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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검신-966화 (963/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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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지혼(四神之魂)

나는 성진이 갑자기 나타난 것에 적지 않은 당혹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 이... 이 녀석은 그 때 죽었던 게 아닌가?'

만일, 내가 외우주에서 겪었던 게 우리쪽 세계의 역사와 같다면 - 성진을 비롯한 달마의 다섯 제자들은 진공가향 당시에 고대신이 강신해서 사대신기에 갇히는 매개체가 되었다. 그 후에 그들의 의식이 되살아나지 않았으므로 영락없이 사대신기에 흡수된 줄 알았던 것이다.

어떻게 된 거지?

내가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자, 성진이 말했다.

[ ... 기(氣)의 흐름이 크게 바뀌었군. 하지만 그 흐름은 나를 처음 본 자의 반응같지가 않아... 넌 혹시 나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던 건가?]

" 기의 흐름이라고?"

[ ......]

왠지 나를 수상쩍게 여기는 것 같다. 나는 계속 의심의 눈초리를 받으면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단 주제를 바꿔서 대화를 이어가 보기로 마음먹었다.

" 내가 주능통의 진전을 이어받을 수 있었던 이유를 말해 주지. 나는 무신(武神)의 좌(座)에서 신투지존을 만났었는데..."

나는 차분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물론 내가 이야기한 내용은 신투지존이 자신의 후계자에게 걸어놓은 조건, 그리고 내가 그걸 달성한 방법, 신투지존에게 전수받으며 주능통을 어떻게 만났는지 등에 대해서였다.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있던 성진이 말했다.

[ 네 말은 거짓처럼 느껴지진 않는다.]

" 그래. 이젠 네가 내게 말해줄 차례다."

[ 무신의 좌라... 그렇군... 너도 무신에게...]

성진은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 백웅이라고 했던가. 멸혼보의 극성을 이뤄 주능통의 진전을 이어받았다 함은, 우리 귀혼일파를 이끌 자격이 생겼다는 뜻인 걸 알고 있는가?]

" 주능통이 그렇게 말하더군. 어떤 사연이 있는 거지?"

[ ... 주능통은 나와 크게 싸운 적이 있다.]

응?

뜻밖의 이야기에 내가 성진을 쳐다보자 그가 말을 이었다.

[ 나는 사대무류가 시작되었던 이전부터 살아왔고... 또한 강력한 백련교를 만들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은 적이 있다. 그리고 사대무류에 무공 뿐만이 아니라 술법의 힘을 이어주기 위해 나만의 세력을 만들려 했지. 허나 내 움직임은 뇌신류의 종사, 주능통에게 간파되었고 그와 암중모색의 상태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수십여 년을 겨루었다.]

" ......!!"

[ 결국 나는 주능통에게 꼬리가 잡혀서 결투를 하게 되었지. 그리고 주능통에게 패배해서 두 번 다시 사대무류를 어지럽히지 말 것과, 내 계파를 데리고 은둔할 것을 요구받았다.]

" 과거의 당신은 백련교를 자기 손에 넣고 싶었던 건가?"

내 질문에 성진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 그렇다. 하지만 실패했기에 나는 내 계획을 접고 어둠속에서 술법을 전승하는 소수계파의 주인으로 살아왔다. 사대무류의 어둠에 잠들기로 했다.]

" ... 왜 그렇게 술법에 집착하는 거지?"

뭔가 이상하다.

저 녀석은 엄청난 술법사다. 어쩌면 천우진에 버금가거나 그 이상일지도 모르는 실력자였다. 그런 자가 굳이 뇌신류와 사대무류에 집착하며 술법을 악착같이 붙들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세상에 저 놈이 풀려났다면 천하무림을 제패하는 건 일도 아니었을 텐데!

[ ......]

성진은 그 대답은 하지 않았다. 뭔가 그의 본질적인 부분을 관통하는 질문이었던 것으로 보였다. 대신에 말했다.

[ 주능통은 또한 자신이 최강의 신법인 멸혼보를 완성시킨 후인이 등장할 경우, 나와 귀혼일파가 모두 그 자에게 복종할 것을 요구했다. 왜냐하면 그 자야말로 진정한 뇌신류의 종사라 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 흠... 그런가."

[ 네가 멸혼보를 극성으로 터득했으니... 주능통과의 약속대로 네게 전적으로 협력하며 귀혼일파의 모든 것을 이용할 수 있게 해 주겠다. 뇌신류의 종사를 자처해도 인정하겠다.]

나는 상당한 성과라는 걸 느꼈다. 이제야 어둠속에 싸여있던 귀혼일파의 본질에 다가갈 기회를 얻은 것이다. 이제부터 귀혼일파의 역사와 그 진짜 무공, 비기등을 알아낸다면 나는 더욱 앞으로 나갈 수 있으리라.

하지만 나는 기쁘다는 감정보다는 어리둥절한 마음이 더 강했다. 그래서 성진에게 질문했다.

" 성진."

[ 말하라.]

" 당신... 나를 본 적 없나?"

[ ......?]

성진의 얼굴은 산발한 머리카락 때문에 하나도 보이지 않았으나 그가 의아해하는 기색인 건 즉시 알 수가 있었다. 그는 잠시 후 말했다.

[ 없다...]

" 진짜로?"

[ 그렇다. 너같은 놈은 처음 본다.]

아무래도 정말인 듯 하다. 시치미를 떼고있을 수도 있겠지만, 만일에 저 성진이 내가 외우주에서 만났던 그놈이라면 이렇게까지 아무런 티도 내지 않을 수는 없다. 내가 성진을 비롯한 달마의 제자들에게 무공을 전수한데다가 진공가향 막바지까지 함께 했으니 최소한 그 진상을 알아내려고 해야 하는 것이다. 나를 모른체하며 계략을 세우고 있을 수도 있겠지만 왠지 그건 아닌 것 같다.

' 어떻게 된 거지?'

정말로 외우주에서 있었던 일은 거기에서의 일로 완결되었단 말인가?

이 세계와는 별개의 일인 것인가?

나는 곰곰히 생각해보았지만 아직은 결론을 내릴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우선 다른 궁금증부터 해결해보기로 했다.

" 그럼 아까부터 육합전성만 써서 이야기하는 이유가 뭐지? 당신도 설마 수신류 일파처럼 이족이 되어서 인간의 성대를 잃어버린 건가?"

성진은 멀쩡하게 자기 목소리를 내었다.

" 아니. 그저 버릇일 뿐이다."

" 음!"

" 귀혼일파를 어둠속에서 운용하다보면 정체를 숨겨야 할 때가 많았지. 그러다보니 육합전성을 쓰는 버릇이 생겼다."

그리고 나는 그 목소리를 듣자, 좀 굵고 투박해지긴 했어도 과거 내가 기억하고 있던 성진의 목소리와 같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목소리의 유사성을 확인하자 나는 다시금 혼란스러워졌다.

그래서 나는 참지 못하고 성진에게 중대한 질문을 해 버릴 뻔 했다.

' 당신, 진공가향 당시에 그 자리에 있었지?! 그리고 달마의 제자잖아!'

... 하지만 지금 해서는 안 된다.

나는 이 질문을 하는 순간 성진에게 엄청난 의심을 살 거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왜냐하면 아까 성진이 했던 말에서 걸리는 게 있었기 때문이다.

네가 사악한 신의 권속이 아니라는 보장이 없다.

그 말은 저 녀석은 내가 강대한 [옛 지배자], 혹은 외신(外神)의 부하일지도 모른다고 의심하는 중이라는 뜻이다. 또한 그 자들을 주적으로 삼아 활동하고 있다는 뜻이었고, 이 세상 모든 것을 의심하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했다. 그리고 나를 의심하는 한 성진은 결코 진짜 정보를 말하려 들지는 않을 것이다.

' 그냥 흑요석을 성진에게 줄까?'

그게 제일 간단한 방법이긴 하다. 내가 전생자라는 것만 알게 된다면 일은 일사천리로 풀릴 것이다. 그러나 성진의 내력과 진정한 목표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이상 뜻밖의 뒤통수를 맞을 확률도 컸다.

나는 고민하다가 우선 말으로 성진의 의심을 풀어보기로 마음먹었다.

" 성진. 보다시피 나는 바즈라를 소환해서 만질 수가 있다. 사대신기가 마력에 극성이란 걸 알고 있다면, 내가 사악한 신의 수하가 아니란 건 알 텐데?"

" 그래서 널 믿어달란 말인가?"

" 그래. 단순히 귀혼일파를 넘겨주는 것만으론 부족해. 결국 그 세력을 천여 년에 걸쳐 만들어낸 당신이 날 믿는 게 더 중요하지."

내 말에 성진의 산발한 머리카락 사이에서 안광이 번뜩 빛났다.

" 진정으로 사악한 존재는 자신의 손을 쓰지 않고 남의 손을 움직이는 것만으로 계교를 부릴 수 있다... 또한 난 이미 그런 존재를 알고 있다. 직접 당해 봤다. 방법에 따라서는 아무리 바즈라가 태워버리지 않는다 하더라도 악신의 수하일 수도 있다."

" ......"

" 널 진심으로 믿을 수가 없다. 그나마 주능통과 한 약속을 지키려는 건 백웅 네가 사대신기를 회수해왔기 때문이다."

" 사대신기를 회수해온 자조차 믿지 않는다면 당신은 대체 뭘 하고 싶다는 거야?"

" 그건 네가 알 바 아니다."

제기랄! 이렇게까지 나온다는 건가?

나는 내심 부글부글 끓는 기분이 들었다. 그냥 인내심이고 뭐고 성진에게 당장 흑요석의 기억을 쑤셔박고 강제로 설득하는 게 빠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 참자... 더 이상 성급하게 굴면... 놓친 기회 하나 때문에 몇 번을 죽으면서 굴러야 해!'

하지만 나는 한번 더 참으며 말했다.

" 성진! 당신은 진공가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우선 이 질문을 통해서 성진의 뜻을 한 번 떠봐야겠다. 저 놈의 자세부터 확인해야 흑요석을 줘도 될지 말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성진은 진공가향이란 말을 듣자 눈에 이채를 띄더니 대꾸했다.

" 이루지 못한 꿈이지..."

" 무슨 뜻이지?"

" 그러는 너야말로 내게 갑자기 왜 그 질문을 한 거지? 너야말로 진공가향을 뭐라고 생각하는가."

나는 내가 듣고 느낀대로 대답했다.

" 나는 진공가향이 세계의 멸망이자 혼세의 종말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옛 지배자]를 없애버리는 궁극의 의식이다."

" ... 호오..."

" 나는 진공가향이 이뤄져도 좋다고 생각해. 다만 이대로는 안되겠지만."

" ......"

성진의 기색이 명백히 달라져 있었다. 짧은 대화이긴 했지만 내 말이 성진에게 무언가 자극을 준 듯 했다. 그는 잠시 후 말했다.

"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게 무슨 뜻이냐."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 달마가 만든 방식대로 진공가향을 이루려 하면 [옛 지배자]는 사라지겠지만 그보다 상위의 존재인 외신은 멀쩡히 세계를 순환한다. 그래서 외신까지도 없애버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해!"

" ......!!"

성진은 크게 놀란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러더니 넋나간 듯 중얼거렸다.

" 어떻게... 네가 그걸..."

" 성진. 나는 진심으로 이 세상을 어떻게든 구해보고 싶다. 그걸 위해서 뇌신류 뿐만 아니라 내 동료들과 함께 세상을 엎어볼 준비를 하고 있지. 당신도 진심을 다해서 날 도와줬으면 좋겠다."

" 어떻게 진공가향의 진실을 알고 있는가!"

이제 된 것 같다. 나는 성진의 흥미와 신뢰를 일부나마 끌어낸 걸 느끼고 품속에서 흑요석을 꺼내서 그에게 건넸다. 성진이 물끄러미 흑요석을 보자 나는 천천히 말했다.

" 이 흑요석은 기억을 전송하는 술법이다. 당신이 받아들인다면 내 기억을 당신에게 전해주겠다."

" ... 좋다."

" 하지만 하나 약속해라. 내 기억을 전송받은 후, 당신이 알고 있는 걸 사실대로 털어놓고 나를 신뢰해 주기로."

" 그건 내용에 따라 다르겠지."

" 후."

나는 성진에게 흑요석을 건넸고 그가 손에 집었다. 그리고 나는 흑요석으로 기억을 전송했다.

우우웅!!

" ......!!"

성진은 내 전생자로서의 기억을 받아들인 후 잠시 동안 허탈감에 휩싸인 표정이 되었다. 그리고는 말했다.

" 전생자(轉生者)... 설마..."

이어진 말은 나를 더욱 놀라게 했다.

" 백웅 당신이 스승 달마와 같은 존재였단 말인가..."

뭐라고?!

나는 깜짝 놀라서 성진에게 말했다.

" 무, 무슨 소리지? 달마와 같은 존재라면..."

" 그대 생각대로다."

스스스

성진은 갑자기 수인(手印)을 맺더니 산발한 모습에서 멀끔한 청년의 모습으로 변했다. 그리고 그 모습은 과거 내가 외우주에서 보았던 달마의 제자 시절의 성진과 같았다. 아무래도 변신술같은 걸로 자신의 모습을 바꾼 듯 했다.

그는 약간 우울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 달마대사, 나의 스승께서는 그대같은 전생자였다. 어떤 시점에서부터 삶을 반복하면서 자신의 힘을 쌓아서 강대한 힘을 얻으신 존재... 그러나 진공가향을 시도하다가 실패하여 소멸되고 마셨지."

" ......!!"

뭔가... 뭔가 감이 온다.

' 달마대사가 삼황오제급의 힘을 가지고 있었던 이유... 수많은 지배자들과 계약을 하여 666의 낙인을 얻었던 이유... 그리고 상상을 초월하는 마법지식을 지니고 있었던 이유가...'

마도(魔道)를 추구했던 전생자였기 때문이란 말인가?!

머릿속에서 뭔가가 꿰어맞춰지는 기분에 멍하니 서 있자, 성진이 말을 이었다.

" 백웅이여. 그대가 외우주에서 보았던 일은 사실과는 꽤 다르다. 다만 그대가 보았던 대로 나는 그 분의 제자였으며... 그 분께서 진공가향을 추구하던 방법론은 외우주나 현실이나 거의 같다."

" 당신은 정말로 날 모르는 건가?"

성진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 그래. 모른다... 당신은 외우주에서 나와 동기들에게 무공을 가르쳐준 듯 하나, 우리 역사에 그런 일은 존재치 않았다. 그리고 진공가향을 이루기까지 발생했던 사건들도 많이 달랐지... 왜냐하면 당신이란 존재 자체가 없었으니까."

" 그럼 [옛 지배자] 테스카틀리포카를 쓰러트린 일은."

" 그런 일은 역사에 없었다. 그건 온전히 외우주에서만 일어났던 일이다. 그대만의 업적이지."

" ......"

나는 갈수록 외우주의 일과 현실이 무관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성진은 천천히 말했다.

" 스승께서는 최소한 천여 번 이상 전생(轉生)을 반복하셨다고 우리 제자들에게 말씀해 주셨다... 그에 비하여 백웅 그대는 이제 28회째. 전생자로서는 매우 횟수가 적은 편이라고 할 수 있겠군."

" 천 번?! 그렇게나 많이..."

"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다. 천상천하에 강대한 존재가 어찌나 많은지 스승님께선 언제나 힘의 부족을 한탄하셨다..."

성진이 침묵하다가 크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 백웅이여. 앞서의 무례를 사과한다. 나는 달마대사의 제자로서 앞으로 전생자인 그대에게 전적으로 협력하며 신뢰하겠다. 내가 그대를 도울 수 있게 해 다오."

성진이 전생동료가 된 건가.

나는 원하는 바를 이루었지만 혼란스러워서 손을 휘휘 저으며 대꾸했다.

" ... 알았어. 하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당신과 다른 제자들은 고대신을 강신시키는 제물이 되어 사라졌던 게 아니란 말인가?"

성진의 눈빛에 우울한 빛이 감돌았다.

" 실제로 그럴 뻔 했다. 나와 동기들은 그 때 죽음을 각오했었지. 세상을 위해서라면 죽어도 좋다 생각했다. 하지만..."

"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 후우... 진공가향이 막바지에 이르러가던 그 때... 원래대로라면 그대가 외우주에서 보았던 대로 세상의 파멸이 이루어져야 했을 테지만..."

성진은 천천히 한숨을 쉬었다.

" [기어오는 혼돈]이 끼어들었다. 그것이 진짜 역사속에서 일어났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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