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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공가향(眞空家鄕)
제갈사의 말이 뜻하는 바는 하나였다.
[신의 무덤].
그 고대의 유적을 뚫자는 이야기였다.
나는 과거 검마와의 이야기를 떠올렸다.
[ 좀 더 시일을 두고 조사해봐야 알겠지만, 그녀의 아주 먼 선조가 유명한 존재였다는 문서를 딱 하나 발견했네.]
[ 증조부 서필(徐畢)이 요동에 여행갔다가 돌아오며 말하기를, 나의 먼 선조가 만천하에 이름을 떨쳤거늘 나는 왜 이런 꼴이냐고 했다. 무슨 일인지 집안사람들이 놀라서 질문했는데 선조가 말하길, 선조가 발견한 신의 무덤이 요동에서 유명한데 다같이 요동으로 이사하자는 말이었다. 터무니없는 말인지라 마을사람들이 서필을 모두 비웃었다.]
검마는 자신의 딸인 서문혜의 혈맥(血脈)과 그 근원을 알아보기 위해서 처가인 서씨 가문의 기록을 추적한 일이 있었다. 그리고 과거 서필이라는 선조가 요동에서 신의 무덤이란 걸 발견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는 그 일대를 조사했다.
그러나 전혀 단서조차 잡지 못하던 중 - 검마는 제갈사의 계획에 따라 삼대세력을 상잔시키기 위한 작전에 참여했고, 그러던 중에 뜻밖에도 요녕성에서 그 장소를 찾아내는 데 성공했던 것이다. 베루스의 도움이 컸으며 그가 없었다면 알지 못했을 것이다.
다만 검마는 그 당시에 마왕화된 미야모토 무사시에게 쫓기는 바람에 차분히 조사하지 못하고 그와 양패구상하고 말았다. 그래서 신의 무덤에 대해서 아직까지 자세한 건 알지 못했다. 우리가 신의 무덤에 대해서 알고 있는 사실 2가지는 특정한 조건 하에 출현한다는 것, 그리고 그 안에는 다섯 개의 창이 봉인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제갈사의 말에 제갈유룡이 대답했다.
" 그렇다. 신의 무덤을 뚫어준다면 치우의 부활은 거의 다 된 것과 다름이 없을 것이다. 너희도 짐작하고 있겠지만 그 무덤에는 치우의 심장이 봉인되어 있을 것이다."
" ......"
" 심장은 몸에서 가장 중대한 부위 중 하나. 그게 해방된다면 다른 봉인들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아 약해질 것이다."
" ... 웃기는 소리군."
제갈사가 비직 비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 신의 무덤이 존재하는 위치와 진입방법은 우리가 알고 있지. 그러나 진짜 문제는 거기에 진입하는 게 아니야. 그 유적을 수호하는 게 누군지 모르겠다고는 하지 않겠지?"
" 전욱이지."
" 그래. 우리는 지금 전욱의 가호를 받아서 수해를 뚫어야 할 지경이다. 그런데 일부러 신의 무덤을 뚫고 그 유적을 파헤친다면 전욱은 당연히 분노하겠지. 우리가 그렇게 해야 할 이유가 없잖아."
제갈사의 말이 일리가 있었다.
' 전욱은 [신의 무덤]에 누군가가 진입하는 걸 극도로 싫어한다.'
서문혜가 일시적으로 신의 무덤에 진입했으나 전욱이 직접 존재감을 드러내어서 그녀에게 위협을 했을 정도였다. 보통 삼황오제쯤 되면 자신의 화신이나 사도, 혹은 졸개를 보내기 일쑤인데 본체의 존재감을 드러낼 정도라면 결코 [신의 무덤]의 봉인이 가벼운 게 아니라는 뜻이었다. 전욱이 직접 관리할 필요가 있을 정도로 위중한 봉인이라는 뜻이다.
심지어 전욱은 그 당시에 서문혜와의 교섭이 진행될 때 서문혜의 몸을 빌어 강림하려 했을 정도로 이 일에 적극적이었다. 이런 봉인을 건드렸다가는 우리는 전욱에게 반드시 전멸당하고 말 것이다.
실로 불가능에 가까운 일!
그렇기 때문에 이후의 전생에서도 [신의 무덤]에 섣불리 도전하거나 접근하지 않고 다른 일을 먼저 처리했던 것이다. 우리의 시선이 제갈유룡에게 향하자, 제갈유룡이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 그러면 언제 [신의 무덤]을 통과할 생각이지? 다음번에는 가능한가? 어차피 언제가 되었든 전욱이 봉인을 수호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이대로는 영영 그 봉인을 풀 수 없지."
" 그건 나중에 알아서 할 일이다. 일부러 벌집통을 건드리는 짓을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군."
" 봉인을 뚫을 가장 큰 기회는 바로 지금이라는 말을 하는 것이다."
제갈유룡이 눈을 번득였다.
" 천계가 망했고, 원시천반의 봉인도 풀렸다. 성좌의 인간들이 세상에 풀려나온 자체로 인과율이 혼돈스러워졌고 인간의 봉인된 힘도 서서히 풀려나오고 있지. 또한 삼황오제는 서로간의 충돌로 정신이 없어서 다른 일에 힘을 쏟을 겨를이 없다. 이 이상의 기회가 어디에 있는가?"
" ......"
" 장담하지. 이 상황은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정향의 인과율까지 얻어가면서 여기까지 왔는데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다. 전욱이 막아선다 하더라도 그 반발을 무마시킬 방법이 있다."
" 으음."
나는 제갈유룡의 말에 귀가 솔깃했다.
" 어떻게 전욱의 반발을 무마시킨다는 말이지?"
" 아주 간단하지."
제갈유룡은 천천히 자신의 '방법'을 설명했다. 나는 그 방법을 듣자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눈을 크게 떴다.
' ... 되, 될 것 같아!'
가능성 있다!
그러나 제갈사와 망량은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시큰둥한 기색이었다. 그들의 두뇌로 제갈유룡의 책략을 이미 예상했던 것이다. 그리고 망량이 말했다.
" 우리라고 그 방법을 모르는 게 아니오. 잘 풀린다면 그 계책은 최상의 계책이오. 그러나 지금 우리에게 있어서 [수해의 통과]는 가장 절대적인 명제이며, 만일에 전욱의 미움을 산다면 도저히 돌이킬 수가 없소."
" 전욱에게 미움을 살 확률이 그렇게 높지 않다는 건 짐작하고 있을텐데?"
" 낮지도 않소. 당장 전욱에게 해코지를 당하지는 않아도 전욱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할지는 너무도 당연하오. 그는 우리를 진짜 배신자로 여길 것이고, 수해에 가기 전에 반드시 우리를 전멸시키려는 흉계를 꾸미게 되오."
제갈사가 거들었다.
" 나 또한 현이의 말에 동의한다."
" 위험한 계책은 네가 즐겨쓰는 게 아니었던가, 사?"
" 그것도 상황을 보고 하는 거지. 단순히 위험을 즐기려고 앞뒤도 안 재고 마구 들이박는 걸 책사라고 하진 않잖아? 백웅도 그러지는 않아. 또한 내가 판단하기에 이번에는 그 위험을 무릅쓸 이유가 없을 뿐이야."
제갈사의 눈빛이 한층 음침하고 사나워졌다.
" 형님이 또 한 번 뒤통수를 치지 말란 법도 없고 말이지."
" ... 그렇군."
제갈유룡은 눈을 잠시 감았다. 그리고는 내게 말했다.
" 백웅. 선택은 네 몫이다. 어떻게 하겠는가?"
" ......"
나는 잠시 생각을 했다. 양측의 계책에는 모두 일리가 있었다. 그리고 그들 모두가 천하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계책가들이니 어느 쪽을 선택해도 후회는 없으리라. 또한 그렇기 때문에 지금 내 선택이 더욱 중요해지는 것이었다.
나는 잠시 후 말했다.
" 지금은 대답할 수 없어."
" 그의 면전에 가서 정보를 얻고나서 결정하겠다는 건가?"
" 그래."
" 그래도 좋겠지. 허나 내 계책도 생각해 보도록..."
우리는 상황을 정리한 후 제갈사에게 고대인들의 인솔을 맡기고는 지상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지상으로 내려가기 직전, 제천대성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 어이 백웅."
" 네."
" 여동빈이 할 말이 있다는데 나 좀 따라와 봐."
" ......?"
여동빈이 왜?
나는 어리둥절해하면서도 천계의 문 앞에서 발을 돌려서 제천대성의 근두운을 타고 갔다. 그리고 근두운에서 내리자 절벽의 정상에 내려섰고, 나즈막한 공터에 여동빈이 기다리고 있었다. 여동빈은 나를 보자 말했다.
" 연자여. 왔는가."
" 여동빈, 저를 왜 부르셨습니까?"
" 단말로 이야기하기에는 중대한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 ......?"
단말로 이야기하는 것과 그냥 이야기하는 것의 차이가 뭐지?
나는 고개를 갸웃했지만, 이내 여동빈이 말을 이었다.
" 사라지기 전 구천현녀께서 내게 말씀하셨다. 그대에게 선검술(仙劍術)을 제대로 수련시켜 주라는 명을 내리셨다."
" ......!!"
" 그대가 바쁜 건 알지만 잠시 시간을 내어라."
선검술!
그것은 본디 구천현녀의 술법으로써, 그 선검술을 전수받은 것은 검선 여동빈이 유일했다. 또한 검선 여동빈은 그 선검술을 수련하여 자신만의 것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여동빈이 내게 조용히 말했다.
" 선검술이 어떤 것인지 말해 보아라."
" 시전자의 모든 인과와 업을 모아서 선검(仙劍)으로 응축시킬 수 있는 술법입니다. 또한 대라신선이 선검술을 이용해서 자신만의 선검에 힘을 따로 비축시킬 수도 있고, 인과를 축적시켜서 한계를 넘을 수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또한 선검술을 이용해서 상대가 대라신선이라 할지라도 천계의 인연을 끊어버릴 수 있기도 하다. 나는 그것까지는 굳이 이야기하지 않았다.
내가 설명을 끝내자 여동빈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 구천현녀께서는 그대가 이미 선검술을 사용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정말인가."
" ......."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어떤 경과로 취득했는지는 묻지 않겠다. 다만 그대의 선검술을 내게 보여달라."
" 알겠습니다."
그러고보니 검선 여동빈에게서 제대로 선검술을 수련받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지금까지 여동빈이 일방적으로 선검술을 전해주기만 했을 뿐 수련방법을 제대로 전해준 적은 없었다. 나는 복잡한 생각이 들었으나 일단 망념을 떨쳐내고는 손바닥 위에 선검조각을 소환해냈다.
우웅
조금 더 집중하자 선검의 조각은 갈수록 그 날이 길어지더니 검(劍)의 형태를 띄었고 투명하게 빛나는 한 자루의 명검이 되었다. 내가 그 명검을 잡고 검법의 기수식을 취하자 여동빈이 말했다.
" 연자여. 그대의 선검술은 강대한 힘을 응축하고 있으나 인과(因果)가 거의 축적되어 있지 아니하군."
" ... 정말입니까?!"
" 그대는 마치 무림의 검기성강(劍氣成罡)의 수법처럼 선검을 만들어내었으나 그건 무의미한 운용이다. 지금 그대의 선검은 강기를 머금은 철검과 크게 다르지 않다."
" ......"
그럴 수가!
나는 뜻밖의 말에 멍한 기분이 들었다. 각고의 노력을 통해서 선검술을 얻었는데 이게 별로 쓸모가 없다니? 지금까지 선검술을 활용할 일이 별로 없긴 했으나 그렇다 해도 충격적인 일인 것은 마찬가지였다. 나는 잠시 후 정신을 차리고는 말했다.
" 어째서 검강처럼 쓰면 안된다는 것입니까?"
" 선검술에는 여러가지 활용법이 있으나 가장 큰 묘용은 [인과의 축적]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인과를 선검에 축적시킬 수 있는지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 구천현녀께서는 제가 선검술을 이용해서 싸우면 저절로 전투경험이 축적될거라 하셨습니다. 그래서 깊게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 ... 그렇군."
여동빈은 잠시 생각을 하는 듯 했다.
그리고는 말했다.
" 그 말은 틀리지 않다. 그저 선검술을 소환해서 싸움에 들고다니는 것만으로도 인과가 축적되기는 한다. 그러나 그건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
" 오랜 시간이 걸린다구요?"
" 그렇다. 그대가 그저 구도(求道)를 원하는 신선이라면 그 또한 상관없겠으나 그대는 거대한 전쟁의 축이 되어 휘말려 있다. 그렇게 천년만년 자연적인 인과의 흡수만으로 선검술을 성장시키기엔 시간이 없을 것이다."
나는 여동빈의 말을 듣자 잠시 멍해졌다. 그리고는 그의 말에 숨겨져있는 뜻을 알아채고는 말했다.
" ... 있다는 말씀이군요. 선검술을 더 빨리 성장시킬 방법이!!"
여동빈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그 대신에 냉철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는데, 그 눈빛에는 살기나 냉정함같은 여벌의 감정이 일체 남아있지 않았다. 적대감은 없었고 그저 삭막함만이 감돌고 있다고 해야 할까? 나는 여동빈의 저런 눈을 처음 보았으므로 움찔했다.
여동빈이 입을 열었다.
" 연자여. 그대에게 묻겠다."
" 네."
" 그대는 무(武)의 궁극을 추구하고 있는가?"
" ......"
다소 뻔해보이는 질문이었지만 대답하기가 쉽지가 않았다. 치기어릴 때였다면 당연히 그렇다고 대답했겠지만 지금까지 수많은 간난신고를 겪고 무의 길이 험난함을 실감했기 때문이다. 무예에 막대한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으나 아직도 완전한 절대지경이라 할 수 없음 또한 내 대답을 가로막고 있었다.
한심한 일이다.
무예에 인생을 바친 시간이 백여 년을 훌쩍 넘을진대, 아직도 저 간단한 질문에 답하기가 쉽지 않다니. 앞으로 천 년이 지나도 쉽지 않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마음을 결정하고는 말했다.
" 추구하고 있습니다."
" 무엇 때문에?"
나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 무예를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 ......"
여동빈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뜻밖의 대답을 들은 듯한 얼굴이었다.
그는 이윽고 말했다.
" 힘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아닌가?"
" 네. 힘만을 추구하기 위해 무도를 추구하지는 않습니다."
" 그건 신(神)이나 마도(魔道)의 힘에 비해 무예의 가능성이 너무 미약하기 때문인가?"
" 그것과는 좀 다릅니다."
" 어떻게 다른가."
나는 천천히 대답했다.
" 처음에는 힘을 위해서 무도를 추구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가면 갈수록, 그런 '힘'에는 아무런 선악이 없다는 걸 알게 되었으며 힘을 왜 휘두르는지가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고난을 거쳐오면서 저는 무예를 마음의 버팀목으로 여기게 되었습니다."
" 버팀목이라."
나는 신념을 담아서 말했다.
" 시작이 어찌되었든간에 저는 무예를 좋아합니다. 좋아하기 때문에 열심히 할 뿐입니다. 거기에는 어떠한 이념이나 사상도 필요없다고 생각합니다."
" 그대 자신의 밑바닥에는 무(武)의 신념(信念)이 삶을 지탱하고 있다고 말할 셈인가?"
" 그럴지도요."
내 원래 꿈은 무림의 고수가 되는 것이었다. 물론 거기에 부귀영화에 대한 환상이 존재했으나, 그것과는 별개로 하늘을 날아다니고 멋지게 싸우는 무림인들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전생능력을 얻고 나서 정식으로 무예에 입문해서 온갖 고생을 다하긴 했으나 어쨌든 나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고통과 함께 성취감을 함께 느꼈던 것이다.
이제 와서는 무예가 신적인 존재에 대적하기에는 부족한 감도 있지만, 그렇다 해도 나는 무예에 대한 태도를 손바닥 뒤집듯이 바꿀 수는 없었다. 그게 가능했다면 나는 예전에 인신공양을 저지르고 마도사이자 마왕이 되어버렸을 것이다.
절대지경이 신에게 통하지 않는다는 건 이미 알고 있다.
절대지경을 넘어선다 해도 안통할지도 모른다.
무예 자체가 전생의 승리에는 무의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내가 무에 바쳐왔던 시간과 열정은 사라지는 게 아니다. 힘만을 추구했다면 진작에 내 정의를 버리고 마도(魔道)를 추구해서 빠르게 힘을 쌓았을 것이다. 그러나 단지 힘 그 자체에 내 인생이 굴복당하는 게 싫었으며, 내가 나로써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게 무예라는 걸 알고 있었다.
나는 무술이 좋다.
좋아하니까 수련하는 것이다.
설령 하늘이 나를 버렸다 하더라도, 내 재능이 쓰레기같더라도 그 사실만은 변하지 않는다. 둔재라고 욕먹는다고 하더라도, 무술이 나를 거부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나는 말할 수 있다.
불합리하고 멍청할지는 모르지만 - 좋아서 하는 것에 그 이상의 이유는 필요없다!
왜냐하면 그게 내 인생이니까!
내 대답에 여동빈은 한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침묵.
그 장대한 침묵을 깬 것은 여동빈의 한 마디였다.
" 검을 들어라, 백웅."
여동빈이 내게 검을 겨누면서 말을 이었다.
" 무신(武神)이 처음으로 그대에게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