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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검신-946화 (944/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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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공가향(眞空家鄕)

나는 달마의 말이 무슨 뜻인지 언뜻 이해할 수가 없었다.

" [옛 지배자]의 왕? 허공록? 무슨 소리야."

[ 말했던 그대로이다...]

달마는 나를 응시하며 말했다.

[ 방금 말했듯 이 석관은 허공록으로 무언가를 전송하는 장치이다... 나는 이 석관을 통해 허공록에 신의 영혼을 보냈고, 그 곳에서 영혼을 보관해 줄 것이다.]

" 음... 허공록이란 게 뭐지. 설명 좀 해 줘."

[ 잘 모르는가?]

" 대충은 알지만 그건 안다고 할 수가 없는지라..."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 그게 대체 뭐지?'

제갈사에게 마도지식을 배웠기에 허공록이 뭔지 대충은 알고 있다.

그것은 [역사]이자 [기록]이라고 하며 [옛 지배자]라고 하기에는 좀 더 추상적인 무언가라고 제갈사에게 들은 바 있다. 그러나 제갈사는 그 허공록이란 존재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다. 내가 아는 건 그 이외에는 없는 것이다.

제갈사가 내게 허공록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하지 않은 이유는 사실 [확실한 게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었다. 최상위 마도사라고 하는 제갈사조차도 그 허공록의 개념만을 어렴풋이 더듬을 뿐 구체적으로 어떤 존재이고 신성인지는 아는 바가 없었다. 제갈사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마도사들이 위대하다는 것만 알고 있을 뿐 그 실체를 모르는 수수께끼의 '무언가'인 것이다.

그러자 달마대사가 차분히 말했다.

[ 모르는 것도 이상하지는 않다... 왜냐하면 허공록에 접한 자는 필멸자와 불멸자를 통틀어 거의 존재하지 않으며 너무 위대한 존재라서 일개 마도사들은 평생가도 접할 일이 없으니... 하지만 그 존재는 분명히 실존한다.]

" 조금 이상한 게."

나는 팔짱을 낀 채 질문했다.

" 저 석관이 '통로'이며 전송장치라서 신의 영혼을 허공록에 보냈다고 했잖아? 그 말만 들으면 허공록이 마치 저장공간처럼 들리는데... 달마 당신은 허공록 그 자체가 신격인 것처럼 이야기를 했다고."

[ 그렇다... 잘못 말한 게 아니다.]

" 저장공간의 신인가?"

[ ... 후후... 조금 설명을 해야하겠군... 백웅, 그대는 전지(全知)라는 개념을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뜬금없는 질문.

나는 달마의 질문에 그가 뭔가 까다로운 이야기를 하려 한다는 걸 직감했고, 되도록 이야기를 단순화시켜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 모든 걸 다 안다(全知)는 뜻이겠지."

[ 그렇다... 허공록은 우주에서 가장 지혜로운 외신(外神)... 가장 지혜롭다고 일컬어지는 이유는 그 존재만이 우주에서 유일하게 전지(全知)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백웅이여, 전지(全知)와 전능(全能)은 어떻게 다른가?]

" ......?"

전지와 전능?

나는 곰곰히 생각하다가 말했다.

" 모든 걸 아는 것과 모든 걸 할 수 있다... 당연히 전지보다는 전능이 더 나은 거 아니겠어? 세상 일이 뭔가를 안다고 해서 다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

[ 아니... 아닐 수도 있다...]

" 뭐?"

[ 전지하다는 것은, 다시 말해서 전능(全能)할 수 있는 방법 또한 [알고 있다]는 뜻이 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뭐든지 알고 있다는 것은 [모른다]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 엑...?!"

[ 그렇게 본다면... 전지와 전능은 같은 것이다... 어찌되었든 전능해질 수 있는 방법만 알고 있다면 전지자는 언제가 되었든 전능을 실현할 테지... 아니, 전지를 얻은 순간 전능자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내 말이 틀렸는가...]

뭐여?!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건가?!

나는 당혹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해본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딱히 틀린 것도 없어보이는 말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윽고 말했다.

" 아니, 그건 아니지!!"

[ 어째서...?]

" 전능해질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치자구. 하지만 알고 있어도 실현이 불가능할 가능성도 있잖아. 같다고는 할 수 없지!"

[ 후후... 바로 그거다...]

" 뭐?"

[ 바로 그것이 허공록과 [아버지]의 차이를 만들어낸 것이다... 두 존재는 각기 전 우주의 전지(全知)와 전능(全能)을 상징하며... 언뜻 전지와 전능은 같아보이지만... 결국 전지는 전능에 종속되는 권능... 그렇기에 [아버지]는 전 우주의 지존이시며... 허공록은 그에 버금가는 위치를 차지하나 [아버지]의 화신은 아닌 것이다... 오로지 전지자만이 전능의 범위를 벗어날 가능성이 있으니.]

" 으음..."

[ 결국 허공록이란... 전 우주의 역사이자 기록... 우리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모든 것... 인과율... 현재와 과거, 미래. 그 모든 걸 다룰 수 있는 전지자임과 동시에 우주의 도서관인 것이다... 우리가 인격신(人格神)으로써 그 분을 다루거나 상상하는 것조차 무모한 짓일수밖에 없으며... 네 말대로 저장공간 그 자체가 허공록인 것이다.]

뭔가 이해가 갈락말락 하고 있었다.

' 전 우주의 역사가 기록되어 있는 전지자란 거군.'

잘 모르겠지만 엄청 위대한 존재이며 전 우주의 서열 2위라는 것 같다.

나는 달마의 말을 어느 정도 이해한 후 달마대사에게 말했다.

" 흠... 그렇다면 방금 전에 [옛 지배자]의 왕(王)이라고 한 건 [아버지]가 아니라 허공록을 표현한 말인가?"

[ 그렇다... [아버지]는 왕이라고 할 수도 없는 존재... 전 우주가 그 분의 화신일수도 있기에 왕이라는 표현은 이치에 맞지 않아... 그저 끓어오르는 혼돈일 뿐... 허나 허공록은 우주의 창생사멸에 관여하시는 유일한 전지자이기에 왕의 칭호를 지니고 만유(萬有)를 영도하시는 것...]

그렇게 대꾸한 달마대사가 말을 이었다.

[ 아무튼... 방금 말했던 대로... 진공가향은 허공록의 도움을 받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그 분 이외에는 그 어떤 존재도 [아버지]께 인간의 의사를 전달할 방법이 없었어... 그래서 나는 무수히 반복을 거듭하며...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이 석관을 제작하는 데 성공했지...]

타앙

달마대사는 다소 자신감이 느껴지는 동작으로 석관의 뚜껑을 치며 말했다.

[ 단언할 수 있다... 허공록으로 곧장 전송할 수 있는 장치는... 전 우주를 통틀어 이것뿐일 것이다... 신의 영혼처럼 대단한 것도 보관할 수 있지...]

" 흐음..."

잘 몰랐는데 저 석관이 대단한 물건이었구만? 탐이 난다.

나중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나는 석관을 주의깊게 쳐다보다가 달마대사에게 말했다.

" 상황은 이해했어. 그래서 진공가향의 가의 때 내가 해야 할 일이 뭐야?"

[ 이제부터가 본론이지...]

달마대사가 입을 열었다.

[ 진공가향이 진행되는 순서는 다음과 같다... 첫번째로, 가의를 진행하며 허공록의 의지에게 세계를 멸망시키려는 의사를 확인 받는다... 두 번째, 허공록께서 우리의 의지에 화답해서 '징조'를 출현시키면... 마지막으로 진공가향의 본의식을 진행하여 [아버지]를 소환하는 법문(法文)을 제작하여 법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낭독하는 것이다.]

" 징조?"

[ 그건 나중에 설명해주지...]

" 알았어."

나는 세 개의 절차를 주의깊게 듣고 기억했다. 이건 죽어서도 절대 까먹어서는 안 되는 정보였기에 유달리 집중했다. 내가 하나하나 들으며 곱씹고 기억하고 있자 달마대사가 말했다.

[ 첫 단계인 가의에서는 따로 제물을 바칠 필요가 없다... 허공록의 의지께서는 다른 지배자와는 달리 [인과율]에 크게 구애받지 않으므로 제물에 집착하지 않으신다... 다만 자격조건이 필요하지.]

" 자격조건?"

[ 현인(賢人)이 필요하다.]

달마가 눈을 약간 크게 뜨며 시꺼먼 안광을 폭사했다.

[ 허공록에 손이 닿인 존재가 필수적으로 있어야 한다... 그래야 말을 들어주는 척이라도 하기 때문이다... 간단히 보이지만 이는 매우 까다로운 요건... 나는 이 조건을 달성하기 위하여 수만 년을 반복해서 노력했다.]

" 어?! 수만 년?!"

[ 마도의 계약을 쌓고 또 쌓아서... 실낱같은 가능성을 잡은 끝에.]

뭐야?!

달마는 유사 이전부터 존재하고 있었단 말인가!

' 엄청 오래 살았네!'

내가 엄청난 세월의 단위 때문에 놀라고 있었지만 달마는 내 놀라움에 딱히 응답하지 않고는 말을 이었다.

[ 그러므로 그대가 내일 가의때 해 줘야 할 일은... 신투지존에게서 나를 지키는 것이다.]

" ......!!"

이게 본론인가!

나는 표정이 딱딱하게 굳는 걸 느꼈다. 그리고는 말했다.

" 신투지존이 아니라 내가 배신할 수도 있을 텐데 내게 맡기는 이유가 뭐지?"

[ 훗... 그대가 테스카틀리포카를 벤 것을 본 순간... 나는 더 이상 그대와 쓸데없는 신경전을 벌이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백웅... 난 그대를 믿기로 했다.]

" ......"

[ 사실 나는 애초에 누군가와 심력다툼을 할만한 여유도 없었다... 그러기에는 주변 환경이 너무나 절망적이었다... 그저 고마울 뿐이다.]

자조적으로 중얼거리던 달마대사가 말을 이었다.

[ 허나... 동시에 나는 신투지존이 홀로 [달의 지배자]를 상대하는 걸 보고 그를 경계하게 되었다... 나는 신투지존을 감당하기 힘들다...]

" 그 자가 혼자서 이자나기노미코토를 상대했단 말인가?"

[ 그렇다... 그의 영혼을 음양으로 분리한 건 내가 한 게 아니다... 전적으로 신투지존의 역량이다.]

" ......"

그럴 수가!

[ 그는 신(神)에게 타격을 줄 수 있는 경지에 이른 최강급 존재이다. 그런 자에게 불시의 기습을 당할 경우 나도 이겨낼 자신이 없다... 나는 [지배자]급의 힘을 얻었으나... 아직 필멸자의 본질이 남아있으니...]

어떻게 그게 가능하지?

나는 혼란을 느꼈다.

' 그 어떤 절대지경의 고수도 홀로 [옛 지배자]의 영육을 떼어 놓는 짓은 하지 못했어!'

하지만 [달의 지배자] 이자나기노미코토의 마지막 모습을 생각해 보면, 신투지존은 모종의 술법을 이용해서 [옛 지배자]를 양신(陽身) 이자나기와 음신(陰神) 이자나미로 분리시킨 모양이었다. 그리고 이자나미를 저승의 세계인 황천으로 추방시킴으로써 절반 이하로 힘이 하락한 이자나기노미코토를 손쉽게 달마가 마무리한 것이다.

인간이 단독으로 그 정도의 힘을 보여준 일이 있었던가?

' 설마 신투지존은 신역절기를 사용할 수 있는걸까?!'

신역절기를 시전할 수 있다고 하면 그 정도 위용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신투지존은 자신이 지상계에서 신역절기를 쓸 수 없다고 밝힌 바가 있었다. 모순되는 상황이었기에 나는 어찌된 일인지 판단이 되지 않아 혼란스러웠다.

뭔가 이상하다.

신투지존에게는 뭔가 엄청난 비밀이 있는 게 틀림없었다.

나는 달마대사에게 말했다.

" 달마! 귀찮게 그를 경계하지 말고 그냥 당신의 권능으로 신투지존을 없애버려라! [옛 지배자]의 영혼을 손에 넣은 상황에 뭣하러 그런 위험요소를 배후에 남겨둔단 말인가?"

[ 그런 자라고 할지라도 본의식에서는 큰 도움이 된다... 설령 배신을 하더라도 그 때까지는 이용할 수밖에... 천상천하의 모든 신격이 적이 되는 상황에서 아군은 한 명이라도 많을수록 좋기 때문이다...]

" ......"

[ 그 일은 내가 알아서 할 터이니... 그대는 가의식을 치를 때 내 주변을 경계하도록...]

" 알았어."

달마대사가 말을 이었다.

[ 가의식에 이어서 종말의 '징조'가 나타나기까지는 최소한 몇 달은 걸릴 것이다... 내일은 그저 거쳐가는 작업이니 편하게 생각하라.]

그리고 다음 날.

나는 천암의 제단의 층계참에서 일어섰다. 잠을 잘 필요가 없었기에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기다린 끝에 하루가 지난 것이다. 잠시 후 달마가 천암의 제단 근처로 전이해 오며 말했다.

[ 그럼 가의식을 시작하겠다.]

우우웅

나는 달마가 석관에 손을 올리며 마력을 돋우는 광경을 보면서 힐끔 곁에 서 있는 신투지존을 쳐다보았다. 신투지존은 내 얼굴을 한 채 지루하다는 듯 하품을 하는 중이었다. 달마는 신투지존을 떼어놓고 싶어했던 것 같지만 신투지존이 홀연히 나타나서 달마를 쫓아온 모양이었다.

' 저 놈은 대체 무슨 꿍꿍이지?'

내가 신투지존이 헛짓거리를 하지 않는지 경계하고 있자 신투지존이 말했다.

" 너무 티낼 필요는 없잖아, 후배. 그렇게 경계하지 않아도 지금은 뭘 할 생각이 없다구."

" 천하제일의 도둑 말을 누가 믿겠냐."

" 흥... 피차 도둑의 길을 걷는 건 마찬거지거늘 이 선배는 슬프구나. 크크."

껄껄 웃던 신투지존이 히죽 웃었다.

" 그나저나 네 녀석, 어제 마지막에 썼던 그 기술은 대체 뭐지? 처음 보는 거였는데."

" ... 말해줄 이유는 없다."

" 까칠하군. 하긴 비장의 한 수가 생겼으니 아껴두고 싶겠지."

나는 신경질적으로 대꾸했다.

" 그만 쫑알거려. 제기랄."

우웅!!

그 때 달마대사가 석관에서 손을 뗐다. 그리고는 약간 낭패스러운 기색으로 말했다.

[ 이... 이런. 도대체 왜...]

나는 의아해서 달마대사에게 말했다.

" 왜 그래? 무슨 일 생겼나?"

[ 너무 빨라...]

" 너무 빠르다니?"

[ ......]

달마대사가 침묵하다가 우리 둘을 번갈아 쳐다본 후 말했다.

[ 당장 준비하라...]

" 뭐!!"

[ 가의식은 끝났다... 그러므로 지금 당장 본의식을 치뤄야 할 것 같다.]

나는 깜짝 놀라서 외쳤다.

" 본의식까지는 몇 달은 걸린다며!"

[ 그것이... 허공록께서 계시를 내리시길... 지금 당장 '징조'를 내린다고 하셨다.]

" 징조?"

[ 우선은 여기서 나가자... 본단으로 간다.]

파앗

우리는 다같이 백련교의 본단으로 갔고, 달마는 자신의 마력으로 교인들을 광장에 모았다.

" 무슨 일이지?"

" 교주시여!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입니까?"

수많은 백련교인들은 웅성거리며 달마에게 시선을 모았고, 달마대사는 침묵한 채 하늘을 쳐다보고만 있었다. 그의 옆에 나와 신투지존, 그리고 네 명의 제자들이 서서 마찬가지로 하늘을 주시했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쿠우우우

땅이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휘오오오

어둡고 스산한 바람이 천지간에 고요히 불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거수(巨獸)의 울음소리가 세상에 울려퍼졌다.

꾸우우우우 -

생전 처음 듣는 울음소리와 함께 맑은 하늘이 갑자기 새까만 우주의 하늘로 바뀌었다. 그리고 하늘에 떠 있던 태양이 갑자기 새까맣게 변해서 물들었고, 어둠의 윤곽을 둘러싸고 새하얀 실선이 둥글게 그려졌다.

쿠구구구!!

맥동(脈動)한다.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대지가 천천히 호흡을 하며 움직인다는 게 느껴졌다. 그와 동시에 거대한 눈빛이 하늘에 떠오르며 희미한 윤곽이 천공을 가득 채웠는데, 일순간 떠오른 그 형상을 본 나는 오싹하는 기분이 들었다.

' ... 흉신(凶神)!'

흉신이 나를 주시한다는 기분이 든 것은 어째서일까?

내가 그의 시선을 잠시 쳐다보고 있자 허공에 떠오른 흉신의 환영은 잠시 후 사라졌고, 그에 이어서 하늘에는 수백 개의 기괴한 형상이 아로새겨졌다.

쉬쉬쉬쉭

쉬쉬쉭

아주 찰나동안 스쳐지나가는 그 기괴하고 혐오스러우며 공포스러운 형상 하나하나는 틀림없는 [옛 지배자]의 모습이었다. 그렇게 한참동안 성좌와 함께 지배자의 형상이 허공을 스쳐지나가던 중, 갑자기 시꺼먼 밤하늘에서 별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우오오오

성좌가 불타며 알 수 없는 노랫소리가 심연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우주의 저 먼 곳에서 파멸을 찬양하는 광기의 찬송가가 사람의 귀를 어지럽히는 게 느껴졌다.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고 있던 달마가 말했다.

[ ... 백련교여, 우리 모두가 바라마지않던 말세(末世)가 찾아왔노니.]

달마에게로 모든 백련교인들의 시선이 모였다.

그 시선에는 우려와 두려움, 기대가 섞여 있었다.

이어진 말에, 나는 기나긴 하루가 시작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 진공가향(眞空家鄕)이 시작되었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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