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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검신-803화 (802/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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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공가향(眞空家鄕)

무쌍패라니.

나는 떨리는 손을 내려보았다. 그저 말 뿐이었다면 믿을 수가 없었겠지만 방금 전 느꼈던 태극의 전개는 내가 펼칠 수 있는 무공의 한계를 뛰어넘어 있었다. 혼원파천강을 한 수로 무효화시키는 건 내가 아는 어떤 방어수법으로도 무리였던 것이다.

나는 그만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았다.

자아조차 거의 잊어버린 그 시간 동안 피로를 느끼지 못한 게 아니다. 되려 육체적 고난은 고난대로 느끼면서 정신적으로도 계속 몰아붙여진 것이다. 괴로움 속에서 헤엄치다가 비로소 뭔가를 얻었다는 생각이 들자 그만 힘이 풀릴 것 같았다.

" 자, 장 진인... 감사합니다..."

따지거나 의문을 표할 생각따윈 들지 않는다. 이미 그럴 상황이 아닌 것이다. 장삼봉 진인은 자신을 믿고 따르면 원하는 걸 얻게 해주겠다는 말을 행동으로 실천했고, 나는 그런 스승에게 그저 은혜에 감복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설원에 꿇어앉은 채 그저 감격에 몸을 떨고 있자 장삼봉 진인이 말했다.

[ 백웅. 일어서시오.]

내가 천천히 마음을 추스리며 자리에서 일어서자, 장삼봉 진인은 말을 이었다.

[ 그대가 망념에 괴로워하기를 일 년이었으며, 본격적인 의문을 해갈하려 몰입한 것이 삼 년... 당초 예상했던 사 년에 아슬아슬하게 도달했소. 본디 나의 계획은 그대가 좀 더 망아(忘我)를 느껴 내면의 모순을 털어내어 절대지경에 안착하는 것이었으나, 모든 게 내 뜻대로 되지는 않는구려...]

" ... 무쌍패를 얻었으니 되었습니다."

나는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려 했으나 그가 탄식을 흘렸다.

[ 허어...!! 아직 얻었다고 할 수는 없소.]

" 네?"

[ 자, 다시.]

스아앗!

아무런 예고도 없이 방금 전처럼 칠대절학의 합체기인 혼원파천강이 내게 날아들었다. 나는 다시 한 번 태극기세를 펼치려 했으나, 이내 안색이 새하얘졌다.

' 안돼!!'

어찌 이렇게 다를 수가 있지?

방금 전에 펼친 것은 무쌍패였지만, 지금 내가 펼친 건 말 그대로 태극권 기수식일 뿐이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태극권 기수식으로는 막을 수 없는 공격이다. 순식간에 그 압도적인 차이를 이해해버렸기에 나는 필사적으로 삼보절기와 멸혼보를 동시에 사용해서 혼원파천강기의 범위를 피했다.

투두둥!

땅을 크게 구르다가 겨우 멈추자 나는 혼란스러워졌다. 그래서 눈을 잔뜩 뒤집어 쓴 채로 외쳤다.

" 뭐... 뭐지요? 저는 무쌍패를 얻은 게 아니었습니까?"

[ 얻었다면 지금같은 질문을 굳이 할 필요는 없을 것이오.]

" 어찌된 일인지 알고 싶습니다."

[ 나는 지난 4년간 그대가 망아에 빠져들기를 유도했던 것이오.]

장삼봉 진인은 심유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 그대는 자아가 너무 강한 유형의 인간이오... 심신(心身)의 수양은 깊으나, 그렇기에 도리어 자기자신을 잊을 수 없어 발버둥치는 걸로 보였소. 그래서 나는 무쌍패의 기초를 깨닫기 위한 수행으로 태극권의 반복수련을 택했고, 그대가 스스로에게 물음을 던질 기회를 제시하고자 했소. 본래 그게 무쌍패이기도 하고.]

" ......"

[ 자아는 강한 의지력의 기반이지만 지나치게 비대해지면 깨달음을 막아버리기 때문이오.]

자아가 너무 강하다라.

' 인정할 수밖에 없군...'

나는 장삼봉 진인의 말을 크게 납득했다. 아닌 게 아니라 괴로움이 커지면 커질수록 '나'이지만 내가 아닌 자아의 울림이 내면에서 커졌다. 이중인격같은 게 아니라 평소부터 묻어두고 지냈던 온갖 상념과 욕망이 메아리치면서 나 스스로를 가시덤불처럼 옭아매는 그 답답한 느낌! 그게 더욱 심해지면 무림에서 일컫는 심마(心魔)가 되는 것이리라.

[ 나는 비교적 체계적으로 접근했소... 그대가 하는 걸로 봐서는 말 그대로 백 년도 넘게 걸릴 듯 했으나, 동료의 조언 덕에 그대는 일 년 만에 의식의 본질에 질문을 던질 수 있게 되었소. 그리고 그대가 스스로의 자아에 정면으로 맞서서 아(我)와 비아(非我)의 경계에 맞서는 시점이 되자, 나는 옆에서 함께 태극권을 펼치며 그대의 무심(武心)을 대라신선의 권능으로 도야시켜준 것이오.]

" ......!!"

[ 쉽게 말하면 그대에게 무쌍패의 완성된 형태를 각인시켰소. 무의식으로 침잠하기 전, 의식이 바라볼 수 있는 마지막 표상(表象)이 있어야 심마에 들지 않고 안전하게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었소.]

설마 도중에 장삼봉 진인이 뜬금없이 나와 함께 춤을 추듯 태극권을 같이 시전했던 건 그런 뜻이란 말인가?

나는 장삼봉 진인의 말을 듣고 깊게 생각하다가 말했다.

" 저는 무의식의 경계에서 헤엄치다가 느닷없이 빠져나오게 되었습니다. 그건 장삼봉 진인의 뜻이었습니까?"

[ 그렇소. 일부러 깨웠소.]

" 어째서입니까?"

[ 삼 년 동안 지켜보았으나 더 이상은 위험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오...]

장삼봉 진인이 탄식했다.

[ 허허! 몰아일체의 진경(眞境)이 아무리 좋아도 너무 오랫동안 접해있으면 스스로를 이기지 못하고 망가지는 법. 하물며 그대는 마음속 깊은 곳에 쌓여있는 정체모를 망념이 끝도 없이 진흙처럼 흘러나오고 있었으니... 이대로라면 그대가 심마(心魔)와 동화해서 괴물이 되어버릴 지경이었소.]

" ......!!"

[ 본디 망아에 십 년 정도 몸을 던지고 온전히 깨닫기를 바랬으나, 마지막 한 발짝을 내딛기엔 아직 준비가 부족했던 것 같구려.]

나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나는 그저 나 자신에 대해서 고민하면서 무의식의 경계에서 몰입하고 있었을 뿐인데 내 무의식에 어떤 망념이 쌓여있다는 말인가? 하지만 장삼봉 진인의 판단이 틀릴 리는 없었으므로 나는 내 자신의 발목을 잡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 제 망념이란 무엇입니까?"

[ 흐음... 형용하기 힘들었소. 허나... 보통 사람이 지닐 수 있는 수준의 망념이 아닌 건 분명했소. 차라리 무생물이나 다름없는, 순수한 광기라고도 볼 수 있는 '무언가'가 그대의 내면에 존재하고 있었소. 그래서 보통은 무인이 심마에 먹혀버릴까봐 걱정하는데, 반대로 그 심마 자체가 그대의 본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었소.]

" ......?"

[ 스스로 자각하지 못하는 혼돈을 끌어안고 있다니 희한하구려... 아무튼 그대로 두었다가는 큰일 날 것 같았기에 수련을 중단한 것이오.]

" 부, 분합니다."

나는 굵은 눈물을 쏟고 말았다.

" 크흐흑......"

장 진인의 말이 뭔지도 모르겠고 망념인지 뭔지도 감이 안 오지만, 적어도 지금의 슬픔은 진짜였다. 나는 넋을 놓고 그저 울기만 했다.

나는 진심이었다.

수련 초반까지 잡생각에 빠져서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지만 그것 또한 [숙명]의 인과율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말도 안되게 초조해져서 일어난 일이었다. 내 어깨에 모든 동료들의 운명도 걸려있었으므로 죽을 힘을 다해서 진지하게 몰입하려 한 것이다. 그렇게 진심으로 사 년 동안 무의식의 경계를 넘나들며 하루에 태극권을 천 번씩 수련했는데도 결국 절대지경을 얻는데는 실패하다니.

억울하다...!!

내가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자 잠시동안 긴 침묵이 흘렀다.

[ 백웅. 고개를 드시오.]

스으으

장삼봉 진인의 손이 태극권의 자세를 취하더니 천천히 기수식에서 다음 초식으로 넘어갔다. 그는 말 없이 태극권의 24형을 모두 펼친 후 다시 양손으로 태극을 붙잡았다. 단순해보이는 태극권의 시연이었지만 나는 그 모습에서 전혀 눈을 뗄 수 없었다.

저건 그저 움직임이 아니다.

'흐름'을 담고 있다.

내가 눈물을 훔치며 장삼봉 진인의 태극권을 바라보자 그가 말했다.

[ 보다시피... 그대는 무쌍패가 무엇인지 이제 알고 있으며 쓸 수도 있소. 그대의 두 눈은 방금 전에 초식을 보는 게 아니라 흐름을 좇았으니. 그러나 또한 백웅 그대는 무의식중에 무쌍패의 위력을 두려워하고 있소. 사실 무쌍패를 제대로 쓸 수 없는 이유는 그 두려움 때문이오.]

" 두려움..."

[ 무쌍패의 본질을 깨달았기 때문에 한 걸음을 내딛기를 몸이 거부하는 것이오.]

본질이라고?

나는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는 말했다.

" 저는 무쌍패에서 완벽한 조화와 무위전변을 느꼈습니다. 그건 두렵지 않습니다."

[ 정말로 그게 무쌍패의 전부라고 생각하시오?]

" 음..."

[ 본디 나는 이 경지에 태극혜무(太極慧武)라는 이름을 붙이려 했으나 어울리지 않는다 생각하여 무쌍패라는 이름을 붙였소. 왜냐하면 천하에 겨룰 자 없는(無雙) 패도적임을 감추고 있다(覇)고 생각했기 때문이오.]

패도?

나는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 무위전변으로 모든 힘을 무효화하는 그 신기(神技)를 체험해본 입장에서 무쌍패는 부드러움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절대 강하고 사납지도 않았으며 공격적이지도 않았기에 패도라고 볼 수는 없었다.

오싹!

그러나 그 순간, 나는 섬짓한 기분이 등골을 타고 스쳐 지나가는 걸 느꼈다. 왜냐하면 장삼봉 진인의 말을 머리가 아닌 몸으로 이해했기 때문이었다. 뭐라고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나는 무쌍패의 패도(覇道)를 알고 있다.

그것이 바로 지난 4년간의 수련성과다.

' 그래... 이건...'

나는 체감에 따라 전신의 털이 올올이 곤두서는 걸 느끼면서 뒤늦게 머리로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장삼봉 진인에게 말했다.

" ... 진인. 무쌍패는... 한 번이라도 실패하면 자멸(自滅)하는 기술이지요?"

[ 그렇소. 이해했구려.]

나는 아마 창시자인 장삼봉 진인 다음으로 무쌍패가 어떤 무공인지 알게 된 최초의 인간일 것이다.

유능제강(柔能制剛)과 강능단유(剛能斷柔)는 표리일체(表裏一體).

바로 그것이 무쌍패의 원동력!

아무리 의념지경으로 태극을 구현화해서 만들어내는 무위전변이 뛰어난 방어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단순한 초식의 구현으로는 한계가 있다. 무당파의 무공 전반에서 추구하는 '부드러움'만으로는 강함을 제압하는데 한계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무쌍패의 수련자는 칠대절학을 익혀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무쌍패를 제외한 육대절학의 극의(極意)를 차례대로 깨달아가면서 표면의 강함 그 자체를 배우는 것이다. 또한 육대절학 자체에 음양오행을 거쳐 육합의 깨달음에 이르도록 묘한 균형이 맞춰져 있기도 했다.

그리고 육대절학을 익힐대로 익혀서 더 이상 세상에 적수가 없다고 느낄 정도로 강해진 수련자가 겸허함을 되찾을 때 진정한 수련은 시작된다. 기초를 되짚고자 태극권(太極拳)을 진실된 마음으로 접하게 되면 그제서야 육대절학의 중심에 태극권이 심장이자 핵으로서 자리잡게 되는 것이다.

여태껏 그 누구도 영문몰랐던 무쌍패의 초식이란 건 그 수행을 시작한 다음부터 의미를 가진다. 왜냐하면 태극권에 맞춰서 칠대절학이 무위전변하는 형상을 은유해놓은 게 바로 칠대절학 무쌍패에 남겨진 초식이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무쌍패를 수행하기 위해서 장삼봉진인이 내게 표상을 박아넣은 것처럼 수련자에게 효율적인 무위전변의 형태를 암시해주는 역할이었다.

이런 식이면 그 어떤 천재도 무쌍패의 초식을 해석하는 게 불가능할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무공초식도 아니고 태극권을 기반으로 한 칠대절학 그 자체의 표상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 무쌍패는 육대절학을 수련한 후 태극권부터 기초로 되돌아가려 하는 자에게만 허락된 절대무공! 강대절무한 고급무공을 버리고 도가(道家)의 종사(宗師)로서 무예의 본질을 더듬으려는 겸허함이야말로 무쌍패의 입문조건이었다.

육대절학을 극한까지 익히고 태극권을 시작한 수련자는 머지않아 무쌍패의 존재를 깨닫게끔 설계되어 있다. 애초에 장삼봉은 그 정도 재능을 지닌 자만이 도전할 수 있게끔 만들어놨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재능이 없다면 육대절학의 오의를 얻는 건 애초에 불가능하다.

' 여기까지라면 좋겠지만...'

바로 여기서부터가 문제가 되는데, 육대절학의 '강함'을 모조리 끌어안아서 자기 내부에서 천하에 당할 자 없는 어마어마한 패도적인 '힘'으로 벼려내는 과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육대절학의 모든 위력을 한 점에 끌어모아 만들어진 힘은 아마 뇌신지혼에 맞먹을 것이다. 그리고 수련자는 이 패도적인 힘을 태극(太極)으로 변환시켜 무위전변(無爲轉變)으로 승화시킨다. 압도적인 힘이 부드러움과 함께 펼쳐지기 때문에 이론상 무쌍패는 그 어떤 강대한 힘이라고 해도 태극으로 소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자기 내면의 모든 것을 걸고 유능제강과 강능단유를 동시에 실천하는 모순(矛盾)의 태극(太極)!

극강한 패도의 힘으로 적을 쓰러뜨리는 걸 포기한 대신 '절대로 지지 않는' 절대지경이 탄생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장삼봉이 무신(武神)에게 내놓은 답이었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무쌍패의 무위전변과 태극의 구현이 성공했을 때의 이야기다. 무위전변과 태극이 이루어지는 건 말도 안 될 정도의 찰나(刹那)였으며, 절세지경 고수들에게조차 버거울 정도로 빠르게 힘을 변환시킬 것이 요구된다.

단 한 번이라도 무쌍패의 시전이 실패하면, 시전자는 죽는다. 육합의 속성을 제때 읽어내어 상대의 공격에 흐름을 맞추지 못해도 죽는다.

남의 공격 때문이 아니라 자기자신의 무쌍패를 견디지 못하고 터져죽는 것이다. 절대방어에 상응하는 대가라고도 할 수 있었다. 그 대가는 심지어 현재 대라신선이자 투선이며 창안자인 장삼봉 진인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리라.

그리고 숙련자라고 해도 무쌍패를 열 번 써서 열 번 모두 성공시킨다는 보장은 없다.

" ......"

도저히... 맨정신으로는 쓸 수 없는 무공이다. 나는 장삼봉의 말을 이해하고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 저는... 사 년 동안 수행하면서 무쌍패를 잘못 쓰면 죽는다는 걸 몸에 각인시켰기 때문에 의식적으로는 쓸 수 없는 겁니까?"

[ 그렇게 까다롭진 않소. 의식적으로 쓰려 하면 쓸 수 있을 것이오... 그러나, 그대도 알다시피 무쌍패는 육대절학의 완벽한 조화와 함께 무위전변의 조율, 힘의 변환, 태극의 구현이 모두 동시에 이뤄져야 하오. 의념과 정신에 조금이라도 거리낌이나 망설임이 있다면 실패할 수밖에 없소.]

" ......"

[ 흔들림 없이 강인한 정신과 수양이 필수조건.]

" 미, 미쳤습니다."

나는 그만 공황상태에 빠져서 버럭 외쳤다.

" 장삼봉 진인께서는 어떻게 이걸 아무렇지도 않게 쓰실 수 있는 겁니까?!"

그냥 내가 평범한 인간이었다면 무쌍패가 위험하다고 생각하고 넘어갔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전생자로서 장삼봉 진인이 무수히 싸우는 걸 보아왔기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장삼봉 진인은 여태껏 신적 존재, 사도, 마왕, 투선 등 엄청난 자들과 싸우면서 아무런 티도 내지 않고 무쌍패를 썼던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무쌍패가 위험하다는 생각은 눈곱만큼도 하지 않았는데, 실상은 한 번이라도 실패하면 죽는다니!

그러자 장삼봉 진인이 대꾸했다.

[ 그래야 무신(武神)과 함께 문을 열 수 있는 자격이 생기기 때문이오.]

" ......?!"

[ 실패한다면 그것은 내 부족함의 결과... 무(武)에 자기자신을 바친다는 건 그런 뜻이리라 생각하오.]

나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 무신과 함께 문을 열면 어떤 일이 생기길래 그러는 겁니까?"

[ ......]

장삼봉은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역시 그 또한 '문'을 열 수 있는 자격이 없는 자에게는 비밀을 누설하지 않는 것이다. 내가 멍하니 서 있자, 장삼봉 진인이 말했다.

[ 허나 백웅... 무쌍패의 조건을 완화한다면 충분히 백련교주의 현겁에 대항할만한 기술으로 쓸 수 있을 것이오. 그대는 아직 무쌍패의 시전자라기엔 부족하지만 온전히 이해하고 있으므로 가능할 것이오.]

" 조건을 완화한다고요?"

[ 그렇소. 무쌍패는 이론상 [옛 지배자]의 공격조차 받아넘기는 게 가능한 절대방어지만 모든 역량이 극치에 이르러야 그런 가능성을 보일 수 있소. 그렇다면 무쌍패의 패도를 줄인다면 무위전변의 난이도가 크게 내려갈 것이오.]

" 으음...!!"

그런 방법이 있었구나!

내가 감탄하자 장삼봉이 말했다.

[ 백웅이여. 그대에게 무쌍패의 난이도를 낮추는 법을 가르치는 건 오래 걸리지 않소. 수련이 끝나면 곧장 백련교주에게 도전할 것이오?]

장삼봉의 질문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 아니오. 더 수련하겠습니다."

[ 그러시오.]

지난 세월동안 태극권을 죽어라 수련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 나는 이렇게나 수행했는데도 아직도 부족하고, 부족하고, 또 부족하다는 점이다. 또한 내가 부족한 상태로 강적에게 도전해봐야 얻을 게 없다는 사실 또한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지금 필요한 건 노력 뿐.

나는 그로부터 다시 이 년 정도를 무쌍패 수련에 바쳤다. 기술의 가닥은 잡혔으나 너무 부족한 점이 많아서 제대로 쓰지 못하는 상태이기에 다듬고 또 다듬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한도 끝도 없이 수련만 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을 때였다.

" 네가 백웅인가."

십여 년의 폐관수련만에 생각지도 못했던 방문자가 찾아왔다. 나는 내 허름한 장원에 찾아온 의문의 존재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니가 여길 왜 와?

내가 멍하니 그 자를 쳐다보자, 그는 천천히 문 안으로 걸어들어왔다.

" 흑요석이란 걸 다오. 그게 나와의 약속이었다고 들었다."

현 천문각주이자 대천문관, 중원지보(中原之寶)라고도 불리는 자, 제갈부!

놈이 나를 찾아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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