이니 웬만한 문파의 장문인보다 강했고, 그런만큼 단순한 일초도 일반인의 눈에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빨랐다. 물론 지금 내게 있어서는 백호따위 일 초 만에 죽일 수 있는 놈이지만 어쨌든 강호에서는 보기 드문 강자인 것이다.

키리링

백호의 절초가 쏟아지며 다섯 개의 환강(幻罡)이 일렁이며 극호의 몸 주위를 감쌌다. 저 환영강기 중에서 실체를 파악하지 못하면 온몸이 찢기게 되는 절초였다. 그리고 극호는 내 예상대로라면 멸혼보를 써서 환강을 피해내며 반격하게 될 것이다.

쉬익

' 호오?'

하지만 극호는 내 예상과 달리 멸혼보를 쓰지 않고 정면으로 창을 휘두르며 백호의 절초에 맞섰다. 보통 저렇게 정면대결을 하면 내공이 높은 사람이 크게 유리하기 때문에 무예의 경지는 높아도 내공이 낮은편인 극호에게는 불리했다. 백호는 수십 년 간 내공을 쌓아온 초절정고수이기 때문에 이번 일초의 교환은 백호에게 무조건 유리해지는 게 정상이었다.

까강!!

백호의 권과 극호의 창이 허공에서 불꽃을 튀기며 부딪히는 순간이었다. 극호의 창이 갑자기 환영처럼 흐르듯이 움직이더니 백호의 손을 감아치듯 상대의 급소를 찔렀고, 백호는 뜻밖의 움직임에 당황했는지 살짝 몸을 뒤로 물렸다. 그리고 극호는 그 순간 오의를 시전했다.

뇌공섬(雷空殲)!

" ......?!"

뭐야?!

쿠콰콰쾅

극호의 뇌창이 엄청난 기세를 발하며 강기의 파도를 일으키는 듯 했다. 그 기세를 이기지 못한 백호는 최소한의 방어만 하며 회피했으나 결국 이겨내지 못하고 튕겨져 나가고 말았다.

" 으아아악."

쿠웅

땅바닥에 백호가 떨어져서 기절했다. 뇌력(雷力)에 살짝 익어서 기절한 백호는 의식이 사라진 듯 했다. 아무리 백호라 해도 뇌공섬에 당하면 일격에 쓰러지는 게 정상이었다. 나는 그 순간 놀라서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날 뻔 했다.

' 뇌공섬...!!'

이광의 비기이자 오의.

그리고 성명절기!

저 뇌공섬은 엄청난 위력을 갖고 있는 의념절기이기도 했기 때문에 나는 과거에 뇌공섬을 파해하려고 부단한 노력을 한 적이 있었다. 실제로도 강호에 존재하는 무수한 절학 중에서도 뇌공섬을 정면으로 상대할 수 있는 건 거의 존재치 않았다. 그런 막강한 오의를 설마 극호가 사용하다니!

' 이광이 극호에게 뇌공섬을 전수했단 말인가? 하지만 과거엔 극호가 뇌공섬을 몰랐어!'

현 시점에서 이광이 제대로 뇌공섬을 전수한 것은 오로지 진소청 뿐이었고 극호에겐 전수하지 않았다. 아무리 같은 유파의 제자라지만 성명절기의 전수에 있어서는 직전제자와는 다른 취급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설혹 뇌공섬을 전수했다 하더라도 어떻게 이리도 빠른 시일 내에 터득할 수 있단 말인가?

지금은 전생한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기껏해야 일 년도 되지 않는 시점이었고 그나마도 내가 제대로 황제활동을 한지는 한달도 되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도 극호가 뇌공섬을 익히는 이변이 일어난 건 분명히 희한한 일이었다.

내가 놀라고 있을 때 대결이 이어졌다.

이번에는 진소청과 현무의 대결이었다.

" 대결 시작!"

현무는 새하얀 얼굴에 가득 짜증을 피우고 있었다. 그 또한 백호와 무공수위가 크게 다르지 않았기에 이 대결에 불안감을 느낌과 동시에 새파란 애송이에게 당해서 체면이 추락할 염려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쐐액

그래서인지 현무는 시작부터 살초(殺招)를 운용하는 듯 했다. 결코 시범대련에서 써먹을 만한 게 아닌 초식이 그의 손끝에서 펼쳐졌고, 마치 인간의 살점을 낱낱이 도려내는 듯한 지강(指罡)이 발출되었다.

끼깅

그리고 진소청은 현무의 살초가 날아오자 적당하게 삼 초 정도는 피해냈다. 그 움직임이 너무 여유로워서 마치 선배에게 삼 초 정도는 양보하겠다는 뜻으로 보였다. 현무가 독이 올라서 외쳤다.

" 이 애송이가!! 감히 나를 무시하는 거냐!"

" 딱히 그런 건 아니오만..."

쐐애액

쐐액

현무의 궁중무공인 현음도화장(玄陰桃花掌)이 허공을 계속 헛쳤다. 얼핏 춤을 추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저 진소청이 모조리 종이 한장 차이로 피해내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십여 초 정도가 지지부진하게 이어지다가 문득 진소청이 지루한 표정을 지으며 창을 고쳐잡더니 크게 내질렀다.

찰(扎)!

퍼벅

" 허어억..."

현무의 강기가 허공에서 분쇄됨과 동시에 현무의 인중 바로 앞에 진소청의 창극이 멈춰섰다. 그리고 진소청의 창이 일으킨 바람이 한 차례 현무의 뒤통수에 후웅 하고 불어닥쳤다. 누가 보아도 진소청이 일격에 현무를 없앨 수 있었는데도 봐준 상황이었다. 현무가 힘없이 주저앉자 심판이 외쳤다.

" 진소청, 승!"

나는 그 모습을 보자 침음성을 흘렸다.

' ... 초절정에서도 최상위의 문턱을 밟았다...'

나는 절대지경에 올랐기에 진소청의 일 초만 보아도 그의 실력을 판별할 수 있었다. 진소청은 극호처럼 뇌공섬을 쓰지 않아도 현무백호 수준 정도는 가볍게 찜쪄먹는 수준이 된 것이다. 순수한 무력수준이라면 이미 강호에서 상대할 자가 몇 없는 수준이 된 것이리라.

이해가 안 된다.

'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내가 흑요석을 통해 무예기억을 청룡무관 고수들에게 전해준다면 저 정도의 성장세도 가능하다.

그러나 나는 이번 생에 청룡무관에 아예 관여하지 않았으며 흑요석도 준 적이 없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아무런 변인도 없이 진소청과 극호의 무위가 저렇게까지 극적으로 성장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그 말은 한 가지 사실을 의미한다.

누군가가 나를 방해하고자 청룡무관에 개입했다.

' ... 제압해야겠어!'

나는 지금이라도 내가 직접 손을 써서 청룡무관의 세 고수를 제압하고 이혼대법이라도 써야한다는 충동에 시달렸다. 내가 직접 달려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아무리 지금의 진소청이라도 쉽게 이길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마음을 먹고 뿌득하고 용상의 손잡이를 잡는 순간, 뒤에 서 있던 망량이 조용히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는 순어구로 말했다.

[ 참으시오, 백웅. 그냥 인정하시오.]

[ 무슨 소리요?! 저건 누가 봐도 외력(外力)이 개입한 거요. 그들의 배후를 알아봐야겠소.]

[ 이 자리에서 저들을 붙잡아서 배후를 알아낼 수 있는 힘이 있는 건 백웅 당신 뿐이오. 그러나 당신이 직접 나선다면... 고작 저 자들 붙잡자고 세상의 전면에 당신의 힘을 노출시키게 되는 것이오. 그건 피해야 하오.]

[ ......]

[ 백련교주와 호법사자를 움직여서 어떻게든 해 보겠소. 양지의 자리에서는 섣불리 움직이지 마시오.]

망량의 말이 맞다.

이윽고 이광이 내가 관람하는 상석 근처로 와서 포권을 하며 말했다.

" 폐하. 제 제자들의 실력이 어떻사옵니까?"

" 아주 훌륭하군. 청룡의 자리를 줄 만 하다."

" 감사하옵니다."

이광의 태도는 아주 공손해서 흠잡을 데가 없었다. 나는 그 말끔한 태도조차도 철두철미한 계산이란 걸 알고 있었기에 왠지 짜증이 났다. 그래서 심술궂게 말을 했다.

" 헌데 짐이 전 황조를 무너뜨리고 새 황실을 세웠는데도 전대청룡으로써 화가 나지 않는가?"

" ......"

" 뻔뻔하게 여기까지 찾아와서 사신위로 자기 제자를 넣어달라... 제자에 대한 애정이 전 황조에 대한 충성보다 앞선 것 같으니 스승의 귀감이구나."

내가 비꼬는데도 이광은 표정변화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는 뜻밖의 표정을 지었다.

빙긋

" ......!!"

우, 웃는다고?!

그의 역린인 황조의 충성을 건드렸는데도...?!

내가 이광의 웃음에 내심 충격을 받자 이광이 껄껄 웃었다.

" 제 스승의 기량을 인정해주시다니 폐하의 은덕에 감읍할 따름입니다. 황제폐하 만만세!"

" ......"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게 내가 알던 이광이 맞는 건가...?

십수 년 이상 보아왔던 이광이라고는 믿을 수 없다. 혹시 조종당하거나 세뇌당한 것인가? 하지만 그렇다기에는 위화감이 하나도 없다. 그게 아니라면 설마... 자신의 역린에 상처를 새길지라도 꾹 눌러참을 정도의 인내심을 발휘하고 있는 것인가? 나조차도 헷갈릴 정도라면 그 누구도 지금의 이광을 보고 과거의 본질을 알아차릴 수는 없으리라.

이윽고 진소청과 극호가 청룡의 자리를 걸고 일전을 겨루었다. 극호 또한 강해지긴 했지만 진소청과는 명백한 경지차이가 있었기에 약 백 팔십 초 정도를 겨룬 후 진소청의 승리로 마감되었다. 일종의 시험이었던 모양인지 그들은 가식이 아니라 진짜로 겨룬 모양이었다.

나는 진소청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 전 황조에 충성을 바쳤던 이광의 명성을 생각하여, 짐은 그 제자이자 기량을 증명한 너 진소청을 신임 사신위의 청룡으로 임명하겠다. 받아들이겠는가?"

"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그렇게 간소한 청룡의 임명식이 끝난 후 극호와 이광은 곧장 돌아갔다. 나는 순어구를 통해서 망량에게 말했다.

[ 백련교주에게 연락해서 저들을 붙잡으라 하시오.]

[ 그것도 좋겠지만 아직 석연치 않소. 우선은 백련교주에게 감시를 청하는 게 나을거라 생각하오.]

[ 흠... 그리 하시오. 진소청은 어떻게 하는 게 좋겠소?]

[ 섣불리 손대거나 접근하려 하지 마시오.]

망량이 단호하게 말했다.

[ 지금 이 상황은 이광이 우리에게 계책을 걸어온 것이오. 진소청이 독 안에 든 쥐처럼 보여도 그것 자체가 포석이며 노림수일 수 있지. 그에게 자식과도 같은 진소청을 적지에 보내는 이광이 어떤 심계를 부렸을지 예측할 수 있소?]

[ ......]

[ 먼저 움직이는 건 하책이오. 우선은 그를 지켜보고 평범하게 사신위의 일원으로 대해주시오.]

[ 알았소.]

나는 망량의 말대로 하기로 했다.

그리고는 다음 날부터 진소청의 사신위 생활이 시작되었고, 그에게는 종전의 이광이 지니고 있던 어림군 총사범의 직위를 함께 내려주었다. 진소청의 기량은 충분히 증명되었기에 거기에 이의를 제기하는 자는 없었다.

그리고 약 한 달 가량 별 일 없이 시간이 흘러가고 있을 때였다.

" 백련교주에게서 연락이 왔소."

망량이 몰래 나를 불러서 말했다. 내가 물끄러미 그를 쳐다보자, 그가 말했다.

" 그 동안 모든 백련교의 힘을 동원해서 청룡무관을 감시하고 있던 중이었는데 드디어 수상한 자가 청룡무관에 접촉을 시도했다 하오."

" 그렇군. 그게 누구요?"

" 아직은 알 수 없다고 하오. 인상착의조차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들어간지라."

" 흐음."

망량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 이제 움직입시다. 이광을 움직인 배후가 누군지 알 수 있는 기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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