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검신-934화 (932/1,615)

934====================

진공가향(眞空家鄕)

신투지존은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문득 재밌는 게 생각났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내게 말했다.

" 이거 선검(仙劍) 아냐? 웃긴데?"

" ......?"

지잉!

다음 순간, 신투지존이 자신의 손에서 선검을 손바닥에서부터 쭈욱 밀어서 꺼냈다. 빛의 칼날처럼 생긴 선검을 들고 휘두르던 신투지존이 묘한 미소를 지었다.

" 흐흐. 여동빈의 기술을 쓰다니 오래 살고 볼 일이야."

" ......!!"

뭐지?! 저게 가능한가?!

나는 또 다시 놀라야만 했다. 그도 그럴것이 선검술이란 건 사실 구천현녀의 힘을 빌려오는 대가성 술법에 가까웠다. 즉 다시 말하자면 이 세계에 구천현녀가 있어야 쓸 수 있다는 말인데 어떻게 사용할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내 기억은 뺏기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몸을 차지한 것만으로도 선검을 소환할 수 있는 것인가!

하지만 나는 이내 어느 정도는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걸 알 수 있었다.

' 구천현녀는 원래... 수십억 년 전부터 존재해왔던 시조(始祖)다.'

나는 칠요의 시련 종반에 마주쳤던 구천현녀의 말을 다시 떠올렸다.

[ 저 또한 시조(始祖)의 존재. 수십억 년 전에 이 별이 우주의 혼돈 속에서 탄생하여 대지를 이루게 되자 탄생한 정령(精靈)들의 왕. 인간의 모습과 인격은 황제의 뜻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 현세에 부활한 진시황제를 맞닥뜨렸을 때 저는 천명(天命)을 얻어 그 동안 지니고 있던 가면을 벗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황제가 계산한 인과율에서 진시황제는 거대한 조각이었으며 저 또한 그 인과율에 공명하여 제약을 벗게 되는 구조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작 가면을 벗을 수 있게 되었음에도 제가 뭘 해야 할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 그 때 저의 본체가 제게 제안했습니다. 흐름에 순응하라고... 저는 그 말에 따라 가면을 벗어 본체로 되돌아갔습니다. 고대 삼황오제와 치우(蚩尤)와의 전쟁에서 황제가 승기를 잡기 위해 이 땅의 진짜 주인에게 제안하기 전의 그 때로... 제가 인격체로 화하기 전의 원시적인 형상으로.]

[ 백웅. 구천(九天)이 명동(鳴動)하고 있군요…. 이제 저를 따르는 쌍요(雙曜)가 용을 불러내기 시작하면 그 때부터 반고(盤古)의 화신(化神)으로서 상대해 드리겠습니다.]

구천현녀의 본체는 정령의 왕이었으며 위대한 존재였다. 또한 창세신이자 질서의 축인 반고의 화신! 이 세계 또한 반고가 존재하며 영향력을 미치는 건 똑같았기에 반고의 화신인 구천현녀의 본체가 존재하는 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이 세계에 무공과 술법이 없을 뿐 [옛 지배자]에 버금가는 고대신격이나 정령은 분명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현가능성만으로는 신투지존이 선검을 쓸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

저건 세상에서 구천현녀, 여동빈, 나까지 총 3명만이 쓸 수 있는 기술이다.

어떻게 그가 선검술을 쓸 수 있지?

" ......"

나는 혹시하는 마음에 선검술을 끌어올려서 선검을 소환해 보았다.

피이잉!!

마찬가지로 내 손 위에는 선검이 떠올랐다.

' 되는구나!'

강신술이나 다름없는 술법이라서 육체가 바뀌었음에도 술법을 습득했다면 쓸 수 있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나는 선검이 소환되어서 내 손에 잡히는 순간 기이한 이질감을 느꼈다.

' 음...?'

뭔가 무겁다. 시꺼먼 뱀이 검 내부에서 꿈틀거리는 느낌이었으며 스앗, 하면서 한기가 전신에 덮쳐왔다. 그러나 그 한기는 나를 위협하는 느낌은 아니었고 마치 처음부터 내 곁에 있었다는 듯 친한척하는 느낌이었다. 선검을 쓸 때 이런 기분이 든 적은 한 번도 없었기에 나는 괴이하다는 걸 느꼈다. 뿐만 아니라 이 선검은 평소처럼 은은한 빛을 내는 게 아니라 시꺼멓게 날이 물들어 있었다.

나는 신투지존을 노려보며 말했다.

" 어떻게 그 기술을 쓸 수 있지? 선검술을 누구에게 배웠나."

" 글쎄다, 후배님한테서 훔쳤다던가?"

" ......"

" 이유같은 건 재주껏 알아보라고. 내 후배라고 자칭할거라면."

나는 신투지존이 유들유들하게 나를 놀리려 든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나는 힐끔 옆에 있던 달마대사를 보았는데, 그는 충분히 우리 둘을 제압할 수 있음에도 그저 지켜보고만 있었다. 나는 달마대사가 우리 중에서 누가 자기에게 쓸모있는지를 재어보고 있다는 걸 알아챌 수 있었다.

신투지존이 껄껄 웃으며 말했다.

" 손은 꽤 빠르다고 인정해 주지. 어디 후배의 검술은 어떤지 한번 볼까!"

쉬잉!

신투지존이 말이 끝나는 순간 이기어검술으로 선검을 날렸다. 나는 이기어검이 날아오는 속도가 방금 전 신투의 손, 만상지투보다는 훨씬 느리다고 생각했으나 이내 영활하게 변화하는 검로(劍路)를 보자 눈을 부릅떴다.

검막(劍幕)!

채채챙

나는 급히 수십 개로 분열한 신투지존의 검영(劍影)을 검막을 쳐서 막아냈으나 이내 신투지존은 양팔을 넓게 벌리더니 힘을 끌어올렸다.

우우우웅!!

" 헉..."

나는 단숨에 환영의 검기가 허공에 수백 개나 떠오르는 걸 보자 헛숨을 집어삼켰다. 저건 내 막강한 내공을 이용해서 이기어검술을 단숨에 대량으로 펼쳐내는 수법이었는데, 저런 짓은 평소에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다. 왜냐하면 저렇게 물량으로 쏟아붓는다 해도 절대지경에 이른 진정한 고수는 도리어 약점을 파고들어 역습하기 때문에, 괜히 내공만 낭비하는 셈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평소의 내공이 없고 즉석에서 쌓아올린 내공만 있는 상태. 저렇게 이기어검의 물량으로 쏟아붓는다면 내게는 치명적이다. 막고 피하다가 힘이 다 떨어지면 날아오는 걸 알아도 못 피하는 사태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퓨퓨퓽

검막의 기술 정도로는 저 기세를 막을 수 없다! 나는 날카로운 눈으로 끝까지 상대의 공격을 지켜보다가 지근거리까지 공세가 짓쳐들어왔을 때 천천히 한 걸음을 옮겼다.

삼보절기(三步絶技)

천지인의 세 걸음이 이어짐과 동시에 수백 개의 이기어검의 궤도가 내 몸을 투과해가는 게 느껴졌다. 실제로는 삼보절기가 완벽한 회피공간을 만들어 낸 덕분에 예지력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궤도를 피했고, 설령 회피가 막히더라도 부드럽게 막아내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 ... 호오!"

신투지존이 감탄한 듯한 소리를 내었다.

뇌신류(雷神流)

일섬(一殲)

나는 즉시 신투지존에게 파고들어서 그의 목으로 선검을 휘둘렀고, 간명한 베기의 속도는 내가 낼 수 있는 최대한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러자 신투지존은 찰나지간에 내 공격을 슬쩍 곁눈질하는 듯 했다.

[ 끌끌.]

그러더니 웃었다.

파밧

" ......!!"

엉?

뭐, 뭐야.

나는 칼날이 신투지존의 살갗을 베기 직전에 그의 신형이 빠르게 소멸하는 걸 알아챘다. 하지만 그건 사라진 게 아니었으며 신투지존 또한 절기를 써서 내 공격을 회피한 것이었다. 나는 즉시 궤도를 고쳐서 그의 심장까지 쭉 내려베었으나 이번에도 마치 물거품처럼 아슬아슬하게 신투지존에게 닿이지 않았다. 그와 동시에 나는 섬짓함을 느끼면서 재빨리 뒤로 물러섰다.

파밧

' 이럴수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방금 전 신투지존이 발휘한 절기는 다른 절기가 아니다.

' 삼보절기라니!'

뒤늦게 신투지존의 몸이 공간에 모습을 드러냈는데, 바닥에는 신투지존의 발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 발자국은 당연하게도 삼보절기의 흔적이 남아있었던 것이다. 천지인의 방위가 정확하게 찍혀있었으며 신투지존은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고스란히 내 공격을 회피한 것이다.

나는 충격을 받아서 신투지존에게 말했다.

" 어떻게 삼보절기를 쓸 수 있는 거지?"

" 흐흐. 쓸만한 기술이군."

신투지존은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 이 정도는 훔치고 말것도 없지. '들리는 대로' 써 봤을 뿐이다, 후배."

" ......?"

들리는 대로?

나는 어리둥절해하다가 이윽고 그의 말이 무슨 뜻인지 깨달았다.

[ 무예에는 마음이 없다고 생각하나?]

[ 그건 고정관념이야. 무예에도 생명이 있고 마음이 있어.]

[ 나 정도 되는 최고의 도둑에게는 그 소리가 들려오고, 마음이 읽히거든…. 뭐 이건 내가 어렸을 때부터 들리던 거라서 재능이겠지만! 정확히는 마음을 읽는 게 아니라, 마음이 들리는 거야.]

분명히 신투지존의 좌에서 그에게 가르침을 받을 때 들었던 이야기였다. 절대지경 만상지투를 배울 때 그 기본원리를 습득하기 위해서 초상승 무예의 이론을 들은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당시에 만상지투를 생기면서 한 가지 의문을 해소하지 못했다.

신투지존 왈, 그는 스승이 따로 없고 문파도 없었으며 그저 대충 도둑질하며 독학으로 익혔다고 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세상에 그런 도둑이 한둘인가? 그것만으로 절대지경 만상지투를 만들 수 있다면 세상 모든 도둑들이 괴물처럼 강할 것이다. 즉 나는 신투지존이 어떤 계기로 어떻게 만상지투를 만들었는지는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 깨달았다.

신투지존은 천성적으로 무예의 소리와 마음이 읽힌다...!!

태어날 때부터 지니고 있던 궁극의 재능!

대충 도둑질하며 익혔다는 것은, 바로 지금처럼 상대의 무예와 대적(對敵)하자마자 그 본질을 읽어내고 무예의 마음을 '들은' 것이다. 그리고 한 번 무예의 마음을 듣게 되면 찰나 후에 바로 10성의 경지로 시전 가능한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신투지존은 내가 삼보절기를 펼치는 걸 한 번 보고 그대로 대성해버렸다는 셈이었다.

" 어... 어어..."

나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무슨 저런 재능이 다 있단 말인가?

무예의 마음을 듣는다는 게 별 의미 없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나 사기적인 재능이었다니?

신투지존이 생전에 이런 재능을 갖고 있었다면 독보강호할 수밖에 없다.

그 앞에 선 모든 무림인은 고스란히 모든 무공을 빼앗기는 거나 다름없다!

" 헤헹. 표정이 마음에 드는군. 그럼 조금만 더 해보실까?"

타닷!

그 순간 신투지존이 도리어 삼보절기를 공세로 전환시켜서 펼쳤다. 그리고 나는 삼보절기가 공세로 변환하는 순간 수많은 파생절기의 근간이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나는 그 패도적인 기세에 놀라서 순간적으로 그가 역린섬(逆鱗殲)같은 기술을 쓰지 않을지 우려했다. 그래서 급히 마찬가지로 삼보절기를 펼치며 피했고, 뒤로 물러서는 내게 신투지존이 코앞까지 따라붙었다.

슈슉

슈슈슉

둘 다 엄청난 속도로 이동하면서 허공을 몇 차례나 뛰어다녔을까? 나는 신투지존이 난데없이 선검을 휘둘러 내 심장을 베어오는 걸 알아챘고, 그 공격을 재빨리 삼보절기로 회피했다. 그리고 피하는 순간 신투지존이 다른쪽 팔을 휘둘렀는데 갑자기 영문도 모른 채 배를 세게 얻어맞았다.

쿠콰쾅!!

" ......!!"

그가 내공을 실어서 쳤기 때문에 나는 내장이 터져나가는 줄 알았다. 찰나지간에 의념으로 최대한 방어했으나 내 몸뚱이의 내공이 워낙 많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는 피해를 다 막을 수 없는 것이다. 아니, 원래라면 한 방이라도 맞은 순간 이미 승패는 결정난 셈이었다.

쿠쿵

나는 땅바닥에 쓰러지며 피를 토했지만 쓰러지지 않고 서서 버텼다. 신투지존은 히죽 웃으며 옆에서 관전하던 달마에게 말했다.

" 당신이 준 이 사도의 팔, 완전 편한데! 인과를 역전시켜서 상대를 때릴 수 있는 건가?"

[ ... 쓰기 나름이겠지. 마력은 그저 재료일 뿐이다. 그대는 아주 영리하군.]

신투지존이 달마가 준 마력을 이용해서 짧은 인과를 조작해서 내게 일격을 먹인 모양이었다.

' 제길... 저런 사용법이 있었다니.'

신투지존은 싸늘하게 웃더니 다시 한 번 내게 달려들었다. 이번에는 그가 도왕천라(盜王天羅)의 수법을 써서 내 오장육부를 훑으려고 공격했는데, 나는 그 공격을 삼보절기로 피하기엔 몸상태가 좋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굴공천축검을 이용해서 도왕천라를 흘려버렸다.

주욱 하고 공간이 압축되고 늘어나면서 신투지존의 일격을 흘려버렸다. 신투지존은 재밌다는 표정을 지었는데, 나는 그 순간 앗차하는 생각이 들었다.

' 이런!!'

아니나 다를까, 신투지존은 연이어 달려들었는데 이번엔 자신도 굴공천축검을 시전하는 것이었다. 정말로 보자마자 다 익혀버리다니! 나는 미칠 지경이 되었지만 일단 양손으로 굴공천축검의 묘경을 운용하며 내 주변에 원을 그리며 버텼다.

포기하면 안돼!

포기하지 않으면 뭐든 수가 날 것이다!

투두둥

콰과과광!!

그렇게 약 칠십여 초 동안 맹공을 퍼붓던 신투지존은 잠시 공격을 멈추고 흥미로워하는 듯 했다.

" 음양의 묘리를 완벽히 깨달아서 한 손으로 공간을 압축하고 다른 손으로 튕겨내는가? 굉장한 숙련도군."

" ......"

" 그나저나 후배야. 너는 절세무공을 대체 몇 개나 익힌 거냐? 무공수집이 취미냐? 이것도 꽤 재밌어보이는 무공인데."

우웅

그는 한쪽 손에 현천오신결, 다른 쪽 손에는 오행강기의 내공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잠시 후에는 그 기운을 지우고 명왕수와 만승검결을 한 번씩 써보는 듯 했다. 나는 그가 별의별 잡스러운 무공까지 전부 다 완벽히 소화하는 걸 보자 허탈감에 휩싸였다.

" ......"

싸우기 싫어.

싸우면 싸울수록 무공을 도둑맞는 느낌이다...

하지만 나는 절망감을 가까스로 이겨내고 끝까지 검을 세게 붙잡았다. 내가 투지를 잃지 않자 신투지존이 히죽 웃었다.

" 흐흐. 재밌구만. 아직도 남은 밑천이 더 있나본데... 끝까지 끌어내 주마."

타닷!

신투지존이 다시금 달려들었다. 나는 그와 연속으로 오십 초를 다시 공방을 나누다가 갑자기 신투지존이 다시금 마력의 팔을 써서 인과를 역전시키는 현상을 감각으로 느꼈다.

왔다!

바로 지금이다!

나는 마력의 팔이 내 심장을 노리고 덮쳐오는 순간, 그가 헛점이 생긴다는 걸 알아차렸다. 아까 싸우면서 느낀 것이지만 신투지존은 무공에 있어서는 마치 여동빈처럼 전혀 헛점이 존재하지 않았으나, 자신의 것이 아닌 [마력]을 다룰 때는 일말의 틈이 생기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틈이야말로 내가 이길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는 걸 알아차렸다.

우우우우 -

아(我)와 비아(非我)의 경계에 맞서라.

무심(武心)을 도야시켜라.

망념을 초월해 무위전변에 도달하라!

" ......?!"

마력을 써서 내 목젖을 따려고 하던 신투지존의 얼굴에 당혹감이 떠올랐다.

우웅

무쌍패(無雙覇)가 펼쳐내는 패도의 태극(太極)이 어느 새 그의 몸을 둘러싸서 무형의 세계 속에서 빛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신투지존은 그 순간 엄청난 신법을 동원해서 마치 바람처럼 뒤로 물러나려 했으나, 나는 양 손을 합장해서 태극의 힘을 모은 상태로 신투지존의 바로 코 앞까지 따라붙었다.

무쌍패 무위전변!

파지직!!

그와 동시에 마력의 팔이 망가지는 듯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무쌍패의 태극이 완벽하게 공격을 중화시키면서 인과를 역전시킨 반발이 되돌아갔기 때문이었다. 육합의 힘은 무상의 경지에서 만마(萬魔)를 굴복시킬 수 있다!

그러자 옆에 앉아있던 달마가 입가에서 피를 흘리며 꿈틀거렸는데 아무래도 그에게도 약간의 타격이 간 모양이었다.

팔이 부숴진 타격 때문에 신투지존의 몸이 일순간 굳었다. 나는 처음부터 이 순간만을 노리고 있었기에 눈을 빛냈다.

' 기회가 왔다!'

처음부터 무쌍패를 썼다면 무승부는 가능했을 지언정 이기는 건 불가능했으리라. 무쌍패는 강력한 기술이지만 크나큰 집중력과 내공, 의념이 동시에 필요했고 장기전이 되면 될수록 내가 불리했다. 더욱이 신투지존같은 상대는 무쌍패를 보는 순간 무쌍패마저도 따라해버릴 확률이 있었다.

그러므로 나는 무쌍패로 상대의 비장의 기술을 봉쇄하고 그 틈에 그가 절대 따라할 수 없으리라 생각하는 기술으로 그의 숨통을 끊으려는 작전을 세웠던 것이다. 나는 선검을 한 손에 소환했고, 그와 동시에 빠르게 내 몸이 여동빈으로 변신했다.

슈슉

신투지존이 찰나지간에 인상을 찌푸렸다.

[ 이 고약한 놈... 하필 그 녀석의...]

나는 찰나의 순간에 집중해서 최후의 무공을 전개했다.

육의성천도(六意星天圖)

운결!

푸콱

내 선검이 신투지존의 어깨를 관통했다. 원래라면 심장을 관통했어야 하지만 신투지존이 찰나의 빈틈을 이용해서 내 공격을 비껴가게 한 것이다. 그것 또한 [만상지투]였기에 나로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선혈을 흘리던 신투지존은 자신의 어깨를 관통한 선검을 보더니 무덤덤하게 말했다.

" 후배. 왜 육의성천도를 쓴 거지?"

나는 아무런 감정도 없는 신투지존의 눈을 마주보며 대꾸했다.

" 당신은 다른 모든 무공을 쓰면서도 이것만은 쓰지 않았으니까... 이 무공이 당신의 가장 큰 약점이라고 생각했다."

"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 천 년 전에 당신은 여동빈과 수 차례 마주쳤고 그가 싸우는 것도 여러 번 봤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 시대에 가장 강력한 천하제일고수인 여동빈의 무공은 단 한번도 훔치지 않았지."

" ......"

" 이제 그 이유를 알겠어."

나는 확신을 담아서 말을 이었다.

" 당신은 검선 여동빈의 육의성천도만큼은 훔치지 않아. 아니, 훔칠 수 없는 거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