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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검신-796화 (795/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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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공가향(眞空家鄕)

나는 먼저 진소청에게 흑요석에 특별히 신경 써서 최대한 많은 무학경험을 담아서 전송해줬다. 진소청은 워낙 재능이 뛰어났기에 사실 이 이상 해줄 필요는 없었지만, 내공은 하루아침에 쌓이는 게 아니었으므로 나는 그에게 천년설삼과 흑백련을 줘서 내공 또한 빨리 쌓게끔 했다.

여기까진 늘상 하던 일이었으나 지금부터가 문제였다.

과연 장삼봉에게 배워서 절대지경에 오를 수가 있을까?

무작정 절대지경이 되기 위해서 수련에 뛰어들었지만 사실 내 마음속은 상당한 불안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지금이라도 제갈사 말대로 한 번의 삶을 버릴 각오를 하고 수해를 탐색해야하지 않냐는 생각이 든 것이다. 하지만 나는 마음을 더욱 굳게 먹기로 했다.

‘아무리 뛰어난 정보, 보물을 얻고 위험을 감지하더라도 내 힘이 부족하면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지금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힘을 얻어야 한다. 그리고 그 힘은 술법이나 마도로 얻어서는 금세 한계가 찾아오므로, 어떻게든 절대지경에 올라서 무신을 만나 놈을 통해서 희망을 찾아내야만 했다.

[의지가 강해 보이는구려.]

“저희는 반드시 강해져야만 합니다.”

[강해져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오?]

“…희망을 얻기 위해서입니다.”

나는 그렇게 대꾸하고는 각오를 더욱 강하게 다진 후 장삼봉에게 외쳤다.

“내 무술의 기억을 공유하겠습니다!”

파앗!

[아니…, 이건 대체….]

장삼봉은 예전에 내 무술기억을 받아들였을 때 이상으로 당황한 듯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예전보다도 훨씬 방대한 기억과 경험이 쌓인 것이다. 특히 팔선신공의 개량과 연구 또한 많이 진척되었으니 차라리 새로운 무술계를 접하는 느낌일 것이리라.

나는 장삼봉에게 말했다.

“칠대절학과, 그 파생절기인 팔선신공입니다. 그리고 여동빈의 천둔검법과 뇌신류 무공을 익히고 있습니다.”

[으음…, 엄청난 무공들을 한 몸에 익히고 있군….]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아직도 절대지경에 완전히 들어서지 못했습니다. 제 재능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

나는 한탄하듯 자책하며 울부짖었다.

“도대체 의념의 천주란 것이 무엇입니까? 그것이 무엇이길래 천하의 절세무공과 영약을 모두 모아서 얻었는데도 저는 최고의 경지에 오를 수가 없습니까!!”

[그렇군…. 그대의 상황을 이해했소.]

장삼봉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무예를 수양하는 자들끼리는 의념을 제대로 익혀 천주에 이르기는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보다 어렵다는 말을 하곤 하지. 허나 그대처럼 절실하게 느끼는 경우는 처음 보는 것 같소.]

“처음이라니요? 재능 없는 자들은 저 말고도 무림에서 많이 보아오셨잖습니까.”

[그렇지. 허나 대개 재능 없는 이들은 자신의 벽을 만나면 포기하거나 현실을 택하게 되오. 또한 재능이 없는데도 그대처럼 억지로 끌어올려 초절정의 극에 달한 경우는…, 내가 알기로는 없소. 본디 그대는 잘해도 이류무사로 삶을 끝냈을 수준이니.]

“…….”

섬찟할 정도로 정확하게 내 재능의 수준을 판단하는 장삼봉이었다. 내가 침묵하자 장삼봉 진인이 말했다.

[그대가 보내준 무술의 기억은 많은 비밀을 품고 있는 듯하오. 그 나이에 얻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엄청나게 다양하고 방대한 실전경험… 그대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는 몰라도 불가능한 수준이오.]

“무슨 말씀을 하고 싶으신지….”

[아직 그대는 내게 숨기고 알리지 않는 비밀이 있는 듯하오. 그 비밀을 털어놓고 공유해야 그대의 진짜 스승이 되어 최선을 다해 절대지경으로 인도할 수가 있을 것이오.]

역시 장삼봉은 내 무술기억만 보고도 수상함을 느낀 듯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내 외견나이로는 무슨 수를 써도 얻을 수 없는 무술성취이자 경험들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선검술을 일깨웠다.

스스스 -

키잉!!

마치 뿌연 검기(劍氣)처럼 보이는 하얀 빛이 내 검의 주위에 맴돌았다. 이게 바로 내가 선검술을 시전했을 때의 현상으로, 딱히 이 상태에서 특별한 위력은 없었고 평범한 검기성강과 다를 바가 없었다.

나는 선검술에 대한 예전 설명을 떠올렸다.

[여동빈은 천계 최고의 선검술을 사용하는 투선. 그가 사용하는 육의성천도와 천둔검법 등의 일체를 가리켜 선검술로 부를 뿐만 아니라, 그는 무형의 선검을 생성해서 뭐든 할 수 있는 명인으로 이름 높았소.]

[인과(因果)의 축적입니다.]

[선검술은 시전자의 모든 인과와 업을 모아서 선검으로 응축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기술이나 경험도 포함되지요. 그래서 원래는 영체라서 실체가 없는 대라신선을 ‘검’이라고 하는 다른 사물로 변형시킬 수 있는 술법인 것입니다.]

[달리 말하자면 대라신선이 자신의 힘을 따로 비축해둘 수 있는 보조용기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선검술을 써서 자신만의 선검을 만들어 거기에 인과를 축적할 수가 있지요.]

선계에서 선검술의 사용자는 단 두 명, 구천현녀와 여동빈 뿐이었다. 구천현녀가 여동빈에게 선검술을 전수하여 그가 쓸 수 있게 되었고 선검술을 실전용으로 끌어올린 건 여동빈 뿐이기도 했다. 그리고 선검술은 인과와 업을 모아서 응축시킬 수 있고 대라신선의 전투경험을 필멸자가 쓰게 할 수 있었으며, 가장 중요한 능력이 따로 있었다.

‘선계와의 인연을 끊어버릴 수가 있다.’

과거 여동빈은 천계 그 자체를 수상하게 여겨서 선검술을 이용해서 선검으로 스스로를 변화시킨 후 탈출했다. 선검술은 천계소속 신선들에게 알게 모르게 뻗어있는 감시를 벗어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나는 선검술을 일으킨 채 장삼봉에게 말했다.

“장 진인. 저는 지금 선검술을 시전했습니다. 어쩌다보니 저는 선검술 또한 전승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건…, 확실히 보통 일이 아니구려.]

“그리고 제게 무술기억을 받으셨으니 알고 계실 겁니다. 선검술을 장 진인께서 터득하신다면, 스스로 천계의 지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걸.”

[으음…, 설마.]

“그렇게 해 주신다면 저는 장 진인께 모든 비밀을 털어놓을 수 있습니다.”

풀썩

“제발 선검술로 장 진인과 천계와의 연을 끊어 주십시오!”

나는 무릎을 꿇고 장삼봉에게 호소했다. 장삼봉은 나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더니 말했다.

[연자여. 그대는 천계를 악(惡)이라고 생각하오? 또한 그대의 비밀이 천계에 알려지면 곤란한 이유가 존재하는 듯싶군.]

“천계 자체가 악은 아닙니다. 그러나 저는…, 천계의 배후에 절망적일 정도로 강력한 마(魔)가 손을 뻗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존재가 제 비밀을 알게 될 경우 저는 수련을 하기는 커녕 그에게 붙잡혀서 이용당할 수도 있습니다.”

[…….]

“제발 부탁드립니다. 전 이번 생에 어떻게든 절대지경에 오르거나 그 단서를 얻어야 합니다. 그걸 위해서라면 그 어떤 것도 다 내놓을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솔직히 말도 안 되는 부탁이긴 했다. 여동빈은 천계와의 인연을 끊은 적이 있으나 그에게 있어서 개인적인 정의가 천계보다 앞섰기 때문이다. 그가 특이한 경우였다.

그러나 천계에서 대라신선은 틀림없는 고위직이자 세상을 오시하는 대존재였으며, 그 직위와 힘을 벗어던지는 건 상식적으로 있을 수가 없었다. 필멸자 시절부터 온갖 간난신고를 거듭하며 도를 닦아서 겨우 승천하여 거기서 또 피 말리는 경쟁으로 대라신선의 좌를 쟁취한 자가 어찌 한낱 인간 때문에 그 자리를 버릴 수 있겠는가?

‘안 된다면…, 어쩔 수 없지. 또 죽어라고 수련하는 수밖에….’

상호신뢰가 완전하지 못한 상태에서 무학만 설교 받는 수준이겠지만 그 또한 어쩔 수가 없다. 장삼봉에게 흑요석을 줘서 전생자의 비밀이 천계로 스며든다면 틀림없이 서왕모이자 여와 또한 그 사실을 알게 될 것이고, 태허천존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들은 반드시 내 행보에 끼어들려고 할 것이니 차라리 죽는 게 나을 것이다.

내가 도박을 건 채 두근거리며 기다리자, 예상했던 대답이 들려왔다.

[미안하지만 그럴 순 없소.]

“…알겠습니다.”

역시 어쩔 수 없는 일인가.

내가 체념한 표정으로 일어서자 장삼봉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나 개인의 일에 불과하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연자 그대를 위해 대라신선의 지위를 벗어던졌을 것이오. 대라신선 또한 도인이 버려야 하는 명예의 일부에 불과할 터. 그러나 내가 대라신선의 지위를 얻은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으니, 섣불리 내려놓을 수 없는 처지요….]

“또 다른 이유가 무엇입니까?”

[무신(武神)이오.]

응?!

갑작스럽게 나온 중대한 단어에 나는 흠칫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내 반응에 장삼봉이 눈에 이채를 띄며 말했다.

[그대들도 무신에 대해 알고 있구려.]

“물론입니다. 애초에 제가 무예를 수련하여 절대에 이르고자 하는 건 그 무신을 만나기 위해서입니다. 여기 진소청은 어렸던 시절에 이미 그를 만났었고요.”

[호오….]

“무신 때문에 대라신선의 좌를 얻었다는 건 무슨 말씀이십니까?”

내 질문에 장삼봉이 말했다.

[내가 살던 시대는, 원나라가 중원을 침공하여 천하가 어수선하고 혼란스러운 시기였소…. 그 당시에 나는 도를 닦으며 난세를 개탄하고 민초들의 희생에 슬퍼하며 세상의 혼란을 평정하려는 의욕이 강했지. 그랬기에 나는 무예를 갈고닦아 경지에 이르자 무당파를 개파하여 무림을 석권했소.]

무림을 석권하다니 너무 표현이 직설적이다.

하지만 저 말은 맞는 말이었다. 무림사(武林史)에 따르면 무당파가 개파한 지 십여 년도 되지 않아서 호북의 패자가 됨과 동시에 장삼봉은 천하의 십대고수로 손꼽혔다. 그리고 또다시 십 년이 지나자 무당파는 천하도맥의 정점에 가장 가까운 문파가 되었으며 장삼봉이 천하제일고수로 인정받은 것이다. 이유는 장삼봉이 나머지 천하십대고수를 모두 가볍게 연파했기 때문이었고, 이 행보는 무림을 석권했다고 표현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눈앞의 원원자 장삼봉이야말로 원말 시기의 무림지존.

나는 혹시나 해서 물었다.

“장 진인의 무공은 혹시 고대문파에서 전수되던 명문의 무공이거나 가전무공이셨습니까?”

[그렇지 않소. 모두 독학(獨學)으로 창안했소.]

“…….”

[헌데 고려에서 온 절세고수였던 공령자(空靈子)를 꺾은 후 나는 기이한 현상을 겪었소. 공령자는 절대지경이라서 나 또한 사투를 겪었는데, 그의 공령백팔환을 파괴하는 순간 기이한 공간에 접어들게 된 것이오.]

“기이한 공간….”

[내가 무신을 만난 건 바로 그 때였소. 그는 의(義)를 잊고 어느새 무(武)에만 몰두하던 내게 새로운 도전정신과 향상심을 불어넣어줬지. 그리고 나는 무신의 뜻을 이루기 위해서는 천계의 대라신선이 되어서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던 것이오. 이후 나는 등선하여 천계에서 부단한 노력을 거쳐 대라신선이 되었소.]

나는 장삼봉이 무신을 만나게 된 구체적인 계기가 흥미로웠다.

‘공령자라면 분명히…, 현 십이율의 대장로인 율도국왕 홍길동의 사조(師祖)이다. 홍길동 놈도 공령백팔환을 쓸 수 있었어.’

공령자는 고려 제일의 기인으로 이름을 날리다가 무림지존 장삼봉과 싸워서 패배했다는 소문이 돌았는데 그 소문이 진실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장삼봉도 당시 공령자를 쉽게 이기진 못했던 모양이다.

나는 궁금한 점을 물었다.

“대라신선이 되어야 미래를 대비할 수 있단 말입니까? 그게 무슨 뜻입니까?”

[미안하지만 그건 ‘문’에 도달하지 못한 자에게는 알려줄 수 없는 비밀이오.]

“여동빈과 같은 말을 하시는군요.”

[호오…, 그 또한 무신과 인연이 있었구려. 허허.]

장삼봉은 내 말을 듣자 흥미로운 듯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괜한 말을 했나 싶었지만 크게 중요한 건 아닐 듯싶었다. 나는 고개를 젓고는 말했다.

“진인께서도 사정이 있으시겠지요. 하지만 저는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태이니, 반드시 장 진인의 조력을 얻어야만 합니다.”

[말했듯 천계를 탈퇴하는 건 지금 할 수 없소. 최선을 다해 도와줄 만큼은 도와주겠소.]

“네, 부탁드립니다.”

나는 그 날부터 장삼봉 밑에서 칠대절학과 팔선신공을 다듬으며 무공을 죽어라 수련하기 시작했다. 또한 내 근처에서는 진소청이 알아서 무예를 연마하기 시작했는데, 솔직히 그는 매일 매일이 달라보였기에 딱히 스승이 필요 없어 보였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을까?

몇 달이 지났을까?

나는 약 다섯 달 정도가 지난 시점에서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아무런 진전이 없다….’

분명히 칠대절학과 팔선신공의 숙련도는 전체적으로 올라갔다. 내가 용맹정진하며 거의 잠도 자지 않은 채 장삼봉 진인에게 가르침을 받아가며 무공을 수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먹고 자는 시간도 아낀 채 반 년 가까이 무공만 수련한 것이다.

그러나, 분명히 말해서 무공 그 자체는 나아지는 게 없었다. 의념의 천주를 깨닫는게 무슨 말인지 모르는 건 아직도 그대로인 것이다.

이렇게 해서 도대체 어느 세월에 절대지경에 도달할까?

‘…겨우 반 년이야. 반 년 갖고 뭔가 이뤄지지는 않는다는 걸 알아. 하지만….’

나는 슬며시 옆을 지켜보았다.

‘진소청….’

그래, 내가 초조해하는 이유는 바로 진소청 때문이다.

진소청은 다섯 달 사이에 말 그대로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했고 어느 새 무공이 나와 비슷하거나 우위일지도 모르는 수준에 올라 있었다. 그 또한 나와 마찬가지로 벽을 앞두고 있는 듯 했는데, 나는 그 말도 안 되는 성장속도를 옆에서 지켜보니 저절로 마음이 급해질 수밖에 없었다.

나는 결국 답답한 나머지 장삼봉에게 말했다.

“장 진인. 부탁이 있습니다.”

[무엇인가?]

“이렇게 기본기만 다져서는 아무것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좀 더 강렬한 경험을 원합니다.”

[매일같이 실전에 가까운 대련을 하고 있지 않은가…?]

장 진인의 말대로 나는 장삼봉의 어마어마한 절학을 매일같이 겪으면서 실전경험을 높이고 있었다. 또한 무당파 무공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지고 있었으며 보통이라면 이 경험만으로도 기연이라고 하겠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 정도론 안 됩니다. 어차피 환영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그저 가상대련에 불과합니다.”

[어쩌고 싶은 것인가?]

“최고수들의 싸움을 보고 느끼고 싶습니다.”

이윽고 내가 내세운 제안에 장삼봉은 움찔하는 듯 했다. 그러나 이내 호승심을 느낀 듯 승낙했다.

[좋네.]

우우우웅

장삼봉의 영체가 서서히 진소청의 몸속에 들어가는 게 보였다. 진소청 본인도 동의했기 때문에 임시로 장삼봉이 진소청의 몸을 차지해서 그 대신 움직일 수가 있는 것이다. 나와 장삼봉이 연자인데다 최소한의 신뢰는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장삼봉이 진소청에게 빙의하자마자 나는 천천히 단말을 일깨우며 말했다.

“오시오, 여동빈.”

파아앗

여동빈의 영이 서서히 오려는 기색을 보였다. 그러더니 내게 질문했다.

[무슨 일로 부르는 것인가?]

나는 여동빈에게도 사정설명을 했다. 그러자 여동빈은 한참동안 침묵하다가 말했다.

[좋다.]

나와 진소청이 일 장의 거리를 두고 마주섰다. 그러나 실제로는 내 몸에는 여동빈이 빙의해 있었고, 진소청에게는 장삼봉이 들어가 있었다. 그 증거로 나와 진소청의 안광은 인간의 것이 아니라 신선 특유의 영기를 내뿜고 있는 중이었다.

나는 관찰자의 시점으로 상황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몸을 움직이는 여동빈이 서서히 검을 들며 말했다.

[장삼봉. 그대도 ‘문’에 도전하는 자였다니 몰랐다.]

[여동빈, 한 수 부탁드리오.]

[나야말로….]

그랬다.

대라신선이자 투선인 존재들 - 동시에 생전에는 무림지존을 거쳐갔던 최강자들의 대리결투!

나는 이 싸움을 통해서 좀 더 앞으로 나아갈 경험을 쌓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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