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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공가향(眞空家鄕)
달마대사는 진공가향을 선언한 후 자신의 네 제자를 불러서 말했다.
[ 너희는 교인들을 한 발 앞서 가향(家鄕)으로 인도하거라.]
" ......"
그 말에 맏제자인 혜가는 고요히 한쪽 손으로 예를 표시했으나, 나머지 세 명의 제자는 크게 움찔거리는 기색이었다. 그러나 이내 셋 모두가 마음을 먹었는지 크게 대답했다.
" 알겠습니다 스승님!!"
타닷
그들은 내게서 배운 경공술을 써서 교인들에게 다가갔다. 나는 그 모습을 쳐다보다가 달마대사에게 물었다.
" 가향으로 인도한다니 무슨 말이지?"
[ 이제 이 세상은 멸망할 것이다. 그러나 멸망은 곧 죽음이니, 처참한 고통이 뒤따르는 법... 나를 믿고 따라온 교인들에게는 그 절망과 고통을 덜어주고 싶다.]
" ... 설마!"
내가 깜짝 놀랄 때였다.
우우우우우
바닥에 꿇어앉아서 기도의 자세를 잡은 교인들의 몸에서 새하얀 빛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들의 앞에 서 있던 달마의 제자들이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풀썩
풀썩
여기저기에서 사람들이 생명을 잃고 쓰러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교인들은 죽어가면서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손에 손을 잡았다. 수백 수천명의 인간들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죽어가는 장면은 도저히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다가 달마를 돌아보며 외쳤다.
" 달마!! 설마 당신이..."
[ ... 교인들에게는 내 주인(呪印)을 새겼다. 주문이 발동하면 즉시 고통없이 편하게 죽어, 그 영혼이 내 소유가 된다... 그것이 백련교인들과 교주인 내가 맺은 계약이다.]
스스스스
그리고 죽은 자들의 몸에서 생명력과 혼이 흘러나와서 달마의 몸으로 흡수되는 게 육안으로 보였다. 죽은 자들의 영혼을 흡수한 달마는 점점 몸이 커지는 느낌이 들었고, 종래에는 거한처럼 변했다. 나는 달마를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말했다.
" 혼(魂)이 다른 존재에게 흡수되면 결코 안식을 취할 수가 없어. 단지 생전의 고통을 없애는 것만으로 그들에게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하는 건가?"
나는 이혼대법의 전문가로써 말할 수 있다. 저승처럼 혼이 안식을 취할 공간이 따로 존재하지 않고 다른 존재가 혼을 흡수하거나 조종하게 되면 틀림없이 혼의 그릇에 균열이 가고 혼이 고통을 느끼게 된다. 물론 혼이 된 순간 육신의 고통은 사라지겠지만 형용할 수 없는 정신적인 암울함과 불안감이 영혼을 덮쳐오게 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어차피 지옥행이나 다름없었다. 그 때문에 이혼대법은 사술이며, 혼을 갖고노는 이혼대법의 종사는 무림에서 악마로 불리는 것이었다.
내 말에 달마가 씁쓸하게 대꾸했다.
[ 어차피... 종말까지 오래 걸리지 않는다... 최소한의 배려일 뿐이다...]
" ......"
달마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생자가 종말의 계시와 압도적인 절망을 겪는 그 고통보다는 차라리 죽어서 아무것도 모르는 틈에 세상이 끝장나는 게 차라리 낫다고 생각하는 것이리라. 그리고 그게 맞기도 했다.
달마의 행동은 틀림없는 마도(魔道)였으나 그 기저에는 인간을 향한 최소한의 양심이 있었다. 나는 차마 달마를 비난할 수는 없었다.
내가 침묵하고 있을 때 네 명의 제자들이 일을 끝내고 이쪽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황우(黃牛)가 약간 겁먹은 목소리로 달마에게 말했다.
" 스, 스승님."
[ 황우여... 왜 그러는가.]
" 저도... 죽여 주십시오."
황우는 이빨을 따각거리며 떨고 있었다. 동공이 지진나듯 흔들리고 있었으며 불안해 보였다. 하늘에 떠오른 종말의 계시를 본 것 만으로도 무시무시한 공포가 그를 덮치고 있는 게 분명했다.
" 전 사실 평소에 스승님의 말씀을 반신반의하고 있었습니다... 스승님의 초능력과 권능이 부러워서 떡고물을 얻고자 제자가 된 게 사실입니다..."
[ 그런가...]
" 하지만... 지금은 너무 두렵습니다. 더 이상 인세의 부귀영화는 미련이 없으니, 절 편하게 해주십시오!!"
[ ......]
편안한 죽음을 청하는 황우를 물끄러미 쳐다보던 달마대사가 나머지 세 제자를 둘러보며 말했다.
[ 너희의 생각도 같은가...?]
그러자 머뭇거리던 아유타 공주와 성진 또한 고개를 끄덕이는 기색이었다.
" 네."
" 편해지고 싶습니다."
그들도 마찬가지로 엄청난 공포를 숨길 수 없는 듯 했다. 저들은 내가 가르쳐본 바에 따르면 굉장히 강인한 정신력을 지닌 자들이었는데도 간신히 미치는 것만 피할 뿐이었다. 이미 이 세계에 덮쳐오는 절망은 인간이 버티기 힘든 수준이었다.
다만 예외는 혜가였다. 혜가만큼은 심유하게 가라앉은 눈으로 한 줌의 동요도 없었으며, 그의 눈은 이미 죽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인 눈이었다. 나는 여러 번 죽어본 자의 경험으로써 혜가의 눈빛을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 세상에... 죽어본 적도 없을 터인데 어찌 죽음에 한 톨의 두려움도 느껴지지 않는가. 단 한 번의 삶에 저런 수양을 쌓을 수 있다니!'
저 눈은 대책없는 무모함이나 용맹으로 죽음을 이겨내는 것과는 달랐다. 나는 죽음을 수십 번 겪은 전생자로써 그걸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혜가의 눈빛은 마치 전생자에 버금가는 인내와 지혜, 깨달음을 머금고 있었다. 죽음과 삶이 다르지 않음을 진정으로 깨달은 선각자였다.
그리고 혜가와 눈을 마주친 달마는 흡족한 듯 웃는 기색이었다.
[ ... 내 너를 제자로 삼은 게 자랑스럽구나...]
" 아미타불."
달마는 제자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 미안하다, 나의 제자들이여... 너희는 나의 직계 제자이기에... 종말을 앞두고 해주어야 할 일이 있다... 너희가 겪고 있는 그 절망과 공포를 조금만 더 참아주기를 바라노라...]
" 스승이시여. 저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입니까?"
[ 너희는... 이 세계의 정령(精靈)과 계약을 맺어 그들을 사역할 지어다.]
" ......?"
모두가 의아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달마가 뜬금없는 소리를 한다고 생각하는 게 분명했다. 그러나 달마는 자신의 말이 헛소리가 아니라는 걸 말하려는 듯, 허공에 손을 잠시 저었고 그와 동시에 4명의 제자의 이마에 인(印)이 생겨났다.
치이이익!!
마치 달군 낙인을 찍는 듯 살이 타는 냄새가 났다. 그러나 인을 받는 제자들은 그다지 고통스럽지 않고 따끔따끔한 표정을 짓고 있었으며, 이내 그 인이 모두 새겨지자 달마가 말했다.
[ 이 세계의 태동부터 함께한 태고적의 정령... 그들의 힘을 불러와서 너희의 것으로 만들라... 그 속성은 지수화풍(地水火風)일지니.]
키이잉
인이 빛나자 제자들이 정신을 집중했고 잠시 후 그들의 몸으로 가공할 자연력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들의 몸에 제각기 자연의 원초적인 힘이 회오리치듯 들어가기 시작했고, 그들은 이윽고 힘을 안정시키며 다루는 듯 했다.
휘이잉
성진이 풍(風)의 속성을 다루는 듯 손 위에서 바람을 소환했다. 그가 신기한 듯 자신의 손 위를 쳐다보았고, 이윽고 다른 제자들도 본격적으로 자연력을 다루기 시작했다. 제자들에게 거대한 힘을 내려 준 달마가 말했다.
[ 사방위(四方位)을 둘러싸거라... 법문의 제작이 끝날 때까지 너희가 사주(四柱)가 되어 나를 지켜주거라.]
" 알겠습니다!"
[ 이 무기들을 가져가라...]
달마는 덤으로 가짜 사대신기를 그들에게 건네주는 듯 했다. 별다른 능력이 없는 무기였으나 아무래도 거기에 자연력을 담아서 싸우라는 의미인 듯 했다.
그들은 인간을 초월한 힘을 순식간에 얻었기 때문인지 방금 전까지의 불안감과 공포를 모조리 없애버린 듯 했다. 이윽고 네 명의 제자들이 사방으로 흩어져서 제단을 수호하는 형상을 취하자 달마가 내게 말했다.
[ 백웅이여. 그대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 내가 뭘 하면 되지?"
[ ... 흠, 지금은 때가 아니군... 좀 있다가 말해주지... 우선은 주변을 경계하라.]
" 지금 상황이 어떻게 되는지부터 설명을 해 줘. 징조가 출현했다는 건 알겠는데 이제 곧장 [옛 지배자]들이 우리를 없애버리려고 쳐들어오는 것인가?"
내 질문에 달마가 고개를 저었다.
[ ... '징조'라 함은... 위대한 전지자께서 [아버지]와 함께 전우주를 멸망시키는 일에 '동의(同意)'했음을 뜻하는 현상이다... 즉... 지금 [옛 지배자]들이 허공에 모습을 비치고 성좌가 불타는 이유는... [옛 지배자]들 또한 당혹했다는 뜻이다... 왜냐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서 우주가 멸망할 터인데 누가 그런 짓을 저질렀는지 모르기 때문에...]
" 아하."
나는 달마의 설명에 지금 상황을 알 수 있었다.
즉, '징조'란 우주멸망이 멀지 않았다는 걸 뜻하는 현상! 내가 전생하면서 보았던 바에 따르면 [옛 지배자]들 또한 우주의 멸망으로 인해 소멸하는 걸 두려워하고 있었으므로 당연히 '징조'를 보고 당혹할 수밖에 없었다.
" [옛 지배자]들은 '징조'를 보고 누가 우주멸망을 원했는지 알아내려고 방금 전처럼 성좌를 불태웠던 건가?"
[ 그렇다... 누가 저질렀는지 찾아내서... 술자(術者)를 제거함으로써 우주멸망을 막으려 하겠지... 그리고 [옛 지배자]들은 이 세계에 술자가 있다는 걸 알아챘으니 머지않아 행동을 개시하리라...]
" 으음."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 지배자 놈들이 우리를 따로 찾아내려 들지 않고 그냥 행성을 파괴해버리면 어떻게 할 생각이냐."
[ 아니... 섣불리 그럴 수 없겠지...]
" 왜?"
[ 우주멸망의 염원을 만들어낸 술자의 수준이라고 한다면 결코 필멸자 수준이 아니라는 걸 그들 또한 짐작하고 있을 터... 최소한 [허공록]에 접속할 수 있는 마도사... 그런 내가 어느 정도로 강한지는 이미 [옛 지배자]들 또한 알고 있을 것이다... 섣불리 이 행성, 지구를 박살낸다면 내가 더욱 깊은 차원에 숨어버려서 찾기 힘들 거라고 생각하겠지... 실제로도 나는 시공간 도약이 가능하니까...]
" 흠."
과연 달마대사다.
삼황오제급 권능을 갖고있다는 게 이렇게 믿음직스러울 수가 없다.
[ 지금 그들은... 이 행성을 주시하고 있다... 아주 사소한 벌레에서부터 대륙의 성천까지 의심스러운 걸 샅샅이 뒤지고 있다... 그리고 내가 법문 제작을 개시한다면 그때부터 싸움이 시작될 것이다...]
그런 상황인 거군.
나는 고개를 주억거리다가 말했다.
" 잠깐... 그럼 법문제작을 안 하고 그냥 시간만 보내면 어떻게 되는 거지?"
[ [옛 지배자]들이 더 참지 않고 세상을 부숴버리겠지... 시간을 끌어서 우리에게 좋을 것은 없다.]
" 윽... 그렇군. 그럼 법문이란 걸 한 번 만들어 보자구."
[ ......]
" 왜?"
나는 달마대사가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자 반문했다. 당장이라도 뭔가 대단한 마법을 전개할 것 같은 기세였는데 아무것도 안 하고 나를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달마대사가 말했다.
[ 나는 일전에 그대에게 사대신기를 돌려주겠다 약속했다... 허나 어떻게 돌려보내줄지는 이야기하지 않았지... 그대는 내게 그 방법을 묻지 않는 것인가...?]
달마대사의 질문에 나는 가볍게 대꾸했다.
" 말해주지 않아도 상관없어. 나 또한 여기까지 온 이상 끝까지 같이 갈 테니까."
[ ......]
달마대사가 침묵하다 말했다.
[ 이번에 치르는 진공가향이 완전한 끝이라면... 그대는 다시 인생을 시작하지 못할지도 모르는데 말인가...?]
" ... 뭐?"
지금 달마대사가 뭐라고 말한 거야?
달마대사의 말은 어쩌면 내게 있어서 가장 큰 역린을 건드린 것이나 다름없었다. 아니, 이건 거의 짐작하고 있는거나 다름없다!
' 서, 설마...'
내게 전생능력이 있다는 걸 알고 있는 것인가!
나는 당황하면서도 얼굴표정을 최대한 바꾸지 않고 감정을 조절했다. 내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달마대사는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말했다.
[ 그대는... 각오를 하고 있군... 허나 완전하지 않아...]
" ......"
훗하고 웃은 달마대사가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 나는 그대와의 약속을 지키겠다...]
뚜벅
뚜벅
나는 그의 걸음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백련교의 중앙에 마련되어 있는 가장 큰 제단의 정상으로 올라간 그가 양손을 하늘에 뻗으며 말했다.
[ 우둔하고 눈먼 아버지여! 우주의 시작이자 끝이여! 저의 광오한 소망에 응답해주셔서 정녕 감사드리옵니다. 이 세계가 멸(滅)함이 저의 뜻이 아니며, 오로지 아버지의 거룩한 의도임을 짐작하고 있사옵니다. 미욱하고 나약한 인간이 어찌 우주의 이치를 관통하여 신의 의지를 알 수 있겠사옵니까?
다만 그럼에도 이 피조물이 바라옵니다. 이 목숨과 영혼을 다 바쳐 바라옵니다. 이 세계가 더 이상의 윤회(輪回)를 맞이할 수 없도록, 의지있는 존재들이 만들어내는 무한한 혼돈이 영겁토록 이어지지 않도록, 정녕 완벽한 우주의 소멸을 바라옵니다!!]
촤악
달마의 손 끝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그는 시꺼먼 안개덩어리처럼 변해가는 자신의 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피맺힌 절규를 터뜨렸다.
[ 삼천세계(三千世界)여, 파멸하라!! 나 달마는 무생노모(無生老母)의 법문(法文)으로써 파멸을 증거하리라!!]
화르륵!!
그 순간 네 명의 제자들이 차지하고 있던 방위에서 거대한 불꽃이 치솟아오르는 듯 했다. 그리고 달마의 머리 위에 기이한 혼돈의 빛이 번득이기 시작했고, 그 빛은 점점 커지더니 이 세상의 혼돈을 한데로 모으는 듯 모든 것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두근!
두근!!
' 헉... 헉... 왜 이러지...'
나는 그 빛을 보는 순간 가슴이 미친듯이 두근거리는 걸 느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나는 저 빛을 언젠가 한 번 본 적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혼돈의 빛이 점차 정제되어 가더니, 거대한 서(書)의 형상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치지직
파악!!
마치 뇌전이 끓어오르는 듯 하더니 허공에서 혼돈이 번뜩이더니 조각이 만들어져서 서의 한 귀퉁이에 달라붙었다. 조각의 크기는 서의 1할 정도로 보였으며, 아마 저런 식으로 조각이 모두 달라붙어서 서를 완성시키면 무생노모의 법문이 완성되는 듯 했다.
촤아악
그 와중에도 달마의 몸은 계속해서 녹아내리고 있었다. 한쪽 손은 팔뚝 아래까지 완전히 사라져 있었고 나머지 한쪽 손도 손바닥까지 사라진 상태였다. 그리고 사라진 몸뚱이는 혼돈의 안개가 되어서 법문을 휩싸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달마는 스스로의 몸을 녹여서 법문을 만들려는 듯 했다.
' 음... 잠깐만...'
나는 그 광경을 지켜보다가 요상한 걸 깨달았다. 그래서 외쳤다.
" 달마!! 내가 뭘 해야 할지 알려주지 않았잖나!!"
그러나 달마는 엄청난 집중의 경지에 진입한 듯 전혀 대답하지 않았다.
이런 젠장!
달마가 이 의식을 마칠 때까지 그를 수호해야 하는 건 분명한데, 그냥 맨몸으로 [옛 지배자]와 대적해야 한다는 소린가? 내가 아무리 절대지경에 올랐다고 해도 그건 절대로 무리다! 하물며 전 우주에서 멸망을 피하려는 [옛 지배자]들이 떼거지로 덤벼든다 생각하면 자살행위인 것이다.
그 때였다.
쿠콰콰콰쾅!!
천지를 부수는 듯한 굉음과 함께 어둠의 파도가 하늘에서 떨어져 내려서 이 일대를 통째로 뒤덮었다. 그리고 어둠의 파도가 휩쓸려 할 때 네 명의 제자들이 각자의 방위에서 자연력으로 만들어 낸 기둥이 결계가 되어서 그 파도를 고스란히 버텨내는 듯 했다.
나는 성진을 쳐다보았다. 북쪽에서 바람의 권능을 다스리고 있던 성진은 어느 새 인간의 형상을 잃어버린 채 바람의 정령처럼 몸이 통째로 공기덩어리로 변해 있었다.
그리고 성진의 몸을 차지한 풍(風)의 정령이 달마에게 외쳤다.
[ 이게 무슨 일인가... 우리 고대신(古代神)을 마법으로 주박하여 인간의 몸에 가두다니!! 마도사여, 당장 우리를 원래대로 돌려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