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검신-881화 (880/1,615)

881====================

진공가향(眞空家鄕)

나는 음신지력의 정령화를 이룩한 후 장령곡에 되돌아왔다. 대략 석 달 정도의 시간이 지난 후였으며 내가 돌아오자 서문혜가 나를 반갑게 맞이해 줬다.

" 오셨어요."

" 갔다왔소. 다른 사람들은?"

" 안에 있어요."

나는 망량과 제갈사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그들은 나를 보자마자 말했다.

" 더 강해졌군."

" 음신지력의 정령을 얻었을 터, 보여줄 수 있겠소?"

" 물론이오."

나는 내 성취라 할 수 있는 흑웅을 꺼내서 그들에게 보여주었다. 그들은 흑웅을 보자 눈이 부신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 엄청난 신력의 덩어리군..."

" 인간의 몸으로 이런 무지막지한 술법을 시전할 수 있다고는 생각지도 못했소."

감탄하던 망량이 말했다.

" 이제 충분히 재료가 모인 것 같으니 천계토벌을 시작합시다."

천계토벌!

이번 생에서 추구하게 될 1차목표를 듣게 되자 새삼 마음이 무거워졌다. 여태껏 전생하면서 도저히 넘을 수 없는 절대적인 벽으로 느껴졌던 천계를 과연 신적존재의 도움 없이 우리끼리만 쳐부수는 게 가능할까? 하지만 망량이나 제갈사는 일말의 불안감도 없어보이는 표정이었다.

나는 망량에게 물었다.

" 천계토벌을 한다고 해도 어떤 식으로 진행할 생각이오? 무작정 천계로 쳐들어갈 수도 없잖소."

" 백웅. 우선 목표부터 정리합시다. 천계를 토벌한다고 하면 무엇을 해야 토벌했다고 말할 수 있겠소? 누구를 쳐부숴야 토벌이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겠소."

망량의 물음에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 천계 수뇌부인 서왕모와 그 밑의 곤륜십이대선을 쳐부수는 게 아니겠소?"

본래는 옥황상제나 삼청도 포함해야겠지만 그들은 이미 사라지고 없다.

" 그렇소. 그러나 서왕모는 가장 나중에 쳐야 할 상대... 그렇다면 목표는 곤륜십이대선이 될 것이오. 그들이 서왕모와 옥황상제, 삼청을 제외한 천계의 최고간부들이기 때문이오."

"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잖소. 곤륜십이대선은 하나같이 상위 대라신선이니..."

곤륜십이대선은 투선이 아니지만 투선들과 대등할지도 모르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전문싸움꾼인 투선과 싸우면 밀릴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그들은 머나먼 수천 년 전부터 살아온 대라신선이기 때문에 수많은 술법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으며 강력한 보패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상위 대라신선이 열두 명이나 된다면 결코 쉽게 이길 수가 없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제갈사가 입을 열었다.

" 우린 이미 반고 공양의식 때 구천현녀를 같은 편으로 만들었다. 또한 동시에 구천현녀와 암중에 손을 잡고 있던 제천대성 또한 암묵적으로 우리 편을 들어주게 되어 있지."

" ......!!"

" 우리가 천계를 공격하기 시작하면 구천현녀가 서왕모를 붙잡고 시간을 끌어줄 거다. 그

사이에 우리는 제천대성의 도움을 받아서 십이대선을 하나하나 제거하거나 우리편으로 회유하는 작전으로 간다."

상황은 지금껏 겪어왔던 것과 비슷한 것 같다. 다만 그 당시에는 반고의 주문때문에 쫓기듯이 승산없는 싸움에 도전했다면, 이번에는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천계에 도전한다는 차이점이었다.

" 승산은 있겠지만... 곤륜십이대선이 혼자있는 게 아니잖아. 근처에 무수한 투선과 신선, 지선들이 금방 몰려올건데 제천대성 혼자 힘만으로는 무리야."

" 바보야. 그걸 누가 모르냐? 그러니까 한 명을 더 회유해야지."

" 누굴?"

제갈사가 눈을 날카롭게 빛냈다.

" 항우!"

" ......!!"

" 네가 음신지력을 정령화시키는 것도 중요했지만 그게 우리의 마지막 준비다. 그 놈이 우리 편이 된다면 절반 이상 성공한 거다. 제천대성과 항우가 힘을 합친다면 투선이 몇 놈이건간에 상대할 수 있어."

항우는 가공할 힘을 지닌 마왕인 달기조차 때려눕힐 수 있는 엄청난 힘을 갖고 있었다. 제갈사의 말은 매우 일리가 있었다.

" 으, 으음... 그렇기야 하겠지만... 아니... 항우를 이쪽 편으로 만들려면 일단 우희의 넋을 찾아야 하잖아."

항우는 매사에 냉담했으며 죽은 후에도 모든 것에 무관심하여 천계의 외곽지역에 틀어박혀 은거해 있었다. 유일하게 그가 관심을 보이는 것은 생전에 그가 사랑했던 여인인 우희의 영혼을 찾는 것 뿐이었고, 나는 그 의뢰를 받은 후 우희를 찾아내는데 실패했었던 것이다. 왜냐하면 전국옥새를 써도 우희의 영혼이 품고 있는 성좌의 기운이 이 세상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 그건 생각해 둔 게 있어. 네가 아가리를 잘 털기만 하면 돼."

" ......"

" 자, 가자. 제천대성의 도움을 받으면 천계에 잠입할 수 있을 거다."

나는 제갈사에게 계책을 들은 후, 제갈사와 함께 제천대성과 접선했다. 근두운을 타고 인간의 모습으로 둔갑해서 나타난 제천대성은 나를 보자 흥미로운 듯 말했다.

" 오호, 이거... 제법 강한 녀석이잖아? 넌 뭐냐?"

제천대성은 화안금정을 지니고 있어서 일견에 내가 가진 신력의 크기를 파악한 모양이었다. 나는 그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 백웅입니다."

" 인간이야?"

" 인간입니다."

제천대성이 힐끔 제갈사에게 시선을 돌렸다.

" 제갈사랬냐? 이 놈이 너희의 비밀병기인가 보군."

제갈사는 제천대성의 말에 히죽 웃었다.

" 애물단지죠."

애물단지라니... 너무하다!!

제천대성이 껄껄 웃었다.

" 좋아, 마도사 한놈이랑 애물단지는 내 근두운을 타라. 항우란 놈이 살고있는 곳까지 빠르게 데려다 주마."

후웅

이윽고 우리는 구선산(九仙山)의 궁궐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다. 아무런 인기척없이 을씨년스러운 궁궐의 내부로 들어가자 커다란 탁자의 상석에 항우가 앉아 있었다. 예전에는 입구에서 방문자를 경계했었는데 이번에는 궁 내부까지 들어오게 한 것으로 보아, 모종의 이야기가 이미 오갔던 모양이었다.

항우는 앉아서 술을 한 잔 들이키다가 나를 예리한 눈으로 쏘아보았다. 그의 굵은 눈썹이 꿈틀거렸다.

" 저 놈은 신의 화신(化神)이냐?"

강한 경계심이 느껴졌다. 내가 움찔하자 본체로 되돌아온 제천대성이 어깨를 으쓱하며 대꾸했다.

" 인간이라는데."

" 흥... 웃기는 소리군."

항우는 우리를 무시하듯 다시 한 번 술을 벌컥 입에 들이부었다.

털썩

제천대성은 다짜고짜 탁자에 걸터앉으며 우리에게 손짓했다.

" 어이, 너희도 앉아."

우리가 말없이 앉자 잠시 침묵이 감돌았다. 항우가 이야기를 꺼낼 생각도 하지 않고 다시금 석 잔 째를 기울이려 하자 제갈사가 입을 열었다.

" 초패왕이시여. 여기 제 옆에 있는 자는 백웅이라 하며 제 주군입니다. 그가 왕야께 하고싶은 말이 있다 하여 데려오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항우가 귀찮은 듯 말했다.

" 마도사. 나는 너희의 사정따윈 궁금하지 않다. 그놈이 하는 말이 내 흥미를 끌지 못한다면 너흰 여기서 살아나가지 못할 것이다."

" 물론입니다. 어찌 저희 따위가 하찮은 말로 왕야의 휴양을 방해한 죄값을 치르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다만 기대하셔도 좋을 것입니다."

" 말해 봐라."

" 크크크..."

실실 웃던 제갈사의 시선이 내게로 향했다. 나는 헛기침을 한 후 입을 열었다.

" 우희 님의 행적을 알아내었습니다."

그 순간 술잔에 술을 따르던 항우의 손이 멈췄다. 나는 지금이 중대한 고비라는 걸 느끼며 무거운 정적을 억지로 깨며 말했다.

" 저는 온 세상을 뒤져 우희 님의 기운을 찾으려 했으나 지상에는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그리하여 저승세계를 가 보았으나 그 곳 또한... 이미 [옛 지배자]의 소유로 전락한지 오래였으며 이 세계의 윤회전생이 끊겼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저승 또한 우희님의 기운을 찾을 수가 없었으니, 결론은 두 개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항우는 어느 새 술잔에서 시선을 떼고 나를 예리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말을 이었다.

" 하나는 이 세계와는 완전히 다른 세계, 외차원(外次元)이나 암천향(暗天鄕)에 우희 님의 영혼이 넘어가버렸다는 것입니다. 어째서 그리 되는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 경우 그 분의 영혼을 탐색하는 시간은 최소 천 년이 걸리게 될 겁니다. 이는 일종의 가능성이니 크게 괘념치 않으셔도 됩니다."

" 또 하나는."

" 바로 한고조(漢高祖) 유방(劉邦)이 자신의 영혼 속에 우희 님의 영혼을 삼켰다는 겁니다."

항우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 ......"

" 저는 항우 님과 유방 사이에 어떤 밀약이 맺어졌는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만 유방이 그녀의 영혼을 일부러 은닉했다는 게 가장 설득력이 있습니다."

" 후후후후..."

항우가 허탈한 듯 웃으며 다시 술잔에 술을 따랐다.

" 많이도 조사했군... 그러나 무엇하나 본왕(本王)이 이 구선산의 왕궁에서 천 년 이상 생각했던 예측과 다른 건 없구나."

" 항우 님께서 천계로 올라오신 이유도 유방의 본체인 적룡을 직접 찾아보려 올라오신 게 아닙니까?"

" ......"

" 그러나 아마 찾지 못하셨겠죠. 찾았다면 진작에 적룡을 찾아 찢어죽이고 그에게 우희 님의 행적을 물어보셨을 테니까요. 적룡의 본체로 추측되는 사해용왕(四海龍王) 광리왕(廣利王) 오윤(敖閏)에게 물어보러 가셨으나 그가 유방의 본체가 아니라는 걸 확인하셨겠지요?"

" ......"

" 그리하여 실망하고 낙담하여 천계에 눌러앉게 되신 걸로 추측됩니다."

항우가 침묵했다. 제갈사의 추측대로 내가 입을 열어서 말하는 것 뿐이지만 항우의 생각과 의식의 흐름에 하나도 거스르는 게 없었으며 합리적이기 때문이었다. 제갈사는 항우의 행적을 모두 유추해서 알아맞힌 것이다.

항우는 턱을 괴고 대꾸했다.

" 당연히 본왕도 그걸 생각했다. 그러나 광리왕 오윤보다 격이 높고 강력한 적룡은 천계에서 전혀 발견할 수가 없었다. 사해용왕의 격은 십이대선과 맞먹거나 더 위에 있으니 그보다 강한 용은 존재할 수가 없다. 그래서 혼란스러웠지."

나는 본론을 꺼냈다.

" 적룡이라는 점에 너무 집착하신 게 아닐까 싶군요."

" 뭐라고?"

" 유방을 상대할 때 이상함을 느끼지 못하셨습니까? 아무리 성좌의 기운을 받은 소하나 장량같은 존재들이 유방을 보필했다고 하나 항우 님을 상대로 어떻게든 맞서싸울 수 있는 존재가 어떻게 존재할 수 있을지요."

내 말에 항우가 불쾌한 듯 말했다.

" 그 놈은 내게 맞서싸운 게 아니다. 나와 정면대결해서 이긴 적은 한번도 없었으며 난 언제나 이겼다. 도망만 치던 놈에게 어찌 후한 평가를 내리느냐!"

" 버티는 것 또한 능력입니다. 그리고 추측건대 항우 님은 마지막까지 유방이란 자의 진면목을, 그 심계의 밑바닥을 보지 못하지 않으셨습니까?"

" ......"

" 그는 능구렁이라고 표현하기도 힘들 정도의 심연을 품고 있었을 것입니다. 결코 천계에 속한 용다운 정의로움따윈 없었고요. 짐작가는 게 없으십니까."

... 이렇게 말해도 되나?

나는 내가 너무 도발적으로 말했나 싶어서 잠시 움츠러들었으나, 뜻밖에 항우는 화를 내지 않고 내 말에 숙고하는 기색이었다. 그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나는 말을 이었다.

" 유방은 용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는 그보다 더 사악한 존재였을 수도 있습니다."

" ... 설마."

그리고 여기에서부터는 제갈사가 대신 말을 받아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제갈사가 허리를 앞으로 숙이며 말했다.

" 왕야시여, 짐작가는 흉수(凶手)는 있습니다. 대신 왕야께서 그 날 유방과 어떤 밀약을 맺었는지를 알아야 더 말씀드릴 수가 있습니다."

" 본왕이 직접 그 날의 약속을 이야기하란 말인가?"

" 약속이 아무리 소중해도 우희 님이 무사해야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유방은 이미 약속을 무시하지 않았습니까?"

" ... 그렇군."

항우는 제갈사의 말에 납득하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 그 당시 좁은 성에 갇혔을 때도... 본왕은 졌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 유방의 세력이 아무리 많아도, 그 수많은 적들이 달려들어도 모조리 쳐죽일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왕이 움직이지 못했던 이유는, 내 부하들까지 모두 돌보며 싸워 이길 순 없었기 때문이다..."

" ......"

항우의 말은 천하무적이었던 그가 역사적인 싸움에서 결국 유방에게 밀려서 패했던 이유를 말하고 있었다. 항우는 설령 수십만 대군과 혼자 싸워도 몰살시킬 힘이 있었지만, 그 경우 그를 따르는 소중한 부하와 가신들은 모두 죽고 말았다. 부하들에게는 그만한 힘이 없었기 때문이다. 유방과 그의 세력들은 항우의 부하를 인질로 잡고 형세싸움으로 항우를 몰아붙인 셈이었다.

" 그 때 유방이 제안을 해 왔다. 내 부하를 모두 살려줄 것이고 고향의 백성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대신에 나는 표면적으로 죽어서 사라지라고... 동시에 약속의 이행을 위해 우희의 영혼을 인질로 데려갈 것을 내세웠다."

" 그 제안에 응하셨군요."

" ......"

" 다만 인질로 곱게 보내주진 않고 우희님께 천괴성의 힘을 부여하여 세상을 떠돌게 하신 거겠지요. 그녀가 성좌의 힘으로 스스로를 지키는 동안에 재빨리 구해내려 하셨을 테고."

" 그랬다. 성좌 하나분의 힘을 통째로 주었으니 인간의 힘으로는 우희를 어찌할 수 없으리라 생각했다."

" 그러나 결과적으로 우희님은 실종되었단 것... 누군가가 천괴성의 보호를 뚫고 그녀를 납치했다는 것이고, 항우님은 분노해서 천지를 뒤집어엎으며 명계와 천계를 들쑤셨습니다. 그럼에도 성과가 없어서 이렇게 되었습니다만."

제갈사가 말을 이었다.

" 유방이 표면적으로 내세웠다는 [적룡]이라는 신분은 거짓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건 단지 은유일 뿐일 것이고 그의 실체는 전혀 다른 것. 그리고 우리는 유방이 만일에 우희님을 감추었다면 찾아낼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 정말이냐?"

" 네."

제갈사가 덤덤하게 말했다.

" 하늘에 무수한 별이 있으나 정식 성좌의 개수에는 제한이 있습니다. 그 점을 생각해 보셨는지요?"

그 순간 항우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그는 두뇌가 영민한지 금세 제갈사의 말을 알아듣고 말했다.

" 성좌는 [옛 지배자]의 영토를 상징한다는 건가. 그럼 공간을 대조해서 사라진 성좌의 영역에서 그녀의 위치를 알아내겠다는 건가?"

" 그렇습니다. 밀도를 구분하면 됩니다. 모든 성좌의 기운과 영토를 대조해 본다면 분명히 빠진 부분이 어딘가에 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항우님께서 주신 천괴성의 기운은 일부가 아니라 굉장히 큰 덩어리였으니 티가 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 그게 가능한가?"

" 가능합니다. 본디 인간의 점성술이나 술법, 심지어 대라신선의 술법으로도, 그 무슨 수를 써도 불가능하지만..."

제갈사가 사악하게 웃었다.

" 천계의 가장 깊은 곳에는 하늘이 열릴 때 생겨났다는 태고의 보패, 원시천반(元始天盤)이 존재한다 합니다. 원시천반은 모든 성좌와 세계를 관측할 수 있다고 하는 전설이 있으니, 원시천반을 손에 넣는다면 우희의 위치를 알 수 있습니다."

" ......!!"

" 항우 님께서 저희 일을 도와주실 이유가 하나 더 생긴 셈이지요."

" 흠..."

항우는 크게 고민하는 기색이었다. 그는 잠시 후 입을 열었다.

" 좋다. 너희의 말이 사실이라 믿고 본 왕야는 너희를 도와 천계를 멸망시키겠다. 대신 너희는 원시천반을 찾아 우희의 위치를 반드시 내게 알려줘야 한다."

" 감사합니다. 저희 쪽에서 공격을 시작하면 곤륜십이대선을 죽여 주십시오."

" 알았다."

항우가 아군으로 들어온 것이다.

항우를 아군으로 넣은 후 우리는 제천대성의 근두운을 타고 바깥으로 나오려 했는데 제천대성이 문득 말했다.

" 근데 너희, 뒷감당은 어떻게 할 생각이냐?"

" 무슨 말씀이십니까?"

" 나도 영 천계가 마음에 안 들고 해서 구천현녀를 도와 천계를 없애고는 싶은데... 생각해보니 천계가 사라지면 직접적으로 인간세계를 수호하는 방패가 사라지는 셈이지. [옛 지배자]가 더욱 쉽게 세력을 뻗칠 수 있을텐데 그건 어떻게 할 생각인지 묻고 싶군."

윽...

내 입장에서는 어차피 전생하니까 별로 알 바 아니라고도 할 수 있었지만 당연히 대놓고 할 수 있는 말은 아니었다. 그리고 제천대성이 하는 말도 일리가 있었으므로 제갈사가 태연히 대꾸했다.

" 천계가 있어도 어차피 서역에서는 마도의 세력이 창궐하고 있습니다. 차라리 인간문명을 감시하고 관리하는 천계를 없애버리고 인간의 힘을 강화시켜서 스스로 생을 도모하는게 훨씬 낫겠지요."

" 그래서 그 힘으로 종말을 막아보겠다?"

" 적어도 지금보다는 훨씬 가능성이 있을 겁니다."

" 흐음... 좋아."

파앗

우리는 제천대성의 근두운을 타고 장령곡으로 되돌아왔다. 그리고 장령곡에 되돌아오자마자 익숙한 얼굴이 우리를 맞이했다.

" 잘 갔다왔나?"

" 제갈유룡."

제갈유룡은 혼자 와서 망량과 마주보고 앉아 있었다. 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 항우를 끌어들였다면 더 이상 망설일 건 없다. 지금 바로 천계를 공격하자."

그 말에 좌중의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천계토벌이 시작된 것이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