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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공가향(眞空家鄕)
나는 멍청한 표정을 지었다.
" ......?"
이게 무슨 소리지?
아니... 아니야. 무슨 말인지는 알고 있어. 하지만, 정말로 인정하기 싫은 경우라서 도저히 생각조차 하기 싫을 뿐이야. 외면하고 싶은 것 뿐이다.
' 크으윽!!'
설마 가장 우려했던 상황에 놓이다니!
나는 짧은 순간에 정수리에서 꼬리뼈까지 스치고 지나가는 짜증과 불쾌감에 몸서리쳤다. 그러나 이내 그 기분에서 벗어나서 회복하고는 마음을 정리하고는 대꾸했다.
" 정말이냐? 누구지?"
제갈사가 저 정도로 확언했다면 이미 사실일 것이다. 그렇다면 남은 건 현실을 인정하고 그 대책을 세우는 것 뿐이다. 내가 침착함을 되찾자 제갈사는 묘한 표정을 지으며 능글맞게 말했다.
" 정말 들을 준비는 되어 있냐? 크크."
" 물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결연하게 말했다.
" 그 작자와 수천 번 죽고 죽인다 하더라도 반드시 결판을 내고 말겠다!"
만일 내 전생에 끼어든 자가 존재한다면, 그 또한 전생자(轉生者)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전생자끼리의 싸움은 결코 한두번의 싸움으로 결판나지 않을 게 분명했다. 서로 죽고 죽이면서 마치 아귀지옥같은 어둠에 빠져들겠지만 그래도 결코 포기해서는 안될 싸움이 될 것이다. 내가 현실을 직시하려 하는 태도를 알아차렸는지 제갈사는 씩 웃고는 말했다.
" 태도는 좋군."
나는 제갈사를 재촉했다.
" 빨리 말해 줘. 지금 바깥 상태는 그리 좋지 않아서 빨리 지원을 해 줘야 해."
내가 떠나올 때만 해도 아군이 팽조를 몰아붙이는 모양새였으나 결코 이대로 이길 수는 없을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해방칠요를 갖고있는 적이 상대이므로 비장의 한 수를 갖고 있을 것이고 아군은 큰 피해를 입게 될 게 분명했다. 동료들이 죽는 걸 막으려면 서둘러 움직여야 했으므로 나는 마음이 급했다.
제갈사가 어깨를 으쓱하고는 말했다.
" 사실 몰라."
" 뭐? 모른다고?"
" 그래. 누가 끼어든건 확실하지만 아직 그게 누군지는 특정짓지 못했어. 절반의 성공이자 절반의 실패인 셈이지."
" 그게 무슨..."
내가 황당해하자 제갈사의 말이 이어졌다.
" 자세한 건 좀 있다 얘기해 주지. 일단 팽조를 없애기 전에 챙길 게 있으니까 날 따라와."
스스스
제갈사는 호문클루스의 몸뚱이를 움직여서 어디론가 이동했다. 그리고 이동하는 제갈사에게 슬그머니 함선의 외벽에 있던 촉수덩어리들이 공격해 왔으나 나는 검뢰로 모든 촉수를 베어버리고 점액들을 음신지력으로 밀어내 버렸다. 내가 손쉽게 제갈사를 호위하자 제갈사가 말했다.
" 이 안에 필요한 게 있다."
아까 제갈사가 갇혀있었던 것 같은 강력한 결계문이다.
콰광
나는 아까같은 방식으로 음신지력을 모아서 문을 부쉈고, 내부 풍경과 함께 역한 악취에 인상을 찌푸렸다. 마치 토사물과 같은 녹색 괴물의 시체들과 점액덩어리, 촉수, 혹은 빨판 따위가 여기저기에 널려있는 끔찍한 광경이었으며 여기저기에 인간의 몸조각도 보였다. 악몽을 구현화한 듯한 실내를 두리번거리자 제갈사가 말했다.
" 바로 이거야."
" 이건... 설마!"
나는 사람의 몸뚱이만한 크기의 번데기를 발견하고는 두 눈을 부릅떴다. 지금껏 전생하면서 숱하게 보아왔던 놈들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 정체를 외쳤다.
" 흉신의 후예!"
" 맞았어. 정확하게는 흉신의 후예로 변이하기 위한 '축복'을 받은 번데기들이지."
" 인간을 이렇게 바꾼 건가?"
" 십중팔구는. 아마 이 남해에 살고 있던 인간들이겠지."
틀림없다. 대뢰옥에 갇혀있던 죄수들을 인위적으로 황궁측이 마법으로 변이시켰던 그 번데기!
나는 전생하면서 계속해서 번데기들을 구출해서 내 목갑에 넣었고 부화하지 못하게 했었다. 종종 제갈사가 이 번데기들을 전력으로 쓰거나 제물로 바치자고 제안했었지만 본래는 인간이었기에 모두 거부했던 것이다.
" ... 어째서 이게 여기에."
나는 넋을 잃고 번데기를 만졌다.
' 크기는... 대뢰옥에 있던 것보다 머리 하나만큼 더 큰가.'
그러자 따뜻한 감촉과 함께 안에서 두근거리는 맥동이 느껴졌고 나는 약간의 혐오감을 느끼며 손을 뗐다. 다른 '번데기'를 만졌을 때는 이렇게 선명한 생명력은 느껴지지 않았고 딱딱하기만 했기 때문이다. 내가 놀라는 반응을 보이자 제갈사가 희미하게 웃었다.
" 차이점을 알겠나?"
" 이것들... 부화하기 직전인가."
" 맞았어. 네가 전생하고 난 직후의 대뢰옥 번데기들은 아직 초기단계의 변이라서 상당한 의식과 공물관리가 필요했지. 축복을 버텨내서 새까매졌던 성공작들도 최소 몇 년의 시간이 필요했어. 그러나 여기의 번데기들은 가만 놔둬도 사흘 내로 부화하게 된다."
" ......"
번데기의 숫자는 최소한 10여체 이상이다. 과거 내 전생에서 악몽처럼 강력했던 나인교주(螺湮敎主) 또한 거신족의 후예 서문혜의 몸을 빌린 흉신의 후예였다는 걸 감안해보면, 이 번데기들이 깨어나면 엄청난 재앙을 불러올 게 분명했다.
' 흉신의 후예는 우주적으로 봐도 강력한 종족. 인간과는 그 가능성을 비교하는 것조차 무례한 수준이다...'
태어나자마자 이 번데기 하나하나가 대라신선급의 힘을 지닐지도 모른다.
내가 굳은 얼굴로 번데기를 쳐다보고 있자 제갈사가 말했다.
" 네가 목갑에 대뢰옥의 번데기들을 다 집어넣은 후 반천맹이 십여 년간 지속적으로 황궁의 음모를 분쇄해왔기에 놈들은 따로 흉신에게 공양하는 의식을 진행하지 못했어. 여기 놈들은 별개야. 이렇게 강력한 마법, 그것도 흉신계열을 쓸 수 있는 마도사는 그리 많지 않지."
"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거냐?"
" 감이 안 오나? 서방에서 직접 팽조가 찾아왔고, 놈이 삼황오제의 간섭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이유, 그리고 여기 축복받은 번데기들이 다 이어지잖나."
" ... 설마."
나는 경악한 눈으로 제갈사를 쳐다보며 외쳤다.
" 흉신?!"
" 정답. 내 뇌만 둥둥 떠 있을 때 팽조놈의 얘기를 들었으니 확실해. 이 번데기들은 팽조가 흉신에게서 직접 가호를 전수받아서 만들어낸 속성 번데기들이다."
" 말도 안돼! 그 놈은 종말과 계시를 기다리며 바닷속에 잠들어있잖아!"
내가 외치자 제갈사가 고개를 저었다.
" 충분히 가능한 일이야."
" 어째서?!"
" 흉신은 수저도시에 보호받는 다른 마신들과 달리 완전히 잠든 상태가 아니야. 반쯤 잠든 상태이면서 반쯤 깨있는 상태지. 지금까지도 세상에 원한다면 종종 영향력을 뻗칠 수 있다는 걸 전생하면서 느끼지 않았나? 게다가 놈은 확실한 이득이 있다면 기면상태를 풀고 언제든 나설 준비가 되어있지."
" ......!!"
" 하물며 칠요 중 하나를 획득하고 서방의 기술력이 동방보다 크게 앞서있는 상태. 동방침략의 선봉장을 자처한 팽조에게 흉신이 도움을 줄 가능성은 차고 넘치지."
" ......"
" 다시 말하자면, 이번 삶에서 네가 없애야 할 최종적수는 흉신이 된 셈이겠군. 삼황오제조차 섣불리 공격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지배자가 적으로 등장한 거다."
말도 안 돼.
왜 갑자기 난이도가 이렇게...?
' 난 무술수련만 했는데!'
내가 할 말을 잃자 제갈사가 말을 이었다.
" ... 물론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야. 이번 삶에서 넌 최대한 세상에 나서지 않았고 반천맹에 소속된 나와 다른 동료들이 모든 변인을 통제하려고 노력했다. 현재 무림에 백웅이라는 이름을 알고 있는 자는 거의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는데 난데없이 서방의 봉인이 깨지고 팽조와 흉신이 동방을 침략해버린 거지."
나는 제갈사가 말하려는 걸 눈치챘다.
" 바로 그게 변인(變因)이 존재한다는 증거인 건가? 그리고 그 변인이 나 이외의 전생자인 거고?"
" 그래. 난 팽조의 배후에 그 변인이 존재한다고 확신하고 그 자리에서 팽조의 인질이 되길 자처한 거다. 보다시피 언제든 이혼대법으로 몸을 빼낼 자신감이 있었으니까."
" 음, 설마 팽조놈이 내 전생에..."
내가 곤혹스러운 얼굴로 말하자 제갈사가 근처의 촉수 벽에 몸을 기댔다. 촉수들이 살아있는 듯 꿈틀거렸으나 전혀 공격받을 걱정은 하지 않는 듯 했다. 아마 호문클루스 자체가 촉수에게 공격 받지 않는 성격이 있기 때문이리라.
" 그럴 리가. 팽조는 네 전생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로의 팽조였다. 놈은 창힐이 소멸한 후 떠돌이가 된 팔부신중 아수라를 고용해서 그 힘을 빌려 금요를 얻어낸 후 흉신의 부하로 들어갔을 뿐이야."
" 아..."
" 애초에 놈이 전생에 끼어든 놈이었다면 이렇게 요란법석을 떨면서 쳐들어오진 않았겠지. 그 대신 은인자중하면서 백웅 너를 확실히 봉인해버릴 힘과 정보를 얻은 후 나섰겠지? 이렇게 요란스럽다는 게 놈이 전생자가 아니라는 증거야."
" 그렇군."
" 다만 놈의 이야기 중에 조금 걸리는 게 있긴 했다."
" 걸리는 거? 설마 창힐의 난데없는 소멸인가?"
" 그래. 그것도 있지만 또 하나가 있었는데..."
제갈사는 인상을 찌푸렸다.
" ... 별자리가 달라졌다."
" 무슨 소리야?"
" 팽조가 금요의 성지 팔리아스를 쉽게 함락시킨 이유는 단순히 팔부신중 아수라의 힘이 더해졌기 때문은 아니다. 본디 강력한 힘으로 수호받고 있던 요새가 성좌(星座)의 마력(魔力)이 강력해지고 운행이 달라지면서 맥을 못추고 약해졌기 때문이었다고 하더군."
" 음... 성좌..."
" 지금 이 세계를 흐르는 성좌의 운행은 완전히 달라졌어. 이유는 모르겠지만, 비교적 최근의 일인 것 같다. 팽조의 말로는 웬만한 [옛 지배자]도 그 이유를 모른다 하더군."
" ......"
" 창힐의 난데없는 소멸이 팔부신중 아수라의 행방을 달라지게 만들어서 팽조를 도와주게 되었다고 해도 그게 전생에 누군가가 끼어들었다는 증거는 못 돼. 왜냐하면 창힐이 난데없이 소멸된 원인과 인과관계가 아직 없으니까. 하지만 별자리는 다르지..."
제갈사가 눈을 빛냈다.
" 성좌의 운행이 바뀐 일은 전례없던 이변이다. 네가 전생했다고 해서 성좌의 운행이 바뀐 적은 없잖아? 또한 이는 [옛 지배자]들조차 알지 못하는 이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옛 지배자]조차 모르는 영역은... 네가 지니고 있는 전생능력의 영역이 아닌가?"
" 으음."
" 네 전생능력에 끼어든 자는 분명히 존재해. 단언할 수 있다."
그게 바로 '증거'인 건가.
나는 제갈사의 능력에 내심 감탄했다. 그런 가능성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그는 몸이 분해되고 고문당하는 걸 감수하면서 적지에 잠입해서 소중한 정보를 모아서 추론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그가 없었다면 나는 전혀 감도 잡지 못하고 몇 번의 생이고 휘둘리다가 뒤통수를 맞았으리라.
" 하지만 아직 그 성좌를 뒤바꾼 존재는 누구인지 모르겠어. 직접 팽조에게 간섭한 게 아니라 여러 번의 인과관계를 거쳤기 때문이지."
" 그래서 '모른다'고 한 거군."
"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슬슬 나가서 팽조를 잡아서 족칠 때가 왔다."
제갈사가 벽에서 등을 떼며 걸어갔다.
" 팽조를 고문해서라도 놈이 알고있는 모든 걸 알아내야 최악의 위협을 찾아내서 제거할 수 있을 것이다."
" 알았어."
" 나가기 전에 여기 번데기들을 모두 수습해서 목갑에 넣고, 뒤쪽의 결계를 한번 더 부숴라. 거기에 팽조가 훔친 천계의 도난보패들이 있다."
" 아하!"
나는 제갈사의 말대로 했다.
' 24번째 생에서 한 번 얻어봤던 것들이군!'
그리고 도난보패 중에서 청운검(靑雲劍)과 화호초(花狐貂)를 꺼냈다. 청운검은 검의 형태라서 즉시 내가 쓰던 철검을 대체할 수 있었고 화호초 또한 이전의 생에서 대충 사용방법을 알고 있었으며 평상시에는 조각상의 형태를 하고 있었다. 제갈사가 킬킬 웃었다.
" 쓸 수 있겠지?"
" 물론!"
나는 냉큼 대답하고는 쏘아지듯 청운검을 들고 검뢰와 함께 밖으로 뛰쳐나갔다.
쿠콰콰쾅!!
끼이이잉 -
어검술과 무공술을 동시에 펼쳐서 하늘에 뜨자 손에 들려있는 청운검이 마구잡이로 소리를 내면서 울었다. 고대의 보패는 사용법이 까다로운데다가 주인으로 잘 인정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24번째 생에서 고대의 보패들을 얻고도 거의 사용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달랐다.
나는 내면에서 음신지력을 끌어올리며 화안금정을 부라렸다.
[ 닥쳐!! 넌 내 것이다!]
그 순간, 청운검의 진동이 멈추고는 검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 ... 전욱의 후예시여... 인정하겠습니다... 크으으... 그러니 제발 신의 힘을 멈춰 주십시오.]
청운검의 정령이 내게 말을 거는 듯 했다. 아무래도 검에 음신지력을 흘려보내니 보패의 정령이 각성함과 동시에 음신지력 때문에 고통을 느끼는 모양이다.
역시 그 동안 쌓여온 음신지력이 꽤 되기 때문인 걸까?
이젠 고대의 보패조차도 내 말을 함부로 거역할 수 없는 듯 했다.
나는 청운검에게 퉁명스럽게 말했다.
[ 어차피 널 써서 싸우려면 검에 음신지력을 깃들여야 하는데 어떻게 하라고?]
그러자 청운검이 급히 말했다.
[ 제... 제가 몇 배로 열심히 싸우겠습니다. 그러니까 제발...]
나는 심드렁하게 말했다.
[ 싫어~ 내가 왜...]
[ 정 그러시다면 제 손잡이 위에 청색의 옥(玉)이 있으니 거기로 힘을 넣어 주십시오... 그러면 제가 그 힘으로 열심히 싸우겠습니다 제발...]
[ 뭐 그러지.]
우웅!!
나는 청운검의 말대로 청운검 손잡이 위에 박혀있는 청색 옥에 음신지력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청운검에서 청광이 일어나더니 난데없이 내가 만들어낸 검강이 열 배나 되는 크기가 되었다! 청운검이 스스로를 강화할 수 있다는 말은 거짓이 아니었던 것이다.
' 호오!'
이거 쓸 만 한데?
나는 동시에 화호초에도 음신지력을 주입시켜서 화호초의 정령을 각성시켰다. 마치 돌고래처럼 생긴 화호초의 정령 또한 비명을 지르더니 외쳤다.
[ 꺄갸갸갹!! 그만 괴롭혀!!]
[ 싫어~]
화호초의 정령이 몸을 뒤틀다가 외쳤다.
[ 제길! 누구를 공격할 생각인가? 내가 알아서 그 놈을 공격해 주마! 음신지력은 제발 거둬다오!!]
[ 저기 희게 빛나는 구슬을 들고 있는 놈과 날개달린 놈이다.]
[ 알았다!!]
[ 빨리 가.]
[ 알았...]
[ 내가 너의 주인 맞지?]
화호초가 짜증스럽게 외쳤다.
[ 맞다! 더러운 새끼야!]
다음 순간, 신화시대의 보패인 화호초가 하늘을 뒤덮을 만큼 거대한 괴생물체의 몸뚱이를 드러내더니 금요에서 소환된 날개달린 존재를 공격해 갔다. 날개달린 금빛의 존재는 흠칫 놀라더니 화호초에 금창을 소환해서 날렸는데, 화호초는 몇 방을 맞고 몸을 뒤트는 것 같더니 이내 몸집으로 덮치듯이 공격했다.
쿠콰콰쾅
콰과광
바다가 크게 굉음을 내며 사방천지에 파도가 몰아쳤다. 화호초가 금빛 존재를 물고 바다 밑으로 잠수해버렸기 때문이었다.
' 좋았어!'
파밧
나는 동시에 청운검을 들고 장내로 달려들어서 백련교주와 삼대 호법사자의 협공을 받고 있던 팽조에게로 쇄도했다. 팽조는 힐끔 나를 쳐다보더니 내가 절대지경이 아니라고 판단한 듯 여유로운 기색이었는데, 이내 내 손에 들려있는 청운검이 엄청난 청광(靑光)을 내뿜는 걸 보자 안색이 달라졌다.
[ 아, 아니 네놈 어떻게 청운검을...]
" 이야압!!"
쉬칵!!
다음 순간 나는 방심한 팽조의 왼쪽 손목을 베어서 날려버렸다. 음신지력으로 강화된 청운검의 힘에 검뢰지경이 합쳐진 덕분이었다. 팽조가 황망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나는 씨익 웃었다.
" 깔끔하게 목만 베어 주마, 팽조!"
팔괘자수선의도 내가 써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