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검신-888화 (887/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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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공가향(眞空家鄕)

나는 지금 상황을 살피기로 했다.

일단 내 몸과 술력이 멀쩡한지를 알아보기로 했다.

그동안 복희 님의 술법인 봉신혈주(封神血柱)를 써서 나 자신을 무적 상태로 만들었으므로, 삼황오제가 직접 오지 않는 이상 결코 내게 피해가 올 일은 없었다. 하지만 오랜 기간 봉인돼 있었으므로, 몸이 굳어 있을 수도 있었다.

그리고 나는 내 몸에 가공할 힘이 솟구치는 걸 알 수 있었다. 내게 존재하는 광대한 영력과 신력에 나는 크게 당황했다.

“아니…?! 전욱의 힘이 아닌가? 그것도 정령화까지…. 내가 어떻게 이런 힘을 얻은 거지?”

틀림없다. 이 신력의 기질은 전욱의 것이다. 먼 발치에서 스승이신 복희 님을 알현하러 찾아온 전욱을 본 적이 있었는데, 그 암흑의 거인이 가진 힘의 성질과 완전히 똑같다.

게다가 몸에 쌓여있는 막대한 기공력에 뇌력(雷力)은 대체 무엇인가? 그리고 강력한 영력을 지닌 눈? 품속에는 왜 마도의 보물 같은 게 있지? 그리고 난 왜 검을 차고 있는가? 나는 검 따위는 절대 쓰지 않는데….

나는 당황하고 있다가 문득 눈앞을 쳐다보았다.

“……!!”

이건 나 자신이 아닌가!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혈주가 되어 봉인된 상태 그대로 아닌가! 지금 내가 태호결(太皞決) 봉신혈주에서 풀려난 게 아니었단 말인가?

나는 머릿속에 뭔가 안개가 낀 것 처럼 느껴져서 머리를 감싸 쥐었다. 그리고 괴로운 신음을 흘렸다.

“으으으….”

나는 뭔가 잊고 있다. 아주 중요한 뭔가를… 잊고 있는데….

…모르겠다.

아니, 지금 중요한 게 뭐였지?

그래! 내게 지금 중요한 건 바로 이 봉신계획의 관리다. 어쨌든 눈앞에 혈주가 있다면 봉인은 유지되고 있는 게 아니겠나? 그렇다면 나, 천계 최고원로인 남극선옹이 해야 할 일은 바로 다른 혈주가 무사한지를 확인하는 일이리라.

[이봐! 무슨 일이냐. 어째서 그 놈으로 변신한 거지?]

밑에서 사흉 궁기가 포효하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힐끔 궁기를 내려다보다가 상황을 물어보기 위해서 말했다.

“태고적부터 날뛰었던 혼돈의 말예, 사흉 궁기여! 강자아와 무왕 희발은 아직 이곳에서 잘 지내고 있는가? 그리고 고대의 봉인은 유지되고 있는가?”

[무슨 개소리냐! 네가 혈주를 해치우고 원시천반에서 우리를 구해주기로 했잖나!]

감히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저 못된 마물이!

“발칙한 소리를 하는구나. 혈주는 반드시 수호되어야 한다. 그것이 모두를 위한 일이다.”

[이노오오옴…! 감히 나를 능멸하다니!! 죽어라!]

크와앗!

분노한 궁기가 갑자기 시꺼먼 날개를 펼쳐서 달려들더니 내게 혼돈의 숨결을 내뿜었다. 저 정도 위력의 숨결이라면 확실히 보통 신선은 스치기만 해도 소멸일 것이리라. 그러나 나는 원시천존의 사제, 남극선옹!

궁기 따위는 내 적수가 아니다!

“남극칠광기(南極七光旗)!”

천계 옥허궁(玉虛宮)에 보관되고 있을 내 전용보패를 부르면 너 따위는 한 방이니라! 남극칠광기만 있으면 삼황오제가 나타나도 여유롭게 도망칠 수 있다!

그러나 내가 소환을 외쳤는데도 보패 남극칠광기는 내게로 오지 않았다. 나는 너무 놀라서 절망어린 한탄성을 내질렀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인가!”

주인이 부르면 마땅히 와야 할 진대, 어찌 내 전용보패가 부름을 들은 체도 하지 않는단 말인가?! 내 영혼과 연결되어 있을진대!

콰과광

내가 당황하는 동안에 궁기의 숨결이 나를 덮쳤다. 나는 혼돈의 숨결을 덮어썼지만 혼돈과 싸운 경험이 많았기에 찰나의 순간에 남극광갑(南極光甲)으로 내 몸을 보호할 수 있었다. 상처 하나도 입지 않고 궁기의 공격을 받아넘기긴 했지만, 나는 크게 노해서 외쳤다.

“이노오오오옴…!! 고얀놈!! 죽어라!”

신술(神術)

창천대신광(蒼天大神光)!

쩌저적

그 순간 시공간이 얼면서 궁기의 전신이 무수한 빛의 광선에 찔렸고, 놈은 즉시 얼어버리고 말았다. 광선 중 미세한 한 줄기에만 찔리더라도 절대적인 극한의 냉기가 상대를 얼려버리는 신급 비술이었다. 궁기는 혼돈의 마물답게 시공간이 얼어버린 한가운데에서도 영혼을 뒤틀면서 빠져나오려 했으나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파캉!!

[크아아아아…!!]

궁기의 몸뚱이가 얼음이 깨져나가면서 같이 부서졌다. 아무리 사흉이라고 나댄다 해도 결국 혼돈의 먼 후예일 뿐이니, 삼황 복희에게서 가르침 받은 나를 이길 쏘냐!

궁기가 소멸하는 것을 즐겁게 구경하던 중, 문득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으음! 이 주문은 한번 쓰면 100 년은 못 쓰는데…. 저 놈 따위를 상대로 써버리다니!”

뿐만 아니라 너무 과한 술력을 사용하게 되어서 1년 정도는 정양해야 하는 술법이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이 몸에 신력이 엄청나게 많기 때문에 힘이 고갈되지 않고 딱 바닥 직전에서 멈췄다는 점이었다.

일단 궁기를 해치웠으니 이제 다른 혈주를 보러 가야겠다.

“용길공주(龍吉公主)에게 가자!”

파앗

나는 하늘을 날아서 혈주가 된 천계의 귀인, 용길공주를 보러 갔다. 그녀는 생전의 모습 그대로 굳어 있었으며 마찬가지로 봉신혈주가 되어서 외부에서는 어떤 수를 써도 건드릴 수가 없었다. 나는 그녀를 보다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혈주는 전혀 손상되지 않았다. 어째서 이런 일이…?’

남은 한 명의 혈주를 보러가야 할까, 아니면 강자아를 찾아가서 물어 봐야 할까? 그 아이가 내부결계를 전적으로 담당하는 역할이었으니 이 사태에 대해 가장 잘 알게 분명하다. 나는 남은 한 명을 보지 않고 곧장 강자아가 있을 오륜동(五輪洞)으로 향했다.

오륜동에 도착하자 강자아가 살고 있는 듯한 모옥이 보였다. 나는 소리를 쳤다.

“이리 나오너라!”

“…….”

끼익하는 소리와 함께 모옥의 문을 열고 부스스한 표정의 선인이 걸어 나왔다. 그는 골치 아프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별 일을 다 보겠군. 도대체 어쩌다 이런 일이 생겼단 말인가?”

“강자아. 내가 혈주에서 갑자기 풀려나고 말았다. 도대체 어찌된 일이냐.”

강자아는 냉정한 눈으로 나를 응시하며 말했다.

“풀려나신 게 아니라 그저 그대가 남극선옹님이 아닐 뿐이오. 당신은 가짜요.”

뭐라고?!

이 건방진 놈이…!!

“이 고이얀 노옴…!! 어디대고 그런 헛소리를 하는 게냐! 네가 명목상 원시천존님의 제자이긴 했어도 내 가르침을 오래 받지 않았느냐! 감히 기사멸조를 하는 것이냐!!”

내가 흥분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자 강자아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말했듯 당신은 남극선옹님이 아니오. 진짜는 그대로 봉신혈주의 술법으로 봉인의 축이 되어 있으며, 상황은 무엇 하나 달라지지 않았소.”

“뭐라…?!”

“아무래도 당신의 술법은 본체의 정신마저 잡아먹어버리는 위험한 술 수 같군. 나조차도 타신편(打神鞭)의 소유자가 아니었으면 결코 그대의 술법을 알아채지 못했을 터이니, 그건 신의 경지에 오른 술수가 아닌가 싶소.”

태연하게 말을 잇던 강자아가 손에 들고 있던 타신편의 끝을 내게 겨누며 말했다.

“결코 범상치 않은 존재여. 나는 원시천존의 수제자이자 봉신계획을 완결시키는 자로써 당신을 해치우겠소.”

아니?!

설마 정말로 나를 공격하려는 것인가?

나는 겁이 나서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이…이 놈. 타신편을 내게 겨누다니! 절교에 사보검이 있다면 우리 천교에는 타신편이 있다. 그 신급 보패를 어찌 내게 향할 수 있느냐!”

“연기는 그쯤 하시오. 변신을 풀지 않겠다면 당신은 타신편에 죽을 것이오.”

“연기라니 어찌…!!”

그 때였다.

‘연기?’

두쿵

그 순간 내 머릿속에서 온갖 기억들이 뭉게구름처럼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내가 알고 있던 모든 것들이 뒤바뀌면서 생각과 기억이 모조리 충돌했다.

그리고 서서히 ‘남극선옹’의 기억이 가라앉으면서 내 진정한 정체가 머릿속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

그렇다. 나는, 백웅이다.

슈우욱!!

내가 기억을 되찾고 정체성을 인식 한 순간, 내 모습은 남극선옹에서 원래 백웅의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나는 엄청난 정신적인 충격에 비틀거리며 그 자리에 쓰러져서 토악질을 하고 말았다.

“우욱, 우우욱, 우웩!!”

너, 너무 가면의 존재감이 강하다!

철혈문주의 경우는 잠시 혼란을 겪다가 금세 되돌아왔었는데, 이번에는 상대가 단서를 주지 않았다면 결코 되돌아오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백웅이라는 것도 잊고 남극선옹이 되어서 계속 살았을 수도 있다!

‘정체성의 혼란…!!’

그게 이렇게나 무서운 것이었단 말인가?!

일개 인간의 가면을 쓸 경우에는 아무리 심연의 가면이라도 그리 크게 헷갈리지 않는 반면, 천지간에 손꼽힐 정도로 강력한 존재인 남극선옹의 가면을 쓴다면 인격이 잡아 먹힐 지경이 되는 것을 지금 실감한 것이다.

내가 구토하는 걸 지켜보던 강자아, 세간에서는 태공망이라 불리는 대선인이 말했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무슨 의도로 이곳에 침입했소? 어디로 들어왔지?”

“…….”

“대답하지 않는다면 죽이겠소.”

나는 입가에 묻은 토사물을 닦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태공망이여. 저는 백웅이라고 하는 인간입니다. 지금 저와 제 동료들이 천계를 멸망시키기 위해 서왕모를 공격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싸우고 있는 중입니다.”

“…….”

“이곳에 있는 혈주를 없애고 고대인의 권능을 세상에 해금해야 서왕모를 이길 수 있습니다. 도와주십시오.”

태공망은 그제야 알겠다는 얼굴로 말했다.

“그랬군. 천계에 침입하여 십이대선을 암살하고 서왕모에게 도전하는 게 바로 그대들 일행이었군.”

“이 안에 있는데도 바깥 상황을 아십니까?”

“나는 양신(陽神)을 여기에 두고 음신(陰神)을 천계에 두어 삼청의 뜻을 받들고 있다. 바깥 상황도 알고 있다.”

즉 두 개의 몸뚱이를 가지고 있다는 건가?

그런 술법은 처음 들어보지만 아마 원시천존에게 배운 태공망만의 비전 술법일 것이다.

‘그래서 원시천반 내부에 있는데도 수기공양의식에 참여할 수 있는 거군….’

태공망을 불러낼 경우 수기공양의식에 참여하는 것은 그의 음신이었고, 본체라 할 수 있는 양신은 이 원시천반 내에서 수천 년간 전혀 움직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음신 만으로도 천계의 대라신선을 자처할 수 있을 정도라면, 태공망 또한 절대 만만한 존재가 아니었다.

나는 긴장한 얼굴로 힐끔 태공망의 손에 들려있는 보패를 쳐다보았다.

‘타신편.’

아까 남극선옹의 기억에 따르면 저건 진짜로 위험한 보패였다. 그 위력은 사보검과 대등하다 할 수 있었고, 애초부터 ‘신선이 가져서는 안 될 권능’을 지니고 있었다고 한다. 원시천존이 제작한 보패 중에서 최강이라고 불리고 있었으며, 실질적으로 태공망이 은주 교체기에 달기를 물리치고 서주를 중원의 지배제국으로 일으켜 세운 원동력이기도 했다.

그 강력한 남극선옹조차도 타신편을 상대로는 답이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겁을 먹었던 것이리라. 나는 이를 악물고 태공망에게 말했다.

“그럼 삼청이 암습당해서 소멸했다는 것도 알고 계실 텐데요?”

혹시 해서 말해봤는데 태공망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다.”

그는 구천현녀도 모르고 있던 진실을 유일하게 알고 있었던 대라신선이었던 셈이다. 나는 기가 막혀서 외쳤다.

“그런데 어찌 수천 년 동안 함구하여 천계의 다른 신선들에게 서왕모와 삼황오제의 횡포를 알리지 않으셨던 겁니까?!”

내 말에 태공망이 대꾸했다.

“말해봤자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지…. 그대 또한 천계의 모든 신선이 덤빈다 하더라도 결국 서왕모에게 몰살당한다는 걸 알지 않는가? 지금 바깥 상황을 보자면 내 생각이 증명되고 있는 중이군….”

“…….”

“서왕모의 본질을 생각하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었다.”

태공망은 현실을 모조리 꿰고 있는 듯 했다. 아무래도 그는 서왕모가 여와의 화신이라는 것도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렇지 않다면 저런 말은 할 수가 없었다.

“복희 님과 삼청이 모두 살아있었을 때라면 몰라도, 이젠 그녀의 횡포를 알고도 막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서왕모와 교섭을 했다.”

“교섭이라고요?”

태공망의 말이 이어졌다.

“이 봉신계획은 서왕모의 횡포와는 별도로, 삼청이 암살당하기 전에 서왕모와 합의하여 모두가 함께 진행하던 일이었다. 고대인의 권능을 봉인하는 일은 삼청 암살과 별개의 일이다. 그래서 나는 천계에 모든 비밀을 함구하고 영원히 양신을 여기에 두어 나가지 않는 대신, 서왕모 또한 이 내부의 세계에 절대 간섭하지 않겠다는 약조를 맺었다.”

“으음.”

“내가 할 말은 끝났다. 그대의 행동은 불문에 붙여줄 테니, 그대의 동료들을 데리고 이 세계에서 당장 나가라.”

그는 나와 제갈유룡이 함께 원시천반으로 들어왔다는 사실 또한 파악하고 있는 듯 했다. 나는 그에게 말했다.

“당신 또한 우리에게 기대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지 않다면 이 자리에서 타신편으로 죽여 버리면 그만일 텐데, 일부러 보내준다는 건 우리가 서왕모를 쓰러뜨려 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하는 거겠지요.”

“억측이군….”

“서왕모를 쓰러뜨릴 수 있습니다. 정말로.”

“그녀의 본질이 삼황 여와라는 걸 알고도 하는 말인가?”

“물론입니다.”

이어진 내 말에 태공망이 충격을 받은 듯 눈을 크게 떴다.

“그걸 위해서 반고에게 칠요를 공양하기까지 했으니까요. 그 덕분에 지금 이 세상엔 우리를 위한 인과율이 불어주고 있습니다.”

“……!!”

“우린 일생일대의 승부수를 걸고 있습니다. 제발 도와주십시오.”

“그런 무모한 짓을….”

그는 잠시 할 말을 잊은 듯한 표정이 되었다. 그리고 잠시 후 말했다.

“고대 인간의 권능을 풀어준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알고 말하는 건가?”

“잘은 모릅니다. 동료인 제갈유룡이란 자가 강하게 주장하던 거라서….”

“삼황오제가 봉인한 최초의 권능인 불멸(不滅)만큼은 아니지만 고대인들 또한 강력한 존재들이었다. 그들을 풀어준다면 혈맥의 봉인이 사라지고 이 세상 인간들의 혈맥에 강대한 초능력이 발현하여 혼돈에 휩싸이겠지.”

“…….”

“지금의 인류는 너무 약해서 도리어 혼돈의 영향을 덜 받는 상태라고도 할 수 있다. 어설프게 힘을 가지게 되어 [옛 지배자]의 주목을 받게 된다면, 지금의 천계로서는 인류를 통제하거나 지켜줄 수가 없게 된다. 세상이 탁류에 휩쓸려서 문명이 멸망하고 말 것이다.”

“하지만.”

나는 태공망을 노려보며 말했다.

“세상이 멸망하고 나면 그런 말이 무슨 소용이지요? 이대로 거짓된 평화를 오백 년간 누려봤자 그 후에 다가올 압도적인 종말의 때에는 무슨 소용이란 말입니까.”

“이러든 저러든 종말을 막을 수 없다면, 최소한 행복한 한 때를 누리게 해 주는 것도 인간다운 행동이겠지.”

태공망이 강하게 버티자 나는 이를 악물었다.

“아니오. 진짜 인간다운 행동은, 발버둥치는 겁니다. 죽기 싫어서, 멸망하기 싫어서, 발버둥 치는 게 인간이란 말입니다.”

“…….”

“태공망 님. 같이 발버둥 쳐 주십시오. 지금이 아니면 서왕모를 이길 기회는 없습니다. 인간의 권능을 세상에 풀어서 서왕모를 이길 힘을 얻어야 합니다.”

그 때였다.

쿠우우우…!!!

거대한 굉음이 천공에 울려 퍼졌다. 태공망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지는 게 느껴졌다.

“백웅이여.”

이어진 말에 내 얼굴 또한 굳었다.

“바로 지금, 서왕모가 팔부신중의 절반을 죽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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