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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공가향(眞空家鄕)
팔부신중이 그 얼마 안 되는 시간에 반수가 죽었단 말인가?!
아까 마후라가가 일격에 죽은 걸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빨랐다. 물론 넉넉잡아 한 식경 정도의 시간은 흘렀으나 그렇다 해도 팔부신중의 본체 하나하나는 설령 제천대성이 전력을 다한다 해도 쉽게 쓰러뜨릴 수 없는 마왕(魔王)들이었다. 진정한 신의 경지를 목전에 두고 있는 존재들이었는데 이렇게 쉽게 죽어나간다는 게 믿겨지지 않았다.
[서왕모는 열 배, 아니 백 배도 강해질 수 있습니다.]
문득 귓가에 구천현녀의 목소리가 울리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 말이 현실이 되어 다가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방금 전에 보았던 서왕모의 힘에서 열 배 더 강해졌다고 가정한다면 팔부신중이 짧은 시간에 위기에 처한게 이상한 일은 아닌 것이다.
또한 그 말은 - 현재 서왕모는 [옛 지배자]에 준하는 힘을 끌어썼다는 뜻이 된다. 그렇다면 이미 정상적인 방법으로 싸워서 이기는 건 불가능한 상황이 되었다. 인과율이 뒤흔들릴 정도의 존재가 되어버렸으니 이젠 더 이상 쪽수로 어떻게 될 일이 아닌 것이다.
내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지자 태공망이 심유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이런 상황인데도 인간의 권능을 풀어달라 요청하는가? 풀어봤자 지금의 서왕모를 상대로는 무의미하다.”
“…그럴수도 있지만 안 해보고는 모르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해 봐야할 이유가 뭐지? 내 입장에서 서왕모의 거짓평화를 택하는 쪽이 몇 배는 이득이란 걸 모르겠는가. 적어도 그녀를 따른다면 오백 년 동안은 평화롭단 말이니.”
“…….”
나는 태공망이 지극히 이성적인데다가 논리에 밝으며 의지가 견명해서 어지간한 설득력으로는 꿈쩍도 안한다는 걸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마치 망량을 눈 앞에 두고 설득하는 듯한 느낌이었으며, 이대로는 결코 제시간에 태공망을 설득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태공망을 무력으로 윽박지르기에는 내가 태공망 보다 강하다는 확신이 없었을 뿐더러 선계 최강의 보패 중 하나인 타신편의 존재가 목에 가시처럼 걸렸다.
‘젠장…. 또 난관이군!’
어떻게 해야 이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가?
내가 머리를 굴리고 있을 때였다.
쿠구구구
뭔가가 무너지는 듯한 소리가 났다. 산사태라도 났나 싶은 둔중하고 묵직한 소리였는데 그와 동시에 엄청난 영파(靈派)가 머나먼 곳에서 물결처럼 쏟아붓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그 영적파장의 강력함 때문에 눈살을 찌푸렸을 때, 태공망의 안색이 달라졌다.
“……!!”
태공망은 문득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그대는 누구와 같이 온 것인가?”
순간 제갈유룡과 같이 왔다고 순순히 대답할 뻔 했지만, 그 사실을 태공망에게 알려봤자 도움될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침묵하자 태공망이 혀를 끌끌 차더니 갑자기 연기처럼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슈욱
나는 그 찰나에 태공망이 왜 사라졌는지를 유추해 보았다.
‘뭐지? 얘기하다 말고 어디에… 틀림없이 뭔가 무너진 소리와 관계가 있는데.’
설마?!
나는 급히 흑웅을 불러내어서 명령했다.
“흑웅! 방금 전 영파의 위치로 나를 데려가 다오!”
[알겠습니다.]
우우웅
흑웅이 손을 내뻗으며 음신지력이 순식간에 고도의 술법체계를 연성했다. 그 술법체계에 따라 흑웅이 즉시 축지술을 발동시켰으며, 나는 본래 숙련도가 처참한 수준인 축지술을 가볍게 사용해서 영파의 위치로 향할 수 있었다. 정확히는 나는 음신지력만 제공하고 중요한 축지법의 시전과 계산은 모두 흑웅이 대신 해 주는 셈이었다. 게다가 위치까지도 음신지력을 응용해서 알아봐주고 있었다.
파앗
나는 흑웅의 인도대로 수십 리 떨어진 돌산의 정상에 도착했다. 그리고 하늘을 보고 깜짝 놀랐다.
“……!!”
거대한 철판뚜껑이 열렸다!
혈주(血柱)의 머리 위에 떠 있던 거대한 철판뚜껑이 땅을 향해 살짝 각도를 내리고 있었으며 훨씬 더 면적이 넓어보였다. 하지만 하늘 끝까지 가도 그 내부가 보이지 않을 것 같은 형상이 달라져서 이젠 하늘을 약간만 떠오를 수 있으면 내부를 볼 수 있을 듯 했다.
‘여긴 분명히 제갈유룡이 담당하기로 한 혈주! 설마 제갈유룡이 여기를 열었단 말인가?’
그렇다면 태공망의 안색이 변한 것도 이해가 된다. 이 원시천반의 세계를 떠받치는 세 개의 혈주 중 하나가 개방되어 버렸으니 중대한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는 주변에 태공망이 없는지 둘러보다가 재빨리 철판뚜껑의 내부로 날아들어갔다.
스스스스
“당장 그만둬라, 인간이여!”
“물러나라!”
철판뚜껑의 내부에는 거대한 구체가 둥둥 떠 있었으며 구체 밑의 지면에는 수많은 술식체계가 적혀 있었다. 그리고 내부의 천공에 수많은 구조물이 떠 다니면서 구체를 에워싸고 있는 형식이었다. 이 기이한 내부구조에서 제갈유룡은 제갈부와 함께 구체의 바로 앞에 서 있었으며 어느 새 태공망이 타신편을 들고 그들을 겨누고 있는 중이었다.
그 대치상태에서 제갈유룡이 차분하게 말했다.
“태공망이여. 여기의 혈주는 죽었소. 우리가 힘을 합쳐서 죽여버렸소.”
“……!!”
“혈주가 죽은 영겁지벽(永劫之璧)은 무의미하니, 날 위협할 필요는 없을 것이오. 이미 당신의 임무는 실패했으니까.”
아무런 살기나 적의도 존재하지 않는 차분한 목소리였으나 그것만으로도 마치 절대적인 진실인 것처럼 인식되어서 상대방에게 절망을 느끼게끔 했다. 나는 제갈유룡에게서 풍기는 싸늘한 분위기에 질식할 것만 같았다. 예전에 제갈유룡이 최대의 적이었을 때 느꼈던 밑도 끝도없는 암담함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태공망은 전혀 의식하지 않은 듯 도리어 자연스럽게 대꾸했다.
“내 임무는 실패하지 않았다. 아직은 되돌릴 수 있는 상태지. 지금이라도 물러선다면 우린 굳이 적이 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역시 혈주와 영겁지벽이 파괴될 때를 대비해서 뭔가 만들어둔 모양이었군. 천계 최후최대의 계획이니까 당연한 건가?”
“그대는 두뇌가 뛰어난 듯 하군. 좋은 말로 할 때 물러나는 게 어째서 미덕인지도 마땅히 알 것이라 생각한다.”
“…….”
“영겁지벽에 무슨 짓을 해도 파괴하거나 손상시킬 순 없을 것이다. 인간의 힘으로 부술 수 있게 설계한 물건이 아니다! 그대가 쓸 수 있는 수는 외벽을 여는 것으로 끝났다.”
“정말인가?”
“그렇다. 이번 일은 불문에 붙이고 너희를 내보내 줄 테니 이만 원시천반에서 나가라.”
태공망이 점잖게 달래려는 듯 했으나 제갈유룡이 태연자약하게 말했다.
“그럴 줄 알고 하나 더 준비해봤소.”
“뭐?”
쿠구구궁
끼에에에엑
그 때 대지가 크게 울리면서 비명소리인지 단말마인지 모를 괴물의 외침이 멀리서 들려왔다. 상당히 강력한 마물으로 느껴졌는데 사실 힘으로만 치면 궁기보다는 훨씬 약할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태공망 또한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표정이었으나 이윽고 뭔가를 깨달은 듯 얼굴에 핏기가 가셨다.
“아니, 설마….”
“육신통 천안통(千眼通)으로 봤으면 알겠지. 지금 저 놈을 제물로 [옛 지배자]가 소환될 것이오.”
“……!!”
끼에에에엑!!
나 또한 급히 흑웅을 이용해서 천리안 술법으로 괴물의 모습을 살펴 보았다. 그러자 몸 크기가 십여 장에 이르는 거대마물로 변화해서는 수많은 촉수덩어리에 칭칭 감겨있는 형상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촉수덩어리에 잡아먹히는 듯한 기이하고 두려운 광경이었는데 나는 그 괴물이 누군지 알 것 같았다.
‘사신위 백호!’
금의위의 수장이자 제갈유룡이 자신의 부하로 쓰고 있던 백호가 괴물이 되어있는 것이다. 이미 놈에게 인간의 의식이나 이성은 남아있지 않은 듯 했다. 동시에 백호의 몸 주위에 사악하고 어두운 기운이 에워 싸며 언령(靈)이 시각화되어 둥둥 떠다니는 것도 볼 수 있었다. 나는 제갈유룡의 계책을 눈치채곤 내심 경악했다.
‘화… 황궁의 [옛 지배자]를 이 자리에 소환하려는 거냐!’
틀림없으리라. 이 자리에서 제갈유룡은 복마전을 끌어들이려는 게 틀림 없었다.
깽판인거냐?!
나는 기가 막혀서 할 말을 잊었는데 태공망의 이마에 푸른 핏줄이 솟아오르며 그가 강하게 노갈했다.
“이 사악한 놈!! 어디서 감히 되지도 않는 수작이냐? 다른 곳도 아니고 원시천반에서 그게 가능할 성 싶으냐?!”
“물론 일반계도 아니고 원시천존의 보패로 만들어진 이 세계에서 [옛 지배자]를 소환하는 건 극히 어려운 일이겠지. 마치 높은 산의 정상에서 불을 붙이는 것과 같겠지…. 그러나 [옛 지배자]의 마력은 상상을 초월하니 당신 또한 가능성이 낮다고는 단언할 수 없는 게 아니겠소, 태공망? 하물며 내가 복마전의 제사장이라 신과 직접 연결을 통하고 있는데다 저 정도 마물을 뗄감으로 쓴다면.”
“……!!”
“만일 성공한다면…. 혈주 정도가 문제가 아니라 그가 천계를 집어삼키려 들 것이오. 소환을 멈출 수 있는 건 제사장인 나 뿐이니, 어서 관리자인 당신의 손으로 영겁지벽을 개방하시오.”
제갈유룡이 부드럽지만 아주 강력하게 태공망을 협박했다. 그러자 잠시 침묵이 흘렀다.
“오냐. 더 이상 너희를 인간취급하지 않겠다.”
단호하게 외친 태공망이 손에 들고 있던 타신편을 들더니 동시에 주문을 외웠다.
“인온쌍천(氤氳雙天) 합일(合一)!”
쉬이이익!!
그 순간 하늘에 구멍이 뚫리더니 한 줄이 거대한 광선이 날아와서 태공망의 몸에 부딪혔다. 엄청난 기운이 꿈틀거리며 음신과 양신이 결합하는 게 보였는데, 아마 태공망이 평소에 천계에서 활동하게끔 하던 음신을 소환하여 진짜 힘을 보이려는 듯 했다.
‘지금이닷!’
나는 빈틈을 보고 있다가 지금 이 순간 태공망의 경계가 흐트러진 걸 느끼고 무의식적으로 날아들어서 검뢰를 써서 태공망의 목을 베었다.
촤악
기습이라 비겁하긴 했지만 지금은 그런 걸 가릴 때가 아니었기에 적이 되었다면 태공망을 죽이는 수밖에 없었다. 인온쌍천의 술법은 틀림없이 아까 태공망이 말한대로 음신과 양신을 분리하거나 합치는 기술일 것인데, 하나하나가 대라신선의 능력을 지닌 음양신이 합쳐진다면 그 위력은 단순히 두 배가 아니라 그 이상일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 기대는 헛된 것이었다. 내가 검뢰로 벤 장소에는 아무런 흔적도 없었으며, 냉랭한 눈으로 태공망이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스앗!
아주 짧은 순간의 응시였으나 태공망이 진심으로 우릴 죽이기로 마음 먹었다는 걸 느끼자 전신이 살얼음처럼 떨려왔다.
‘떠… 떨린다고?’
나는 태공망의 살기에 내가 미세하게나마 떨고있다는 걸 알아채곤 어이가 없었다. 나는 이미 의념지기를 극한에 가깝게 단련해서 강력한 초절정고수나 절대지경 앞에서도 한 치의 물러섬이 없었다. 게다가 음신지력까지 대성했으니 적수를 만나기 힘들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태공망의 살기가 흘러들어오자마자 대번에 움츠러들었으니, 이는 단 한 가지 사실을 의미했다.
고수의 본능이 격차를 확인한 것 뿐이다.
음양신이 합일된 태공망의 진짜 힘은 - 내 상상을 초월한다.
삼청 원시천존의 수제자이자 절교 교주 신공표의 사형(師兄). 신화시대에 자신의 힘과 지혜로 천하를 뒤집어엎어 주왕과 달기를 해치운 초월자가 이제서야 그 전모를 드러낸 것이다.
보패(寶貝)
삼보여의주(三寶如意珠)
소환
둥근 여의주를 순식간에 몸 주위에 소환해낸 태공망이 나를 향해 타신편을 가리키고는 영언으로 주문을 중얼거렸다. 일련의 과정은 무척이나 유려했는데 사실 이건 이상한 일이었다.
‘못… 막는 건가?!’
이상한 일이었지만 나는 반응속도와 반사신경으로 충분히 그가 행동하기 전에 공격해서 방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몸이 생각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그렇다기보다는 태공망의 행동은 [시간]과 [공간]의 영역을 초월한 것 같았으며 물리적으로는 그의 주문을 방해하는 게 불가능한 듯 했다. 설령 뇌신지혼을 쓴다고 해도 태공망의 주문시전을 막을 수 없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교주의 현겁과도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
저건 결코 무공같은 게 아니었으며 일종의 권능에 가까웠다. 저런 술법 경지는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었다. 잠시 후 타신편의 옥색 손잡이가 빛나면서 태공망의 술법이 전개되었다.
신술(神術)
태극도(太極圖)
“……?!”
두쿵!
나는 그 순간 시공간이 통째로 뒤바뀌면서 내가 완벽한 무(無)의 공간에 갇혀버렸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방금 전까지 보이던 태공망, 제갈유룡 등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영겁지벽이라는 거대한 구체 또한 보이지 않았다. 사방천지가 그저 백색과 허무 뿐이었으며 마치 예전에 신투지존 밑에서 수련하던 당시를 떠올리게끔 했다.
“제길! 봉인술법인가?”
봉인술에 처음 당하는 것도 아니니 침착하게 대처하면 어떻게든 되겠지!
그런데 뭔가 찝찝하다.
방금 전 태공망이 영언으로 읊조린 그 주문의 이름이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불길한 예감을 떨치려고 흑웅을 급히 불러내었다.
“흑웅. 나와라!”
…….
그러나 침묵만이 이어질 뿐 흑웅은 나타날 기색이 없었다. 나는 몸 내부의 음신지력을 강하게 휘돌리면서 흑웅을 인공적으로 구현화시키려 했는데, 그러자 간신히 흑웅이 몸이 쪼그라든 채로 비실거리며 나타났다.
흑웅이 당장이라도 죽을 것처럼 비실거리길래 나는 깜짝 놀라서 말했다.
“이봐 왜 그래?! 음신지력의 공급이 부족한거냐?”
흑웅은 크게 고통스러워하며 부들거렸다.
[…백웅 님… 이 공간…은 위험합니다…. 여기는… 모든 초상능력이 봉인되는 무한결계…. 주인님의 모든 능력은 이미 봉인되었습니다…. 아마 내공도….]
“……!!”
나는 급히 내공을 끌어올렸지만 흑웅의 말대로였다.
‘으악! 안 써져! 아무것도….’
나는 내공, 무공, 영력, 음신지력 등등 지금까지 내가 쌓아온 모든 힘을 일절 사용할 수가 없었다. 소림사의 기이한 공간이 그나마 무공만은 허용했던 것과는 달리 모든 것을 봉인당한 듯 했다.
[미리 말씀드리자면…. 제 역량으로 빠져나갈 방법은… 없습니다…. 도움이 못 되어서 죄송합니다….]
“태공망이 차원의 틈 사이로 날 봉인했다는 말이냐?”
흑웅이 고개를 저었다.
[전혀 다른 수준의 문제… 입니다…. 여긴 차원으로 구분할 수 없습니다…. 차원의 구분보다 더욱 고차원적인 무언가가… 발생했습니다….]
“……?”
[…저 또한… 암암리에 얻게 되는 신의 지식으로 추측할 뿐…. 별다른 말씀을 드릴 수가 없군요….]
흑웅이 힘겹게 말을 이었다.
[주인 백웅이시여… 이 공간은… 필멸자를 대상으로 한 게 아닙니다…. 초월자가 초월자를 잡아죽이기 위해 만든 것… 같습니다.]
불현듯 내 머릿속에 하나의 단어가 스치고 지나갔다.
태극도.
[선계 삼대술법이 있으니 절교(絶敎)의 영진포일술(營鎭抱一術). 천교(天敎)의 시해지술(尸解之術), 그리고 마지막이 태상노군의 태극도(太極圖)이다.]
[삼대술법을 정의한 것은 바로 내 사부, 말년의 태상노군과 원시천존이었다. 만일 그들이 내게 [옛 지배자]에 대항하기를 원했던 거라면, 짚이는 건 삼대술법 뿐이다. 나는 본디 영진포일술이 최고라 생각했지만 시해지술의 실체를 알고나니, 마지막 삼대술법인 태극도에도 큰 비밀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구나.]
[그들은 힘을 합쳐서 나를 제압했는데 그때 나는 영진포일술을 썼는데도 태상노군의 태극도를 어찌할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절교의 모든 술법이 통하지 않았지.]
[아니, 보패가 아니라 술법이다.]
[어쨌든 백웅, 내가 너에게 부탁하고 싶은 건 태극도의 술법을 찾아서 내게 가져와 다오. 그 술법만 있으면 나는 몇배나 강해질 것이다.]
과거 신공표를 소환했을 때 신공표는 내게 태극도를 가져와 달라고 부탁했었다. 물론 본인도 진심으로 기대한 건 아니었겠지만 그 덕에 태극도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얻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기억을 떠올리자마자 나는 상황이 어찌된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이럴수가….”
태상노군이 만들어낸 선계 삼대술법 태극도.
그 진의(眞意)는 바로 신조차도 봉인해버리는 봉신(封神)술법이었으며, 그 정통한 후계자는 바로 봉신 계획의 관리자인 태공망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