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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공가향(眞空家鄕)
망량이 죽었다고...?
" ......"
나는 제갈유룡의 말에 잠시 충격을 받았다.
그렇다는 건 망량이 나를 이 금오도 심처로 보내는 것으로 한계에 이르렀고, 날 보낸 직후에 곧장 사망했단 말인가. 망량 본인의 말로는 며칠 후에나 죽게 될 것이라 했으므로 나는 그의 죽음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나는 이내 제갈유룡의 말에 대꾸했다.
[ 돌아가지 않겠다.]
[ 무모한 짓 하지 마라. 지금 너는 금오도의 최심부에 있다. 돌아오는 것조차도 목숨을 걸어야 할텐데 그 안에서 더 위험한 고비를 넘긴다면,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
[ ......]
[ 지금이라도 금오도의 요새를 빠져나와라. 빨리.]
제갈유룡의 말이 논리상 옳았다. 본디 망량의 파천일월선의 힘으로 귀환할 생각이었는데 망량이 사망해버린 지금 나는 금오도에 갇혔다고 해도 무방했다. 귀환하는 것만으로도 목숨을 거는 모험이 될게 뻔했기에, 책사인 제갈유룡 입장에서는 더 이상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금오도의 알을 포기하라고 말한 것이다.
나는 제갈유룡의 말을 이해했으나 그렇다고 해서 내 생각을 굽힐 생각은 없었다.
[ 망량이 말했어. 반드시 금오도의 알을 얻어오라고.]
[ 네가 죽는 걸 원하면서까지 가져오라고 하진 않았을 것이다.]
나는 이를 악물었다.
[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내가 마지막에 들은 게 망량의 유언(遺言)이라면 나는 그의 말을 지켜줘야 한다.]
[ 어리석은 행동이다. 당장 돌아와라.]
[ 그러지 않겠어.]
[ ......]
제갈유룡은 내 의지가 변하지 않는 걸 확인하고는 잠시 후 말했다.
[ 좋다. 그럼 네 뜻에 맞춰서 계책을 짜 주지.]
[ 정말인가?]
[ 대신 약속해라. 알을 얻든 못 얻든 반드시 이 계책을 시전한 후 요새를 탈출하겠다고.]
[ 알겠다. 어떻게 해야 할까?]
[ 금광성모의 영역 안에 금오도의 알이 있다면, 금광성모가 알아서 비키게 하면 된다. 방법은...]
나는 천천히 제갈유룡의 계책을 듣고나서 곱씹었다.
[ 과연.]
힘으로 미는 방법밖에는 생각나지 않았는데 이런 방법이 있었다니!
제갈유룡 또한 천하제일의 책사 중 하나임은 틀림없었다.
나는 제갈유룡의 계책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금광성모가 있는 지역에서 벗어나 아까 처음으로 도착했던 위치로 돌아갔고, 동천군을 소리높여서 불렀다.
" 동천군, 동천군!! 어서 나와 봐라!!"
내 외침에 잠시 후 동천군이 공간이동술을 이용해서 나타났고, 그가 눈을 희번득거리면서 말했다.
[ 왜 그러나 원천군. 뭔가 찾아냈나?]
" 그래. 아까 쥐새끼같은 놈이 사라진 곳을 발견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 문제라니?]
" 그 곳이 금광성모의 영역인 것 같다. 금광성모가 내게 돌아갈 것을 말했고, 더 이상 찾을 수가 없게 되었다."
[ 으음...]
동천군은 침음성을 흘리더니 말했다.
[ 어쩔 수 없지. 그녀의 영역을 파고들면서까지 찾아낼만한 일은 아닐지도...]
" 그런데 말이다, 내게 묘안이 있다."
[ 응? 묘안?]
" 아까 그 인간애송이가 흘린 물건을 주웠다. 이걸 보아라."
나는 슬며시 품에서 의천검을 꺼내서 들었다. 그러자 의천검의 검광을 확인한 동천군이 소스라치게 놀라서 말했다.
[ 오... 오오...!! 엄청난 검이구나!! 그게 무엇이냐?]
" 나도 잘은 모르겠지만 그 애송이가 의천검이라 하는 걸 들었다."
[ 의천검!! 천하제일검(天下第一劍)이 아니냐! 설마 실제로 존재했다니...]
" 잘 알고 있느냐?"
[ 너도 인간세계 생활을 꽤 했으면서 모르는 척하는 것이냐? 흐흠... 너도 꽤나 그 검이 탐나는 모양이군.]
동천군의 눈빛이 음충맞아졌다. 나는 마주 씨익 웃으며 말했다.
" 그래... 사실 나도 다 안다. 그 애송이는 의천검 말고도 많은 보물을 갖고있을 것 같다. 금광성모가 방해하더라도 꼭 얻어야하는 이유지."
[ 뭔가 방법이 있냐?]
" 수로 밀어붙이는 것이다. 너와 나, 그리고 두세 명을 더 데려가서 금광성모에게 비켜줄 것을 요구한다면 그녀도 어쩔 수 없겠지."
[ 그렇게까지 해야하나...?]
동천군의 눈빛이 흔들리자 나는 쐐기를 박듯 말했다.
" 멍청하군. 금광성모가 왜 인간을 찾아볼 생각도 하지 않고 버티고 있겠나? 당연히 그 인간애송이를 혼자서 독차지하고 보물을 다 먹으려는 거잖나."
[ 아니 정말이냐?]
" 시치미를 뚝 떼고 있는 게 틀림없다. 나라도 그러겠다."
[ 흐음! 좋다. 그러면 손천군과 장천군을 부르겠다.]
삐이이 -
동천군이 기이한 휘파람소리같은 걸 내자, 잠시 후 손천군과 장천군이 장내에 나타났다. 그리고 동천군은 그들에게 상황설명을 했고, 손천군과 장천군 또한 내가 들고 있는 의천검을 보자 크게 욕심을 내는 기색이었다.
[ 대단한 검인데...]
[ 원천군. 그 검, 너만 가질 생각은 아니겠지?]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 물론 아니지. 그 인간애송이가 더 많은 보물을 갖고 있을터, 그놈을 죽이고 공평하게 나누는데 한손 거들겠다. 나중에 의천검도 내놓지."
[ 오오오...]
[ 멋있구나 원천군.]
그들은 나를 치켜세워주었고 나는 앞장서서 걸어가며 말했다.
" 자아, 가자!!"
나는 십천군 셋을 이끌고 다시 금광성모 앞으로 왔다. 금광성모는 우리를 보자 눈살을 찌푸리는 기색이었다.
[ 네놈들... 무슨 생각이냐. 왜 몰려왔지?]
내가 동천군에게 눈짓을 하자 동천군이 큰 목소리로 외쳤다.
[ 금광성모! 인간애송이를 숨겨두고 있겠지? 당장 비켜라! 놈의 보물을 독차지하지 말라.]
[ ......]
금광성모는 황당한 눈빛이었으나 이내 손천군과 장천군도 소리를 높였다.
[ 찔리는 거 없으면 비켜 봐!]
[ 의심스럽구나!! 금광성모!]
[ 뭐, 뭐라고.]
금광성모가 점차 당황하는 듯 했다. 그녀는 잠시 후 냉정한 눈빛으로 주변을 쓸어보더니 말했다.
[ 너희는 내가 왜 이 지역을 지키는지 알고 있느냐?]
[ 잘 모른다만!]
[ 전대 통천교주께서 내린 명령이기 때문이다! 너희가 나를 겁박해서 물러나게 하려 함은 전대 교주의 뜻을 거스르는 것과 다름이 없다. 그래도 덤비겠다면 기꺼이 상대해 주마.]
흠칫
전대 교주의 명령이라는 말에 다들 놀라는 기색이었다. 동시에 별다른 명분 없이 그냥 보물욕심에 찾아온 십천군들이 머뭇거리는 기색이 강해졌다. 나는 흐름이 안 좋아짐을 느끼자 재빨리 끼어들었다.
" 금광성모! 정 그렇다면 이렇게 하자. 내가 너와 동행하여 잠시 안쪽을 둘러보고, 그 인간이 없다면 깨끗하게 물러나겠다. 어떠냐?"
[ 꼭 그렇게까지 해야하는가? 맹세컨대 나는 여기에 누군가가 숨어드는 기척을 느끼지 못했다.]
"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면 우리는 너를 계속 의심할 수밖에... 하지만 너는 앞으로 수천 년간 우리에게 따돌림당하게 될 것이다."
[ 크윽...]
금광성모는 크게 곤란스러워하는 듯 했다. 이쪽에서 정면으로 덤벼든다면 죽음을 다해 싸울 각오는 되어있는 듯 했으나, 최악의 상황을 제외하고 생각한다면 십천군 중 반수에 가까운 자들에게 미움받는다는 건 그녀에게 큰 손해였기 때문이다.
십천군은 요괴선인들이었기에 기회만 되면 서로의 등을 찌를 준비가 되어있는 사악함을 내재하고 있었다. 이는 그녀의 생존과 직결되어 있는 문제이기도 했다.
금광성모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좋다 원천군... 따라와라.]
" 그래."
나는 그녀와 단 둘이서 그녀의 영역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나는 다른 십천군들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거리까지 들어오자 그녀에게 질문했다.
" 이해가 안 가는군. 우리는 십천군으로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데 전대교주가 네게 그런 명령을 내려서 옭아매었단 말인가?"
[ 그렇다.]
" 교주가 그런 명령을 내린 이유가 뭐지?"
[ 나도 모른다. 다만 누구도 이 안으로는 들어갈 수 없다.]
" ......"
아무래도 진소청이 예전에 그 알을 얻어낸 일은 생각보다 더 큰 우연과 행운이 작용한 듯 했다. 우연히 얻은 물건이지만 십천군의 한 명이 목숨걸고 지키는 거라면 단순한 우연으로는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금광성모와 내밀한 복도통로까지 들어왔고, 잠시 후 통로가 막혀있음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의아해서 물었다.
" 뭐지? 길이 끊겼나?"
[ 여기서부터는 나도 못 들어간다. 교주께서 직접 봉인하신 지역이기 때문이다. 잘 보면 교주께서 직접 걸어놓은 봉인이 새겨져 있다.]
나는 화안금정을 써서 벽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과연 심상치 않은 수천 개의 주술언어가 빽빽하게 새겨져 있는 게 보였고, 강력한 결계가 다중으로 쳐져있음을 알 수 있었다. 나는 그 광경을 보며 생각했다.
' 아무래도 예전의 진소청은 힘으로 이 봉인을 깨고 알을 얻어냈던 모양이군.'
나는 곰곰히 생각하다가 말했다.
" 알았다. 전대교주의 봉인이라니, 어쩔 수가 없군! 그럼 이만 돌아가자구."
[ 납득했나?]
" 그래. 더 이상 따지지 않겠다. 내가 나머지 놈들을 잘 설득하마."
[ 잘 됐군... 더는 귀찮게 하지 마라.]
금광성모가 고개를 홱 돌려서 돌아가려는 순간이었다.
' 이 때다!'
나는 그녀가 방심했다는 걸 알아채고는 지근거리에서 재빨리 의천검을 들었고, 순식간에 의념을 실은 쾌검(快劍)으로 금광성모의 등에 칼을 꽂았다.
푸콱
[ ......!!]
금광성모는 큰 타격을 입었는지 몸을 크게 떨었다. 나는 그대로 그녀를 결단내려고 의천검을 횡으로 휘둘렀으나 칼끝에 감각이 없었다. 어느 새 자동으로 술법을 발동했는지 그녀는 순간이동해 있었고, 금광성모가 저만치에서 노한 목소리로 외쳤다.
[ 이노옴, 원천군!! 감히 십천군끼리 암습하다니! 결코 네놈을 가만두지 않겠... 크헉.]
지이잉
금광성모의 금광진(金光陣)이 발동하려 했으나 희미하게 깜박일 뿐 제대로 발동하지 않았다. 의천검으로 한 방 먹인 게 컸기에 금광성모가 단숨에 위중한 상태에 놓이게 된 것이다. 결국 금광성모는 나와 싸울 의욕을 내지 못하고 급히 도망치고 말았다.
슈욱
금광성모의 기척이 사라지자 나는 냉막한 눈으로 눈 앞의 벽을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의천검에 모든 음신지력을 불어넣어서 망치처럼 휘둘렀다.
꽈과광
째재쟁
통로의 벽이 깨어지면서 유리가 요란하게 튀기는 소리가 났다. 부숴진 유리벽 너머에 암흑의 공간이 존재했고, 나는 그 공간으로 성큼성큼 들어갔다. 빛이 없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기에 나는 한참을 더듬다가 손끝에 뭔가가 닿는 걸 느꼈다.
" 이거군."
나는 동그란 알을 주웠다. 아마 진소청이 그 때 '주웠다'고 표현했던 건 이 어둠 속에서 나처럼 더듬거리다가 발견했기 때문이리라. 나는 금오도의 알을 줍자마자 목갑에 집어넣은 후 생각했다.
' 여기까지는 잘 됐군...'
이제 빠져나가는 게 문제다. 그러나 이 방법에 대해서도 제갈유룡이 헌책해줬기에 나는 걱정하지 않고 다음 행동을 개시했다.
" 나, 음신지력을 먹이로 바치노라."
중얼중얼댄 후 나는 소환술을 시전했다.
" 와라, 이계의 마수여!"
파앗!!
제갈사에게 마도를 배울 때 처음 계약했던 마수가 곧장 내게 소환되었다. 나는 녀석을 소환하자마자 바로 위에 올라타서는 주문했다.
" 현실세계로 가자!"
끼이잉!!
" 크아아아아아에에에엑!!"
콰과광
잠시 후 나는 끔찍한 고통과 함께 하늘에서 떨어져 내렸고, 그대로 수백 장을 떨어져 내려서 지상에 처박혔다. 술을 안 먹었기에 초광속의 속도를 맨몸으로 감당해야 했고, 음신지력과 호신강기를 둘러서 몸을 보호했음에도 싸그리 다 부숴져 버렸기 때문이다. 나는 마치 거인에게 수백 대는 밟힌 듯한 고통 때문에 전신이 쑤셔서 바들바들 떨었다.
" 쿨럭, 쿨럭, 쿨러어어억..."
제길... 이래서 이 방법은 쓰기 싫었어!
본디 술을 먹어야 이 마수를 탔을 때 차원을 넘는 충격에서 버틸 수 있는데 술이 없었기 때문에 반쯤 깡으로 차원의 경계를 넘어버렸기 때문이다. 하마터면 죽을 뻔 했기에 이 방법보다는 망량의 도움을 받아서 안정적으로 되돌아오기로 했었던 것이다.
그러나 금오도의 피빛하늘이 아니라 현실의 푸른 하늘이 눈에 보이자 조금은 마음이 안정되었다. 어떻게든 금오도의 알을 얻어서 현실로 귀환한 것이다. 나는 가까스로 자리에서 일어난 후 비등을 써서 본거지로 되돌아갔다.
" 왔나."
자리에는 제갈유룡과 몇몇의 동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둘러싼 커다란 침상 위에는 망량의 시신이 놓여 있었다.
" ......"
정말 죽은 건가...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이 치솟을 것 같았으나 겨우 참고는 말했다.
" 망량. 알을 가져왔소..."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그러자 옆에 앉아 있던 제갈유룡이 잔잔한 목소리로 말했다.
" 이로써 보물모으기는 얼추 끝났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이 모든 걸 공양해서 인과율을 얻고, 수해를 돌파하는 것이다."
나는 순간 참지 못하고 그를 불렀다.
" 제갈유룡."
" 왜 그러지?"
" 슬프지 않나? 당신의 아들이 죽었는데..."
내 질문에 제갈유룡은 표정이 전혀 바뀌지 않았다. 그는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
" 그도 나도 언젠가 이런 날이 올 줄 알고 있었다. 너의 곁에서 책사를 하는 이상 피할 수가 없는 숙명이지. 예기치 못한 죽음이라면 몰라도 늘 대비하고 있었다면 어설프게 슬퍼하는 게 그에 대한 모욕이 아니겠나."
" ... 그런 말이 아니야. 망량이 죽었는데..."
나는 입술을 짓씹으며 말했다.
" 나를 증오하지 않는 건가? 원망의 말이라도 하지 않는가."
나는 제갈유룡이나 제갈부에게 살의와 원망을 들을 각오를 하고 이 자리까지 왔다. 망량이 나를 위해 전력투구하다 죽었으니 그들이 나를 원망해도 마땅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갈유룡은 물론이고 옆에 앉아있는 제갈부 또한 그저 덤덤할 뿐 별다른 감정변화가 없었기에 나는 도리어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그러자 여인의 몸이 되어있던 제갈부가 약간 높은 목소리로, 자조적으로 말했다.
" 증오와 원망이라. 그건 네가 이미 우리에게서 빼앗아갔지. 이 세상의 그 누가 네 앞에서 죽음을 논하며 분노할 수 있을까?"
" ......"
" 나는 솔직히 현이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싫어하고 증오했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혈육이 죽은 게 아무렇지도 않은 건 아니야. 어쨌든 우린 형제였으니까..."
" 제갈부."
" 그럼 너를 욕하면 내 기분이 풀릴까? 전혀 그렇지 않겠지... 현실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말한 제갈부가 망량의 손을 만지작거리며 말을 이었다.
" 편해지고 싶어서 우리에게 용서를 구하지 마라. 비겁하니까."
" ......!!"
나는 뭐라고 대꾸하고 싶어서 입을 열었으나 무슨 말을 해야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다시 입을 다물자 서문혜가 말했다.
" 백웅 님."
그녀는 천천히 내게 다가와서 나를 안아주며 말했다.
" 운명을 극복하세요. 우리가 백웅 님께 기대하는 건 오로지 그것 뿐이니까요..."
운명...
나는 그 말을 곱씹을 수밖에 없었다.
' 정말 운명이란 게 있는가?'
운명이란 게 존재한다면 - 신에게 대적하는 것이 처음부터 내 운명이었다는 말일까?
정말로 그런가?
망량이 죽은 것 또한 운명인가?
그러나 나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망량의 시신 위에 놓여있던 파천일월선을 집으며 말했다.
" 천우진에게 갔다오겠어."
망량이 원했던 대로 내 운명의 불안요소를 해치우고 더 나아갈 길을 얻는 것.
그것이 내가 망량을 위해 할 수 있는 행동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