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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천향(暗天鄕)
제물이라니.
이건 어찌되었든 인신공양이지 않은가!
" 안 돼."
내가 제갈부를 노려보자, 그는 무덤덤하게 말했다.
" 백웅 너라면 그렇게 말할 줄 알았지."
" ......"
" 이 상황에서 제갈사라면 어떻게 했을까? 놈은 효율을 최고로 추구하는 마도사이니 생명의 무가치함을 역설하고 너를 타박하며 어떻게든 인신공양을 하게끔 너를 설득했겠지만..."
제갈부가 벽에 기대어앉았다.
" 또 멍청하게 되묻지 말고 잘 들어라. 나는 네게 그렇게까지 설득할 생각은 없고 할 이유도 없어."
" 뭐?"
" 단적으로 말해서, 나는 이미 네게 입증할만한 건 다 했단 소리다. 내 역량은 충분히 보여줬으니 아마 후생에도 너는 나를 영입할거라고 생각된다. 그러므로 남은 선택까지 네게 강요할 이유는 없지. 그리고 그 영역을 벗어나는 순간 내가 생각하는 책사의 길에서는 벗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 ......"
" 나는 늘 현실을 선택한다. 그리고 지금은 주군인 네 선택이 바로 나의 현실이지. 모든 인간이 의리와 대의만으로 움직인다고는 생각하지 마라."
제갈부의 말은 소름끼칠 정도로 냉정하고 담담했다. 동시에 내 머리를 확 깨우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제갈사에게 내 멍청함과 우유부단함을 타박받을 때와는 다른 상황이다.
그 때는 내가 아무런 가치판단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줏대없고 어리석었던 거라면, 지금은 내 역량으로 판단할 것을 강요받고 있는 것이다. 제갈부든 망량이든 내가 그 정도 역량은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에 더 이상 따지거나 몰아붙이지 않는다.
자율성의 족쇄.
선택의 결과를 책사에게 떠넘기지 못하고 나 스스로 모든 걸 결정해야 한다.
나는 몸을 부들거렸다. 모든 결과를 내가 책임져야한다는 게 이 상황에서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 어렵다.'
만일에 이 도박같은 거래가 성공해서 파천의 가호를 받고 용을 쓰러뜨린다면 곧장 황제와 알현할 수 있고, 그건 내 전생여정이 수십회 이상 단축된다는 걸 의미했다. 그러나 동시에 그건 내가 가치관으로 삼아왔던 이념과 대의를 훼손한다는 걸 뜻한다.
그러나 내가 이 자리에서 대의와 신념을 지키기 위해 인신공양을 거절하고 그냥 죽음을 택한다면?
이번 24회째의 전생에서 자신의 목숨을 바쳐서라도 나를 앞으로 이끌어준 자들은 한두명이 아니다. 내 전생동료들은 목숨을 걸고 삼대세력과 창힐을 상대로 싸웠으며 검마 또한 몇 번이나 목숨을 바쳤다. 망량도 죽을위기를 수십번씩 겪으면서 기어코 명계의 중심에 도착했으며 명경의 기억을 내게 줬다. 제천대성 또한 나와의 의리로 최강의 위력을 자랑하는 진시황과 싸워줬다.
도저히 '대의'라는 한 마디로 그들의 뜻을 꺾어버릴 수는 없다. 그들이 어떤 마음과 신념을 걸고 싸웠는지 기억전송을 통해 생생하게 느낀 나로서는 쉽게 그걸 부정할 수 없다. 이 고비를 넘기지 못하면 나는 또 다시 육요를 모으기 위해 엄청난 고난의 길을 걸어야 하고 동료들 또한 그만큼 고생하게 될 것이다.
내가 침묵하자 제갈부가 말했다.
" 시간끌지 말고 제갈사나 불러라. 어차피 넌 그놈의 말을 듣지 않으면 어떤 선택을 하든 후회를 할 테니까."
" 알았어."
제갈부의 말이 맞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제갈사와 서문혜를 이 자리에 불러서 왕권으로 그들이 편하게 버티도록 했다.
파앗
" 여긴...?"
서문혜는 다소 어리둥절한 표정이었으나 제갈사는 주변상황을 살펴보고는 뭔가 알아차린 듯 했다.
" 중대한 국면같군."
" 기억을 줄게."
나는 시간낭비하지 않고 제갈사에게 흑요석을 주고 그의 사후에 있었던 모든 일을 알려줬다. 제갈사는 아직도 꿇어앉아 합장하고 있는 망량을 힐끔 보더니 제갈부에게 말했다.
" 뭐가 제갈세가 최고의 천재냐? 형님이라면 몰라도 네놈이 그 말을 하는 건 백년은 일러. 결국 미지의 가호에 모든 걸 떠맡기는 거면서."
" 흥, 그렇게 말할거면 네가 다른 계책을 내 봐라 제갈사. 난 할 건 다 했다."
제갈부는 제갈사를 숙부 대접하지 않는 말투였다. 게다가 이혼대법으로 부려지며 금술때문에 수명이 깎인 원한이 있어서인지 백안시하는 기색이었다. 저 둘은 결코 사이가 좋을 수가 없는 것이다.
" 큭큭... 뭐 효율성은 부정할 수 없군. 하긴 여기까지 상황이 몰렸으니."
제갈사는 씁쓸하게 웃더니 내게 말했다.
" 백웅. 네가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옳은 선택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건 알고 있겠지?"
" 알아."
" 다만... 우리가 이 상황에서 흉신을 부르거나 다른 신격에게 칠요를 공양하는 선택은 할 수 없는 이유를 알고 있나? 어째서 제갈부 놈이 다른 놈들 다 놔두고 망량선사의 가호를 받으려 하는지. 현자의 돌을 꽤 소모했다고 해도 남은 힘을 쥐어짜내면 흉신의 주문을 한 번 정도는 회복할 수 있을텐데 왜 그러지 않는지 알고 있냐?"
" 그것까진 잘 모르겠어."
제갈사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곤 말을 이었다.
" 힘의 강약이 아니다. 선악(善惡)과 여파의 문제인 거지."
" 설명해 줘."
" 이 자리를 삼황오제 모두가 지켜보는 건 알고 있겠지. 그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거취가 결정되는 중대한 사항이기 때문에 간절하게 쳐다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 자리에서 삼황오제 중 하나에게 칠요를 공양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 본체를 갖고 강림하겠지. 안 그러면 이길 수 없는 상대인데다가 그들 입장에서는 반드시 이겨야 하는 싸움이니까."
" 그래. 조금은 이해를 했군."
제갈사의 말이 이어졌다.
" 삼황오제는 성좌의 용과 싸워서 이기는 건 둘째치고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서 싸워줄거다. 그러나 성좌의 용은 아무리 삼황오제라도 상처없이 이길 수 있는 존재가 아냐. 이기더라도 반죽음이 될 가능성이 높을 거다. 그리고 전욱과 제곡이 치명상을 입어서 요양중인 지금, 삼황오제의 부상은 세상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친다. 삼황오제는 거악(巨惡)이지만 동시에 이 세상을 지켜주는 기둥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 ......"
" 그래서는 이겨봤자 의미가 없어."
생각해보지 못한 점이다. 하지만 제갈사의 말이 옳다는 건 금방 느낄 수가 있었다. 전욱과 제곡이 쓰러진 것만으로도 세상의 균형이 어떻게 뒤틀렸는지 직접 봤기 때문이다. 여기서 삼황오제 중 하나가 더 쓰러진다면 말 그대로 감당이 안 되는 절망이 세상에 덮쳐올 게 분명하다. 왜냐하면 그만큼 인과율이 요동치며 혼돈이 날뛰기 좋은 환경이 되기 때문이다.
" 그럼 흉신한테는 왜 안 되는데?"
" 그건 저기 일요의 수호자가 대답해줄 거 같은데."
내 반문에 제갈사는 쓱하고 구천현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구천현녀는 크게 한숨을 쉬더니 말했다.
[ ... 절대 안 됩니다. 다른 건 몰라도 그 자와의 연결과 제물공양만큼은 막을 것입니다.]
" 어째서요?"
[ 흉신은 종말과 계시의 날에 마신(魔神)이 갇혀있는 수저(水底)의 봉인을 푸는 존재입니다. 또한 한없이 외신에 가까운 권능을 지니고 있다 여겨지는 자로써 삼황오제 전체가 그를 경계하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종말의 날에 칠요(七曜)가 일렬로 배치되는 인과율을 조종하는 존재이니 매우 위험합니다.]
" ......"
[ 그가 끼어들 경우 칠요의 시련 자체가 무의미해질 것입니다.]
하긴 그럴 것이다. 칠요를 흉신에게 공양할 경우 그는 즉시 그 마력을 이용해서 수저의 도시를 부상시키며 모든 [옛 지배자]들을 깨워버릴 게 분명하다. 그에게 있어서 인간의 왕 따위는 아무런 의미도 없으므로 그저 종말을 앞당기는 효과에 지나지 않으리라.
제갈사가 말했다.
" 그런 거다. 이런저런 선택을 다 제외하고 나면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은 망량선사의 파천의 가호밖에 남지 않는 거다."
" ... 하나 더 있잖아."
" 설마 낙양에 봉인된 사상최악의 마(魔)? 그것도 해볼만한 선택이긴 하지만 애초에 그 존재는 전 우주의 거짓말과 기만을 조종하는 존재다. 너와 얽히면 왠지 잘 대해주는 것 같지만 믿을만한 자가 절대 아니야. 그리고 인신공양으로 바쳐진 자들이 그의 손에 들어갈 경우 어떤 지옥을 겪을지는 말 안 해도 알겠지."
" ......"
" 그러나 너도 알다시피 망량선사는 그런 존재는 아냐. 설령 바쳐진다 해도 깔끔하게 소멸하고 끝날 뿐 그 이상의 고통을 겪지는 않을 거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 있는 동료들이 자발적으로 제물이 되는 일에 거부감이 없는 거고."
제갈사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번 싸움만 이기면 황제를 알현해서 큰 진전을 볼 수 있다. 얼마나 중대한 전투인지 모두가 이해하고 있기에 전생자의 능력을 믿고 자기자신을 제물로 바치는데 동의한 것이리라. 또한 망량선사가 쓸데없이 고통을 주는 존재가 아닐 확률이 높으니 거부감도 적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게 정말 옳은가?
아무리 자발적인 인신공양이며 아무리 이겨야 하는 싸움이라고 해도 - 결국 무언가를 희생시켜서 얻어낸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나는 결국 백련교주와 다를 게 없어지는 것이다. 절망적인 세상에 대항하여 싸워나가는데 희생이 필요하다고 해도 - 그 결과가 수단을 정당화시켜주진 못한다.
... 그리고 그 사실은 바로 망량, 당신이 과거에 내게 가르쳐줬던 거야.
나는 말없이 망량을 쳐다보았다. 이번 일에 가장 심하게 반대할 줄 알았던 망량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가호를 받기 위해 합장하여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망량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 망량. 당신도 이 일이 옳다고 생각하오?"
대답은 즉시 나왔다.
" 그렇지 않소. 옳지 않은 일이오."
" 그런데 어찌 당신은 반박 한마디 하지 않고 스스로 나선 것이오?"
" ......"
망량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망량은 여전히 내 얼굴을 보지 않은 채 합장하며 대꾸했다.
" 나는 늘 생각했소."
" 무엇을?"
" 그 자리에 서 있는게 당신이 아니라 나였다면, 하고 말이오..."
" ......"
" 내가 전생자였으며 그 자리에 서 있었다면 다른 책사들의 조언을 들을 것도 없이 '아니다'라고 했을 것이오. 육요를 또 다시 모으는 과정과 시간이 아무리 험난하다 하여도 내 스스로의 정의를 지키기 위해서는 모든 걸 감당할 자신이 있소."
망량이 문득 하늘을 쳐다보았다.
" 그러나 나는 나고 당신은 당신이오. 나는 책사이고 당신은 주군이오. 나는 필멸자이며 당신은 전생자요. 그 입장차가 있는 이상 나는 내 주관을 당신에게 강요하는데 한계가 있소. 그렇다고 당신의 앞날에 방해가 되어서는 안 되니, 나는 지금 내가 나로써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뿐이오."
" 망량. 그건 변명이오. 그릇된 게 있다면 옳게 고치려는 게 망량 아니었소?"
" ... 그것 또한 입장차이요. 내 정의만을 밀고나가봤자 그 답이 옳으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소. 자기자신만이 책임질 수 있는 일에 타인이 끼어들면 결코 정답이 나올 수가 없는 거요. 그리고 당신의 어깨에 걸려있는 동료들의 여망이 얼마나 강한지 알고 있는 바에야..."
" ......"
" 백웅. 지금이 바로 당신이 인간의 왕으로써 어떤 왕이 될 것인지 보여줄 때요. 왕은 선택할 수 있는 자이니, 모든 선택은 당신의 것이오."
나는 망량의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모든 선택은 나의 것.
지금까지 전생하면서 이 말을 신념으로 삼고 살아왔으나 이렇게 무겁게 느껴진 때는 없었다. 나는 과연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 것인가? 나는 골똘히 생각하다가 문득 과거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 네 대답을 원한다.]
... 그래.
그 고양이가 그렇게 말했었지.
창힐과 제곡의 회담자리로 난데없이 날려보내기 직전에, 내게 뜬금없는 소리를 했었지.
나는 그걸 생각하자 뭔가 내가 해야할 일이 보이는 것 같았다. 그래서 말했다.
" 망량! 다른 걸 기원해 주시오."
모두의 시선이 내게로 향했다.
" 내가 망량선사와 직접 교섭하겠소. 또한 그 결과를 모두 내가 책임지겠다고 전해주시오."
" 직접 교섭이라니... 스승님께서 그런 걸 받아들이실 리가 없소."
" 원래라면 그렇겠지만 그래도 한번 해 주시오."
" 알겠소."
망량의 말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우우웅
갑자기 주변 풍경이 크게 좌우로 물결치며 일렁이기 시작했다. 나는 머리가 팽팽 돌아가는 듯한 어지러움과 함께 잠시 후 기절했다.
[ 나와 직접 얘기하고 싶다고?]
망량선사가 내 앞에 앉아 있었다.
여기는 익숙한 오솔길이었으며 망량선사는 오두막집의 중간에 나 있는 소로(小路)에 동그랗게 몸을 웅크려서 앉아 있었다. 놈의 묘안(猫眼)이 등진 석양의 붉은 기운을 흡수하는 듯 했다.
나는 망량선사에게 말했다.
" 너, 지난번에 얘기했던 게 바로 지금 얘기였냐? 인류를 구할 수 있지만 세계가 멸망한다면 어떻게 하겠냐느니, 그 선택을 하지 않으면 역(易)이 일어난다느니 하는 얘기를 했었잖아."
[ 그럴지도 모르지.]
역시.
나는 파천의 가호 이야기가 진전될수록 놈과 얘기했던 게 마음에 걸렸다. 그리고 놈이 말했던 '선택'이 이미 지나갔던건지 아직 다가오지 않은건지 전전긍긍하다가 마침내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 근데 이대로는 그 선택조차 진전되지 않는 거 아니냐? 해방칠요 6개를 바쳐도 파천의 가호를 안 주겠다니 무슨 소리야."
내 말에 망량선사가 하품을 쩍 하다가 말했다.
[ 창힐이 난동을 부리는 바람에 대결계가 크게 약화되었다. 원래라면 내 제자의 부탁인데다 해방칠요를 6개 준다면 충분히 들어줬겠지만, 지금은 자칫하다가는 안에 봉인된 놈이 나와버릴 수가 있다. 그래서 그 대가로는 조금 모자란다.]
제기랄, 창힐 놈... 끝까지 내게 엿을 먹이고 가는군.
나는 속으로 이를 갈다가 망량선사에게 말했다.
" 그럼 얘기가 이상하잖아? 선택을 하는 미래를 네가 읽어냈다면 어떻게든 선택 자체는 할 수 있어야 하잖아. 그럼 미래가 틀려버린 거 아닌가?"
[ 미래라는 걸 잘못 이해하고 있군.]
망량선사가 무덤덤하게 말을 이었다.
[ 미래는 과(果)의 나뭇가지로 보이지만 인(因)이 더욱 중요한 것이다. 결과를 끼워맞추니 마느니 하는건 애초에 예지능력에서 얘깃거리도 되지 못해. 이 세상 아무리 사소한 행위라 하더라도 그 인과가 어디있는지 찾는 건 불가능에 가까우니까. 그렇기에 네가 선택을 할 수 있는지 조차도 또 다른 인과율인 것이다.]
" 말을 드럽게 꼬아서 하는걸 좋아하는군, 제기랄. 운명이 그런거라면 내가 그 운명을 바꿔 주지."
나는 이를 악물고는 말했다.
" 거래하자!"
[ 무엇을 걸고?]
" 내 특이점을 걸고!"
[ 호오...]
망량선사는 관심을 보였다. 놈이 서서히 몸을 일으키자 나는 각오를 한 채 외쳤다.
" 내 숙명(宿命)의 특이점이 더 강해지게 해줘! 그 대신에 파천의 가호를 받겠다."
[ 그거라면 충분한 대가가 되겠지... 네 인과율의 보유량은 아주 막대하니까 스스로에게 부(否)의 인과율을 건다 함은 매우 큰 효과를 보인다. 가만히 놔두면 무한히 성장하는 인과율을 스스로 깎는 행위는 신조차 하지 않을 어리석인 행위인만큼, 받아들일만 해.]
하지만 나는 망량선사의 이어진 말에 멈칫했다.
[ 그런데... 괜찮겠나? 내가 장담하건대 넌 틀림없이 불행해질 것이다. 틀림없이 후회할 것이다.]
" ......"
저 놈이 정색하고 말하니까 너무 무섭다.
망량선사가 장담한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손에 힘을 불끈 쥐고 외쳤다.
" 물론!! 대신에 내 동료들의 영혼은 가져가지 마."
[ 좋다... 거래는 성립됐다.]
흑묘(黑猫)의 모습이 마치 거품덩어리처럼 변하더니 안개 속으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놈의 마지막 묘안이 번뜩이던 잔광이 내 머릿속에 아로새겨졌다.
[ 전생자 백웅. 네게 파천의 가호를 부여하겠노라.]