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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공가향(眞空家鄕)
현천도인은 절망해 버렸다.
그에게 뭐라고 말을 해야 할까.
‘난 포기하지 않겠...’
하지만 나는 그 말을 하려다가 그만 입속에서 삼켜버리고 말았다.
현천도인은 이미 24회차에 달하는 내 기억을 모두 보았고, 내 각오와 여정도 알고 있다.
그런데도 감당할 수 없는 절망 때문에 스스로 무너져서 괴로워하게 되었고, 그 감정을 내게 토로한 것이다.
지금까지의 상황과는 달랐다. 여태까지의 동료들은 ‘승산’을 물었으며 동시에 그들이 내 곁에서 나름대로의 역할을 하며 개선되어갈 미래를 기대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들에게 있어서 스스로의 능력이나 미래의 전망 같은 건 그렇게까지 고려할게 아니었다. 세계의 종말이란 게 워낙 막연하기도 할 뿐더러 그들에게 있어서 내가 못미더운 인물이 아니란 걸 증명하는 게 제일 중요했던 것이다.
그러나 현천도인은 그런 입장에서 이야기를 한 게 아니다.
말 그대로 손도 발도 쓸 수 없는 절망적 진실 속에서 도대체 무엇이 답이 될 수 있는지 순수한 의문을 표시한 것이다. 그런 그에게 내가 포기하지 않고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해봤자 무의미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였다.
포기하지 않으면 뭐하겠는가?
이미 세상은 지옥인데!
“........”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그 동안 내 자신의 능력이 딸리는 것만 줄곧 인식한 채 숨 쉴 틈도 없이 달려왔기에 보통 사람들의 인식에 대해서는 고려해보지 못한 것이다.
동시에 나는 현천도인에게 괜한 절망을 안겨 준 셈이 되었기에 강한 죄책감이 느껴졌다.
결국 내 일에 끌여들여서 그에게 고통을 주게 된 것이다.
할수 있는 말이 없다.
아니....., 지금의 나로서는 그에게 무슨 말을 하든 의미없다.
내가 침묵하자 현천도인은 약간 감정을 추스른 듯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미안하오. 그대가 어떤 심정으로 전생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데도 한탄을 하고 말았구려.....”
“아닙니다. 저야말로 죄송합니다.”
“백웅. 솔직히 처음 흑요석의 기억을 보았을 때는 염치불구하고 그대를 따라가고 싶었으나, 이제 나는 방해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조금 전 깨달았소. 앞으로도 내게 흑요석을 주지는 마시오....”
“아....”
나는 현천도인은 부탁에 순간적으로 과거의 기억이 겹쳐졌다.
[백웅. 있잖아.... 우린 친구잖냐.]
[내가 지금 널 도와주는 대신에 친구로서 부탁 하나만 들어줄테냐? 그것만 약속해 준다면 지금 최선을 다해 널 도와주마.]
[다음 전생부터는 날 동료로 들이지 말아 줘. 내가 그냥 그대로 살아가게 내버려 둬라.]
[백웅. 그게 내 인생이야. 복수할 희망도 없어졌고, 하루하루 백련교 용비천에 대한 분노만 삭히면서 술집 호위나 하고 있던 그 인생 또한 내 인생이었다는 거지.]
극호.....
극호도 비슷한 말을 했었다. 목요의 시련을 깨기 위해 그를 왕의 권능으로 소환했을 때, 그는 더 이상의 동료행을 거부했다. 그 때의 극호와 현천도인이 겹쳐보일 수밖에 없었다.
난 그 때 극호의 말에 납득하고 넘어갔었지만. 사실 내심으로는 그에게 서운하기도 했다. 그에게 줬던 영약이나 기연이 아까운 게 아니라, 순수하게 친구로서 나와 같은 길을 걸어줄 거라고 기대했던 동료가 자기 의지로 나갔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그 때는 시간이 없어서 극호에게서 제대로 설명을 들을 수도 없었기에 안타까움이 더했다.
내가 말이 없어지자 현천도인이 말했다.
“내가 그대의 동료가 된다면 천년설삼, 흑백련이나 강한 무공을 전수받아서 천하에서 열 손가락에 드는 고수가 될 수도 있을 것이오. 그러나 진소청이라는 불세출의 천재조차도 신을 꺾지 못하여 수없이 좌절하는 상황에서 그 정도의 무공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터......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소이다.....”
“그, 그런 문제가 아닙니다. 동료를 어떻게 효율만으로 받아들인단 말입니까?”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지.... 허나 백웅이여. 나와 그대가 함께 나인교를 토벌하던 4회차 때와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이 무엇인지 아시오?”
“무엇입니까?”
“희망이오. 지금은 희망이 존재하지 않소.”
“음....”
내가 침음성을 흘리자 현천도인의 말이 이어졌다.
“이런 말을 하는 건 아마 본도가 처음일지 모르겠지만..., 이제 그대의 여정은 무작정 개선될 미래와 새로운 정보를 기대하여 추종하기에는 너무 깊은 절망을 품고 말았소. 그대의 강철 같은 의지와 뛰어난 동료들의 성장, 신적존재의 도움을 얻는다면 어쩌면 삼황오제 중 하나를 없앨 수 있을 정도의 잠재력을 갖고 있겠으나, 어차피 달라지는 건 없는 것이오....”
“달라지는 건 있습니다. 그 성과를 바탕으로 다음 회차에서는 더 뛰어난 성취를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조금씩이지만 나아지지 않았습니까?”
“태경촌에서 나인교와 처음 싸울 때 우리가 그런 걱정까지 했었소? 나인교만 쓰러트리면 어떻게든 될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소만....”
뜬금없는 반문이 너무 정확해서 폐를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 않았지요.”
“그런 차이라고 생각하오. 당신의 동료들은 하나같이 일세의 영웅이며 걸물들이라 티를 내지 않을 뿐, 흑요석을 받는 순간 자신의 죽음과 실패부터 인정해야 하는 것이오. 당장은 아무런 희망도 보이지 않으니까....”
“그건....”
“가혹하지 않소? 그들은 진실을 알았다는 이유만으로 수라의 길을 걷고 있소....”
나는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막연히 내가 동료들에게 미안하게 생각하던 부분을 정확하게 꼬집혔기 때문이다.
현천도인은 천천히 눈을 감으며 말을 이었다.
“백웅이여. 제갈세가의 천재들이 그대에게 진언하는 책략은 모두 옳고 뛰어난 것이겠지만, 그들 또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명심하시오. 그들은 뛰어나기 때문에 범재들과 달리 사리사욕을 버릴 수 있는데. 그 때문에 도리어 스스로를 돌보지 않는 경향이 있소. 그리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상처투성이가 되곤 하지.”
“그럴지도 모릅니다.”
“그대가 인간의 왕이 되어 세상을 구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들에게 희망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오. 아무리 그들이 천재들이라도 희망없는 길을 언제까지고 그대와 함께 갈 순 없소.”
“명심하겠습니다!”
나는 현천도인의 조언이 너무 고맙게 느껴졌다.
‘그렇구나!’
희망!
나는 그 점을 생각지 못한 것이다.
나만 포기하지 않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억지로 걸어가고 있었지만, 이제 나는 주위도 돌아보아야 하는 시점이 된 것이다. 그리고 누구도 내게 딱히 언급하지 않았으나 희망을 만들어내고, 그걸 제시하여 비춰주는 건 바로 내가 스스로 해야 할 일이었다. 현천도인을 말은 그 사실을 내게 깨우쳐준 것이다.
동시에 나는 머릿속이 환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냉정함을 되찾은 나는 현천도인에게 말했다.
“현천도인. 도인께서는 칠요를 모아서 세상을 구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솔직히 그대의 기억만 보면..., 처음부터 통과가 불가능한 시련같소. 너무 암담하기에 제갈사란 자도 일단 칠요 욕심을 부리고 눈앞의 불부터 끄려는 것이오....”
그렇게 말한 현천도인의 눈에 잠시 생기가 돌아왔다.
“허나, 그건 어쩌면 그대의 길이 많이 단축되었음을 의미할지도 모르겠소....”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대는 이제 많은 걸 내려놓을 수 있기 때문이오....그대도 모르는 사이에 갖고 있던 제약이 해금되었으니 그게 다행이오.”
“.....?”
“더 이상 말해봤자 망량이나 제갈사가 한번 설명하는 것만 못할 것이오. 나중에 그들에게 직접 물어보시오.”
“알겠습니다.”
나는 이야기를 하면서 현천도인의 지식과 지혜, 통찰력이 굉장히 높음을 알 수 있었다. 예전에는 그저 함께 무공만 휘둘러가며 광신도를 때려잡았지게 잘 느낄 수 없는 것이었지만, 그는 역시 무림의 명숙이라고 불릴만한 정파의 원로인 것이다. 애초에 재능이 뛰어나지 않았다면 무당파의 장로자격을 딴 후 별개의 도관을 차릴 수도 없으니, 2년에 한번 무당파가 받아들이는 수백 명의 인재들 중에서 단연 발군이었으리라.
‘만일 내가 초기부터 현천도인과 기억을 공유해서 함께 여행했다면....’
나는 그런 아쉬움이 느껴졌지만 이내 쓸데없는 생각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어차피 가면 갈수록 신과 싸울 수밖에 없게 되어서 나중에는 사소한 문제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파앗!!!
“이거라도 받아 주십시오.”
나는 현천도인을 태정관에 데려다준 후 그에게 흑백련을 건네주었다. 그러나 현천도인은 내게 되돌려주며 말했다.
“어차피 제갈사의 계책대로라면 그대는 오래 살지 못할 것이고 이 세계도 곧 끝장나겠지....이건 그대의 여로에나 쓰시오.”
“음....,알겠습니다.”
“본도는 평소에 하고 싶었으나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하며 남은 시간을 정리하겠소.”
그는 그 말을 끝으로 태정관에 홀연히 들어가서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그의 마지막 말 속에서 단호하고 결연함을 느꼈으니, 그는 이미 자신의 숙명이 죽음이라는 것 인정해버린 듯 했다. 나는 그 사실이 또다시 안타깝게 느껴져서 입술을 짓씹었다.
‘이럴 생각이 아니었어.’
아니, 어쩌면 내가 동료를 만든다는 걸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게 아닐까?
동시에 나는 맹렬한 의지에 불타올랐다.
‘희망! 희망이란 걸 찾아야 해. 다른 책사들이 말해주는 책략과는 별개로... 신과 대항할 수 있는 진정한 희망을 찾아야 한다!’
지금까지는 그저 신에게 지지 않겠다는 오기로 걸어왔으나 이제는 다른 국면이다. 내 꿈은 신살을 이루기 위해서는 보다 명확하고 구체적인 ‘수단’이 필요한 것이다.
지금까지는 칠요가 그 역할을 할 수 있을거라고 기대했지만 허망하게 무산되어버렸으니, 나는 또 다른 방법을 찾아내야만 했다.
칠요가 안 된다면 무엇으로 신을 없앨 수 있을까?
“......어쩌면.”
나는 머릿속에서 떠오른 생각에 큰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그것은 칠요를 다 모아서 다시 칠요의 시련을 다 통과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인지라 허탈감이 동시에 몰려왔다.
무공으로 신을 넘어선다!
그게 가능한 일일지?
이제 겨우 절대지경에 반 보를 걸친 지금의 나로서는 감히 꿈꾸기도 힘든 대업이었다. 지금껏 절대지경에 도달한 고수들을 많이 보아왔으나 그 경지를 초월하여 신격에 진짜 타격을 준 자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은하섬을 쓴 진소청도 기술을 펼치고 나서 죽었으니 현재로서는 방법이 없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그 방법을 좀 더 진지하게 연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또 하나의 가능성도 머리에서 떠올랐다.
무생노모의 법문!
무공과는 또 다른 방법으로 이 세계를 뒤집어엎을 수 있는 최종병기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신중하게 머리를 굴리면서 동시에 생각했다.
‘그래...좀 더 방법을 모색하자.’
나는 원래라면 황궁으로 가서 일단 제갈부와 교섭하고 그에게 흑요석을 줘서 동료로 만든 후, 그의 능력을 빌어서 백련교 수신의 서를 손쉽게 획득할 생각이었다. 그게 바로 제갈사의 계책이었으며 현 시점에서 가장 정확하고 효율 좋은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제갈사의 책략과는 달리 행동하기로 했다.
왜일까
제갈사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기고, 그의 말을 어기면 탈밖에 나지 않은 것 그간 여러 번 경험해왔음에도, 나는 이 길을 택하고 싶어진 것이다. 그것은 과거의 전우인 현천도인이 절망한 것 때문에 파생된 기묘한 오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조금 더 신중하게 준비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파앗!
나는 즉시 비등을 타고 어디론가 날아갔다.
내가 간 곳은 바로 인정 없는 야산이었다, 내가 모험하면서 다니던 곳 중에서 가장 인적없고 외진 곳에 있는 중원에서는 변황과의 경계 즈음에 있는 곳이었다. 내 기억으로는 이 일대는 아예 사람이 없다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나는 이 조용한 곳에 오자마자 내 내부에 존재하는 선검술의 맥을 확인했다.
우웅
‘이어져 있군....’
구천현녀가 난데없이 지난 회차에 실종되었을 때 끊어졌지만 그녀가 일요의 수호자로 다시 등장했을 때 이어졌다. 나는 선검술을 쓸 수 있음을 알게 되자 즉시 여동빈의 단말을 일깨웠다.
“오시오, 여동빈!!”
조용하다. 여동빈은 내 부름을 못 들었을 리 없지만, 주위에 마물이 없기에 내 부름을 무시하여 나오지 않는 것이다. 일면식도 없는 내가 난데없이 불러내는 걸 경계하기도 했으리라. 물론 예상했던 바이기에 나는 여동빈에게 재차 외쳤다.
“당신에게 가장 필요한 건 인과율이겠지? 인과율을 내놓을 테니 당장 나오십시오!!”
스스스
그러자 여동빈의 환영이 내 눈 앞에 나타났다. 여동빈은 무표정하게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연자여. 인과율을 바친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아는가? 나를 불러내어 뭘 하려는 것인가?!]
“무신에 대해 가르쳐 주셔야겠습니다.”
[헛소리....]
그는 다시 사라지려 했으나, 나는 이를 악물고 피맺힌 목소리로 외쳤다.
“빌어먹을!! 그 개 같은 무신인지 뭔지에 대해 가르쳐달란 말입니다! 일천 년 전 만당의 인간들이 불쌍하여 거룡을 베었으면서, 다가올 종말의 세상을 두려워하는 인간을 구할 생각은 없단 말입니까? 그놈의 무한 회오리가 대체 뭔데!!”
[......]
그 순간 여동빈의 환영이 멈췄다. 그의 눈빛에 서서히 살기가 돌기 시작했고, 나는 씩 웃으며 여동빈에게 말했다.
“무신이 나를 안 만나고 싶어 하는 건 알 바 아닙니다. 필요하면 대련을 해서라도 내가 그 새끼를 만날 자격이 있다는 걸 증명하겠습니다!!”
대체 뭐하는 놈이길래 이렇게 비싸게 군다는 소리인가?
난 어떻게 해서든 무신을 만나봐야겠다!
[그 말.... 진심인가?]
“진심이 아니면 이렇게까지 하겠습니까?”
[....그대는 무신과 인연이 없다. 그리고 내가 그대에게 인연을 이어줄 권한도 없다.]
“없으면 만들면 되죠.”
[억지 부리지 말라.]
나는 그 순간 억지로 의념을 끌어내서 천둔검법의 검형을 만들었고, 이내 육의성천도의 형태를 보였다.
치리링!!
육합이 마치 고리처럼 회전하는 건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이었다. 나는 그것만으로도 정신력이 잠시 고갈되는 기분이 들었지만, 여동빈은 상당히 놀란 표정이 역력했다.
“천둔검법도, 육의성천도도.... 펼칠 수 있습니다.”
[흉내에 불과하다.]
“흉내라도 좋습니다. 절 인정하십시오.”
[.....]
잠시 후 여동빈이 말했다.
[연자여. 목숨을 걸 수 있겠는가?]
“물론입니다.”
그 순간이었다.
스아앗
여동빈의 표정이 마치 흉신악살처럼 변화하는 것 같아서 흠칫했는데, 실상 표정이 진짜로 그렇게 변한게 아니라 그저 그가 품은 기세가 살의로 변한 것 때문에 그런 착각을 느낀 것이다. 나는 절대지경에 한 발을 걸쳤는데도 그의 살기에 몸이 뻣뻣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예전에 대충 드러내던 그의 살기와는 차원이 달랐다.
‘이게....전설의 귀면상인가?’
그가 정도의 길을 걷지 않고 패도를 걸었다면 어떤 살육이 일어났을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천살성에 못지않은 어마어마한 살기와 검귀의 재능을 타고나서 천계에 오른 최강의 검선이 바로 여동빈이었다.
[무모한 자여....나와 대련을 하여 일백 초를 버텨봐라. 그러면 그대의 원을 들어주겠다.]
“좋습니다.”
[알고 있겠지만 무신과의 인연이 대가라면 결코 봐줄 수 없다. ‘문’에 도전할 자리는 남겨야만 한다.]
스르릉
이윽고 여동빈이 내 동의를 받아 수명을 대가로 현실에 구현화되었다. 서서히 검을 빼 드는 여동빈의 말에는 한 줌의 감정도 없었다.
[연자를 죽이는 건 처음이구나.]
저 말은 진심이겠지만 나는 투지를 잃지 않았다.
더 이상 망설이지 않겠다.
길이 있다면 뭐든 시도하겠다.
그게 바로 ‘희망’을 만드는 방법일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