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4====================
진공가향(眞空家鄕)
미야모토 무사시는 동군의 대장인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머무는 대장의 진영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전쟁 시작 때부터 상급무사들이 개미처럼 우르르 몰려다니며 감싸는 장소가 직감적으로 느껴졌으며, 수만 대군의 행렬이 어디를 중심으로 움직이는지도 알 수 있었다. 그의 직감에 따르면 아마 칠 리 이 내에 그의 야영진이 있으리라. 그리고 그에게 있어서는 코앞이나 다름 없었다.
멈칫
그는 문득 멈춰섰다.
그 이유는 자신을 뒤따라오는 살기를 감지했기 때문이었다.
무사시는 본능적으로 그 살기의 주인의 역량을 판단했고, 이윽고 한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강하다.’
어째서일까. 상대와 부딪히면 둘 중 하나가 반드시 죽을 것이고, 자신이 살아남을 확률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것까지 알 수 있었다. 단순히 살기를 느끼는 것만으로 이런 것까지 알 수 있는 고수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지만 무사시는 육감으로 그걸 알 수 있었다.
그는 마음을 잠시 비운 후 언덕 위에서 힐끔 아래쪽 원진(圓陣)을 보았다. 그의 생각대로 아래에는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상징하는 가문의 깃발이 가득 꽂힌 진영이 있었고, 십중팔구는 저기에 현 동영 최고의 실력자인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있으리라. 그러나 무사시는 더 이상 가지 않고 대신에 고개를 돌려 반대편에 있는 협곡을 향했다.
타닷
미야모토 무사시는 협곡의 중턱에 있는 바위에 올라서서 가만히 시냇물에 정신을 집중했다.
쏴아아아
숲의 어둠 속에서 시냇물의 소리가 쉴 새 없이 떠들고 있었다. 시냇물의 소리 사이에서 희미한 살기의 잔향을 읽어내던 무사시는, 상대가 이윽고 자신에게서 십 장 떨어진 시냇물의 하류에 나타났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상급무사의 갑주 - 뿔이 달린 투구를 쓰고 있던 그 무사는 천천히 자신의 투구를 벗더니 말했다. 나이는 사십대 중후반 정도일까, 깡말라 보이는 인상이었으나 서릿발 같은 안광을 형형하게 빛내는 사내였다.
“나는 오노 지로우에몬 타다아키(小野 次郎右衛門 忠明)다. 나를 아는 사람은 그냥 오노 타다아키라고 부르지.”
“…….”
“네 이름은 뭐냐?”
“미야모토 무사시.”
“좋은 이름이군.”
오노 타다아키는 잠시 그 이름을 곱씹다가 검을 중단세로 들었다.
“네 검을 알고 싶다. 덤벼라.”
덤비라니.
가당찮은 소리.
무사시는 내심 중얼거렸다. 그리 원하지는 않았지만 여차하면 칠교(漆膠)처럼 달라붙어서 육탄전이라도 할 셈으로 이 지형으로 유인한 것이다. 그는 멋들어지게 싸워 이기고 싶은 게 아니었으며, 자신보다 고수일지도 모르는 상대에게 먼저 공격하는 우행을 범하지는 않았다. 무사시가 몸을 사리며 옆으로 두 발짝 옮기자 오노 타다아키가 히쭉 웃었다. 무사시가 정확하게 자신의 ‘간격’을 읽어내고 더욱 안전지대로 들어갔기 때문이었다.
“관(觀)과 견(見)이 제대로 되어 있군. 아무리 봐도 아류의 검사인데 어떻게 그 통찰력을 얻은 거지?”
무사시는 대꾸하지 않았다. 대신에 힐끔 시냇물의 조약돌을 쳐다본 후, 발에 힘을 담아서 시냇물을 크게 박찼다.
투웅
물 아래의 돌덩어리들이 크게 비산하며 오노 타다아키에게 날아갔다. 조약돌뿐만 아니라 사람 머리통만한 돌덩어리도 날아갔기에 오노 타다아키는 그 기습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는 억지로 검에 기운을 실어서 돌덩어리를 베는 대신에 바닥을 구르면서 마찬가지로 돌을 발로 차서 날렸다.
빠악!
“윽.”
오노 타다아키가 똑같은 수법으로 응전하자 무사시는 예상 밖의 반격에 팔뚝이 저리는 걸 느꼈다. 돌덩이가 무사시의 팔뚝에 적중하자, 오노 타다아키는 일말의 여유도 없이 곧장 두 번의 걸음으로 접근해서 무사시의 목을 베어갔다.
까강!!
첫 검격!
오노 타다아키가 내려친 강검이 무사시의 검과 부딪히는 순간 무사시의 검은 이빨이 나가버렸고 혈조 부근에 금이 갔다. 무사시는 자신의 검이 약해진 걸 느끼자 재빨리 힘을 빼서 뒤로 물러남과 동시에 전쟁터에서 주운 단검을 오노 타다아키에게 던졌다.
오노 타다아키는 단검을 쳐내며 일 보 뒤로 물러섰고, 껄껄 웃었다.
“하하하! 내 강검 카메와리(瓶割)를 정면에서 받아내고도 칼이 버티다니…. 하하하!! 너는 정말 뭐하는 놈이냐?”
대단한 일이었다. 그의 강검 카메와리를 쓰면 견고한 오사카 성의 성벽을 박살 낼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인간이 그의 검을 정면에서 막으려 하면, 칼은 박살나고 인간의 몸은 피곤죽이 되어서 터져나가기 일쑤였다. 검호의 경지에 이르러야 시체의 형상이라도 남길 수가 있었다.
그런데 십 대의 어린아이가 정면에서 막아낼 줄이야!
“내가 묻고 싶군. 왜 날 쫓아와서 죽이려는 거냐?”
“말했잖나. 네 검이 보고 싶다고. 그리고 아주 만족하고 있다!”
화르륵
오노 타다아키의 검에 검염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탐색전이 끝났으니 이제 제대로 할 생각인 게 분명했다.
무사시는 검염을 보고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고, 오노 타다아키는 그 표정을 보자 흥미로움을 느꼈다.
“왜 그러지? 검염을 모르는가?”
“검염?”
“네가 방금 내 검을 받아낼 때 검에 둘렀던 힘 또한 검염이다. 애초에 검염을 쓰지 않는다면 내 검을 막을 수 없으니, 시치미 떼지는 마라.”
“…….”
“너 이외에 사용하는 자를 처음 봐서 놀랐나 보군.”
화르륵
무사시 또한 자신의 검에 검염을 일으켰다. 전쟁터에서 생사의 고비를 넘기면서 마침내 자유자재로 시전 할 수 있는 경지에 오른 것이다. 그리고는 질문했다.
“이것보다 더 위의 경지는 없는 건가?”
“크…크크. 당연히 있지.”
오노 타다아키가 흉소를 머금더니 말했다.
“검강(劍罡)이라고 불리는 경지다.”
“검강?”
“바로 이런 걸 말하지.”
키잉!
말이 끝나자마자 오노 타다아키의 검염이 줄어들어 정제되더니 마치 예리한 빛의 칼날처럼 변했다. 그 빛은 그리 밝지 않았으나 마치 인간의 시선을 빨아들이는 듯한 광채였다.
무사시가 그 광채에 시선을 빼앗기는 순간 오노 타다아키가 달려들어서 무사시를 베었다.
그는 명실상부한 초절정고수였으며 동영에서 다섯 손가락에 꼽히는 검도고수였기 때문이다.
콰과광
콰칭!
폭음과 함께 무사시의 철검이 완전히 박살나서 수십 조각으로 깨졌다. 동시에 무사시의 몸이 훨훨 뒤로 날아갔는데, 오노 타다아키는 그런 무사시에게 허공에서 재도약하더니, 옆구리를 발로 찼다.
뻐억!
“큭!!”
무사시는 속에서 핏물이 치솟는 걸 이를 악물며 참았으나, 고통은 어쩔 수가 없었다.
쿠웅
그가 피투성이가 되어서 땅에 처박히자, 오노 타다아키가 껄껄 웃었다.
“하하… 호신기(護身氣)도 쓸 줄 아는가? 방금은 내공을 담은 발차기였다. 척추가 멀쩡하고 외상으로 끝났다는 건 그런 뜻일 건데…. 너는 어디서 무예를 배운 거냐?”
호신기 같은 걸 배운 적은 없었다. 그저 본능적으로 기를 몸에 두르면 방어력이 높아진다는 걸 알게 되었고, 본능이 이끄는 대로 기술을 만들어냈을 뿐이다.
장소를 잘못 택했군.
무사시는 인적 없는 협곡에서 지형의 이득을 얻으려 했던 게 패착이었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도리어 저런 놈을 상대할 때는, 전쟁터에서 요리조리 피해 다니는 게 나았으리라. 이런 인적 없는 곳에서 칼이 부러져버렸으니 더 이상 대항할 방법이 없어보였다.
그러나 무사시는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무릎을 손으로 짚으면서 빠르게 일어섰다. 그리고 냉막한 눈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스승은 없다.”
“아류(亞流)만으로 그 경지에 올랐다고? 그걸 나보고 믿으란 말이냐?”
“믿든 안 믿든 날 죽일 생각 아닌가?”
“그렇긴 하다만.”
오노 타다아키는 무사시를 제자로 받아들일 생각 따윈 눈꼽 만큼도 없었다. 저런 천재를 내버려두면 언젠가 자신이 죽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 이 살벌한 동영 땅에서는 당연 한 일이었다.
그는 탈주병을 추적한 게 아니었다. 전장에 휘몰아치는 무사시의 검에서 그의 천재성을 느끼고는, 어린 천재의 싹을 꺾기 위해서 굳이 무사시를 따라온 것이었다.
‘3년만 내버려둬도 승패를 장담할 수 없겠군. 죽여 버릴 테다.’
무사시의 말이 사실이라면 기필코 이 자리에서 그를 죽여야만 했다.
저런 천재와 원수지간이 되고 뒤통수가 근질거리느니 후환을 없애야 한다. 그리고 칼도 없는 무사시를 죽이는 건 여반장이나 다름없었기에, 그는 그의 천재성에 대한 예우로서, 마지막으로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나 칠본창 오노 지로우에몬 타다아키(小野 次郎右衛門 忠明), 이토 잇토사이(伊東 一刀斎)의 일도류(一刀流) 계승자! 오늘 미야모토 무사시를 배겠노라.”
“…….”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 봐라. 살려 달라는 말 빼고.”
무사시는 훗하고 웃었다. 그 웃음에 전혀 죽음의 공포가 없다는 걸 느낀 오노 타다아키가 눈썹을 꿈틀거리자, 무사시가 입을 열었다.
“천하제일의 무사는 누구인가?”
이상한 일이었다. 무사시는 내심 이 위기가 죽음에 가깝다 생각하면 서도 원월천살법에 대한 것을 상대에게 묻지 않았다. 대신에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천하제일’에 관한 것이었다.
오노 타다아키는 그런 질문이 싫지 않았기에 선선히 대답해 줬다.
“동영에서 가장 강한 무사는 세 명이 있다. 한 명은 검성 카미이즈미 노부츠나, 한 명은 츠카하라 보쿠덴, 마지막 한 명은 나의 스승이신 이토 잇토사이다.”
“그들 중 누가 가장 강한가?”
“다들 비슷한 수준이지만 내 스승이 반 수 차이로 더 강했다.”
“마치 본 것처럼 말하는군.”
“실제로 봤으니까.”
“그럼 이토 잇토사이가 세상에서 가장 강한 무사인가?”
“…….”
오노 타다아키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
이 꼬마는 이 자리에서 자기가 죽지 않을 거라 생각하는 건가?
설마, 그럴 리가 없다.
이렇게나 생존본능이 민감한 놈이 그의 살기를 읽지 못할 리 없다.
그런데도, 두 번 다시 노릴 일이 없을 천하제일이라는 자리에 왜 집착하는 거지?
정말 묘한 것은, 그 또한 그런 꼬마가 싫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진지하게 질문에 대답하기로 했다.
“그렇지 않다.”
“그보다 더 강한 무사가 있단 말인가?”
“저 멀리 중원이라 불리는 대륙의 대명제국(大明帝國)에는 동영의 명인(名人)을 초월한 고수들이 존재한다고 들었다. 그리고 옆 나라인 고려에도 십이율(十二律)의 수장인 십이율주가 고려제일의 고수이니, 그가 아마 천하제일의 고수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
“…방금 말했던 검성보다 강한 건가?”
오노 타다아키는 쓴웃음을 지었다.
“이 동영에 사는 무사들은 우물 안의 개구리다. 극소수의 명인만이 그 사실을 알고 있지. 천하는 넓고 고수는 많으며, 천일만련(千日萬鍊)을 해도 무(武)의 진수에 다가가기 힘들다고 내 스승이 입버릇처럼 이야기하셨다.”
“그런가….”
무사시는 자기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눈앞의 오노 타다아키는 아마 틀림 없이 동영에서 다섯 손가락에 들어가는 초고수였다. 그러나 중원과 고려에는 그런 오노 타다아키와 맞먹거나 그 따위는 쉽게 죽일 수 있는 기라성 같은 강자들이 널려 있으며, 그런 자들 중에서도 정점에 서 있는 십이율주가 있으리라. 그렇게 생각하면 자신이 마치 하찮은 벌레처럼 생각되었다.
그러나 어째서일까?
가슴이 두근거렸다.
‘지루하지 않겠어.’
원월천살법을 찾기 전까지의 여흥. 언젠가 그 놈들을 싹 다 베어버릴 것이라는 야망과 포부가 소년 무사시의 마음속에서 소용돌이치기 시작한 것이다.
사앗
미야모토 무사시는 날이 부러진 검으로 중단세를 잡았다. 그의 자세가 자신의 일도류 중단세와 같은 것을 본 오노 타다아키는 눈썹을 꿈틀거렸다.
‘완벽한 자세다.’
설마 딱 한 번 보고 유파의 자세를 습득했단 말인가? 범재라면 스승의 지도를 받아서 자세를 똑바로 하는 데만 백 일이 걸리고 수재라도 한 달은 걸릴 텐데? 그런데도 달인인 그가 느끼기에 무사시의 현재 자세는 마치 십 년 동안 일도류만 연습한 고수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오노 타다아키는 잠시 후 몇 배는 더 놀라고 말았다.
“검강…이라고 했지.”
콰칭!
무사시의 부러진 칼날에서 기가 교태(交胎)하면서 합쳐지더니 잠시 동안 강기의 형상을 맺었다. 그러나 이윽고 연기처럼 흐려지고 말았다.
“……!!”
“잘 안 되는군….”
충격과 공포로 뻣뻣하게 굳어있는 오노 타다아키를 본 무사시가 새하얗게 웃었다.
“널 죽이고 나면 알 거 같다, 오노 타다아키.”
“건방진 소리하지 마라, 애송이!!”
콰과광
다음 순간 오노 타다아키의 강검, 카메와리가 무사시를 후려쳤다. 검도 부서지고 부상까지 입은 무사시가, 한 수 위인 그의 검을 당해낼 수 있을 리 없었고, 이번에야말로 몸통째로 박살이 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찰나의 순간 - 오노 타다아키는 느낄 수가 있었다. 무사시의 부러진 칼날이 검강을 생성함과 동시에 유(柔)하게 힘을 흘려보내더니, 어느새 품에서 꺼낸 한 자루의 단도로 자신의 검강에 덧대고 있다는 사실을.
‘단도?!’
어처구니없는 임기응변이었으나, 무사시의 방어는 완벽했다.
오노 타다아키의 일격은 그 힘을 잃고 흘려졌으며 무사시는 그 틈에 그의 허벅지를 단도로 찍었다.
푸콱
“윽!”
오노 타다아키는 신음성을 흘리면서도 실전에 이골이 난 검사답게 자신의 허벅지 근육을 조여서 그대로 단도를 가져가려 했다. 근육이 강하게 조이면 조야한 단도의 날 따위는 안 빠질 가능성이 높다. 단도라는 무기가 없으면 더 이상 무사시가 이변을 만들 수 없을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사시는 그 순간 단도에서 손을 떼어 버렸다.
대신에 날 없는 칼로 자세를 잡았다.
그 자세가 자신과 똑같다는 걸 알아챈 오노 타다아키가 눈을 부릅떴다.
일도류(一刀流)
카메와리 (瓶割)
“앗….”
콰광
그 순간 오노 타다아키가 입고 있던 갑주가 터져나갔고 그는 다섯 바퀴나 뒤로 굴러갔다. 갑주가 조각조각 해체되면서 그의 상체와 살갗이 세상에 드러났고, 오노 타다아키는 잠시 동안이지만 기절해서 정신이 없어졌다.
“으윽!”
그가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무사시가 숨을 거칠게 몰아쉬고 있었다.
그의 눈에는 혈광이 맴돌고 있어서, 귀면상이 적극적으로 그의 살육을 돕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허억… 허억….”
“…….”
저건 괴물이다.
오노 타다아키는 질린 눈으로 미야모토 무사시를 쳐다보았다. 그는 자신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걸 깨닫고 말았다.
‘내…내가…. 광검(狂劍)이라고도 불리는 내가, 저 놈에게 겁을 먹었단 말인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검성 카미이즈미 노부츠나 앞에서도 전혀 위축되지 않았던 그였다. 이토 잇토사이를 따라서 중원과 고려의 뛰어난 고수들과 대등한 시합을 벌였던 오노 타다아키였다. 동영을 대표하는 고수이자 가장 정통한 명문(名門)의 검호(劍豪)라고 할 수 있는 그가, 겨우 십대 애송이에게 공포라는 감정을 느꼈다고?
그러나 이윽고 그는 깨닫고 말았다. 다시 검을 들어서 무사시를 칠 용기는 더 이상 없다는 사실을.
그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오늘은 이 정도로 해 두겠다, 무사시!!”
오노 타다아키의 신형이 사라졌다. 무사시는 자신의 전신이 피칠갑이 되었고 심각한 부상을 입었음을 알 수 있었지만, 그 순간 자신이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승리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오노 타다아키가 다시 덤벼왔다면 죽은 목숨이있겠지만 그 마저도 그의 운이었던 것이다. 무사시는 가만히 선 채로 서 있다가 기괴하게 웃었다.
“큭…큭… 크하하하하…!”
알 것 같았다.
방금 전 오노 타다아키의 일도류를 막아냈던 임기응변 - 이도(二刀)를 써서 다치(太刀)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다는 직감이 흐른 것이다.
그 말랑말랑한 느낌을 구체화 시키면 이내 무념무상의 경지에 오를 것이고, 그것이 바로 공(空)이 되어 자신의 검술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검술 이름은 뭐로 하지?’
하지만 그런 느낌과는 별개로 더 이상은 싸울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한동안은 몸을 회복하며 조심해야 할 것이다.
무사시는 비척거리면서 천천히 걸어서 전장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혼간지로 간다.’
후마슈의 두령인 후마 코타로가 준 단서!
그 곳에서 혼간지 죠노신을 찾아내어서 원월천살법의 단서를 얻으면 될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