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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공가향(眞空家鄕)
영귀의 말에 염제는 한동안 침묵하다가 말했다.
[ 좋다. 그대를 제물로 삼아 이 세계의 쐐기로 삼으리라!]
우두둑
염제가 손을 뻗자 영귀의 목이 우악스럽게 잡혔고, 영귀는 달관한 눈빛으로 몸에 힘을 뺀 듯 했다. 이윽고 염제가 힘을 주어 영귀의 목을 뽑아내었고, 선혈의 분수가 치솟았다. 그리고 피분수가 치솟아오르는데도 염제는 태연하게 영귀의 네 다리를 하나하나 뽑아내었고 급기야는 그의 등딱지를 강제로 뜯어내었다.
푸콰콱
핏물이 줄줄 흐르는 등딱지를 밑에 받친 염제가 영귀의 머리통과 다리 네 개를 우겨넣었고, 영귀의 시체가 마치 거대한 솥처럼 변했다. 염제는 거기에 손을 뻗어 의지를 집중했고 잠시 후 거대한 화염의 기둥이 타올랐다.
후오오오 -
영귀의 처참한 시신이 한 순간에 거대한 화염에 휩쓸려서 재가 되어갔다. 언뜻 끔찍한 광경이었으나, 나는 그와 동시에 염제에게로 거대한 힘의 알갱이같은 것이 모여서 흡수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 저건?'
나는 저 알갱이가 무엇인지 잘 몰랐으나, 흡수가 끝나고 나자 염제가 내게 말했다.
[ 백웅이여. 영귀의 희생으로 본제는 흉신과의 전쟁을 치를 각오가 섰다. 주재자인 그대는 남은 공양의식을 진행하여 끝낼지어다.]
" ... 네."
가장 골치아팠던 문제가 염제의 참전으로서 해결된 이상 더는 거리낄 필요가 없다. 나는 고개를 끄덕인 후 염제에게 주문했다.
" 저는 외차원에 진입해서 사대신기를 찾을 때 염제님의 전폭적인 지원과 가호를 원합니다. 또한 다른 삼황오제로부터 저와 동료들을 보호해 주십시오. 이것이 저의 소원입니다. 또한 이 공양물을 모두 바쳐서 칠요의 해제에 도움을 주실 것을 강력하게 건의합니다."
[ 역시 그렇겠지.]
" 제 소원을 이룰 수 있겠습니까?"
[ 문제 없다. 모두 이뤄주겠다. 다만 하나의 조건이 있다.]
조건?
뜻밖의 이야기에 내가 염제를 쳐다보자, 염제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 '주시자'가 끼어들 경우 나는 언제든 네 일에서 손을 떼겠다.]
" ......!!"
[ 그렇게 될 경우 내 힘에서 벗어난 영역이라는 걸 알아두어라.]
" ... 알겠습니다."
주시자.
그 존재는 외차원을 관장하고 있다는 신적인 존재로서, 그 격은 확인되지 않았으나 외신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었다. 염제 신농 또한 주시자의 존재를 알고 있었기에 내게 미리 경고해둔 게 틀림없었다.
[ 그럼 여기서 봉선의식을 끝내노라.]
파앗!!
염제의 선언과 함께 나는 천제단의 현실세계로 돌아와 있었다. 그리고 내 주위에는 제갈유룡과 제갈부가 서 있었는데, 그들은 내가 사라지기 직전의 모습 그대로였다.
' 아무래도 찰나의 시간밖에 지나지 않은 모양이군.'
제갈유룡이 말했다.
" 상황이 어떻게 되었지?"
" ......"
나는 말로 설명하려다가 자칫하다가는 전생의 비밀을 입으로 흘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흑요석에 기억을 담아서 그에게 건네주었고, 제갈유룡은 기억을 받아들인 후 곰곰히 생각하다가 말했다.
" 상당히 잘 해냈군. 좋은 결과다."
" 잘 된 건가?"
" 그래. 다만 영귀가 끼어들지 않았다면... 넌 어느 쪽도 선택하기 힘들었겠지. 뭐든간에 아쉬움이 남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 선택또한 보고 싶은 게 책사의 마음이겠지만."
" ... 흥, 악취미군."
" 결과적으로 너는 하나도 놓치지 않고 손에 넣는 교섭을 성공시켰다. 지금까지는 없었던 일이지. 이게 바로 정향의 인과율이 너를 뒤에서 밀어준다는 증거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말한 제갈유룡이 말했다.
" 더 이상 중원에서 뭔가를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즉시 수해로 이동해서 세이메이와 연계해서 바로 외차원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준비를 하자."
" 알았어. 그런데..."
나는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 ... 제갈사는 어디 간 거지? 그가 어디갔는지 알고 싶은데."
근 5일동안 나는 정신없이 돌아다니면서, 그저 제갈사가 모든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흉신세력의 방어에 나섰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심지어 서방에서 마왕 시몬 마구스가 출현한 건 틀림없이 제갈사가 뭔가를 희생했다는 뜻이었으므로 그가 걱정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쭉 그를 보지 못했기에 내가 걱정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 ......"
내 말에 제갈유룡은 잠시 어두운 표정을 짓다가 말했다.
" 알고 싶다면 알려 주지. 대신 이제 와서 전쟁에 끼어들겠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고 약속해 줘야겠다."
" 알았어. 약속하지. 제갈사는 어딨어?"
" 광동성으로 가자."
파앗!!
나는 제갈유룡과 제갈부를 데리고 광동성으로 향했다. 이 곳은 망량이 정했던 인류 최후의 방어선이자 전초요새였고 이 곳에서 모든 투선과 천계 전력이 모여서 나인교를 막아내고 있는 중이었다.
" 으윽."
나는 성벽 위에서 광동성 바깥의 평원과 전장을 보자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참혹하다!!
수많은 이족 괴물들이 죽어서 널부러져 있었고 비릿한 핏물이 강을 이루었다. 그리고 곳곳에 죽어 있는 신선이나 도사들의 모습도 즐비했으며 목불인견의 참상도 끊이지를 않았다. 민간인의 희생도 어마어마했던 모양인지 곳곳에 인간의 시체도 걸레처럼 널부러져 있었다.
' 도대체 얼마나 큰 싸움이...'
광동성의 성벽 위에서 곧장 내성으로 들어가자, 그 곳에는 인간 지휘관들 몇몇이 앉아서 문서를 작성하고 있었고 중앙에는 천계 팔선과 투선들이 모여서 회의를 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대장군의 좌석에는 제천대성이 앉아 있었는데 그는 나를 보자마자 말했다.
" 왔냐, 백웅!"
" 제천대성! 상황은 어찌 되었습니까?"
" 절망적이지 뭐."
" ......"
" 그 망량이란 놈은 어디 갔어? 한 마디 해야겠다."
" 한 마디라뇨?"
제천대성은 보기 드물게 짜증과 분노를 실은 표정으로 말했다.
" 여기서 나인교를 정면으로 막아내면서 인간과 신선들이 얼마나 죽어나갔는지 그 새끼한테 좀 말해주고 싶어서! 이 희생을 치르면서 까지 여기서 시간을 벌었어야 하는지 좀 따지고싶다고!!"
" 으음..."
그런 기색은 제천대성 뿐만이 아닌지 다른 신선들도 상당히 염세적인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요 며칠 동안 광동성을 근거지로 벌어진 천계와 나인교의 혈전이 어마어마하게 흉험했다는 걸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저 제천대성이 짜증을 낼 정도라면 정말로 사수(死守) 그 자체였으리라.
' 망량이 나를 죽어라 보챈 이유가 있었구나.'
망량은 최대 5일의 방어선을 이야기했으나 실상은 그마저도 희망적인 관측이란 걸 이미 간파했던 것이리라. 그리고 망량의 예상대로 최전선은 피폐해졌고 더 이상 버티기가 힘들어 보였다. 나는 제천대성에게 말했다.
" 망량은 죽었습니다."
" 뭐!"
" 그리고 이제 제천대성께서는 전선을 물리셔도 될 것 같습니다."
" ... 이런 제기랄... 내가 호구로 보이냐? 이 희생을 치르게 해놓고 뭐가 어째?!"
뿌드득
제천대성은 크게 화가 난듯 이를 갈았고, 이내 화안금정을 번쩍이며 대장석에서 일어섰다. 그 살기가 엄청났기에 나는 순간적으로 제천대성의 여의봉에 맞아서 내 턱이 통째로 날아가는 환상이 보일 지경이었다.
그러자 내 앞을 빠르게 제갈유룡이 가로막았다. 그 또한 제천대성의 살기에 노출되자 입가에서 선혈을 주륵 흘리며 큰 부상을 입었으나 정신력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조용히 대꾸했다.
" 제천대성이여. 잠시 진정하시오. 내가 대신 말해드리겠소."
" 저리 꺼져! 네가 뭔데 날 막겠다는 거냐."
퉁!
제천대성이 손가락을 튕기자 무형의 기파가 터져나왔고, 제갈유룡은 미리 술법방어막을 쳐서 막으려는 듯 했다. 그러나 그 기파가 어찌나 강력한지 순식간에 허공에서 천자문이 터져나가면서 술법이 해제되어버렸고 제갈유룡은 앞으로 쓰러져서 눈 코 입에서 피를 토해내었다.
" 크헉..."
제천대성의 손가락 튕기기 한 번에 중원에서 손꼽히는 팔괘의 달인 제갈유룡이 무력화되다니!
제천대성의 강함을 줄곧 보아왔던 나였으나 이렇게 새삼 느끼게 되자 질릴 정도였다. 그와 술을 마실 때 농담처럼 딱밤 한방으로 대요괴를 잡았다는 얘기를 들었었는데 그건 진담이었으리라. 그나마도 제천대성이 힘을 조절했기에 망정이지 그가 전력을 다했으면 제갈유룡은 이 자리에서 온몸이 찢어졌으리라.
나는 내가 말을 실수했다는 걸 깨닫고는 급히 제천대성에게 말했다.
" 제천대성! 제 말을 끝까지 들어보십시오. 병력을 물리라는 것은 삼황오제의 지원을 받아왔기 때문입니다."
" 흠."
제천대성이 멈칫했고 주위에 있던 대라신선들이 웅성거렸다. 제천대성은 일단 화를 가라앉힌 듯 내게 물었다.
" 지원? 어떤 삼황오제가 지원을 해준다는 거냐."
" 염제 신농! 천제단에서 봉선의식을 치뤄서 그의 협력을 얻어내는 소원을 빌었습니다."
" ......"
제천대성은 놀라워했고, 특히 옆에서 듣고 있던 팔선 중 종리권이 경악한 표정으로 외쳤다.
[ 지, 진정 그렇구나! 점괘에 따르면 신적 존재의 조력이 우리에게 향하고 있으니... 또한 힘의 방향은 남방! 진실로 염제가 우리를 지원한다는 말인가?]
" 그렇습니다."
[ 이럴수가... 봉선의식을 치렀다면 인간은 불로불사와 신성을 얻어서 절대적 힘을 얻거나 엄청난 가호를 얻을 수 있거늘... 정말로 백웅 그대는 사욕을 부리지 않고 세상을 위해서 소원을 빌었단 말인가?]
" ... 그럴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 허허...]
종리권 옆에 있던 이철괴가 내 말을 듣더니 힐끔 제천대성을 보며 말했다.
[ 대성. 그를 용서해 주시지요.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는 영웅입니다.]
" 흐음. 뭐어... 좀 화가 나 있었다는 건 인정하지. 미안하다."
제천대성이 멋쩍게 구렛나루를 긁더니 내게 사과했다.
살다보니 그에게 사과를 받는 일도 있구나...
이윽고 옆에 있던 대라신선들이 충격을 받은 제갈유룡에게 의료술법을 펼쳐서 회복시켰고, 나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대략적으로 설명했다. 이야기를 들은 제천대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좋아. 그렇다면 슬슬 병력을 물려도 되겠군. 그런데 그렇게 말한다는 건 이 최전선에 우리 대신 염제가 자신의 권속을 보내준다는 뜻인건가?"
" 사실 그건 저도 잘 모릅니다."
나는 힐끔 제갈유룡을 쳐다보았다. 왜냐하면 병력을 물리라는 계책은 내가 낸 게 아니라 제갈유룡이 헌책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기침을 쿨럭거리던 제갈유룡이 자리에서 일어서서 설명했다.
" 염제께서는 흉신과 정면으로 전쟁하기를 결의하셨습니다. 그렇다면 간접적으로 관여하겠다는 게 아니라 직접 이 세상에 강림하실 수도 있음입니다. 그 분의 거신족과 신체가 강림한다면 우리가 여기 남아있는 건 방해만 될 뿐입니다."
" 호오... 그 정도로 찐하게 도와주겠다고? 정말 의왼데... 삼황오제가 그렇게까지 도와줄거라고는 여기 있는 그 누구도 생각지 못했어."
제천대성은 감탄성을 내었다.
나는 궁금해서 제천대성에게 말했다.
" 이렇게 말하면 실례겠지만... 이 곳에는 천계의 대다수 잔존병력들이 있어서 십수 명의 투선과 강력한 대라신선이 수십 명이나 있습니다. 그리고 나인교주도 그렇게 압도적이지 않다고 알고 있었는데 전황이 어찌 계속 힘들었는지."
" 아, 그거 말이냐."
제천대성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 골치아프게도 주교...라고 하던가? 아무튼 나인교주 바로 밑에 있는 간부들이 무한의 재생력으로 회복해서 덤볐고 힘 또한 계속 강화되었다. 게다가 흉신 직속으로 보이는, 생전 처음 보는 고위이족들이 성간(星間)을 넘어서 소환되더군. 전부 한가락하는 놈들이라서 지난 며칠 동안 이 곳에서는 네 생각보다 더 심각하게 소모전이 거듭되었다."
" ......"
" 아무래도 흉신이 이 장소에 자신의 가호를 직접 쏟아붓는다는 게 사실인 것 같아."
나는 혀를 내둘렀다.
' 그 정도 상황이면 아무리 천계 투선들이라 해도 어쩔 수 없겠군...'
신의 가호를 받는 사도나 종족들이 얼마나 강해지는지는 여태껏 질리도록 느낀 바 있었다.
그러자 투선 중에서 이랑진군이 앞으로 나서서 말했다.
[ 백웅이라 했던가? 그대에게 말할 게 있다.]
" 말씀하십시오, 투선 이랑진군."
이랑진군은 수려한 외모에 세 번째 눈을 이마에 달고 있는 투선으로써 그 실력이 대단하다고 알려져 있었다. 또한 신화시대부터 존재하는 자였기에 젊게 생겼어도 굉장히 연배가 높은 대라신선이기도 했고 삼첨창을 휘두르면 제천대성조차 그를 쉽게 상대할 수 없다 알려져 있었다.
[ 실은 그대가 오기 직전 투선 예가 그대를 죽이겠다면서 탈영했다. 혹여 그대와 상관있는 일인지 알고 싶군.]
" ... 절 죽인다고요?"
[ 그래. 아주 절박해 보였다.]
이건 또 뭔 생뚱맞은 소리야?
투선 예가 날 죽이려고 탈영하다니?
' 난 그 놈한테 뭐 잘못한 거 없는데?'
언뜻 인과관계가 생각나지 않아서 내가 알쏭달쏭한 표정을 짓자 제갈유룡이 내 어깨를 짚으며 말했다.
" 지금 중요한 일은 아니다. 우선 다른 일부터 진행하자."
" 아, 알았어."
이윽고 제갈부가 도맡아서 현장에서 인간들을 인솔해 대피시키는 역할을 했고 투선과 대라신선들도 정비해서 퇴각진을 갖추기 시작했다. 나는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에 제갈유룡에게 말했다.
" 제갈사는 어딨는 거야?"
" 백웅. 망량의 계책대로 이 자리에는 천계의 주력이 결집됨으로써 흉신의 총공세를 5일이나 막아내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그의 계책에는 헛점이 있었지."
" 헛점이라니?"
" 주력을 결집시키면 방어가 가능하지만, 결집된 만큼 다른 전선(戰線)에는 공백이 생긴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 헛점만 해결한다면 최고의 방어책이었기에, 그걸 메우는 역할을 제갈사가 맡았다."
" 제갈사가...? 어떻게."
" ... 따라와라."
나는 제갈유룡을 따라서 인적없는 평원을 횡단했다. 한참동안 축지법을 시전하던 제갈유룡이 웬 언덕 위에 멈춰서서는 전장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 한창 싸우고 있군."
쿠콰콰쾅
평원 한켠에서 수백 마리의 이족들이 개떼처럼 몰려들어서 무언가와 싸우고 있었다. 이족들은 상당히 덩치가 컸으며 최소 중급 이상의 마물들으로 보였는데, 그 맞은편에는 웬 인간처럼 생긴 존재가 손을 뻗고 있었다.
인간처럼 생겼다고 표현한 것은 체형은 인간이었으나 머리에 두 개의 뿔이 나 있었으며 두 눈에 요이(妖異)한 빛이 가득해서 도저히 인간으로 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잠시 후 그 존재가 손을 움켜잡자, 놀랍게도 수백 장의 공간이 통째로 무형의 압력을 받으며 구겨진 종이처럼 우그러들었다.
쿠드드득
잠시 후 그 존재가 손을 놓자 그대로 공간이 파쇄되어 터져나갔다.
퍼버벙!!
이족들이 그대로 소멸당하는 모습을 보자 저 존재의 힘이 웬만한 대라신선에 못지 않다는 걸 즉시 알 수가 있었다. 동시에 저 자가 사역하는 게 일반적인 주술이 아니라 특이한 힘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 염력(念力)인가?'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 음, 강해보이는 놈인데. 아무튼 제갈사는 어딨는 거냐? 저 놈을 소환수로 부리고 있나?"
제갈유룡이 갑자기 뜬금없는 설명을 시작했다.
" 제갈사는 자기자신의 영혼을 초상기인과 함께 모조리 마왕 시몬 마구스에게 팔아넘겼다. 그리고 시몬 마구스가 자신의 마력으로 강력한 마(魔)로 전생(轉生)시켰고, 본래 소질이 넘쳤던 제갈사는 오래 지나지 않아서 적응했지."
" 응?"
무슨 헛소리야?
나는 잘못 들었나 싶어서 제갈유룡을 돌아보았지만 그는 담담한 눈으로 전방을 주시했고, 이윽고 그 존재가 서 있던 장소에 똑같이 생긴 괴물이 몇 마리나 나타나는 걸 볼 수가 있었다. 놈들은 무언가를 정신대화로 이야기하더니 이윽고 순간이동을 해서 사라지고 말았다.
제갈유룡이 말했다.
" 저게 현재의 제갈사. 영지주의의 악마로 전생한 모습이다. 오로지 이 전선을 지키기 위해서 자기 영혼을 팔아넘긴 결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