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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검신-869화 (868/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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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공가향(眞空家鄕)

나는 세이메이에게서 아마테라스의 절반을 얻은 후 제갈사에게 돌아왔다.

그러자 제갈사가 말했다.

“이걸로 전생을 반복하며 힘을 강화시킬 방법이 더 늘어난 거군.”

“뭐?”

제갈사가 히죽 웃었다.

“못 알아들었냐? 그런 척 하는 거냐? 이제부턴 아베노 세이메이만 설득하면 놈이 내면에 보유한 고대신의 아마테라스의 신체를 매 전생마다 받아먹을 수 있단 말이다. 신력의 성장속도가 지금까지보다 2배는 빨라진 셈이군.”

“…….”

“이것도 윤리적으로 마음에 안 드나? 납득할 수 없나? 내가 볼 때는 네가 회차마다 음신지력을 흡수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어 보이는데.”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거기까지 따질 생각은 없어. 다만 세이메이의 말대로 회차를 반복했을 때 이 힘이 남아있을지 모르겠어.”

“그렇군. 그럼 아마테라스의 의식이 느껴지는가? 그녀를 부를 수 있어?”

“잠시만….”

우우웅

나는 음신지력을 아마테라스의 힘에 공명시키면서 한번 크게 반응시켜 보았다. 반응이 커지면 뭔가가 튀어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저 순수한 힘의 소용돌이만이 느껴질 뿐 의식 같은 건 전혀 없었다. 내가 느낀 점을 제갈사에게 말하자 제갈사는 흥미롭다는 듯 말했다.

“신의 육체라… 연구해보고 싶군.”

“아무튼 이제 뭘 하면 되지?”

“마침 네가 제갈유룡에게 회담자리를 만들지 않았나? 그러면 답은 뻔하지.”

제갈사가 천천히 말했다.

“제갈유룡을 아군으로 만들어라.”

“…가능할까? 놈을 어떻게 끌어들이지?”

나는 제갈유룡을 아군으로 받아들이는 이유는 알고 있었다. 어차피 전생자인 내 입장에서는 이번에 수해를 뚫어 외차원으로 가는 건 반드시 이뤄야 할 일이었기에 수단방법을 가릴 수가 없다. 제갈유룡이 유능하고 뛰어난 인물인 건 사실이니 어떻게든 끌어들이는 게 맞다. 그러나 제갈유룡과 나의 이해가 일치하는가? 제갈유룡은 그저 신투객이라 불리는 나라는 괴인이 엄청난 정보를 연이어 털어놓았으니 호기심에 만나보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에게 있어서 아오키가하라 수해의 돌파는 전혀 관심도 없을 일이었기에 내 일에 끌어들이기는 사실 지난한 일이다.

내가 고민하자 제갈사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했다.

“어차피 중대한 비밀이 있다고 떠들어댈 만큼 떠들어대지 않았나? 그러면 기왕 이렇게 된 거 이번 생에서는 놈과 같은 배를 타 버려라.”

“같은 배를 타라니… 아군으로 만드는 것과 뭐가 달라.”

“다르지. 네가 제갈유룡의 아군이 되는 거다. 먼저 이쪽에서 놈의 뜻을 맞춰주는 거지.”

“……?”

이어진 제갈사의 계책에 나는 눈을 부릅떴다.

“놈을 도와서 천계를 무너뜨려. 그리고 그 대가로 수해에 도전할 때 놈의 전폭적 지원을 받는다.”

“……!!”

“여태껏 한 번도 시도 안했던 방법 맞지?”

제갈유룡을 도와 천계를 무너뜨린다!

전혀 뜻밖의 계책에 나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화…확실히 시도 한 적 없긴 한데!’

하지만 시도할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나는 생각을 정리한 후 제갈사에게 말했다.

“제갈사. 천계를 무너뜨리려고 제갈유룡의 동료가 된다는 건 놈의 인신공양과 마도의식, 마도연구 일체를 긍정한다는 뜻이야. 그것만은 할 수 없어.”

용인이든 마인이든 모두 제갈유룡이 의도한 결과물이었다. 금의위를 이용한 처참한 인신공양 또한 마찬가지였다. 놈이 그런 방법을 꾀하는 이상 절대 동료가 될 수는 없었다.

“참 뻔한 소리를 하는군… 흠.”

제갈사는 나무기둥에 기댄 채 콩 한 조각을 손가락으로 튕기며 말을 이었다.

“내가 모르고 그 소리를 했겠냐? 당연히 네가 말하는 ‘명분’도 충족 시킬 방법이 있다.”

“방법?”

“좀 더 원론으로 되돌아가서, 제갈유룡은 왜 마도(魔道)에 몰두하고 있을까?”

“흠… 힘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닐까?”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제갈유룡은 그 스스로가 강호에서 손꼽힐만한 초절정고수이며 강력한 대술법사이지만 그 정도 힘으로는 이 면의 세계에서 절대 뜻을 이룰 수가 없다. 천계의 투선은 커녕 밑의 지선을 상대하기도 벅찬 힘일지도 몰랐다. 그러므로 천계를 무너뜨리려는 제갈유룡의 의지는 마도에서 편법으로 힘을 얻는 식으로 이뤄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내 대답에 제갈사가 말했다.

“그래. 제갈유룡은 천계의 비밀에 꽤 깊숙이 파고들었고 직접 그쪽의 정보도 듣고 있어. 당연히 천계의 진짜 힘이 어느 정도인지도 알고 있으니 자신의 힘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걸 알고 있지. 따지고 보면 [옛 지배자]의 화신들이 우글거리는 장소가 아니냐? 마도를 이용해서 힘을 쌓겠다는 형님을 이해 못할 것도 아니야.”

“…….”

“하지만… 지금의 너라면 놈이 원하는 ‘힘’을 충족시켜 줄 수 있어. 그렇지 않겠나? 네 힘을 제갈유룡에게 맡기는 대신에 앞으로 제갈유룡이 마도와 손을 끊는 걸 요구해라.”

“내가 제갈유룡이 원하는 힘을 줄 수 있다고?”

“당연하지. 네 정보력과 권능을 사용하면 천계를 무너뜨리는 건 일도 아니다. 적어도 네게 있으면 돼지 목에 진주나 다름없는 것들이 제갈유룡의 손에 쥐어지는 순간 절세보검이 되겠지.”

으윽, 무슨 표현을 저렇게 하지.

“…야….”

“난 해 볼만하다고 생각한다. 주군인 네가 결정해.”

나는 제갈사의 말에 고민했다.

‘흠….’

나는 한 가지 더 걸리는 점을 말 했다.

“천계를 무너뜨리면 천지의 균형이 무너지고 대혼란이 일어날 텐데 그 건 또 어떻게 하지?”

“크크크… 어차피 지금까지 있는 대로 깽판을 쳐 왔으면서 이제 와서 착한 척은…. 세상도 몇 번 멸망시켜 보신 분이 왜 그러십니까.”

제갈사의 조롱에 나는 찔끔해서 대꾸했다.

“윽… 그건 의도하지 않은 일이 많았어. 의도해서 하는 건 다르잖아.”

“그렇다고 치지. 근데 천계를 공격하지 못할 명분은 또 뭔데?”

제갈사가 킬킬 웃었다.

“굳이 주군께서 명분이 필요하다면 세 가지를 이야기 해 주지.”

“…….”

“첫째, 너는 당장 내일이라도 동영 무사가 덮쳐 와서 죽을 위기상황이라서, 다소 인륜을 침범해도 너를 도의적으로 욕할 놈은 거의 없다. 그것도 천계를 침범하는 와중에 생기는 희생을 감수할 뿐, 제갈유룡의 인신공양과 마도를 금지시키기까지 한다고. 죽게 생겼는데 이 정도를 욕하는 놈이 있다면, 그냥 머리를 돌로 찍어도 무방하지 않겠나?”

“흐음.”

“둘째, 천계는 이미 배후에 삼황오제의 화신이 다수 침투해있고 수상쩍은 신격이 암약하고 있는 사악한 배후로 전락한지 오래다. 셋째, 첫째와 이어지는 거지만 천계를 무너뜨릴 경우 천계는 네 손에 들어오기에 세계멸망을 막을 확률이 올라간다.”

“뭐? 세 번째는….”

나는 첫 번째와 두 번째 명분은 이해하고 있었지만, 마지막 명분은 뜻밖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갈사가 차가운 눈으로 말을 이었다.

“제갈유룡의 말대로 천계를 무너뜨리면 [인간의 권능]이라는 게 세상에 해금(解禁)된다. 그 권능이 어느 정도인지는 신공표만 봐도 알 수 있겠지. 그 권능이 세상에 풀려난다면 창힐처럼 귀찮게 문자를 퍼뜨려서 주술의식으로 인공진화를 시키지 않아도 인간은 충분히 강력해진다.”

“그렇군.”

“또한 천계를 운영하는 건 삼청과 서왕모 등이지만 그 밑의 신선들은 대부분 원해서 그들에게 찬동하고 있는 건 아니야. 그러니 수뇌부만 쓰러뜨린다면 밑에 있는 투선이나 온갖 대라신선들은 모두 네 부하가 되어서 원하는 대로 움직여 줄 거다.”

“……!!”

“아무리 봐도 천계를 무너뜨리는 건 이득밖에 없어. 사실 지금까지도 천계를 제대로 한 번 정도는 무너뜨렸어야 했는데 늦은 감이 있다. 이대로 가자.”

“음… 천계를 무너뜨리고 그 지원을 받아서 수해에 쳐들어가면 승산이 크겠군…!!”

“그것까진 조금 앞서나간 거고 주객이 전도된 거지. 아무튼 지금은 제갈유룡과 손을 잡는 게 좋아. 할 거야 말 거야?”

나는 제갈사의 설득에 고개를 끄덕였다.

“좋았어. 해 본다!”

파앗

나는 약속한 당일 동료들과 함께 황산으로 갔다. 그리고 약속한 시간에 봉우리에 오르자, 그 곳에는 용중일과 제갈유룡, 제갈부와 황궁 사신위들이 와 있었다. 이광은 없었기에 사신위라고 해도 세 명이었고, 그 외에는 금의위에서 추린 듯한 최정예 고수가 십여 명 정도 동행해 있었다.

제갈유룡은 내 옆에 서 있는 제갈사를 보자 눈썹을 꿈틀거렸다.

“사(邪)! 네가 신투객의 동료였나?”

제갈사는 유들유들하게 대꾸했다.

“형님. 오랜만이야. 보다시피 나는 이 분을 주군으로 모시기로 했다.”

“…믿기지 않는군. 네가 주군을 정할 줄이야.”

“못할 건 또 뭐야?”

“넌 세상에 아무 미련이 없어보였는데, 그 자가 그 미련을 붙들어둘 정도의 간웅(姦雄)이란 말이냐?”

“크크크… 그런 얘기는 나중에 해도 돼. 우선은 이쪽의 요구사항부터 주군을 대신해서 내가 전달해 주지.”

제갈사가 한 걸음 앞으로 걸어 나오더니 입을 열었다.

“우리와 손을 잡지, 형님. 우리는 형님이 천계를 무너뜨리겠다는 그 야망을 전력을 다해서 돕겠어. 그 대신에 형님과 그 휘하세력은 앞으로 아오키가하라 수해의 왕을 쓰러뜨리는 싸움에 마찬가지로 우리에게 힘을 빌려줘야 해.”

“…….”

제갈유룡은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긴 듯 했다. 그리고 제갈유룡의 옆에 서 있던 제갈부가 날카롭게 눈을 치뜨며 말했다.

“제갈사. 뭘 꾸미는 거지? 그리고 네놈들은 고작 셋이서 왔는데 돕기는 뭘 돕겠다는 말이냐.”

“이 쌍놈의 새끼가 숙부에게 말버릇이 그게 뭐냐?”

“흥! 나는 네놈을 숙부라 여기지 않….”

제갈사가 싱글 웃었다.

“터져라 고.”

퍼엉

“크아아아악!”

제갈부는 비명을 지르고는 사망했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옆에서 있던 백호와 현무 등은 다들 당황하는 기색이었다.

“아, 아니!”

“무슨 사술을…?! 어떻게 제갈부 님을 한방에…?!”

그러나 제갈유룡은 바로 옆에서 자신의 아들이 즉사했는데도 아무런 감정의 동요가 없는 차가운 눈빛이었다. 그는 냉막하게 제갈부의 시선을 한 번 내려다보고는 말했다.

“음양천고를 심장에 박았나? 너답군.”

“역시 형님! 한눈에 알아보시네.”

“부아를 살려둬서 인질로 쓰지 않고 굳이 죽인 이유는, 그만한 전력을 우리에게 줄 수 있다는 자신감인가? 허세인지 아닌지 모르겠군.”

“당연히 자신감이지. 제갈부가 빠져도 우리는 충분히 천계를 파괴할 만큼의 힘을 제공할 수 있다.”

“말만으로는 믿을 수 없다. 정확한 조건을 제시해라.”

“좋아.”

제갈사가 내 쪽으로 시선을 향하자, 나는 곧장 목갑을 털어서 안에 있던 보물을 우르르 꺼냈다.

쿠구구구….

“허억…!”

“억….”

“우오오!”

내 목갑에서 보물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자 반경 삼 장의 공간이 금은 보화로 가득 찼다. 개중에는 보패나 귀중한 법보도 상당수 존재했다. 제갈유룡은 금은보화 정도는 심드렁하게 쳐다보고 있었지만, 이내 만파식적이나 칠요가 모습을 드러내자 동요를 참지 못하고 이빨을 꽉 깨무는 게 느껴졌다.

“……!!”

“어때? 우리 주군이 좀 대단하지? 이 중에 절반만 활용해도 형님이라면 천계를 반파시킬 수 있을 거야.”

“…그 자는 대체 누구냐? 누구길래 칠요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 엄청난 보물을 소유하고 있고…, 종말에 대한 정보를 쥐고 있는 거냐.”

“어중이떠중이가 다 같이 동석한 자리에선 말할 수 없어. 잡졸들은 다 내려다보내고 형님만 이 봉우리에 남겠다면 그 비밀을 알려주겠다.”

“좋다.”

제갈유룡은 이윽고 모두에게 내려 가라고 지시했다. 그의 지시 하에 있는 모든 자들은 군말 없이 내려가려 했으나, 용중일은 거부했다. 그는 훗하고 웃으며 제갈유룡에게 말했다.

“미안하지만 나는 당신의 부하가 아니라 대등한 관계요. 여기까지 온 이상 호기심이 생겨서라도 저 자의 비밀을 들어야겠소.”

“용중일. 내가 나중에 가르쳐 주겠소.”

“웃기는 소리.”

용중일이 강하게 버티자 제갈유룡이 난감해하는 기색이었다. 나는 지금이 내가 나서야 할 때인 걸 깨닫고, 일순간 모든 힘을 써서 멸혼보의 극성을 펼쳤다.

투웅

“…….”

용중일은 찰나의 순간에 내가 파고 들어서 그의 목젖에 수도(手刀)를 겨누고 있자 딱딱하게 굳은 표정을 지었다. 고수들의 간격에서는 이 거리라 해도 피할 수 있겠지만, 중요 한 것은 용중일은 내가 여기까지 파고드는 동안에 감지하지 못했다는 사실이었다. 방금 전에 내가 용중일을 죽이려 했다면 2할 정도의 확률로 일격에 벨 수 있었으리라. 못해도 중경상을 입힐 수 있었기에 확실한 무력시위였다.

나는 용중일을 노려보며 말했다.

“내려가.”

제갈유룡은 동료로 만들기로 했지만 이놈은 아니다. 영 애매한데다가 음흉하기 짝이 없는 놈에게 모든 걸 털어놓을 수는 없다. 하물며 환생자에게 어찌 빈틈을 보여주겠는가.

“…….”

용중일은 뭘 씹은 표정을 지으며 뒤도 안 돌아보고 내려갔다. 그의 자존심이 크게 무너진 게 육안으로 보일 정도였다. 내가 손을 거두자 제갈유룡이 뒤에서 말했다.

“대단한 무공이군. 어쩌면 백련교주와 싸울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

“…….”

“하지만 그 정도 무공으로는 천계를 도모할 수 없다. 당신은 내게 뭘 말하고 싶지?”

나는 제갈유룡을 천천히 돌아보며 말했다.

“제갈유룡. 당신은 이 세상이 진정으로 절망만 가득하다 하더라도 미치지 않을 수 있는가?”

“늘 인식하고 있는 사실이군. 지금 내가 미치지 않았다 생각하는 건가.”

“좋아.”

나는 제갈유룡에게 흑요석을 내밀었다.

“받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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