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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공가향(眞空家鄕)
나는 여동빈의 말에 대답했다.
" 어째서입니까?"
[ 그가 무공을 다루는 방식은 어쩐지 내가 가야할 길과 관련이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직접 검을 맞대보고 흐름을 알아보고 싶다.]
나는 그 순간 침음성을 흘렸다.
' 개인적 이유군...'
문득 나는 여동빈만큼 개인적 구도(求道)에 집중하는 신선을 본 적 없다는 걸 알아차렸다. 장삼봉 또한 여동빈처럼 무신을 만난 적이 있어서 무예에 집중하고 있었지만, 여동빈처럼 자신의 인과율을 아껴가면서 힘을 축적하고 역량을 상승시키는데 집중하지는 않았다. 내가 신선을 그리 많이 보았다 할 수는 없었지만 여동빈은 틀림없이 특이한 부류라고 할 수 있으리라.
나는 여동빈에게 말했다.
" 여동빈이여. 듣기로 천계는 난장판이 되어 서왕모께서 신선들의 출입을 자제하기를 명했다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제 소환에 바로 응해주신 이유가 있습니까?"
[ 허락을 받았다.]
" ... 서왕모가 허락해줬단 말입니까?"
[ 그렇다.]
나는 그 순간, 서왕모가 이미 내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걸 알아차릴 수 있었다. 여동빈의 강신을 금지시킬 수도 있었을 텐데 굳이 허락을 해줬다는 것 - 그것은 여동빈과 인연의 단말이 이어져있는 나라고 하는 존재를 특이하게 여겨서 감시할 필요성을 느꼈다는 뜻이기도 한 것이다. 그 관심은 아마 최근 월요가 강탈당한 상황과 연관이 있을 것이다.
' 이미 천계의 감시가 시작되었군. 다만 아직 범인이 나라는 건 특정하지 못한 듯 하군.'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일이므로 나는 티를 내지 않고 여동빈에게 말했다.
" 죄송하지만 그건 안되겠습니다."
[ 어째서인가?]
" 당신의 도움을 받는다면 무사시를 쓰러뜨리는 건 그리 어렵지 않겠지요. 하지만 강신을 받아서 제가 얻을 수 있는 심득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저는 무사시를 쓰러뜨리고 더 높은 경지로 올라가야 합니다."
내 말에 여동빈이 눈에 이채를 띄었다.
[ 죽음을 각오하고 깨달음을 추구하려 한단 말인가?]
" 무인으로써는 당연한 일이지요. 제 각오가 늦었을 뿐."
내가 담담하게 대꾸하자 여동빈이 말했다.
[ 좋은 자세다. 그럼 난 이만...]
" 여동빈이여.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왠지 이대로 돌려보내기엔 아쉽다. 여동빈을 통해서 얻어낼 수 있는 게 좀 더 있지 않을까? 나는 소환한 김에 여동빈의 밑천을 털고 싶었기에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지금까지 내가 익혔던 무공들을 하나하나 점검해보기로 했다. 그러던 중 나는 내가 여태껏 한번도 익히지 않았던 무공이 존재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 용문석굴 빈양남동에서 얻은 신투지존의 비급!'
나는 곧장 신투지존의 비급을 꺼냈다. 제목에는 백변신투(百變神偸)라고 적혀 있었고, 예전에 봤던 것처럼 조잡한 도둑용 무공이 잔뜩 있었다. 벽을 타는 벽호공이나 훔치기 기술, 은신술 등등 직접 전투에는 그다지 쓸모없는것들이었다.
그러나 나는 왠지 백변신투를 익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크나큰 위화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 신투지존은 여동빈조차 경계할 정도의 고수였어! 생전에 절대지경에 아마 도달했을건데... 그런 초고수의 비급이 이런 삼류무공이라는 건 뭔가 이상해!'
무쌍패 덕에 칠대절학의 숙련도가 상당한 수준에 이르러서 겨우 학습의 고리에서 시선을 떼자 이제야 다른 무공의 위화감으로 눈을 옮길 수 있게 된 것이다. 나는 다시 한 번 여동빈을 불러서는 백변신투 비급을 여동빈에게 보여주었다.
" 여동빈! 이건 신투지존의 무공비급인 백변신투입니다. 이걸 한번 읽어봐 주십시오."
[ ......!!]
여동빈은 상당히 놀란 눈을 했다. 그리고 내게서 비급을 받아서 약 한 시진동안 정독했다. 그리고 그는 한참 후에 말했다.
[ 아니다. 이건 신투지존의 무공이 아니다.]
" 어찌 그리 단언하실 수 있습니까?"
[ 나는 생전에 신투지존의 무공을 측정해본 적 있다. 그 당시 그가 썼던 비도술(飛刀術)과 신법은 여기에 나와있는 것과 전혀 달랐다. 기본기를 극한에 이르도록 연마한 경우조차 아니라고 본다.]
" 그렇군요. 그러면 이 무공들을 익혀도 되겠습니까?"
[ ... 일종의 암호라고 생각한다.]
" 암호?"
[ 신투지존은 죽기 전까지 계속 보물을 찾아다녔다. 내가 그였다면 자신의 뒤를 이어서 보물을 좇을만한 인재에게 무공을 전해줬으리라 생각한다. 아마 이 무공을 익히다보면 그 암호를 발견할 수 있으리라.]
그렇군!
' 신투지존의 진짜 무공은 비급 백변신투의 조잡한 3류무공을 대성했을 때 나타난다는 소리인건가?'
나는 여동빈의 말뜻을 이해했다.
여동빈이 말했다.
[ 그대가 이 무공을 익힐 생각이면 포기하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한다.]
" 어째서입니까?"
[ 신투지존은 그 시대에 드문 절세고수였으나 성격이 그리 좋지 않았다. 그는 이 백변신투를 대성하는 것 이외에도 숨겨진 조건을 넣었을 게 분명하다. 보통사람이라면 그 숨겨진 조건을 찾아내는 것만으로도 일생을 쓰게 될 것이다.]
" 으음..."
일리있는 말이다. 안 그래도 익힌 무공이 많아서 제대로 대성한 게 드문 상황에서 더 이상 무공의 숫자를 늘리는 건 부담되는 상황, 삼류무공을 일부러 익힌다고 내 그릇을 소모하는 건 좋지 않은 선택이다.
' 그래도 익혀야겠어.'
하지만 나는 내심 익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왜냐하면 나는 어차피 전생자, 시간은 썩어넘친다. 또한 신투지존은 평생 헌원검의 종적을 쫓았으니 어떻게든 그의 흔적을 추적해야만 헌원검의 단서를 얻을 수 있다. '숨겨진 조건'을 찾아내기가 힘들겠지만 어떻게든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어쩌면 무사시를 쓰러뜨릴 만한 단서가 있을지도 모르잖은가?
나는 여동빈을 돌려보낸 후 백변신투의 비급을 보고 안에 있는 무공을 수련하기 시작했다. 다섯 권의 백변신투에 수록된 무공기술은 총 8가지가 있었다.
권법(拳法) - 구타권(狗打拳)
장법(掌法) - 거거장(巨巨掌)
비도술(飛刀術) - 백백비(白白匕)
변용술(變用術) - 용백변(用百變)
소매치기 - 일수탈금(一手奪金)
신법(身法) - 서생탈주(鼠生脫走)
벽호공(壁虎功) - 공자왈(孔子曰)
은신술 - 맹자왈(孟子曰)
" ......"
제대로 읽어보니까 무공 이름들이 하나같이 무성의하며 싸구려의 극치였다.
' 공자왈 맹자왈은 뭐야? 유학자들을 엄청 싫어했나보군...'
나는 중얼거리면서 무공의 요체를 하나하나 심유하게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력(武力)은 사실상 구타권과 거거장에서 완결되고 나머지 6개의 무공은 전부 비상도주용이나 도둑용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나마도 구타권과 거거장은 무공이 하도 단순해서 길어도 하루면 요결을 다 외울 수 있었다.
" ......"
시정잡배용이다. 강호의 삼류도둑이나 익힐 법하다. 이걸 다 익혀봤자 부잣집 담장 하나 넘기 힘들것이다. 아무리 봐도 삼류무공인데 이걸 익혀봐야 쓸 데가 있을까? 이걸 다 합쳐봐야 뇌신권법이나 뇌운장에도 못미치는데...
나는 고수의 안목으로 척 봐도 쓰레기무공을 익혀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했다. 그리고는 눈을 질끈 감으며 익히기로 작정했다.
우선은 구타권부터다. 나는 구타권의 10초식을 하나하나 전개해가며 외웠다. 그리고 이걸 익히면 뇌신류 권사한테 딱 1초만에 맞아죽기 좋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무공의 오의고뭐고 아무것도 없었고 겨우 막싸움을 벗어난 주먹질에 불과했고 내공운용도 조잡했다.
그리고 거거장과 백백비도 반 시진이 되기 전에 다 익혔다. 딱히 내가 재능이 뛰어난게 아니라 이미 더 뛰어난 무공을 습득했기 때문에 하위무공따위는 숨쉬듯 요체를 알수 있었다. 그리고 이 또한 쓰레기무공이란 걸 알 수 있었다.
다만 일수탈금은 꽤 감각이 필요한 듯 했다. 나는 무공의 요체를 일단 알 수 있었지만 직접 실전을 겪어봐야 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 소매치기를 해야하나...?'
내가 소매치기를...?
첫째 생에서도 그렇게 찌질한 일은 해본적이 없는데...
......
' 젠장... 찬밥 더운밥 가릴때냐. 해 보자.'
나는 일단 해보기로 작정하고는 낙양성내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아무나 골라서 일수탈금의 요령으로 소매치기를 시작했다. 고수의 감각으로 엄청나게 빠르게 일수탈금을 시전하자 누구도 내 소매치기를 눈치채지 못했다.
대성했다!
나는 허무하게 일수탈금을 대성하고는 이번에는 신법인 서생탈주와 벽호공인 공자왈, 은신술인 맹자왈을 익혔다. 공자왈과 맹자왈은 사실 공력을 운용하는 방법에 가까웠기에 보자마자 바로 익혔고, 서생탈주는 의외로 쓸만한 신법이었다. 구파일방의 주력신법과 대등하다고 볼 수 있을 정도였다.
역시 도둑이라서 신법만큼은 뛰어난 건가?
서생탈주는 오늘 내로는 다 못익힐 것 같고 며칠 동안 열심히 수련해야 할 듯 했다. 나는 마지막으로 변용술인 용백변을 살펴봤는데, 이건 그리 쉽지가 않았다. 그도 그럴것이 용백변은 얼굴의 가면을 빠르게 바꾸는 경극단의 기술을 근간으로 했는데, 상당한 감각과 수련성취를 필요로 했기 때문이었다. 다만 용백변을 대성하게 되면 백주대낮에도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할 수 있다고 하니 대성할만한 가치는 있어보였다.
' 용백변은 쓸만해. 이건 제대로 익혀봐야겠다.'
여태껏 그럴 일이 잘 없었지만 용백변을 익혀서 변용술이 쉬워지면 취할 전략의 폭도 늘어난다. 나는 서생탈주와 용백변을 중점적으로 익히기로 마음먹었고, 용백변을 익히기 위해서 낙양 내의 경극단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수소문하자 머지 않아서 근처에 와 있는 경극단인 월극단(月劇團)을 찾을 수 있었다.
월극단의 단장은 흐리멍텅한 눈을 가진 회색머리칼의 청년이었는데, 그는 나를 보자 눈에 이채를 띄며 말했다.
" 귀인(貴人)이 오셨군... 무슨 일이신지."
" 변용술을 익히고 싶어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싶소."
" 변용술이라..."
" 비급의 비결은 공유하겠소. 그러니 도와주시오."
" 좋습니다. 제가 가르쳐드리지요."
청년은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 저는 귀영(龜靈)이라고 합니다... 귀인이여, 기억해주시지요."
" 귀영? 특이한 이름이구려..."
귀영은 말없이 웃을 뿐이었다. 이윽고 나는 귀영에게 용백변의 비급을 보여주었는데, 귀영은 찬찬히 살펴보다가 말했다.
" 이 변용술을 익히려면 가면이 필요합니다."
" 가면? 극단에 많이 걸려있는 것 같은데 하나 주시오. 돈은 넉넉히 내겠소."
" 아니오. 자신에게 맞는 가면은 특별히 제작해서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가면에는 운명이 깃들기 마련이지요..."
그렇게 말한 귀영이 나를 힐끔 보더니 말했다.
" 당신에게 맞는 가면은 우리 극단에 없습니다. 가면을 만들 수 있는 자는 오로지 당신 자신 뿐... 다만 임시로 운명을 피해서 연습할만한 가면을 빌려드리지요..."
스윽
나는 귀영에게서 받은 가면을 써서 하루내내 용백변을 연습했다. 가면을 바꾸는 법, 가면을 바꾸면서 내공을 불어넣어서 임시로 이목구비의 선을 바꾸는 법, 화장하는 법 등이었다. 그리고 그 날은 월극단 막사 내에서 잠을 자고, 다음날 일어나서 용백변과 서생탈주를 다시 한 번 연습했다.
이런 식으로 약 한 달이 지났다.
' 우와... 시간 잘 가네.'
나는 생각보다 삼류무공이라 생각했던 용백변과 서생탈주의 습득기간이 길어지는것에 깜짝놀랐다. 또한 내 재능과는 별개로 익히는게 꽤 재밌고 흥미있었다. 전문도둑이 되어서 마음대로 훔치고 다니는 삶도 재밌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파밧
그리고 내가 용백변을 이용해서 약 9장의 가면을 3보 내에서 바꾸는 게 가능해졌을 때였다. 귀영은 박수를 치며 말했다.
" 잘 하셨습니다. 이제는 혼자서 수련하셔도 되겠군요."
" 아니오. 계속 수련하고 싶소."
지금은 수련할 때다.
제갈사가 무사시를 잡으라고 했으나 사실 당장 잡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급박한 건 아니다. 도리어 충분한 준비를 하고 잡아야 했기에 나는 준비기간을 1년 정도는 잡고 있었다. 어떻게든 백변신투의 무공을 다듬은 후 이걸 단서로 나중에 신투지존의 흔적을 쫓을 준비를 하려는 것이었다.
그러자 귀영이 히쭉 웃으며 말했다.
" 저도 그러고 싶지만 이제 그 가면은 용도를 다했군요..."
" 뭐?"
" 액땜이 더 이상 불가능합니다."
파삭!
" 엇!"
그 순간 귀영이 줬던 연습용 가면이 산산히 모래가 되어서 흩어졌다. 내가 놀라서 가면의 잔해를 보자, 귀영이 모래를 손으로 쓸어담으며 말했다.
" 위대한 인과율에 끌려서 귀인을 만나게 되었으니 정말 만족스럽습니다. 그 비급은 당신의 운명을 크게 바꿀 수도 있으니, 부디 정진하셔서 귀인의 앞을 가로막은 대흉(大凶)을 해결하실 수 있길 바랍니다..."
" ......?"
" 하지만... 어찌된 일인가... 그 흉은 정말 특이하군요... 보통 흉은 제거하는 것으로 끝나게 마련이건만... 뒤틀려서 그대의 거울이 되었습니다... 당신의 가면... 당신의 또 다른 본질일지니... 무수한 세월을 살아왔음에도 처음 보는 운세군요... 후후... 공손헌원조차도 이렇게 혼돈스럽진 않았습니다만."
나는 이상함을 느꼈다.
그리고 귀영에게 말했다.
" 당신은 뭐지?"
" 저는 고대에 정령이자 황제의 종복이었으나... 승천을 선택하지 못하고 이 땅에 남은 점쟁이지요."
귀영은 허공에 가면의 모래를 흩뿌리며 어디론가 걸어갔다.
" 이름없는 자여... 안녕히."
파앗!
그 순간 나는 월극단 막사에서 낙양성 거리로 이동해있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눈 앞에 서 있는 행인에게 물었다.
" 이보시오! 월극단이란 극단을 들어보았소?"
" 모르는데."
그러나 이전과는 달리, 월극단을 아는 자는 하나도 없었다. 낙양에 공연을 하러 온 유명극단이었다고 들었는데 마치 그런 일은 없었다는 듯 했다. 또한 더 놀라운 것은 내가 수련을 시작했던 한 달 전부터 시간이 하나도 흐르지 않은 것이다. 내가 낙양에 갔던 첫 날에서 한 달의 시간은 마치 신기루처럼 지나갔으리라.
' 설마 귀영이 내 시공간을 왜곡시킨 것인가?'
그렇다면 귀영이 내게 한 달의 수련시간을 공짜로 준 셈이다.
도대체 놈은 어떤 존재지?
나는 혼란스러워서 제갈사에게 돌아와서 내게 일어난 이변을 이야기했다. 그러자 제갈사가 내 말을 듣자마자 말했다.
" 그건 아마 사령(四靈) 영귀로군."
" 사령?"
" 깜박했냐? 사령 린봉귀용(麟鳳龜龍). 도가에서 숭앙하는 역사상 최고의 신수(神獸)들이다. 그 중 봉은 봉황이고 용은 너도 알다시피 응룡이지."
" ......!!"
" 이름을 거꾸로 해놨군. 그래서 눈치 못챘나."
아 맞다!
나는 제갈사의 말을 듣자 깜짝 놀라서 외쳤다.
" 그렇다면 영귀... 신화시대의 봉래산을 지탱했던 거북이가 그란 말인가?"
" 그래. 아마 놈 또한 응룡과 동격의 존재. 대지모신과 같은 세월을 지내온 정령신. 그래서 [작은 굴레]를 조작해서 네게 수련시간을 주고 미래의 길흉화복을 점쳐줬겠지. 놈은 천하에서 제일 가는 점술가이기도 하니까."
제갈사는 그렇게 대꾸하곤 흥미롭다는 듯 말했다.
" 다만 영귀가 황제의 부하였었다는 건 처음 알았군. 지금은 만신전의 승천을 포기한 채 세상을 떠돌고 있는 거고."
" ......"
나는 제갈사의 말을 듣자 마음이 무거워져서 말했다.
" 제갈사. 사령 영귀가 인과율에 이끌려서 나를 찾아왔다는 건..."
" 당연히 천암비서와 네 전생이 머금은 인과율이 강력한 중력을 지니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강한 인과율은 강한 인력(引力)을 지니고 있으니까."
" 으음."
" 그리 좋지 않은 현상이야. 너와 그 [특이점]의 충돌은 그 이상으로 강렬할 거라는 뜻이지."
" 제기랄..."
" 다만 좋은 점도 있군."
" 그게 뭐지?"
제갈사는 훗하고 웃었다.
" 백변신투의 비급에는 지금 네 운명을 바꿀만한 위력이 있다는 거다. 응룡급의 존재가 인증해준 거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