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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공가향(眞空家鄕)
나는 제일 처음에 이혼대법을 썼던 황우를 다시 내 앞에 세웠다. 그리고 달마에게 말했다.
" 달마. 다섯 제자 중에 가장 아끼는 자가 누구인가?"
[ 어리석은 질문... 모두를 아낀다.]
" 이 방법을 쓰면 신투지존의 정체를 밝힐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러나 네 제자에게 큰 위험이 닥칠 수도 있다..."
나는 말꼬리를 흐렸다. 왜냐하면 상대의 동의도 없이 섣불리 쓸 수 있는 방법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달마가 말했다.
[ 그럼 잠시 이야기를 해 봐야겠군.]
슈욱!
나는 달마와 함께 순간이동을 해서 인적없는 곳으로 왔다. 나를 웬 평원으로 데려 온 달마는 내게 설명을 듣기를 원하는 눈치였고, 나는 할 수 없이 내가 쓸 [마지막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 [가면]을 벗길 생각이다."
[ 가면...?]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나는 신투지존에게서 여러가지 기술을 배웠었다... 그 중 하나다."
[ 기술을 배웠다고? 너는 신투지존의 제자란 말인가?]
" 좀 다른 얘기다."
나는 지난번에는 달마를 크게 경계했기에 신투지존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하지 않았기에 이번에 전후사정을 제대로 설명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나는 신투지존을 만나게 된 계기, 좌(座)에서 어떤 수련을 거쳤는지를 자세히 설명했다. 내 이야기를 모두 들은 달마가 이해한 듯 밀했다.
[ 천면공자(千面公子)의 2단계, 가면을 벗긴다는 것은 상대를 심연으로 만들어서 뒤집어쓴다는 거군...]
" 맞아."
[ 그 말이 또 하나의 사실을 의미한다는 건 알고 있는가? 그대의 이혼대법이 통하지 않는 이유란 바로...]
나는 달마가 눈치가 빠르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나는 순순히 달마의 말에 대답했다.
" 그래. 신투지존이 네 제자 중 한명을 가면으로 만들어서 뒤집어쓰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백을 강탈해서 강제로 심문하는 이혼대법조차 통하지 않는 거다."
[ ......]
" 다만... 나로서도 천면공자의 2단계를 쓸 경우 찾아오는 부작용은 잘 모르겠어."
신투지존의 정체를 밝혀낼 방법은 이미 찾아낸 셈이다.
그러나 쉽사리 쓰지 못하는 이유가 존재했으니, 바로 부작용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 심연의 가면에는 '눈(眼)'이 있다. 그 눈을 뜨게 만들 수 있다면 네 것으로 가져올 수 있으리라.]
[ 이 주문은 상대의 가면을 직시하고, 눈을 뜨게 만드는 능력이 있다. 주문이 숙련되면 점점 상대의 배후에 존재하는 가면을 시각화해서 볼 수 있을 것이고, 그 가면이 눈을 뜨는 장면을 보게 될 것이다.]
[ 상대의 심연이 눈을 떴다는 뜻이지. 그 상태에서 재빨리 가면을 훔쳐와야 한다.]
[ ... 천재(天災)라고 표현해야겠군. 거대한 재앙이 일어나.]
[ 눈을 뜬 가면은 현실을 왜곡시켜버린다. 결코 좋을 일은 없어. 경고하는데 한번 눈을 뜨게 만들었으면 다시 닫게 하던가 아니면 재빨리 훔쳐버려. 절대로 가면이 눈을 오랫동안 뜨면 안 된다.]
[ 너든 상대든 파멸을 직시하게 될 것이다.]
[ 큰일난다고요? 뭐가 큰일난다는 겁니까?]
[ ... 말할 수 없는 부분이야. 그건 본체한테 있어서 매우 아픈 기억이거든.]
좌에 있던 신투지존의 분신체는 내게 천면공자의 2단계를 가르쳐주면서도 자세한 내막과 부작용에 대해 설명하는 건 무척이나 꺼렸다. 또한 신투지존 본체가 2단계를 잘못 써서 일어난 '부작용' 때문에 큰 마음의 상처를 받았던 건 분명했다. 굉장히 위험한 술법이자 권능인 게 분명했다.
그런 걸 섣불리 인간에게 사용해도 괜찮을까?
내 이야기를 묵묵히 듣고 있던 달마가 말했다.
[ 또 하나의 문제가 있다. 내게 미리 상담하려 한 건 좋은 태도다.]
" 응?"
[ 그대가 눈치챘는지 모르겠으나, 그 말대로라면 그대에게는 중대한 이점이 있다.]
" 이점이라니."
[ 신투지존이라는 자는 그대가 천면공자의 절기를 습득한 사실을 모른다는 점이다. 그건 아주 큰 장점이다.]
" ......!!"
나는 생각지도 못했던 점에 눈을 크게 떴다.
' 그, 그렇구나!'
깊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그렇다. 좌(座)에 홀로 존재하는 신투지존의 분신체는 승천한 상태로 남아있기에 본체와 기억이 연결되지 않았다. 그러므로 좌에서 신투지존이 날 수련시켜줬다고 하더라도 본체 신투지존은 그 사실을 전혀 모르는 것이다!
달마가 말을 이었다.
[ 만일 그대가 5명 중에 한 명을 골라서 가면을 쓴다면, 신투지존의 본체를 골라낼 확률은 2할이다. 한 번에 골라낼 수 있으면 좋겠지만 사실 낮은 확률이겠지. 그리고 첫 선택에 실패한다면 변신해서 인격 내부에 잠자고 있던 신투지존은 그대의 능력을 경계하게 될 것이다. 또한 이 자리에서 벗어나서 도주를 꾀하게 되겠지.]
" ......"
[ 나로서도 신투지존이란 자를 붙잡을 자신이 없다. 사실 그대가 말하기 전에는 그런 자가 내 주변에 숨어들었다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 자 또한 인간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초월적인 능력을 지니고 있는 게 분명하다.]
확률은 2할인가.
나는 달마의 말에 침음성을 흘렸다. 확실히 한 번에 붙잡지 못한다면 신투지존이 도주를 하려고 들 텐데, 신투지존의 능력을 생각하면 본격적으로 도주하는 그를 붙잡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우리 세계에 있을 때부터 절대지경의 고수이자 천하제일을 노리던 초고수였는데 이 세계에 와서 무려 2천 년 이상 환생하며 힘을 쌓아온 것이다. 섣불리 자극하게 되면 그 자가 도주하는 걸 그냥 보고만 있어야 할 것이 분명했다.
이윽고 달마가 무덤덤하게 말했다.
[ 그러므로 이 상황에서 신투지존을 붙잡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내 제자 5명을 모두 죽이는 것이다.]
" ......?!"
엥?!
나는 난데없는 달마의 제안에 경악해서 입을 벌렸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말이었기 때문이다. 도리어 내가 당황해서 말했다.
" 무, 무슨 말인가? 네 제자를 어떻게..."
[ 그대의 검술으로 일격에 빛살처럼 다섯 명의 목을 베어낸다면 신투지존도 모습을 드러낼 수밖에 없으리라.]
" ... 어, 아니..."
[ 나 또한 결계를 쳐서 미리 거들겠다. 그리고 신투지존이 부상을 입은 틈을 타서 내가 붙잡겠다.]
" 그런 문제가 아니잖아! 그럴 거면 처음부터 귀찮게 이럴 필요도 없었어! 널 믿고 따르는 제자들을 죽여도 괜찮다는 거냐?!"
내가 참지 못하고 버럭 외치자 달마가 말했다.
[ 그들은 가장 오랫동안 내 밑에서 가르침을 받아온 제자들이다... 생멸(生滅)의 허무함을 깨닫고 있으며 목숨에 미련이 적다. 대의(大義)를 위해서 기꺼이 죽어줄 수 있다.]
" ......"
[ 그대는 섣불리 천면공자라는 장점을 노출시키지 말아라. 신투지존을 상대할 때 중대한 유리함을 차지할 수 있다.]
냉철하기 짝이 없는 달마의 말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달마의 사고방식이 무엇인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 백련교주와 똑같다...!!'
대의를 위해서라면 위대한 순교와 희생은 필수불가결하다는 입장!
나는 마치 백련교주 독고운천을 눈 앞에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백련교주가 이 자리에 있었더라도 지금의 달마대사와 똑같이 말했을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저런 관점에서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세상을 구해야하는데 고작 인간 5명의 목숨따위 무슨 상관이겠는가? 필요하다면 3만 명이든 100만 명이든 인신공양할 준비가 되어있는 달마대사에게 있어서 그런 건 논할 가치도 없었다. 설령 그게 가장 오랫동안 자신을 믿고 따라왔던 제자라고 해도 그건 달라지지 않는다.
내 기술의 비밀을 지켜서 아군진영의 유리함을 얻는다는 - 어찌보면 사소한 이득을 위해서 서슴없이 제자들의 목숨을 대가로 바치겠다는 발상.
백련교주 독고운천이 수도 낙양에서 수많은 백련교도들을 제물로 바치고 심장을 뽑았을 때도 저랬을 것이다. 나는 아직도 그의 마지막 말이 기억났다.
[ 옛 지배자는 낙양의 인간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내게 소중하다 할 수 있는 본교의 교도들을 바칠 것을 요구했지... 악신이기에... 오로지 필멸자를 괴롭히는 걸 낙으로 삼는 존재이기에 나는 그 희생조차 각오했다....]
[ 난 대죄인이며... 학살마다... 그러나 죄책감조차 느끼지 못하는 건 아니다. 왜냐하면 나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는 백련교도들을 지푸라기처럼 여기지 않았다. 분명히 그들을 학살한 것에 대한 인간으로서의 죄책감과 양심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그 죄책감과 양심을 지키기에는 너무나 절망적인 현실이었기에 그 악(惡)을 자신이 짊어지고 가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그건 또 다른 광기였다.
눈 앞의 달마대사도 똑같지 않을까?
그라고 해서 자신의 제자들을 쳐죽이는 것에 미안함이 없을 리는 없다.
그러나 대의라고 하는 이름의 광기(狂氣)가 그의 양심과 죄책감을 덜어주고 있었다.
" ......"
아냐, 그래서는 안 돼.
적어도 나는... 그들의 대의에 동조해서는 안 된다.
대(大)를 위해서 소(小)를 희생한다는 관점에 매몰된다면 내가 그들과 달라질 게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최대한 모두를 구해내면서 최후의 승리를 거머쥘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나는 이를 악물고 달마에게 말했다.
" 그 방법은 쓰지 않겠어. 차라리 운에 맡기겠다."
[ 운이라고...? 2할이라는 낮은 확률에 맡기겠단 건가?]
" 그래. 하지만 접근방법을 달리 할 거야."
나는 달마에게 내 계획을 설명했다. 내 이야기를 들은 달마가 잠시 후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 ... 지독할 정도로 순수하다고 해야 하는가... 그대는 정녕 나와 같은 존재가 맞는가? 어찌 그 정도 수준의 힘을 쌓고도 아직까지 그리도 순수한 거지?]
" ......"
[ 그런 정공법이 수천 살 먹은 노회한 괴도(怪盜)에게 통할거라 생각하는가? 그 자는 귀호선괴(鬼狐仙怪)와 신마왕조차 오시하는 영리한 존재. 그저 눈뜨고 농락당함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 그래도 좋아. 실패하면 내가 책임지겠다."
[ 어떻게 말인가.]
나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중얼거렸다.
" 명색이 천하제일의 괴도가 그렇게까지 사리사욕만 챙기는 놈이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놈만큼은 해치우고 죽겠어!"
[ ......]
달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 좋다. 해 보자.]
파앗
나는 달마와 함께 제자들이 기다리는 본당으로 되돌아왔다. 그리고 제자 다섯 명을 앞으로 불러모으고는 말했다.
" 이 안에 신투지존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제자들은 그저 멀뚱멀뚱 나를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그들 하나하나를 찬찬히 들여다보았으나 역시 아무런 위화감따위를 발견할 수 없었다. 화안금정으로도, 이혼대법으로도 그 정체를 밝힐 수 없다니 기가 질릴 정도로 엄청난 변신술이라고 할 수 있었다. 나는 말을 이었다.
" 신투지존이여. 나는 백웅. 내가 이 세상에 찾아온 이유는 바로 당신의 뒤를 쫓아서 온 것이다. 당신이 여동빈이 종말의 거룡을 쓰러뜨리기 이전부터 헌원검의 행적을 쫓았으며 외우주를 통과해서 여기까지 왔다는 걸 알고 있다."
대답은 없다.
4명은 정말로 모르는 일이므로 그냥 듣고있을 테고, 나머지 1명의 심층의식에 존재하는 신투지존은 굳이 내 말에 대꾸하지 않는 것이리라.
" 당신이 헌원검을 노린다면 내 목표는 사대신기다. 서로의 목적이 다르다면 굳이 부딪힐 필요도 없을 터, 함께 협력해서 원하는 걸 얻고 원래 세계에 돌아가지 않겠나?"
정적...
나는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 좋다. 그럼 내 방식으로 당신을 찾아내겠다."
스으으
' 제발... 맞기를!'
나는 이번에는 황우가 아닌 혜가(慧可)부터 시도하기로 했다. 그리고 천면공자의 2단계 술법을 시전해서 주문을 외우자 혜가의 등 뒤에서 가면이 생겨났고, 나는 그 가면을 그대로 빼앗아서 썼다.
촤아앗!!
......
나는 정체성의 혼란 때문에 비틀거렸으나 이윽고 혜가의 내면이 순수한 승려 그 자체이며, 한평생을 세계의 어둠때문에 괴로워하다가 달마를 만나서 깨달음을 얻고 팔 하나를 자르게 된 인물이란 걸 알게 되었다. 기인(奇人)이긴 했으나 결코 신투지존은 아니었다.
다음은 유약해보이는 인상의 문사였다. 나는 그의 가면을 빼앗자 그의 이름이 성진(星辰)이며, 멸망한 소국(小國)의 왕자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반란군에게 잡혀죽으려 할 때 달마대사가 초능력으로 그를 구해내서 제자가 되었다.
다음은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그녀는 아유타(亞維妥)라는 이름의 공주였으며 마찬가지로 조그마한 나라 출신이었다. 다만 그녀는 성진과는 달리 왕국이 건재함에도 불구하고 달마의 깨달음에 출가하여 제자가 된 인물이었다.
남은 것은 두 명.
권법가인 듯 몸집이 무척 단단하고 체구가 장대한 사내와, 깡마른 인상에 눈매가 부리부리한 황우 두 사람 뿐이었다.
' 저 두 명 중에 하나다...'
나는 힐끔 두 명을 보다가 말했다.
" 그대들 둘 중 하나가 신투지존이다."
" ......"
그들은 말없이 나를 쳐다보았다. 그들의 눈에는 질린 기색이 있었는데, 그도 그럴것이 내가 가면을 써서 상대의 모습을 훔쳐서 변신하는 게 초상능력이 없는 이 세계에서는 무척이나 기이한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둘을 매섭게 쳐다보며 말했다.
" 신투지존. 순순히 나오지 않는다면 나와 달마는 그대를 공격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대답은 없었다.
나는 먼저 황우에게로 손을 뻗어서 그에게 술수를 시전했다. 황우는 겁먹은 표정이었으나 이윽고 가면으로 변해서 내게 덧씌워지자 그의 진짜 정체를 읽을 수가 있었다. 그는 본디 뛰어난 능력을 지닌 재계(財界)의 거물이었으나 달마에게 목숨을 구해진 후 그의 제자로 들어간 인물이었고 다소 세속적이고 소심한 인물이었다.
' 황우도 아니라면...'
나는 마지막 한 명인 호월(虎月)을 쳐다보았다.
장대한 체구를 지닌 호월은 무뚝뚝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원래 무가(武家) 출신으로 장군직을 지내고 있었으나 장군을 그만두고 달마의 방랑행에 따라나선 강직한 인물이었다.
" 뭐 하시오? 내게도 해 보시오."
할 필요도 없다.
여기까지 온 이상, 상대의 정체는 명백하다.
5명 중 4명이 결백하다면 - 나머지 한 명이 바로 범인인 것이다.
" 나 또한 결백해지고 싶소."
" ......"
정말로 호월이 신투지존일까?
나는 해볼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 당신이 가장 의심스럽소. 그러므로 당신을 봉인하겠소."
이게 최선이다.
내가 달마에게 시선을 향하자, 달마가 서서히 손을 뻗었다.
마력을 담은 주문으로 호월을 봉인하려는 것이었다.
그 순간이었다.
타닷!!
호월이 난데없이 내게 엄청난 속도로 달려들더니 손을 뻗었다. 찰나지간에 그가 씩 웃으며 뭔가를 말하는 듯 했다.
[ 자아, 어디 해 봐라 후배.]
마치 시험하는 듯한 말투!
그리고 호월의 손 끝에서 기이한 힘이 번뜩이더니 내 등뒤가 싸해지며 뭔가가 떠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그게 [가면]이 모습을 드러낸 거라는 걸 깨닫고는 소름이 돋았다.
' 제, 제기랄!!'
주문도 안 외우고 가면을 즉시 드러낼 수 있다고?!
설마 좌에서 내게 천면공자를 가르칠 때 속인 건가?!
아니다, 그게 아니라 그저 상대의 수준이 높은 걸 수도 있다...!!
' 당황할 때가 아니잖아! 일단...'
나는 당황하면서도 침착하게 재빨리 손을 뻗었다. 나 또한 손이 빠르기로는 천하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것이다.
' 제길! 그래도 서로 뺏는다면 상황은 같아!'
나와 호월의 손이 교차하는 극순의 순간.
호월의 손은 내 가면을 잡아챘고 나 또한 호월의 가면을 잡아챘다.
파앗...!!
눈 앞이 하얘진다.
나는 잠시동안 정신을 잃었다.
그리고 나는 의식의 세계에서 튕겨져 나오듯 현실로 되돌아왔다.
" ......!!"
그리고 나는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내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옆에서 황우가 걱정스러운 듯 나를 부축하는 게 보였다.
" 괜찮소 호월 사형?"
" ......?"
" 그 백웅인지 뭔지 하는 놈이 우리 모두를 지하감옥에 가뒀소. 빌어먹을... 스승님께서 어쩌다가 그런 놈에게 혹하셨는지 모르겠소!"
무슨 소리야?
그러자 옆에 앉아있던 절세미녀, 아유타 공주가 내게 말했다.
" 호월 사형. 좀 더 앉아있으세요. 얼굴이 많이 창백해 보입니다."
" ......?"
나는 어리둥절해 하다가 문득 지하감옥에 다섯 명 모두가 갇혀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깨달았다.
" 어... 어라..."
그렇다.
나는 호월과 몸이 뒤바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