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9====================
진공가향(眞空家鄕)
팔부신중 아수라, 동시에 천축무림의 절대자인 파순은 실로 막강한 존재였다. 과거 내가 흉신의 주문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치명타를 입지 않고 2차 변신으로 회복했으며, 대라신선의 힘을 빌려도 이기기는커녕 버티기가 고작이었기 때문이다. 그 당시에 신공표가 합류해서 압도적인 술법으로 그를 해치우지 않았다면 나는 24회차 암천향에서 저 자에게 암살당해버렸으리라.
그렇기 때문에 나는 놈을 보자마자 생사결을 해볼만 하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놈 또한 절대경지에 오른 고수이기 때문이다. 물론 승산은 현저히 낮겠지만 애초에 난적에 도전하여 불가능한 깨달음을 손에 넣으려는 게 여동빈이 제시한 십연전의 시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제갈사의 계획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그저 참고 지켜보게 되었고, 마침 반천맹의 동맹군으로 합류한 백련교주가 호승심을 느껴 그와 싸우게 된 것이다.
‘어느 쪽이 이길까?’
아수라가 팔부신중의 힘을 드러낸다면 당연히 아수라가 이긴다. 놈은 팔부신중 중에서도 무력으로 손꼽히는 마왕급 존재라고 들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원영신의 힘을 쓰는 교주라고 해도 아수라의 본체를 이기는 건 지난한 일이다.
그러나 아수라는 굳이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않고 용병이라는 걸 강조했으며, 또한 인간의 신분인 파순을 강조했다. 그 말은 아수라가 본체를 드러낼 생각이 없다는 말이었고 이 일에 전력을 다할지 불명확하다는 뜻이었다.
팔부신중은 세상에 함부로 진짜 힘을 드러낼 수 없다. 왜냐하면 삼황오제가 늘 창힐을 찾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있기 때문에, 중원 땅에서 본신의 힘을 개방하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그 사실은 여동빈의 회상에서 야차가 변신하려고 하자 동료인 천인 삼장법사가 제지했던 사실에서 확인했었다.
그렇다면 문제는, 순수한 인간형태 파순의 무공과 교주를 비교했을 때 어느 쪽이 강한가이다. 이거야말로 여태껏 알 수 없었던 미지의 영역이었기에 나는 눈앞의 대결에 모든 안력을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절대지경의 전투는 보는 것만으로도 큰 공부가 되기 때문이다.
스파앗
파순의 왼팔이 일순간 사라졌다. 사라졌다고 생각한 순간 교주의 정면에 있던 공간이 갑자기 퍽 하는 소리와 함께 깨지는 게 보였다. 교주가 펼쳐두고 있던 압도적인 호신강기가 파순의 검력에 파괴된 것이었고, 교주는 아직도 손을 늘어뜨린 채 파순을 관찰하고 있었다. 마치 이 정도 공격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한 기색이었다.
“흐음.”
파순은 피식 웃더니 말했다.
“재밌군…. 내 공격을 한번 반격해 보겠단 말인가?”
[…….]
백련교주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으나 나는 파순의 말에서 첫 공방이 어떤 상황인지 알아챘다.
‘백련교주는 선공을 포기했어. 그리고 반격으로 싸움의 물꼬를 틀 생각이다.’
그렇게밖에 해석이 되지 않았다. 방금 전 파순이 펼친 일섬도 절대지경의 위력이었긴 했지만, 사실 감당이 안 될 정도는 아니었다. 파순도 상황을 알아보려고 가볍게 견제를 넣은 것이지만, 예상외로 교주의 행동이 방어적이란 걸 깨달은 것이리라. 이건 교주가 선제방어 후 반격을 하겠다는 전략으로밖에 읽히지 않는다.
하지만 왜?
나는 백련교주가 첫 수부터 극단적인 방어인 반격을 택한 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왜냐하면 백련교주에게는 절대선공권이나 다름없는 현겁의 기술이 있었으며, 현겁으로 상대를 범위에 넣는다면 상대적인 빠르기의 절대성으로 선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고수의 싸움에서도 선제공격으로 얻는 이득은 막대했기에 교주의 행동은 무학의 상리에서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반격이 이론상으로는 좋은 전략이지만, 결국 방어적인 기술이며 자칫하다가는 상대의 기세만 올려줄 수도 있었기에 나름대로의 위험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우우우
백련교주의 몸 주위에서 수십 개의 만다라가 솟아올랐다.
‘저건 틀림없이 심천무량!’
공방이 일체가 되며 원영신의 잠재력을 최대한으로 살릴 수 있는 궁극의 기술! 저걸 썼다는 건 초반부터 백련교주가 전력을 다한다는 의미가 분명했다. 그러나 심천무량으로 압도적인 공격력을 행사할 수 있음에도 백련교주는 여전히 공격하지 않았으며 만다라는 마치 견고한 성채처럼 그를 둘러싼 채 움직이지 않았다.
천지상하가 백련교주의 의지 하에 있다. 저 방어를 일 수에 무너뜨리는 건 천하의 그 어떤 고수도 무리다.
파순은 그 방어를 보더니 감탄성을 냈다.
“훌륭하군…. 아름다울 정도다.”
[들어오라.]
“그러지….”
파순의 표정은 약간 열의를 띈 것으로 변했다. 백련교주의 역량에 자극을 받고 있는 게 틀림없었고, 그의 눈빛에 흉광이 감돌면서 양쪽 손에 들려있던 검에 자색 기운이 번개처럼 솟아올랐다. 파순은 이윽고 예언하듯 말했다.
“삼 초.”
[…….]
“삼 초 후에 네 팔을 가져가지.”
도발적인 말이었으나 백련교주는 담담하게 대꾸했다.
[해 봐라.]
“간다.”
그리고 파순은 삼 보(三步)를 걸어 들어가며 일 초식을 펼쳤다. 양손에 들려있던 검이 마치 도법(刀法)처럼 휘둘러지며 종횡무진 실선 같은 도강(刀罡)을 흩뿌렸다.
자영환수도(紫影幻秀刀)
‘저건!!’
틀림없이 과거에 아수라의 절기인 적멸무극(寂滅無極)을 펼칠 때 함께 펼쳐지던 기술이다! 그 때 너무 강력한 공격이라서 6개의 절기를 제대로 관찰하지는 못했으나 분명히 그 형태는 기억이 났다.
‘역시 그는 적멸무극에 쓰이는 절기 하나하나를 개별로 펼칠 수도 있는 건가?’
자영환수도의 도법은 극히 빠르고 정묘했다. 내가 평생 보아왔던 그 어떤 도법보다 뛰어난 예법(藝法)이라고 단언할 수 있었고 아름다울 정도였다.
또한 저것 자체가 절대지경에 오른 기술인지 자광(紫光)을 내뿜는 자영환수도가 교차하는 지점에 엄청난 압력이 가해지는 게 멀리서도 느껴졌다. 그리고 수십 개로 분열하던 도광(刀光)이 갑자기 하나의 실선으로 합쳐지더니, 쌍영(雙影)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최초로 백련교주의 호신강기에 충돌했다.
꽈르릉!!
“……!!”
부서졌다!!
원영신의 무한의 공력으로 펼쳐지는 호신강기는 내가 펼치는 것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강력하고 견고했고, 하물며 지금은 만다라로 감싸고 있었는데도 철저하게 파괴된 것이다.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파괴력이었다.
그러나 백련교주는 이미 예상했다는 듯 그 빈자리에 또 다른 만다라를 채워 넣으며 손을 휘저어서 도리어 반격으로 돌아섰다. 아직 파순은 백련교주에게 털끝만큼도 직접 타격을 주지 못한 상태였다.
투두둥!!
만다라에서 휘광이 번뜩이더니 섬광이 파순이 서 있던 자리를 강타했다. 가히 빛의 속도라서 통상적인 신법이나 회피기술로는 그 반격을 피할 도리가 없었고, 하물며 파순은 막 공격절기를 펼친 직후라서 빈틈이 더욱 컸다.
파앗
그러나 파순은 그 순간 믿을 수 없는 행동을 했는데, 두 개의 검을 하늘로 내던진 것이다! 동시에 어디에 있었는지 허리춤에서 구불거리는 듯한 장검을 발검(拔劍)하며 절대지경의 무학을 재차 펼쳐냈다.
폭광누멸검(爆光漏滅劒)
주황빛 강기가 소용돌이치며 파순의 검극에서 뻗어나갔다. 그리고 폭광누멸검강이 만다라의 광선을 중화시키며 부드럽게 흘려내었고, 파순은 힘에 거스르지 않고 뒤로 쭉 밀려나더니 이번에는 마치 구름처럼 이동하는 보법으로 백련교주의 삼 보 앞으로 접근했다.
‘지근거리를 허용했다!’
게다가 파순은 무학의 강함만이 아니라 부드러움을 쓸 줄 안다! 나는 태극권을 수련해 왔기에 힘의 흐름 자체를 볼 수 있었고, 지금 파순은 강(强)의 절기인 폭광누멸검을 유(柔)로 운용하는데 성공했기에 엄청난 숙련도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꾸욱
어떻게 보아도 절세고수이며 무(武)의 종사(宗師)였기에 나는 관전하다가 손에 땀을 쥐었다. 단순히 파순이 힘으로 밀어붙였다면 이런 감정은 들지 않았겠지만 파순은 순수하게 자신의 기술을 정밀정확하게 사용하여 교주와 합을 나누고 있었다.
접근한 파순의 눈에서 기광(奇光)이 흐르더니 가공할 기운이 그의 양 팔에 맺혔다.
월아영상패룡파(月牙永狀覇龍波)!!
쌍장에서 시퍼런 용이 꿈틀거리더니 교주의 만다라를 정면으로 강타했다. 이번에는 큰 소리가 나지 않았는데, 왜냐하면 쌍룡(雙龍)이 비천(飛天)의 기세로 교주를 통째로 뒤로 날려버렸기 때문이다.
쩌저정
만다라가 유리처럼 깨어진다. 교주는 마치 화살처럼 뒤로 밀려나더니 이내 건물에 부딪혔다.
쿠구궁…!!
“교주!!”
뒤에서 한백령이 크게 외쳤다. 뿐 만 아니라 다른 호법사자들도 경악 한 듯 눈앞의 광경을 믿지 못하는 기색이었다. 설마 삼 초 만에 천하의 백련교주가 밀릴 것이라고 누가 생각했겠는가?!
그러나 백련교주를 건물로 날려버린 파순은 먼지더미를 보면서 입맛이 쓴 듯 고개를 저었다.
“…꽤 하는군.”
주르륵
다음 순간 파순의 입가에서 선혈이 한 줄기 흘렀고, 그와 동시에 먼지더미 속에서 교주가 새하얀 만다라의 구체에 둘러싸인 채 허공에 떠올랐다. 백련교주도 타격을 받은 듯, 어깨죽지가 크게 찢어져 있었다. 내상을 입은 파순이 비틀거리며 한 쪽 무릎을 꿇자 백련교주가 그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대는 4초를 썼다. 내 팔을 자르는데 집착하지 않았다면 내가 위험했겠지.]
“할 말이 없군.”
나는 그들의 마지막 격돌순간을 보았기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있었다. 예전에는 절대지경의 대결을 제대로 관찰할 수도 없었지만, 이젠 그 정도 역량이 되는 것이다.
‘월아영상패룡파가 만다라를 깨는 순간…, 파순은 다시 한 번 자영환수도를 전개했다.’
파순은 한 번에 여러 개의 절대지경 절기를 시전하는 게 가능했다. 그래서 교주에게 자신이 하나밖에 쓰지 못하는 것처럼 속이고는, 교주의 방어를 깨는 순간에 2개의 절기를 동시 시전한 것이다. 속셈은 물론 한 번의 격돌로 교주의 팔을 잘라버리는 것이었고, 그건 방금 전에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교주는 만다라가 깨지는 순간에 현겁을 발동했다!
그것이 바로 방금 전에 변수를 만들어낸 중대한 순간이었다.
‘파순이 역량을 감춘 것처럼, 교주 또한 비장의 순간까지 기술을 아껴 둔 것이다.’
현겁은 체감시간을 느리게 만들었다. 또한 팔을 자르러 날아오는 자영환수도강의 궤도를 기묘하게 꺾어 버렸고, 동시에 교주는 원영의 경지에서 수백 개나 되는 강기를 반격으로 내쏘았다. 파순은 전혀 예상치 못한 반격에 호흡을 잃어버렸기에 그대로라면 죽을 위기였으나 그는 재빨리 비천원기영옥(飛天元氣靈玉)을 전신에 펼쳐서 교주의 반격을 막아내었다.
여기까지가 방금 일어난 절대지경 끼리의 일전이었다. 결과는 당연히 교주의 판정승이었다. 교주는 월아영상패룡파가 덮쳐오기 직전에 만다라를 펼쳐서 재방어에 성공했기에 큰 타격이 없었으나 파순은 한 호흡이 늦었기에 비천원기영옥을 둘렀음에도 큰 내상을 입어버린 것이다.
우우우웅
백련교주는 수백 개의 만다라를 공명시키며 파순을 내려다보았다.
[과연 천축의 절대자라 할 만 하다. 그 힘에 경의를 표하여 전력을 다해 끝장내 주마.]
“…후후!”
[뭐가 웃기지?]
“즐거워서.”
파순은 웃음을 흘렸다.
“그래…, 백련교주여. 서로 전력을 다해보자.”
스으으으
파순의 몸에서 어둠이 흘러나왔다.
‘안 돼!’
나는 파순이 본체로 돌아가려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 모습을 보자 급히 백련교주에게 외쳤다.
“백련교주!! 위험합니다. 대결을 그만 두십시오!”
백련교주의 시선이 내 쪽으로 향했다. 나는 격렬하게 외쳤다.
“더 이상은 무인(武人)의 싸움이 아닙니다! 그는 제가 견제할 테니 뒤로 물러나십시오.”
[무슨 소리지?]
“그는 인간이 아닙니다! 마왕(魔王)입니다.”
[……!!]
백련교주는 흠칫하고 놀랐다. 그는 파순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어둠이 바로 순수한 혼돈이라는 걸 깨달은 듯 했다.
[그럼 얘기가 다르지.]
백련교주는 내 말에 동감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빠르게 뒤로 물러섰다. 또다시 경계태세로 들어가자 아까처럼 견고한 철벽같은 기운이 사방을 에워쌌다.
“…….”
파순은 내 경고에 백련교주가 물러서는 걸 보자 갑자기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인간이여. 왜 대결에 찬물을 끼얹는가?”
“당신이야말로 인외의 존재면서 무인인 척 인간세상 일에 끼어드는 게 어딨소!”
갑자기 정적이 감돌았다.
파순이 충격을 받은 듯한 표정으로 날 쳐다보았기 때문이다.
“…크크, 크하하하하!!”
갑자기 정적을 깨고 파순이 광소를 터뜨렸다. 그는 지금까지의 담담한 태도와 달리 상당히 분노한 기색으로 씹어뱉듯 말했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말을 하는군!! 인외의 존재는 무(武)를 추구하면 안 된다는 말이냐?”
매우 격렬한 분노!
내가 뭔가 잘못 판단한 건가?
내가 그의 반응에 어리둥절해하자 파순이 자신의 머리를 손으로 붙잡으며 안광을 흘렸다.
“좋아…. 나도 인간 파순은 끝이다! 나를 마왕으로 대한다면 거기에 걸맞게 싸워주마!”
쿠구구구
동시에 파순의 전신에서 아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혼돈의 폭풍이 몰아치며 그를 감싸는 게 보였다.
그가 아까 내뿜던 어둠은 장난 수준으로 느껴질 정도였고, 파순이 팔부신중 아수라의 본체를 진심으로 각성시키려 한다는 게 눈에 보였다.
‘아앗!’
나는 내가 어떤 실수를 했는지 깨달았다. 처음부터 파순은 용병으로 왔다고 했고, 자기 일이 아닌 일에 본체까지 드러낼 가능성이 낮았다. 게다가 무인의 자존심이 있는 이상 자기 이름을 건 약속에서 패했다고 해서 본체를 드러내는 것도 성격상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나는 그를 격동시켜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혀버리고 만 것이다.
나는 내가 왜 이런 실수를 했는지도 즉시 알 수 있었다. 차라리 모르고 있었다면 상관없었겠지만 전생능력으로 그가 팔부신중이라는 정보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관점에서만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과한 정보 때문에 생겨난 편견과 위기감 때문에 실수해버렸다!
아수라가 지니고 있던 무인으로서의 명예를 간과한 것이다.
이대로라면 팔부신중 본체와 본의 아니게 격전을 벌일 판이었다. 그리고 팔부신중 중에서도 강력하다는 아수라 본체라면 어쩌면 이번 상황의 최종목표인 팽조보다 훨씬 강력할 가능성이 높았다. 지금 아군의 전력으로는 승산이 결코 높지 않았다.
‘윽, 당황할 때가 아냐! 내가 저지른 실수는 내가 수습해야 해!’
나는 크게 당황하다가 급히 머리를 차갑게 가라앉히고는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그리고 파순이 인간의 모습으로 아수라로 변신하기 직전, 그에게 외쳤다.
“미안하오!! 실수였으니 그대의 긍지에 상처 입힌 걸 용서해 주시오!”
[…….]
대꾸도 하지 않는다. 분노 때문에 우리를 쳐 죽일 생각만 가득한 게 눈에 보였다.
젠장, 무슨 말을 해야 먹힐까?
나는 포기하지 않고 빠르게 외쳤다.
“한 번만 봐준다면 무신(武神)을 만날 방법을 가르쳐 주겠소!”
스으으으….
그 순간이었다. 파순은 뿜어내고 있던 엄청난 혼돈을 거두고 난데없이 인간으로 되돌아왔다. 그는 의혹 가득한 얼굴로 내게 말했다.
“정말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