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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공가향(眞空家鄕)
칙령?!
옥황상제?!
‘윽…!! 어떻게 하지!’
이보다 더 난장판일 상황이 있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이 정도의 위기가 살면서 없었던 건 아니지만, 어쨌든 진퇴양난 그 자체였다. 나는 울고 싶어졌지만 그렇다고 지금 이 몸 상태로 제천대성한테 차분하게 상황 설명을 할 만한 체력도 없었던지라, 흑요석을 주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단지 운이 없었던 것이다.
나는 냉정을 되찾고는 제천대성에게 말했다.
“…대성. 지금이라도.”
“이미 통신 껐어.”
그는 눈치가 빨라서 바로 천계와의 통신을 단절시킨 듯 했다. 그러나 제천대성은 회의적인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근데 칙령까지 내려왔다면 이미 웬만한 대라신선이 자기 능력을 발휘해서 우리를 감시하고 있을 거다. 천이통(天耳通) 능력을 가진 놈들도 많거든? 일단 방어막을 펼치긴 했지만 안심은 못 해….”
옆에 있던 천우진이 말했다.
“도청은 내가 최선을 다해서 막고 있다.”
천우진은 다시금 수인을 맺으며 강력한 결계를 펼치고 있는 중이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천이통 능력이나 도시도청을 막아주는 술법이 분명했다. 환신 천우진의 술법이라면 당분간은 감시를 피할 수 있었기에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말했다.
“대성께서는 저를 도와주실 의향이 있으십니까?”
“쳇, 당연히 돕지. 전생자와 그만한 인연이 있는데 거절하는 건 말이 안 된다는 건 이해하고 있어.”
제천대성이 머리를 긁적이다가 말했다.
“상황설명 해주지. 정상적이라면 넌 일단 천계로 가야 해. 옥황상제의 칙령(勅令)은 그 자체로 강력한 언령이자 천계 최고원수의 동원령 (動員令)이다. 거부할 순 없어.”
“언령이라고요?”
“네게 왜 안 먹히는지 모르겠지만 보통 필멸자라면 방금 그 언령을 들은 순간 자기의지와 상관없이 천계의 소환에 응했을 거다. 나도 옥황 상제랑 싸울 때 칙령에 저항하는 게 골치 아팠거든. 역시 넌 특이한 놈이야.”
“음.”
“근데 안 먹혔다고 해서 강제력이 줄어든 것도 아니지. 이제 곧 천계 의 모든 전력이 찾아와서 널 잡아가려 할 거다. 왜냐하면 동원령이기 때문이지.”
그렇게 말하던 제천대성이 손가락으로 자기 목을 긋는 시늉을 했다.
“네 녀석 자살방법도 많이 익혔던 데 이 자리에서 편하게 죽는 거 추천한다. 빨리 죽어.”
“그 방법밖에 없을까요?”
“빨리 해. 이제 곧 쟁쟁한 투선들이 찾아오면 네가 자살할 틈도 안 날 거야. 특히 북두성군이 생사부를 써서 널 작살내려 하면 답도 없다.”
제천대성의 말은 냉정했지만 동시에 냉철했다. 확실히 내가 생각해도 지금 이 상황은 자살 외에는 답이 없는 것이다.
주위를 둘러보자 어느 새 제천대성이 불러낸 분신들은 사라져 있었고 동료들이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상황을 짐작한 듯한 천우진이 내게 말했다.
“망했군. 빨리 죽어라.”
“…좀 살아보라고 용기를 주면 안 되냐?”
“제기랄. 지금 무슨 난장판인지 짐작도 안 간단 말이다. 서왕모와 태허천존의 정체가 밝혀졌는데 천계에 어떤 혼란이 생기겠냐? 게다가 네가 알고 있던 모든 정보들은 하나같이 특급정보라서 무시할 수 있는 게 없어. 삼황오제도 이제 네가 전생자라는 걸 알고 있겠지. 대라신선들은 어떻게든 제천대성 도움으로 물리친다 해도 삼황오제의 사도가 널 잡으러 오면 어떻게 할 건데?”
“으….”
“외통수야. 이 자리에 제갈사가 있었다 해도 똑같이 말했을 거다. 저기 제갈부 표정 굳어진 거 보이냐? 그냥 죽어.”
천우진의 말을 듣고 동료들의 안색을 보자 하나같이 납빛이 되어 있었다.
이 상황에서 내가 더 살아봤자 희망이 없다는 걸 납득한 얼굴이었다. 나는 제갈부를 쳐다보았는데 제갈부가 한숨을 쉬었다.
“…살아서 이득 볼 게 없는 건 아니지만…, 너무 큰 모험. 죽는 게 옳다.”
“역시 그렇냐….”
“반대로 묻고 싶군. 너도 지금 절망적인 상황이란 걸 이해했을 텐데도 섣불리 죽으려 하지 않는 이유가 뭐냐? 네게 뭔가 생각이 있는 것 같다만.”
나는 천천히 제갈부를 응시하다가 입을 열었다.
“난 천계로 가서 옥황상제를 만나 볼 거야. 놈의 정체를 알아내고 나서 죽겠어.”
제갈부가 아연실색했다.
“우책이다! 승산이 1푼도 되지 않는 모험을 택하겠다는 말이냐? 영겁토록 봉인되고 고문당할 확률이 몇 백 배나 높아.”
“…그래도 하겠어. 난 아직 이번 생을 포기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 해.”
“…….”
진소청이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다가 말했다.
“그것도 전생자의 감이라는 거요?”
“그렇소."
“섣부른 선택이 아니오? 백웅 당신의 [숙적]이 전생의 굴레를 타고 오는 위기에 초조함을 느껴서 섣부른 선택을 하는 게 아니라고 확실하게 대답할 수 있소?”
진소청의 말은 예리했다. 확실히 그 초조함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확고하게 신념을 가진 채 말했다.
“난… 옥황상제가 일부러 칙령을 내린 이유가 다른 데 있다고 생각하오. 놈이 날 잡아갈 거라면 문답무용으로 투선만 잔뜩 보내도 될 터, 일차적으로 권유에 가까운 명령을 내린 건…, 천계가 일방적인 우위가 아니라는 뜻. 나는 그 미세한 빈틈에 승산이 있을 거라는 예감이 들었소.”
이대로 패배를 인정하고 죽기에는 석연치 않다.
그래서 모험을 걸어보는 것이다. 왠지 이 빈틈에는 중대한 의미가 있을 것 같았기에.
“그렇군. 단지 감 뿐만은 아니란 걸 이해했고, 뭘 노리는지는 알겠소. 그러나 그 틈은 말 그대로 실낱같은 틈…. 그저 옥황상제나 그를 조종하는 흑막의 변덕에 불과할지도 모르오. 그래도 모험을 하겠단 말이오? 사막에서 바늘을 찾는 것과 다름이 없소.”
“난 제갈사에게서 얻은 자살법을 믿소. 그 어떤 존재가 날 강제하려 해도 자살할 수 있을 거요.”
“…그렇게까지 생각한다면 말리지 않겠소.”
진소청은 내 의지대로 하라는 듯 물러섰다. 그리고 나는 순어구를 써서 본진에서 모종의 작업을 하고 있던 제갈사에게 현재 상황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제갈사는 따로 할 일이 있었기에 화요를 찾으러 같이 오지 않았던 것이다.
제갈사가 순어구 너머로 말했다.
[안 말린다. 알아서 해라.]
[화난 거냐?]
[글쎄. 전생자가 자기 죽음을 택하겠다는데 책사가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겠나? 네가 노리는 건 알겠으니 충고만 한 마디 해주마.]
[어떤 충고.]
[판이 커지면 커질수록 너는 도리어 안전해질 수도 있다. 상황에 따라서 이 법칙을 잘 응용해라.]
[알았어.]
제갈사의 말은 모순적이었지만 사실 내가 전생을 하면서 깨달은 요령이기도 했다. 나는 전생자도 아니면서 그걸 체득하고 응용할 수 있는 제갈사의 천재성이 놀라웠고, 동시에 이 충고가 쓸모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천대성은 한숨을 쉬더니 내게 화요를 다시 던져 줬다.
“하아. 이거 받아라. 내가 갖고 있으면 어차피 서왕모나 옥황상제가 구실을 만들어서 금방 뺏을 테니까, 긴히 쓰라고.”
내가 화요를 건네받자 제천대성이 말했다.
“정 그렇다면 다른 놈들이 끼어들면 복잡하니 내가 너를 압송해서 천계에 데려가는 식으로 하자. 적어도 옥황상제 면전에 갈 때까지는 내가 널 지켜줄 수 있다.”
“알겠습니다.”
“옥황상제 면전에서부터는 나도 책임 못 진다. 그가 널 죽이려 하면 지켜줄 자신 없어.”
“…….”
“사어의 좌가 실종되었다 하지만…, 옥황상제가 어쩌면 직접 나올 지도.”
제천대성이 저렇게 자신 없는 소리를 할 때는 거의 없었다. 그의 말로는 옥황상제 또한 엄청난 강자로써, 제천대성이 그를 이긴 건 운에 가까웠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옥황상제의 어전에서 도열한 수많은 대라신선들이 옥황상제와 함께 동시에 덤벼오면 아무리 제천대성이라도 상대하는 게 무리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모든 걸 각오하고 가는 것이다.
‘난 할 수 있어!’
나는 이를 악물었다.
“갑시다.”
“좋아. 어디 깽판 한 번 쳐보라고.”
우웅
나는 제천대성의 근두운 위에 탔다. 제천대성은 갑자기 자신의 품속에서 웬 빛나는 금빛 고리를 꺼내더니 내게 휘둘렀다.
쩌정!
그러더니 금빛 광채가 흐르더니 웬 금빛 고리가 내 팔과 허리를 원형으로 묶어버리고 말았다. 이게 무슨 술법인가 싶어서 그를 쳐다보자 제천대성이 말했다.
“임무 중에만 내가 쓰는 속박보패 인 긴고아(緊箍兒)다. 묶어둔 척 하기에 좋지. 때가 되면 바로 풀어 주마.”
“이런 건 전생하면서 한 번도 쓰시는 걸 못 봤는데….”
“내가 이 보패를 싫어해서 그래. 난 가능하면 이걸 쓰지 않아. 쓰기도 싫고!”
“……?”
“쳇. 사정은 가면서 설명해 주마.”
우웅
나는 제천대성과 함께 근두운을 타고 엄청난 속도로 지상을 떠서 천공을 향해 쇄도했다. 근두운은 어찌나 빠른지 순식간에 대륙이 점으로 보이고, 천공과 우주가 맞닿은 어둠이 느껴질 정도였다. 쐐액하는 소리와 함께 근두운이 지상의 한 점으로 내리꽂혔고, 다음 순간 차원(次元)이 뒤집히면서 형형색색의 경계를 통과 하는 게 느껴졌다.
제천대성은 근두운을 타고 가며 말했다.
“그 긴고아는 삼장법사한테서 받은 거다.”
“삼장법사라면 팔부신중 천인(天人)을 말씀하시는 거군요.”
“그래.”
잠시 침묵하던 제천대성이 말했다.
“천축으로 함께 가던 중 삼장한테 속아서 긴고아를 내 머리에 쓴 적이 있지.”
“……?!”
“칠일 밤낮동안 긴고아 때문에 머리가 터져나가는 걸 참으면서 놈과 피터지게 싸웠다. 그리고 삼장 놈이 질려서 긴고아를 해제하고 나와 휴전했지. 그리고 놈은 긴고아를 내게 줘 버렸다.”
“그랬군요.”
“이후로 공무수행 중에 종종 쓸 만해서 갖고 다니긴 하지만 쓰기 싫어서 잘 안 써. 애초에 이건 상대의 전투의지가 없는 상태에서만 씌울 수 있고, 전투용으로 쓰기도 힘든 보패라서.”
게다가 자신을 함정에 빠뜨린 보패라면 제천대성의 자존심상 쓰기 싫을 게 분명했다. 지금까지 전생하는 도중에 긴고아를 못 본 것도 당연했다. 내가 사정을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이고 있자 제천대성이 말했다.
“당나라 때 삼장법사랑 왜 같이 다녔는지는 나한테 안 물어보냐?”
“그게…, 말해주시기 전까진 참으려…, 쿨럭!!”
나는 갑자기 몸이 악화되는 걸 느끼고 피를 토해냈다. 역시 아까 제천대성한테 당한 일격이 너무 치명적이라서 내공으로 때우는 게 한계가 찾아온 것이다. 내가 죽으려 하자 제천대성이 쯧 하는 소리를 내더니 말했다.
“어쩔 수 없군. 변명은 내가 할 테니까 일단 구천현녀한테 가서 치료하자. 시해지술 아니면 천도(天桃)로 치료할 수밖에 없는데, 지금 서왕모의 정원으로 갈 여유가 없군."
“헉…, 헉…. 그래도…, 괜찮습니까?”
“어차피 깽판이 나 버렸는데 무슨 상관이야. 그녀가 뭘하고 있을지도 궁금하군.”
위이잉!!
잠시 후 근두운이 완전히 차원의 경계를 넘었고 나는 제천대성과 함께 구천현녀가 거처하는 백릉산(白綾山)에 도착했다. 그리고 백릉산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놀라운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오오오오오 -
[붙잡아라!]
[저 놈을 완전히 소멸시켜 버려라!!]
수많은 신선들이 무려 이십여 명이나 떼 지어서 무언가 진을 발동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하나같이 상당한 고위급 신선인지 강력한 주술을 발동하는 중이었는데, 그들이 원형(圓形)으로 진을 이룬 한가운데에는 익숙한 자가 속박당해 있었다.
[크아악…! 너희 따위…, 잔챙이들이!!]
[닥쳐라 사악한 선인이여!!]
[우리 동문을 암살한 사악한 금오도의 십천군을 영겁토록 소멸시켜라!]
술법진에 갇혀있는 건 바로 요천군(妖天君)!
금오십천군의 일인이자 상당한 강자로써 전생하면서 몇 번이나 마주 친 적이 있었다. 아무래도 그는 허를 찔려서 단숨에 구천현녀의 제자 뻘 되는 수많은 지선(地仙)들에게 포위당한 모양이었다. 나는 요천군을 묶고 있는 술법을 주의 깊게 보며 흠칫했다.
‘시해지술!!’
구천현녀가 쓰는 걸 몇 번이나 봤기에 시해지술 특유의 백광과 문양을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구천현녀에게서 배운 시해지술의 힘을 합쳐서 자신들보다 실력이 위인 요천군을 붙잡은 모양이었다. 요천군의 십절진이 깨진 흔적이 사방에 유리처럼 흩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들 중 한 명이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더니 말했다.
“백웅!! 엄청난 짓을 저질렀구려.”
“망량!”
망량 또한 구천현녀의 제자인지라 백릉산에서 함께 요천군을 때려잡는 중이었다. 그것도 제자들 중에서 현저히 실력이 높은지 제일 앞에서 요천군을 압박 중이었다. 망량은 잠시 안타까운 눈으로 날 쳐다보다가, 마치 말의 고삐를 당기는 듯한 자세를 취하며 외쳤다.
“시해지술로 이놈의 사지를 찢어버린 후 당신과 얘기하겠소!!”
[크아아아…! 네놈들 따위가!]
“닥치고 죽어서 속죄하라!”
퍼버벅
잠시 후 요천군의 전신에 걸려 있던 시해지술의 밧줄 수십 개가 동시에 당겨졌고, 요천군은 전신사지에서 시꺼먼 피를 쏟아내면서 해체 당했다. 구천현녀의 제자들은 속 시원한 듯 껄껄 웃었다.
[하하하.]
[포를 떠 버리자.]
[맛이 어떠냐.]
십천군을 찢어버린 망량은 내게 다가와서 말했다.
“천계는 지금 아수라장이오. 우리 는 구천현녀께서 즉시 시해지술로 모습을 드러내게 만든 요천군을 때려잡은 참이고, 현녀께서는 서왕모를 죽이러 가셨소.”
“…….”
정말 아수라장이다. 구천현녀는 자기 제자를 그 동안 암살해 온 요천군을 찢어죽일 것을 제자에게 명해 놓고는, 본인은 서왕모를 박살내러 가버린 듯 했다. 나는 황당해서 망량에게 말했다.
“그게 되오? 구천현녀 또한 강하지만…, 서왕모의 진짜 정체를 그녀도 알잖소.”
“현녀께서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서왕모만이라도 이 천계에서 지워버리려 하시는 듯하오. 뭔가 그 분의 심경변화가 일어난 것 같은 데…, 어쩌면 당신의 전생기억 속에서 나름대로의 단서를 얻었을지도 모르오.”
동귀어진!
구천현녀가 단숨에 극단적인 계책을 택하자 나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리고 망량은 내게 손을 뻗었는데, 그의 시해지술이 내 몸에 닿자마자 나는 전신이 완전히 회복 되는 걸 느꼈다. 심지어 기력마저도 완전히 회복된 것이다.
“헉…! 이렇게 간단히.”
“그동안 실력이 늘었소.”
“…….”
실력이 늘었다 할 수준이 아니다. 내가 볼 때 망량의 현재 실력은 십천군 중 하나와 대등할지도 모른다. 시해지술을 직접 강신해서 써봤던 나였기에 망량의 시해지술 성취를 육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기에 알 수 있었다.
‘망량, 강해졌구나….’
망량이 말했다.
“그리고 천계십이대선은 옥황상제의 칙령에 따라 모두 천궁(天宮)으로 향했고, 서왕모 또한 천궁으로 간 것으로 짐작되오.”
“구천현녀도 천궁으로 갔단 말이구려.”
“그렇소. 그리고… 팔부신중이 천계에 쳐들어온 것 같소.”
“뭐라고?!”
“천계 외곽에서 투선들이 팔부신중과 싸우고 있다는 보고를 들었소. 의문의 존재도 함께 와 있고….”
“……”
“또한 항우가 자신의 거처에서 탈주했소. 목적지는 불명이오.”
난장판이다….
내가 입을 벌리고 있자 망량이 말했다.
“백웅…, 이래도 옥황상제를 보러 갈 거요? 아무리 생각해도 미친 짓이오….”
망량마저 나를 말릴 정도….
나는 순간적으로 두려움이 들었다. 이 정도 상황이면 정말 자살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나는 그래도 외쳤다.
“가겠소!”
이렇게 된 이상 옥황상제 면상이라도 보고 말 테다!
여기서 꺾이면 아무것도 되지 않을 테니!
“좋소. 같이 갑시다.”
나는 이윽고 망량, 제천대성과 함께 천궁으로 향했다.
그리고 천궁의 어전 내부로 들어가는 동안 천계의 경비병들이 몇몇 보였고 신장(神將)들도 보였으나, 그들은 내 몸을 묶고 있는 긴고아를 보자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았다. 두 사람과 함께 천궁어전으로 들어 가는 순간이었다.
[왔군…, 전생자여.]
좌우에 도열해 있는 천계의 위대한 신선들.
천계의 십이대선은 물론이고, 각지의 이름 있는 대라신선은 모두 도열해 있었으며, 중앙의 좌(座)에는 얼굴이 금빛으로 빛나고 있는 제위(帝位)의 소유자가 앉아 있었다. 또한 그의 좌측에는 서왕모가 서 있었고 우측에는 태허천존이 서 있었다.
옥황상제(玉皇上帝)는 나를 보자마자 말했다.
[도망치거나 자살할 줄 알았건만, 의외구나….]
“당신이 날 부른 목적이 궁금해서 왔소.”
[담대하군…. 하긴 전생자이니….]
뭔가 흡족한 듯 중얼거리던 옥황상제의 입에서 잠시 후 충격적인 말이 흘러나왔다.
[그대, 옥황상제가 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