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검신-779화 (778/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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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천향(暗天鄕)

숙명의 특이점.

그것은 과거 18번째 삶에서 망량선사에게 받았던 경고였다.

[ 인과율(因果律)이 크게 요동쳐서 특이점이 생겼다. 그걸 경고해주려고 왔다.]

[ 그 인과율에는 특이점(特異点)이라는 게 존재하지. 그리고 네게 걸려있는 인과가 움직이며 특이점을 만들었다.]

[ 쉽게 말해서 건드리면 터지는 순간이다. 이건 [옛 지배자]든 뭐든 결코 피할 수가 없지. 설령 우주의 창조자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특이점을 인간의 언어로 표현하자면 숙명(宿命)이라고 해 둘까.]

[ 한 가지만 말해 두지. 특이점이라고 하는 건 모조리 인과율의 굴레에 속해있다. 둥근 원 위에 찍혀있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 설령 영겁(永劫)을 거친다고 하더라도 이유(因)가 있으니까 결과(果)가 있는 것이다. 너는 그 숙명을 뜬금없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맞닥뜨리게 된다면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확실하고 뼈저리게 그 숙명을 납득하게 될 것이다.]

[ 너는 원인에 대한 댓가를 치르게 된다.]

[ 불행 중 다행인건 그게 찾아오는 시점은 아주 먼 미래가 되겠군. 그때까지 힘내서 살도록.]

나는 그 때의 일을 잊지 않았다.

난데없이 인과율이 요동쳤다면서 망량선사가 직접 꿈으로 경고까지 해주는 일을 잊을수는 없는 것이다. 그의 설명대로라면 나는 언젠가 [옛 지배자]조차 피하고싶어하는 악몽같은 운명인 [특이점]을 맞이하게 될 것이고, 그건 먼 미래의 일이긴 하지만 회피하지 못할 일이었다.

어쩌면 책사들이 묘하게 내 전생을 빠르게 끝내주려고 하는 건 그 때문일지도 몰랐다. 단순히 기억용량이나 인격의 마모 뿐만이 아니라, 언젠가 찾아올 숙명의 특이점이 나를 불행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악재가 찾아오기 전에 최대한 빨리 끝내려 하는 게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나는 도리어 그 숙명의 특이점을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어차피 언젠가 맞이할 일이라면 나 스스로에게 제약을 검으로써 현재의 동료들을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숙명의 특이점은 인과율에 직접 작용하는 것인지 망량선사 또한 흔쾌히 받아들인 듯 싶었다.

" ......"

특이점의 불행, 그건 대체 무엇일까?

그게 특정한 [인물]인지 [사건]인지 [운]인지는 알 수가 없다. 망량선사조차 경고할 정도의 불행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어쩌면 그의 말대로 나는 반드시 후회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적어도 지금은 후회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것이 나의 왕도(王道)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자발적이라고 해도 인신공양같은 건 결코 할 수 없다.

내 자신의 미래를 걸고서라도 신념을 지키는 길을 걸어가겠다!

파아앗

내가 꿈에서 현실로 되돌아왔을 때, 나는 주변 사람들이 나를 지켜보는 걸 알 수 있었다. 나는 그들을 천천히 쳐다보다가 말했다.

" 파천의 가호를 받았어."

그 말에 망량이 나를 홱하고 돌아보았다. 그는 크게 놀란 표정으로 나를 보더니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 ... 무엇을 대가로 바쳤소?"

" 숙명의 특이점을 바쳤소."

" 크윽!!"

망량은 비통한 표정을 지었다. 그건 망량뿐만이 아닌지 제갈사는 잠시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고, 제갈부조차 무표정한 안색에서 급격히 눈썹을 꿈틀거릴 정도였다. 그러더니 제갈부가 씹어뱉듯 말했다.

" 정말 개같군. 그냥 해주는대로 받아먹으면 안되는건가? 정말 최악의 길만 선택하는 주군이군."

" 동감이다. 크크."

심지어 제갈사조차 제갈부의 말에 동의할 정도였다.

" 다음 생에 해볼 일이 엄청나게 많았는데 첫 행동이 고정되어 버렸군."

" ......"

나는 그들의 반응에서 내가 얼마나 큰 것을 대가로 바쳤는지를 알 수 있었지만, 그래도 한번 선택한 이상 후회하지 않기로 했다. 내 표정에 큰 흔들림이 없자 제갈사가 말했다.

" 그래도 천만다행이야. 신념을 가진 바보라서."

" 신념이 없는 바보는 어떻게 되는건데?"

" 등신같은 질문에 대답할 시간은 없어."

제갈사는 단호하게 대꾸한 후 말을 이었다.

" 파천의 가호를 얻었다면 이제 할 수 있는건 다 했다. 백웅 너는 왕의 이름으로 우리를 돌려보내라. 너 이외의 다른 놈들은 있어봤자니까."

" 돌려보내라고? 그런 것도 되는건가?"

" 이 곳이 인지와 인과의 변동성을 극대로 만들어둔 공간이니 아마 가능할 것이다."

내가 모두를 한 번씩 둘러보자, 그들은 저마다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마지막까지 와서 결국 나 혼자서 가호 하나만 믿고 싸워야한다는 게 조금 어이없어서일지도 모른다. 내가 다시 제갈사에게 시선을 돌리자 그가 말했다.

" 애초에 네가 특이점 강화를 감수한 이유가 여기있는 자들을 살리기 위해서 아니었나? 여기서 가만 있어봤자 어차피 죽는건데 이해가 안 되나."

" 여기서 사라지는 건 죽는 게 아닐까?"

" 네가 이겨서 다시 부르면 끝이지 뭐가 고민이냐. 가만히 있다가 찢겨죽으라고? 다시 불려오면 우리는 잠깐 기절했다가 깬 기분일 거다."

" 알았어."

" 굳이 대라멸진 때문에 제갈부도 남길 필요 없다. 파천의 가호는 그런 힘의 단위가 무의미한 능력일테니."

" 흐음."

나는 이내 왕의 권능으로 그들이 사라지기를 원했다.

스스스

그러자 그들 하나하나에게 동의를 구하는 전령이 향하는 게 느껴졌고,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왕은 신하를 퇴각시킬 수 있으나 어디까지나 본인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잠시 후 동료들이 하나하나 사라지기 시작했다.

슈우우욱

그렇게 모두가 퇴장했으나 제천대성과 신공표 둘은 남았다. 나는 그들이 받아들이지 않은 걸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으나 제천대성이 말했다.

" 죽을 때 죽더라도 내 힘이 태고의 용제(龍帝)에게 어디까지 통하는지 보고싶어서 말이다. 내 힘이 씨알조차 먹히지 않는지를 알고싶어."

" 처참하게 죽을수도 있습니다."

" 각오는 되어있어."

그는 정말로 최강의 투선답게 모든 걸 각오한 듯 도리어 유쾌한 표정이었다.

내가 신공표에게 시선을 돌리자 그녀는 예전과 달리 약간 생각에 잠겨있는 듯 했다. 그러더니 말했다.

" ... 마지막으로 시험해보고싶은 술법이 있어서다."

" 어떤 술법이지?"

" ......"

그녀는 대꾸하지 않았다. 말하고 싶지 않은 걸 이제 와서 캐내기도 힘들었기에 나는 구천현녀에게 시선을 돌렸다.

" 구천현녀여! 우리는 모든 준비가 끝났소. 시련을 계속해 주시오."

[ 알겠습니다.]

구천현녀가 왜인지 서글픈 미소를 지었다.

[ 그대가 황제의 진심을 끌어낼 수 있기를 바라지요...]

파앗!

다음 순간, 우리 셋은 성좌의 용 바깥으로 이동되어 있었다. 계도의 눈동자 내부와는 달리 이 세상은 온통 주황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혼돈의 바다가 휘몰아치는 벽 내부에서 천공을 바라보자 어마어마한 존재감이 느껴졌다.

황혼(黃昏)의 용(龍).

태양의 권능이 하늘 전체를 메우고 있으며 칠요의 성좌를 몸의 핵으로 삼는 엄청난 존재가 우리를 관조하듯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저것이 구천현녀의 권능과 합쳐져서 이 세상에 현신한 응룡(應龍) 그자체일 것이리라.

쿠구구구구

" ......"

정말 크고 큰 존재다.

예전 우주공간에서 삼황 복희의 본체를 보았을 때보다 더 크지는 않지만, 그와는 또 다른 말도 안되는 압력과 존재감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우주적 공포라는 감정을 더할 나위없이 불어일으키는 존재였고, 저런 존재 앞에서 인간은 티끌만도 못한 미물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였다. 동시에 처음으로 일요의 수호자 등장했을 때의 열 배나 되는 중압이 세상 전체에 덮쳐오는 게 느껴졌다.

위이이잉

' 저 칠요의 성좌... 저게 무한의 힘을 주고 있어.'

밑에서 보고 있으니 선명하게 느껴졌다. 칠요성신의 힘이 말 그대로 우주를 가득 메울 정도의 홍황(鴻荒)을 제공하고 있었으며 그 힘은 지구상의 단위로 측정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내가 대라멸진으로 끌어올리고 증폭시킬 수 있는 최고의 힘이라 해도 저 힘에 비하자면 아무것도 아니다. 일요의 시련에 임하기 전에 최소한 칠요성신의 핵을 절반 이상 파괴했어야 했는데 아쉬운 일이었다.

성좌의 용이 우리에게 의지를 전달하는 게 들렸다.

[ 무모한 도전자들이여, 우리는 그대들의 용기와 집념에 경의를 표한다.]

" ......"

[ 무자비한 태초의 흉몽(凶夢)이 거하는 대륙에서 필멸자로서 여기까지 힘을 쌓을 수 있었다니...]

응룡은 감탄하듯 중얼거리고는 말했다.

[ 내가 그대들의 마지막 꿈이 되리라.]

쿠오오오!!

응룡이 잠시 몸을 뒤틀며 움직였다. 그러자 칠요의 성좌가 요동치기 시작했고 그의 입에 마치 동그란 공같은 게 만들어지는 게 눈에 보였다. 나는 보자마자 저게 무엇인지 알아차릴 수가 있었다.

' 여의보주(如意寶珠)!'

용이라고 불리는 존재들이 가지고 있다는 강력한 보패이자 술력의 근원! 구천현녀와 힘을 합친 응룡 또한 일단 용이었기에 마찬가지로 여의보주를 구현화시켜 싸울 생각으로 보였다. 당연히 저게 완성되도록 놔두게 되면 칠요성신의 힘이 한곳에 모인 용의 숨결을 맞아야할테니 우린 여의보주를 막아야만 했다.

타닷!!

제일 먼저 달려든 것은 제천대성이었다. 그는 칠요도 없는 상태에서 어떻게든 해 볼 생각인지 생애 최대의 분신술을 쓰며 마치 혼을 태우는 듯한 기세로 전방으로 돌진했다. 제천대성의 화안금정이 불을 뿜으며 요괴왕의 요력을 일권(一拳)에 집중시키고 있었다.

콰광!!

하지만 제천대성의 분신 돌격은 허공에 있던 무형의 벽에 가로막히고 말았다. 그는 힘이 부족한지 뒤로 물러섰는데 한쪽 팔이 시꺼멓게 타들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응룡의 언령(言靈)이 장내에 울려퍼졌다.

[ 육극(六極)과 오상(五常)이 모이는도다.]

그게 무슨 뜻인지 생각할 여유도 없었다.

파지직

그것이 제천대성의 끝이었다. 그의 몸에 뇌전이 잠시 파직거리는 듯 하더니 순식간에 소멸되어버리고 만 것이다.

" ......!!"

아무리 지금 해방칠요가 없는 상태라고는 하지만 제천대성을 언령 한번에 없애버릴 수 있다니?! 칠요의 정령 중 어떤 놈도 저 정도의 위력은 발휘하지 못했다! 내가 그 권능의 막강함에 전율하고 있을 때 신공표가 주문을 외웠다.

[ 재장악!]

쉬익!

그 순간 신공표의 신형이 사라졌고 응룡의 한쪽 눈이 시꺼먼 빛으로 일렁였다.

' 저 녀석, 또다시 계도성을 지배한 건가?'

촤라라락

신공표는 다음 순간 갑자기 자신이 가진 모든 보패를 꺼내놓기 시작하더니 광소를 터뜨렸다. 반고번을 띄운 채 신공표가 미친듯이 외쳤다.

[ 아하하하!! 눈알이 터지면 아무리 응룡 네놈이라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꽈과과광

다음 순간, 어마어마한 폭발이 일어나더니 계도성과 함께 신공표가 함께 사망했다. 그녀는 자기자신의 생존을 생각하지 않고 모든 술력과 술법을 모아서 계도성과 함께 자폭한 것이리라! 눈알을 모두 파괴하면 응룡에게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계산으로 보였다.

후두둑...

파괴의 여파로 응룡의 몸뚱이가 잠시 뒤흔들렸다.

성공한 건가?

나는 신공표의 마지막 자폭공격이 성공했나 싶어서 쳐다보았지만, 응룡의 불쾌하다는 목소리가 이내 장내에 울려퍼졌다.

[ 도전자들이여, 나를 수치스럽게 하는구나. 기껏해야 편법의 연속이라니!]

스스스스스

[ 본디 이런 식으로 회복하지는 않으나 괘씸하도다. 편법만큼 회복하노라.]

나는 잠시 후 응룡의 파괴된 두 안구 부위가 마치 시간이 되돌려지듯 재생하는 걸 볼 수가 있었다. 이윽고 응룡은 완전히 멀쩡해졌을 뿐만 아니라 계도성과 나후성또한 완전히 되살아난 듯 했다. 심지어 사전에 신공표가 부쉈던 금요마저 복귀되어버렸다!

" ......!!"

저게 대체 뭐야?!

아무리 막대한 권능이라지만 행성을 복구할 수 있다고?!

' 이, 이길 수가 없어.'

나는 우리가 육요를 갖고 있었다고 해도 결코 이길 수 없는 상대라는 걸 직감했다. 진작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그 힘을 눈앞에서 보니 충격과 공포가 몸을 휩쓸고 지나갔다. 동시에 지금까지처럼 마지막 발악으로 [옛 지배자]급 존재를 이 자리에 강림시킨다고 해도 통용되지 않는 최초의 적수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태양을 위시한 칠요의 태양계 그 자체가 적인 것과 다름없다.

" ......"

나는 내 손에 들려있는 화룡신검을 쳐다보았다. 이제 내게 남은 거라곤 화룡신검과 이 몸뚱이 뿐인데, 아무리 파천의 가호가 있어도 저런 놈을 상대로 승기를 잡을 수 있을까? 아니, 이기는 건 고사하고 일격이나 견딜 수가 있을까? 개미와 코끼리 이상의 전력차가 생생하게 느껴지자 나는 서서히 죽음이란 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화룡진인이 내게 말을 걸었다.

[ 그대여. 이대로는 물론 이길 수 없다. 그대가 파천의 가호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이 싸움은 달라질 것이다.]

" 어떻게 쓰는건지 아십니까?"

[ 그대가 마음먹기에 달렸겠지. 본녀로서도 미지의 영역이구나.]

애매모호한 말이었으나 나는 징징거릴 때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어쨌든 지금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해야하는 때인 것이다. 나는 심호흡을 하고는 응룡을 향해 뛰어올랐다.

" 이야아아아압!!"

절대 불가능하다.

이제 와서 모든 내공을 일으켜서 신검합일의 기세로 화룡신검과 함께 뛰어든다 한들 승산은 눈꼽만큼도 없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나는 일단 덤벼드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는 것이다.

' 내가 뭐하는 짓이지...'

이제 죽는 것일까?

나는 앞선 제천대성처럼 내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면서 24번째 죽음을 맞이할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찰나와 수유만큼 기나긴 체감시간이 지나가고 있을 때였다.

푸욱.

" 응?"

나는 내가 어느 새 금요(金曜)에 칼을 박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언제 도착한지도 몰랐지만 어쨌든 금요의 지표면에 와 있었고 거기에 화룡신검을 꽂아넣은 것이다. 내가 화룡신검을 빼내는 순간이었다.

콰과과광!!

그리고 금요는 즉시 폭발해버리고 말았다.

나는 금요의 폭발에 튕겨나가면서 호신강기로 몸을 보호했는데 내 몸에 상처하나 없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아무리 그래도 별의 폭발을 그렇게 근거리에서 마주했으면 호신강기 따위로는 감당하지 못하고 피떡이 되어야 정상인 것이다.

' 어떻게 된 거야?'

뭔가 이상하다.

나는 금요를 공격하겠다는 생각도 없었는데 어느새 금요를 공격하고 있었고 난데없이 그게 내 칼질 한방에 폭발한 이유도 모르겠고 내가 폭발에서도 멀쩡한 것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해불가한 상황이 연속되고 있을 때였다.

스스스스

내 눈 앞에 갑자기 수억 개는 되는 듯한 나뭇가지가 펼쳐지는 게 느껴졌다. 빛으로 이루어진 듯한 그 나뭇가지들은 마치 우주 끝까지 뻗어있는 듯 했고, 내가 그 나뭇가지를 볼 수 있는 것 자체가 희한하게 느껴졌다.

' 설마 이건...?'

내가 머릿속으로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응룡의 여의보주가 완성되었다. 응룡은 여의보주가 완성되자마자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려서 숨결을 발사했다.

쿠구구궁

세상을 멸망시킬 듯한 그 용의 숨결을 막거나 피하거나 할 방법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내 힘으로는 뭔 수를 써도 죽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순간 새하얗게 뻗어져 있던 나뭇가지들 중 하나가 화룡신검에 연결되면서 금광(金光)을 발하며 우주 끝까지 직선으로 뻗어져나갔다.

촤라라락

다음 순간, 화룡신검에 깃들어 있던 화룡진인이 자신의 신력을 발휘하며 응룡의 숨결에 맞섰다. 화룡진인은 여유있게 그 숨결을 막아내는 듯 하다가 숨결이 멈추자 다시 화룡신검으로 되돌아왔다.

나는 믿을 수가 없어서 외쳤다.

" 말도 안 돼!!"

화룡진인이 아무리 응룡의 화신이라고 하지만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엄청난 힘의 차이를 고려하면 아무리 신력의 성질이 같다고 해도 칠요성신의 숨결을 상쇄시킬 수는 없는 것이다. 그건 계란으로 바위를 쳤더니 바위가 부숴졌다는 가능성보다 일억 배는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불가능이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러자 화룡진인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 파천의 가호가 발동하고 있다. 하지만 이건 너무나 강력한 가호인지라 언제까지 발동할지 모르니 행동 하나하나를 귀중하게 써라, 연자여.]

" 파천의 가호가 대체 어떤거죠?"

[ 가호 자체가 그대의 편의에 맞춰주고 있지만, 본녀가 생각하기엔 확률의 역전(逆轉)이다.]

" ......?"

[ 이 능력조차도 파천의 가호의 일부일지도 모르지만... 왕의 권능과 결합하면 승산이 있다.]

이어진 화룡진인의 말에 나는 눈을 부릅떴다.

[ 파천의 가호는 완성된 확률을 100으로 친다면 확률이 무(無)에 수렴할수록 그 확률을 뒤집어서 현실을 구현화시키는 것이다. 그 때문에 그대의 행동이 있을 수 없는 극미(極微)한 확률을 선택할수록 그대의 행동은 완벽하게 성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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