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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공가향(眞空家鄕)
퍼버벅
" 크아아악!!"
나는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양팔이 한꺼번에 뜯겨나간 것이다. 오른쪽 팔은 월요 천총운검에 베여나갔고 왼쪽 팔은 은하구절편에 걸레처럼 떨어져 나갔다. 무시무시한 격통에 혼절할 뻔 했으나 잠시 후 초록빛이 내 어깨죽지에 맺히더니 팔이 다시 생겨났다.
우우웅
" 일어서서 준비해."
" ......"
" 자, 간다."
안돼!!
나는 온 신경을 집중해서 무쌍패를 시전하려 했으나 그 순간 또 다시 내 고수의 육감을 아득하게 상회하는 공격이 덮쳐왔다. 그리고 무쌍패를 시전할 틈조차 나지 않고 내 두 다리가 뜯겨서 하늘을 날았다.
투두둥
나는 두 다리짝과 함께 허공을 날았다가 튕겨지듯 땅에 떨어져서 바닥을 굴렀다. 나는 핏물이 혀 밑에 고인 상태에서 잠시 움찔거리다가 다시 초록빛이 내 다리를 재생시키는 걸 알 수 있었다.
" 일어서서 준비해."
" 크윽..."
" 자, 간다."
빌어먹을!!
나는 속으로 욕지기를 내뱉었지만 뭔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십이율주의 공격은 여태껏 맞이했던 적들 중 단연 압도적인 것으로써, 삼황오제급 신격의 권능을 휘두르는 것에 비견할 수 있었다. 지금의 나라면 설령 백련교주가 전력으로 공격해 오더라도 무쌍패를 발동시킬 수 있을 건데 도대체 저 힘은 뭐란 말인가?!
이미 인간이 아니다!! 여태껏 마주쳤던 인간형 적 중에서도 단연 압도적인 역량이었기에 할 말이 없을 정도였다. 나는 비틀거리며 일어서며 말했다.
" 대체 그 힘은... 뭐지?"
십이율주는 아무 감정없이 대꾸했다.
" 질문이 너무 빠르군. 아직 다섯 번밖에 안 죽었잖아?"
" 잠ㄲ..."
퍼벅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는 이빨이 몽땅 부숴져 나가면서 은하구절편의 쇄가 내 입에 쑤셔박히는 걸 느낄 수가 있었다. 그냥 평범한 철편을 입에 꽂아도 아가리가 몽창 터져버릴 텐데 그의 공격이 꽂혔으니 틀림없이 치명상이었다.
입 안에서 혀가 갈려나가는 고통과 함께 나는 '죽음'이라는 두 글자가 눈 앞에 쐐기처럼 박히는 게 느껴졌다. 혓조각이 목에서 뿜어져나오며 선혈이 눈 앞을 뒤덮었다.
이... 이건...
하지만 내가 비틀거릴 때 다시금 초록빛이 비치더니 내 몸을 회복했다. 손을 내뻗어서 목요의 권능으로 나를 회복시킨 십이율주가 느긋하게 말했다.
" 걱정 마. 즉사는 아니니까."
" ......"
" 넌 고문을 매우 두려워하는 것 같지만 정작 제대로 된 고문은 느껴본 적이 드물더군. 그래서 내가 좀 체감시켜 주마."
뭔가 대꾸하고 싶다. 그러나 방금 전 쇄가 이빨과 혀를 모두 박살내고 목구멍을 뚫었던 생생한 격통 때문에 입에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나는 정신력을 놓지 않고 집중했다.
" 이번에는 네 눈알을 터뜨려주지."
부웅
다시 한 번 은하구절편의 쇄가 둔중하게 허공을 날았다. 다만 이번에는 그 엄청난 기세의 공격이 아니라 내가 무쌍패를 시전할 수 있을 정도의 영역이었다. 얕보는건지 뭔지 모르겠지만 이번에는 그가 내게 기회를 준 것이다.
무쌍패!!
내가 빠르게 음양의 기운을 조율해서 십이율주의 기운을 상쇄하려 할 때였다. 십이율주는 갑자기 공격을 뒤로 거두더니 자신의 몸 주변에 떠 있던 월요 팔지경(八咫鏡)을 발동시켰다. 팔척경곡옥이라고도 불리는 팔지경은 빛을 내뿜었고, 나는 갑작스럽게 전신에 음화(陰火)가 일어남을 느꼈다.
후와아악
" 끄아아악!!"
나는 청염(靑炎)이 내 몸을 불태우면서 정신력이 빠르게 고갈됨을 느꼈다. 십이율주가 이죽거렸다.
" 한번 받아낼만 하게 공격해 주니까 좋다고 무쌍패를 쓰는군. 정확하게 맞춰서 썼다면 이런 잔재주는 안 통할건데."
" 큭... 음기(陰氣)를..."
월요에 음(陰)을 조종하는 능력이 잠재되어 있기에 무쌍패가 조종하는 음양의 균형을 깨뜨리고 음기를 강제로 증폭시킨 것인가! 하지만 율주의 말대로 정확한 순간에 맞춰서 무쌍패를 시전했다면 이런 식으로 무쌍패를 깰 수는 없었다. 율주가 하도 방어불가의 공격만 해대니 조금 서둘러서 무쌍패를 시전한 내 잘못이었다.
퓨뷱
" 크... 크아아악."
나는 잦아들어가는 듯한 비명을 지르며 비틀거렸다. 율주가 예고한대로 월요 천총운검을 휘둘러서 일 참으로 내 두 눈알을 베어버렸기 때문이었다. 두 눈에서 피분수가 뿜어져 나왔다.
" 자, 너라면 심안(心眼)쯤은 쓸 수 있지?"
그것도 내게 치명상을 줄 수 있음에도 일부러 시력만을 뺏은 듯 했다.
' 아, 안되겠어.'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서 아직 안 쓰고 있었지만 지금은 정말로 위험하다. 나는 재빨리 목갑에서 전국옥새를 꺼낸 후 전국옥새의 영력을 최대로 끌어냈다. 그와 동시에 전국옥새와 내 몸의 음신지력을 몽땅 끌어내서 수요 내부에 물밀듯 쏟아부었다.
콰과과과과
힘으로라도 칠요를 강제 해방하는 수밖에!!
내가 빈틈투성이였으나 율주는 나를 도중에 공격하지 않았다. 대신에 재밌다는 듯 말했다.
" 그래, 그런 수를 쓰겠지. 어디 힘으로 칠요의 봉인을 깰 수 있는지 볼까?"
쿠우우우우
뇌전이 수요 주변에 감돌았다. 마치 비구름이 수요에 맺히는 것처럼 가공할 힘이 떠돌았으나, 나는 수요의 힘이 각성하지 않는 걸 깨달았다. 아무리 힘을 불어넣어도 그저 수요의 내부에 힘이 계속 저장될 뿐, 응축된 게 터져나오며 칠요가 각성하지는 않았다.
' 제길...'
내가 암울함을 느끼고 있을 때 율주가 말했다.
" 못 깨는군."
" ......"
" 최초의 문자의 봉인은 그리 녹록치 않다구. 창힐과 황제가 둘 다 연관되어 있으니까."
" 봉인을 깨지 않아도 얻을 수 있는 게 있어."
" 음...?"
스스스스스
그 순간, 수요의 내부에서 강력한 영체가 튀어나오는 걸 느꼈다. 그 강력한 영체는 지금 시력을 잃은 내게는 보이지 않았으나 영언으로 내게 말을 걸어왔다.
[ 그대! 나의 존재를 일깨웠는가?]
" ... 그래."
나는 그에게 말을 걸었다.
" 수요의 정령이여. 눈 앞의 적과 싸워 다오."
[ 좋다.]
정령각성!!
음신지력은 원래 보물이나 신물에 깃든 영령을 각성시키는 힘이 있다. 본래 내가 가진 음신지력의 수준으로는 아직 칠요급의 정령을 각성시키기는 모자랐지만, 거기에다가 전국옥새의 영력을 모조리 끌어내서 박아버리면 정령이 눈을 뜰 것이라는 예상이 맞은 것이다!
그러자 율주는 뭔가 씁쓸한 목소리로 말했다.
" 칠요의 정령각성. 과학으로는 수백년간 수백 명의 천재들이 연구해도 모자랄 성취인데 아무리 전생자라지만 구시대의 중세인이 자력으로 해냈다라... 역시, 부러워."
쉬칵!!
나는 율주가 여유를 부리고 있을 때 심안과 전국옥새의 전시안을 동시에 사용해서 주위를 감지하며 그를 공격했다. 내 움직임에 맞춰서 수요의 정령 또한 움직였고, 나와 정령이 합공을 가하자 율주 또한 가만히 있지는 못하는 듯 손을 들었다.
마물(魔物)
월하정야갑(月河靜夜鉀)
동시에 그가 끼고 있던 수투(手套)에서 빛이 내뿜어졌고, 수요의 정령은 한 순간에 얼어버리고 말았다. 나는 수요의 정령 또한 강대한 존재일텐데 일격에 얼어버리자 깜짝 놀랐다.
' 설마 절대영도?!'
여태껏 하은천의 무위가 너무 가공해서 생각지 못했는데 저 월하정야갑 또한 무서운 존재인 듯 했다. 칠요의 정령을 일순간 봉쇄할 정도의 신물은 결코 인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었고 어지간한 보패를 상회하는 위력인 것이다. 그리고 내가 하은천의 목젖까지 베어갔을 때 하은천은 내게로 시선을 돌리지도 않고는 무덤덤하게 대응했다.
천의무봉(天衣無縫)
투콱!
동시에 나는 그대로 반격을 맞고는 가슴팍이 내려앉았다. 반격이 어찌나 절묘한지 나는 반격을 무마할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사전에 예측하지 않은 이상 이토록 완벽한 각도와 순간을 잡는 건 불가능해보였지만 실제로 그게 일어나 버렸다. 내가 피를 쿨럭 토하며 주저앉자 십이율주의 수도(手刀)가 내 정수리 위에 닿여 있었다.
" ......"
" 백웅, 기분이 어때."
내가 꿇어앉아있자 십이율주가 입을 열었다.
" 칠요를 제대로 사용해서 싸우면 너무 힘으로만 이기는 것 같아서 기술로 상대해봤는데 그래도 상대가 안 되지? 여기서 술법까지 써 주면 넌 내 옷자락도 건드릴 수가 없어. 광결계를 만들어주는 광혼부(光魂符)에 식신(式神)만 몇 개 써줘도 넌 아무것도 못 하고 죽는다."
저 말은 사실이다.
나는 압도적인 역량차를 느꼈지만 티내지 않고 대꾸했다.
" 왜 내 머리통을 쪼개지 않지?"
" 급하게 굴지 마. 어차피 난 네가 포기할 때까지 죽일 테니까."
수도를 슥하고 거둔 십이율주가 말을 이었다.
" 이봐. 왜 꼭 네가 세상을 구해야 하는거지?"
" ......?"
이게 무슨 말인가?
내가 멀어버린 눈을 들어서 십이율주를 올려다보자 그가 목요의 힘으로 내 눈을 치료해줬다. 십이율주는 나와 눈을 똑바로 마주친 채로 말했다.
" 넌 운 좋게 천암비서를 가진 것 외에는 아무런 장점도 없는, 아니 도리어 모든 인간 중에서 최하위에 속했던 인간이다. 그런 네가 정말로 [옛 지배자]나 외신을 쓰러뜨리고 모든 이를 구원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 쓸데없는 소리군. 내가 하고싶어서 한다는데 그런 '자격'을 꼭 따져야 하나?"
" 내가 이런 말 하기도 웃기지만 넌 이미 뒤틀려 있는 존재다. 흑요석의 기억을 되짚어보면 네게 세상을 구할 동기는 존재하지만 거기에 이르는 집념은 인간의 것이 아니야. 그걸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나?"
" ......"
몇 번이나 들었던 이야기 같다. 나는 잠시 침묵하다가 대답했다.
" 이상한 일이지."
인정할 건 인정해야겠다.
" 그래. 그냥 내게 천암비서를 내놔라. 나라면 열 번 죽기 전에 모든 일을 끝내고 세상을 구할 수 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시골표사 백웅이 행복한 삶을 지낼 수 있게 해주지. 이렇게 끔찍한 삶을 수백 수천번이나 살면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구원자의 길을 걸을 이유는 없지 않은가?"
" 그럴지도."
나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 하지만, 하은천. 세상을 구하는 게 꼭 네놈이어야 할 이유도 없지 않나?"
내가 의지를 꺾지 않자 십이율주는 황당한 듯 말했다.
" ... 뭘 원하는 거지? 전생을 몇 번 더 반복해서 인간의 왕, 세계의 왕 자리라도 얻고싶나? 천암비서와 전생이라는 최강의 능력을 포기하고싶지 않을 뿐 아니냐."
" 내가 원하는 건... 시작했으니까 끝을 보는 것 뿐이다."
" ......"
" 내가 전생능력에 욕심이 있다는 건 인정해. 하지만, 더 이상 내 삶은 나의 것이 아니야."
" 널 위해 희생했던 과거의 동료들의 영혼의 무게를 말하는 건가?"
" 그렇다."
" 크크크..."
쓴웃음을 짓던 십이율주는 천천히 등을 돌리며 나와 거리를 벌렸다. 그리고는 등을 돌린 채 말했다.
" 누군 안 그런 줄 아나? 누군 아닌 줄 아냐고... 개자식아!!"
퍼버버벅!!
또 다시 십이율주가 칠요의 힘을 발동시키며 나를 피곤죽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는 피바다 속에 누워있는 내 머리를 발으로 짓누르며 말했다.
" 의형제가 산 채로 촉수에 잡아먹히는 걸 본 적 있냐? 친구가 악신의 제물로 바쳐지는 걸 본 적이 있나?"
대답을 못 하겠다. 당장이라도 십이율주의 힘 때문에 머리통이 터질 것 같아서 버둥거릴 뿐이다. 십이율주가 이를 악무는 듯한 목소리를 내며 발에 힘을 실었다.
" 연인이, 목숨걸고 조국의 백성들을 탈출시켰는데, 연인은 악신에게 붙잡혀 농락당하고, [옛 지배자]가 수천만 명을 몽땅 잡아먹는, 그런 광경을 상상해 봤나? 그것도 위대한 영웅이 타락해서 신의 앞잡이가 되어서 일어난 사건이었다면?"
" ......"
" 난... 직접 봤어. 개같은 일이지, 크흐흐."
십이율주가 고개를 숙였다. 그의 개탈 너머에 있는 진짜 눈동자에서 혼탁하게 물든 분노가 내 눈동자까지 쏘아져 왔다.
" 난 절대 실패할 수 없어. 실패해선 안 돼. 그 종말을 극복하기 위해 모든 걸 버렸단 말이다. 그래서 이 세계에 왔을 때 단 한 번의 기회에 모든 걸 걸고 있었던 거야. 그런데 무한한 기회를 손에 넣을 수 있다니..."
" ......"
그는 내 멱살을 잡더니 간절하게 말했다.
" 백웅... 나한테 천암비서를 줘. 이 정도의 힘을 갖고 있으니, 난 너 대신에 세상을 구할 수 있다고 아까부터 얘기하고 있지 않나? 넌 아직 실패하지도 않았지만, 나는 이미 실패했다... 제발."
뭐라고 말해야할지 모르겠다.
나를 몇 번이고 때려죽이고 계속 기만이나 일삼고 있는 십이율주가 미워죽겠는데, 한편으로는 그가 내면에 품고 있는 격정과 절망이 왠지 거울을 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마치 백련교주의 진심을 마주쳤을 때처럼, 마냥 그를 미워할 수 없음을 알게 되었다.
문득 깨달았다.
- 내가 미래에 실패한다면 그와 같이 될 거라는 사실을.
나는 의지를 다지면서 멱살을 잡은 손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말했다.
" 꺼져. 난 포기 안 해."
십이율주의 눈빛이 한층 더 냉막해졌다.
" 좋아, 어디 해 보자고."
퍼버벙!!
그 때였다. 갑자기 천장이 크게 폭발하더니 대지가 크게 진동한 것이다. 십이율주는 내 사지를 쇠꼬챙이에 꿰듯 은하구절편으로 찢어 박은 후 힐끔 천장을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말했다.
" 운사. 무슨 일이지?"
슈슈슉
그 순간 목이 베여있던 운사가 소리소문없이 원래의 모습을 회복하더니 멀쩡하게 나타났다. 그리고는 말했다.
" 주군. 함내(艦內)에 아수라가 침입했습니다."
하은천이 어이없는 듯 말했다.
" 제길... 실질적인 팔부신중 최강이란 소문이 사실이었나? 여긴 [옛 지배자]를 막으려고 설계한 장소인데 힘으로 뚫었다고? 그래서 풍백과 우사는?"
" 죽었습니다."
" 괜히 물어봤군. 기분만 잡치게."
투덜거리던 하은천이 운사에게 명령했다.
" 저기 월하정야갑때문에 굳어있는 수요의 정령을 봉인해. 좀 있으면 풀릴 것 같군. 그리고 함선 구획차단해."
그러자 운사가 깜짝 놀랐다.
" 주군!! 당장 달아나셔야 합니다! 아수라는 구획차단으로는 막을 수 없습니다. 그의 힘은..."
" 알아. 하지만 지금 내가 칠요의 힘을 끌어낸 걸 보면 모르겠어? 난 여기에 모든 걸 걸고 있어. 아수라 따위는 중요하지 않아. 눈 앞의 이 새끼한테서 천암비서를 얻는 게 백 배는 중요하다고."
" 하지만... 이대로라면 함 전체가 붕괴합니다."
" 상관없어. 어차피 백웅한테서 항복을 얻지 못하면 마찬가지야."
그렇게 말한 하은천이 나를 독기어린 눈으로 쳐다보았다.
" 예정보다 이르다만 백웅, 역사적인 실험을 같이 해 볼까? 따라와."
" 무슨... 소리지."
" 후."
하은천은 내 품속에 있던 천암비서를 슬며시 꺼냈다. 그리고는 잠시 천암비서를 쳐다보다가 히죽 웃으며 말했다.
" 여기에 태허의 파장을 쏠 거야."
" ......!!"
" 네가 안 준다면 어쩔 수 없지. 어떻게 해서든 전생을 얻을 수 있는지 시험해 보겠어."
나는 경악해서 외쳤다.
" 그만둬!!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고..."
" 알아. 태허와 혼돈의 융합 끝에 세계는 재시작한다... 이건 너도 알잖아? 외부에서 자극을 줘서 인위적으로 그 반응을 일으키려는 것 뿐이지."
" 세계가 멸망할지도 몰라."
" 큭큭."
하은천은 광소를 흘린 후 내 멱살을 붙잡아서 들어올렸다. 그리고는 내 귓가에 속삭였다.
" 언제는 안 그러셨나."
따악
그가 손가락을 마주치자 아까 봤던 윤회포가 모습을 드러냈다. 윤회포의 포신과 각도를 맞춘 하은천은 그 끝에 천암비서를 놓았고, 그 자리에서 물러섰다.
잠시 동안의 정적.
그리고 하은천의 입이 열렸다.
" 발사."
그와 동시에 윤회포가 불을 뿜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