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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공가향(眞空家鄕)
나는 망량과 함께 제갈사에 갔다. 그리고 제갈사는 망량이 같이 온 걸 보자마자 용건을 알아챘는지 무심하게 말했다.
“서양세력을 끌어들이는게 마음에 안 들어서 온 거지?”
“그게 정상적인 사람의 생각일 것이고….”
망량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렇게까지 극단적인 방법을 써야 하는지 싶습니다, 숙부.”
“그러게. 나도 네가 반천맹주 일을 좀 해줬으면 좋겠는데 저 백웅 놈은 이번 생에는 그게 안 된다고 하네? 그러면 황궁을 견제할 방법은 이것밖에 없지.”
“거대한 사건의 소용돌이가 부딪히면 그 와중에 무수한 인물과 비밀이 밝혀지는 걸 노리시는 거겠죠.”
“맞아. 기왕 특이점을 무시하고 수련할 거라면 부수적인 수입을 얻어내고 가야지. 안 그래도 시간이 없는 상황인데.”
“…그 와중에 서양의 침략에 희생될 보통 인간들과 중원의 정영들은 무슨 죄입니까?”
“음… 힘이 약한 죄?”
제갈사는 망량의 말을 들으면서 아무런 표정변화가 없었다. 그러자 망량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
“방법이 그것 뿐만은 아닐 겁니다. 차라리 백련교와 십이율을 움직이는 게 낫습니다.”
“무슨 소리야? 지금까지 백웅이 전생하면서 열심히 움직여봤잖아.”
제갈사가 어이없다는 듯 말을 이었다.
“그 결과는 어땠지? 백련교주든 십이율주든 호락호락하지 않은 놈이란 사실만 몇 번이고 백웅이 실패를 겪어가며 확인했다. 그리고 놈들의 세력을 끌어들이면 좋든 싫든 천계가 즉시 개입할 수 있어. 왜냐하면 놈들은 직간접적으로 천계와 연관되어 있고 천계도 평소 그들을 주시하고 있기 때문이야. 그래서 백웅이 두 종주(宗主)를 제압할만한 힘이 생기기 전까지는 놈들을 직접 움직여봤자 무의미하지.”
“…….”
“또한 놈들이 칠요에 탐욕을 지니고 있는 이상 계속해서 투쟁의 영역은 넓어질 수밖에 없다. 놈들은 완전히 제압하지 않는 이상 절대 이용해먹을 수 없는 패주(覇主)들이야.”
“서양세력 또한 패주인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도리어 그들보다 더욱 탐욕적입니다.”
“그렇지. 그래서 이용해먹기가 더 쉽다는 건 말 안 해도 알고 있잖아?”
“…크윽.”
망량은 분한 듯 입술을 깨물었다. 아무래도 제갈사 책략의 효율성 자체는 부정할 수 없는 모양이었다. 듣고 있던 나는 의아해서 망량에게 말했다.
“망량. 아무리 그래도 황궁세력을 이끄는 제갈유룡 정도면 서양을 상대로 잘 싸우지 않겠소? 왜 그리 반대하는 건지….”
“제갈유룡은 서양세력이 침략해온다면 십중팔구는 마도병(魔道兵)을 양산하게 될 것이오. 총기기술력이 이 정도로 차이난다면 정공법으로는 싸울 수 없으니까. 또한 자기가 알고 있는 모든 마도지식을 동원해서 전쟁의 승기를 잡으려 하겠지. 누가 이길지는 알 수 없으나, 그리되면 누가 피해를 입겠소?”
“아….”
“또한 서양은 마도에 잠식되었으니 본토의 마도사를 불러와서 인신공양으로 마물을 소환할 수도 있소. 그럼 이쪽이라고 해도 소환할 수밖에 없게 될 거요.”
마도병은 그냥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고도의 마도술식과 연금술은 물론이고 수많은 제물과 희생이 필요했다.
‘제갈유룡이 서양과 싸우려고 일반인들을 무수히 희생시킬 거란 말이구나!’
나는 그제야 망량이 어째서 극력반대에 나섰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물론 제갈사의 계책을 쓰면 외부의 불꽃이 넘실거리기 때문에 황궁이 당장 계획을 진전시키지는 못할 테지만, 도리어 전쟁준비 때문에 대명제국의 일반백성들을 무수히 희생시킬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그래서야 달라지는 게 없다.
그러자 제갈사가 말했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누군가가 무수히 죽어나가긴 하겠지. 하지만 적어도 현자의 돌 계획은 물론이고 초상기인계획도 잠정 중단될 것이다. 또한 제갈유룡도 당대에는 야망을 접고 장수의 술법으로 다음 세대로 어쩔 수없이 계획을 넘기게 되겠지. 손 안대고 코풀면서 최소한 50년의 시간을 벌 수 있는데다 우리가 전면에 나설 필요도 없어서 최상의 계획이라고 생각하는데?”
“웃기지 마십시오. 그건 비인외도의 술책입니다. 영문도 모른 채 희생당하는 민초들의 목숨을 마치 풀처럼 밟고 지나간다면, 지금껏 백웅이 지켜왔던 대의는 무슨 소용이란 말입니까?”
“그럼 특이점이 다가오면 그 대의가 무슨 소용이 있는데?”
제갈사가 신경질적으로 말을 이었다.
“생각해 봐. 지금 우리는 저 백웅 바보 놈의 판단 때문에 수해탐색도 잠정 포기해버리고 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 절대지경 수련에 모든 걸 걸고 있다. 그런데 특이점의 인과율 때문에 언젠가 백웅의 전생 그 자체를 끝장낼 수 있을지도 모르는 [숙적]이 시시각각 다가오는 상황이야. 전생자의 무한전생능력을 믿고 이 판에 뛰어든 건데 정작 그 전생이 끊기는 위기라는 말이다.”
“…….”
“나는 망량선사가 직접 불행해질 거라고 확언한 인과율이 얼마나 끔찍한 것인지 상상도 가지 않아. 적어도 무한전생을 박살낼 정도는 되니까 그런 말을 하는 거겠지, 안 그래?”
“…그럴지도 모르죠.”
“그렇기 때문에 지금은 내 성향이 어쨌든 간에 책사로써 백웅을 위한 효율적인 계책을 짜낼 수밖에 없어. 지금은 대의라는 걸 무시하고 지나가도 되는 시점이라고.”
“그렇다면 제가 선계등선을 포기하고 반천맹주가 되겠습니다.”
“하아, 대체 왜 그래? 그런 얘기가 아니란 걸 알잖아. 네가 선계등선을 포기한다고 해서 이 문제가 해결되나? 어차피 네 녀석이 선계에 올라 시해지술을 얻는 건 선택이 아니라 필수야. 언제가 되었든 시해지술의 성격을 생각해보면 얻기는 해야 하는 힘이라고. 마찬가지로 내 이간책 또한 언제가 되었든 실행해봐야 하는 계책인 거다. 언제까지고 네 등선을 미룰 수가 없으니.”
제갈사의 말에 망량은 약간 흔들리는 기색이었다. 그리고 입을 굳게 닫고 생각에 잠기고 있자, 나는 불안해서 두 사람을 번갈아서 쳐다보았다.
그 때였다.
“이야기는 다 들었네.”
바깥에서 검마와 진소청, 미호가 걸어 들어왔다. 그들은 밖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었던 것이다. 검마가 한걸음 앞서 나와서 말했다.
“그렇다면 망량이 아닌 다른 사람이 반천맹을 결성해서 활동하면 될 문제 같군.”
제갈사는 눈을 꿈벅거리며 잠시 검마를 쳐다보다가 말했다.
“당신이 하게?”
“그렇네.”
“확실히 당신이라면 두뇌와 경험, 조직운영에 있어서 현이만큼 잘 해낼 수 있겠지만…, 안 돼.”
제갈사가 팔짱을 꼈다.
“당신은 24회차에 얻어냈던 천의무봉을 백웅과 함께 연구해서 십이율주의 파해법을 알아내야 하지. 당신을 조직운영에 투입하는 것 자체가 손실이라고.”
“그러면 내가 천의무봉을 연구하겠소.”
진소청이 앞으로 나섰다. 제갈사가 눈에서 이채를 띄자 진소청이 말을 이었다.
“충분하지 않겠소? 내가 백웅의 진도를 앞서나가면서 천의무봉을 함께 연구하는 역할을 같이 맡으면 되오.”
“그렇기야 하다만….”
“백웅 곁에 제갈사와 망량 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어쩔 수 없었겠지만 지금은 우리들도 있소. 좀 더 우리의 힘을 믿고 맡겨보시오.”
진소청이 강하게 외쳤다.
“중원은 소중한 우리의 조국이오. 아무리 뛰어난 계책이라 해도 외세가 조국을 침략하는 걸 결코 용납할 수는 없소!”
“…….”
제갈사는 잠시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
“…애국심에 애국애족(愛國愛族)이라, 아무래도 내가 잘못 생각했나 보군. 전생자의 기억을 24회차나 먹었다면 이제 인간세상의 도덕 윤리나 온갖 굴레에서 좀 냉담해질 것 같았는데… 하긴 흑요석의 술법을 인간이 불완전하게 펼치는 거니 어쩔 수 없는 건가? 그리고 외세와 상대해본 경험도 없으니….”
중얼거리던 제갈사가 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확실히 대안이 될 만한 방책이니 수긍하지, 진소청.”
“고맙소.”
“고맙긴 뭘. 그럼 이제부터는 검마 당신이 반천맹주인 걸로 가지.”
“알겠네.”
검마가 대꾸했다. 그리고는 말했다.
“그럼 앞으로 제갈사 그대가 반천맹주인 내게 많은 책략을 일러주게 되겠군.”
“그럴 생각이다만.”
“그렇다면 반천맹이 백련교와 십이율에 대해서 어떤 방식으로 대할지를 먼저 알 수 있겠는가?”
“무시(無視)!”
제갈사는 단호하게 말했다.
“백련교도 십이율도 현이가 반천맹주로 활동하던 시절에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았어. 칠요 같은 특별한 미끼가 없는 이상 놈들은 철저하게 수동적이야. 우리 쪽에서 먼저 건드리지 않으면 그들이 세상 밖으로 기어 나올 일은 없겠지.”
“하지만 백련교 풍신류는 황궁과 긴밀하게 연결하고 있네. 향후 그들을 무시할 수는 없다고 생각되는데.”
“그건 생각이 있어. 직접 손을 쓸 필요도 없어. 놈들은 생각보다 정말 쉽게 제거할 수 있을 테니까 걱정 마.”
“그 말을 들으니 든든하군.”
“검마, 명심해. 당신이 반천맹의 짐을 떠맡은 이상 당신 역할이 제일 중요해. 백웅의 수련시간을 최대한 벌어줘야 해!”
“알고 있네.”
이로써 이번 생에서 구체적으로 동료들끼리 어떤 역할을 맡아서 할지가 분담된 느낌이었다. 이야기가 얼추 마무리되자 제갈사가 말했다.
“그리고 백웅. 이제 가장 중요한 얘기를 해야하는 것 같다만….”
“뭔데?”
“누구를 스승으로 삼아서 어떻게 무공수련을 할 생각이지?”
제갈사의 질문에 모두의 시선이 내게 쏠렸다. 내가 부담스러워서 멈칫거리자 제갈사가 말을 이었다.
“이것만은 나나 현이가 책략으로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서 말이야…. 무공분야에 있어서 어떤 스승이 필요한지는 본인의 의사와 직감이 제일 중요할 테지.”
“음….”
그렇구만.
아직까지 이 이야기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들 경직된 분위기를 풀지 않았던 것이다. 내가 어떻게 수련해서 강해질지를 확실히 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이야기라는 말이 틀리지 않았다.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여동빈을 스승으로 삼기에는, 그의 무공 일체가 초식이 없는데다 본인도 가르쳐주려 하지 않아. 천둔검법을 몸에 심은 걸로 족하다고 여기고 있어. 또한 이제 와서 이청운을 살린다고 하더라도 어차피 뇌신지혼을 연마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이상 지지부진한 상황이 계속될 거야. 뇌신류 무공을 더 익힌다 해도 숙련도 외엔 오를 만한 검술경지가 없어.”
굳이 할 만한 게 있다면 뇌신류의 창(槍)이나 권(拳)을 처음부터 배워보는 거겠지만 재능도 없는 주제에 새로운 분야를 새로 파게 되면 수백 년이 걸려야 초절정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진소청이 너보다 강해지길 기다려서 스승으로 삼을 생각이냐? 하긴 오래 걸리진 않겠군.”
“…….”
그건 좀 치욕적이긴 하지만 있을 수 있는 방법이긴 하다….
그러나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야. 이번 생에 내가 스승으로 삼을 존재는 이미 정해놨어.”
“호오, 누군데?”
나는 누구인지를 밝혔다.
그러자 제갈사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진부하지 않냐? 그리고 그놈이 널 절대지경으로 이끌어준다는 보장도 없을 텐데.”
“아니. 그래도 왠지 감이 왔어.”
“뭐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이제 보니 스스로는 꽤 생각을 많이 해둔 모양이니 걱정할 필요 없겠군.”
제갈사는 이제 흥미를 잃은 기색이었다.
우리는 자리를 파하고는 그 자리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나는 망량과 함께 이동해서는 다시 망량선사의 마을로 갔다. 내가 천암비서를 근방에 숨기고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익숙한 수면이 덮쳐왔다.
[묘한 녀석이군.]
망량선사가 오솔길 한가운데에 앞발을 모은 채 앉아서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저렇게만 보면 영락없이 검은 고양이일 뿐인데 저 놈이 엄청난 신이라는 게 믿겨지지 않는다. 나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뭐가 묘하다는 거야?”
[파멸이 코앞에 다가왔지만 너도 파멸도 서로를 만나길 꺼리고 있다.]
“……?”
[욕심이 난건지도 모르지.]
뭔 소리지?
망량선사가 서서히 근처의 닭 모이가 뿌려진 근처의 땅에 가서 킁킁 냄새를 맡았다. 그리고는 내 쪽을 돌아보며 말했다.
[수억 개의 갈래 중에서 답은 하나 뿐…이겠군. 흥미로워.]
“…….”
[어떤 길을 선택할지 지켜보지….]
스으으
나는 잠에서 깨어서 인상을 찌푸렸다.
‘여전히 알 수 없는 개… 아니 고양이 소리만….’
어차피 망량선사 놈의 말은 시간이 지나서야 알 수 있는 게 대부분이다. 나는 저런 놈을 이해하려 해봤자 이해할 수 있는 게 아니란 걸 이제 알 수 있었으므로 고양이 소리로 넘기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왠지 화가 나서 외쳤다.
“에잇 망할 고양이새끼!!”
냐옹~
“…….”
마을 한 어귀에서 고양이 소리가 들려와서 흠칫해서 벽에 바싹 붙고 말았다. 내가 놀라서 굳어 있자 망량이 이상하다는 듯 말했다.
“백웅. 거기서 뭐하오? 저건 동네 고양이요.”
“…아, 그렇구려.”
절대 놀란 게 아니다. 아니라고….
나는 이윽고 망량과 함께 술법으로 대라신선을 초혼하는 의식을 치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준비해왔던 제물을 다시 한 번 정비하고는 원하는 대라신선을 불러내었다.
파앗!!
[그대들이 나를 불렀소…?]
“그렇습니다.”
나는 그 대라신선에게 제물로 쌍고일대검과 흑백련, 금괴를 바쳤다. 대라신선이 힐끔 제물들을 내려다보자 나는 말했다.
“대선이시여. 저는 무(武)의 깨달음을 얻고자 당신과의 인연을 맺어 단말을 얻고 싶습니다!”
본래는 단말이 있었지만 전욱 때문에 사라져 버렸다. 그래서 일부러 귀찮게 이런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상대방의 반응이 뭔가 껄끄러워보였다.
[흠…. 순수한 무예의 깨달음은 줄곧 홀로 얻을 수밖에 없는 것. 이것은 마치 속세의 재물로 부당하게 길을 앞질러 가려는 것처럼 느껴지는구려.]
“…….”
[그대의 제물은 요구조건에 비하여 충분하지만, 썩 내키지 않으니 이만 가보겠소.]
지, 지당하신 말씀이긴 하다….
하지만 나는 필사적으로 말했다.
“맞는 말이지만 저는 재능이 없어서 뛰어난 스승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신선에게 부탁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제물이 필요하다 해서 필사적으로 모아온 것입니다!”
[속세에도 뛰어난 스승이 있소. 그대의 수준에 맞는 스승을 찾긴 힘들긴 하겠으나, 적어서 네다섯은 있을 터이니 그들을 찾아보시오….]
이런!
노골적으로 스승이 되어달라고 한게 설마 심기를 건드린 건가?!
예전과 비슷한 상황이었지만 완전히 다른 반응에 나는 내심 당황했다. 그러나 나는 침착하게 내 마음을 이야기했다.
“…기백년 이상 수련했는데도 절대의 경지에 오르지 못하고 수십 번이나 좌절한 경험을 알고 있으십니까…?”
[……?]
상대가 당혹한 표정을 지었다.
“남들은 손쉽게 경지를 추월하여 최고가 되어 가는데 재능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제자리걸음을 수십 번이나 반복하는 마음을 알고 있으십니까!!”
[…….]
전혀 모르는 표정이었다.
“재능이 있었다면 이렇게 손을 벌리지도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재능이 없기 때문에, 남의 손을 빌려서라도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은 마음을 헤아려주시지 않는 겁니까?”
나는 울부짖듯 외쳤다.
“재능이 없으면 그냥 포기하고 죽으란 말입니까! 하지만 강해지는 것보다 죽는 게 훨씬 쉬우니, 저로써는 당연히 목숨을 걸고서라도 고수의 도움을 얻고자 할 뿐입니다!!”
[으음….]
“할 말은 다 했습니다!”
그는 크게 고민하는 듯 했다.
그러더니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렇군…. 재능이 없는 자의 마음이라…. 몰랐어.]
대라신선이 말을 이었다.
[내가 아직 수행이 부족하여…, 그대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구려. 그 간절함은 교활함이 아닌 진실성이 보이므로, 그대의 뜻을 받아들여 그대와 인연의 단말을 맺도록 하겠소…. 그대의 무(武)를 진전시키는데 도움을 주겠소이다.]
됐다!
나는 내심 안도의 한숨을 쉬며 말했다.
“고맙습니다, 장삼봉 진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