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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검신-782화 (781/1,615)

782 --------------------------------

암천향(暗天鄕)

그 순간 미호의 등 뒤에 예전에 보았던 여와의 형상이 반투명하게 떠올랐다.

흉수 서왕모와 비슷해 보였지만 조금 다른 외모. 이질적인 미(美)를 뿜어내고 있으며 다른 세상의 신비한 생물 같았으며 전신에 달의 마력이 끓어오르고 있었다. 별처럼 빛나는 까만 눈은 마치 보석과 같았다. 전혀 닮으래야 닮을 수가 없으나 어째서 미호와 여와의 모습이 마치 친자매처럼 비슷한 느낌이 드는 걸까?

스스스스!!

여와는 내 언령이 터져 나오는 순간 마치 응룡처럼 자신의 몸을 두 개로 분화시켰다. 나는 방금 전 보았던 현상이기에 왜 저러는 건지 즉시 알 수 있었다.

‘파천의 가호로 취사선택하려는 미래를 억지로 떼어내고 있어!’

삼황오제급 존재들이라면 파천의 가호를 상대로 저런 방어가 가능한 건가…!!

직접 신적 영역을 다루고 조작할 수 있는 가공할 우주적 존재!

파천의 가호가 강력하지만 결코 무적까지는 아니라는 소리였다. 물론 이건 가호일 뿐이기에 망량선사 본체가 사용하면 어찌될지 모르지만 어쨌든 삼황오제를 살해하는 건 힘들 것 같았다.

우우우웅

미호와 여와의 모습이 반쯤 겹쳐 있었다. 완전히 미호와 동화하려던 여와가 밖으로 빠져나온 모습이었고, 여와는 그 상태로 나를 응시하며 말했다.

[어처구니없는 자로군…. 여의 영혼조각으로 여를 먹어치우게 시키다니….]

“…….”

[이것은 처음부터 여의 일부였다. 여가 이 자리에 강림하면 응룡을 죽여줄 수 있건만 고작 이런 조각 때문에 기회를 날려버릴 셈인가? 역사상 두 번 다시 이런 기회는 오지 않는다, 필멸자여.]

역시 여와는 지금 상황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고 있었던 게 분명하다. 그리고 미호의 몸을 빌어서 응룡과 싸울 셈이었는데 난데없이 내가 그녀를 공격하는 명령을 내린 것이리라. 나는 여와를 노려보며 말했다.

“여와여! 당신은 대체 미호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지? 그녀는 이제 당신과 독립된 개체야! 그녀를 잡아먹으려고 들지 마!!”

내가 버럭 소리를 지르자 여와가 아무런 감정 없는 눈으로 대꾸했다.

[이건 처음부터 여의 소유라 말했을 텐데.]

“그럼 달기는?! 달기는 대체 뭐야! 그런 식으로 말할 거라면 달기도 처음부터 회수했어야지!! 세상에 재앙만 잔뜩 뿌려놓고 수습하지 않는 당신 같은 게 대지모신이라 자칭할 자격이 있는 건가!”

[…대화가 되지 않는군.]

여와는 마치 어린애를 보는 듯한 기색으로 나를 힐끔 쳐다보았다.

[여는 신좌에서 태어났다. 그러므로 태초부터 강대한 존재인지라 오제와 달리 가면을 쓰는 것만으로는 본질을 감출 수 없었다. 이 세상을 유지하는 역할을 맡기 위해 부(否)의 찌꺼기를 털어낸 것뿐일진대 감히 네놈이 그 허물을 책하느냐?]

“……?”

[도리어 달기와 미호 모두가 여의 아량에 감복해야 할 것이다. 또한 네놈이 살아왔던 중화라는 세상이 여의 희생과 소모로 유지되었음에 감사하지는 못할망정.]

뭐?

저게 무슨 뜻이지?

나는 바로 머리가 돌아가지 않았다. 옆에 책사가 있었다면 저 말이 무슨 뜻인지 설명해줬겠지만 지금은 워낙 상황이 급반전하는지라 생각을 바로 엮어낼 수 없는 것이다.

크오오오

그 때, 응룡이 다시금 여의보주에 자신의 힘을 모으는 소리가 들렸다. 아까와 같은 백색 휘광을 뿜어낼 생각이 분명했고, 이번에 저게 발사되면 파천의 가호로 살아남을 순 있겠지만 계속 가호를 낭비하게 될 것이다. 응룡의 공격을 허용할 때마다 내가 이길 가능성은 뚝뚝 떨어지는 것이다.

내 표정이 굳어지자 여와가 냉엄하게 말했다.

[최후의 시련에 도전하는 자가 이런 모질이였을 줄은 몰랐군. 그러나 여는 관대하므로 네게 선택의 기회를 주겠다. 지금의 멍청한 명령을 거둔다면 여가 응룡을 물리쳐 만신전으로 가는 길을 열 것이다.]

“…….”

방법은 정말 그것뿐인가?

나는 미호의 눈동자를 보았다. 아직까지 그녀는 이성이 있는 듯 했지만 파천의 가호와 권능마저 이겨내는 여와 본체의 존재감 때문에 어떻게도 할 수 없는 듯 했다. 아무리 미호라고 해도 삼황 여와의 진짜 힘에는 당해낼 수 없는 건가?

하지만 나는 크게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미호….’

지금의 미호는 내가 전생을 수십 번 겪어도 또다시 이만큼이나 강해질 수 있을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강력하다. [옛 지배자]의 경지를 한 발짝 남겨둘 정도로 강력한 기신이 된 것이다. 그런 미호조차 결국 여와가 원할 때 지배를 당하는 거라면 그녀의 자유의지라는 것은 아예 없어지는 것이다. 앞으로 전생을 하더라도 미호에게 미래는 없다.

‘운명이란 이름으로 모든 걸 포기할 수는 없어.’

그걸 납득했다면 나는 수십 번 죽으면서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

적어도 이번 생에 희망을 남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미호가 너무 불쌍하다.

나는 미호에게 말했다.

“미호! 넌 나랑 약속했잖아!”

미호의 눈에 의아한 기색이 떠올랐을 때 나는 그녀의 양손을 꽉 붙잡았다.

“다음 생이라도 날 지켜주겠다고 했잖아!”

그건 22번째 삶이 막바지에 달했을 때의 일이었다. 미호는 마지막에 나를 전욱의 속박에서 깨워주려 하다가 결국 놈의 손에 소멸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때부터 꽤 시간이 흘렀건만 나는 그 일이 바로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났다.

…난 왜 이렇게 바보 같은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

[큰 굴레]를 지나온 일이기 때문에, 미호가 기억할 리는 없다.

그녀가 기억할 리 없지 않은가. 그녀는 이미 신이 되었고, 설령 신이 되지 않았다 해도 22번째 삶에서의 미호와는 다른 존재이다. 흑요석을 받지도 않았으니 그 기억을 알 방법은 없었다. 결국 나는 혼자만의 기억 속에서 메아리치며 영원히 괴로워할 뿐인 것이다.

그래도 말하고 싶었다.

그 때 나를 구하려고 목숨을 걸어줘서 고마웠다고.

쿠구궁

[아니…?]

여와가 당혹한 목소리를 내었다. 그러더니 두 개로 나뉘어져 있던 여와의 형상이 갑자기 하나로 합쳐지기 시작했다. 마치 거대한 끈이 진동하는 듯한 일렁임이 그녀가 합쳐지게끔 하는 것 같았다.

그와 동시에 미호의 눈이 더욱 밝아지더니 나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내가 언제 그런 소리를 했다는 말이냐?”

뾰로통해진 목소리.

신 특유의 신언(神言)이 아닌 육성(肉聲)이었다.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해…했어. 예전에.”

“후후. 하여튼…. 못 말릴 녀석.”

미호가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기적이 있다면 이런 거겠구나.”

뭐지?

여와의 형상이 하나로 합쳐지면서 그녀의 몸에서 빛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여와의 살갗에 균열이 일어나면서 내면에서 오색 광채가 흘러나왔고, 여와가 분노한 듯 외쳤다.

[망량선사여! 설마 했으나 진정으로 끈을 움직여 파천(破天)을 이루는가? 이 행위가 [아버지]의 진노를 살 것이라 생각지 않느냐?]

여와는 처절하게까지 느껴질 정도로 절규했다.

[이는 ‘굴레’의 진정한 종말을 앞당기는 행위! 네놈이 그렇게 절대적인 존재라 자신하는가, 오만한 자여…!!]

키이이이잉 -?

콰과광!!

기이한 이명과 함께 여와의 형상이 터져버리더니 거기서 흘러나온 오색 광채가 미호에게 흡수되었다. 미호는 그 광채를 흡수하더니 자신의 전신에서 금광(金光)을 찬연하게 뿜어내었고, 이윽고 그녀의 꼬리는 아홉 개에서 열 개로 늘어났다.

설마 여와가 흡수된 것인가?

우우우우

“……?”

상황이 어찌 된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내게 미호가 말했다.

“온다.”

콰과과광!!

그 순간 응룡의 여의보주가 뿜어낸 파괴의 빛이 또다시 우주홍황을 뒤덮었다. 아까만큼이나 거대한 규모라서 삽시간에 온 세계가 빛으로 타들어가는 것 같았다.

위잉!

그러나 내 앞을 가로막은 미호가 손을 뻗자, 그 백광은 미호의 금광에 흡수되어 아무런 타격을 주지 못했다. 열 개의 꼬리(十尾)가 무한의 힘을 발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설마 응룡의 숨결을 정면으로 막아내다니?!

아까도 강력하긴 했지만 지금 그녀의 힘은 그걸 훨씬 뛰어넘은 듯 했다. 나는 진실로 그녀의 힘이 [지배자]의 경지에 들어섰다는 걸 깨닫고는 전율했다. 그 정도의 힘이 아니라면 설명할 수가 없는 가공할 신위였다. 지금 미호는 우주 전체를 쥐락펴락하는 최상위 존재로 거듭난 것이다.

그녀는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말했다.

“백웅. 그 때 우리가 죽었던 걸 너무 괴롭게 여기지 마라.”

“뭐?”

“제갈사가 그 때 우리를 설득했고, 우리는 그 운명을 받아들였다. 티끌만한 가능성일지라도 네가 전욱에게서 해방될 수 있다면 해보자는 거였지. 자기 뜻으로 운명을 결정했으니 네가 그 일을 괴로워하는 건 도리어 우리 의지에 대한 모독이다.”

비교적 담담한 듯, 하지만 격정적인 마음을 겨우 가라앉힌 목소리였다.

그녀가 이미 나를 잘 알고 있다는 게 목소리에서 절절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건 이번 회차의 미호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녀는 이번에 나와 일면식도 없었다. 게다가 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건 오직….

“…….”

서, 설마?

그런 일이 있을 수가….

“다른 놈들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본녀는 그 일을 후회하지 않아. 적어도 네게 닿았으니까.”

미호의 말을 들은 나는 입을 벌렸다.

“그, 그 일을 알고 있다는 건….”

“네가 생각하는 대로다.”

그녀는 잠시 어깨를 떨다가 한쪽 팔으로 얼굴을 훔치더니 말했다. 표정은 볼 수 없었지만 감정은 바로 전해져 왔다.

“또 만났구나.”

이럴 수가….

나는 기적이 눈앞에서 일어났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전승(傳承)되었다!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건 기신 미호이지만 동시에 22회차에 내 동료로서 함께 했던 미호이기도 한 것이다!

“미호!!!”

나는 엄청난 놀라움과 기쁨에 그녀를 뒤에서 끌어안으려 했지만 미호는 갑자기 시공간을 조작해서 피해버렸다. 내가 엉거주춤 거리자 미호가 쿡쿡 웃었다.

“그런 건 나중에. 지금은 저 괴물을 잡아야 할 때다.”

“할 수 있을까?”

“…백웅.”

나는 미호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나는 방금 전 인연의 힘으로 [굴레]를 넘으며 잠시 네 길의 편린을 엿보았노라. 나뭇가지의 한 갈래를 지켜보았지. 앞으로 네게 닥쳐올 고난에 비하면 지금까지 있었던 일은 아무것도 아닐 것이리라.”

“…….”

“그래도 본녀는 염치없게도 말하고 싶구나. 끝까지 걸어가라고….”

나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재능 없고 찌질한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는 그저 근성 하나밖에 없다. 내가 포기하는 순간 모든 게 끝나기 때문에, 나는 의지를 갖고 내 미래를 정면으로 마주보기로 마음먹었던 것이다. 내 추한 모습을 억지로 피하기보다는 계속해서 현실과 맞서 싸우는 것이 내 유일한 용기이다.

반드시, 다 이겨내서 모두를 행복하게 하고 말겠어.

아무리 긴 시간이 흐른다 해도 포기하지 않는다!

스윽

미호는 나와 손을 잡았다. 그리고는 말했다.

“아무리 파천의 가호가 있어도 응룡은 결코 너 혼자 이길 수 없는 존재다. 나와 함께 덤비자.”

나는 그녀의 손에서 느껴지는 온기에 다소 기분이 추슬러지는 걸 느꼈다. 비록 신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해도 미호는 미호인 것이다. 나는 여기까지 와서 또다시 내 인연을 마주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파천의 가호를 네게 염원할까?”

“이해하지 못했느냐? 이미 인연과 가호의 결과로 내가 여기 있는 것이다. 이 자체가 기적.”

“…….”

“깊게 생각하지 마라. 그저….”

파앗!

다음 순간, 나는 미호와 함께 우주의 어둠 속으로 뛰어들어 응룡의 전면으로 짓쳐 들어갔다. 미호가 외쳤다.

“네 의지를 부딪치거라!!”

우우우 -?

응룡과 접근하면 할수록, 나는 그가 얼마나 거대한 존재인지 실감할 수가 있었다. 마치 우주 전체의 바람이 쏟아지는 듯한 압력은 내가 개미 이하인 것처럼 느끼게끔 했고, 주변에 몰아치는 유성우조차도 응룡의 발톱만도 안 되는 크기였다. 또한 크기 이상으로 그에게서 느껴지는 신성(神聖)은 그 자체로 마주치는 자들의 전의를 꺾어버리고 있었다.

전신의 살이 에린다.

나는 천암비서의 효과인지 아까 그 압박을 느끼지 못했지만 이렇게나 직면한 상황에서는 왠지 알 것 같다. 어째서 동료들이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정신력이 고갈되어 죽거나 투지를 잃어버렸는지 바로 이해가 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성좌의 운행마저 맘대로 갖고 노는 진정한 초월자의 위용인 것이다.

하지만.

초월자는 이미 산더미처럼 만나보았다. 그리고 앞으로도 만나게 될 것이다. 잘은 모르겠지만, 미호가 말한 대로 앞으로 내 앞길이 더욱 가시밭길이라면 왠지 눈앞의 응룡보다 더 엄청난 괴물과 싸우게 될 날도 오게 될 것 같았다. 파천의 가호도 아예 안 통하는 괴물이랑 싸우게 될지도 모른다. 그 때는 어떻게 해야할지 솔직히 답이 나오지 않지만 그건 그때 일이다.

‘그래! 난 어차피 이 세상을 죽여 버리기로 마음먹지 않았던가?’

나는 잔뜩 절망으로 일그러져 있던 얼굴에 함박웃음을 띄웠다.

모조리 죽여 버리자.

이 세상의 [지배자]들과 절망을 모두 죽여 버리자.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웃으면서 하는 게 좋지 않은가!

크르릉!!

그 순간 미호가 거대한 황금의 여우로 변하더니 응룡의 절반 크기가 되었다. 별보다 더욱 거대해진 미호는 여우신으로 신화(神化)하여 십미(十尾)를 곧추세워 곧장 응룡의 몸뚱이에 달라붙어 그의 목덜미를 물어뜯었다.

콰직!

응룡은 목덜미를 물렸는데도 귀찮다는 듯 몸을 꿈틀거리더니 한쪽 팔을 내리쳐서 미호의 등을 때렸다. 그때마다 미호의 등짝에는 피멍이 들며 괴로워하는 기색이었지만 미호는 결코 목덜미를 놓지 않고 계속 물고 있었다. 미호가 목숨을 걸고 신력을 모조리 끌어 쓰고 있다는 걸 알아챈 나는 눈빛에 귀광을 띄웠다.

“이야아아아압!!”

나는 최선의 힘을 다해서 일검을 휘둘렀다.

다른 건 아무래도 좋다.

응룡의 미간에 칼을 꽂아버리겠다!!

그러나 응룡은 내가 달려드는 순간 안광을 크게 발했다.

파지지직!!

그 눈빛이 스치고 지나간 것뿐인데도 나는 순간적으로 내 몸 주변이 크게 공허해지는 걸 느꼈다. 그리고 파천의 가호가 뭉텅이로 날아가 버렸다는 걸 깨달았다. 본래라면 응룡의 안광 한방에 수십 번은 죽었어야 하지만 가호 덕분에 살아남은 것이다.

진짜로 죽음이 임박해온 것을 느끼자 등줄기와 콧등에 진땀이 송골송골 배여 나왔고 하반신이 새하얗게 비어버리는 기분이 들었다.

‘이런…!!’

갑작스럽게 용기를 초월한 악몽 같은 기분이 스치고 지나가자 검을 쥔 손에 힘이 빠졌다. 어떻게 해도 이대로라면 마지막 파천의 가호를 담아서 일격을 먹이기는커녕 그 전에 소멸해버린다는 걸 직감한 것이다.

[연자여. 파천의 가호는 인연의 힘도 다룰 수 있는 것으로 보이는구나.]

“화룡진인!”

[그렇다면 그 일검에 인연을 담아 그대가 원하는 형태를 구현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신격이 파천의 가호에 직접 저항하는 걸 이겨내고 치명상을 줄 수 있다.]

최강의 형태…?

하지만 더 이상 생각할 시간이 없다. 나는 시시각각 죽음이 닥쳐오는 가운데 문득 과거에 보았던 가장 위대한 일검(一劍)이 떠올랐다.

이번 생.

아니, 어쩌면 내 모든 생을 통틀어 가장 위대했던 검선(劍仙)의 전설.

심의육합(心意六合)

이지러지는 검형(劍形)의 궤도와 함께 여동빈의 뒷모습이 비쳐보인 건 환영이었을까?

“육의성천도(六意星天圖).”

다음 순간 -?

내 검이 별빛이 되어 천하를 비추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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