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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검신-972화 (969/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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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지혼(四神之魂)

파앗

나는 성진과 함께 백련교에 도착했다. 그리고 성진과 이야기했던 내용을 동료들 모두에게 흑요석으로 공유하려 했는데, 문득 제갈사가 제지하고 나섰다.

" 잠깐. 기다려라."

" 왜?"

제갈사가 말했다.

" 네 흑요석에는 아직 상당한 암기(暗氣)가 남아있다. 꽤 중화를 시켰다고 하더라도 탁기가 쌓이면 물이 썩듯, 예전처럼 함부로 여러 번 기억전송을 하는 건 위험하다. 내성이 없는 경우 마기가 골수에 스며들 위험이 늘 존재하는 것이다."

" 으음. 그럼 말로 설명을..."

" 아니, 이런 경우에는 미리 정신보호의 술법을 걸어야한다는 말이다. 그럼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지."

우웅

이윽고 술법이 시전되자 나는 그제서야 흑요석으로 기억을 전송했다. 그리고 모두에게 기억이 들어가자, 나는 귀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 으음... 암기를 완전히 지워버릴 방법을 연구해야겠군.'

기억전송은 여러번 하게 될지도 모르기에 내가 고민하고 있을 때 백련교주가 말했다.

[ 성진. 수신류의 고문서를 통해 당신의 존재는 이미 알고 있었다. 허나 내가 알고 있던 것과는 좀 다르군...]

성진은 백련교주 독고운천을 힐끔 쳐다보았다.

" 어떻게 다르지?"

[ 당신은 아직 완전히 비밀을 털어놓지 않았다는 말이다... 특히, 사대신기에 관해서.]

" ......"

[ 백웅이 사대신기를 증명했음에도 그걸 복종의 근거로 삼지 않았던 이유... 그리고 종말의 거룡 때 대란으로 인해서 사대신기가 소실되었던 당시의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았다.]

어?!

그러고보니!

내가 성진을 쳐다보자 백련교주가 말을 이었다.

[ 아직도 백웅을 이용하고싶은 마음이 남아있는 건가...]

" 아니. 그 이야기도 하려 했다. 다만 지나치게 이야기가 늘어지기 때문에 여기에 직접 와서 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을 뿐."

그렇게 대꾸한 성진이 말했다.

" 주능통의 고제자(高弟子)의 사제가 바로 여동빈의 회상에서 등장했던 이군악이다. 그 당시는 백련교의 최전성기였지. 그리고 거룡의 난이 일어났을 때 알다시피 사대신기가 소실되었지만, 그 일은 신녀(神女)가 예측했던 일이었다."

[ ......]

" 독고운천 너도 알고 있겠지만, 신녀는 백련교가 사대신기를 희생시키며 거룡의 손에서 현세(現世)를 구원하면 결국 후생에 강림할 미륵에게 더 이득이 된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사대신기는 외우주로 튕겨나가 소실되었지. 또한 호법사자와 교주가 전멸하여 사대신기는 언젠가 되돌아올 것이라는 신녀의 예언만이 남았다..."

[ 알고 있다.]

" 너는 거기까지밖에 모르는 모양이지만."

[ 무슨 의미인가?]

성진은 약간 썩은 표정을 지었다.

" 나 또한 그 결전을 먼 곳에서 천리안의 술법으로 관측하고 있었다. 그리고 결전의 막바지에 여동빈이 죽고 난 후 혼돈의 바다에서 [가면]이 모습을 드러내는 걸 볼 수 있었지..."

[ ......!!]

백련교주는 물론이고 듣고있던 나 또한 놀랐다. 그런 일이 있었다고?!

' 하, 하긴 여동빈은 그 시점에 이미 죽었기 때문에 이후의 일은 못 봤어...'

성진이 하는 말이 크게 틀린 점은 없었다. 성진은 자리에 앉아서 눈을 빛냈다.

"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나? 팔부신중 거룡은 외우주 출신이긴 하지만 어쨌든간에 혼돈의 거체를 현실에 구현화시켰다. 거룡의 몸에 박혀있던 사대신기는 그럼 거룡의 소멸과 함께 은하계 저편으로 날아갈지언정 현실에 고스란히 존재해야 한다는 뜻이다."

[ 으음.]

" 그러나 사대신기는 우주 수십억 광년 너머에 있는 외우주의 장벽을 넘어가 버리고 말았지. 이건 근본적으로 말도 되지 않는 일."

좌중에 잠시 충격이 감돌고 있을 때, 성진이 말을 이었다.

" 사대신기가 앞으로 자기 일에 방해될 거라 생각한 건지는 몰라도 거룡과 여동빈이 사망함과 동시에 자신의 화신을 그 장소에 출현시켜 외우주로 날려보냈겠지."

[ ... 귀하는 그 일에 [기어오는 혼돈]이 관여했다, 라고 보는 것인가?]

" 틀림없다."

성진이 나를 힐끔 보더니 말했다.

" 사악한 혼돈의 귀계에 의해 외우주로 날아간 사대신기가 멀쩡히 이 세계로 돌아왔다면, 당연히 상대가 [기어오는 혼돈]의 부하일 거라고 생각하게 되지 않겠는가? 난생 처음보는 놈이 뇌신류의 종사가 되겠답시고 설치는 걸 어떻게 [미륵]이라고 단번에 믿어버릴 수 있겠는가."

[ 그렇겠군. 납득했다.]

백련교주가 말을 이었다.

[ 당신 입장에서 사대신기가 전생자에 의해 복귀할 것이라고 쉽게 상상하긴 힘들겠지.]

" 더 궁금한 점이 있는가?"

[ 사대무류의 창시자 호월 교주의 행방을 찾지 못했다고 했는데 아직도 그의 행방에 대해 짐작가는 점이 없는가?]

성진은 죄책감 가득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 ... 나는 세계 전체를 뒤지고 다녔다. 그러나 찾지 못했다... 더 이상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망량이 말했다.

" 이야기를 정리하자면 우리가 이제부터 해야할 일은 두 가지로 축약되겠구려."

" 망량. 두 가지라면 어떤 것이오?"

내 반문에 망량이 입을 열었다.

" 첫째. 호월 교주의 행방을 찾는 것. 둘째, 황우(黃牛)의 의도를 알아내는 것."

" ......"

" 첫째는 전국옥새를 이용해서 바로 시도해 보면 될 것 같소. 전국옥새의 결계를 풀 준비를 해야하니 사제를 데리러 갑시다."

" 잠깐, 망량. 황우라 한다면 달마의 셋째 제자이자 성진의 사형이 아니오? 그 자의 의도를 알아내는 게 중요한 일이오?"

" 그렇소."

망량은 팔짱을 끼며 말했다.

" 황우라는 자는 달마가 진공가향을 이루기 전에 탈주하여 난데없이 장백산의 신시로 갔소. 그리고 단(檀)의 일족이란 게 되었으며 이전 사형제들의 모든 귀환요청을 무시해 버렸소. 여기까지가 성진의 말에서 알아낼 수 있는 사실."

" 흠."

" 그러나... 백웅. 그 사실을 알고 있소? 당신이 28번 전생하는 동안 아직까지 단의 일족이란 게 무엇인지 구체적인 정체는 전혀 알고있지 못하다는 사실을."

" ......"

불편한 진실이다. 나는 헛기침을 하면서 말했다.

" 십이율주가 워낙 비밀주의인데다가 단의 일족에 대해 알아내기보다는 더 중요한 일이 많았소."

" 당신 말대로요. 지금까지는 그게 뭔지 궁금하긴 했어도 굳이 알아내야 할 필요성은 없었지. 하지만 달마의 제자가 단의 일족에 몸을 담구고 있다는 걸 알게 된 이상 이제부턴 적극적으로 알아내는 게 좋소."

그렇게 말한 망량이 성진에게 물었다.

" 성진. 혹시 삼사를 대면했을 때 그들이 자신의 주군인 십이율주에 대해 언급했소? 당신이 십이율주에 대해 알게 된 건 언제부터요."

망량의 물음에 성진은 선선히 대답했다.

" 그 당시에는 그들이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았기에 십이율주에 대해 알지 못했다. 내가 그 실체를 짐작하게 된 것은 난양공주(蘭陽公主) 이소화(李簫和)의 일로 반도에 들를 일이 있었는데, 그 때 삼사는 물론이고 모든 삼국(三國) 정재계의 실력자들이 어떤 존재에게 복종하고 있는 걸 알게 되었다."

" 난양공주 이소화라면... 당나라 시대의 인물이구려. 그 때라면 고려가 성립하기 이전의 삼국시대일 터인데 그 때도 반도의 십이율주가 전권을 잡고 있었단 말이오?"

" 그렇다. 아니... 그 이전부터... 수천 년 동안 십이율주란 존재는 그 대지의 주인이었을지도 모르지."

" 당신은 황우에 대해 석연치않음을 느꼈을 터인데 십이율과 단의 일족에 대해 캐내며 조사하지 않았단 말이오?"

성진이 한숨을 쉬었다.

" 너희도 알고 있을 텐데. 곁가지를 캐는 일은 가능할지 몰라도 장백산의 신시에는 천계조차 간섭하기 힘든 최강의 결계가 쳐져 있으며 그 장소에서 삼사와 십이율주의 역량은 엄청난 경지에 이르게 된다. 단의 일족이란 자들도 하나같이 어마어마한 자들이었다. 나 하나의 힘으로 섣불리 놈들을 건드리다가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가 없었다."

" 겁이 많구려."

" 나는 전생자가 아니다. 그리고 십이율이 당장 세상에 해를 끼치는 게 없었기에 괜한 일에 끼어들어 죽을 위험을 피했을 뿐. 또한 말은 그렇게 해도 십이율에 대해서 기본적인 건 다 조사해두었다. 귀혼일파를 움직여서 십이율 문파와 반도의 강자들에 대해서는 조사해 두었으니 나중에 자료가 필요하면 말하라."

" 십이율주의 무예, 천의무봉(天衣無縫)의 경지가 백련교에서 말하는 신무(神武)일 가능성은?"

" 나는 알 수 없다. 무인이 아니니까."

" 알았소."

거기까지 성진을 추궁하던 망량이 좌중을 둘러보며 말했다.

" 이래저래 이번 생에서는 십이율과 충돌하게 될 것이 분명하오. 우리는 모두 마음의 준비를 합시다."

다들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망량이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그건 이미 기정사실이 되어있는 듯 했다. 나는 십이율과 조만간 부딪힐거라 생각하니 마음이 복잡해졌다.

' 십이율주 그 놈은 대체 뭘 숨기고 있는거지...'

망량이 옆에서 듣고 있던 아베노 세이메이에게 말했다.

" 아니지. 사제를 굳이 부를 게 아니라 당신이 같이 가 주시오. 당신과 성진이 술법력을 합친다면 충분히 전국옥새의 결계를 깰 수 있을 것이오."

" 알았다."

" 망량. 천우진을 부르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오?"

망량은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 백웅. 사제는 본래 당신이 전생자가 아니었다면 이 세상의 인과율에 끼어들 일이 거의 없는 존재요. 그가 우리 일에 끼어들어서 그다지 좋은 일을 겪은 적이 없었기에 이번 생에서는 가능하면 덜 관여되게 하고 싶소."

" ......"

나는 망량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 알았소."

내 입장에서야 천우진을 실컷 부려먹으면 편하지만 망량의 입장에서는 하나뿐인 사제가 들들 볶이는게 마음이 편치는 않으리라. 그리고 천우진에 필적하는 성진, 아베노 세이메이가 아군으로 들어왔으니 그의 일을 줄여주고 싶을 것이다.

파앗

나는 성진과 아베노 세이메이를 데리고 가서 황궁 지하에 있는 전국옥새의 결계를 파해했다. 역시 그들은 인간세상 최강급 술법사이기 때문인지 몇 번 의견을 교환하더니 가볍게 결계를 분쇄하는 듯 했다.

나는 안으로 들어가서 전국옥새를 손에 넣은 후 바로 검색기능을 사용했다.

[ 호월 검색 중... 검색결과, 125건입니다.]

" 뭐? 그렇게 많아? 설마 동명이인(同名異人)인가?"

[ 네.]

" 제길. 검색조건에 '천 년 이상 살아온 자', '남성', '무공고수'를 추가시켜."

[ 검색하겠습니다.]

잠시 후 전국옥새가 대답했다.

[ 검색결과, 0건입니다.]

" ......"

늘 생각하는 거지만 왜 이 녀석은 정말 중요한 건 하나도 찾아내지 못하는 걸까? 나는 의심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 정말 호월이 이 세상에 없단 말인가?"

[ 그렇습니다. 이 지구에는 존재치 않습니다.]

" 음. 제기랄. 우희를 찾을 때 같..."

나는 투덜거리다가 문득 뭔가를 깨달았다.

" ......"

설마 이번 일도 [기어오는 혼돈]의 계략과 관계있는 건가?

그렇게 생각하자 오싹한 느낌이 들었다. 우희의 때도 결국 그녀의 존재 자체가 혼돈이 항우를 농락하는 것이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그리고 전국옥새는 [기어오는 혼돈]이 관여한 일에서는 제대로 된 검색결과를 내지 못했는데, 달리 생각하면 그 놈이 처음부터 전국옥새의 존재를 의식하고 일부러 찾아내지 못하게끔 의도하고 있다는 뜻도 될 수 있었다.

' 호월은 황우를 찾아가다 실종되었다. 그렇다면...'

누군가가 미리 호월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다가 혼자가 될 때를 노려서 습격했다는 게 가장 일리있는 가설이다.

나는 전국옥새의 결과와 내 추측을 망량에게 말했다. 망량은 고개를 끄덕였다.

" 일리있는 추측이오."

" 망량. 호월을 어찌 찾아야겠소?"

" 전국옥새로 찾지 못했다면 이제는 선지자를 찾아가서 호월의 행방에 대한 정보를 사야겠지. 하지만 지금 당장은 그럴 단계가 아닌 듯 하구려."

" 그럴 단계가 아니라니?"

" 아직 당신은 전생 초기에 놓여 있소. 그리고 보물으로 보물을 모아서 불려나가는 단계. 좀 더 칠요와 각종 보물을 수습하고 동료를 강화시키는 게 낫소. 여유가 생겨서 선지자와 거래를 시도해도 늦진 않단 말이오. 그리고..."

" 그리고?"

" 정말로 [기어오는 혼돈]이 호월의 실종과 연관되어 있다면 우리가 그 행적을 캐내려는 행동 자체가 그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오."

" 으음..."

망량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 달마도 놈의 계략에 빠져서 영겁토록 소멸당하고 말았다...'

아직까지 그 놈이 전생자를 찾아내려는 시도를 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는 이상 섣불리 세상의 전면에 내 모습을 드러내는 건 좋지 않았다. 나는 망량의 말에 납득하고는 말했다.

" 그럼 이젠 내가 뭘 하면 되겠소?"

" 성진이 우리 편에 합류했으니, 그를 통해서 귀혼일파의 무공과 술법을 먼저 수습하시오. 배우는 게 남는 것이오."

" 알았소."

" 당신이 수련을 하는 사이에 우리는 황제가 될 준비를 끝마치도록 하겠소."

" 칠요는 아직 모으지 않아도 되는 것이오?"

망량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 굳이 할 필요 없는 질문 같군. 월요든 화요든 이제 우리는 하루만에 모을 수 있겠지만, 천계나 삼황오제가 칠요의 변동에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반응하지 않소? 은인자중하기로 했으니 칠요는 섣불리 모을 필요가 없소. 일단은 할 수 있는 일부터 합시다."

" 좋소."

나는 망량의 계책에 따르기로 했다. 그리고 백련교에 귀환한 성진에게서 귀혼일파의 무공과 술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성진이 말했다.

" 백웅이여. 내가 귀혼일파의 수장이긴 하지만 그 모든 일맥의 비전(秘傳)을 모두 아는 것은 아니다. 우리 일파의 전승자들을 모아올 시간을 다오."

" 알겠소. 얼마나 걸리겠소?"

" 한 달 정도면 족할 것이다."

성진은 그 말을 남기고 떠났다. 그리고 나는 백련교에서 일단 대기하면서 이제 내가 뭘 해야할지를 생각해 보았다.

' 음... 백련교주랑 대련이나 할까?'

하지만 이제 와서 대련을 한다고 크게 뭔가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는 예감이 든다. 무(武)로 한 단계 올라섰지만 그만큼 더 높은 벽이 위에서 나를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나는 뭘 해야할지 곰곰히 생각하다가 문득 좋은 생각이 들었다.

" 그래...!!"

흑웅을 되살려야겠다!

' 한 달동안 흑웅을 되살려서 음신지력의 통제력을 손에 넣자!'

비록 이번에 약간 음신지력의 총량이 깎이긴 했지만 그 정도는 나중에라도 회복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나는 대성한 음신지력의 통제력을 얻는 게 더욱 중요한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수련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변이 닥쳐온 것은 수련을 시작한지 사흘째 되는 날이었다.

" ......?"

이상할 정도로 수련이 진전되지 않는다. 예전에는 차츰 통제력을 얻어가는 게 피부로 느껴졌지만 이번에는 아예 음신지력이 반응을 하지 않았다. 나는 기분탓이라 생각하고 매일매일 수련에 몰두하기로 했다.

그리고 한 달 후 -

" 백웅. 귀혼일파의 전승자와 원로 다섯 명을 데리고 왔다. 이들과 함께 네게 귀혼일파의 비전을 가르쳐 주겠다."

" ......"

" 왜 그러는가, 백웅."

성진이 전승자들을 데리고 왔지만 나는 대답할 기운이 없었다.

아무리 수련을 해도 흑웅이 나타나지 않는다.

나는 음신지력을 통제하는 수련을 했는데도 흑웅이 형성되지 않는 상황을 일단 성진에게 의논했다. 성진 또한 천여 년 이상 살아온 대술법사이기에 내 상황에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성진은 차분하게 듣다가 말했다.

" 천우진에게서 배운 수련법은 오차없이 그대로 실천했는가?"

" 그래. 그런데도 안 나와."

" 잠깐 너희들은 나가있어라."

성진이 명령하자 귀혼일파의 고수들이 바깥으로 나갔다. 성진은 잠시 후 내 어깨에 손을 올리고는 주문을 외우며 술법을 시전하는 듯 했다.

우우우웅

성진은 내 몸의 상태를 확인한 후 말했다.

" 음신지력이 소실된 건 아니군. 하지만 그대 말대로 무분별하게 흩어져 있다..."

" 왜 이런 거지?"

" ... 일단 경문을 다시 외워봐라."

" 알았어."

내가 경문을 처음부터 다시 외우자 그는 고민하다가 말했다.

" 천우진, 그가 네게 가르쳐준 것은 술력의 정령화. 고대의 최상급술법... 1499자의 경문암송에도 틀린 점은 없어보이는군."

" 없다고 말했잖아. 틀린 줄 알고 처음부터 다시 꼼꼼하게 외운 적도 많아."

" 본디 이 술법의 원리는 1499자의 경문에 담긴 언령(言靈)이 자연스럽게 신력을 추출해주는 것이다. 그 외의 과정은 언령을 보조하는 곁가지일 뿐이지.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하나 뿐이다."

" 뭔데?"

이어진 성진의 말에 나는 눈을 부릅떴다.

" 언령이 더 이상 네 신력을 통제하지 못하는 것이다. 언령의 힘으로 붙잡기에는 신력이 너무 강해져버려서 정령을 이룰만큼 결집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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