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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공가향(眞空家鄕)
뭣….
당한 건가…?!
나는 당황하면서도 동시에 내 몸의 활력을 보전시키기 위해 기를 돋우었다. 그리고 심장이 사라진 걸 대체하기 위해 혈류를 증강시켜서 버렸고 인체의 영기가 빠져나가지 않게 틀어막으려 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그렇게 되지 않았다. 내가 시도하는 연기행공의 수법이 모두 무효화되면서 내 심장에서 피만 줄줄 흘러나왔다. 그 사실에 또 한 번 당황하고 있을 때 나는 문득 고통조차 느껴지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가만히 서 있자, 신투지존이 히죽 웃었다.
“얼빵하게 생겨서 은근히 눈치는 있네.”
“여긴 현실이 아니라서 부상을 입어도 무의미한 것이오?”
“맞아. 여긴 ‘그런’ 공간이지. 애초에 현실세계의 너에게는 찰나의 순간도 지나지 않았단 거지.”
“…….”
그렇군.
나는 전욱이나 신적 존재등과 마주칠 때 이런 기이한 공간을 몇 번 겪어보았기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 내가 가만히 있자 이윽고 내 몸의 뜯겨나간 심장이 원래대로 되돌아왔고 부상과 핏덩어리들도 씻은 듯 사라지고 말았다. 내가 침착을 되찾자 신투지존이 말했다.
“그렇다 해도 네가 내 일 수에 즉사 당한 것만은 사실이지.”
“그것도 속임수 아니오? 이 공간에서 당신이 신적 존재라 한다면 시공간을 조작해서 비슷한 일을 할 수 있잖소.”
내가 그를 의심스러운 눈으로 쳐다보자 신투지존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좌(座)에서 신적인 힘을 쓸 수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건 인과율을 무시하고 신역절기를 수련할 수 있다는 것 외에는 도움이 안 돼.”
“…신역절기!!”
나는 신투지존에게 외쳤다.
“정말 당신은 그걸 쓸 수 있는 것이오? 신역절기라고 하는, 절대지경 조차 초월한 기술을….”
“아아, 쓸 수 있어. 당연하지.”
“……!!”
상대의 절기, 일수탈심이 신역절기이기 때문에 내가 일격에 당했다고 하면 납득할 수가 있었다. 동시에 지금까지 전생을 거듭하면서 그 흔적만을 보았을 뿐 그 실체를 알 수 없었던 [신역절기]라고 하는 경지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이 들자 흥분되었다. 어찌되었든 신투지존은 나를 적대하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신역절기가 무엇인지 알려주시오.”
“절대지경도 아니면서 그걸 알아서 의미가 있을까 싶은데.”
“그래도 알고 싶소.”
“흠… 이거…. 비밀에 속하는데 말이지. 말해도 되는 건가.”
신투지존은 자신의 뺨을 긁적거렸다.
“인심썼다. 내 진신무공을 전수할 때 어차피 한 번은 언급을 해야하니까 대략적인 이야기만이라도 해 주지.”
“감사하오.”
“근데 설명해 주기 전에, 넌 무슨 경과로 신역절기의 존재를 알게 된 거냐?”
“그건….”
나는 나와 여동빈의 인연, 그리고 지금까지 보았던 신역절기의 시전자 인 진소청 등의 이야기를 자세하게 해 주었다. 물론 이야기가 품고 있는 암기(暗氣)가 걱정되기도 했으나 눈 앞의 상대는 잔류사념일지언정 신적인 존재라고 할 수 있었으므로 크게 걱정되는 바는 아니었다.
신투지존이 한동안 듣고 있다가 말했다.
“그랬군. 사실 신역절기의 존재가 무림이나 세상에 알려질 리가 없어서 어떻게 알고 있는지 호기심이 생겼었어.”
“알려질 리가 없다니요?”
“절대지경이 존재한다는 건 내가 살던 천 년 전에도 익히 알려져 있던 사실이었지. 사실 세상에 재능있는 이와 천재 달인 명인이 많으니까 유사이래로 쭉 알려져왔다고 해도 좋아. 그러나 신역절기는 좀 다르거든.”
신투지존이 팔짱을 꼈다.
“신역절기의 존재를 알게 되는 건 선택받은 자들이 [문]을 열고 진입 할 때 생기는 일이야. 그리고 진입해버린 자는 더 이상 지상의 무림이나 다툼에는 큰 관심이 없어지고 오로지 초상(超上)의 무(武) 만을 추구하게 되며 심지어 비밀을 엄수할 의무가 생기지. 알려질래야 알려질 수가 없잖아.”
“…….”
나는 신투지존의 말을 듣고 생각하다가 대꾸했다.
“신투지존. 뭔가 이상한 게 있소.”
“뭐가?”
“여동빈의 기억을 보았을 때, 그는 무신에게서 [문]을 100명이 같이 연다는 이야기를 들었었소. 그러나 당신은 [문]을 열어야 무신의 좌(座)에 오를 수 있다 했으니 이건 모순이 아니오? 이미 열어버린 문을 뭐하러 또다시 100명이서 연단 말이오.”
“크크크….”
신투지존이 피식 웃었다.
“그것도 자세히는 말할 수 없지만, 그 2가지는 서로 다른 [문]이라고 해 두지.”
“다르다고요?”
“나중에 정식으로 자격을 얻어서 여기에 온다면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을 거다.”
“흐음.”
“본론으로 돌아가서 신역절기라는 건 말 그대로 필멸자가 신(神)의 영역(域)에 도달하여 발을 딛기 위해 만들어진 경지이자 기술이다.”
“절대지경보다 훨씬 더 높은 경지 군.”
“높다…? 뭐 그렇게 표현할 수도 있겠지만 본질은 그게 아니야.”
신투지존은 천천히 걸어가며 말을 이었다.
“이 우주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사악하고 위대한 신격들을 무(武)로써 토벌하기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이지. 신을 쓰러뜨리기 위해서 당연히 더 높은 경지의 힘을 추구한 것일 뿐 처음부터 절대지경 위가 신역절기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
“무슨 소린지 모르겠군. 결국 같은 말 아니오?”
“달라. 절대지경이란 뭐지?”
“의념의 천주(天柱)로 세계의 법칙을 개변시켜서 자신의 무공을 초월경지에 도달하게 만드는 것이오.”
“신역절기 중에도 그 원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들이 많아. 신역절기를 썼는데도 그 물리적인 파괴력이나 위력이 절대지경의 무공보다 약한 경우도 있지.”
“……!!”
“중요한 건 그 절기를 써서 신의 영역에 발을 딛느냐 아니냐다. 혼돈을 태허로 토벌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거지. 위력이나 규모를 높이는 것은 그 혼돈을 말소시키기 위한 부차적인 요소에 불과할 뿐이야.”
“으음….”
뭔가 알듯 모를듯한 설명이다.
‘중요한 건 신을 토벌하는 것이란 말인가….’
그런데 뭔가 찝찝하다.
신투지존이 신역절기에 대해 많은 설명을 해준 것 같지만 정작 중요한 건 말해주지 않은 듯한 기분이 든 것이다.
‘그는 신역절기의 본질을 숨기고 있는 게 아닌가?’
절대지경과의 차이가 단순히 신역절기의 목적성 차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었지만, 신투지존은 왠지 그걸 물어봐도 대답해주지 않을 듯 했다. 그래서 나는 다른 질문을 했다.
“그렇다면 무신이라고 하는 존재는 [옛 지배자]를 쓰러뜨리고 싶어서 100명을 모으고 있다는 말이오?”
“글쎄?”
“글쎄라니…. 방금 전 당신 말로 신을 토벌하기 위한 게 신역절기라고 했잖소.”
“맞아. 하지만 그게 무신의 진짜 뜻인지는 알 수가 없어.”
“무슨 뜻이오?”
“무신은 딱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심지어 좌를 차지한 주인이라 해도 무신의 실체를 보거나 제대로 대화를 나누거나 한 적은 없어. 그는 진정한 의미로 비인격(非人格)의 신이라고 할 수 있으니 어찌 감히 그의 의도를 측정할 수 있을까.”
다시 말하면 너무 위대한 존재라서 뭘 원하는지 측정하는 것조차 불경스러울 수 있다는 말이었다. 나는 동시에 또 한 가지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좌의 주인이라 해도 무신을 만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좌가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내가 생각을 거듭하고 있을 때 신투지존이 말했다.
“이것저것 궁금한 게 많은가본데 다 설명할 수도 없고 설명할 의지도 없어. 신역절기에 대해서는 그 정도만 알면 되니까 슬슬 무공이나 익혀 보자고.”
“진신무공이라고 했는데 어떤 무공을 전수해준단 말이오?”
“뭐 예를 들자면 방금 전에 네 심장을 빼냈던 원리같은 거지. 또는 눈알을 빼내던가.”
일수탈안(一手奪眼)
푸콱!
다음 순간 나는 순식간에 눈알 한 쪽이 뜯겨나간 걸 알아챘다. 신투지존이 내 눈알을 튕기면서 갖고 노는 걸 보자 기가 막혔지만, 이번에도 아까와 마찬가지로 반응조차 할 수 없었다.
나는 황당해서 말했다.
“말도 안 돼! 난 절대지경의 초고수들을 상대로도 찰나를 감지해서 무쌍패를 쓸 수 있었소. 당신이 쓴 기술은 대체 뭔데 그렇게 막강하단 말이오?”
“흐음…. 무쌍패가 뭔지는 모르겠다만 좀 더 간단한 답이 있지 않냐?”
펑
신투지존이 내 눈알을 손가락으로 터뜨리며 말을 이었다.
“나는 그 찰나(刹那)를 훔친 거다. 난 도둑이니까 훔칠 수밖에.”
찰나를 훔친다고?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발상이었기에 나는 멍해졌다. 그리고는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시간을 훔쳤다는 말인가? 그런 걸 도대체 어떻게 훔친단 말이오.”
“단서는 이미 지상에 남겨뒀을 텐데? [훔칠 수 없는 걸 훔친다]라고.”
“음….”
그러고보니 한금월이 그런 말을 했었다. 신투지존이 남긴 단서라고 했던 그 말이 고스란히 본인 앞에서 나오니 황당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동시에 소름이 돋는 기분이 들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경지군….’
차라리 혼돈의 신격이 쓰는 초능력이나 권능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러나 그런 종류의 권능이었다면 내가 음신지력과 영기를 크게 품고 있으니 어떤 식으로든 그 작용을 알아차릴 수가 있었고, 적어도 신투지존의 ‘훔치기’는 그런 혼돈의 초능력과는 달랐다. 내가 침묵하자 신투지존이 말했다.
“지금 네 수준에서는 아무리 필설로 설명해봐야 신역절기를 이해 못 할 거니까 그냥 이런 것도 있다고만 알아 둬. 이 정도는 되어야 신을 때려잡는다고 명함이라도 내밀어볼 거 아냐?”
“그렇긴 하오만….”
나는 문득 생각나서 신투지존에게 물었다.
“여동빈! 여동빈이나 장삼봉 또한 신역절기를 쓸 수 있는 거 아니오?!”
신투지존이 고개를 끄덕였다.
“좌(座)에 있으면 쓸 수 있어. 놈 들만의 신역절기가 있겠지.”
“그런데 지상에서 그들은 신역절기를 쓴 적이 없소. 뭔가 이상한데….”
이렇게 강력한 신역절기를 여동빈, 장삼봉 또한 쓸 수 있는데도 여태껏 그들은 한번도 쓰지 않았는데 어째서인가? 심지어 그들이 죽음의 위기에 처했을 때나 세상이 멸망해가고 있을 때조차 그들은 신역절기의 흔적조차 내비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자 신투지존이 껄끄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못 써.”
“못 쓴다니 무슨 말이오.”
이어진 그의 말은 충격적이었다.
“인과율과 무신의 제약 때문에 못 쓴다고. 내 본체인 신투지존 또한 인간계로 되돌아가면 절대지경의 기술은 쓸 수 있어도 방금 너한테 쓴 것 같은 신역절기 일수탈심은 시전 불가능할 것이다.”
뭐?!
나는 당혹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여기서 인과율이 언급될 줄은 몰랐던 것이다. 동시에 내 머릿속에는 어떤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설마 50년 후의 진소청이 신역절기를 쓰고 죽었던 건….’
신투지존은 불편한 기색으로 말을 이었다.
“젠장…. 너무 많이 말했다고 그만 좀 아가리 닥치라는데.”
“누가 말이오?”
“옆집 사람들이. 쳇.”
신투지존이 투덜투덜거리다가 말했다.
“아 됐고 이제부터 내 무공 가르쳐 줄테니까 잘 배워! 요점은 잘 훔치는 거야.”
스으으
신투지존의 손이 기묘한 기류를 띄며 떠올랐다. 그는 내 소매 쪽으로 손을 옮기면서 소맷자락을 살며시 붙잡았다. 그는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말했다.
“신역절기는 안 쓴다. 지금 네 소매에 있는 걸 훔칠 거다. 막아 봐라.”
“좋소.”
파밧!
순식간에 초수가 교환되었다. 확실히 그는 이번엔 신역절기를 안 썼는지 움직임이 빠르긴 해도 그의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었다. 나는 내 소매를 털러 들어오는 신투지존의 일수탈금 수법을 금나수로 낚아챔과 동시에 그의 행로를 방해했고, 신투지존은 내 손의 기민한 움직임에 금세 행동이 봉인되었다.
그러나 신투지존의 한 수를 막았다고 생각한 순간, 그의 손이 더더욱 급격하게 빨라지더니 마치 빛살처럼 변하는 게 아닌가? 나는 뇌명까지 일으켜가며 그의 다음 수를 막았고 모든 수법에 내가 배웠던 뇌신류와 칠대절학의 묘의를 실었다. 전력을 다해서 신투지존과 두세 번 정도 엎치락뒤치락하다가 그가 잠시 물러섰다.
신투지존은 이마의 땀을 훔치며 말했다.
“이야 너 꽤 하는구나? 인간계에서라면 너랑 싸우기 싫겠다야.”
“과찬이오.”
“그래도 훔쳤다.”
“음.”
그 말대로였다. 신투지존의 손아귀와 팔등에 시뻘건 자국이 남긴 했으나 그는 기어코 내 소매에 있던 은자를 훔쳐가서 손바닥 위에 놓은 것이다. 방금 전의 신역절기와는 다르게 진실로 절예(絶藝)의 경지에 이른 기술이었기에 나는 다른 의미로 찬탄했다.
“대단하군….”
대놓고 내가 경계하는데도 내게서 정면으로 소매를 훔칠 수 있다니. 그가 은밀하게 접근했다면 나는 도저히 그가 소매치기하는 걸 제대로 방어하지조차 못했으리라.
도둑기술을 단순히 뇌명 소매치기에만 의존했던 나와는 천지차이라고 할 수 있었다. 눈 앞에 있는 신투지존이야말로 도둑들의 신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신투지존이 히죽 웃으면서 말했다.
“이것이 일수탈금을 궁극으로 발전 시킨 기술, 도왕천라(盜王天羅)! 이 도왕천라만 익힌다면 천하의 모든 함정과 기술이 두렵지 않으며 천하 백만 도둑들의 왕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 도왕천라를 네게 전수해 주마.”
“고맙소.”
“또 하나, 이번에는 신법 대결이나 좀 해 볼까?”
스스스
공간이 갑자기 크게 변했다. 그리고는 마치 달리기 경주를 하려고 만들어진 듯한 큰 벌판이 생겼고 지평선에 깃발이 두 개 꽂혀 있었다. 신투지존이 말했다.
“깃발 돌아서 여기에 먼저 도착하는 사람이 이긴다. 이기면 선물 줄 게.”
“좋소.”
“준비 시.”
타닷!
“……!!”
치사한 새끼!
놈은 말을 다 잇지 않고 한호흡 먼저 달려가 버린 것이다! 뜻밖의 치사함에 나는 한 호흡을 그에게 빼앗긴 채 달려갔고, 깃발까지의 거리가 크게 차이나 버렸다.
‘으아아아!! 이겨야 한다!’
이런 기이한 곳에 언제 다시 올지 모른다. 얻을 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얻어내야 해!!
어쩔 수 없이 나는 젖먹던 힘까지 다해서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유일한 대책인 멸혼보를 극성으로 시전했고 멸혼보(滅魂步)를 시전하면서 모든 내공을 폭발적으로 소모시켰다.
투타타타
으오오오오오!!
나는 태어나서 이렇게 열을 다해서 멸혼보를 쓴 적이 없었다. 무아지경에서 미친듯이 앞도 안보고 달리다 보니 어떤 찰나를 넘게 되었고, 그 찰나를 넘는 순간 나는 기이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멸혼보 극성(極成)을 축하한… 씨발 여긴 어디야? 제기럴! 암튼 달려라 뇌신류의 후예여!]
어떤 고대 무인(武人)의 환영이 내 눈 앞을 스쳐지나가더니 내 몸이 갑자기 내 의지의 제어를 완전히 잃어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멸혼보를 제어하려고 일부러 새겨놓았던 구결이 풀려나가면서 멸혼보의 구결이 머릿 속에서 완전히 다른 것으로 변형되었다!
내 몸에 내가 아닌 무언가가 깃드는 게 느껴졌다. 그 존재가 완전히 몸을 차지하는 순간 나는 지금까지 보다 두 배는 빨라지고 말았다.
쿠콰쾅
나는 내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음속을 수십 배 돌파해서 바닥에 처박혀버리고 말았다. 대라멸진도 안 썼는데 이 정도 속도가 나올 줄은 몰랐던지라 나는 쓰러진 채 아무 말도 못하고 멍하니 있었다.
“…….”
무슨 일이 일어난거지?
스스스
그러자 다시 공간이 뒤바뀌면서 아까같은 무(無)의 공간으로 되돌아왔고, 신투지존이 내게 말을 걸었다.
“내기는 니가 이겼다. 원래는 서생탈주의 진화형인 무영탈주(無影脫走)만 전수해주려고 했는데 비장의 기술을 하나 더 가르쳐 주지.”
“헉… 헉….”
“근데 방금 그 술법은 뭐냐? 엄청 좋네.”
“술법이라니? 술법 안 썼소.”
“거짓말하지 마.”
신투지존은 뚱한 눈으로 말했다.
“너 방금 강신술(降神術) 썼잖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