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검신-855화 (854/1,615)

855====================

진공가향(眞空家鄕)

나는 신투지존이 시키는 대로 무수한 가면을 계속 바꿔 쓰기 시작했다. 나는 단순히 여러 개를 많이 바꿔 쓸수록 좋은 거라 생각했지만 신투지존이 요구한 건 달랐다.

“많이 바꿔서 뭐하냐? 일단은 다양한 가면을 써 보는 것부터 시작하는 거다.”

“다양한 가면?”

“세세한 기교는 나중에 수련해도 돼. 우선은 종류별로 꼼꼼하게 다 써 봐라. 다만 감정 훔치기는 날로 하면 안 돼.”

쉬쉬쉭

나는 가면을 썼다 벗었다 하는 일에 갈수록 익숙해졌다. 첫 날부터 잠도 안자고 바꿔 쓰기만 계속하다 보니 정신이 멍해졌고, 물경 이백여 개 이상의 가면을 일단 써 본 느낌이었다. 좀 더 많이 바꿔 쓸 수도 있었지만 조금이라도 감정 훔치기가 소홀하면 신투지존이 실패로 간주하고 다시 시켰으므로 한정되었다.

‘그래도 시작부터 이백 개면 이 수련도 칠 주야 정도면 끝날지도….’

그렇게 나는 십삼 주야 동안 계속 가면을 바꿔 썼다.

“으음…….”

아무리 생각해도 이 정도면 일천 개는 이미 넘은 것 같은데?

내가 신투지존에게 수련치를 넘은 것 같다고 이야기하자 신투지존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말이 일천 개지 설마 딱 일천 개 만 하고 관두려고 하셨어요? 당연히 그 이상을 숙련시켜야 하는 거 아니겠냐?”

“아니 그럼 몇 개를 숙련시켜야 한 단 말입니까?”

“웃기는 질문이군. 그럼 인간의 감정이 몇 개냐?”

“…….”

“멍청이가 아닌 이상 희로애락애오욕 7개라고 대답하진 않겠지. 인간의 감정은 무수히 많아. 당연히 가면술사가 표현해야하는 감정 또한 셀 수 없이 많고, 세부적인 영역으로 들어가면 상상을 초월할 정도야. 일천 개로 될 리가 없지.”

“그렇다 해도 수련을 할 거면 어느 정도 목표가 있어야 하잖습니까. 그 감정을 모두 수련하는 건 불가능해요.”

“흐흠… 어디 한 번 천면공자를 써서 다른 모습으로 변신해 봐.”

스아앗!!

내가 서른 살 정도의 평범한 사내의 모습으로 변신하자, 신투지존이 팔짱을 낀 채 말했다.

“너는 가면을 이용해서 존재하지 않는 임의의 형상으로 변신했다. 그 모습을 한 인간은 현실에 있을 수도 있겠지만 없을 가능성이 높지. 그러면 너는 그 인간이 어떻게 살아왔다고 생각하나?”

“…그건 알 수가 없습니다만.”

“바보야. 그게 바로 요점이라고. 하나의 가면을 쓸 때마다 감정을 훔치는 것뿐만 아니라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인생 또한 훔쳐야 해. 훔쳐 내서 만들어내고, 없는 역사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구. 그래야 유지시간도 늘어나고 위화감도 사라져. 다른 가면의 [역사]를 끌어와서 그 가면을 뒷받침한다.”

“으음….”

“훔친 가면의 개수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천면공자는 우수해진다. 다다익선(多多益善)이니까 그냥 숫자를 늘리기나 해. 정체단계에 이르면 내가 이야기 해 줄 테니까.”

“알겠습니다.”

맞는 말인데다가 확실히 좀 더 숙련도를 높일 필요성은 느껴졌기에, 나는 그 이후로 입 닫고 묵묵히 가면술만 수련했다. 날이 갈수록 가면을 바꿔 쓰는 숫자는 줄어들었으나, 정밀도를 위한 수련은 깊어졌고, 집중력도 더 필요해졌다. 나는 이게 엄청난 심력(心力)과 기력을 소모하는 수련이라고 느꼈기에 혀를 내둘렀다.

‘지금까지 수차례 지옥수련을 한 경험이 아니었다면 진즉에 미쳐 버렸겠군….’

가면술의 세계도 상당히 심오한 듯 했다. 현실에서 이 정도의 수련도를 쌓고자 하면 수십 년을 투자해도 거의 불가능한 일이리라. 내가 버틸 수 있는 건 지옥수련으로 얻은 반복 수련에 대한 내성, 그리고 엄청난 기력, 근성 덕분이었다.

파바밧….

신투지존이 내 수련을 정지시킨 것은 그로부터 백 구십여 일이 지난 후였다.

“그만.”

무한의 공간에서 시간을 반쯤 잊고 수련하고 있던 나는 신투지존을 돌아보았다. 신투지존이 입을 열었다.

“그 정도면 됐어. 보통 가면술사가 평생 동안 쌓을 경험치는 다 쌓았군.”

“벌써 다 했습니까?”

“참나, 웃기지 마라. 먹고 자고 쉬지도 않고 순수하게 수련에만 그 정도 시간을 투자했잖나? 보통 인간은 가면술에 그 시간을 투자하려면 평생이 필요해. 그럴 근성이 있는 놈도 매우 드물고.”

쓴웃음을 짓던 신투지존이 말을 이었다.

“만만잖은 인생을 살아왔나 보군.”

“그렇습니까?”

“그래. 솔직히 죽는 소리 열 번은 들을 줄 알았어. 근데 한 번도 안 했잖아. 그러면 네 인생이 만만찮다는 뜻이야. 이런 지독한 수련을 별 말없이 버텨내는 걸 보면.”

“지옥수련은 많이 했습니다.”

사실 십만 번 베기나 검강 수련, 무쌍패 수련 등에 비하면, 이번 수련은 그렇게까지 어려운 수련이 아니었다.

“후, 그래. 다음 단계로 넘어가자고.”

“다음 단계?”

그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지금 단계에서도 천면공자는 충분히 실전에 써먹을 수 있다. 넌 이미 강호일절의 역용술사야. 그러나 가면을 쓴 상태로 의념을 가공했기에, 똑같이 의념을 다루는 자이며 무림 초고수에게는 그 위화감이 들킬 위험성이 높아. 굳이 표현하자면 네가 쓰는 변태술과 비슷한 경지지.”

“흠.”

“그래도 변태술보다 유지시간이 매우 길고 기력소모가 적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렇다면 백련교주, 십이율주, 파순, 혹은 용중일 등 무림 최정점에 있는 서열 10위권 내의 맹자(猛者)들에게는 들킬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들은 하나같이 절대지경이거나 그에 근접해 있는 자들이었다.

“그래서 천면공자를 더 완벽하게 만들 고급수련이 필요해. 이걸 가르쳐주면 내 전수는 끝이다.”

“어떤 겁니까?”

“[본질]을 끄집어내는 수련이지.”

“본질?”

“지금까지 너는 가면술사로서 존재하지 않는 가면과 인생을 훔쳐왔다. 그건 본질적으로 공허(空虛)이기에, 통찰력 있는 자에게는 그 위화감이 들키게 마련이지. 그러나 가면을 매개체로 그보다 더 깊은 심연(深淵)에 존재하는 본질을 이끌어내는 게 가능해.”

“……?”

심연의 본질?

그런 게 존재하는가?

내가 어리둥절해하자 신투지존이 말했다.

“나도 처음에는 몰랐어. 천면공자의 1단계만 갖고도 당나라 무림천하를 무진종횡 했고, 한 번도 어려움을 겪은 적이 없었거든. 그런데 헌원검을 목표로 삼고 움직이다보니 천하 여기저기에 숨어있는 절대고수들과 종종 마주쳤고, 그놈들한테는 내 술수가 통하지 않았다.”

“절대고수요? 당나라 십대고수 같은 놈들 말입니까?”

신투지존이 불쾌한 듯 으르렁거렸다.

“농담하냐? 그놈들은 명성만 높은 병신들이었어. 시간만 주면 나 혼자서도 다 죽일 수 있는 하수들이었다고. 날 그런 놈들이랑 동급으로 보지 마.”

“…….”

“다만 보이지 않는 이면의 무림에는 여동빈조차 곤란하게 만들 절세고수들이 몇 놈 숨어있었지. 이를테면 무영문의 검조(劍祖) 서문량이라던가…. 이무기를 토벌한 남해의 해왕(海王)이라던가…. 낭인도제(浪人刀帝) 황유성… 크게는 세 놈이었군. 아무튼 그래서 쳐 박혀서 몇 년 간 수련을 했었는데, 그 와중에 비급에서 알아낸 고급단계였지.”

“네?! 여동빈급 고수가 세 명이나 있었단 말입니까.”

그러자 신투지존이 아차 했는지 손사래를 쳤다.

“그냥 말이 그렇단 거야. 실제 실력은 셋 다 나랑 비슷했는데, 아무리 그래도 여동빈은 격이 다르지. 대당제국 천하제일인이자 무림지존은 검선 여동빈이었고 그 사실은 절대 변하지 않아. 다만 절대지경의 문턱을 밟은 기인들도 은근히 많았다 이 말이야.”

“…흐음.”

“아무튼 수련을 했는데… 제기랄! 너 때문에 할 말 까먹었잖아.”

신투지존이 투덜거리다가 생각을 정리하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예를 들어서, 음, 가면을 써서 검선 여동빈으로 변신할 수 있겠냐?”

“외형만이라면….”

“천면공자로 검선 여동빈의 외견은 따라할 수 있는데 능력은 따라할 수 없지? 절대지경의 검술인 육의성천도를 쓸 수는 없겠지?”

“그렇죠.”

사실 내가 변신할 경우 쓸 수는 있겠지만 그건 본체인 나 자신이 여동빈의 진전을 이어받아서 육의성천도를 흉내 낼 수 있는 탓이다. 가면으로 변신했을 경우 그 본질적인 능력은 따라하는 게 불가능했다.

“이유가 뭐야?”

나는 생각한 후 대답했다.

“가면을 쓴 상태에서 내 본질을 유지해서 ‘훔치기’만 할 뿐이니까요. 본질이 섞이지 않습니다.”

“그래. 잘 이해했군. 사실 이건 천면공자 뿐만 아니라 도가의 변신술에도 해당되는 제약이야. 기문둔갑의 정화인 변신술을 쓰면 그 모습의 육체적 역량은 따라할 수 있으나, 정신적인 힘은 따라할 수 없어. 이유는 네가 말했던 대로 정신의 본질은 융합되거나 혼탁해지지 않기 때문이야.”

“으음.”

“물론 변신술은 강력한 술법이니까 자기보다 약한 존재의 능력을 잠시 복사하는 건 뭐 가능하지. 소화가 가능하니까.”

신투지존이 손깍지를 끼고는 말을 이었다.

“그럼 변신한 상대의 능력을 가져 오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 불가능하다고 방금 말했잖습니까.”

“그 한계를 깨는 게 천면공자의 2단계 수련이야. 흐흐. 변신의 위화감을 없애면서 동시에 세상에서 더없이 강력한 수법이 된다고.”

“……!!”

가능해진다고?!

내가 놀라서 눈을 크게 뜨자 신투지존이 말했다.

“간단해. 심연의 본질! 그걸 일깨울 수 있다면 천면공자는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역용술이자 변신술이 되고, 동시에 상대의 힘을 복사해서 쓸 수 있는 만능술수가 되는 거다.”

“진짜입니까? 나보다 강한 존재의 힘을 복사할 수 있는 겁니까?”

“한계는 있지만, 그래! 가능하다.”

그럴 수가!

나는 잔뜩 흥분해서 말했다.

“가, 가르쳐 주십시오!”

“흐흐.”

신투지존은 반응이 좋자 기분이 좋은지 히죽히죽 웃다가 말했다.

“상대의 가면을 뺏는 거다.”

“네? 가면은 이미 뺏었는데….”

“그 가면과 이 가면은 달라. 1단계에서 훔쳤던 가면과 감정은 솔직히 말하자면 네가 창작해낸 ‘허구’의 존재잖아? 너의 내면에 투영된 허상이다. 가면술사의 숙련도가 높기 때문에 허상과 실재가 구분이 안 갈 뿐. 그러나 2단계에서 훔치는 가면은 상대의 영혼에 존재하는 본질… 심연의 본질이다.”

신투지존의 눈이 예리해졌다.

“진정으로 인격을 훔치는 괴도가 되는 거지. 그 자의 인격을 훔침으로써 일시적으로 상대와 같은 능력을 쓸 수 있게 돼.”

“뭐가 다른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모를 수밖에 없지. 1단계는 그냥 가면을 매개로 의념을 덮어쓰는 거지만, 여기서부터는 삼황오제 시대의 고대술법도 섞여 있거든…. 권능 (權能)의 영역이야.”

말을 흐리던 신투지존이 말했다.

“말해두는데, 앞서 수련했던 모든 수련은 이걸 위한 기초과정에 불과 해.”

“…….”

“죽을 수도 있으니까 마음 단단히 먹도록.”

백변신투에 수록되어 있던 도둑의 기본기 8가지.

세계제일의 훔치기 수법인 만상지투.

그리고 만상지투를 기반으로 한 천면공자.

이 모든 것이 천면공자의 궁극단계를 얻기 위한 준비였다는 뜻이었다. 나는 긴장을 느끼면서 이를 악물었다.

“네, 각오했습니다.”

죽음은 전혀 두렵지 않다.

이제 와서 내가 죽음이 두렵다면 웃긴 소리다.

내가 정말 두려운 건 죽는 것보다 시간과 기회를 쓸데없이 낭비하는 것이었다.

내 눈빛을 본 신투지존이 천천히 손을 들었다.

“심연의 가면에는 ‘눈(眼)’이 있다. 그 눈을 뜨게 만들 수 있다면 네 것으로 가져올 수 있으리라.”

“눈….”

“지금부터 내가 가르쳐주는 주문을 외워라.”

신투지존의 입에서 천천히 주문이 흘러나왔다. 주문은 뜻이나 의미가 전혀 이어지지 않는 글자의 덩어리였으며, 잘 들어보니 고대의 언어가 많이 섞여 있었다. 내 지식으로는 완전히 그 정체를 알 수 없었지만, 아무래도 갑골문(甲骨文) 시대의 발음인 듯 했다.

총 108자의 진언(眞言)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외우자 신투지존이 말했다.

“이 주문은 상대의 가면을 직시하고, 눈을 뜨게 만드는 능력이 있다. 주문이 숙련되면 점점 상대의 배후에 존재하는 가면을 시각화해서 볼 수 있을 것이고, 그 가면이 눈을 뜨는 장면을 보게 될 것이다.”

“눈을 뜨면 어떻게 됩니까?”

“상대의 심연이 눈을 떴다는 뜻이지. 그 상태에서 재빨리 가면을 훔쳐 와야 한다.”

“재빨리? 서둘러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신투지존이 망설이다가 말했다.

“…천재(天災)라고 표현해야겠군. 거대한 재앙이 일어나.”

“재앙이요?”

“눈을 뜬 가면은 현실을 왜곡시켜 버린다. 결코 좋을 일은 없어. 경고하는데 한번 눈을 뜨게 만들었으면, 다시 닫게 하던가, 아니면 재빨리 훔쳐버려. 절대로 가면이 눈을 오랫 동안 뜨면 안 된다.”

“…….”

“너든 상대든, 파멸을 직시하게 될 것이다.”

신투지존은 왠지 그 ‘재앙’에 대해 설명하는 걸 꺼리는 눈치였다.

‘왜지?’

천 년만의 후배이자 전수자에게도 말해줄 수 없는 비밀이 있는 걸까?

“알겠습니다.”

나는 고개를 갸우뚱했으나 일단은 신투지존의 말대로 계속해서 주문을 외우며 숙련시키기 시작했다. 주문을 외우면 외울수록 힘이 강해져서 써먹기 좋게 변한다는 설명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입이 닮도록 주문을 외운지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신투지존은 내 성취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는지 말했다.

“좋았어. 이걸로 전수 끝.”

“…….”

“슬슬 헤어질 때가 온 것 같군. 그럼 잘 가.”

“자, 잠깐만.”

“왜?”

나는 당황해서 말했다.

“천면공자의 2단계 수련이라고 해 봤자 그냥 주문을 배워서 외운 것 밖에 없잖아요? 직접 시험해보면서 숙련시키는 건 안 하는 겁니까?”

“이거 아주 수련중독자로구만….”

질린 듯 중얼거리던 신투지존이 말했다.

“미안. 원래라면 그렇게 해 줘야겠지만 너무 위험해서 안 돼.”

“위험하다고요?”

“여긴 내 좌(座)야. 본체가 죽어서 직접 관리한다면 몰라도 나는 어디까지나 잔류사념. 이 공간에서 천면공자의 2단계 수련을 실전처럼 하면 큰일 날지도 모르거든. 그러니까 나머지 수련은 니가 현실에 되돌아가서 직접 해 봐.”

“큰일 난다고요? 뭐가 큰일 난다는 겁니까?”

“…말할 수 없는 부분이야. 그건 본체한테 있어서 매우 아픈 기억이거든.”

아픈 기억?

“…….”

신투지존이 미안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심연의 가면을 훔치는 능력은 주의해서 쓰라고밖에 말 못하겠어. 정말 위급한 상황이 아니면 쓰지 않기를 바란다. 나머지는 본체를 만나서 물어 봐.”

“잠깐….”

“또 뭔데?”

“당신은 외차원으로 갈 수 있는 비법과 외차원의 생존법을 알려준다고 했습니다. 그건 알려주셔야죠.”

“아이구야, 그걸 깜박했네!”

신투지존이 무릎을 탁 치더니 말했다.

“외차원으로 갈 수 있는 비법은 뭐, 아오키가하라 수해의 멸해를 통과하는 거야! 그리고 거기서 생존하는 법은 방금 가르쳐 준 천면공자를 잘 이용하면 돼. 간단하지?”

“…….”

다 아는 거잖아!

외차원을 넘기 위해 멸해를 통과한다는 건 이미 선지자를 통해서 들은 정보였기에 어이가 없었다.

‘흠 뭐… 어쩔 수 없지.’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내가 선지자를 알고 있으며 놈과 특별한 거래를 했기에 얻을 수 있는 정보였고, 통상적으로는 얻지 못할 정보였다. 내가 쓸데없이 빠르게 정보를 입수 했을 뿐, 신투지존의 정보는 되려 양심적이라 할 수 있으리라.

대신에 나는 두 번째 정보인 생존법에 대해 질문했다.

“천면공자를 이용해서 외차원에서 생존한다니요?”

“외차원에 도착하면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을 거다. 천 년 넘게 탐사 할 수 있는 비결이거든.”

“……?”

“식량문제와 물, 공기도 함께 해결이 가능하다. 머리를 잘 굴려 봐.”

그렇게 말한 신투지존의 모습이 점차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스스스스

이 공간에서 내보내는 건가?

그는 사라지기 전에 이상한 말을 했다.

“여어, 여동빈. 저 새끼 수련하는 거 구경만 한다고 지루했지? 심심했는데 말상대나 해 줘.”

여동빈?

파앗

“…….”

나는 찰나지간에 현실로 되돌아왔음을 느꼈다. 적어도 거기서 보낸 시간은 일 년에 가까웠음에도 눈앞의 광경은 말 그대로 눈 깜빡할 새도 지나지 않은 것이다. 내가 멍하니 눈을 꿈벅거리자 제갈사가 말했다.

“왜 그러나?”

“제갈사. 방금 전 신투지존을 만나고 왔어.”

“뭐라고?”

나는 제갈사에게 흑요석을 주어서 내가 신투지존을 만났던 일을 설명 해 주었다. 제갈사는 흑요석을 받고서 곰곰이 생각하다가 말했다.

“…흥미롭군.”

“이제 어떻게 하면 될까?”

“어떻게 하고 자시고도 없어.”

제갈사가 입을 열었다.

“당장 무사시를 제압하러 가라. 지금의 너라면 더 이상 질질 끌지 않아도 가능할 거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